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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4)

[고화질] 만화가 야식연구소 - 6점
무라타 유스케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아이실드 21>>로 일세를 풍미했고, 지금은 <<원펀맨>>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만화가 무라타 유스케가 직접 만들어 먹는 야식을 소개하는 작품. 만화가 생활을 하면서 밤 늦게 사러갈 시간도 없고, 배달도 안될 때 빠르게 만들어 먹던 야식들에 대해 트위터에 소개한게 계기가 되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고 하네요.

등장하는 레시피들은 구태여 이렇게 소개해야 하나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유튜브 외 이런저런 매체에서 흔히 보는 간단 레시피들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또 손이 제법 많이 가는 튀김류나 제과제빵 류의 레시피는 취지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였고요.

그러나 한 편당 5~6페이지 분량으로 레시피 중심의 짤막한 소개가 전부인데도 불구하고, 기승전결이 나름 완벽해서 읽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구성과 전개에서 왜 인기 작가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할머니와의 추억을 그린 양배추 롤 에피소드라던가, 오래 전 불법 체류하던 태국인 이웃의 이야기, 보온기를 쓴 라면 조리처럼 상, 하편으로 이어지는 좀 긴 호흡의 이야기들도 당연히 좋았고요.
레시피도 두부 한 모 (200g)를 으깨어 녹말가루 약 60g 정도를 잘 섞은 뒤 랩을 씌워 전자렌지에 총 4분을 데워 만드는 두부떡같은, 따라해 볼만한 것들도 제법 수록되어 있습니다. 삿포로 소금 라면에 두유를 넣어 만든다는 '두유 라면' 같은 독특한 음식의 등장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별점은 3점. 대단한 걸작은 아니지만 읽는 재미와 함께, 쉬운 레시피 전달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 있습니다. 


[고화질] 콘다 테루의 합법 레시피(단행본) 01 - 2점
우마다 이스케/시프트코믹스

고등학생 야쿠자 콘다 테루가 조직 생활과 학교 생활을 병행하며 접하는 이런저런 사건들을 요리로 해결하거나 해소한다는 내용.

요리의 맛을 야쿠자와 관련된 상황으로 비유하여 소개하는 장면 (예를 들면 너무 맛있어서 마음을 빼앗기는걸 경찰에 체포되는 식으로 묘사하는 등), 콘다와 관련된 상황을 주변 사람들이 오해하는 (야쿠자인걸 몰라서) 몇몇 장면만 조금 재미있을 뿐, 그 외에는 건질게 하나 없는 졸작입니다.소개되는 에피소드들 모두 억지스러우며, 캐릭터의 현실성이 전무한 탓이에요. 고등학생이면서 능력있는 야쿠자,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 따뜻한 인물이라는건 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용납이 안 되는 수준이지요.
등장하는 요리들이 에피소드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으며, 작화도 마음에 들지 않아 1권 이후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별점은 1점. 개인적으로는 야쿠자를 미화하는 작품은 지구상에서 사라졌으면 합니다.


[고화질세트] 행복한 밥 (총4권/완결) - 6점
UNOME Santa/서울문화사/DCW

대사 한 마디 없이 그림만으로 짤막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독특한 작품. 조금은 팍팍한 일상을 그리고 있는 것도 특징으로 1권을 예로 들자면 직장에서 혹사당하는 이혼 중년남,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고향 내려갈 여비도 없는 OL, 젊은 나이에 머리가 벗겨져 여자에게 인기 없는 독신남,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전직 식당 주인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이들이 대사는 없지만 음식 하나로 위안을 얻는 과정이 잘 그려지고 있지요. 음식도 당연히 대단한게 아닙니다. 라면과 고향에서 보내준 감자와 밑반찬, 풋콩에 맥주, 돈가스 덮밥 등입니다.
그림도 순박하면서도 정성이 듬뿍 담겨 이야기와 잘 어울립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학교 선생 이야기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듯 하지만 부인 몫의 젓가락이 없는 장면처럼 이야기 뒤에 짤막하게 등장하는 에필로그에서 소개되는 디테일들도 마음에 들고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몇 명의 등장인물들이 반복해 등장하는 것도 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러나 포맷과 전개가 길게는 끌어갈 수 없었던건 분명합니다. 후속권이 되면 될 수록 좀 지루해지거든요. 주된 이야기들은 대체로 가족 간의 정, 근면하고 열심히 사는 소박한 삶을 다루고 있어서 비슷비슷한 탓입니다. 변주를 주기 위한 이야기도 있지만 70대 후반 할아버지가 돈가스 푸드 파이팅에 도전한다는 <<돈가스 카레>>나 은혜갚기 위해 베를 짜는 학을 방치하고 노부부가 모듬 전골을 먹는다는 <<모듬 전골>> 같은 당황스러운 내용은 등장하지 않으니만 못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빼고 3권 분량으로 발표하는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최근 보기드문 착한 만화, 순박한 만화라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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