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이 반으로 나뉘고, 다섯이 모자랄 때 불씨가 하늘을 모두 태우리라"
해동밀교의 서교주는 산제물을 바쳐 절대 악(惡)의 힘을 얻기 위한 의식을 시작했다. 아들 준후가 마지막 제물이 될 것을 알아챈 해동밀교의 장호법은 준후를 친구인 퇴마사 박신부에게 맡기려했다. 그러나 이미 악의 힘을 손에 넣은 서교주는 준후를 빼앗아 마지막 제물을 바치려 했고, 이를 막으려던 호법들을 모두 죽였다. 그러나 박신부, 현암과 각성한 준후가 힘을 합쳐 서교주를 막아낸다...
1993년 연재가 시작되었던 이우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애니메이션. 극장에서 감상하였습니다. 극장 나들이도 오랫만이네요.
원작 중 "하늘이 불타던 날" 편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는데, 줄거리는 이미 잊은지 오래되어서 처음 보는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원작이 연재되고 출간되던 당시에 열심히 읽었었는데, 30여년 세월이 지난 탓입니다. 사실 등장인물들 설정조차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였는데,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더군요.
장점이라면 재미있다는 겁니다. 해동밀교 서교주가 산제물을 바쳐 악마의 힘을 손에 넣는데, 이 과정에서 희생양이 될 준후를 구해내려다가 호법들이 차례로 죽어나가지만 각성한 준후와 현암, 박신부의 협공으로 서교주를 제압한다는 결말까지 시원시원합니다. 호법들과 퇴마사들의 액션도 화끈하고요. 지루한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트웤도 좋습니다. 등장인물들 모두 원작에서 바로 뛰쳐나온듯 잘 그려졌고,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디자인도 빼어납니다. 한마디로, 아주 잘 만든 오락물입니다.
하지만 1시간 30분도 안되는 상영시간은 이야기를 담아내기는 좀 부족했습니다. 초반부, 아스타로트와 박신부가 대결할 때 잠깐 등장할 뿐인 승희의 존재가 대표적입니다. 승희가 누구이고, 어떤 능력자인지 원작팬이 아니라면 알 수도 없는데다가, 해동밀교에 찾아온 현암이 악마 서교주와의 싸움에 뛰어드는건 너무 급작스러웠어요. 이 이야기는 빼고 현암의 서사에 집중했어야 합니다. 승희가 등장하는 노골적인 속편 예고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이렇게 풀어낼 이야기가 많다면, 차라리 넷플릭스같은 플랫폼에서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더라면 훨씬 좋았을겁니다.
원작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던 현암의 검 '월향'이 선보이지 않은 것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웠고, 준후가 아버지 장호법의 죽음을 보고 각성하는건 너무 뻔한, 그야말로 90년대스러운 서사였다 생각됩니다. 네 명의 호법을 순식간에 참살한 서교주가 준후, 현암, 박신부에게 밀리는 것도 설득력을 좀 더 부여했어야 했고요. 이 역시 분량의 문제였겠지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액션, 퇴마 장르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즐겁게 감상할만한 잘 만든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흥행에 성공해서 후속편도 문제없이 제작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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