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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도박 눈 - 미야베 미유키 외 / 정태원 : 별점 3점

도박 눈 - 6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태동출판사

카파 노블스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9명의 작가들이 '50'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써 내려간 단편들을 모아 놓은 단편 앤솔로지입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을 장식한 따끈따끈한 신간이죠.

이렇게 여러 작가들이 하나의 키워드로 모인 앤솔로지는 이전에 "Y의 비극" 등을 통해 접해본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래서 9명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어려운, 드림팀이라 부를 만한 저명한 작가들이거나, 어떻게 보면 출판사 기획 도서에 가깝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기대 반, 우려 반이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통 추리 단편이 아니라 작가들이 쓰고 싶은 장르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추리뿐만 아니라 괴담이나 일반적인 드라마까지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거든요.

그러나 '50'이라는 키워드를 작품에 잘 녹여낸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더군요. 아야쓰지 유키토와 미치오 슈스케 작품만이 '50'을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사용했을 뿐, 다른 작품들은 그냥 있으나 없으나 한 설정에 불과하니까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창작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왕 쓴다면 좀 더 작품에 잘 녹아들게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50번째 임무를 수행하면 자유의 몸이 되는 조직의 킬러' 같은 설정이 떠오르네요.)

전체 평균 별점은 반올림해서 3점. 베스트 작품으로는 재미 측면에서는 "도박눈", 추리 요소로는 "여름의 빛" 두 작품을 꼽겠습니다.

수록작별 간략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절단" - 아야쓰지 유키토

화자가 작가 아야쓰지 유키토라는 것도 특이하지만, 생각보다 심리 스릴러와 크리처물에 가까운 작품이라 무척 의외였습니다. '칼질 50번으로 *****의 사체를 50조각 냈다'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범인은 이미 잡힌 상황이며 단지 '왜 51조각이 아니고 50조각인지?'에 대한 의문만을 탐구합니다.

그러나 역시나 명성에 걸맞은 작품이었습니다. *****의 정체를 끝까지 밝히지 않고, 이게 현실인지 정상적인 세계인지도 알 수 없는 비현실성 속에서도 느껴지는 서늘함이 일품이었습니다. '50'이라는 키워드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눈과 금혼식" - 아리스가와 아리스

'작가 아리스' 시리즈로 임상 법의학자 히무라 히데오와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등장하는 단편이며, '50'이라는 키워드는 노부부의 행복한 금혼식을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본격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트릭이 너무나 변변찮고, 추리라고 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어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다도코로 유지의 당일 행적만 경찰이 조사했더라도 금방 해결되었을 사건이라 왜 히무라 히데오가 등장하는지조차 알 수 없거든요. '50' 역시 억지로 끼워 맞춘 설정에 불과합니다. 금혼식이 아니라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어도 무방하니까요.

한마디로 이 앤솔로지의 워스트. 별점은 1.5점입니다.

"50층에서 기다려라" - 오사와 아리마사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가 등장하는 단편으로, 일종의 도시괴담을 이용한 범죄 사기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내용은 약간 뻔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풀어나간 것 같습니다.

다만 제목 그대로 '50층'을 뜻하는 키워드 '50'이 다소 억지로 쓰인 감이 있습니다. 호텔 50층을 임대하는 비용으로 충분히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이 설정을 사용해야 했을까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영국 세필드" - 시마다 소지

작가의 명탐정 미타라이가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추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다룬 진지한 인간 승리 드라마인데, 이외의 다른 작품들이 장르 문학에 속하는 것과 달라서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소재도 흔하고요.

하지만 '역도'라는 스포츠를 활용한 점이 독특했고, 나름 재미도 있었습니다. 키워드 '50'도 약간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적절히 활용된 편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여름의 빛" - 미치오 슈스케

요즘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자주 읽게 되네요. 초등학생이 마을 들개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보다 밝은 분위기에 깔끔한 전개가 돋보이며, 초등학생은 알지 못하는 카메라 용어가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점이 재미를 더했습니다. 왜 미치오 슈스케가 요즘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단편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도박눈" -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물. 정통 괴담에 가깝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간장 도매상 오미야에 찾아온 괴이한 요괴 '도박눈'을 퇴치하는 이야기인데, 에도 시대의 정취가 물씬 풍기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않는 구성력이 뛰어난 덕분입니다. 특히 요괴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끌고 가는 초반부 이후, 마을 신사의 고마이누를 통해 퇴치 방법을 알게 되고 마지막 결말로 향하는 전개가 아주 흥미진진했어요. 이런 유형의 이야기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4점, 이 앤솔로지의 베스트입니다.

"미래의 꽃" - 요코야마 히데오

"종신검시관" 시리즈 단편으로, 병원에 입원한 구라이시 검시관이 협조 요청차 찾아온 경찰이 제공한 자료와 사진만으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단서 제공도 공정하고, 이야기 전개도 설득력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50'이라는 키워드의 사용이 억지스럽다는 단점은 있지만, 시리즈 전체적으로 봤을 때 평균 수준은 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8/06/02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개정판

하우미스터리에 올라온 주간문춘선정 동서미스터리 100! 저도 예전에 소개했던 1986년 리스트의 신규 개정판입니다.

온라인 사이트에는 50개씩만 실려있는 듯 한데 리뷰를 남긴 작품 (링크), 리뷰는 없지만 읽은 작품 (붉은색)을 체크해 보았습니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 출간된 39편 중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은 "도구라 마구라". "흑사관 살인사건"과 얼마전 출간된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그리고 "모방범"과 "죽음의 샘"의 5편을 읽지 않았네요. 해외 작품은 국내 출간 44편 중 "밀레니엄 1", "본 컬렉터", "흥분"의 3편을 빼고는 다 읽어 보았고요. 와 대단하다! 8편만 더 읽으면 일단은 완전정복이니만큼 당분간은 이 리스트부터 정복해봐야 겠습니다. 딕 프랜시스의 "흥분"은 왜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 2013.02.18 수정 "죽음의 샘" 완독
  • 2013.02.24 수정 "흥분" 완독
  • 2013.03.02 수정 "본컬렉터" 완독
  • 2013.03.08 수정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완독
  • 2017.10.16 수정 "하늘을 나는 말" 완독
  • 2018.3.30 수정 "레이디 조커" 1권 완독
  • 2021.1.3 수정 "비숍 살인사건" 완독
  • 2021.5.7 수정 "통" 재독
  • 2023.2.12 수정 "황제의 코담뱃갑" 재독
  • 2024.11.15 수정 "11장의 트럼프" 완독
  • 2025.04.19 수정 "요이 금병매(금병매 살인사건) 완독
  • 2026.02.26 수정 "십각관의 살인" 추가

아울러 이런 류의 리스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긴 했지만 이 리스트는 고전 걸작이 많기에 꽤 괜찮다 생각됩니다. 전부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대부분은 자신있게 권해드릴만 하니 아직 읽지 않으신 작품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1위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2위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3위 점성술 살인 사건, 시마다 소지 

4위 도구라 마구라, 유메노 규사쿠 

5위 화차, 미야베 미유키 

6위 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7위 대 유괴, 덴도 신 

8위 십각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9위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쓰히코 

10위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11위 검은 트렁크, 아유카와 데쓰야 (국내 미출간) 

12위 회귀천 정사, 렌조 미키히코 

13위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14위 흑사관 살인 사건, 오구리 무시타로 

15위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16위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17위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카오루 

18위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19위 불연속 살인 사건, 사카구치 안고 

20위 시계관의 살인, 아야쓰지 유키토 

21위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시마다 소지 

22위 쌍두의 악마, 아리스가와 아리스 

23위 우부메의 여름, 교고쿠 나쓰히코 

24위 이전 동화, 에도가와 란포 

25위 모래 그릇, 마쓰모토 세이초 

26위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27위 외딴 섬 악마, 에도가와 란포 

28위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다카기 아키미쓰 

29위 레이디 조커, 다카무라 카오루 

30위 요이 금병매, 야마다 후타로

31위 기아 해협, 미나가미 쓰토무 (국내 미출간) 

32위 문신 살인 사건, 다카기 아키미쓰 

33위 리라장 사건, 아유카와 데쓰야 

34위 혼란 계략,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5위 음수, 에도가와 란포 

36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37위 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38위 11장의 트럼프, 아와사카 쓰마오 (국내 미출간) 

39위 이누가미 일족, 요코미조 세이시 

40위 상자 속의 실락, 다케모토 겐지 (국내 미출간) 

41위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42위 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43위 아웃, 기리노 나쓰오 

44위 죽음의 샘, 미나가와 히로코

45위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46위 산 고양이의 여름, 후나도 요이치 (국내 미출간) 

47위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후지와라 이오리 

48위 태양 흑점, 야마다 후타로 (국내 미출간) 

49위 무당거미의 이치, 교고쿠 나쓰히코 

50위 불야성, 하세 세이슈

"해외" 

1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위 Y의 비극, 엘러리 퀸 

3위 셜록 홈스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4위 환상의 여인, 윌리엄 아이리시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7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8위 브라운 신부의 동심, G. K. 체스터튼 

9위 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10위 화형 법정, 존 딕슨 카

11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12위 밀레니엄 1, 스티그 라르손 

13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14위 X의 비극, 엘러리 퀸 

15위 소름, 로스 맥도널드 

16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7위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18위 주교 살인 사건, S. S. 반 다인 

18위 독수리 내리다, 잭 히긴스 

20위 독 초콜릿 살인 사건, 앤서니 버클리 콕스 

21위 800만 가지의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22위. 본 컬렉터, 제프리 디버 

23위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24위 제제벨의 죽음,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25위 심야 플러스 원, 개빈 라이얼 

26위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27위 화이트 재즈, 제임스 엘로이 (국내 미출간) 

28위 노란 방의 비밀, 가스통 루르 

29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 

30위 웃는 경관, 셰발과 발뢰 

31위 시행 착오, 앤서니 버클리 콕스 

32위 쉐도우 81, 루시엔 네이험 (국내 미출간) 

33위 통, F. W. 크로포츠 

34위 모르그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35위 흥분, 딕 프랜시스 

36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37위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39위 붉은 수확, 대실 해밋 

39위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40위 경찰 서장, 스튜어트 우즈 (국내 미출간) 

41위 신데렐라의 함정,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42위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43위 크리스마스의 프로스트 경부, R. D. 윙필드 (국내 미출간) 

44위 유다의 창, 존 딕슨 카

45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46위 채찍을 쥔 오른손, 딕 프랜시스 

47위. 버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48위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이든 필포츠 

49위 점핑 제니, 앤서니 버클리 (국내 미출간) 

50위 보이지 않는 그린, 존 토머스 슬라덱 (국내 미출간)

2024/08/02

[번역] 돈돈 다리, 떨어졌다 (4). - 아야츠지 유키토

「돈돈 다리, 떨어지다」의 「문제편」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속으로 살짝 일어난 화를 누르며 U군을 바라보았다. 그는 책장에서 꺼내온 우메즈 가즈오의 만화(『오로치』의 SUNDAY COMICS판, 네 번째 권이다)를 열심히 읽고 있었다.
"아, 다 읽으셨어요?"
내 시선을 느낀 U군은 책을 덮으며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우메즈 가즈오는 몇 번을 읽어도 대단하죠. 저는요, 그를 인생의 스승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환하게 웃으며 그런 말을 했다. 우메즈 가즈오가 대단한 것은 나도 전적으로 인정하는 바지만,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인생의 스승"이라고까지 치켜세우는 그의 천진난만함(이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이 이때의 나에게는 왠지 몹시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는 "스승"의 책을 정중히 옆에 놓으며 "자, 아야츠지 씨"라고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어떻습니까? 설마 벌써, 풀어버리셨나요?"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제한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그렇네요."
U군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30분 정도 남았군요. 그 정도면 괜찮으세요?"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세 번째 세븐스타 담배 포장을 뜯었다. 불을 붙이면서, 지금 느끼는 이 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피해자인 악동의 이름이 "유키토"라는 것 때문인가? 그것도 완전히 관계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빠져서는 안 된다. 상대는 열 살이나 어린 학생이다. 악의가 있을 리는 없고, 어설픈 농담이라 웃으며 관대하게 넘겨야 한다.
불만을 제기하자면 오히려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린타로"와 "타케마루"는 그렇다 치고, 이 M** 마을 주민들의 이름은 대체 무엇인가. "포", "엘러리", "아가사", "올츠이"……. 캠프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도 끔찍하다. "반 다이스케"는 반 다인의 패러디인가? "아사노 요우지"에 "사이토 사카에"——웃기지 않는다. 전혀 웃기지 않는다. 미스터리 매니아의 유치함이라면 듣기 좋겠지만, 읽는 내가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이런 이름짓기는 정말 참아주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이 인물들, 읽다 보면 전혀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구별은 가능하지만, 아무리 '범인 맞추기' 단편이라 해도,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상 조금 더 제대로 된 묘사를 해주었으면 한다. 이럴 바엔 차라리 A, B, C……로 표기하는 것이 깔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동안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결국 나는 이렇게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이 그려지지 않았다!"——맞아, 바로 이것이다.
목구멍까지 나왔던 그 말(인간이 그려지지 않았다고)을 간신히 삼키고,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커피라도 마시며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상대는 열 살이나 어린 아마추어 학생이다. 여기서는 선배답게 그 부분은 눈감아주고, 어쨌든 이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
"자, 그럼."
두 잔의 커피를 테이블에 내놓고, 나는 「문제편」의 원고를 다시 한번 대충 넘겼다. "잘 먹겠습니다"라며 컵에 손을 뻗으면서, U군은 내 표정을 힐끔거리며 살피고 있었다.
"확실히, 자신작이라고 할 만하군. 꽤 어려운 문제야."
라고 말했다. 사실 나의 진심이었다. 사건의 상황은 이른바 '준밀실'이다. 20미터의 공간으로 격리된 '열린 밀실'에서의 불가능 범죄. 설정과 이야기에서 뭔가 장치가 있을 것 같은 냄새가 풍기지만, 초점은 역시 이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20미터의 거리를 극복했는가. 그 트릭을 간파하면 자연스럽게 범인의 정체도 알 수 있는, 그런 타입의 '문제'다. 과연……?
커피를 홀짝이며 잠시 생각한 후, 나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부분부터 파고들어갔다.
"'당했다', '밀쳐졌다', '사……사아……'라는 유키토의 말은, 글 중에 나와 있듯이 '다잉 메시지'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지?"
"네, 그렇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마지막 '사아'는 범인이 누구인지 말하려던 것이라는 거네."
"글쎄요, 그건 어떻게 생각하실지……"
U군은 얼버무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얄미운 얼굴이라 생각하면서 나는 말을 이었다.
"'사'가 머리에 오는 등장인물은, 이 중에서는 사키와 사카에군. 사카에는 성도 사이토지. 설마 그렇게 단순한 건 아니겠지만.——흠. 달려온 사카에의 목소리를 듣고 '사이토 씨'라고 대답하려 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군."
"그렇죠. 하지만, 다잉 메시지라는 건 대부분 보조적인 단서일 뿐이잖아요. 아야츠지 씨의 작품에서도, 항상 그렇지 않나요?"
"뭐, 그렇다고 하면 그렇지. 그럼, 이건 나중에 보기로 하고——"
그리고 나는 일단 정석적인 '소거법'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알리바이 등 데이터를 통해 범위를 좁혀나가는 거야. 먼저, M** 마을 사람들부터——"
범행 시각인 오후 2시 40분에 알리바이가 없는 사람은, 엘러리, 아가사, 올츠이, 카의 네 사람이다. 이 중 카는 중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니까, 당연히 제외된다. 출산을 앞둔 올츠이는 체력적으로 생각해도 다리까지 왕복해야 하는 범행은 무리겠지.
엘러리는 어떤가. 가령 어떤 트릭을 써서 다리 건너편의 유키토를 죽였다고 해도, 그 후 25분 이내——즉 포가 그를 광장에서 본 3시 5분까지——마을로 돌아오려면, 어떻게든 [옆길 B]를 내려와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 ①의 루트를 갈 필요가 있다. 그런데, 파이프 바위에 있던 린타로는 그 시간에 통나무 다리를 건넌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따라서, 엘러리도 범행은 불가능했다는 결론이다.
남은 사람은 아가사뿐이지만, 그녀의 경우 엘러리와 달리 3시 40분까지의 알리바이가 없으므로, ②의 루트를 통해 돌아왔다고 해도 시간적인 모순은 없다. 그러나 한쪽 팔이 없는 그녀가 범행이 가능했는지 생각해보면, 올츠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려야 한다. 어떤 트릭을 썼다 해도, 상대는 20미터의 계곡이니까.
결국 여기서는 네 사람 모두 제외된다. 포가 말하는 X는, 그들 중에는 없는 것이다.
한숨을 쉬며, U군의 반응을 본다. 그는 또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나서 손목시계를 보고,
"10분 남짓 남았습니다."
라고 말했다. 역시 얄미운 얼굴이라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다음은 캠프의 네 사람."
가능한 한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나는 소거법을 계속했다.
요우지와 사키는, 오후 2시 40분 시점의 알리바이는 없지만, 다이스케가 돌아온 2시 50분에는 분명히 캠프에 있었다. 범행 후, 10분 안에 다리에서 돌아올 수는 없다. 다이스케가 다시 돌아온 루트도 20분 걸렸으니까. 예를 들어 [옆길 A]로 꺾어 [지류 B]를 따라 올라왔다면, 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제외해야겠군.
당연히 다이스케에게도 같은 이야기가 적용된다. 2시 40분에 범행을 저지른 후 되돌아갔다면, 아무리 서둘러도 2시 50분에 캠프에 도착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결국 남는 사람은 사카에인가. 사카에가 빈사 상태의 유키토를 발견하는 장면 — 여기에는 시간이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즉, 그는 시간적인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는다. 다이스케가 산등성이 길을 되돌아간 것과 엇갈리면서 [옆길 A]에서 산등성이로 올라와 다리까지 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디. 그렇게 범행을 끝낸 후, 강으로 내려갔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없겠지.
물론 사카에가 강가에서 유키토를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도저히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문장이 몇 개 있던것 같기는 하다. 때문에 정말로 사카에가 범인이라면, U군이 '페어 플레이의 룰은 엄격히 지켰습니다'라고 호언장담한건 이상하다. 그 부분에 대한 의식이 희박한걸까.
자, 어쨌건 문제는 그 다음이야—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제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나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알리바이로는 사카에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해서 유키토를 절벽에서 떨어뜨렸을까.”
그러다 문득 한 가지 황당한 트릭이 떠올랐다.
“흠. 굳이 계곡을 건너 유키토 곁까지 갈 필요는 없었겠군.”
“어떻게요?”
“사카에의 배낭에는 이때 낚싯대가 들어 있었어. 여기에 튼튼한 긴 낚싯줄을 달고, 그 끝에 예를 들면, 야구공 정도의 크기의 돌을 묶어서 말이야...”
“휘둘러서, 다리 건너편의 유키토를 맞췄다고요?”
“그런 거야. 무리일까.”
U군은 복잡한 표정으로 “하아”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군.
“이런 건 어떨까.”
극약을 먹는다는 심정이 되어, 나는 거기서 새로 떠오른 트릭을 말했다.
“남아 있던 한 줄의 로프를 따라 뱀을 보내는 거야. 놀란 유키토는... 아니, 이건 안 되겠군. 유키토는 뱀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럼, 이런 건 어떻지. 들쥐의 목에 긴 끈을 묶어 로프를 따라가게 하는 거야. 그리고 구해줄 테니까 그 끈을 잡으라고 명령하는 거지. 멍청한 유키토가 그 말을 믿고 따랐을 때, 힘껏 끈을 당긴다. 균형을 잃은 유키토는...”
점점 바보같이 느껴졌다. 나는 애당초 이런 물리적인 트릭을 고안하는 게 별로 능숙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정말 여러 가지를 생각하시는군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는 나를 보고, U군은 조금 유쾌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말씀하신 것들은 모두 틀렸어요. 실행 가능 여부를 떠나서, 그것만으로는 ‘밀쳐져 떨어졌다’는 것이 되지 않으니까요. 유키토는 어디까지나, X의 손에 의해 ‘밀쳐 떨어져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전한 유키토의 죽기 직전의 대사에 ‘거짓’은 없고, 본문에서도 분명히 그렇게 명기되어 있습니다.”
“흐음.”
“유키토는 X의 손에 의해 밀쳐져 떨어졌다. 이것은 즉, 범행이 일어난 2시 40분 시점에서, X는 확실히 돈돈다리 북쪽 돌출 부분에 있었고, 자신의 손으로 유키토를 거기서 밀쳐 떨어뜨린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슬슬 시간 초과네요.”
라는 무정한 선언을 듣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U군은 왼팔을 들어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한 뒤, “그럼, 이걸로”라고 말하며 ‘해답편’ 원고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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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답편
○반 다이스케, 아사노 요우지, 아사노 사키, 사이토 사카에 네 명은 시간적 혹은 물리적으로 생각해도 명백히 범행이 불가능하다. 또한, 본문에서 알리바이가 명기된 린타로와 타케마루는 X가 아니다.
○따라서 X는 M** 마을의 엘러리, 아가사, 올츠이, 카 중에 있다.
○위독한 상태에 있는 카는 범행 불능. 한 팔이 없는 아가사는 범행 불능. 출산을 앞둔 올츠이는 범행 불능.
○이상으로 X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엘러리 뿐이다.
○엘러리는 다이스케가 도망친 후 돈돈 다리를 건너가 유키토를 공격해 계곡 아래로 떨어뜨렸다. 범행 후 다리를 건너 고개 길로 돌아가, [옆길 B]를 내려가 [지류 A]의 나무 다리를 건너는 루트로, 오후 3시 5분에 마을 광장에 돌아왔다.
○동기는 복수. 전날, 아들 카가 '금단의 계곡'에 갔다가 큰 부상을 입은 것은 잔혹한 소년 유키토의 짓이었다. 사키의 바지에 묻은 빨간 손자국은 그때의 피에 의한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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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야?"
순간적으로 아연한 후, 나는 물었다. U군은 씨익 웃으며 "네, 끝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잠깐만, 그건 아니지 않나."
나는 본의 아니게 큰 소리를 냈다. U군은 태연하게,
"왜죠?"
라고 되물었다.
"왜긴 왜야, 이건 전혀 해결이 안 됐잖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역시 조금 불친절했나."
"불친절이고 뭐고의 문제가 아니야."
나는 테이블에 몸을 기울여 따졌다.
"첫째로 말이지, 다리가 부서진 후 남은 로프는, 작은 초등학생인 유키토의 몸무게조차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구. 지문에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어. 그런 로프를, 어떻게 어른인 엘러리가 건널 수 있었던 거야? 거리는 20미터나 된다고. 계곡에서 부는 바람은 강하고, 로프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어. 가령 엘러리가 난쟁이고, 또 줄타기의 명인이었다 하더라도, 이 로프를 건너는 건 무리였다고 생각하는데."
"음, 확실히. 그런데요…"
"그리고, 범행 후는 ①의 루트를 통해 마을로 돌아왔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당연히 린타로에게 들켰을 거라고. 린타로는 엘러리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쓰여 있었잖아. 그건 거짓말이었던 건가."
"그건 아야츠지 씨의 오해입니다."
U군은 단호히 말했다.
"사실, 린타로는 엘러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증거로, 도중에 타케마루가 두 번이나 심하게 짖었다고 했죠. 타케마루는 자기들 앞을 지나가는 수상한 자를 알아차린 거예요. 그래서 짖은 겁니다."
"그럼, 역시 범인 이외의 등장인물의 말에 '거짓'이 있는 거잖아."
"아니에요. 왜냐면, 린타로는 이렇게 증언했잖아요. '그 다리를 건넌 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엘러리를 보지 못했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하?"
대체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U군의 설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혹시 그와 나는 사용하는 언어의 종류가 다른 건 아닐까, 진지하게 의심했다.
"부서진 돈돈다리를 엘러리가 건널 수 있었는가, 라는 문제인데요."
U군은 진지한 얼굴로 계속했다.
"엘러리는 난쟁이도 아니고 줄타기 명인도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남아 있던 로프 한 줄로 계곡을 건널 수 있었던 겁니다. 아주 쉽게요."
"그런…"
나는 산소를 찾는 물고기처럼 입을 벌렸다.
"설마, M** 마을이 닌자의 숨은 마을이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그런건 아닙니다. 안심하세요. 설령 닌자라 하더라도, 미군의 특수 공작 부대라 하더라도, 이 계곡을 건너기 위해서는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도전'에 주석을 단 대로, 그런 도구는 여기서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라고 말했지만, 이어지는 말을 생각해내지 못해, 나는 불안하게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듯이, U군도 자신의 담배(같은 세븐스타)를 물었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그는 말했다.
"엘러리는 난쟁이도 줄타기 명인도 닌자도 아니었어요. 그게 아니라, 유키토의 다잉 메시지에서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에…?"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손을 멈추고, 나는 테이블 구석에 던져진 '문제편' 원고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이 상황에서, 유키토를 자신의 손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것 같은 묘기는, 인간에게는 불가능해요. 따라서 당연한 논리적 결론으로…"
"…설마"
혼란스러운 생각 속에서, 겨우 하나의 단어(설마)가 떠올랐다. 나는 두려워하며 말했다.
"설마 그 '사…'라는 게, '사루(원숭이)'를 말하려고 한 건가?"
"정답입니다."
U군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타케마루가 격하게 짖은 거예요. 옛날부터 개와 사이가 나쁜 동물이라고 하면 정해져 있잖아요. 타케마루와 엘러리는 문자 그대로 견원지간이었던 거죠."
잠시 멍해져서 중얼거리듯 "원숭이, 원숭이…"라고 중얼거리는 나를, U군은 여전히 순진한 미소로 응시하며,
"처음에 분명히 말했잖아요. 이 작품은 '본격 미스터리의 원점으로 돌아가 쓴 것'이라고. 본격 미스터리의 원점이라고 하면 당연히,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이죠?"
"—사기다. 불공평해."
겨우 기운을 짜내어, 나는 항의했다. 그러나 U군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M** 마을에 사는 일본 원숭이들을 '인간'이라고는,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 '한 사람'이나 '두 사람' 같은 표현도 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자'라는 한자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인간이 아닌 생물일 가능성을 암시하기 위해 '자'라고 굳이 히라가나로 표기했습니다.
애초에, 아야츠지 씨, 일본 본토의 산속에 포라든가 엘러리라든가 하는 이름의 인간들이 사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덧붙이자면, M** 마을의 M**는 'monkey'를, H** 대학의 H**는 'human'을 각각 암시한 이름입니다."
"원숭이를 '남자'나 '여자'라고 썼잖아."
"남자 = 인간 중, 수컷으로서의 성기관·성기능을 가진 쪽. 넓은 의미로는, 동물의 수컷도 지칭.
여자 = 인간 중, 암컷으로서의 성기관·성기능을 가진 쪽. 넓은 의미로는, 동물의 암컷도 지칭.
출처는 산세이도의 '신명해 국어사전'입니다. '코지엔'이나 '다이지린'이어도 상관없어요."
"젊은 여자들이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원숭이가 그런 걸 할 리 없잖아."
"그건 물론 그루밍을 말하는 거예요. 원숭이의 털 손질. 아시죠."
"—더럽다. 비겁해."
"더럽다니요. 나이 많은 포우가 참나무 열매를 깨물고 있거나, 아이들이 벌거벗고 뛰어놀고 있는 등, 그들이 원숭이라는 복선을 몇 가지 깔아놓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조금 흥분한 나머지, 어조를 강하게 했다.
"하지만 말이야, 원래 원숭이가 말을 할 리가 없잖아. '규칙'이라든지 'X'라든지 '복수'라든지......"
그러자, U君은 "어머 어머"라는 듯 얇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건 전부 어디까지나 원숭이의 세계에서의 일이니까요. 인간과 대화를 나누진 않잖아요? 대사도 전부 캠프의 인간들과 구별하기 위해 이중 괄호로 묶여 있죠. 게다가 고금을 통해 소설 속에서는, 고양이부터 도룡뇽까지, 생각하는 동물도 있고 나름의 문화를 가진 동물도 있어요. 인간의 말을 이해하거나, 인간적인 감성으로 행동하기도 하죠. 그러고 보니, 최근의 미스터리에서도 있었죠. 은퇴한 경찰견의 일인칭으로 쓰인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 씨의 '퍼펙트 블루'."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잖아."
"그런가요?"
나는 점점 더 흥분하며,
"이건 '범인 맞히기'가 아니야."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U君은 간단히 "네, 맞아요."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건 '범인 맞히기'가 아니라 '범원숭이 맞히기'죠. 그래서 그런 언어의 엄밀성을 중시해서, 작품 속에서도 아야츠지 씨와의 대화에서도, 나는 한 마디도 '범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어요. X 같은 진부한 미지수 기호를 끄집어낸 건 고육지책이었어요. '문제편'의 체크, 해 보실래요?"
"........"
"꽤나 고심했어요, 그 부분은. 아야츠지 씨라면 분명 그 고심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불쾌하게 입술을 삐죽거리며 소파에 기대앉았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말이지, 이래서 아마추어 학생은 곤란하다......라고 마음속으로 독을 품으며, 심하게 미간에 주름을 잡고 눈을 감았다. 한동안 그대로 침묵하고 있자,
"저기, 텔레비전 켜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U君이 말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그러게."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스위치를 켜는 소리가 나고, 이어서, 이상하게 밝고 씩씩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그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U君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쩐지 지금 막, 시계의 바늘이 오전 0시를 지난 모양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된 것이다.
브라운관 속에서는, 익숙한 연예인들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축하해, 축하해"라고 말하고 있다. 그 화면의 한쪽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한 마리의 동물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저도 모르게 "와"라고 소리를 질렀다.
"――원숭이잖아."
어째서 U君이 굳이 오늘 밤을 선택해서 나를 찾아왔는지. 하필이면 섣달그믐의 이런 늦은 시간에, 추운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그것도 연출("복선"이라고 그는 말할지도 모르겠지만)의 하나였던 것이다. 내가 이 '범원숭이 맞히기'를 다 읽을 즈음에 딱 새해가 밝는, 그런 타이밍을 그는 노렸다. 그래서 그렇게, 몇 번이나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던 것인가.
1992년, 원숭이해의 시작――.
어깨에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무언가가 스르르 녹아 사라져가는 듯한 기분을 나는 맛보았다. 방금 전까지 내가 느끼던 화가 몹시 하찮게 느껴지고, 동시에 그런 나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워져서......
나는 U君 쪽을 보았다. 하지만, 소파에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검은 배낭도 가죽 장갑도, 크림색에 초록색 줄무늬가 들어간 헬멧도, 거기에는 없었다. "돈돈다리, 무너졌다"라고 표지에 크게 적힌 원고만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확실히 익숙한 얼굴. 잘 아는 이름. 무엇인지 무척 그립고, 그렇지만 조금 얄밉고, 그 천진난만함이 때로는 이상하게 짜증스럽고......
'아, 그렇구나'라고 나는 그제야 생각해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냈는지, 그건...... 아니, 이제 그만두자. 이 이상은 적지 않기로 하겠다.
남겨진 '돈돈다리, 무너졌다'의 원고에 살짝 손을 뻗으며, 다음에 그가 찾아오는 건 언제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2024/07/31

[번역] 돈돈 다리, 떨어졌다 (3). - 아야츠지 유키토

### 4. '금단의 계곡'의 젊은이들
같은 8월 1일 오후. 장소는 바뀌어, 여기는 M** 마을 사람들이 '금단의 계곡'이라 부르는, 돈돈산의 서쪽이다.
돈돈다리에서 능선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파이프 바위로 내려가는 샛길이 나오고, 거기를 지나쳐서 좀 더 남쪽으로 가면 서쪽으로 꺾이는 샛길이 있다. 경사는 동쪽에 비해 훨씬 완만하고, 발밑 상태도 좋다.
자세한 위치 관계는 첨부된 지도(27페이지 "현장 부근 약도")를 참조해 주시고, 이 길을 내려가 만나는 계곡의 한 구석에 어제 저녁부터 두 개의 빨간 텐트가 쳐져 있었다. 포우가 말한 "사악한 마음을 가진 외지인들"의 일행이었다.


"요우지. 유키토는 어디 갔어?"
물길에서 돌아온 반 다이스케가 나무 그늘에 앉아 계곡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던 아사노 요우지에게 말을 걸었다. 요우지는 스케치북에서 눈을 들어 시큰둥한 표정으로 "글쎄"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까까지 저기 있었는데. 사키를 또 괴롭혀서 혼내줬더니, 혀를 내밀고 도망갔어."
다이스케는 한숨을 쉬었다.
항상 그렇듯, 유키토는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다. 머리도 나쁘고 난폭하며, 성격도 전혀 귀엽지 않았다. 내년이면 중학생이 되는데, 나이에 맞는 분별력도 전혀 없다. 저 아이가 내 친동생이라니, 정말 한심하고 어쩔 수 없는 기분이었다.
다이스케는 H**대학 이학부 2학년으로, 이번 봄에 스무 살이 되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산을 좋아해, 틈만 나면 이렇게 가까운 산으로 캠프를 오곤 했다.
이번 일행은 다이스케를 포함해 다섯 명이다.
중학교 때부터 산행을 함께했던, 소꿉친구인 아사노 요우지. 같은 H**대학 문학부 2학년.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대학에서도 미술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다.
그의 여동생으로, 고등학교 3학년인 사키.
요우지의 미술 동아리 후배로, 사키의 남자친구이기도 한 사이토 사카에.
그리고, 다이스케의 동생 유키토.
캠프 계획은 다이스케와 요우지가 세웠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초조해하는 사키의 기분 전환을 위해서가 본래 목적이었고, 사이토 사카에를 초대한 것은 요우지였다.
처음에는 네 명이 갈 예정이었지만, 유키토가 자기도 가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너는 아직 초등학생이라며 거절해봤자 통하지 않는다.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울부짖는다. 엄하게 꾸짖으면 엄청난 소리로 운다. 부모님도 늦둥이로 태어난 유키토에게는 무척이나 관대하다. 그래서 결국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유키토는 골칫덩어리다.
최근 초등학생 치고는 작고, 겉모습은 얌전해 보이지만, 제멋대로 자라서인지 심리학에서 말하는 초자아(super-ego)의 발달이 현저히 늦어졌다. 열두 살이 되어서도 좋은 일과 나쁜 일의 구별을 거의 내면화하지 못한 상태이다. 초등학교 2, 3학년 때부터 싸움을 하고 수업을 빼먹는 문제아였다. 아직 잡힌 적은 없지만, 도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이웃집 고양이를 모닥불에 던져 죽인 일도 다행히 들키지 않았지만, 유키토의 소행이었다. 새해 첫 참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데려가면, 주차된 차의 타이어에 못을 박거나, 커터칼로 다른 사람의 옷을 찢는 등, 범죄에 가까운 나쁜 장난을 일삼았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언젠가 경찰 신세를 지게 될 게 뻔했다. 문제는 무엇보다도, 유키토가 그런 행동이 "나쁜 일"이라는 자각이 없다는 점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재미 삼아 하는 것이다. 어딘가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다이스케는 생각했다. 학교 성적은 당연히 좋지 않다. 특히 국어와 사회는 최악이라, 이 점에 대해서는 부모님도 한탄했다. IQ는 그렇게 낮지 않고, 오히려 우수한 편이라지만…….
"꺄!"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텐트 안에서였다. 바로 아사노 사키가 뛰쳐나와 오빠 요우지에게 눈물 섞인 목소리로 호소했다.
"이거 봐요, 오빠. 내 배낭 안에……"
투명한 비닐봉지를 바닥에 던졌다. 그 안에는 토막 난 뱀의 사체가 들어 있었다.
"또 그 애 장난이야."
"정말 미안해, 사키."
다이스케는 황급히 사과했다.
"나중에 잘 말해둘게."
"유키토를 데려온 건 정말 실수였어."
라고 요우지가 말했다.
"정말이야! 이제 지긋지긋해."
사키는 상당히 히스테릭해졌다. 아까는 스치면서 유키토에게 가슴을 만졌다고 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유키토는 최근 여성의 몸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말 앞날이 걱정되어 다이스케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말하긴 그렇지만, 그 애는 정상 아니야. 분명 어딘가 이상해. 어제도 내 엉덩이를 만지고, 나중에 바지를 보니 빨간 손자국이 있었어. 아마 피였을 거야. 대체 뭘 한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미안해."
다이스케는 그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사이토 사카에가 능선길 쪽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혼자 산책이라도 다녀온 모양이다.
"무슨 일이야, 사키. 왜 그렇게 화가 났어? 또 유키토야? 뭐, 뭐. 그렇게 신경 쓰지 마. 상대는 아이잖아."
사카에는 아주 느긋한 태도였다.
"사이토 군. 유키토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위쪽에서 봤어요. 저쪽 다리 쪽으로 걸어가더군요.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했더니, 혀를 내밀었어요."
"다리라면, 막다른 곳에 있는 출렁다리?"
"네."
위험하다고, 다이스케는 생각했다. 아무리 문제아라도, 역시 동생은 동생이다.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유키토에게 관대한 것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다이스케도 마찬가지였다.
"흥. 저런 녀석, 계곡 아래로 떨어져 버리면 좋겠어."
사키는 부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 5. 유키토의 수난
반 유키토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누가 좀! 도와줘!"
아까부터 목이 쉬도록 소리치고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았다. 넓은 산 속에서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그들의 캠프까지는 닿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라고 유키토는 생각했다. 다리 앞에 있던 그 더러운 표지판. 거기에 적혀 있던 것은 어떤 경고였을까?
"노후화로 위험"—그 글자는 국어를 잘 못하는 유키토는 읽을 수 없었다.
현수교를 건너는 것은 그야말로 스릴이 넘쳤다. 양손으로 로프를 더듬듯이 잡으며, 군데군데 큰 틈이 난 판자 위를 처음에는 천천히 걸었다. 한 걸음씩 갈 때마다 다리 전체가 삐걱거리고 흔들렸는데, 그것이 참을 수 없이 재미있었다. 점점 흥분한 나머지, 마지막 5미터 정도를 뛰어갔는데, 그 순간이었다. 유난히 큰 삐걱거림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다리의 형태가 무너졌다. 다리를 지탱하던 로프가 마침내 끊어진 것이다. 아슬아슬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유키토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절벽 가장자리에서 계곡 바닥을 내려다보며, 천하의 악동 유키토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건너편까지는 20미터 가까이 된다. 남아 있는 것은 간신히 끊어지지 않은 로프 한 줄과 거기에 매달린 몇 장의 판자뿐이었다. 강한 바람에 휘말려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두려운 마음에 로프에 손을 대보았지만, 크게 흔들리더니 남아 있던 판자가 계곡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것으로는 도저히 유키토의 체중을 견딜 수 없다. 이쪽 길은 절벽 때문에 2미터 정도만 가면 막힌다. 주위는 모두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이 불가능한 절벽이었다. 도움을 청하는 것 외에는 유키토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오후 2시가 넘었다. 한여름의 태양이 무자비하게 내리쬐고 있다. 작은 그늘도 없는 천연 발코니였다. 이대로 2, 3시간만 이 뜨거운 햇볕 아래 있으면, 일사병으로 쓰러질 수도 있다. 유키토는 간절히, 매주 보고 있는 TV 속 변신 히어로가 되고 싶다고 빌었다.
"도와줘…"
이제는 외치는 것도 지쳐갔다. 이제 정말 끝일지도 모른다고 반쯤 포기하려던 그때,
"유키토!"
능선 쪽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형 다이스케의 목소리였다.
"형!"
유키토는 손을 흔들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곧이어, 부서진 현수교 건너편에 다이스케의 모습이 나타났다.
"여기야, 형. 도와줘."
"위험하니까 움직이지 마."
다이스케가 큰 소리로 답했다.
"기다려. 지금 모두를 데리고 올 테니까. 알겠지? 거기서 움직이지 마. 무리하지 마!"
"—알았어."
"괜찮아. 금방 돌아와서 도와줄 테니까. 아무튼 가만히 있어."
그리고 다이스케는 몸을 돌려 능선 길로 돌아갔다. 오후 2시 반의 일이었다.

### 6. 다가오는 그림자
다이스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유키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무릎을 끌어안았다. 얼굴을 무릎 사이에 묻고 쏟아지는 햇볕의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평소에 말썽꾸러기인 유키토도 이 상황에서는 형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곳에 오지 말 걸, 그런 짓을 하지 말 걸...'이라고,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후회하면서 유키토는 그대로의 자세로 다이스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의를 품은 어떤 존재의 그림자가 다리 건너편에 나타났을 때도, 유키토는 전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M** 마을의 오후는 평소와 다름없이 평화로웠다.
숲이 끊긴 곳에 생긴 광장에 모여, 모두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옷을 벗고 건강하게 뛰노는 아이들, 나무 그늘에서 바느질을 하는 젊은 여자들… '수염의 노사' 포우는 광장 한쪽에 있는 노천 온천에 어깨까지 몸을 담그고, 그런 마을의 풍경을 한가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희미하게, 무언가 이상한 외침이 들려왔다.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지, 지금 그 소리는?'
중얼거리며 포우는 뭔가 불길한 예감에 흰머리가 섞인 눈썹을 찌푸렸다.
'출렁다리 쪽에서 나는 소리 같았는데…'
오후 2시 40분의 일이었다.


다이스케가 캠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50분이었다. 능선길을 따라 곧장 달려와, [샛길 C](지도를 참조할 것)를 뛰어 내려왔다.
나무 그늘에 깔린 그라운드 시트 위에 사키가 누워 있었다. 다른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한쪽 텐트 안에서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사키, 사키야!"
"응?"
졸린 듯 눈을 비비며 사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숨을 가쁘게 내쉬는 다이스케를 보고,
"무슨 일이에요, 반 씨? 그렇게 급하게."
"큰일났어. 요우지와 사이토 군은 어디 있어?"
"무슨 큰일이죠?"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요우지가 텐트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다이스케는 서둘러 사정을 설명했다. 요우지는 팔짱을 끼고 불만스럽게 아랫입술을 내밀었고, 사키는 "꼴 좋다"는 듯한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어 보였다.
"흠. 그거 우리만으로는 어쩔 수 없겠네."
요우지가 말했다.
"어쨌든 빨리 돈돈 마을로 달려가서 구원을 요청해야겠어."
"부탁해. 나는 다리로 돌아갈게. 사이토 군은 어디에 있어?"
"낚시하러 계곡으로 내려갔어."
라고 사키가 대답했다.
"알겠어. 그럼, 사키는 여기서 대기하고, 그가 돌아오면 함께 다리 쪽으로 와줄래?"
말을 끝내자마자, 다이스케는 뒤돌아섰다.

### 7. 유키토의 최후
다이스케가 돈돈 다리로 돌아온 것은 오후 3시 반이었다. 같은 경로를 거쳐 올라왔지만, 능선까지는 오르막길이어서 시간이 더 걸렸다.
'서두르지 말자,' 라고 여러 번 스스로에게 말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 다리의 상태를 생각하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유키토를 진정시키고,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다. 다행히 날씨가 나빠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다리 앞에 도착했다.“노후화로 인해 위험”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붙잡고 체중을 지탱하며, 헐떡이는 숨을 고르면서 동생의 무사함을 확인하려고 다리 너머를 보았다. 그때――.
다이스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그 자리에서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
유키토가 없었다.
몸을 숨길 만한 장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비록 20미터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해도, 시야는 탁 트여 있었고, 다이스케의 시력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부서진 다리의 모습도 아까와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곧이어 다이스케는 다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겁게 느껴졌다. 다리 중앙에 도착하자, 그는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서, 다이스케는 유키토의 작은 몸이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몸은 이상하게 비틀려 있었고, 움직임이 없었다.
다이스케는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고통과 절망을 억누르며 다리 밑으로 내려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해야 유키토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이스케는 곧 알게 되었다. 유키토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었다. 눈물을 참으며 다이스케는 다리 밑으로 내려가, 유키토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유키토의 마지막 순간을 느끼며, 다이스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 말은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공허함을 채울 수 없었다.


사이토 사카에는 캠프를 떠나 혼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갔다. 계곡을 따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고 고생을 했지만, 결국 본류의 돈돈 강과 만나는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가에 서서 사카에는 오른손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거기에는 돈돈 다리라는 현수교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다리가 부서져 있었다. 양쪽 절벽에는 끊어진 로프가 늘어져 있었고, 강가에는 다리의 잔해로 보이는 나무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사카에는 조심스럽게 다리 쪽으로 다가갔다. 몇 걸음 나아가다 문득, 건너편에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키토?"
그는 소리쳤다.
"이봐!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하지만, 사람 그림자는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강물은 불어나고 흐름도 거셌다. 어디서든 건너갈 수 있을 만한 곳이 없을까 하고, 사카에는 좌우를 둘러보았다.
몇 미터쯤 위쪽으로 가보니, 여기저기 바위가 드러나 있는 곳이 있었다. 저 바위를 따라 건널 수 있을지도 몰랐다. 사카에는 낚싯대 등이 들어있는 배낭을 강가에 던져두었다.
여러 번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질 뻔했지만, 간신히 건너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달려가 보니, 쓰러져 있는 것은 역시 유키토였다.
"이봐, 괜찮아?"
소리치자, 그에 답하듯 소년의 입에서 "으으" 하는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정신 차려. 이봐."
"……으으"
사카에는 깎아지른 절벽을 올려다보았다. 이 위에서 떨어진 건가? 그렇다면 이렇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것이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이봐, 유키토. 이봐."
등을 받치고 여러 번 불러보았다. 유키토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들여다보니, 갈라진 머리에서 흐르는 피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으……으……"
어쩐지 희미하게 의식이 있는 듯했다. 유키토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고 있었다.
"뭐? 뭐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당했다……"
"뭐라고?"
"……밀……쳐……졌……"
소년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당했다" "밀쳐졌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는 바로 다잉 메시지였다. 그리고——.
"사……사……아……"
그렇게 결국, 악동 유키토는 숨을 거두었다.

### 8. M** 마을의 소동
돈돈 다리의 북쪽 절벽에서 사람이 떨어져 죽었다는 정보는,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정찰을 다녀온 엘러리가 전해주었다. 죽은 사람은 유키토라는 이름의 소년으로, 어제부터 '금단의 계곡'에 머물던 외지인들 중 한 명이었다. 보고에 따르면, 유키토는 문제의 절벽 위에서 누군가의 손에 의해 "밀쳐졌다"고 했다.
포우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건을 알리며, 좋아하는 도토리를 씹어 먹으면서 모두의 반응을 살폈다.
"엘러리,"
마침내 포우는 엄숙한 얼굴로 침묵하고 있는 젊은 리더에게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일을 나에게 맡겨보는 게 어떻겠느냐?"
"맡기죠,"
엘러리는 대답했다. 포우는 깊은 숨을 천천히 내쉬며, 모인 사람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좋다, 우리 중에 이 살인을 저지른 자가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 '금기를 어기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어제 '금단의 계곡'에 간 카도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물론 우리 중에 범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살해된 소년의 동료들 중에 있을 수도 있다만..."
"잠깐 기다려 주세요, 포우,"
엘러리가 끼어들었다.
"그 소년은, 하지만..."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살인은 살인, '금기를 어기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더럽혀진 땅'에 온 사악한 마음을 가진 인간을 죽였다는 것은, 이중의 '더러움'이 아니겠느냐.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엘러리는 반론하지 않았다. 포우는 계속해서 말했다.
"다리 쪽에서 그 비명 소리가 들려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광장에 있었다. 그때 여기에 없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 중에 살인을 저지른 자, 여기서는 가칭 X라고 부르자, 그 X가 있다면, 당연히 그때 이 광장에 없었던 자일 것이다..."
모두에게 물어본 결과, 문제의 시간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은 엘러리와 그의 아내 아가사, 엘러리의 두 번째 아내 올츠이, 그리고 엘러리와 아가사의 아들 카, 이 네 명 뿐이었다. 이 중 카는 어제 다친 이후로 여전히 누워 있었다.
"아가사는 그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포우의 질문에 중간 키의 아름다운 여자가 일어섰다. 아가사였다. 그녀는 작년 봄, 숲에서 곰에게 공격받아 오른쪽 팔꿈치 아래를 잃었지만, 그 기품 있는 아름다움은 여전히 빛났다.
"저는 계속 카의 곁에 있었습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가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중환자 상태인 자신의 아이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 그녀의 표정은 유난히 어두웠다.
"올츠이는? 어떻게 했느냐?"
올츠이는 아가사보다 한참 작은 젊은 여자였고,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포우의 질문에 그녀는, 오후 내내 광장에서 떨어진 나무 그늘에서 몸을 쉬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엘러리, 너는 어떻게 했느냐?"
마지막으로 질문을 받은 엘러리는 현재 리더로서의 권위를 주장하듯 강한 앞니를 드러내며 다소 무뚝뚝한 어조로,
"혼자서 숲 속에 있었습니다."
라고 답했다.
"저도 그 비명 소리를 들었습니다, 포우."
"흠."
고개를 끄덕이며 포우는, 그 비명 소리를 들은 후 잠시 지나 엘러리가 광장에 나타났던 것을 떠올렸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해 두자. 돈돈 다리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 시간은 오후 2시 40분이었다. 그리고 포우가 광장에서 엘러리를 본 시간은 정확히 25분 후인 오후 3시 5분이었다.

### 9. '신'에 의한 데이터 제공
이번 장에서 다시 등장하는 인물은 "고뇌하는 자유업자" 린타로이다. 린타로가 그의 애견 타케마루와 함께 파이프 바위까지 와서, 복잡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또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그곳에서 약 세 시간, 즉 오후 4시가 조금 넘을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즉,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는 M** 마을에서 능선 길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그 통나무 다리를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소설에서 '신의 시점'을 취하는 작가가 지문에서 이렇게 명시하고 있으니, 그 사실은 틀림없다.
작가의 인터뷰에 응한 린타로는 이렇게 단언한다.
"그 통나무 다리는 그 시간 동안 항상 제 시야 안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리를 건넌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놓쳤을 가능성은 없나?"
"그건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복잡하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있었다면 절대 알아챘을 것입니다."
다만――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 시간 동안 두 번 정도, 그의 발치에 있던 타케마루가 심하게 짖었다는 것이다. 타케마루는 겁이 많기 때문에, 아마도 풀숲에서 뱀이라도 보고 놀랐을 것이라고 린타로는 이야기했다.


### 9. '신'에 의한 데이터 제공
문제의 실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여기서 두세 가지 설명을 추가하겠다.
M** 마을 및 ‘금단의 계곡’의 캠프지에서 돈돈다리로 가는 길은, 첨부된 지도에 표시된 것 외에는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예를 들어, 포우 일행만이 아는 비밀의 지름길 같은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범람한 동쪽 지류에 대해서도, 그림에 표시된 것처럼, 적어도 파이프 바위 부근보다 하류 부분에 대해서는, 그 통나무 다리를 사용하지 않고 건너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꾸로 말하면, 더 상류로 돌아가면 바위를 타고 건널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가령 포우가 말하는 X가 M** 마을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그가 마을에서 돈돈다리까지 가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루트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1. 통나무 다리를 건너고, [횡도 B]에서 능선길로 올라 돈돈다리로.
2. 일단 [지류 A]의 상류로 돌아가서 강을 건너고, [횡도 D]에서 능선길로 올라 돈돈다리로.
각 루트의 소요 시간을 기록해두자면, 1번 루트는 가는 데 35분, 돌아오는 데 20분, 2번 루트는 가는 데 1시간 반, 돌아오는 데 50분이 걸린다. 이것은 생각할 수 있는 최단 소요 시간이다.
가능성을 논하자면 물론, 이 두 가지 외에도 돈돈다리까지 가는 루트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횡도 D]에서 한 번 능선길로 나온 뒤 [횡도 C]를 내려가거나, [지류 B]를 따라 계곡을 내려간 뒤 [횡도 A]를 올라 다시 능선길로 나오는 등의 극단적인 우회로도 생각할 수 있으며, 다른 정규 “길”을 통하지 않고 능선까지의 경사를 오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앞서 언급한 1번과 2번 루트에 비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분명하다.
추가로, 엘러리, 아가사, 올츠이, 카의 경우, 엘러리의 알리바이는 오후 3시 5분 이후 완전히 성립한다. 아가사와 올츠이에 대해서는 모두 오후 3시 40분까지의 알리바이가 전혀 없다. 아가사는 계속 카의 곁에 있었다고 하지만, 위독한 상태였던 카는 그녀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한편 캠프의 네 명은, M**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들은 오후 2시 40분 시점에서는 모두 단독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각자의 증언에 따르면――
- 다이스케: 모두에게 유키토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능선길을 되돌아가던 중이었다.
- 사키: 캠프의 나무 그늘에서 졸고 있었다.
- 요우지: 텐트 안에서 라디오 뉴스를 듣고 있었다.
- 사카에: 낚시를 하기 위해 [지류 B]를 내려가고 있었다.
덧붙이자면, 이것은 사건의 핵심을 다루는 것이다, 오후 2시 40분에 포우 일행이 들은 문제의 비명은 확실히, 유키토가 돈돈다리 북쪽 절벽에서, 누군가의 손에 의해 밀쳐졌을 때 외친 목소리였다.
거듭 강조하지만, ‘신’인 작가가 지문에서 말하는 것이므로 절대 틀림없다.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
○ 문제 1
반 유키토를 죽인 X의 이름을 맞춰주세요. X는 단독범으로, 어떠한 의미에서도 공범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지 않는 제3자의 범행도 아닙니다.
○ 문제 2
범행 방법은? X는 어떻게 유키토를 죽였는가, 라는 것입니다.
주의할 점으로는, 연, 행글라이더, 낙하산, 기구, 괴인20면상이 애용하는 미니 헬리콥터 등 작품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특수한 도구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초능력이나 우주인, 이공간통로 등 초자연적인 존재나 개념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퍼즐 미스터리의 규칙에 따라, 본문에는 전혀 거짓된 기술이 없음을 여기에 명시합니다. 또한, 논리가 무의미하게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 "문제"에 있어서 등장인물들의 대사에도 동일한 규칙을 설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X 이외의 것들의 대사에는 거짓말이 없음을 의미합니다.
위 조건을 바탕으로 답을 제출해 주세요.
건투를 빕니다.


2024/02/11

놀라운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들 - 북오프 칼럼

가끔 소개해드리는 이러저런 미스터리, 추리소설 추천 정보. 이번에는 북오프 온라인 칼럼 하나를 찾아 소개해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의역이 많은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촘촘히 짜여진 수많은 복선, 상상할 수 없는 전개, 충격적인 결말 ...... 소름이 돋는 오싹함을 찾아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많을겁니다.
그 중 '반전'이 뛰어난 미스터리 작품들을 아는 사람만 아는 작가들과 유명 작가들로 나눠 소개해 드립니다.
꼭 한번, 그 '반전'에 감탄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반전'의 작품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작가
"가면병동" 치넨 미키토
"If의 비극" 우라가 가즈히로 (국내 미출간)
"신의 숨겨진 얼굴" 후지사키 쇼
"출판금지" 나가에 토시카즈 (국내 미출간)

유명 작가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 나카야마 시치리
"미로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 이치
"살인귀" 아야츠지 유키토

"가면 병동"
강도로 인해 밀실로 변한 병원, 숨 막히는 심리전의 막이 오른다!
요양병원에 강도가 침입해 자신이 쏜 여자의 치료를 요구한다. 사건에 휘말린 외과의사 하야미즈 슈고는 여자를 치료하고 탈출을 시도하던 중 병원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폐쇄된 병원에서 펼쳐지는 궁극의 심리전.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현직 의사가 그리는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본격 미스터리×메디컬 서스펜스'. 저자 첫 문고판 장편소설!

인기 시리즈 제1탄.
의료 소설이라고 하면 난해하고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알기 쉽고, 읽기 쉽습니다. 라이트 노벨 같은 경쾌한 터치로 독자를 쏙쏙 끌어당깁니다.
게다가 치넨 씨는 현직 내과 의사로 의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문적 견해를 바탕으로 집필되어 있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점도 매력적인 점입니다.
마음에 드셨다면 속편인 '시한부 병동'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If의 비극"
소설가 가노는 사랑하는 여동생의 자살을 의심한다. 결국 여동생의 약혼자였던 오쿠츠의 불륜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오쿠츠를 불러내어 살해한다. 하지만 위장공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노가 운전하는 차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는데....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뉜다. A는 남자를 치어 죽인 경우, B는 아슬아슬하게 남자를 치지 않은 경우. 두 개의 평행세계가 하나로 연결될 때,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식인 작가(사람을 잡아먹는 소설을 많이 써서)로 알려져 '미스터리계의 기인'으로 불리는 우라가 카즈히로 씨의 작품. 경력이 거의 공개되지 않아 그 수수께끼 같은 부분을 좋아하는 독자도 많다고 합니다.
"절대 속지 않는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이 작품이지만, 절대 속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 반전에 역시나 격침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의 숨겨진 얼굴"
신과 같은 청렴결백한 교사, 츠보이 세이조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통곡의 밤은 슬픔에 휩싸여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참석자들이 '신'을 추모하는 가운데, 엄청난 의혹이 제기되었다. 사실 츠보이가 흉악한 범죄자가 아니었을까...? 츠보이의 아름다운 딸, 후배 교사, 제자인 중년 남성과 요즘 여자, 이웃집 주부와 개그맨. 두 번, 세 번 뒤집어지는 그들의 추리는? 반전이 있는 결말이 화제!!!
제34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대상' 수상작. 아리스카와 아리스, 온다 리쿠, 구로카와 히로유키, 미치오 슈스케라는 쟁쟁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받았다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절묘한 유머 감각이 있고, 서비스 정신이 넘친다 (온다 씨)', '개그맨으로 활동한 경험 때문인지, 말투가 매우 유쾌하고 유머 감각은 본받고 싶을 정도였다 (미치오 씨)'라는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이, 어쨌든 유머가 넘치는 작품입니다. 반전도 훌륭하고요.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출판금지"
작가인 나가에 씨가 손에 쥔 것은 "카뮈의 자객"이라는 소문난 원고였다. 저자는 작가 와카바시 고세이. 내용은 유명 다큐멘터리 작가와 동반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은 신도우 나나오와의 단독 인터뷰였다.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산장, 동반 자살의 모든 것을 기록한 영상. 불륜의 끝에서 벌어진 비극인가? 왜 여자만 살아남은 것일까? 숨막히는 전개, 무서운 반전. 기형적인 걸작 미스터리.
작가인 나가에 씨는 원래 호러와 서스펜스를 전문으로 하는 TV 감독이었습니다. 컬트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프로그램 '방송금지'(후지TV)의 기획, 각본, 감독도 담당했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런 경력을 가진 나가에 씨가 가상의 사건을 취재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읽다 보면 마치 논픽션처럼 느껴져서, 도중에 공포에 질려서 더 이상 읽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불러일으키는, 스릴 있고 무서운 작품이라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
어느 도시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시신은 아파트 13층에서 갈고리에 매달린 알몸의 여성이었다. 그런 시체 근처에는 어린아이가 쓴 것 같은 히라가나로만 쓰여진 조악한 범행 진술서가 있었다. 이후 제2, 제3의 엽기 살인이 일어난다. 한 기자는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하는 범인에게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
이 작품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서 최종 후보까지 올랐던 작품입니다. 기괴한 살인을 다룬 서스펜스 넘치는 미스터리지요.
마지막 반전에 이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반전은 볼만한 가치가 충분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범인의 책임능력을 묻는 형법 제39조가 강하게 개입된 사회파 미스터리의 면모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미스터리로서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미로관의 살인"
추리소설계의 거장 미야가키 요타로에 의해 신예 작가 4명이 '미로관'이라는 기괴한 관에 모였다. 미야가키의 비서는 미야가키가 자살했다며 카세트 테이프를 대신 건네 주었다. 테이프에는 '미로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써달라', '가장 좋은 작품을 쓴 사람에게 유산의 절반을 주겠다'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도리없이 네 사람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관 시리즈'는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 등 반전과 의외의 결말이 있는 작품이 많은데, 이 작품 역시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다.
곳곳에 깔려있던 복선이 회수되고 여러 가지 장치가 차례로 밝혀지는 후반부 전개가 특히 압권입니다. 이 작품은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걸작이에요.
참고로 이 작품은 시리즈 작품이지만, 이 작품만으로 독립된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권부터 읽어도 무방합니다.

"어둠 속의 기다림"
살인 혐의로 경찰에 쫓기던 아키히로는 눈이 보이지 않는 미치루라는 여자가 혼자 사는 집에 숨어들었다. 미치루는 '자신의 집에 누군가가 있다'며 아키히로의 기척을 느꼈지만 계속 모른척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맹인 여자와 살인 용의자인 남자의 기묘한 동거 생활이 시작되는데...
여자가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살인 용의자인 남자가 무단으로 여자의 집에 숨어든다 - 이런 줄거리를 보면 앞으로 도대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점차 유대감 같은 것이 싹트기 시작하거든요.
마지막에는 깜짝 놀랄 만한 반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살인귀"
'TC멤버스'는 중학생부터 성인까지가 소속된 친목 단체다. 그런 TC멤버스 일행이 후타바산으로 캠핑을 떠난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캠프는 후타바산 살인마에 의해 피비린내 나는 참극으로 변해가고, 한 명, 또 한 명씩 살해당하는데............
이 작품은 스플래터 호러 소설입니다. 그 모습을 극명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상당히 그로테스크해서 이런 작품을 싫어하는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전부는 아닙니다. 후반부에는 아야쓰지 유키토다운 깜짝 놀랄만한 장치가 준비되어 있으며, 거기서 그려지는 반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로테스크한 작품에 면역이 있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2025/03/21

마트료시카의 밤 - 아쓰카와 다쓰미 / 이재원 : 별점 2.5점

마트료시카의 밤 - 6점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리드비

94년에 출생하여 2017년 데뷰한 추리 소설계의 신성이 발표한 두 번째 책입니다. 신예 작가의 재기넘치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단편 네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마지막 수록작 외의 수록작 모두에서 추리 소설 매니아의 향취를 짙게 풍긴다는 점입니다. 모두 코로나 시기를 무대로 하고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철저하게 마스크를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뜨이고요. 추리적으로도 볼만했고, 기발한 작품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억지스러운 설정이 많고, 너무 트릭과 반전에 열중한 느낌이 드는건 좀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위험한 도박 - 사립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

제목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를 연상시킵니다. 서점과 관련된 여탐정이 등장한다는 설정도 비슷하고요. 헌책방이 주요 무대라는 점에서는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작 중 핵심 소재인 유가미 유즈류의 "얼룩무늬 눈밭"은 가공의 작품이지만, 이외에는 모두 실존하는 유명 작품들이 대거 언급되어 재미를 더해 줍니다. "병든 대형견들의 밤"이라는 작품을 극찬하는데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 외 작품들에 대한 소개도 인상적이고요. 책 소개만 써도 먹고 살겠다 싶을 정도로 잘 쓰네요.

추리적으로도 볼 만 합니다. 마키무라 신이치의 뒤바뀐 가방을 찾던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가 알고보니 신이치를 살해한 범인이었다는게 진상인데, 이를 서술 트릭을 도입해서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를 와카쓰키 하루미의 명함이 단 한 장 뿐이었다는 핵심 증거를 통해 잘 알려주고요. 와카쓰키 하루미가 추리작가 히루마 다카하루와 동일인이라는 반전도 괜찮았어요.

그러나 마침 마키무라를 죽인 날, 범인의 살인 증거가 담긴 가방이 뒤바뀌었다는 상황은 억지스럽고, 명함이 한 장이라는게 증거라는 주장은 빈약합니다. 명함이 정말 한 장 밖에 안 남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 명함은 얼마든지 추가로 만들 수 있는데 탐정 명함 한 장으로 탐문 수사를 이어나가는 모습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경찰 신분증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헌책방, 고전 추리 명작, 추리 매니아 등 좋아하는 소재는 한 가득인데,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021년도 입시’라는 제목의 추리소설"

추리 소설 애호가라면 꿈꿀만한 작품. 대학교 입시에 추리 소설의 진범 찾기가 출제된다는 설정이거든요. 출제 범위로 아유카와 데쓰야, 다카기 아키미쓰, 엘러리 퀸,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이 언급되며, 실제 시험 문제도 한 편의 추리 소설의 문제 편입니다. 이런 대학이 있다면 꼭 한 번 시험에 응시해 봐야 겠습니다. 

전통적인 소설 구성이 아니라 뉴스, 인터뷰, 각종 보도 자료와 커뮤니티 의견들로 진행되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여러 명이 각자의 추리를 펼치는데 효과적이었다 생각되네요. 해답으로는 유명 학원 강사, 수험생 및 대학 측의 제시되어 추리적으로도 풍성하고요.

이 중 학원 강사는 6분할 화면, 생일 선물이 놓여진 탁자 위에 놓여진 사물의 개수가 6개라는 점에 착안하여, 원격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람은 5명이 아니라 6명이었다는 추리를 내 놓습니다. 이 친구는 왕따라 모두가 없는 사람이라 여겼는데, 범인이 선물한 탁상 선풍기가 현장의 연기를 흩날리게 만들어 컴퓨터 위치를 알아냈다면서요.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여 제대로 된 추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착안점은 재미있었습니다. 범인 이름까지 소설 내에서 짚어내는 발상은 놀라왔고요. 확실히 카리스마 학원 강사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수험생의 추리는 범인은 코드를 더듬어 컴퓨터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고, 그렇다면 범인은 피해자 방에서 나타났으며, 범인은 에나미 에리라고 추리합니다. 이에 대한 근거도 앞의 지문을 통해 상세하게 들고 있고요. 이 정도면 합격을 시켜도 무방한 좋은 추리였습니다.

이 둘에 비하면 대학 측에서 제기한 해답은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피해자가 쓰러진건 연극이었고, 피해자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던 친구 오우가 범인이었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간단한 답이거든요. 이런걸 해답이라고 제시하고, 앞서 지문에 있던 단서들 중 불리하거나 오독할 수 있는걸 멋대로 삭제해 버렸으니 이 수험을 주도한 기자키 교지로 교수가 짤리는건 당연합니다. 제가 수험생이더라도 가만 두지 않았을거에요.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잘 펼쳐놓고는 있는데, 딱 한 가지가 아쉽습니다. '무한대'라는 대학 내 동아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교수를 찍어내기 위해 이런 입시 시험을 기획했고, 시험에 통과했던 신입생을 낚아챈다는 진상이자 반전입니다. 이는 완전히 불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일개 동아리가 입시를 의도한대로 진행시킬 수 있다는건 현실적이지도 않고요.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 차라리 획기적인 새로운 대학 입학 시험이 도입되었다는 설정으로 문제편, 여러 사람의 해답편을 소개하고 결말로 정말 좋은 제도였다!며 추리 시험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는 결말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마트료시카의 밤"

무대에서 2인극을 펼치면서, 과거 있었던 사건의 진상을 드러낸다는 내용으로 작가가 편집자에게 연극을 제안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알고보니 편집자는 작가의 부인과 불륜 관계였고, 작가는 편집자의 지문을 과도에 묻히기 위해 연극을 벌였습니다. 이미 아내를 과도로 살해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편집자가 이 사실을 알아채고 협박에 나섭니다. 궁지에 몰린 작가는 편집자가 진짜 범인이라는걸 추리해내고요. 

이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진상이 밝혀지는 구조가 재미있었습니다. 까면 깔 수록, 열면 열 수록 계속 새로운 진상이 밝혀진다는 것에서 제목이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는 이를 '양파형'이라고 부르는데, "발자국"이라는 영화를 참고한 모양이네요. 

작 중 금고 다이얼을 여는 암호로 "심장과 왼손", "요도妖盜 S 79호", "붉은 오른손", "대여 보트 13호", "화려한 유괴", "다이얼 7을 돌릴 때"이 언급되는건 과연 추리 매니아구나 싶었고요. 이 작품들의 구성도 작가의 장치 중 하나라는 것, 그 외 사소한 대사들이 모두 단서가 된다는 구성도 치밀한 편입니다.

하지만 원작자인 소설가가 진짜 살인을 저질렀다는걸 연극 연출가가 알아채 협박하기 위해 무대를 꾸몄고, 소설가가 이를 이용해 연출가와 손을 잡고 다른 작가들을 협박할 계획을 세운다는 결말은 억지스럽습니다. 소설가가 아내를 죽였던 사건의 진상을 무대에서 폭로한다고 해도 그게 소설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요? 이미 십여년 전 사건인데다가 증거도 없는데 말이지요. 저는 오히려 연출가가 무고죄로 고소당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는 과거 사건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하면 되니 일석이조일거에요. 게다가 이 뒤에 이어지는, 이건 전부 영화였다는 반전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지나치게 '까서' 오히려 감점이 되어 버리고 말았네요.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입니다. 그냥 앞부분 연극으로만 끝내는게 좋았을겁니다. 실제로 연극으로 만들어도 재미있었을 이야기니까요. 

"6명의 격앙된 마스크맨"

대학교 복면 레슬러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뛰어났던 레슬러 '센론 마스크 49세(하자마 지로)'가 살해당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내용입니다. 

복면 레슬러의 마스크가 찢어져 있었던 것, 그리고 마스크 내부 혈흔에 주목하여 진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추리는 좋습니다. 앞서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레슬링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은 구성도 마음에 듭니다. 사람들이 하자마 지로로 알고 있던 '센론 마스크 49세'의 정체는 지로의 형 가즈토시였고, 피해자 하자마 지로가 가즈토시를 죽이려다 되려 죽고 말았으며 이 탓에 복면을 찢을 수 밖에 없었다는 진상은  '복면 레슬러'가 범인이자 피해자였기에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 외 여러가지 설정 - 마람프와 지로가 전날 술을 마셨던 영수증 등 - 도 단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잘 짜여져 있습니다. 유쾌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도 잘 어울리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프로 레슬링 팬으로서, 세계 최초라고 해도 무방할 복면 레슬러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 소설에는 나쁜 점수를 주기 어렵지요. 수록작 중에서 완성도로는 가장 좋기도 하고요.

2023/09/16

[소설가 감수] 미스터리 소설 추천 인기 랭킹 33선 (2023년 최신판)

NTT에서 운영하는, 리서치 설문조사와 접속수를 바탕으로 모든 장르의 랭킹을 망라한 종합 랭킹 사이트인 goo 랭킹에서 선정했던 랭킹입니다.
전부 33편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랭킹을 감수했다는 소설가 OO씨가 선정한 작품 5개만 소개해드립니다. 상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스릴은 미스터리의 묘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세계에서도 미스터리는 인기 있는 장르이지요.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번에는 소설가 OO 씨의 감수를 받아 '읽고 싶다! '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추천해 드립니다. 수상작과 영상화된 작품, 그리고 선택 방법도 함께 소개하니 꼭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설가가 알려드립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고르는 방법
취재 협조 소설가 OO :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작품을 출간하고 있는 소설가. 일반 소설,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을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작품도 창작에 활용하기 위해 열심히 보고 읽는다.
OO 씨에게 미스터리 소설을 고를 때 중요한 포인트를 물어보았다.

POINT① :
각종 랭킹 상위권이나 문학상 수상작은 수준이 높다! 그런 작품인지 체크!
화제작이나 실력파 작가의 작품을 우선적으로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고노미스', '서점대상', '나오키상' 등 각종 미스터리 랭킹 상위권 작품이나 문학상 수상작을 추천합니다. 매년 진행되는 랭킹에 오른 작품들은 수준이 높고 읽기 쉬운 작품도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발표될 때마다 체크해서 소설을 쓸 때 참고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골라 읽다 보면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작품들의 줄거리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골라보세요.

POINT②
깜짝 놀랄 만한 트릭과 논리가 충분히 전개되는 본격 미스터리 작품인지 확인하자.
미스터리라고 하면 예상치 못한 트릭이나 논리적인 구조가 재미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은 본격만을 다루는 상이므로 트릭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POINT③
숨 막히는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 작품인지 확인하자
서스펜스 요소가 있는 작품은 독자로서 비일상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경찰 소설이나 모험 소설, 하드보일드 소설 중에서 미스터리 요소가 있는 작품이 많으니 그 중에서 고르는 것도 추천합니다.

POINT④
사람이 죽는 이야기가 싫다면 '일상의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인지 확인하자.
'사람이 죽거나 흉악한 범죄가 일어나는 이야기는 싫다'는 분들에게는 '일상의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을 추천합니다. 가게나 학교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수수께끼와 궁금증을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여운이 남는 작품이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편집부
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로 피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나 선택 포인트가 있을까요?

OO 씨
사회파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는 트릭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읽을 수 있어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요코야마 히데오의 '64' 등은 좋은 작품입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와 같은 가벼운 미스터리도 쉽게 다가갈 수 있고요.
그중에서도 첫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입니다. 본격 미스터리 붐의 시발점이 된 작품으로, 다양한 정수가 응축된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을 발판 삼아 점점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면 좋겠습니다.

편집부
반대로 '대부분의 작품은 다 읽었다'는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의 종류와 선택 방법이 있나요?

OO 씨
미스터리 계열의 신인상은 많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스타일이나 설정 등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고, 보다 폭넓게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트렌드 장르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입니다.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그 안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으로, '시인장의 살인', '젤리피쉬는 얼어붙지 않는다' 등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소설가 OO 씨 추천! 미스터리 소설 5선
<<까마귀의 엄지>>
사기가 생업인 중년의 두 남자의 이야기. 점차 동거인이 늘어나면서 인생을 건 거대한 계획이 시작된다. 충격적인 전개와 감동적인 결말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걸작.
'고노미스'의 단골손님인 미치오 슈스케의 첫 나오키상 후보작으로, 제6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상쾌한 느낌의 초인기 작품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OO 씨 comment :
사기꾼인 중년 2인조가 동거인들과 함께 사기 계획을 세웁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에 '당했다!'는 놀라움과 함께 짜릿한 쾌감도 느낄 수 있는 명작입니다.

<<13계단>>
가석방 중인 청년과 정년을 앞둔 교도관 두 사람은 10년 전 살인사건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조사를 하게 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은 범행 당시의 기억이 없고, '계단을 올라갔다'는 단서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무고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데뷰작이자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 2003년에는 영화화되기도 했다. 서스펜스를 충분히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OO 씨 comment
사형수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조사를 시작하는 주인공 교도관. 단서 몇 개와 사형 집행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과연 그는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함께 독서 후의 만족감도 큰 작품입니다.

<<제 3의 시효>>
F현 경찰 수사 제1과를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집으로, 등장하는 형사들의 개성이 강하고 경찰 내부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현장감 넘치는 걸작. 제16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작으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독서 후의 충격과 고양감을 맛보고 싶은 분이나 형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OO 씨 comment :
살인사건의 공소시효에 얽힌 '제3의 공소시효'를 파헤쳐 나가는 형사들. 시효 성립 직전의 범인을 체포할 수 있을까? 경찰소설이자 단편소설의 대가인 저자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단편소설집입니다.

<<최후의 증인>>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인 주인공이 불리한 상황에 도전하는 법정 미스터리 작품. 점차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과 충격적인 전개에 빠져들게 된다. 2015년에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시리즈도 방영되었으니, 소설을 읽고 흥미가 생겼다면 확인해 볼 것.
OO 씨 comment :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가 활약하는 법정 미스터리. 반전이 있는 법정 장면은 물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데, 꼭 시리즈 전부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하늘을 나는 말>>
사람이 죽지 않는 '일상계 수수께끼'의 명작으로 여대생과 만담가가 '일상 속 수수께끼'를 추리해 나가는 연작 단편집. 살인 사건이나 흉악 범죄와 같은 무서운 소재가 아닌, 일상에 숨어 있는 위화감을 풀어간다. 미스터리 추리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은 분이나 따뜻한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두 사람의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와 곳곳에 등장하는 라쿠고(만담) 이야기 등 전체적으로 느긋한 느낌이지만, 그 안에는 무거운 내용의 이야기나 인간의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묘사도 존재.
OO 씨 comment :
여대생과 만담가가 일상 속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본격 미스터리로, '일상계 수수께끼' 장르의 선구자격 작품입니다. 살인 사건 등 흉악 범죄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미스터리이면서도 안심하고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21/10/15

미스테리아 34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점

미스테리아 34호 - 4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미스테리아는 주제가 흥미로울때만 가끔 읽곤 합니다. 34호는 일본 본격 추리 소설이 특집이라서 읽게 되었습니다. 나름 고전 본격물의 팬을 자부하고 있으니까요. 표지부터 마음에 들어요. "니가 범인이야!" 라는 느낌이니까요. 강렬합니다.

특집은 일본 본격물의 역사에서 시작합니다. 본격과 변격이라는 말의 유래, 그리고 본격이라는 말의 정의, 최초의 본격물에서 신본격, 그리고 근래 라이트 노벨류까지 이어지는 역사와 대표작, 대표 작가들이 소개되지요. 큰 흐름으로는 본격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고가 사부로에서 시작하여 에도가와 란포"D언덕의 살인사건", 하마오 시로의 "그 남자가 죽였을까", 요코미조 세이시"혼진 살인사건", 그리고 마쓰모토 세이초사회파 미스터리의 대 유행에 이은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니시자와 야스히코"일곱 번 죽은 남자", 모리 히로시"모든 것이 F가 된다"신본격 전국 시대를 넘어 우타노 쇼고"벛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시인장의 살인"으로 이어진다는 식입니다. 

뒤로는 본격물이 일본에 받아들여진 당시 일본 추리 문단에 대한 상세 설명, 여러가지 유명 작품 속 트릭에 대한 소개, 점점 캐쥬얼화 되어가는 신본격 장르물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자료 조사도 탄탄하고, 담고 있는 내용도 풍성한 편이었어요.

두 번째 특집 기사 '체인질링'은 인간의 아이와 바꿔치기된 요정 아이에 관련된 민담을 분석하는데, 중세 유럽에서 왜 아이가 바뀐 것에 대한 전설이 만들어졌는지를 당시 역사적 배경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기형일 수도 있고, 아이가 죽는 일이 다반사였던 탓이라는데 아주 그럴듯했어요. 관련된 다른 전설, 우리 나라의 예도 들어서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홍한별 번역가와 곽재식 작가의 옛 사건 탐구도 흥미로왔어요. 특히 명동 한복판에 일제 강점기 시절 빼돌리지 못했던 보물이 묻혀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도 손색없어 보였습니다. 레이철 쿠시너의 "마스 룸" 속 등장하는 요리들을 소개한 컬럼은 '추리 소설과 요리'에 대한 글을 써 온 저로서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내용이었고요. 요리들도 아주 신기하더군요.

그런데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본격물 관련 특집은, 이미 대충 알고 있던 내용들로 새로운 건 없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저도 쓸 수 있었을 기사였달까요? 물론 캐쥬얼화 되어가는 최근의 흐름은 잘 몰랐던 내용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쪽 작품들 찾아 읽을 정도로 좋아하지 않아서 몰랐던거에요.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가 있었던 기사는 아니었습니다. 

유성호 법의학자의 아동 학대 흔적에 대한 컬럼, 이은의 변호사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속 법적 대응 방법 등 다른 기사, 컬럼들은 볼륨이 대체로 빈약합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와 별다를게 없는 수준이에요. 반대로 정성일 평론가의 영화 "포제서" 평론은 볼륭은 풍성했지만 글의 가독성이 너무 낮아서 지루했고요.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평론만 봐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어요. 이렇게 가독성이 낮은 글은 이외에도 많아서, 쉽게 읽히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짤막한 리뷰들 하나하나까지 모두요.

마지막에 수록된 3편의 단편들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관심있는 특집이더라도 더 이상은 구매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은지, 홍한별, 곽재식의 컬럼과 논픽션 기사나 추후 단행본이 출간되면 구입해 볼 생각입니다.

수록 단편에 대한 짤막한 소개로 리뷰를 마칩니다.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콩알이를 지켜라!" 

자신이 창조해 낸 인기 동화책 콩알이가 인생의 전부인 일러스트레이터 지혜정의 남편 김진석 교수가 살해되었다. 범인은 제자 최은비였다. 진석이 그녀를 강간하려 해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혜정은 은비를 꼬드겨 시체를 강원도 의천에 있는 별장에 유기하러 출발했다. 콩알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별장에는 진석의 변태 친구 한동철이 머무르고 있었고, 혜정은 동철마저 살해한 뒤 시체 두 구를 함께 유기해 버렸다.

듀나범죄 스릴러 단편인데 이야기할 가치가 없는 졸작입니다. 

우선 범죄에 대한 설득력이 너무 낮습니다. 아무리 남편이 쓰레기였다 한들, 피해자 아내가 남편을 죽인 살인자와 함께 시체 유기를 한다는걸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못한 탓입니다. '콩알이'의 존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부족해서, 그다지 절박한 이유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혜정이 처음부터 한동철을 죽이려 했고, 이를 위해 앞서 시체 유기를 일부러 훤히 드러나게 시도했다는 식으로 범죄 계획을 정교하게 세우기라도 했다면, 범죄물로 볼 만한 여지가 있었을텐데 그렇지도 않고요.

전개도 혼란스럽습니다. 진석이 제자의 고백을 녹화하여 한동철과 공유하고, 성적인 대상으로 삼았다는 진상이 드러나는건 뜬금없었고, 이 때문에 한동철을 죽였다는 것도 급작스러워서 이해가 힘들었습니다. 애초에 진석은 여태 은비의 고백을 녹화해서 잘 쓰다가, 왜 갑자기 강간을 저지르려고 한걸까요? 문학하는 남자들을 모두 성범죄자로 단정짓는 설정도 황당하기 그지 없더군요.

듀나의 특기이자 장점인 기발한 설정이 빠져버리니, 뭐 하나 건질게 없네요. 별점은 1점입니다.

"웃는 탐정" 

초월탐정 김재건과 미소년 조수 마곤이 등장하는 단편으로 집주인 여사와 김재건 사이에 택배로 인해 발생한 트러블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엉망진창이에요. 마곤이 초능력자로 일종의 투명 인간이 되어 집주인 여사가 가지고 있던 김재건의 택배를 훔쳐내는게 이야기의 거의 전부인데, 마곤이 이 택배를 왜 훔쳐내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초월탐정 어쩌구하는 김재건의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경박하고 유치찬란한 김재건 묘사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초월 탐정' 이 뭘 뜻하는 별명인지 감도 오지 않지만, 별로 궁금하지도 않는군요. 서두의 시점을 가지고 독자와 장난치는 부분은, '메타 미스터리' 운운했던 앤솔로지 "Y의 비극"에서 니카이도 레이토가 썼던 단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작품도 엄청난 졸작이었지요.

마곤이 할머니와 김재건 사이에 있었던 일을 추리하는 일상계 추리스러운 부분은 괜찮았지만, 다른 부분은 그저 그랬어요. 앞으로도 이 시리즈를 읽을 일은 없을 듯 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죽음의 세트장" 

배우 잭 하터가 영화 촬영용 세트장에서 살해당했다. 사건 당시 21번 방음 세트장 안에는 현장 제작자 조 캐츠키와 감독 샘 매스터퍼드 등 모두 열 세 명의 사람이 있었다.

1930년대를 무대로 하고 있는 단편인데 옛스러운 영화 촬영장 분위기를 상세하게 그려낸 묘사는 아주 좋았습니다. 잭 하터와 마리 플레밍, 두 주연 배우 간에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게 되는 마지막 촬영 장면 묘사가 특히 그럴싸 했어요. 이 부분은 여배우를 연모하고 있었던 감독 샘의 살인 동기가 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기도 했는데, 잘 그려냈습니다.

'스크립터'가 탐정역을 소화한다는 설정도, 과연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썼구나! 싶더군요. 스크립터는 씬마다 있는 오류를 잡아내기 위한 사람으로, 당연히 관찰력이 남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관찰력을 바탕으로, 일종의 닫힌 공간인 촬영 스튜디오에서 소거법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 과정도 설득력이 높습니다. 거의 대부분 목격 증언으로 소거되는 덕분이에요. 결국 조 캐츠키와 샘 매스터퍼드만 남는데, 발소리를 듣지 못해서 샘이 범인이라는게 드러납니다. 조 캐츠키의 발소리는 독특했고, 샘은 고무 장화를 신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서가 별다르게 제공되는건 없어서 본격물로 보기 힘들며, 추리도 일사천리라 의외성은 없습니다. 사실 샘이 범인이라는 스크립터의 추리는 증거가 명확하다고 볼 수 없어서, 경찰 수사가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었다 생각되네요. 그래도 다른 단편들에 비하면, 최소한 읽을만한 수준의 추리물이기는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4/07/27

[번역] 돈돈 다리, 떨어졌다 (1). - 아야츠지 유키토


여름을 맞아 오랫만에 번역글을 올립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돈돈 다리, 떨어졌다."입니다. '독자에의 도전장'이 삽입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의 초기작입니다. 제목부터 유명 동요인 "London bridge falling down"의 패러디일 정도로 패러디, 인용이 많은게 눈에 띕니다.
번역에는 Chat GPT의 도움을 얻었으며, 문맥에 맞게 가다듬은게 전부입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그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여름에는 누가 뭐래도 추리 소설이니까요.

1991년 12월 31일 밤, 기묘한 방문객이 찾아왔다.
12월 31일이라 하면 대개 온천이라도 가서 한가로이 새해를 맞이하고 싶은 법이지만, 마감이 다가온 장편 소설의 원고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워드 프로세서 앞에 앉아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날 밤에도 작업실로 쓰는 맨션의 방에 틀어박혀 있었지만, 보고 싶지도 않은 연말 방송을 보며 마음만 초조해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정신적으로만 초 바쁜' 상태였고, 솔직히 말해 이는 몸과 마음에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갑자기 방문객이 찾아온 것이다.
시각은 오후 10시 전. 새해 전야의 이 시간에 방문 판매원이 올 리 없다고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자, 그가 서 있었다. 가냘픈 몸에 두꺼운 가죽 점퍼를 입은, 피부가 하얀 청년이었다. 나보다 열 살 정도 어린, 대략 20세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안녕하세요, 아야츠지 씨."
병약해 보이는 차분한 얼굴에, 머리는 옛 포크 가수처럼 길게 기르고 있었다. 붉게 상기된 볼에 하얀 입김을 내뿜는 그 얼굴은 분명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였더라? 이름이나 나와의 관계가 떠오르지 않았다.
크림색에 녹색 줄무늬가 들어간 풀페이스 헬멧을 작은 겨드랑이에 끼고, 손에는 가죽 장갑, 검은색 데이팩을 메고 있었다. 이 추운 날씨에 오토바이를 타고 온 모양이다.
"저기, 당신은..."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는 말을 더듬었다. 역시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음..."
"오랜만입니다. U입니다. 잊어버리셨나요?"
"아... 아니 아니. U군, 맞아, 그렇지."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내심 당황했다.
'U'라는 이름은 확실히 익숙한 이름이었다. 왠지 매우 그리운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명확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의 한 부분에 반투명 커튼을 드리운 것 같은, 정말 기묘한 느낌이었다.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네요. 일이 힘드신가 보죠?"
U군은 친근하게 미소 지었다.
"조금 시간 내실 수 있을까요? 폐가 되나요?"
그렇게 말하면, 아무리 정신적으로 바쁘다고 해도 무례하게 돌려보낼 수 없는 것이 나의 성격이었다. 분명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첫 만남은 아니란 것만은 확실했다. 아마도 대학 후배일 거라고 어렴풋이 납득하고, 나는 그를 방으로 들였다.
거실의 소파에 앉자, U군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며 "딱 좋은 시간입니다"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데이팩에서 한 권의 노트를 꺼내들었다.
"사실은, 아야츠지 씨에게 오늘 꼭 이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찾아 왔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보통 노트가 아니라, 원고지를 묶어 만든 책이었다. 표지에는 '돈돈 다리, 떨어졌다'라는 제목이 크게 적혀 있었다.
"뭐지? ...소설인가?"
"네, 뭐 그렇습니다."
U군은 머리를 쓸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
"좀 생각이 나서, 써봤습니다. 건방진 부탁이지만, 오늘 밤 꼭 아야츠지 씨가 읽어주셨으면 해서."
"미스터리인가?"
탐색하듯 물어보자, "물론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 이 U군, 대학 후배였던 것 같다.
학생 시절, 나는 '추리 소설 연구회'라는 학내 서클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 열정이 지금의 나를 미스터리 작가로 만들었고, 지금도 가끔 서클 모임에 얼굴을 비추곤 한다. 젊은 학생들과의 접촉이 나름대로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기묘한 감각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리 요즘 기억력이 떨어진다 해도, 왜 그의 존재를 제대로 떠올릴 수 없는 것일까? 얼굴도 알고 이름도 익숙하다. 분명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짧은 거라서, 가능하면 지금 바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만."
U군이 말했다. 나는 원고를 손에 들고,
"어떤 유형의 작품인가?"
전문 작가인 듯한 어조로 질문했다. U군은 약간 긴장한 얼굴로,
"본격 퍼즐 미스터리로 '독자에의 도전'이 붙은..."
:범인 맞추기 소설인가?"
"네, 뭐 그렇습니다."
'범인 맞추기 소설'이란 즉 '범인 맞추기 게임'의 통칭이다. 출제자가 먼저 '문제편'을 낭독하고, "단서는 모두 나왔다. 자,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도전이 삽입된다. 참가자들의 답을 모은 후 '해답편'이 제시되고, 정답자에게는 상이 주어진다. 옛날, 일본 탐정 작가 클럽 '토요회'의 신년회에서 이 행사가 진행되었던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우리 모교의 미스터리 연구회에서도 발족 이후 현재까지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모임에서 발표했나?"
내가 묻자, U군은 "아니요"라고 고개를 저었다.
"우선 아야츠지 씨가 읽어주셨으면 해서."
"자신작인가?"
"절대 맞힐 수 없는 것을 쓰겠다는 각오로 썼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자신이 있습니다."
"흠, 대단하네."
담배를 피우며 U군의 표정을 살폈다. 창백한 뺨에 불가사의한 미소가 떠올랐다. 알겠다. 과거 시마다 소우지에게 '범인 맞추기 게임의 명수'라고 칭송받았던 이 나에게, 그는 문자 그대로 도전하려는 것이구나.
"문제 자체는 매우 단순합니다. 복잡하게 만들어 독자를 속이려는 얄팍한 수는 쓰지 않았습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원점으로 돌아가 썼습니다. 물론, 페어플레이 규칙은 엄격히 지켰습니다. '독자에의 도전'에도 명기했지만, 삼인칭 서술에서 거짓된 묘사는 일체 없습니다. 복잡한 기계 트릭이나 의문의 중국인도 등장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그런 설명을 덧붙이고 나서, U군은 다시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
"그러니, 우선 읽어보시겠습니까?"
"정답일 경우의 상은?"
농담으로 그렇게 말하자, U군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만약 정확히 맞히면, 앞으로 저를 노예라고 불러 주세요."
농담을 던지긴 했지만, 이는 엄청난 자신감이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좋아." 기운을 내서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그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