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의 지구사 - 콜린 테일러 센 지음, 강경이 옮김, 주영하 감수/휴머니스트 |
<지구사>>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식문화 역사 시리즈 중 한 권. 이 전에 시리즈 중 세 권을 읽고 리뷰를 남겼었죠. (위스키, 치즈, 피자) 책은 예쁘게 잘 만들어져 있는데, 내용은 크게 인상적이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시리즈는 손대지 않고 있던 차에, 얼마전 읽었던 <<카레라이스의 모험>>을 읽고 급작스럽게 땡겨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었던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습니다. 커리에 대한 역사는 물론, 세계화된 과정과 세계속 커리 요리들, 그리고 커리의 현재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동안 항상 궁금했었던, '커리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채소와 고기를 기름에 볶은 매콤한 카릴 혹은 카리라는 남부 인도 요리가 영어로 '커리'로 변형되고, 이 말이 일반적인 인도 요리를 가르키는 말로 굳어지게 된 것입니다. 중국 요리를 서양에서 '찹 수이'라고 퉁쳐 말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인 셈이죠.
그리고 원래 인도 아대륙에는 강황, 생강, 카마린드, 인도산 후추라는 자생 향신료가 있었는데, 인도 상인들이 다양한 국가와 교역을 하면서 온갖 외국 요리들이 인도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그 뒤 포르투칼과 영국 등의 침략, 식민지 운영을 통해 서양 요리가 인도 요리, 재료와 결합되며 18세기 말에는 영국인들에게 '커리'라는 말과 요리가 일반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커리의 오랜 세월을 거친 발전 과정도 상세하게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인도 뿐 아니라 인도인들이나 다른 교역을 통해 커리가 전파된 이웃 국가들의 커리 요리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습니다. 영국은 물론, 미국이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식민지 운영 국가는 물론 카리브 해, 모리셔스, 스리랑카, 피지 및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커리가 어떻게 전파되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요리들의 명칭과 상세한 소개는 물론, 유명 요리의 경우 간략한 레시피까지 수록되어 이해를 도와주는데요, 미국 남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리 중 하나라는 영국식 인도 음식 컨트리 캡틴 치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수록된 '리델 박사의 컨티리 캡틴 치킨' 레시피는 1849년 출간된 서적에서 인용된 것인데, 현대 커리 레시피와 별로 다르지 않더군요. 양파를 채 썰어 버터에 갈색이 될 때 까지 볶다가 잘게 썬 닭고기와 소금, 커리 가루를 뿌리고 볶은 후 수프를 부어 끓이면 됩니다.
상세한 설명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아요. '탄두리 치킨'이 파키스탄 난민 쿤단 랄 구즈랄에 의해 만들어진지 고작 70여년 밖에 되지 않은 레시피라는 것입니다! 버터 치킨 역시 쿤단 랄 구즈랄이 만들었다니 그리 오래 된 요리가 아닌건 마찬가지고요. 탄두리 화덕의 역사와 함께 하는 오래된 레시피라 생각했는데 의외였어요.
마지막에 수록된, 주영하 님이 쓴 한국 커리의 역사도 자료적 가치가 무척 높습니다. 일본인들에 의해 20세기 초반 전파된 후, 1930년대 이후는 일반화되었고 해방 이후 1960~70년대에는 이미 직장인들의 주된 점심 메뉴로 자리잡았으며, 같은 시기에 인스턴트 카레가 발매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과정이 도판과 함께 충실히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 시리즈답게 판형과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풀 컬러로 수록된 도판과 각종 자료도 아주 좋은 편이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과연, 카레왕이 추천할 만 합니다. 카레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카레라이스의 모험 - 모리에다 다카시 / 박성민 : 별점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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