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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

미스터리는 풀렸다! - 박광규 : 별점 2.5점

미스터리는 풀렸다! - 6점
박광규 지음, 어희경 그림/눌민

주간 경향에 연재되었던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이셨던 박광규씨의 컬럼을 모은 책. 추리 소설 관련된 이아기들을 여러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연재 당시에 재미있게 읽었었죠. 당시 대부분 읽은 터라 별도의 단행본을 구입할 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헌책방에 올라와있기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추리 소설이라면 남 못지 않게 읽은 탓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웹 사이트가 아니라 책으로 진득하게 읽으니 이전에 놓쳤던 세세한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클라이브 커슬러의 시리즈 주인공 더크 피트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생환하는지, <<스트라이크 살인>>의 탐정역이었던 프로야구 선수 하비는 후속작에서 아예 사립탐정으로 전직했다던지, 제닛 에바노비치와 기리노 나쓰오가 원래는 로맨스 소설 작가였다던지, 요코미조 세이시는 편집자 시절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을 빌린 대필 작품을 발표했다던지, 체스터튼은 194cm에 135kg의 거구였다던지 등 시시콜콜하면서도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들은 다시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전해주고요. 펠레, 나브라틸로바, 찰스 바클리가 추리 소설을 발표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다른 책에서 읽기는 어려울겁니다. 공저라고는 합니다만.
다카키 아키미쓰가 <<문신 살인사건>>을 쓰게 된 이유가 점술사의 권유였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심지어 점술사가 대가에게 원고를 보내라고 해서 에도가와 란포에게 보낸 뒤 출간과 성공이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보면, 점이라는게 그냥 미신으로 치부할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시시콜콜한 추리소설 관련 뒷 이야기 외에도 '헌사'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와 소설 속 화폐가치를 현재 가치로 치환하여 알려주고, 추리 소설 속에 등장했던 동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제목이 바뀐 작품들의 이유를 알려주는 등의 좋은 분석 자료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추리 소설 정보서에서 보기 드물게 국내 작품 소개가 많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저도 꽤나 애호가라고 생각하지만 황세연이 1998년 발표한 단편 <<떠도는 시체>>같은 작품은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요. 박광규씨의 내공의 깊이, 그리고 연륜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요.

또 이런 류의 책이라면 빠질 수 없는, 읽지 않고 잘 몰랐던 작품들 소개도 빼어납니다. 무엇보다도 스포일러 등 핵심 정보 공개를 최소화하면서 작품을 소개하는 솜씨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핵심 내용이 빠진채 소개되는 작품들도, 그 정도의 소개만으로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니까요. 스티븐 킹의 <<죽음의 지대>>, 딘 쿤츠의 <<어둠의 소리>>, 구라치 준의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등은 꼭 찾아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소개 이후 진상이 너무나 궁금하니까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은의 잭>>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줄거리 요약은 저도 배우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분명합니다. 일단은 작품들이 고르게 소개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겠죠. 소개되는 작품은 1차대전 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의 황금시대 (골든에이지)와 1990년대 후반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추리 소설 강국이기는 하지만 비중만 놓고 보면 영, 미에 비하기 어려운 일본 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점도 같은 이유로 문제고요.
억지스럽게 가져다 붙인 소재들도 약간은 거슬렸습니다. 무주택자 탐정을 소개하면서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의 지장 스님을 예로 드는게 대표적입니다. 행각승이 집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특이한 캐릭터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에 따른게 아니라, 단지 직업 탓에 집이 없는걸 특이하다고 설명하는건 억지죠. 예로 든 바와 같이 진짜 집이 없는 주인공은 잭 리처 정도면 족했습니다. 노리즈키 린타로가 요리를 즐긴다는 것도 딱히 와 닿는 설명은 아니었고요. 이 역시 <<수수께끼가 있는 아침 식사>>처럼 요리가 직업인 탐정을 예로 드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정말 큰 문제인데 연재 때에는 풍성했던 여러가지 자료 도판이 전무하다는건 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유명 작가들의 아들, 딸 관련 글에서 작가들 가족 사진같은건 꽤 인상적이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완벽하지는 않지만 즐길거리가 많은건 분명합니다. 저처럼 연재 당시에 이미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또 읽어보실 필요는 없지만,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가볍게 읽을거리로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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