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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더 이퀄라이저 2 (2018) - 안톤 후쿠아 : 별점 2.5점




지난 주말, 코로나 바이러스로 도저히 어디 갈 수가 없어서 넷플릭스로 감상한 영화. 예전에 감상했던 1편이 괜찮았기에 2편도 조금은 늦었지만 찾아보게 되었네요.

1편에서의 사건 때문인지 로버트 맥콜은 더 이상 홈센터에서 일하지 않고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데, 단골 서점 주인의 딸을 구하기 위해 터키 악당들을 물리치고, 마약에 취해 성폭행당한 여성의 복수를 위해 파티 주관자들을 응징하고, 동네 마약 판매상들로부터 이웃 청소년 마일즈를 구해낸다는 이야기들은 세상의 선과 악을 균등하게 만드는 심판자 "더 이퀄라이져" 스럽습니다. 성폭행 파티 참석자들을 응징하고 경찰을 부르면 맥콜이 범인이라는게 쉽게 드러날거라는 문제를 너무 대충 넘기지 않았나 싶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액션도 볼만하고 이야기 하나하나에서 이웃간의 정이 느껴지기도 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영화의 핵심인 과거 정보기관에서 일할 때 친구의 복수를 위해 살인 청부업자가 된 옛 팀원들 모두를 죽이는 복수극과는 잘 어울리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 복수극은 너무 뻔했어요. 과거 잘 나가던 영웅이 은퇴한 뒤, 복수나 다른 모종의 임무를 위해 악을 처단한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니까요. 오히려 로버트 맥콜의 과거를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복수를 위한 수사의 치밀함도 부족해서 유사한 복수극보다도 완성도는 떨어집니다. 범인들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먼저 눌렀다는 정보를 CCTV를 통해 밝혀내는 정도만이 조금 그럴싸 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정작 그 범인들은 사전에 모두 정리되어 버리고요. 맥콜이 진짜 흑막 데이브의 정체를 알아내는건 자신을 습격한 킬러의 휴대폰을 통해서라는 전개는 개연성, 설득력 모두 떨어지는 작위적인 이야기에 불과했어요. 애초에 이럴거라면 뭐하러 킬러를 고용합니까? 자기 정체를 알기 전에 초대해서 몰래 죽이면 되지....
또 이 영화의 매력은 평범한 이웃 노인이자 택시 운전사인 로버트 맥콜이 알고보니 악을 모조리 응징해 버리는 응징자라는 것인데 그런 로버트 맥콜의 캐릭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에요. 복수를 실행할 때의 로버트 맥콜은 인간 흉기 그 자체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전의 동료들이자, 지금은 살인 청부업을 하는 데이브와 팀원들의 최후도 허무합니다. 4명이나 되는 젊은 살인 전문가들이 팀을 짜서 움직이지만 60이 넘은 할아버지에게 반항도 못하고 나가떨어지는걸 보면 한심하기 그지 없어요. 마일즈를 인질로 잡았음에도 잘 써먹지 못하고, 오히려 태풍이라는 자연재해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데이브를 보면 과연 이놈이 프로가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액션도 여전히 화려하고 멋지긴 하지만 전편에서 눈에 띄었던 근접 격투 장면이라던가, 시작 전 시계를 맞추고 특정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등의 특징이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 역시 매력 포인트였는데 말이죠.

물론 이 복수극 와중에서 건질만한 장면이 없는건 아닙니다. 맥콜의 집에 페인트를 칠해주기 위해 방문한 마일즈가 습격한 데이브와 킬러를 피해 비밀 장소에 숨는 장면은 긴장감이 정말로 압도적이더군요. 간만에 쫄깃하게 보았네요.
또 캐릭터의 매력은 무뎌졌지만 맥콜의 카리스마만큼은 여전합니다. 마일즈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집 안을 CCTV 모니터링으로 확인한 뒤 데이브에게 전화를 걸어 "오랫동안 귀가하지 않을 예정이니 화분에 물 좀 줘라"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데이브와 옛 팀원을 만난 자리에서 "너희들 모두를 죽일거다. 내 친구는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한 번 밖에 죽일 수 없는게 유감이다"라고 말하며 데이브 아내를 도와주는 척 하며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나가는 장면은 정말 멋져요. 절대자, 최강자이자 고수의 풍모가 물씬 넘쳐납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전 편보다는 못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흥행 성적을 보아도 3편이 나올 것 같지는 않네요. 동네 소시민의 "더 이퀄라이져" 스러운 이야기들은 마음에 들었던 만큼, 이런 류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TV 시리즈로 나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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