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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9

광고로 보는 근대문화사 - 김병희 : 별점 2점

광고로 보는 근대문화사 - 4점
김병희 지음/살림

살림 지식 총서 501. 제목 그대로 근대 신문 광고 분석을 통해 당시 문화를 조망해 본다는 취지의 문화사미시사 서적입니다.

살림 지식 총서치고는 두꺼운, 14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도 좋지만 다방 광고를 통해 당시 (1911년) 다방에서는 소라와 전복까지 팔았다는 소소한 정보를 비롯하여, 미술관이나 도장 가게의 광고는 현재와 사뭇 다르기도 하면서도, 시대상과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습니다. 권번 기생 연합이 봉사료를 신문에 광고로 개제한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당시에는 기생이 당당한 직업이었다는 뜻이니까요. 또 신문 광고를 통한 사기극 역시 흥미로왔습니다. 10원을 투자하면 월 100원을 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30전을 보내면 알려주마!라는 광고로 이런 사기의 전형적인 모습이지요. 과연 얼마나 현혹되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순수한 처녀의 피 (?)'라는 놀라운 카피의 포트 와인 광고나 콘돔 광고 등도 인상적이었으며, 미국 의학박사로 한국에 와서 간호사 양유식과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의 죽음 후 순애보를 이어갔다는 '어을 빈'의 이야기는 더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도판과 출처, 번역도 꼼꼼하여 자료적 가치도 높고요.

그러나 이렇게 광고를 기반으로 문화를 조망한다는 취지의 다른 책들에 비해 더 나은 점이 많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의견이 많이 개입된 탓이 큽니다. 그것도 당대 문화에 대한 의견보다는 현대 세태 등에 대한 개인 의견들이 많아요. 이래서야 책 취지에는 영 걸맞지 않지요. 뒤로 가면 갈 수록 이러한 개인 의견 추가가 많아지는데, 특히나 해방 이후가 심합니다. 고려교향악단 정기연주회 광고를 통해 타악기의 결정적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원자력 책 광고를 소개하면서 지금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논한다는 식으로요. 이래서야 역사서보다는 에세이에 가깝겠죠.
그 외에도 어머니와 아이의 일러스트를 크게 선 보인 광고를 소개하며, 지금의 '미니미 룩' 같다는 언급은 억지스러웠으며 저자의 말장난같은 글도 지나칩니다.

또 다른 유사 도서들과는 다르게 디자인에 포커스를 맞춘다던가, 재미있는 카피나 광고 문구에 주목하는건 좋지만, 이러한 내용이 별다른 카테고리 분류없이 단순 시대 흐름대로 두서없이 등장하는 건 아쉬웠어요. 차라리 '재미있는 광고 문구들', '시대를 앞서간 디자인' 등과 같이 명확히 주제 구분을 해 주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정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살림 지식 총서 대부분이 이 정도 수준에 그치는데, 앞으로는 구해 읽어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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