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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2

그림엽서로 본 일본 근대 - 도미타 쇼지 / 유재연 : 별점 3점

그림엽서로 본 일본 근대 - 6점
도미타 쇼지 지음, 유재연 옮김/논형

1년여 전, <<호텔>>이라는 미시사 서적으로 접했던 도미타 쇼지의 또다른 미시사 서적. 제목 그대로 메이지~다이쇼~쇼와 시대 일본의 그림 엽서들을 통하여 당대의 이슈, 인물, 유행과 명소 등을 조망하고 있는 책입니다. 각 소재별 그림엽서 도판과 해당 그림 엽서에 보여지는 장면에 대한 소개가 한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론과 이런저런 대표 그림 엽서들을 컬러로 수록한 초반부를 지나, 본격적인 첫 페이지는 1853년, 가에이 6년의 페리 제독 내항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뒤 내용들은 실제 시간 흐름과 동일한 연대순으로 소개되는데, 역사적 사건보다는 인력거 제조와 영업 허가, 신식 우편제도의 시작, 오사카에 설치된 조폐료, 육군성과 해군성 발족, 철도 개통, 군복을 입은 천황 등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생활 밀착형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많이 소개되는 것은 여러가지 새로운 건축물들입니다. 전작에서도 소개했던 호텔들은 물론이고 신식 다리, 각종 정부 기관 건물이나 역사, 박물관과 조선소, 세관 등 주요 건물은 거의 빠짐없이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대 보기 힘들었던 '최첨단' 건물이 그림 엽서로 사용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겠죠. 유명 명승지 사진이 수록된 관광 안내 책자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한 페이지씩 넘겨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모두 일본의 건물이고 역사이기는 하나 친숙한 지명이나 장소, 건물 등이 간혹 등장하며, 이에 대한 정보들 역시 꽤 흥미로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금도 피서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가 피서지로 발전하게 된 건, 캐나다 출신의 선교사 알렉산더 C.쇼와 영어 교사 제임스 M. 딕슨이 방문한게 계기라는 이야기 같은 것이요. 가루이자와가 피서지로 적합하다 생각한 쇼가 가루이자와에 별장을 갖춘 교회를 지은 뒤 외국인들에게 가루이자와를 널리 알려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메이지 시대인 1900년대 초기의 긴자 거리와 아사쿠사의 풍경,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유원지 하나야시키의 개장 모습 등도 지금과 비교해 보면 재미있는 자료들이고요.
그 외 다양한 박람회라던가, 라디오 방송의 시작과 같은 사회 뉴스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는 오페라 가수 후지와라 요시에, '아래향'으로 유명했던 일본계 가수 리코란 (이향란)의 엽서도 흥미로운 정보들이었고요. 사할린과 대만, 조선과 같은 당시 일본 식민지에 관련된 엽서도 많지는 않지만 충실히 수록된 편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신문물이나 유행 관련된 엽서가 대부분이지만, 도고 헤이하치로나 히로세 중좌와 같은 전쟁 영웅들과 러일 전쟁 관련 엽서들, 다양한 개선문에 관련된 엽서들, 만주 점령 당시의 엽서 등 극우화되며 전쟁으로 치닫는 일본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엽서들을 통해 당시 분위기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메이지, 다이쇼 천황의 사망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엽서들에서는 천황의 신격화도 잘 알 수 있었고요. 그 외에도 도판이 풍부하며, 글의 양도 많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 위주, 재미 위주가 아니라면 그렇게 큰 자료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본과 그 주변국의 근대 시대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이 없다면 크게 찾아볼 필요는 없는 책이죠. 저는 이 시기에 항상 흥미를 가지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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