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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1

마트료시카의 밤 - 아쓰카와 다쓰미 / 이재원 : 별점 2.5점

마트료시카의 밤 - 6점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리드비

94년에 출생하여 2017년 데뷰한 추리 소설계의 신성이 발표한 두 번째 책입니다. 신예 작가의 재기넘치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단편 네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마지막 수록작 외의 수록작 모두에서 추리 소설 매니아의 향취를 짙게 풍긴다는 점입니다. 모두 코로나 시기를 무대로 하고 있어서, 등장인물들이 철저하게 마스크를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뜨이고요. 추리적으로도 볼만했고, 기발한 작품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억지스러운 설정이 많고, 너무 트릭과 반전에 열중한 느낌이 드는건 좀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위험한 도박 - 사립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

제목은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를 연상시킵니다. 서점과 관련된 여탐정이 등장한다는 설정도 비슷하고요. 헌책방이 주요 무대라는 점에서는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작 중 핵심 소재인 유가미 유즈류의 "얼룩무늬 눈밭"은 가공의 작품이지만, 이외에는 모두 실존하는 유명 작품들이 대거 언급되어 재미를 더해 줍니다. "병든 대형견들의 밤"이라는 작품을 극찬하는데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그 외 작품들에 대한 소개도 인상적이고요. 책 소개만 써도 먹고 살겠다 싶을 정도로 잘 쓰네요.

추리적으로도 볼 만 합니다. 마키무라 신이치의 뒤바뀐 가방을 찾던 탐정 '와카쓰키 하루미'가 알고보니 신이치를 살해한 범인이었다는게 진상인데, 이를 서술 트릭을 도입해서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를 와카쓰키 하루미의 명함이 단 한 장 뿐이었다는 핵심 증거를 통해 잘 알려주고요. 와카쓰키 하루미가 추리작가 히루마 다카하루와 동일인이라는 반전도 괜찮았어요.

그러나 마침 마키무라를 죽인 날, 범인의 살인 증거가 담긴 가방이 뒤바뀌었다는 상황은 억지스럽고, 명함이 한 장이라는게 증거라는 주장은 빈약합니다. 명함이 정말 한 장 밖에 안 남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 명함은 얼마든지 추가로 만들 수 있는데 탐정 명함 한 장으로 탐문 수사를 이어나가는 모습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경찰 신분증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헌책방, 고전 추리 명작, 추리 매니아 등 좋아하는 소재는 한 가득인데,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2021년도 입시’라는 제목의 추리소설"

추리 소설 애호가라면 꿈꿀만한 작품. 대학교 입시에 추리 소설의 진범 찾기가 출제된다는 설정이거든요. 출제 범위로 아유카와 데쓰야, 다카기 아키미쓰, 엘러리 퀸, 아야쓰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이 언급되며, 실제 시험 문제도 한 편의 추리 소설의 문제 편입니다. 이런 대학이 있다면 꼭 한 번 시험에 응시해 봐야 겠습니다. 

전통적인 소설 구성이 아니라 뉴스, 인터뷰, 각종 보도 자료와 커뮤니티 의견들로 진행되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여러 명이 각자의 추리를 펼치는데 효과적이었다 생각되네요. 해답으로는 유명 학원 강사, 수험생 및 대학 측의 제시되어 추리적으로도 풍성하고요.

이 중 학원 강사는 6분할 화면, 생일 선물이 놓여진 탁자 위에 놓여진 사물의 개수가 6개라는 점에 착안하여, 원격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람은 5명이 아니라 6명이었다는 추리를 내 놓습니다. 이 친구는 왕따라 모두가 없는 사람이라 여겼는데, 범인이 선물한 탁상 선풍기가 현장의 연기를 흩날리게 만들어 컴퓨터 위치를 알아냈다면서요.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설명이 빈약하여 제대로 된 추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착안점은 재미있었습니다. 범인 이름까지 소설 내에서 짚어내는 발상은 놀라왔고요. 확실히 카리스마 학원 강사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수험생의 추리는 범인은 코드를 더듬어 컴퓨터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고, 그렇다면 범인은 피해자 방에서 나타났으며, 범인은 에나미 에리라고 추리합니다. 이에 대한 근거도 앞의 지문을 통해 상세하게 들고 있고요. 이 정도면 합격을 시켜도 무방한 좋은 추리였습니다.

이 둘에 비하면 대학 측에서 제기한 해답은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피해자가 쓰러진건 연극이었고, 피해자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던 친구 오우가 범인이었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간단한 답이거든요. 이런걸 해답이라고 제시하고, 앞서 지문에 있던 단서들 중 불리하거나 오독할 수 있는걸 멋대로 삭제해 버렸으니 이 수험을 주도한 기자키 교지로 교수가 짤리는건 당연합니다. 제가 수험생이더라도 가만 두지 않았을거에요.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잘 펼쳐놓고는 있는데, 딱 한 가지가 아쉽습니다. '무한대'라는 대학 내 동아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교수를 찍어내기 위해 이런 입시 시험을 기획했고, 시험에 통과했던 신입생을 낚아챈다는 진상이자 반전입니다. 이는 완전히 불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일개 동아리가 입시를 의도한대로 진행시킬 수 있다는건 현실적이지도 않고요. 

추리 소설 애호가로서, 차라리 획기적인 새로운 대학 입학 시험이 도입되었다는 설정으로 문제편, 여러 사람의 해답편을 소개하고 결말로 정말 좋은 제도였다!며 추리 시험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는 결말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마트료시카의 밤"

무대에서 2인극을 펼치면서, 과거 있었던 사건의 진상을 드러낸다는 내용으로 작가가 편집자에게 연극을 제안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알고보니 편집자는 작가의 부인과 불륜 관계였고, 작가는 편집자의 지문을 과도에 묻히기 위해 연극을 벌였습니다. 이미 아내를 과도로 살해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편집자가 이 사실을 알아채고 협박에 나섭니다. 궁지에 몰린 작가는 편집자가 진짜 범인이라는걸 추리해내고요. 

이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진상이 밝혀지는 구조가 재미있었습니다. 까면 깔 수록, 열면 열 수록 계속 새로운 진상이 밝혀진다는 것에서 제목이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는 이를 '양파형'이라고 부르는데, "발자국"이라는 영화를 참고한 모양이네요. 

작 중 금고 다이얼을 여는 암호로 "심장과 왼손", "요도妖盜 S 79호", "붉은 오른손", "대여 보트 13호", "화려한 유괴", "다이얼 7을 돌릴 때"이 언급되는건 과연 추리 매니아구나 싶었고요. 이 작품들의 구성도 작가의 장치 중 하나라는 것, 그 외 사소한 대사들이 모두 단서가 된다는 구성도 치밀한 편입니다.

하지만 원작자인 소설가가 진짜 살인을 저질렀다는걸 연극 연출가가 알아채 협박하기 위해 무대를 꾸몄고, 소설가가 이를 이용해 연출가와 손을 잡고 다른 작가들을 협박할 계획을 세운다는 결말은 억지스럽습니다. 소설가가 아내를 죽였던 사건의 진상을 무대에서 폭로한다고 해도 그게 소설가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요? 이미 십여년 전 사건인데다가 증거도 없는데 말이지요. 저는 오히려 연출가가 무고죄로 고소당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는 과거 사건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하면 되니 일석이조일거에요. 게다가 이 뒤에 이어지는, 이건 전부 영화였다는 반전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지나치게 '까서' 오히려 감점이 되어 버리고 말았네요.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입니다. 그냥 앞부분 연극으로만 끝내는게 좋았을겁니다. 실제로 연극으로 만들어도 재미있었을 이야기니까요. 

"6명의 격앙된 마스크맨"

대학교 복면 레슬러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장 뛰어났던 레슬러 '센론 마스크 49세(하자마 지로)'가 살해당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내용입니다. 

복면 레슬러의 마스크가 찢어져 있었던 것, 그리고 마스크 내부 혈흔에 주목하여 진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추리는 좋습니다. 앞서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레슬링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은 구성도 마음에 듭니다. 사람들이 하자마 지로로 알고 있던 '센론 마스크 49세'의 정체는 지로의 형 가즈토시였고, 피해자 하자마 지로가 가즈토시를 죽이려다 되려 죽고 말았으며 이 탓에 복면을 찢을 수 밖에 없었다는 진상은  '복면 레슬러'가 범인이자 피해자였기에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 외 여러가지 설정 - 마람프와 지로가 전날 술을 마셨던 영수증 등 - 도 단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잘 짜여져 있습니다. 유쾌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도 잘 어울리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프로 레슬링 팬으로서, 세계 최초라고 해도 무방할 복면 레슬러 살인 사건을 다룬 추리 소설에는 나쁜 점수를 주기 어렵지요. 수록작 중에서 완성도로는 가장 좋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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