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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2

1930년대 한국 추리소설 연구 - 오혜진 : 별점 3점

1930년대 한국 추리소설 연구 - 6점
오혜진 지음/어문학사

6년전에 읽고 리뷰까지 남겼었는데, 어쩌다보니 깜빡하고 다시 구입해서 읽은 책입니다. 5년이 지난 탓에 새로 읽는 것과 다를게 없었네요. 다시 리뷰 남깁니다.

총 5장으로 구성된(5장은 맺음말로 내용은 4장 구성), 해방 전까지의 한국 추리 소설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으로 문학사니까 일종의 미시사 서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전에 읽었던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해방 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점은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와 더 비슷한데, 내용이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시각이 일관된 덕분에 더 나은 점도 많습니다. 이전에 유사한 책들을 많이 읽어왔지만, 여전히 눈에 뜨이는 부분도 제법 되고요.

우선 추리 소설을 어떤 기준으로 연구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브 뢰테르의 세가지 분류 - Mystery, Crime novel, Suspense - 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과 서구 추리 소설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짤막하게 소개하는 등의 도입부가 마음에 듭니다. 연구서다운 상세한 설명과 접근 방법이 좋더라고요.

이후 실제 한국 추리 소설의 역사 역시 재미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우선 1920년대 중반 "취미"라는 용어가 일상화 되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원래 있던 단어인줄 알았는데 말이지요. 당시 중산층의 개념이 1년 수입으로 1년간 채무 없이 살 수 있는 정도를 뜻하며, 극히 드물었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취미"에는 돈이 들고,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값싼 인쇄물을 가까이 하는 책읽기가 그나마 일반적인 취미로 널리 퍼졌다고 하고요.
또한 이러한 출판 산업의 호황에 더해 당시 언론 통제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가 난무한 것, 그리고 "자본주의" 때문에 상업화로 흐른 등 "대중 소설"을 위한 토양이 갖추어져 결국 추리 소설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던 것도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지금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비싼 책 값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아울러 당시에도 코난 도일과 르블랑에 대한 편식이 심했다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이후 당시 발표된 여러 추리 소설을 소개하는데 이 역시 흥미로왔습니다. 최독견의 "사형수" 라던가, 신경순의 "피무든 수첩", "제 2의 밀실", 최유범의 여러 작품들이 그러합니다. 특히 최유범의 작품은 비록 일부 표절("브루스 파팅턴 설계도")이 있지만 미스터리 추리 소설로 장르의 규칙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고 하니 놀랍네요. 수수께끼 풀이가 완벽한 수준의 해방전 국내 작품은 그 유래를 찾기 힘든데 말이지요.
그 뒤에 이어지는 다른 작품들은 국내 추리 소설의 한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사랑과 연애사"가 부각되는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최유범의 작품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 뒤 김동인의 "광염소나타", 박태원의 "우맹", 김유정의 "만무방"과 같은 추리 서사가 도입된 국내 소설 소개가 이어집니다. 염상섭의 "사랑과 죄" 역시 마찬가지죠. 영화에 나온 수법을 따라하는 모방 범죄가 등장하고, 살인 사건이 주요한 내용인 등 꽤 진지한 추리 서사가 도입된 작품이라는데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몇몇 부분은 안타까움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통속 소설", "대중 소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당시부터 존재했었다는 점입니다. 추리 소설이 싸구려 통속 소설로 폄하된 이유가 이 땅에 추리 소설이 소개된 시점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인데, 심지어 추리 소설을 창작, 번역하기까지 했던 일부 작가들조차(염상섭 등) 동일한 인식을 지녔다는 점에서 통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원래 과학적, 근대적 사고가 널리 퍼진 것이 논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추리 소설의 유행과 관계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근대적 사고 방식을 토대로 한 작품이 이렇게까지 폄하되는 것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물론 당시 미디어, 작가들의 잘못도 크겠지만요.

마지막 4장에서는 1930년대를 대표하는 세 편의 작품 - 채만식의 "염마", 김동인의 "수평선 너머로", 김내성의 "마인"- 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당대 추리 소설의 수준, 그리고 어쩔 수없는 한계를 설명하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내성의 여러 작품들을 소개해 주는데, 김내성의 "마인"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지금 읽으면 많이 허술하지만 당대 국내 추리 문학계를 대표했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 작품 소개 모두 읽을만 합니다. 그러나 책의 특성상(일종의 학술 논문) 전편 내용이 수록된 것이 아니라는게 좀 아쉽습니다. 관심이 크다면 별도로 구해 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마지막에는 1940년대로 넘어오면서 전쟁 탓에 스파이 소설이 범람하였으며, 이른바 "친일 문학"으로 여러 작품이 발표된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외국인 여성 마리에가 만드는 센닌바리가 경성의 방공 시설과 반도내 포대 위치를 말하는 모르스 부호가 숨겨져 있음을 폭로한다는 김내성의 "수놓은 송학"이 대표적인데, 꽤 괜찮은 아이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식민지에서의 친일, 매국 문학으로 전락한 작가의 모습은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다른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이는 6년 전과 같습니다. 다른 유사 자료, 도서와 차별화되는 점도 크고, 나름의 재미는 물론 여러가지 정보와 함께 큰 흐름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덕분입니다. 추리 소설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저는 두 번 읽었지만 여전히 좋은 독서였습니다.

2015/01/13

녹스머신 - 노리즈키 린타로 / 박재현 : 별점 2.5점

녹스머신 - 6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박재현 옮김/반니

추리소설, 그 중에서도 본격 추리소설은 체계적인, 나름의 규칙이 존재하는 장르죠. 이 작품은 이러한 본격 추리소설의 규칙을 실제하는 물리학, 양자역학에 끼워넣은 독특한 SF인 "녹스 머신"과 "논리 증발", 그리고 추리소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메타 픽션 "들러리 클럽의 음모", 그리고 독특한 암호트릭 중심의 본격 SF "바벨의 감옥"으로 이루어진 중단편집입니다.

발표 당시 큰 화제를 불러 온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부문 모두 1위) 작품으로 국내 번역이 언제되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동호회 "하우 미스터리"에서의 이벤트 당첨 덕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관계자 분들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완독한 첫 느낌은 노리즈키 린타로라는 작가의 역량이 정말 대단하구나! 라는 것입니다. 추리 소설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를 해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추리소설에 대한 해박한 지식 외에도 광범위한 물리학, 양자역학 지식까지 어떻게든 충족시켜 만들어낸 이야기들이라 작가의 노력, 탄탄한 지식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네요. 이런 점은 확실히 배워야겠죠. 추리 소설의 규칙을 과학 이론으로 만든 아이디어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좋은 작품은 아닙니다. 기대했던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고, 작품의 난해한 정도가 지나친 탓입니다. 독자를 의식하고 쓰여진게 아니라 작가의 자기 만족, 취미 활동의 일환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에요. 독자를 의식했더라도 굉장히 특이한 독자를 대상으로 했을 겁니다. "파운데이션"의 '심리역사학'처럼 이론에 대해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설명하고 나머지는 온전히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소설로서는 더 맞는 방향이었어요.

게다가 "녹스 머신"에서 문헌수리해석, 물리학과 타임머신 관련 이론, 양자역학, 평행 세계 등에 대한 학술적 이론을 빼면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한 중국인이 과거로 돌아가 녹스를 만나고, 그 탓에 녹스가 자신의 십계명을 수정한다'가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기대했던 반전도 없고,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고민도 별 볼일 없이 해결되며, 예상했던 결말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시시해요. 솔직히 도라에몽의 타임머신 단편들이 더 그럴듯하고 흥미진진하게 타임 패러독스를 다뤘다 생각됩니다.

"바벨의 감옥" 역시 마찬가지. 일종의 격자화된 틀, 그리고 그곳에 배치된 글자들을 이용한 암호 트릭이 전부입니다. 외계 종족과 일종의 텔레파시 싸움을 벌인다는 설정 및 다른 내용은 이 트릭이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사족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기도 힘들어서 읽으면서 졸 정도였어요. 트릭도 일본어 세로쓰기 구조를 이용한 것이라서, 일본 외에서는 애시당초 먹히기 힘들고요. 어떻게든 한글화를 시도한 번역자의 노고는 알겠지만 성공한 결과물도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들러리 클럽의 음모"와 "논리 증발" 두 편은 그래도 조금 더 쉽게 읽히며 재미 면에서 더 낫기는 합니다. 일단 메타 픽션인 "들러리 클럽의 음모"는 다른 세 작품과는 다르게 SF는 아닙니다. 본격 추리소설에 대해, 그리고 여러 추리소설 작가들과 그 주인공들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독특한 창작물이죠. 추리소설의 화자 역할인 탐정의 파트너들이 소속된 '들러리 클럽'에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10번째 인디언 인형"이 추리 소설에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을 놓고 회의를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그것도 본격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즐거울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정말로 실존한 인물들처럼 묘사된 들러리 캐릭터들 — 특히 악역인 밴 다인 (반 다인), 꼰대가 되어버린 왓슨 — 묘사도 아주 좋으며, 실존했던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 실종 사건을 들러리 클럽과 엮는 시도도 괜찮았습니다. 빅4 등의 다양한 패러디도 볼거리였어요. 마지막 밴 다인의 독살이 뜬금없이 이루어지는 등 정작 추리적인 요소가 기대 이하라는 점은 좀 아쉬웠지만요.

"논리 증발"도 "녹스 머신"보다 스케일이 크면서도 내용이 풍성해서 완성도는 더 높은 작품입니다. 복잡한 이론을 걷어내더라도 전자화된 데이터에 발화를 일으키는 촉매재로 엘러리 퀸의 작품들, 그 중에서도 '독자에의 도전'이 삽입되어 있지 않은 "샴 쌍둥이의 비밀"이 이용된다는 추리소설 매니아만이 할 수 있는 발상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전개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각기동대"를 연상시키는 전뇌 생명체가 된 유안이 메시지를 남긴다는 결말도 깔끔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평균 별점은 2.5점. 추리소설 매니아가 자신의 역량을 극한으로 발휘한, 지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덕분에 평론가들과 매니아들에게 사랑받을 작품이기는 합니다만 추리, SF 양쪽 장르 모두에서 이야기의 완성도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특히 추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작가의 이름에 어울리는 작품들은 아니었어요. 저는 "매니아"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지만 다른 분들께 쉽게 권해드리기 어렵네요.

2007/07/10

알라딘 추리독자 인터뷰 따라하기~!

원문은 여기에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저도 짤막하게 몇자 적어봅니다. 아.. 이 따라쟁이 정신이란 정말이지....^^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단순히 독서로 끝나지 않는 지적인 사고활동이 곁들여지는 것이 매력이죠. 그래서 저는 정통파 고전 트릭물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작가와의 두뇌싸움이 제대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함 때문에 손에서 떼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5편만 뽑기에는 너무나 어렵지만 "내 인생" 이라는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에게 영향을 준 작품 위주로 뽑아 보았습니다.
1)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지음
그야말로 황금시대 정통 추리물 최고 걸작 중 하나로 밀실 트릭의 대가 딕슨 카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독자와의 공정한 두뇌싸움을 초반부터 정직하게 보여주는 정통 고전 퍼즐 미스테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셜록홈즈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지금 읽으면 너무 낡은 듯한 느낌도 들지만 시대가 지나도 영원한 명탐정의 상징으로 남은 셜록 홈즈 시리즈는 제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죠. 코난 도일 경에게는 아직도 고마움과 무한한 존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3) <10개의 인디언 인형>,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제가 처음으로 접한 추리와 호러의 만남! 동요와 함께 전해져 오는 오싹한 느낌과 더불어 완전범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크리스티 여사의 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처음 읽고는 며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무서웠던 경험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4) <점과 선>, 마츠모토 세이쵸 지음
원래 뜨문뜨문 접했던 일본 추리소설이었지만 지나친 성적 묘사 등으로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았었던 저에게 일본 추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작품이죠. 이른바 "기차 시간표 트릭"의 선구자적인 걸작이며 사회파로서의 특징 역시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금자탑입니다. 이 책 덕분에 이후 본격적인 일본 추리소설 탐독을 시작했기에 "제 인생"의 추리소설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5) <8번 종이 울릴때>, 모리스 르블랑 지음
홈즈가 등장했으니 라이벌 뤼뺑 역시 빠질 수 없겠죠? 최근까지도 많이 인용되는 멋진 트릭이 가득 담겨 있는 정통 추리 단편집이면서도 뤼뺑의 매력이 전편에 걸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뤼뺑 시리즈 최고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는 최고의 뤼뺑 작품으로 기억되는 재미난 작품이죠.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좀 호러 성향이 강한, 오싹한 작품 위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1) <검은집>, 기시 유스케 지음
올해 영화로도 개봉해서 잘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범죄와 공포를 다루고 있기에 사회파적 호러물이라 할 수 있는데 전편에 걸쳐 전해져 오는 오싹함과 서늘함이 일품으로 여름철에 딱 어울리는 책이죠.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소설만으로도 충분히 무섭고 재미납니다.

2)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신용불량과 개인 채무, 파산을 소재로 하여 사회파적인 기법의 추리소설로 잘 표현한 수작으로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점에서 본다면 보험악용을 소재로 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라는 작품과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쩐의 전쟁"을 일부 연상케도 하고요. 정통파적인 부분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범죄의 특성 상 추리 매니아가 몰입할 요소가 많은 만큼 추천하고 싶습니다.

3) <고도의 마인>, 에도가와 란포 지음
일본 추리 소설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작으로 변격물이라 불리우는 란포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역시 여름철에 읽기에 참 적합하다 할 수 있는, 호러와 추리를 잘 버무린 작품으로 시대를 한참 앞서나갔던 란포의 상상력이 잘 드러나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닥터 모로의 DNA"가 약간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4)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독특한 전개와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서늘한 느낌, 거기에 독자를 빨아들이는 재미와 몰입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대 미국 추리 소설의 힘을 잘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암호 트릭 등으로 정통파적인 재미도 빠지지 않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추리 매니아가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5) <소름> , 로스 맥도널드 저
하드보일드 삼두마차의 한명인 로스 맥도널드의 최고 걸작입니다. 하드보일드 특유의 강한 드라마로 시종일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놀라운 마지막 3페이지의 반전으로 충격과 더불어 한 인간의 잔인성과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죠. 흔해빠진 반전물에 비해 정통 드라마의 요소를 충실히 갖추고 있기에 더욱 작품성이 빛난다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죠. 미국의 널리고 널린 헐리우드 스타일 스릴러에 식상한 분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Q. 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단편들이 최초죠. 아마 "계림문고"라는 곳에서 시리즈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각 단편을 얇은 책 한권으로 만든 구성이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나이 또래의 추리 애호가들은 거의 다 비슷하시리라 생각되네요. 요사이 비슷한 판본과 형태로 다시 재간되고 있는 것을 서점에서 보았는데 어린아이들이 많이 접해서 저와 같이 추리소설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재출간을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재출간이 되기를 바라는 작품이야 너무 많지만 개인적으로 구하고 있었던 자유추리문고가 복간되었으면 합니다. 벨린저의 "이와 손톱"과 에반 헌터의 "주정꾼 탐정"은 정말 너무 읽고 싶은 작품이거든요. 이외에도 다카키 아키미쓰의 "파계재판"과 사노 요의 "완전범죄 연구" 역시 평소 구하던 책입니다. 그리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소설이나 작가는 너무나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 작가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때문에...."경성탐정록"의 출간을 원하시는 출판사를 찾습니다!^^

2010/12/27

Hansang의 2010 올해의 추리소설 Best 3

2010 올해의 추리소설 이벤트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팬덤의 하나인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 2009년 12월 ~ 2010년에 간행된 책들이 대상인데 확인해보니 이 중에서 읽은 책은 30여 권밖에 안되네요. 너무 적게 읽었나? 어쨌건 제 블로그 정리 차원에서라도 저도 한번 선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은 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책을 더 읽기는 힘들 것 같거든요.

그럼 먼저 선정에 앞서 간단하게 2010년 추리소설계를 들여다 보도록 하죠.

2010년 국내 추리소설계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쏠림 현상이 심했고" "뜻깊은 발굴도 있었으며" "국산 추리소설이 모처럼 활기를 띤" 한 해였다고 말이죠.

"쏠림 현상"은 230여 권의 작품 중 100권 정도를 일본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일본 추리소설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 그리고 100권 정도의 일본 작품도 히가시노 게이고, 우타노 쇼고, 미야베 미유키 등 특정 유명 작가에게 많이 치우쳐져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일본 작품 이외의 작품 역시 기존 유명 작가의 시리즈 작품들과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팩션 장르물이 대부분이라는 것에 기인합니다. 출판사도 책이 팔려야 먹고 사는 경제조직이니 인기 작가 작품이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고 덕분에 출간된 반가운 작품들도 많았지만 일부 작가는 작품의 수준보다는 순전히 작가의 네임벨류로 선정되어 출간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더군요.

"뜻깊은 발굴"은 첫 번째 쏠림 현상의 와중에도 추리 애호가로서 기다려 왔던 반가운 작품들이 속속 번역된 한 해이기도 해서 꼽아보았습니다. 일본 추리소설 중에서는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라든가 "리라장 사건"이, 영-미권에서는 "7퍼센트 용액""붉은 오른손",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과 딕슨 카의 고전들이 출간되었으니까요. 앞으로는 일본과 영-미권에 치우치지 않은, 예를 들면 중국이나 대만 등 제 3 세계권의 추리 소설도 발간되었으면 합니다. 혹시 모르죠. "장미의 이름"처럼 대박이 날 수도 있잖아요?

"국산 추리소설의 활기"는 목록에서 보기 드문 한국 추리 소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반가운 일이었어요. 장르도 훨씬 다양해져서 꾸준히 출간되어왔던 단편집뿐만 아니라 정통 장편 추리물에서부터 팩션, 하드보일드, 그리고 김내성의 과거 고전이 재발간되는 등 질과 양 모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주 기쁩니다. 한국 추리 소설도 더욱 성장한 한 해라 생각되며, 부끄럽게도 제대로 읽어본 작품이 아직 없는데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여기 "경성탐정록" 2권이 포함되어 있었어야 하는데... 눈에서 땀이나네... ㅠ.ㅠ

그럼 간단한 분석을 마치고, 제 개인적인 "2010 올해의 추리 소설" 순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둥~

Hansang의 2010 올해의 추리소설 Best 3

* 2009년 12월 ~ 2010년 출간된 추리소설만 해당됨

"7퍼센트 용액" - 니콜러스 메이어 : 별점 4점 - 셜록키언들에게는 전설과도 같은 작품. 일본 원판으로 구입은 해 놓았지만 10페이지 정도 읽고 손 놓고 있던 차에 국내에 출간되어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작품도 역시나 만족스러웠고요.

"얼굴에 흩날리는 비" - 기리노 나쓰오 : 별점 4점 - 과거 구판본으로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정식 완역본으로 작품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제 생각에는 여성 작가의 하드보일드란 이런 것이다! 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작품 같아요. 첫 맛부터 진하고 독한 위스키라기보다는 부드럽지만 슬프면서도 날카롭고 쓴 뒷맛을 감추고 있는 사케 같은 작품이랄까요?

"유다의 창" - 존 딕슨 카 : 별점 4점 - 고전 걸작. 더 말이 필요 없죠. 제가 읽은 딕슨 카 전 작품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 만한 작품입니다.

<아차상>

"마크스의 산 1.2" - 다카무라 가오루 : 별점 4점 - 2010년 재판본이 아닌 예전 고려원 판본 별점입니다. 새 판본을 읽지 못했기에 선정하지는 않습니다만, 좋은 작품이죠.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 아와사카 쓰마오 : 별점 4점 - 별점 4점이기는 한데 개인적인 팬심이 포함되어 있어서 순위에서는 뺍니다.

이상으로 2010 올해의 추리소설 관련 글을 마치며, 내년에는 별점 5점짜리 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018/11/23

맥파이 살인 사건 - 앤서니 호로비츠 / 이은선 : 별점 3점

맥파이 살인 사건 - 6점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열린책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별고 없는 조용한 마을 색스비온에이번에서 대저택 파이 홀의 가정부 메리 블래키스턴의 장례식이 치뤄졌다. 추도식을 맡은 목사, 음흉한 앤티크 숍 주인, 고인과 갈등을 겪은 아들, 시신을 발견한 관리인 등 등장인물들의 미심쩍은 행동과 죽음을 둘러싼 소문들이 밀도 있게 흘렀고, 이후 파이 홀의 주인인 매그너스 파이마저 기이한 죽음을 맞았다. 소식을 접한 탐정 아티쿠스 퓐트는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는데... 라는 내용의 인기 추리 소설 시리즈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 최신작 "맥파이 살인 사건" 원고를 읽던 담당 편집자 수전 라일랜드는 소설의 결말이 누락된 것을 알아챘다.
원고를 전해 준 출판사 사장 찰스로부터 작가 앨런 콘웨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수전은, 사라진 원고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앨런의 자택과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앨런 콘웨이 죽음이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데...

작 중 최고의 인기 추리 소설 시리즈 중 하나인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맥파이 살인 사건"과, 이 책의 출판을 담당하는 클로버리프 북스의 소설팀 팀장 수전 라일랜드가 저자인 앨런 콘웨이 사망 사건에 얽힌 진상을 추적하는 두 개의 소설이 함께 수록된 작품입니다.
본 이야기 속에 하나 이상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 일반적인 액자 소설이라기보다는 "맥파이 살인 사건"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완성된 추리 소설로 수전 라일랜드 이야기의 동기로 사용된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보통 액자 소설은 본편 주인공에게 소설 내용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작품에서의 "맥파이 살인 사건"은 강력한 동기 외에는 딱히 다른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인기 시리즈로 베스트셀러가 확실한 작품인데다가 수전 라일랜드부터가 굉장한 추리소설 매니아라서 안 찾고는 못 배겼을 거라는, 굉장히 확실한 동기라는 측면에서는 설득력은 높습니다. 

문제는 "맥파이 살인 사건"이 앨런 콘웨이 사건에서 큰 단서가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앨런 콘웨이가 추리 소설을 싫어하고 증오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도구로만 사용될 뿐입니다. 딱히 대단한 단서나 트릭이 숨겨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도구로의 사용도 대부분 앨런 콘웨이의 장난에 불과해서 크게 와 닿지 않고요. 오히려 "맥파이 살인 사건" 이라는 추리 소설 자체만으로의 완성도가 높은 수준이라 이렇게 사용되는게 아깝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1955년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크리스티 여사님으로 대표되는 당대 본격 추리물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였거든요. 단서의 제공도 공정하며 모든 등장 인물들이 동기가 있고 수상하다는 전개도 본격물스러우며,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도 무척이나 합리적이며 범인의 동기도 확실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전 라일랜드의 활약을 그린 본 편도 흥미롭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딱히 대단한 능력은 없는 출판사 직원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의 최대치를 뽑아내는 전개도 좋으며 ,본격물답게 엄청나게 많은 용의자가 엄청나게 많은 수상한 점을 드러내지만 이 모든게 마지막에 제대로 밝혀지는 결말까지는 아주 완벽했어요.

하지만 범인이 드러난 직후부터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일단 범인이 찰스였다는 진상은 놀랍습니다. 그러나 이게 밝혀지는 이유가 잠깐 스쳐지나간 해고된 비서와의 대화에서 비롯된다는건 우연에 기댄 작위적인 전개일 뿐 아니라, 찰스의 행동이 너무나 허술해서 황당할 정도에요. 앨런 콘웨이을 사전에 만났고, 이미 완성된 원고를 전달받았다는걸 수전이 아는 순간 모든게 끝나 버리잖아요? 마지막에 수전을 죽일 생각이 들었다면 비서부터 죽였어야지요.
동기에 대한 설득력도 낮습니다. 앨런 콘웨이가 아티쿠스 퓐트 시리즈를 완벽한 조롱거리로 끝장내기로 작정했다 하더라도, 그의 계획과 인터뷰는 책을 화제로 만들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작품 자체의 수준도 높은 만큼, 판매에 지장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는 않아요. TV 시리즈야 물 건너 갈 수도 있겠지만 판매량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증명한다면 영상화 판권을 소유한 업체가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요. 즉, 수전 라일랜드가 처음에 찰스를 의심하다가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리 없다'고 생각을 접은게 타당한 추리입니다. 수전만큼의 추리 소설에 대한 애정을 찰스가 보였다면 그나마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이래서야 현실성이 없죠.
아울러 앨런 콘웨이가 시리즈 제목을 활용하여 '애너그램' 이라는 말을 만들어 안배한게 고작 '아티쿠스 퓐트의 이름을 풀어서 해석하면 욕이다'라는 핵심 동기는 물론, 앨런이 추리 소설을 우습게 보았다는 각종 설정(예를 들어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지하철 역 이름이나 만년필 회사 등으로 대충 지은 것)도 딱히 이상하다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우습게 보고 그것을 조롱하고자 했더라면 좀 더 거대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수전을 죽이려고 시도한 후 경찰에 체포되어 출판계 동료들이 수전을 배신자라 생각하여 등을 돌렸다는 후일담도 와닿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앨런 콘웨이는 모든 사람들이 싫어해서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더라도, 수전을 죽이려고 시도한 것은 엄연한 범죄인데 배신자는 무슨 배신자입니까... 마지막 수전이 그리스로 옮겨가는 에필로그는 솔직히 완전한 사족이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두 편의 완성도 높은 추리 소설을 한 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굉장하지만 위의 단점으로 감점합니다. 욕심이 좀 지나쳤달까요? 차라리 "맥파이 살인 사건" 만으로 출간되었더라면 더 나았을 겁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볼만한 부분이 많고, 현대에 전통 본격물을 제대로 복원한 공 만큼은 인정합니다. 추리 장르 애호가시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09/08/24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 윌리엄 윌키 콜린스 외 / 한동훈 : 별점 1.5점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 4점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하늘연못
하아.... 오랫만에 추리소설 포스팅입니다. 최근 바쁘기도 하고 여유가 없어도 통 책 읽을 시간이 없었네요. 이 책도 읽는데 1주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럼 리뷰를 시작할께요.

일단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골든에이지" 가 과연 어떤 시기인지 정의를 먼저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는 단편 중심의 추리소설의 시대인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여명기를 지나 1913년 벤틀리가 "트렌트 마지막 사건" 을 발표하여 성공을 거둔 이후 이든 필포츠의"빨간머리 레드메인즈". 메이슨의 "독화살의 집", 버클리의 "독초콜릿 사건" 등 장편 추리소설 명작들이 속속 발표되고 곧바로 크리스티, 반다인, 엘러리 퀸, 딕슨 카, 크로포츠 등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들이 데뷰를 하기 시작한 시기, 즉 1차대전 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사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거장들의 데뷰가 이어지고 본격 추리소설 걸작들이 쏟아져 나왔기에 "황금시대 (골든에이지)"라고 하는 것이죠.

때문에 1차대전 이전의 소설만 담고있는 이 책의 "골든에이지"라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책 소갯글을 보면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기를 연 대표작가 다섯 작가의 소설을 담은 책" 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소갯글에 이어지는 바로 다음 문장인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사이 개척기에 활동한..." 이라고 설명되는 것이 더욱 적당한, "개척기 (여명기) 미스터리 중편선" 이 더 합당한 표현입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못된 제목이라면 과장광고를 넘어서서 거의 사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제대로 목차나 내용을 살펴보지 않은 제가 죽일 놈이지만요.

그래서인지 사실 책 내용은 기대와는 많이 달라서 실망이 컸습니다. 이 "골든에이지"라는 시기에 나온 작품들을 제가 워낙 좋아라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흥미진진한 본격추리물을 기대했는데 이 책에 실린 중편들은 실제 추리물로 보기에는 힘든, 추리물 성향을 띈 드라마들로 단지 오래되었다라는 가치 밖에는 없는 탓입니다. 더군다나 5편의 작품들 중 한작품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 을 다룬 것이 아닌 일종의 "창작극"이나 "자작극" 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몰입하기도 어렵고 지루했습니다. 이럴바에야 셜록 홈즈의 라이벌이나 번역해 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그나마 아노 탐정 중단편이 하나 실려있긴 하지만 많이 부족해요. 작품도 별로였고요.

물론 역사적인 의미는 크고 책 자체의 번역이나 장정, 디자인도 훌륭한 편이라 과장된 제목으로 현혹만 시키지 않았더라도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물론 그랬더라면 절대 구입하지 않았겠지만요. 별점은 1.5점입니다(솔직히 1점 주려다 책 자체의 가치를 생각해서 참습니다.).

3층 살인사건 / 프랭크 보스퍼 

런던 블룸즈베리의 한 하숙집을 무대로 하여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 그대로 하숙집 3층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하숙집을 무대로 하여 몇몇 인물들만 등장하여 주로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연극적인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배우 출신인 탓이 크겠죠.

그러나... 제목과 뭔가 있어보이는 설정과는 달리 추리소설로 보기는 애매했습니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확립되지도 않았고 특히나 퍼즐 미스터리는 등장하지도 않았던 때에 쓰여진 작품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추리물로 정의하기는 확실히 무리였어요. 가장 중요한 목격자의 증언이 범인의 변장을 통해 유도된 것이라던가 하는 간단한 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유치한 수준의 트릭이며, 경찰의 수사 역시 너무 대충이고 전개도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등 범죄와 관련된 부분에서의 설득력이 약했거든요. 더군다나 극중에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추리소설이나 장르문학에 대한 홀대(?)가 묻어나는 것 역시 조금은 불쾌한 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추리소설 초창기의 추리물의 성격을 띈 소설이다.. 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것 같네요. 영국 하숙집과 거주민들의 생생한 묘사, 블랙코미디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 재기발랄하면서도 요란한 대사들은 재미있었지만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뻔하기도 하고요.

애시당초 이 작품 하나밖에 작품이 없는 작가를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기를 연 대표작가" 라고 선전하는 출판사 행태가 더욱 문제겠죠.

데드 얼라이브 / 윌리엄 윌키 콜린스 

영국인 변호사가 미국의 외딴 농장에 휴양차 체류하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하네요. 피해자가 사실은 살아있었다... 라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법정 장면에서의 증거를 둘러싼 공방과 감형을 위한 거래로 거짓된 자백이 속출하는 등 드라마는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역시나 추리물은 아닙니다. 사건이 결국 범인(?)의 자백으로 해결된다던가 - 아니 애시당초 사건 자체가 없었지만 - 주요 증인을 찾아 나서는 것도 신문 광고를 통한 제보에 의지한다던가 등으로,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추리라는 발상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초창기 법정 드라마 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역사적 가치 이외의 재미를 찾아보기도 힘들고요.

안개속에서 /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 

초면인 사람들도 친구가 되는 영국의 한 클럽에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내용인데, 등장인물들의 "증언 (목격담 / 경험담)" 으로 사건이 이어지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미국인이 간밤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한 경험담을 이야기하자 그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러시아 공주를 자칭하는 여자도둑과의 인연을 다른 회원이 이야기하고, 살인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귀족의 변호사가 살인사건의 다른 진상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식으로 증언과 증언이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거든요.

결국 이 모든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사건에 관심을 보인 클럽회원 준남작이 하원에서의 연설을 하지 못하도록 한 작전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르는 약간의 반전이 밝혀지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앞선 두 작품에 비하면 확실히 추리라는 과정이 묘사된, 때문에 그나마 "추리 소설" 로는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두 번째 다이아몬드 사건 이야기는 내용에 별반 필요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추리의 과정은 있지만 결국 경찰 수사를 통해 그 진상이 밝혀지는 뻔한 추리라는 점은 감점 요소입니다. 

그래도 쓰여진 시대를 생각하면 너무 박하게 굴 필요는 없겠죠?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입니다. 그런데 엘러리 퀸의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에 선정된 작품이라고도 하는데 무슨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이유를 통 모르겠네요. 그만큼 가치있는 작품은 아닌듯 싶은데...

버클 핸드백 /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나선계단의 비밀"로 유명한 서스펜스 소설의 대모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작품입니다. 시리즈 캐릭터이기도 한 간호사 "힐더 애덤스" 시리즈의 한편으로 국내에는 처음 번역된 시리즈 같네요. 작가의 간호사 경험이 그대로 반영된듯한 디테일한 묘사와 별명에 걸맞는 서스펜스, 스릴의 묘사가 일품인 작품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이야기 전개가 치밀하고 결말도 합당해서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너무 급작스럽게 사건이 해결되는 점, 주요 등장인물의 고백(?)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줄 만 하죠. 무엇보다도 소설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이 좋았으니까 말이죠. 이 책 수록작 중에서는 최고로 꼽습니다.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 /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

"독화살의 집"에 등장했던 명탐정 아노 탐정의 중단편입니다. 상당히 좋아하는 캐릭터라 기대가 큰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 별로네요. 본격물스러운 맛이 없는 탓이 큽니다. 추리의 핵심인 여주인공이 우연히 본 범인의 얼굴을 어디서 보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심리적인 부분에 기대고 있어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심리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아노 탐정의 캐릭터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등 실망스러운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초반부 마약을 발견하는 과정과 추리가 여러 단계로 발전하는 부분, 그리고 범인의 이상한(?) 행동과 장물을 숨겨놓는 곳에 대한 아이디어 정도는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함량 미달입니다. 다른 중단편들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09/06/18

[옛날 신문 검색] 불황 소설가 추리소설 바람 - 의외의 작가, 의외의 작품

네이버 옛날 뉴스로 검색을 즐기다가 발견한 1983년 12월 12일자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추리소설 전문 부정기 잡지 [미스터리]의 소개로 시작하는 기사는 이어서 순수소설 작가들의 추리소설 작품을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본격 추리소설로 이병주씨의 "미완의 극"과 "황백의 문", 황석영씨의 "심판의 집", 박범신씨의 "형장의 신", 조해일씨의 "갈수없는 나라", 표성흠씨의 "낙동강 오리알"을 들고 있으며, 시인인 정건섭씨의 "덫"도 포함되어 있네요. 저는 정건섭 선생님을 추리소설 작가로만 알고 있는데 이 당시에는 시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셨나 봅니다.^^

그리고 작가 조정래씨의 추리소설 붐에 대한 짤막한 의견 (우리사회가 산업사회화 함에 따라 지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추리소설을 찾는다는 의견), 국내 추리소설의 문제점 (엽기적 제목과 지나치게 통속적인 내용 등) 도 이야기하는 등 상당히 풍성한 기사네요.

무엇보다도 본격 추리소설로 소개된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이 어떤 작품들인지 궁금해집니다. 이런 작품들도 모르고 "내가 추천하는 한국 추리소설" 같은 글을 썼다니 창피할 뿐이네요. 곧바로 조사해봤는데 아뿔싸, 대부분 절판이군요... 빌어먹을 이땅의 장르문학 홀대가 유명작가한테까지 이르렀을 줄이야!!! 그나마 황석영의 "심판의 집" 만 "객지"라는 황석영 중단편전집 3권에 포함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병주의 "미완의 극"은 최은희 납치사건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는 것 정도만 확인했을 뿐인데 다른 작품들은 과연 어떤 작품들일까요? 헌책방에서 대부분의 작품은 구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심판의 집"부터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2008/12/29

내가 추천하는 한국 추리소설들

이 기사를 읽고 적어 봅니다.

사실 한국 추리소설의 문제는 다름 아닌 "작품의 질"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실 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추리소설계가 이렇게 암담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김성종 선생님 작품은 고정팬이 있어서 출간만 하면 몇만부씩 팔린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진건 이러한 한국 추리소설들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성적인 묘사만 난무하는 저질 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이후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점은 초창기인 김래성 선생님때부터 이미 에도가와 란포의 향취가 느껴지는 등 그동안 계속 일본 추리소설의 영향을 받다가, 80년대 한국 추리소설이 반짝 인기를 끌 때 일본 추리소설의 나쁜 점만 받아들여 문제가 커진 것 같습니다.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나쁜 점만 극대화한, 예를 들자면 몇작품 안 읽어봤지만 펄프픽션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가츠메 아츠사, 또는 범위를 넓히자면 시드니 셀던 류의 작품군이랄까요. 더군다나 이러한 성적인 묘사 때문인지 정통물은 아예 발붙이기 힘든 풍토마저 조성되어 고정 독자들도 멀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암담한 시기에 두각을 나타내었던 몇 작품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추천할만한 작품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한국 추리 소설" 이라는 타이틀을 대표할만한 작품들이기에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김래성 - 비밀의 문 : 정확하게는 이 단편집의 "타원형 거울" 외 몇편 뿐이지만...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재미도 갖춘 보기드문 작품이라 추천합니다. 선생님의 추리소설 대표작인 "마인"은 추리소설로는 너무 함량미달이라 도저히 추천하기 어렵네요.
  • 김성종 - 최후의 증인 : 누가 뭐래도 한국 추리문학계의 거목이신 김성종 선생님의 대표작이죠. 추리적인 요소는 좀 부족하지만 재미와 더불어 역사의식까지 가지고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 백휴 - 낙원의 저쪽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심리 스릴러물로 쓱쓱 읽히는 재미는 충분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은 단편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요.
  • 김남 - 돛배를 찾아서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미술계"를 소재로 했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정통 추리물로 보아도 손색없는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 권경희 - 저린 손끝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작가의 데뷰작이죠. 좀 처지는 감은 없잖아 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정건섭 - 덫 / 5시간 30분 : 김성종 선생님과 반대되는 위치랄까요?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로 냉정하고 치밀한 추리물을 선보이신 정건섭 선생님의 이 두 작품은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 이종호 - 분신사바 :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인 호러소설입니다. 마무리가 좀 아쉽긴 했지만....

** 이외에 "경성탐정록" 도 관심가져 주시면 더할나위 없겠죠?^^

2015/02/12

능숙한 솜씨 - 피에르 르메트르 / 서준환 : 별점 2.5점

능숙한 솜씨 - 6점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다산책방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명의 매춘부가 엽기적으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베르호벤 반장은 두 사건이 2년 전에 있었던 다른 사건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공통점은 현장과 시신에 가짜 손가락 지문이 남겨져 있었던 것, 그리고 어떠한 이유도 찾아낼 수 없는 범행 과정상의 디테일들이었다. 우연히 이 디테일들이 모두 유명한 추리소설을 모방했다는걸 알아낸 베르호벤은 탐정문학 전문지 광고로 범인과의 접촉을 시도하는데....

간만에 읽은 최신 프랑스 추리 소설입니다. 그동안 프랑스 추리소설들은 모리스 르블랑의 뤼뺑심농의 매그레 시리즈 외에는 딱히 취향이 아니어서 별로 손대지 않았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과 표지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블로그 이웃과 커뮤니티의 호평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읽을 일이 없었을겁니다.

여러 면에서 프랑스 소설이라는걸 여실히 드러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 그리고 그 안에서도 많은 부분을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에 할애한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이건 제가 여태까지 알고 있었던, 그리고 싫어했던 프랑스 소설들의 단점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꽤 재미있었습니다. 등장하는 범행들이 워낙에 자극적인데다가, 유명 작품들의 범행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설정이 흥미로운 덕분입니다.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설정이기도 하고요. 뭔가를 따라 한 연쇄 살인은 흔한 설정이지만, 추리소설을 따라 했다는 작품은 처음 봅니다. 그런데 명작, 고전 취급을 받는 작품들을 모방했다는데 제가 읽은 작품은 달랑 한 작품밖에는 없네요. 이런 명작, 고전 선정은 작 중에 나오듯이 자의적인 판단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조금은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제 취향이 수사물, 하드보일드보다는 고전 본격물 쪽인 탓도 크겠지만요. 참고로, 작중 명작, 고전으로 소개되는 작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 브랫 이스턴 앨리스 "아메리칸 싸이코" : 작품 도입부에 소개된 두 명의 여성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범죄의 원전.
  • 제임스 옐로이 "블랙 다알리아" : 이전 여성 토막 살인사건의 원전
  • 마이 셰발 / 페르 발뢰 "로제안나" : 역시나 기이했던, 이전에 벌어졌던 살인사건의 원전
  • 윌리엄 매킬바니 "레들로" : 범인이 현장에 서명을 남긴 첫 번째 사건의 원전
  • 에밀 가보리오 "오르시발의 범죄" : 범인이 소설을 따라 벌인 첫 번째 살인

참고로, 제가 읽은 "블랙 다알리아" 말고 번역된 작품은 "아메리칸 싸이코"밖에 없군요. 못 읽은 게 당연하네요...

하여튼, 애호가를 자극하는 설정 외에도 놀라운 반전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1부 분량)이 사실은 범인이 쓴 소설이었다는, 일종의 서술 트릭이자 액자 소설 같은 구성이 드러나는 반전인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현대물에서도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이 계속 나온다는게 놀라울 뿐입니다. 베르호벤이 말발을 대하는 태도 등을 통해 소설 속 인물들과 실존 인물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디테일도 아주 절묘했어요.

그러나 설정과 이러한 놀라운 반전 서술 트릭을 제외하고는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추리"라는 것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 탓입니다. 결국 범인이 기자 필리프 뷔송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건 순전히 우연에 불과하니까요. 발랑제르 교수와 통화하다가 우연히 얻은 정보가 없었다면 영원히 알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최소한 아내가 죽을 때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우연까지 예상해서 범인이 모든 것을 안배한 것처럼 전개되고 있다는 건 전혀 합리적이지가 않죠. 범인이 무슨 신도 아니고....

이러한 우연, 그리고 범인의 안배를 제외하고는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한 베르호벤과 동료들의 수사는 모두 헛수고일 뿐이라 정말 명수사관이 맞는지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범인이 유명한 추리소설들을 모방하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설정도 재미는 있고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충분하지만, 이러한 범행을 통해서 범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전혀 설명되지 않고요. 아니 설명되기는 하는데 작중 정신과 의사인 크레스트 박사의 말 - 사실은 미친 게 아니다 -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독자가 범인의 편지 등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 - 제대로 미친 놈이다 -가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더군요.

작중 등장했던 괜찮았던 착안점, 즉 왜 "레들로" 사건은 실제로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는데 다른 사건들은 프랑스에서 재현했는지? 에 대해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등 떡밥 회수가 부실한 것도 문제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소설다운 장황한 묘사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갓 태어난 아기까지 참살한 필요 이상의 잔인한 묘사, 유명 화가인 어머니의 임신 중 흡연으로 키가 145cm에 불과하다는 베르호벤의 설정과 그에 따른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베르호벤 설정은 과합니다. 키가 작다고 해서 대단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도 아니며 작품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는 부분도 없거든요. 그나마 덜 기형적인 툴르즈 로트렉의 창백한 복사판 운운하는 묘사처럼 독특한 캐릭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일 뿐입니다. 그냥 얄팍한 캐릭터 만들기에 불과한거지요. 장님이지만 작품에서는 특징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던 맥스 캐러도스가 연상되었습니다. 부하인 루이가 부유하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에요.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캐릭터들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 주는 것은 좋지만, 이러한 만화 같은 설정이 과연 작품에 필요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 애호가를 위한 설정에 더해 읽는 재미도 괜찮고, 독특한 반전의 가치는 높습니다. 하지만 추리 소설로의 완성도는 그냥저냥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베르호벤 시리즈는 이어지고 이 작품과도 연계성이 있다고 하니 후속작도 읽어는 봐야겠네요.

2007/06/28

추리소설의 논리 - 토마 나르스작 / 김중현 : 별점 1.5점

추리소설의 논리
토마 나르스작 지음, 김중현 옮김/예림기획

추리소설 "악마같은 여자"의 공동저자 중 한명인 토마 나르스작의 추리소설 이론서입니다. 

추리소설 애호가는 물론이고 추리소설을 창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합니다.
이론서라면 쉽게 연상되는 단지 딱딱한 이론 전개 및 나열에 그치지 않고, 고전 추리소설 황금기의 저자와 작품들에서 다양한 사례를 선정하여 다양한 추리소설의 구조와 요소들을 풍부한 지식과 사례로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선정한 작가와 작품은 오스틴 프리먼, 체스터튼, 딕슨 카, 크리스티, 엘러리 퀸 등으로 저자의 이론을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작가와 작품들이라 즐길거리가 많아요. 거의 국내에 번역된 작품과 작가들이라 친숙하며, 이미 읽었던 작품들에서 논리적인 분석을 통해 다양한 요소들을 설명해 주는게 참 재미있거든요. 이러한 요소들이 추리소설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쓰이는지에 대한 분석은 작가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 생각되고요.

그러나 아쉽게도 번역이 엄청나게 별로라는 심각한 문제 탓에 책의 가치는 심각할 정도로 낮습니다. 문맥도 제대로 맞지 않고, 책의 원제와 저자까지 틀리는 오류가 많아서 짜증날 정도니까요. 원서의 가치는 정말 좋았을텐데,  국내의 허술한 번역 때문에 책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별점도 1점 이하 수준입니다만, 가치를 생각해 1.5점 줍니다.
출판사의 의지가 있다면 한번 손을 더 본 뒤 개정판으로 다시 내어주었으면 하네요. 물론 저같은 기존 구입자에게는 무료로 교환을...^^;;

2022/10/03

긴장감 넘치는 줄다리기는 참을 수 없다! 법정 추리 소설의 고전 걸작들.

* 이전 소개드렸던 honto의 북트리 서비스에서 추천하는 법정 추리 소설들


법정 추리 소설의 고전 걸작들을 소개해드립니다. 1950~60년대 작품들이지만, 검찰측과 변호측이 증인을 서로 심문하며 진실은 어디에 있는지, 피고인은 무죄인지 유죄인지를 다투는 긴박감, 관계자들을 둘러 싼 복잡한 인간관계 등 작품의 핵심 매력들은 시대가 지났어도 전혀 퇴색되지 않았습니다. 읽을 가치가 충분한 명작들이니, 한 번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사건>> 오오카 쇼헤이 (국내 미출간)
19세 소년이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건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법정에서 조금씩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일본의 재판 제도와 절차가 상세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치밀한 르포르타쥬로 보이기도 하는, 읽을만한 법정 추리 소설.

<<파계 재판>> 다카기 아키미쓰
일본 법정 추리 소설의 원점이라고 불리우는 걸작. 전편에 걸쳐 법정 장면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으로, 피고의 무죄를 믿는 변호사와 검사가 엮어내는 진검승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조금씩 수수께끼가 밝혀지면서, 여러 복선이 회수되어 클라이막스로 이르는 과정은 꼭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

<<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외국 추리 소설 번역가로서 활약했던 저자의 데뷔작. 애거서 크리스티의 <<검찰측 증인>>을 의식하여 쓰여졌으며, 다카기 아키미쓰도 절찬했다는 법정 추리 소설. 과연 변호인 측 증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50년 전에 쓰여졌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교묘한 복선과 트릭은 지금 읽어도 선명하게 그 가치를 내뿜는다.

<<검찰측 증인>> 애거서 크리스티
남편이 살인 혐의로 재판받는 법정에 증인으로 서게 된 아내. 그 곳에서 아내는 뜻밖의 증언을 하기 시작한다.
원래 희곡으로 쓰여진 작품답게 전편이 대화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으로 마치 연극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도 전해준다. 숨쉴틈없이 휘몰아치며 결말로 향하는 진행으로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걸작.

<<유다의 창>> 카터 딕슨
'밀실의 거장'으로 유명하지만 법정 추리 소설도 집필하고 있었던 저자가 밀실물과 법정 추리 소설을 결합하여 만든 작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피고의 무죄 판결을 위해 헨리 메리베일 경이 파헤치는 진실은 무엇인지? 재판을 통해 상세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가설을 내놓고, 이를 입증해 나가는 과정이 훌륭하게 묘사된 본격물.

2020/02/22

추리소설 속 트릭의 비밀 - 에도가와 란포 / 박현석 : 별점 2.5점

추리소설 속 트릭의 비밀 - 6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박현석 옮김/현인

일본의 추리 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의 전설적인 에세이입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드디어 출간되었네요. 오래 전 부터 존재를 알고 있던 책이기도 하고, 저 역시도 추리 소설(요리 중심이지만)에 관련된 에세이를 출간한 경험이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구입해 읽었습니다.

책은 1956년에 출간되었으며, 주로 1950년대 "환영성" 등 이런저런 잡지들에 기고했던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구성입니다. 1953년, 에도가와 란포가 영미 탐정소설에서 예전부터 사용되던 트릭을 800여개 수집하여 쓴 "유형별 트릭 집성"이라는 글이 유래이며, 이 글로부터 여러가지 에세이들이 파생되어 이런저런 잡지들에 수록되었다고 하네요.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서 ―이 책의 탄생과정
1. 기발한 착상
2. 뜻밖의 범인
3. 흉기로써의 얼음
4. 특이한 흉기
5. 밀실 트릭
6. 은닉 방법에 관한 트릭
7. 프로버빌리티의 범죄
8. 얼굴 없는 시체
9. 변신 소망
10. 이상한 범죄동기
11. 탐정소설에 나타난 범죄심리
12. 암호기법의 종류
13. 마술과 탐정소설
14. 메이지의 지문 소설
15. 원시 법의학서와 탐정소설
16. 스릴에 대해서

각 주제별로, 에도가와 란포가 직접 이런저런 소설의 예를 충실히 들어가며 설명해 줍니다. 책의 특성 상 당연히 핵심 트릭이 까발려지고요. 노리즈키 린타로"나쁜 놈들은 추리 작가가 피를 토하는 노력 끝에 고안한 트릭을 쏙 빼다가 미스터리 가이드북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는 녀석들이지. 이쯤 되면 기생충 수준이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기생충같은 책인거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지금은 읽기 힘든, 오래전 잊혀진 작품들이거나 우리가 접하기 힘든 일본 고전들, 아니면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 많다는 것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자신의 작품 이야기도 많이 소개된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면죄부를 줄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또 미스터리 가이드에서처럼 어떤 작품에서 어떤 트릭이 쓰였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좀 두루뭉실, 애매하게 소개하고 있거든요. 뭐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그리고 거장이 쓴 책 답게, 단순히 트릭을 분류하여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본인 스스로의 분석을 통해 깊이있는 식견을 보이는 글도 많아요. 마지막 16장인 "스릴에 대해서"가 좋은 예입니다. 스릴의 종류를 상세히 분류하여 이를 단계별로 설명하는 내용인데, 실로 이치에 맞고 설명도 적합하여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을 예로 드는 것도 아주 좋았고요.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글들도 제법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처음 발표된 시점에서 60여년 이상 지난 탓이 가장 큽니다. 대표적인 예는 "이상한 범죄 동기"에서 결코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없었던 "대통령의 미스터리"를 길게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 책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일본에는 거의 읽어본 사람이 없는 책이라 특별히 소개했던 모양인데, 지금 상황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암호 기법의 종류"도 마찬가지로, 지금 읽기에는 다른 비슷한 책에 비하면 내용이 굉장히 부실한 편이에요. 메이지 시대 지문을 증거로 삼는 소설이 처음 등장했다는 역사적 사실만 소개하는 "메이지의 지문 소설"도 시대에 걸맞지 않은 이야기였고요.

아울러 하나의 트릭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서술 트릭이 빠져 있는 등, 현대적인 작품 속 최신 트릭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었더라도, 출판사나 후대의 작가가 증보판을 출간하는 선택지는 없었을까요? 제가 가끔 읽는 'oo의 지구사' 시리즈에 주영하 씨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수록한 글처럼, 다른 작가가 부록 형식으로 뒤에 최신 트렌드를 덧붙이는건 얼마든지 가능했을텐데 말이지요.

그 외에도 책의 완성도, 모양새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고 도판도 부실합니다. 또 책 속에서 소개된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출간되었다면 무슨 제목으로, 어디에서 출간되었는지를 따로 소개해 주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했어요. 어차피 추리 소설의 애호가들만 구입할 이런 류의 책에서는 필수적인 정보인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나름의 가치는 분명하나 여러모로 지금 읽기에는 낡은 결과물입니다. 책의 완성도도 부족하고요. 추리 소설의 대단한 애호가가 아니라면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추리 소설 애호가시라면 즐길 거리가 제법 되는 만큼, 한 번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가 되었건, 누군가가 21세기에 걸맞게 내용을 수정하고 덧붙여 개정증보판 형식으로 재출간해 주면 더욱 좋겠습니다.

2020/02/21

미스터리는 풀렸다! - 박광규 : 별점 2.5점

미스터리는 풀렸다! - 6점
박광규 지음, 어희경 그림/눌민

주간 경향에 연재되었던,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이셨던 박광규씨의 컬럼을 모은 책으로 추리 소설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연재 당시에 대부분 읽은 터라 별도의 단행본을 구입할 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헌책방에 올라와있기에 구입했습니다.

사실 저도 추리 소설이라면 남 못지 않게 읽은 탓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웹 사이트가 아니라 책으로 진득하게 읽으니 이전에 놓쳤던 세세한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클라이브 커슬러의 시리즈 주인공 더크 피트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생환하는지, "스트라이크 살인"탐정역이었던 프로야구 선수 하비는 후속작에서 아예 사립탐정으로 전직했다던지, 제닛 에바노비치기리노 나쓰오가 원래는 로맨스 소설 작가였다던지, 요코미조 세이시는 편집자 시절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을 빌린 대필 작품을 발표했다던지, 체스터튼은 194cm에 135kg의 거구였다던지 등 시시콜콜하면서도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들은 다시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전해주고요. 펠레, 나브라틸로바, 찰스 바클리가 추리 소설을 발표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읽기는 어려울겁니다. 공저라고는 합니다만.
다카키 아키미쓰"문신 살인사건"을 쓰게 된 이유가 점술사의 권유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심지어 점술사가 대가에게 원고를 보내라고 해서 에도가와 란포에게 보낸 뒤 출간과 성공이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보면, 점이라는게 그냥 미신으로 치부할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시시콜콜한 추리소설 관련 뒷 이야기 외에도 '헌사'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와 소설 속 화폐가치를 현재 가치로 치환하여 알려주고, 추리 소설 속에 등장했던 동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제목이 바뀐 작품들의 이유를 알려주는 등의 좋은 분석 자료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추리 소설 정보서에서 보기 드물게 국내 작품 소개가 많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저도 꽤나 애호가라고 생각하지만 황세연이 1998년 발표한 단편 "떠도는 시체"같은 작품은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요. 박광규씨의 내공의 깊이, 그리고 연륜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요.

또 이런 류의 책이라면 빠질 수 없는, 읽지 않고 잘 몰랐던 작품들 소개도 빼어납니다. 무엇보다도 스포일러 등 핵심 정보 공개를 최소화하면서 작품을 소개하는 솜씨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핵심 내용이 빠진채 소개되는 작품들도, 그 정도의 소개만으로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니까요. 스티븐 킹의 "죽음의 지대", 딘 쿤츠의 "어둠의 소리", 구라치 준의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등은 꼭 찾아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소개 이후 진상이 너무나 궁금하니까요. 히가시노 게이고"백은의 잭"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줄거리 요약은 저도 배우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일단은 작품들이 고르게 소개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겠죠. 소개되는 작품은 1차대전 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의 황금시대 (골든에이지)와 1990년대 후반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추리 소설 강국이기는 하지만 비중만 놓고 보면 영, 미에 비하기 어려운 일본 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점도 같은 이유로 문제고요.

억지스럽게 가져다 붙인 소재들도 약간은 거슬렸습니다. 무주택자 탐정을 소개하면서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의 지장 스님을 예로 드는게 대표적입니다. 행각승이 집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특이한 캐릭터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에 따른게 아니라, 단지 직업 탓에 집이 없는걸 특이하다고 설명하는건 억지죠. 예로 든 바와 같이 진짜 집이 없는 주인공은 잭 리처 정도면 족했습니다.
노리즈키 린타로가 요리를 즐긴다는 것도 딱히 와 닿는 설명은 아니었습니다. 이 역시 "수수께끼가 있는 아침 식사"처럼 요리가 직업인 탐정을 예로 드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정말 큰 문제인데 연재 때에는 풍성했던 여러가지 자료 도판이 전무하다는건 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유명 작가들의 아들, 딸 관련 글에서 작가들 가족 사진같은건 꽤 인상적이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저처럼 연재 당시에 이미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또 읽어보실 필요는 없지만,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가볍게 읽을거리로 추천드립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즐길거리가 많은건 분명하니까요.

2021/02/24

추리소설 쓰는 법 - 미국추리소설작가협회/보성사 : 별점 2.5점

추리소설 쓰는 법 - 6점 미국추리소설작가협회/보성사

미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발표한 추리소설 작법서. 다른 작법서들처럼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알려주지 않는게 특징입니다.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법, 플롯을 구성하는 법, 스토리 구성법 등 추리 소설을 쓰는데 중요한 요소들을 뽑아 놓기는 했지만, 이를 어떤 원칙에 따라서 소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 추리 작가 협회 작가들이 각자 한 꼭지 씩 맡아서, 각자 자신만의 방식을 풀어놓는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즉, 원칙대로의 작법서라기 보다는 유명 작가의 비법(?)을 엿볼 수는 있는 일종의 족보 (?)에 가깝습니다. 

프레드릭 브라운, 존 D 맥도널드, 렉스 스타우트, 그레고리 맥도널드, 스텐리 엘린, 헬렌 매클로이, 에드워드 D 호크 등 우리나라에도 그 이름이 익히 알려진 유명 작가들이 쓴 각자의 비법을 읽는건 확실히 재미있더군요. 추리 소설을 쓰기위한 요소 외의 정보들도 유용했고요. 작가들에게 보낸 앙케이트 결과를 소개하는 '왜 쓰는가?', '언제 어떤 식으로 집필하는가?'에 대한 내용들과 투고하는 요령 등이 기억에 남네요.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법'이 있습니다. 로스 맥도널드는 겉으로 보이는 사물을 뒤집어 보는 것부터 플롯을 발전시킨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D 호크는 우연히 생각난 제목에서 스토리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로버트 L 피쉬는 트릭을 떠올리는게 가장 중요하며, 장편은 기상천외한 상황 설정에서 시작한다는데 과연 본격작가답습니다. 미리암 알렌 데포드는 신문 스크랩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는데 무척 공감되었습니다. 이외에는 독특한 인물이나 꿈, 배경 설정, 결말, 중심 테마 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가장 놀랐던건 존 볼의 '24시간 노동', 즉 항상 생각한다는 건데, 과연 유명한 '버질 팁스'의 창조자답습니다! 버질 팁스 시리즈가 정식 출간되면 좋겠네요. 

그리고 프레드릭 브라운이 플롯 구성법에 대해 짤막하게 쓴 글도 인상적입니다. '금붕어'라는 단어 하나에서 시작해서 플롯을 짜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어에서 시작해서 등장인물, 테마, 사건, 배경 등을 차츰 덧붙여 발전시키는 방법인데, 거장답게 깔끔하면서도 재미있는 설명이 돋보였어요.
폴린 블룸이 알려주는, 쓰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결말을 알고 난 뒤 중심부 플롯을 만들라는 스토리 구성법도 유용해 보였습니다. 특히 강조한 '대립'을 스텐리 엘린의 "배반"을 예로 들어 설명해 준 것도 좋았어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짧은 작품 속에 열 개가 넘는 극적 대립이 드러나 있다는게 놀랍더라고요. 이를 위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른건 접어두고 "이 아이디어로부터 등장인물을 심각한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팁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직면할 만한 대립이 무엇이며, 뭐가 장애요소인지를 떠올리고 이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해 보라고 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데이나 라이온 역시 스토리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는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사례로 나온건 아니지만, 얼마 전 읽었던 "숙명"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형사가 대기업 사장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사건이 어린 시절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정신 지체 여성의 죽음및 어린 시절 라이벌과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게 된다."가 되겠네요. 음... 이대로는 영 재미는 없어 보입니다만.... 

서두는 이야기를 결말까지 고려하고, 어떤 효과를 자아내는지 생각하고 그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에드거 앨런 포의 지적에는 감탄했습니다. 거장은 문장 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는 법이지요.

어떤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게 좋은지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생각, 대화는 액션과 마찬가지라는 그레고리 맥도널드의 설명과 작가들이 각자 소개해주는 여러가지 퇴고 및 수정 방법들도 앞으로 창작 작업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 외 시리즈물과 단발물 (스탠드 얼론)의 차이점과 장, 단점에 대한 설명과 왓슨역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등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에 대해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던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1987년 출간된 버젼인데 번역이 정말 엉망이었어요. 지금은 쓰지 않는 용어도 많았고요.

또 이미 30년도 전에 출간된 책이니만큼,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내용들도 제법 됩니다. 아울러 플롯을 짜는 법 등 소설을 쓰는 기본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꼭 '추리 소설'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는, 다른 번역도 좋고 완성도 높은 작법서를 읽는게 나을겁니다. 애써 구해 읽으실만한 책은 아니에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12/19

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 - 마틴 에드워즈 / 성소희 : 별점 2.5점

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 - 6점 마틴 에드워즈 지음, 성소희 옮김/시그마북스

영국 국립 도서관에서 발간한 고전 범죄소설 시리즈를 읽을 때 참고할 안내서입니다. 1901년에서 1950년 사이에 출간된 소설 중 범죄 소설에 초점을 맞춰 모두 102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시기별, 장르별, 특징별로 상세하게 범주를 구분하고, 범주별로 왜 그 작품을 선정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덕분에 소개된 작품만 읽어도, 고전 추리, 범죄 소설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황금기를 지나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통 고전 본격물'을 일컫는, 이른바 '페어플레이 미스터리'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면 저자는 1차대전 이후 전쟁에 지친 대중이 현실 도피와 함께 흥미진진한 게임을 원했기 때문에 이 분야가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점점 소설 속 탐정과 지혜를 겨루는 작품이 많아졌으며, 그 결과 오락거리로 즐기는 가벼운 문학의 새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이른바 범죄 소설의 '황금기'가 바로 이 시기인겁니다. 복잡한 퍼즐, 이야기 속 단서 삽입, 독자를 현혹시키는 여러가지 장치들을 선보이기 위해 장편 형식이 유행하게 된 것도 필연이었고요. 

또 불가능 범죄 미스터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단편 형식이 가장 잘 맞는다는 주장도 기억에 남습니다. 독자가 불신을 유예하는 시간, 즉 사실주의에 입각한 비판을 멈춰놓는 시간이 짧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 저 역시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리뷰를 쓸 때는 "생각해보니 억지스럽고 작위적이었다'고는 해도, 최소한 읽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할 틈 없이 두뇌 게임만을 온전히 즐기려면 이야기가 길면 안 되겠지요.

이런 추리소설 통사적인 측면 말고도, 작품별 소개글도 수준이 높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진짜 흥미를 자아내는 선까지만 알려주는, 스포일러가 전혀 없는 내용 요약도 일품이며 소개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도 충실히 수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상화 버젼에 대한 정보가 아주 디테일해요. 영화는 물론, TV 시리즈까지 모두 소개하고 있으며, 심지어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움직이는 장난감 가게"에서, 통제 불능 상태의 로터리와 마주치는 두 번째 추격 장면은 히치콕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각색한 영화에 활용했다는 이야기까지 소개될 정도니까요. 

비슷하거나 영향을 받은 작품에 대한 소개 역시 그 방대함과 깊이가 남다른 수준이며 그 외 여러가지 토막 정보들도 충실합니다. 바로네스 오르치의 "미스 엘리엇 사건"은 1915년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 남극 탐험을 떠날 때 챙겨갔던 책이었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가 1979년, "독 초콜릿 사건" 재판본 서문을 쓰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일곱 번째 방법을 발표했다, 우드소프의 1932년 데뷔작 "사립학교 살인사건"은 1934년 미국 사립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과 소름끼칠 정도로 닮아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들 처럼요. 1931년 발표되었던 에블린 엘더의 "흑백 살인"은 주인공 샘 호더가 그린 그림이, 프랜시스 비딩의 1935년 작 "노리치의 피해자들"에서는 용의자들 사진이 중요 단서로 사용되었다는 등의 추리 소설 관련된 아이디어가 이미 20세기 초엽에 정립되었다는 정보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추리, 범죄 소설 분야에 대한 방대하면서 해박한 지식에는 감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추리 소설가들이 작품을 썼던 의도들도 볼만했던 정보입니다. A.E.W 메이슨이 "독화살의 집"을 쓸 때 목표로 했던 건, 미스터리가 모두 해결된 후 추가 설명해야 하는 내용을 가능한 없애겠다는 것처럼요. 페어플레이 추리 소설의 초창기 표본인 "밤중에"를 쓴 고렐 경의 목표는 모든 필수적인 정보를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하며, 고렐 경의 이 작품에서 건물 평면도, 지도 등이 처음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A.A. 밀튼은 추리 소설은 이해하기 쉬운 말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탐정이 독자보다 특별한 지식을 더 많이 알고 있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는데, 과연 곰돌이 푸를 쓴 작가답습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마이클 이네스의 말이었습니다. 그는 "추리 소설은 어쨌거나 순전한 오락물이니 독자를 당황하게 할 뿐만 아니라 즐겁게 해 주겠다는 야망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는데 정말이지 맞는 말입니다! 빅터 로렌조 화이트처치가 "다이애나 웅덩이의 범죄"를 쓸 때, 본인 스스로 왜 범죄가 일어났고 누가 범인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창작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자 뿐 아니라 작가조차도 의미를 모르는 단서들을 살펴보며 수사를 하고 글을 썼다는 건데, 발상이 참 독특했어요.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안내서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내에 따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국내 소개된 작품이 턱없이 부족한 탓입니다. 총 102편 중 국내 소개된 작품은 아래의 29편에 불과합니다. 절판된 책도 포함한 것으로, 실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은 그보다도 훨씬 적을 거에요. 이래서야 이 책을 읽는 의미가 많이 퇴색할 수 밖에 없지요.

  1. "배스커빌 가의 사냥개" - 아서 코난 도일
  2. "네 명의 의인" - 에드거 월리스
  3. "브라운 신부의 순진" - G.K. 체스터턴
  4. "오시리스의 눈" - R. 오스틴 프리먼
  5. "하숙인" - 마리 벨록 로운즈
  6.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 - 어니스트 브래머
  7. "트렌트 마지막 사건" - E.C. 벤틀리
  8. "통" -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9. "붉은 저택의 비밀" - A.A. 밀른
  10.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11. "증인이 너무 많다" - 도로시 L. 세이어즈
  12. "독 초콜릿 사건" - 앤서니 버클리
  13. "목사관 살인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14.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15.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 이든 필포츠
  16. "녹색은 위험"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7. "시행착오" - 앤서니 버클리
  18. "완벽한 살인사건" - 크리스토퍼 부시
  19. "ABC 살인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20. "막다른 사건 부서" - 로이 비커스
  21. "살의" - 프랜시스 아일즈
  22.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 조세핀 테이
  23. "데인 가의 저주" - 대실 해밋
  24. "재앙의 거리" - 엘러리 퀸
  25. "붉은 오른손" -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26. "열차 안의 낯선 자들"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27. "수상한 라트비아인" - 조르주 심농
  28.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 - H. 부스토스 도메크
  29. "야수는 죽어야 한다" - 니콜라스 블레이크

자유 추리문고에서 출간된 "포튠을 불러라"는 이 책에서 소개한 "포춘 씨, 부탁입니다"와는 다른 단편집으로 생각됩니다. 언급되고 있는 "작은 집"이라는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나 그 외 수록작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정식으로 소개된 걸로 치지는 않겠습니다. 게다가 저는 소개된 작품은 한 3~4권 빼고 전부 읽었기에, 별 의미없는 소개였던 셈입니다. 

추리 소설 역사에 대한 자료적 가치는 높지만, 이런 이유로 감점하여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4/12/09

파리인간 - 한스 올라브 랄룸 / 손화수 : 별점 2.5점

파리인간 - 6점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책에이름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저항하는 군인으로 활약했고, 전후 고위 관직도 역임했던 하랄 올레센이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수사 총 책임자로 임명된건 콜비외른 크리스티안센 경감이었다. 경감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랑나르 보르크만 교수는 경감에게 자신의 딸 파트리시아로부터 조언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녀의 뛰어난 추리력을 알아챈 크리스티안센은 그녀와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서는데...

노르웨이 작가의 추리소설. 원래 북유럽 쪽 추리소설은 취향이 아닌데 평이 굉장히 좋았기에 읽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제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우선, 정통 본격물 느낌이라는게 의외였습니다. 북유럽 추리소설이라서 "웃는 경관"이나 발란더 시리즈와 같은 묵직한 수사물이 아니면 요 네스뵈로 대표되는 스릴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첫 사건인 하랄 올레센 살인사건에 사용된 밀실 트릭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대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시대 배경이 1968년이라 비교적 고전적인 추리가 사건 수사에 동원될 여지가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게 범인이 가짜 범인을 조작하는 과정이 등장한 점도 고전 정통 본격물 스타일이라 할 수 있으며, 여러 증언들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진상까지 끌고 가는 전개도 잘 짜여져 있습니다.

이러한 고전적 추리 스타일에 더하여 전쟁영웅인 줄로만 알았던 하랄 올레센의 과거가 아파트 거주민들을 통해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도 흥미진진합니다. 2차대전 중 국경지대 안내인이 자기 방어를 위해 두 명의 유대인 부부를 사살한 후 무죄 판결을 받았던 펠드만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데, 역사학자라는 작가의 특징이 잘 발휘된 셈입니다. 안데르손에게 듣는 하랄과 디어풋의 목숨을 건 탈출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가 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는 등 디테일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탐정역의 천재 소녀 파트리시아도 특이했습니다. 발로 뛰는 형사와 장애가 있어 칩거하는 천재 조합은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 설정이면서 링컨 라임 시리즈와 똑같아서 아주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추리 소설을 백여 권 읽은 추리 소설 매니아라는 설정만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추리 소설 애호가라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네요. 처음 만났을 때 책상에 놓인 책 중 한 권은 스텐리 엘린의 작품이라는 디테일도 돋보였습니다(1968년은 "발렌타인의 유산"이 발표된 해이기도 하죠). 그냥 설정으로 끝내는게 아니라 매니아답게 여러 가지 추리 소설을 응용하며 대화를 펼치는 점도 좋았어요. 아이 울음소리를 불평한 주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며 셜록 홈즈를 흉내 내는 식으로요. 중반부에 공소시효가 끝난 뒤 벌어진 동일한 범죄를 다룬 조르주 심농의 작품을 언급한 것도 기억에 남는데, 무슨 작품일까 궁금해집니다. 물론 추리소설 백여 권 읽은 걸로는 매니아계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라 생각되기는 합니다만...

그러나 작가의 데뷔작이기 때문일까요? 아쉬운 부분도 많이 보입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정통 추리물의 스타일을 따르고는 있지만 실제 추리적으로는 그렇게 잘 짜여져 있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인물들이 하랄과 엮여 있다는 인간 관계는 작위적이며, 주요 인물들의 증언이 거의 모두 거짓이기 때문에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도 못합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밀실 트릭도 반 다인의 작품 등에서 이미 선보였던 고전적인 트릭에 지나지 않아 참신함이 부족해요. 레코드판이 아니라 테이프를 사용하는 정도만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수준도 유치하고요. 마지막에 모든 주요 인물들 앞에서 펼치는 추리쇼라는 작위적 설정까지 고전적 스타일을 답습했어야 했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또 비록 이십여 년이 지났지만 사진까지 있는데 디어풋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한다는건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범인이 원래 계획대로 자살을 위장한 완전범죄를 벌이지 않은 이유도 모르겠고요. 총도 새로 구해왔으니 모든 준비가 끝난 것 아닌가요?

그 외에도, 사라의 미모와 크리스티안과의 불륜은 지나치게 과하게 묘사된 듯 싶었어요. 할리퀸 로맨스 성인버전을 읽는 기분이었으니 말 다했죠. 휠체어에 앉아있던 장애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 역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출연했던 수작 스릴러 "서스피션" 등 여러 작품에서 숱하게 등장했던 것이라 진부했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데뷔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추리적인 완성도가 미흡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읽히는 재미만큼은 충분하므로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1/10/21

일본의 탐정소설 - 이토 히데오 / 유재진 외 : 별점 3점

일본의 탐정소설 - 6점
이토 히데오 지음, 유재진 외 옮김/문

메이지 시대 구로이와 루이코로 대표되는 다양한 번안소설과 실화소설, 다이쇼 시대 영화 지고마의 인기로 촉발된 모험·탐정 활극의 유행, 그리고 잡지 신청년을 중심으로 한 창작 단편들, 마지막으로 쇼와 전기의 에도가와 란포와 오구리 무시타로의 번안·창작 소설까지—추리 강국 일본의 초기 추리소설 역사를 시대별 대표 작가와 작품을 통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저처럼 일본 추리소설을 애호하는 독자나 다이쇼·쇼와 시대 자료가 필요한 창작자에게는 반드시 구입해야 할 책이긴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 애호가에게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가장 큰 이유는 각 시대별 대표작의 줄거리 요약이 지나치게 간략하고 건조해서 읽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존했던 탈옥의 명수를 소재로 한 "실화소설 탈옥수 후지쿠라", 타이완의 광산 조사를 배경으로 한 "광산의 마왕", 메이지 시대를 풍미한 모험소설 작가 오시카와 슌로의 "전기소설 은산왕", 마에다 쇼잔의 "뒤쫓는 그림자",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요시카와 에이지의 "에도 삼국지" 등 흥미로워 보이는 작품이 다수 소개되지만, 정작 본문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원작 자체가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좀 더 보기 좋고 읽기 쉽게 각색했더라면 자료적 가치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까지 더할 수 있었을 텐데요.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이 엄밀한 의미의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탐정소설'—즉, 정교한 트릭보다는 모험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자료적 가치가 크다는 점은 분명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단,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평가이며, 일본 추리소설의 깊은 애호가가 아니거나 근대를 무대로 한 창작물을 준비하는 분이 아니라면 다소 흥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참고해 주세요.

2019/11/16

추리 소설 30선

출처 : MLB park

영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위부터 100위까지 작품과 미국추리작가협회 선정 1위부터 100위 작품들, 그리고 일본 미스테리 독자 선정 서양 추리소설 1위부터 100위에 뽑힌 작품들 순위를 기본으로, 여기에 추리소설 평론에 있어 가장 권위를 갖는 평론가들인 데이비드 레먼, 하워드 헤이크래프트, 줄리언 시먼스, H.R.F. 키팅이 뽑은 100대 추리소설과 미국 독립서점협회에서 선정한 100대 추리소설 리스트를 보완해서 뽑은 역사상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추리소설 30편 순위라고 합니다.
저도 MWA 추천 베스트 미스터리 100 이라던가, 일본의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베스트 100의 해외편 등을 관심깊게 보아 왔는데, 고전 중심으로 추리 소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친숙하고, 국내 소개된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 리스트라 생각합니다. 

너무 오래되어 지금 읽기에는 큰 재미나 가치를 느낄 수 없는 작품들이 일부 있고, 어떤 작품은 순위와 선정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대체로 평균 이상의 좋은 작품들이거든요. 특히나 고전과 역사적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추리 소설 입문자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 합니다.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리뷰가 있는 작품은 링크가 걸려 있으며, 리뷰는 없지만 읽었던 작품은 붉은색,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은 회색입니다. "레베카"와 "유리 열쇠"부터 빨리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 2020/02/01 "유리 열쇠" 링크 추가
* 2020/08.30 "레베카" 링크 추가
* 2020/12/31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링크 추가
* 2022/11/27 "로그 메일" 링크 추가

30. 유리 열쇠 (대실 해밋)

29. 붉은 수확 (대실 해밋)

28.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27.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26.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2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24. 광고하는 살인 (도로시 세이어즈)

23.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22.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지)

21. 트렌트 최후의 사건 (E C 벤틀리)

20.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세이어즈)

19. 대학제의 밤 (도로시 세이어즈)

18. 39계단 (존 버컨)

17.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16.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15. 실종당시 복장은 (힐러리 워)

14. 바스커빌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13. 디미트리오스의 관 (가면) (에릭 엠블러)

12.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셔 크리스티)

10. 빅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9. 월장석 (윌키 콜린즈)

8.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7. 레베카 (다프네 듀 모리에)

6.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제임스 케인)

5.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4. 말타의 매 (대실 해밋)

3. 애크로이드 살인 (애거셔 크리스티)

2. 셜록 홈즈 단편집 (아서 코난 도일)

1.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017/08/1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 - 대중서사장르연구회, 박유희 외 : 별점 3점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 - 6점
대중서사장르연구회.박유희 외 지음/이론과실천

한국 영화, 소설, 드라마 등의 매체에 등장했던 추리물의 역사에 대해 개략적으로 정리하여 알려주는 인문학, 문화사 서적입니다. 

"아랑 전설"에서 밀양 부사가 빨간 깃대를 흔들고 가는 아랑에 대해 꿈꾼 후, 범인이 '朱旗'라는 사람임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암행어사 박문수 설화에서 '한각사중계월침, 붕월반월원무심'이라는 점 글귀의 뜻 풀이 같은 것이 소개되는 등, 고전 설화와 각종 야담, 역사서 등에 등장했던 추리 서사부터 소개하고 있기에 그 양과 깊이가 실로 방대합니다.

근대적인 추리 소설, 즉 '정탐 소설'이 처음 등장한 "쌍옥적" 이후의 자료는 더욱 풍부합니다. 처음 알게 된 건 "쌍옥적" 시기에 발표되었던 "박쥐우산"이라는 작품입니다. "르루주 사건"을 번안한 "누구의 죄"를 표절한 느낌이지만, 소개를 보니 범행 동기와 범인 설정을 당시 국내 실정에 잘 맞도록 나름 개선, 발전시킨 부분이 있는 덕분에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근대 초기에 셜록 홈즈와 같은 정통파 추리물이 아니라 '에밀 가보리오'의 프랑스 소설이 유독 인기를 끌었다는 점도 꽤나 흥미로왔고요.

아울러 근대에 추리 소설이 번안되어 소개되면서 이른바 '탐정 소설'이 높은 수준의 독서력을 가진 독자들이 읽는 지적인 작품으로 어필했다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추리 소설이 항상 싸구려 문학의 대명사로 알려진 80년대 이후를 살아온 저에게는 이해가 안되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독서라는 취미 자체가 어느정도 지적 수준이 있는 계층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을테고, 그 중에서 추리 소설은 트릭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지식이 뒷받침 된 이해력이 필요하니까요. 근대에는 그러한 독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었겠지요.
이렇게 초창기 추리문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아주 괜찮은 듯 싶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정탐', '탐정'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던 당대 분위기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어요. 인용되는 자료들을 보니 각종 신문 기사 헤드라인에서 이 단어들을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더군요.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대구에 사는 한 소년이 10세 아동을 납치 살해한 후 협박장을 보냈다는 기사가 대표적이에요. 범행도 충격적이지만 이 소년이 '탐정소설만 매일 탐독'했다고 소개되거든요. 이렇게 탐정소설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상식이 널리 퍼지게 되는 것이죠. 가슴아프게도 이러한 부정적 인식, 앞서 말씀드린 물질 문명에 대한 부분, 거기에 '그로(그로테스크)'로 대표되는 새로운 유행의 결합 등으로 한국 추리 문학이 서서히 선정성, 엽기성이 강조된 싸구려 펄프 픽션화하는 과정이 해방 이후 현대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아울러 지적인 영역, 논리적 추론과 과학적 수사 외에도 서구 물질 문명의 유혹 역시 지식인들을 끌어당기는 요소였다고 하는데, 이 역시 후대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지적인 영역이 아니라 물질 문명에 대한 부분만 확대, 발전해 버린 탓입니다.

그래도 저도 익히 알고 있는, "최후의 증인"이라는 기적으로 대표되는 김성종 시대에서 현재(이 책이 발표된 2010년 기준)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마지막 부분 덕분에 아직 한국 추리 문학에 희망이 있구나!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들어 줍니다. 한국 추리문학의 미래로 "경성탐정록"이 소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경성탐정록"이야 말로 한국 현대 추리문학이 이룬 놀라운 성취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선정성, 엽기성이 사라지고 정통 추리 서사에 기반한 본격물이라는 점에서, 원점에 회귀한다는 측면은 분명히 있죠. 이를 '일제 강점기'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추리문학의 역사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하고요(반은 농담인거 아시죠?).

"경성탐정록" 외에도 고전에서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는 추리 문학 발전 와중에 등장한 수많은 작품이 소개되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일제강점기 후반 친일 문학의 홍수 속에서도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추리 서사를 보여주는 김동인의 "수평선 너머로", 친일 문학이기에 다시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사면에서는 흥미로와 보이는 김내성의 "태풍", 해방 후 추리 문학계의 1인자였다는 방인근의 작품들(그 중에서도 사립탐정 장비호 시리즈), 허문영의 번개 탐정 시리즈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방인근, 허문영의 작품들은 소개만 보아도 앞서 말씀드린 펄프 픽션들에 다름없기에 구태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인근 작품들에 등장하는 해방 이후 주요 설정들 - 일본인이 해방 후 강제로 쫓겨가며 챙기지 못했던 재산을 되찾으려고 한다던가, 국가 혼란기에 국보를 훔친다던가 등등 - 은 한번 연구해 보고 싶어집니다.

이러한 추리 문학 뿐 아니라 추리 문학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흐름 및 주요 작품의 소개 또한 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이 역시 읽어볼만 합니다. 007 시리즈의 여러 모방작들 등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거든요. 스파이물, 액션 스릴러, 느와르 등 다루는 폭도 넓고요. 제가 관심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놓치시기 힘들 내용들이었어요.

그런데 소개되는 작품들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은건 단점입니다. 기껏 흥미를 자아내는데, 정작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으니 답답할 수 밖에 없지요. 지금 구하기 쉬운 작품들도 아니니까요. 도판도 부실한 편이고요.

그래도 얻은 것이 훨씬 많은 독서였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3만원이라는 가격도 마음에 들고요. "조선의 탐정을 탐정하다"가 식민지 시대 추리 문학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다루는 폭과 기간이 훨씬 넓다는 차이가 있기에 비교해 읽는 재미도 괜찮습니다. 읽기 전에는 내가 아무리 추리 애호가지만 이런 것 까지 찾아서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이 정도면 모든 추리 문학, 장르 애호가분들께 권해드릴 만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1/01/23

추리 소설 1,0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 "빙설의 살인"에서부터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21년 1월 23일 오늘 "주석 달린 셜록 홈즈 6"으로 드디어 1,000번째 리뷰를 채웠습니다! 추리 소설 1,000권을 읽고 리뷰를 쓰는게 이 블로그 개설 당시부터 목표였었는데, 2003년 2월에 개설했으니 약 17년, 6,258일만에 목표를 달성했네요. 900번째 리뷰였던 2019년 8월 4일 "조용한 무더위"로부터는 1년 5개월, 17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이전보다 무려 9개월이나 단축되었는데, 작년 리뷰 결산에서 말씀드렸듯 코로나 사태 탓입니다.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1,000개의 추리소설 리뷰를 쓰는 동안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리뷰는 쓰면 쓸 수록 힘들고, 최근 방문자 수도 급감한데다가 이글루스 에디터 동작도 엉망이고, 도서 리뷰는 글을 올려도 제대로 노출도 안되는 등 블로그 운영에 대해 이전과 같은 의욕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2,000개의 추리 소설 리뷰를 향해 달려 봐야죠.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힘 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찾아주시고, 관심과 댓글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이제는 블로그 이름인 "추리소설 1000권 읽기! hansang's world"도 바꿔야겠네요. "추리 소설 천 권 이상 읽은, hansang의 리뷰 세계"가 어떨가 싶은데, 다음 리뷰 올릴 때 까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림은 11년 전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 특히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추리소설 900번째 리뷰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