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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9

타르트 타탱의 꿈 - 곤도 후미에 / 문기업 : 별점 2.5점

타르트 타탱의 꿈 - 6점
곤도 후미에 지음, RYO 그림, 문기업 옮김/영상출판미디어(주)

비스트로 <파 말>은 미후네 셰프와 요리사 시무라, 소믈리에 가네코 씨와 갸르송인 다카쓰키 도모유키 4명만으로 운영되는, 카운터 일곱 석, 테이블이 다섯 개 뿐인 상점가의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투박하고 소박하지만 맛있는 요리를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내 놓아 인기가 많은 가게. 이 곳에 온 손님들이 이런저런 경험담, 과거 일화를 이야기할 때, 무뚝뚝한 미후네 셰프는 항상 그만의 추리로 손님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곤도 후미에의 프렌치 비스트로를 무대로 한 일상계 미스터리 연작 단편집.
저자 곤도 후미에의 일상계는 이전에 <<샤를로트의 우울>>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딱히 좋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디테일한 묘사와 반득이는 재치는 느껴졌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프렌치 비스트로를 무대로 여러가지 요리들이 주요 소재라는 점에서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이라는 추리 소설과 요리에 대한 책을 쓴 작가라면 읽어봐야 할 것 같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특정 가게의 주인이나 능력있는 종업원이 방문한 손님들의 수수께끼를 해결해 준다는 일상계 추리물은 정말 수도 없이 많습니다. 가게도 서점헌책방사진관중고매장이나 골동잡화점과 같은 독특한 가게도 있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술집이나 음식점입니다. 아무래도 주인과 손님과의 대화가 다른 가게들보다는 더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일겁니다. 화과자점니혼슈 바 등 그 종류도 다양하고요. 이 중 어떤 작품은 음식보다는 손님이 가져온 수수께끼가 중심인데 반해, 이 작품은 프렌치 비스토로라는 장소와 요리의 특징을 살린 이야기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몇 이야기는 아이디어도 돋보였고요.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좋은 수준이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또 <파 말>의 손님들은 주인에게 고민거리를 이야기하지 못해 안달난 것 처럼 보이는 작위적인 전개도 거슬리고요. 추리를 시작하기 전에 고민거리가 있는 손님들에게 셰프 특제 뱅쇼를 서비스하는 단계 역시 폼은 나지만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뻔한 캐릭터도 감점 요소에요.

그래도 이 정도면 다음 권도 찾아서 읽어볼 만한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가벼운 일상계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쯤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타르트 타탱의 꿈>>
다카라즈카 연극 배우인 나쓰미, 아니 구시모토 씨가 니시다 씨와 결혼한 뒤 연기를 그만둔다고 하자, 그녀의 팬이었던 여자아이는 앙심을 품는다. 마침 약혼자 니시다 씨가 프랑스 요리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 요리 학원에 다니던 여자 아이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나쓰미가 만들었다고 하고 대접할 것을 제안하고, 이를 나쓰미는 기쁜 마음으로 승낙한다. 그러나 이는 함정으로, 여자 아이는 니시다 몫의 전채 주키니와 게 갈레트에 날달걀 껍데기를 갈아 넣고 만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표제작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제목 그대로 타르트 타탱으로, 미후네 셰프는 배탈이 났다는 손님 니시다 씨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먹은 타르트 타탱이 이상하다는걸 간파하고 진상을 추리해냅니다. 이상한건 오븐에서 구워지던 타르트 타탱의 캐러멜색이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추리와 전개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범인인 소녀를 바로 잡아온 것도 작위적이지만, 핵심 단서인 캐러멜리제 된 타르트 타탱의 오븐에서 보인게 저는 그리 이상하다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니시다씨가 다 구워져서 먹기 직전인 상태를 봤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 구시모토 씨가 향신료 강한 음식을 싫어한다는 복선이 등장하기는 하나, 니시다 씨와 확실하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게 절대적이지 않았으리라는 점도 아쉬웠어요. 곧 결혼할 연인과 둘만 나누어 먹는 식사에서는 얼마든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지나치게 프렌치 비스트로를 염두에 둔 작위적인 이야기입니다.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로뇽 드 보의 결의>>
편식이 심한 가스야 씨는 <파 말>의 골칫덩이 손님. 그는 항상 똑같은 미녀와 함께 찾아와 온갖 투정을 부려 셰프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느날 셰프가 만든 특선 요리에 감탄하고, 그 모습을 본 동행했던 미녀 오케타니 유리코는 따로 시간을 내어 미후네 셰프를 만나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가스야 씨와 불륜 관계인데, 아내와 맞서 싸울 용기를 얻었다고. 이유는 그의 아내 요리는 정말로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재료를 맛있게 하려는 고민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기에 유리코는 아내가 가스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후네 셰프는 이를 반박하고, 얼마 뒤 사랑에 실패하여 찾아온 유리코에게 자신이 생각한 진상을 들려준다.


가스야씨의 극단적인 편식부터가 작위적이지만, 가스야 씨가 맛없는 아내의 요리를 먹는게 사랑이라는 진상도 납득하기 어려웠던 작품. 사랑한다면 영양소가 풍부한 맛있는 요리를 해 주면 되잖아요? 하다못해 먹을 수 있는 재료에서나마 많은 영양소를 얻었으면 하고 바랬다면 말이죠. 양파나 토란을 물에 담근다고 영양소가 유의미할 정도로 빠질 것 같지도 않고요.
게다가 불륜녀가 자신의 불륜과 결심을 비스트로 셰프에게 이야기 한다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여러모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이 단편집의 워스트였습니다.

<<갈레트 데 루아의 비밀>>
크리스마스날, 요리사 시무라의 부인인 샹송 가수 아사미의 공연이 취소되자 <파 말>의 셰프 미후네는 자신의 가게에서 공연할 것을 부탁한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영업 후 관계자들만 모여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갖는다. 미후네 셰프가 신 메뉴로 개발한 갈레트 드 루아를 내 놓자, 아사미는 예전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에 있었던 미스터리를 풀어 놓는다.

오래전, 시무라가 만들었던 갈레트 데 루아 속 페브(도자기 인형)가 사라진 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 이야기.
아사미를 마음에 들어한 티에리로부터 그녀를 지켜내기 위해 시무라가 페브가 자신이나 그녀에게 가도록 케이크를 구워낸 뒤, 자기가 당첨되자 몰래 먹어버렸다는게 진상입니다. 파티에 참석했던 파트리스, 파트리스의 여자 친구인 주디, 시무라에게 티에리가 페브 당첨 시 테이블 아래 쪽으로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죠. 당첨되면 그날의 왕이 될 수 있어서 티에린 그 기회를 이용해 아사미와의 사랑을 성사시키려 한 것입니다.

그러나 유일한 단서는 갈레트 데 루아가 '못 생겼다'는 것 순으로, 이 정도로 추리를 이끌어내는건 좀 과장되었다 생각되네요. 또 오븐의 쟁반을 기울여 놓아서 페브가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아몬드 크림이 한쪽으로 쏠려서 그쪽이 조금 부풀어 있었을 거라는데, 이를 몸수색까지 감행한 모든 파티 참석자들이 무심히 넘겼다는 것도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고요. 마지막으로 '도자기 인형'을 삼키는게 과연 가능했을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파티와 특별한 케이크라는 주제는 좋고, 사랑 이야기에 해피 엔딩이기까지 하니 마음은 푸근해지네요. 젊은 청춘이라면 사랑을 위해서 도자기 인형정도 소화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최소한 전작들보다는 나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오소 이라티를 둘러싼 불화>>
손님 와키타가 이틀 연속 <파 말>을 찾아온다. 그는 아내가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갔다고 한탄한다. 이유를 물어보지만, 잼 한 통을 지인에게 준 것 밖에는 모르겠다는 와키타에게 미후네 셰프는 한 번 더 가게를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다시 <파 말>을 찾은 와키타에게 바스크 지방의 요리들을 대접한 후, 마지막으로 프로마쥬 서비스 단계에서 하드 치즈 한 개만을 내어 놓는다. 그것은 바스크 지방의 양젖 치즈 브르비였다. 그리고 미후네 셰프는 브르비에 검은 체리 잼을 발라 먹는 방법을 알려주며, 와키타 씨의 부인이 가출한 이유를 알려준다.

이전 부부가 가게를 방문했을 때에도, 부인의 말을 와키타 씨는 제대로 경청하지 않았으며 잼 역시 이야기했지만 와키타 씨가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게 추리의 전부인 작품. 그래도 단지 잼 한 통을 선물한 것 때문이 아니라, 과거 와키타가 <파 말>에서 부인과 함께 있을 때 보였던 무관심을 토대로 부인이 실망하여 가출한 이유를 밝혀낸다는 전개는 나쁘지 않아요.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계속 누적된 불만이라는걸 효과적으로 전해주니까요.
잼을 곁들여 먹어야 맛있는 바스크 지방의 양젖 치즈 오소 이라티를 통해 이 과정을 드러내는 방식도 그럴듯했고요.

여러모로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라면 비스트로를 무대로 특정 요리가 활약하는 일상계 추리물로는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불가사의한 술주정뱅이>>
젊은 화과자 가게 주인 하기노 씨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파 말>에서 식사를 즐긴다. 그리고 그들은 학창 시절, 갑자원을 노리고 분투하던 야구부였는데 불미스러운 사고로 출장이 취소되었던 과거를 이야기한다. 당시 말썽꾼이었던 2학년 '야마다'가 합숙소에서 술에 취한 채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철저한 신체 검사 및 소지품 검사, 출입 통제 및 감시로 술을 입수하기가 불가능했었는데 야마다가 술을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방법은 아직까지 알 수 없었다.
미후네 셰프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이틀 뒤 가게를 다시 방문해 줄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틀 뒤 세 명에게 미후네 셰프가 내어 놓은 것은 냉장고에 들어있던 수박이었다.


수박에 구멍을 뚫어 독주를 집어 넣은 뒤 밀봉하고, 이를 배달시켰다는게 진상으로 설득력있는 동기, 그리고 충분히 실현 가능한 트릭이 잘 어우러진 작품.
딱 한가지 아쉬운건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특정 요리가 중요하게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미후네 셰프가 이 트릭에서 영감을 얻어 '술주정뱅이 수박 프루트 샐러드'라는 새로운 디저트를 만들기는 하지만, 정통 프렌치도 아닐 뿐더러, 딱히 새로운 요리로 보이지도 않거든요. 오히려 하기노 씨가 만든다는 '매실주 수박이 들어간 미쓰마메' 가 더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일상계 추리물로는 거의 완벽합니다. 이 단편집에서 거의 유일하게 트릭다운 트릭이 등장한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별점은 3.5점입니다.

<<텅빈 카슐레>>
단골인 편집자 미키모토 씨가 유명 에세이스트 데라카도 고유키 씨와의 식사 예약을 하며, 거위 콩피로 만든 카슐레를 주문한다. 미후네 셰프는 데라카도 고유키 씨가 실연했던 과거를 그린 에세이 <<최악의 카슐레>>를 통해, 그녀가 맛 보았던 최악의 카슐레에 대해 알게 된다. 식사 당일, 셰프는 요리와 함께 5년 전 그녀의 애인 앙리가 준비했던 거위 콩피 카슐레의 진상에 대해 알려준다.
최악의 거위 콩피 요리는, 메인인 푸아그라를 빼 내고 남은 오리로 만든거라 맛이 없었다는게 진상입니다. 앙리는 푸아그라를 이용하여 제대로 고유키 씨 생일을 축하해줄 생각이었던거죠. 우리나라 식이라면, 메인인 생선 요리를 준비할 때 딸려온 서더리로 먼저 매운탕을 끓여 내 놓았다는 식으로 변주할 수 있겠죠?
이렇게 특정 요리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으며, 이야기의 설득력도 높아서 만족스러웠어요. 손님이 고민거리를 자의적으로 털어놓는게 아니라, 고유키 씨의 기묘한 주문과 그 이유를 전해듣고 미후네 셰프가 그녀가 썼던 에세이를 읽어본 뒤 추리를 펼친다는 전개도 설득력있고요.

앙리가 무려 5년 동안 연락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는건 인터넷과 SNS가 널리 활성화 된 작금의 상황에 잘 맞아 떨어지지는 않습니다만, 단점은 사소할 뿐 이 단편집 최고의 단편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나누어지지 않는 초콜릿>>
<파 말>에 방문한 커플이 서로 싸우는 심각한 상황에서, 남자는 <파 말>에서 내 놓은 봉봉 오 쇼콜라가 맛없다고 지적한다. 쇼콜라는 외부에서 구입한 제품으로 실제로 맛이 변해서, 미후네 셰프는 남자의 정체를 궁금해 한다. 그런데 잡지 기사를 통해 그 남자가 최근 유명한 쇼콜라티에 쓰루오카 다다시라는걸 알게된다.
갸르송 다카쓰키 토모유키는 쓰루오카의 가게 <놈브르 프르미에>를 방문하여 셋트 메뉴를 구입해 오고, <파 말> 관계자 모두 맛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리플릿을 통해 특이한 사실을 알게 된다. 세트 메뉴의 구성이 2개, 3개, 5개, 7개......에서 41개로 불규칙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던 것. 요리사 시무라 씨는 이 숫자들이 소수라는걸 알아낸다. 그런데 왜 세트 메뉴를 소수로 구성했을까?

쓰루오카와 싸우던 여자는 그의 동생으로, 암에 걸려 임종을 앞 둔 어머니 병문안을 오빠에게 부탁하고 있지만 거절당해서 울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쓰루오카가 불효막심해서 그런건 아닙니다. 어머니를 사랑한 탓에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던거죠. 이는 세트 메뉴 구성으로 밝혀집니다. 어머니가 쓰루오카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나누어주고 딱 한 개만 남았을 때만 먹었다는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거든요. 즉, 쓰루오카는 어머니가 초콜릿을 꼭 먹을 수 있도록 어떤 숫자로 나누어도 1이 남게끔 소수로 구성한 것입니다.

일단, 소수라는 숫자를 이런 이야기에 활용한건 정말 대단합니다. 제가 여태까지 보았던 일상계와 수학 관련 아이디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 세트 메뉴 구성이 어머니에 대한 쓰루오카의 애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건 대충 이해가 되지만, 정작 당장 병문안을 가지 않는걸 단지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을 것이다'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는건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사랑한다면 중간 과정이야 어쨌건, 만사 젖혀두고 병원으로 달려갔어야 맞는거잖아요?

한마디로 빼어난 아이디어를 이야기가 잘 받쳐주지는 못한 작품이에요.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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