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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8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 P.D 제임스 / 이옥진 : 별점 3점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 6점
P.D. 제임스 지음, 이옥진 옮김/황금가지

코델리아 그레이는 신참 사립탐정으로 파트너 버니의 자살로 인해 독립하게 된 첫 날, 로널드 칼렌더경의 의뢰로 경의 아들 마크의 자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의뢰받는다. 코델리아는 마크가 학창시절을 보낸 캠브리지를 중심으로 그의 과거사를 뒤쫓으면서, 서서히 자신에게 위협이 닥치는 것을 깨닫고 최후의 순간에 의외의 진상을 밝혀내게 된다...


제가 그동안 너무나 읽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인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의 재 출간본입니다. 번역도 전부 새로 다시 하였으니 복간이라기 보다는 아예 새롭게 책을 낸 것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겠죠. 이로써 P.D 제임스 여사의 모든 국내 출판 도서들의 독서를 완료했기에 굉장히 후련합니다.
이 작품은 코델리아 그레이의 데뷰작이기도 하고, P.D 제임스 하면 떠오르는 명탐정 달그리쉬 총경이 주인공이 아닌 점 등 여러가지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미녀 코델리아가 주인공인 탓인지 젊은이들이 많이 등장하여 작품이 좀 시끌벅쩍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역시 다른 작품과는 달라 보이고요. 철학적이고 사려깊은 달그리쉬 총경보다는 아무래도 가벼운 느낌을 많이 전해 주더군요. 뭐 저야 좀 생각좀 할라치면 철학적 문체와 사고가 난무하는 달그리쉬 시리즈보다야 이 작품 분위기가 더 읽기는 즐겁고 편했습니다. 참고로 코델리아 그레이는 명탐정 코난의 "하이바라 아이" 이름의 유래가 된 명탐정이기도 하죠.

그런데 솔직히 읽으면서 느낀 점은 왜 그렇게 이 작품이 유명했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단지 절판되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나?
일단 사건부터 이야기하자면 자살 사건의 진상 조사라는 의뢰야 이 바닥에서는 뻔한 결과를 항상 낳습니다. 바로 자살로 위장한 살인이라는 결과인데, 이 작품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 있는 진실 역시 대체로 출생의 비밀이나 유산 관련 이야기인데 이 역시 뻔했고요.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하면 흥미진진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작품의 키 포인트나 다름 없는데 이 작품에서는 코델리아의 조사가 너무 일방적으로 흘러가서 설득력은 있지만 의외성이나 호기심 유발 부분에서는 뒤떨어집니다. 사립탐정이 하는 조사가 별게 없는 만큼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대보다 더 추리적 요소가 많이 부족했어요.
게다가 마지막의 진상을 밝혀내는 일종의 깜짝쇼와 그 이후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들 역시 당혹스러웠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극심한 심리변화는 물론이고 사고가 연달아 벌어지는 개연성이 뚜렷하지 않거든요. 너무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끝나는 결말은 왠지 개운치가 못했습니다. 마지막에 달그리쉬 총경이 등장해서 전체적인 헛점을 마무리 해 주는 부분은 팬으로써 반갑기는 했지만 반칙 같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과거가 좀 복잡하고 (현실세계에서 가능한 하야테 수준의 복잡한 어린시절 정도랄까...) 생각많은 주인공 코델리아 그레이도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좋았지만, 딱히 개성은 없습니다. 스테레오 타입의 미녀 탐정 캐릭터일 뿐이니까요. 코델리아의 복잡한 과거에 얽힌 기억이 수사 도중 도중마다 튀어나오는건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색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솔직히 불필요한 이야기였어요. 코델리아보다는 "원 포 더 머니"의 스테파니 플럼이 개성, 현대적인 측면에서는 더 나은 캐릭터라 생각되네요.
심리묘사도 여성 작가 들이 흔히 쓰는 여성의 심리묘사라는 특징이 너무 뚜렷이 드러나 보여서 좀 지루했습니다. 흡사 알렉산드라 마리리나의 작품같았달까요. 여성 작가들이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키면 정말이지 이젠 작품들이 너무 비슷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 (죽은 인물인 버니와 마크를 제외한) 이 사악하고 뭔가 음모를 지니고 있는 듯이 묘사된 페미니즘 적 묘사도 약간 거슬렸는데. 차라리 미네트 월터스의 작품들이나 델마와 루이스 마냥 그냥 달려주는 것도 아니라서 뭔가 약간 애매하고 가다 만 듯한 인상만 전해 줍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P.D 제임스 여사의 작품 완독의 의미가 더 컸던 독서였습니다. 단점만 너무 절절이 늘어놓긴 했는데 분명 재미는 있었고 달그리쉬 총경이 깜짝 등장해서 명추리를 펼쳐 주는 것 같이 시리즈 독자로서는 반가운 부분도 많았지만 확실히!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고 명성에도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원래 알려진 제목과 다른 번역판 제목도 용서가 안되고요.
그래도 여사의 다른 장편들("어떤 살의", "검은 탑", "나이팅게일의 죽음") 중에서는 중간 정도는 되는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번역도 문제겠지만 많이 지루한 편이라서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3점. 전 관대합니다.

2013/10/01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 공유드립니다.

[소식] 절판본 미스터리 박스(와우북)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다운 이벤트군요. 아이디어가 참 괜찮은 것 같아 공유드립니다.
이벤트에 포함된 절판도서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적색은 저도 소장한 작품들입니다)

정말 희귀한 작품도 있지만 고려원과 해문쪽 추리걸작선은 아직 구하려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증명 시리즈나 스카페타 시리즈같이 재간된 책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 <비밀일기>와 같이 전체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첨에 참여해도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할 확률이 더 높아보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제가 앞으로 출판사를 하게 된다면 꼭 따라해보고 싶은 이벤트네요. 저만의 절판본 리스트라도 만들어서 한번 관리해봐야겠습니다.

참고로 탐나는 작품은 아서 클라크의 "환상특급"과 P.D 제임스 시리즈이며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르라면 "챔피언 시저의 죽음"과 "레이디킬러"를 꼽겠습니다.

  • 챔피언 시저의 죽음/ 렉스 스타우트/ 이춘열 옮김/ 시공사/ 1995.
  • 신들의 사회/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4.
  • 낙원의 샘/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9.
  • 순간의 적/ 로스 맥도널드/ 김연남 옮김/ 홍원/ 1994.
  • 코스믹 러브/ 로저 젤라즈니 외/ 박상준 엮음/ 사울창작/ 1994.
  • 열흘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유명우 옮김/ 1994.
  • 앰버 연대기(1, 2, 3, 4, 5)/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예문/ 1999.
  • 에드가상수상작품집Ⅱ/ 엘러리 퀸 외/ 정태원 옮김/ 명지사/ 1998.
  • 두동강이 난 남과여/ 히가시노 게이고 외/ 봉성기획/ 1999.
  • 세계 심령 미스터리 사이키/ 로버트 실버버그 외/ 박상준 역음/ 서울창작/ 1994.
  • 숏컷/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집사재/ 1996.
  •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 하라 료 외/ 추리작가협회/ 고려원미디어/ 1993.
  • 환상특급/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4.
  • 디바/ 델라코르타/ 안선덕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스노우 크래쉬(1, 2) 닐 스티븐슨/ 김장환 옮김/ 새와물고기/1996.
  • 플레치/ 그레고리 맥도널드/ 정철호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어서 지킨 약속/ 러브 크래프트 외/ 한경희 편역/ 문학사/ 1994.
  • 인형의 눈(상, 하)/ 베리 우드/ 정영목 옮김/ 동아출판사/ 1994.
  • 천재들의 게임/ F. 폴 윌슨/ 고영휘 옮김/ 십일월출판사/ 1994.
  • 히치콕 서스펜스 걸작선/ 엘리너 설리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4.
  • 결혼해 주세요/ 존 업다이크/ 폴임 옮김/ 밝은세상/ 1993.
  • 죽음의 열립방정식/ 모리무라 세이치/ 정성호 옮김/ 모음사/ 1984.
  • 남아 있는 모든 것/ 패트리샤 콘웰/ 이정환 옮김/ 시공사/ 1994.
  • 두 얼굴의 여자/ 수 크라프튼/ 나채성 옮김/ 큰나무/ 1994.
  • 잔혹한 사랑/ 패트리샤 콘웰/ 정한솔 옮김/ 시공사/ 1993.
  • 검은 휘파람/ 로버트 러들럼/ 홍석연 옮김/ 문지사/ 1998.
  • 호텔 Q의 25시/ 모리무라 세이치/ 정태원 옮김/ 글사랑/ 1995.
  • 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정성호 옮김/ 한겨레/ 2001.
  • 강철군화/ 잭 런던/ 차미례 옮김/ 1989.
  • 영원의 아이(상중하)/ 덴도 아라타/ 김난주 옮김/1999.
  • 샤바케/ 하타케나카 메구미/ 김소연 옮김/ 2005.
  • 인간 쓰레기/ 아이작 싱어/ 박원현 옮김/ 고려원/ 1992.
  • 인생을 훔친 여자/ 미야베 미유키/ 박영난 옮김/ 2000.
  •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 정태원 옮김/ 1994.
  • 호러 사일런스/ J. G. 발라드 외/ 김성화 옮김/ 1994.
  • 악마 다리/ 코난 도일/ 조용만 옮김/ 학원출판공사/ 1993.
  • 금요일 옷 벗는 도둑/ 마쓰모토 세이초 외/ 정태원 옮김/ 비전/ 1994.
  • 중국 오렌지의 비밀/ 엘러리 퀸/ 이원두 옮김/ 시공사/ 1994.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독 원숭이/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4.
  • 스나크 사냥/ 루이스 캐럴/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7.
  • 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최내현 옮김/북스피어/ 2006.
  • 비밀일기/ 스우 타운센드/ 배현나 옮김/ 김영사/ 1986.
  • 야수는 죽어야 한다/ 오오야부 하루히코/ 박영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비밀의 문/ 김내성/ 명지사/ 1994.
  •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 닐 게이먼/ 김명렬 옮김/ 2000.
  •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마루야마 겐지/ 김춘미 옮김/ 하늘연못/ 200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별을 쫓는 자/ 로저 젤라즈니/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유년기의 끝/ 아서 클라크/ 정영목 옮김/ 시공사/ 2001.
  • 유령의 집/ 헨리 제임스/ 이채윤 옮김/ 데미안/ 2003.
  •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클라크/ 김종원 옮김/ 한양출판/ 1994.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하인라인/ 임창성 옮김/ 잎새/ 1992.
  • 울게 될 거야/ 야마모토 후미오/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8.
  • 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황상훈 옮김/ 황금가지/ 2002.
  •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윤덕주 옮김/ 씨엔씨미디어/ 1999.
  • 맥널리의 모험/ 로렌스 샌더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 1993.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리더스 다이제스트 걸작추리모음 3/ 존딕슨카 외/ 동아출판사/ 1993.
  • 사이코/ 딘 쿤츠/ 신영희 옮김/ 한뜻/ 1997.
  • 발렌타인의 유산/ 스탠리 엘린/ 고경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태양의 유산(1, 2)/ 아사다 지로/ 한은미 옮김/ 시아/ 2000.
  •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1, 2)/ 마루야마 겐지/ 박은주 옮김/ 책세상/ 2000.
  • A2Z/ 야마다 에이미/ 이유정 옮김/ 태동 출판사/ 2004.
  • 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이주혜 옮김/ 이레/ 2009.
  • 프로페셔널 킬러/ 토마스 페리/ 최인석 옮김/ 모음사/ 1984.
  • 미드나이트 시즌/ 스티븐 킹/ 공경희 옮김/ 대산/ 1999.
  • 나를 기억하라/ 메리 히긴스 클라크/ 임지현 옮김/ 문학사상사/ 1995.`
  • 흔적/ 패트리샤 콘웰/ 조성은 옮김/ 시공사/ 1996.
  • 마지막 대본/ 미키 스필레인/ 정다빈 옮김/ 홍원/ 1993.
  •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김훈/ 문학동네/ 1995.
  • 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홍은주 옮김/ 북하우드/ 2006.
  • 메두사/ 이노우에 유케히토/ 송영인 옮김/ 시공사/ 1998.
  •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문학동네/ 2001.
  • 플레이보이 SF걸작선[1]/ 필립 K. 딕 외/ 황금가지/ 2003.
  • 워터멜론 슈가에서/ 리차드 브라우티건/ 최승자 옮김/ 도서출판 민/ 1995.
  • 무서운 사람들/ 얼 스탠리 가드너/ 강성열 옮김/ 세진출판사/ 1991.
  • 파프리카/ 쓰쓰이 야스타카/ 최경희 옮김/ 영림카디털/ 1994.
  • 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정탄 옮김/ 끌림/ 2008.
  • 고독의 노랫소리/ 덴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5.
  • 소돔의 성자/ 오사와 아리마사/ 이원두 옮김/ 이성/ 1993.
  • 아이스바운드/ 딘 쿤츠/ 안정희 옮김/ 한뜻/ 1996.
  • 불야성/ 하세 세이슈/ 김은아 옮김/ 대원/ 1999.
  • 사요나라 갱들이여/ 다카하시 겐이치로/ 이승진 옮김/ 향연/ 2004.
  • 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송경아 옮김/ 웅진/ 2007.
  • 어둠(1, 2)/ 제임스 허버트/ 김석희 옮김/ 정신세계사/ 1995.
  • 아웃(1, 2, 3)/ 기리노 나쓰오/ 홍영의 옮김/ 다리미디어/ 1999.
  • 대망(1~10)/ 야마오카 소하치/ 박재희 옮김/ 동서문화사/ 1975.
  • 속삭이는 사람들/ 마가리트 밀러/ 현재훈 옮김/해문/1983.
  • 디미트리오스의 관/ 에릭 앰블러/ 이가형 옮김/ 해문/1986.
  • 판사와 형리/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1988.
  • 부머랭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신용태 옮김/ 해문/ 1988.
  • 서재의 시체/ 애거서 크리스티/ 설영환 옮김/ 해문/ 1989.
  • 연성결(상,하)/ 김용/ 박영창 옮김/ 중원문화사/ 1989.
  •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김석환 옮김/ 해문/ 1989.
  • 중국 황금 살인 사건/ 로베르트 반 훌릭/ 이동진 옮김/ 삼신각/ 1990.
  • 내가 죽인 소녀/ 료 하라/ 박영 옮김/ 청림출판/ 1990.
  • 녹정기(1~11)/ 김용/ 박영창 옮김/중원문화사/1990.
  • 부자연스러운 주검/ P. D. 제임스/ 차근호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1.
  • 피부 밑의 두개골(1,2)/ P. D. 제임스/ 이명성 옮김/ 일시서적출판사/ 1992.
  • 인간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찌/ 이원두 옮김/ 한길사/ 1991.
  • 제3의 사나이/ 그레엄 그린/ 안흥규 옮김/ 문예출판사/ 1991.
  •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박종원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타인의 목/ 조르쥬 심농/ 김수연 옮김/ 일신서적출판사/ 1992.
  • 열쇠 없는 집/ 얼 비거스/ 유명우 옮김/ 한길사/ 1992.
  • 타이태닉 호의 음모/ 도널드 A. 스탠우드/ 이인복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죽은 자와의 결혼/ 윌리엄 아이리시/ 김석환 옮김/ 해문출판사/ 1992.
  • 미드나이트/ 딘 R. 쿤츠/ 조석진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벌거벗은 얼굴/ 시드니 셀던/ 한번웅 옮김/ 신원문화사/ 1993.
  • 컴퓨터의 몸값/ 미요시 도오루/ 권자인 옮김/ 수목출판사/ 1993.
  • 마지막 모험/ 엘모어 레오나드/ 김명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한국 서스펜스 걸작선/ 이상우 외/ 고려원미디어/ 1993.
  •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귄/ 윤소영 옮김/ 웅진출판/ 1993.
  • 여형사 K/ 수 그라프톤/ 정한솔 옮김/ 큰나무/ 1994.
  • 쇠못 세 개의 비밀/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4.
  • 경마장의 비밀/ 딕 프랜시스/ 이종인 옮김/ 고려원미디어/1994.
  • 레이디 킬러/ 도가와 마사꼬/ 김갑수 옮김/ 추리문학사/ 1994.
  •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걸작선 추리특급/ 엘러리 퀸 엮음/ 정성호 옮김/ 제삼기획/ 1994.
  • 종소리를 삼킨 여자/ 로베르트 반 훌릭/ 이희재 옮김/ 디자인하우스/ 1995.
  • SF 시네피아/ 아서 클라크 외/ 박상준 엮음/ 서울창작/ 1995.
  • 죽음의 편지/ 보브 랜들/ 김훈 엮음/ 고려원미디어/ 1996.
  • 유니스의 비밀/ 루스 렌들/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카인의 아들/ 패트리샤 콘웰/ 이창식 옮김/ 시공사/ 1996.
  • 시귀(1,2,3)/ 오노 후유미/ 임희선 옮김/ 들녘/ 1999.
  • 자본론 범죄/ 칼 마르크스/ 이승은 옮김/ 생각의나무/ 2004.
  • 월간 판타스틱 2008/08 Vol.18/ 페이퍼하우스/ 2008.
  • 만연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박유하 옮김/ 고려원/ 2000.
  • 위대한 세월/ 오에 겐자부로/ 김난주 옮김/ 고려원/ 1995.
  • 핀치러너 조서/ 오에 겐자부로/ 허호 옮김/ 고려원/ 1996.
  • 펠리컨브리프/ 존 그리샴/ 정영목 옮김/ 시공사/ 1994.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정계춘 옮김/ 자유문학사/ 1993.
  • 마지막 파티/ 윌리엄 캐츠/ 정태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6.
  • 복수법정/ 헨리 덴커/ 이상곤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아이라 레빈/ 이일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1.
  • 보안관과 도박사/ 엘모어 레오나드/ 이종인 옮김/ 고려원/ 1994.
  • 죽음의 세레나데/ 유우제/ 고려원미디어/ 1994.
  • 맨해턴 특급을 찾아라/ 클라이브 커슬러/ 이원두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독수리는 날아오르다/ 잭 히긴스/ 박주동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3.
  • 라마(6,7)/ 아서 클라크 & 젠트리 리/ 안정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4.
  • 맥널리의 행운/ 로렌스 샌더스/ 이순주 옮김/ 고려원/ 1992.
  • 맥널리의 비밀/ 로렌스 샌더스/ 이일수 옮김/ 고려원/ 1992.
  • 어둠을 울리는 우울한 종소리/앤드루 박스/ 이창식 옮김/ 고려원미디어/1992.
  • 여름으로 가는 문/ 로버트 A. 하인라인/ 이희재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2.
  • 석양에 빛나는 감(1,2)/ 다카무라 가오루/ 홍영의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5.
  • 무죄추정/ 스코트 터로우/ 최승자 옮김/ 대흥/ 1991.
  • 내가 심판한다/ 미키 스필레인/ 황해선 옮김/ 해문/ 1990
  • 거짓 예언자/ 숀 플레네리/ 김갑수 옮김/ 남도/ 1989.
  • 가족사냥/ 텐도 아라타/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03.
  • 야성의 증명/ 모리무라 세이치/ 김성재 옮김/ 책만드는집/ 1994.
  • 메인 스트리트/ 트리베니안/ 정태원 옮김/ 진음/ 1994.
  • 트럼프 살인사건/ 엘러리 퀸/ 이제중 옮김/ 시공사/ 1995.
  • 어둠의 목소리, 사나이의 목/ 이든 필포츠/ 조르주 심농/ 이가형 옮김/ 하서/ 1981.
  • 두 아내를 가진 남자/ 패트릭 퀜틴/ 심상곤 옮김/ 해문/ 1990.

2022/08/05

영국 추리작가 협회 (CWA) 선정,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

영국 추리작가 협회 (The Crime Writers' Association: CWA)에서 1990년 발표했던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 입니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 국내 미 출간작은 회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국내 출간작은 모두 59편입니다. 대부분의 출간작이 상위 50위 이내 (43편)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상위권에 유명 작품이 더 많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추리작가 협회 (MWA)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100을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특히 MWA에서는 1위로 꼽은 셜록 홈즈 시리즈 순위가 낮은게 가장 의외였어요. 세 편 선정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가 다른 유명 걸작들을 능가하는 작품인지는 살짝 의심스러웠고요. 미국 작품은 하드보일드 계열만 주로 선정한게 의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는 도로시 L 세이어스의 "학원제의 밤"이라던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사라진 완구점", 마저리 엘링엄의 작품 등이 눈에 뜨이는데, 언젠가는 국내에 출간되면 좋겠네요.

1위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위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3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4위 "학원제의 밤" 도로시 L 세이어스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7위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8위 "월장석" 윌키 콜린스

9위 [[the ipcress file]] 렌 데이튼

10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11위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12위 "실종 당시의 복장은" 힐러리 워

13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4위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15위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16위 "살의" 프랜시스 아일즈

17위 "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스

18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9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0위 "39계단" 존 버컨

21위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22위 "살인은 광고된다" 도로시 L 세이어스

23위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애드거 앨런 포 24위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25위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26위 [[Tiger in the smoke]] 마저리 엘링엄

27위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28위 "흰 옷의 여인" 윌키 콜린스

29위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30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31위 "유리 열쇠" 더쉴 해밋

32위 "배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33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34위 "트렌트 마지막 사건" E.C 벤틀리

35위 [[From Russia with Love]] 이언 플레밍

36위 "경관 혐오" 에드 멕베인

37위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38위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39위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40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41위 "독 초콜릿 사건" 앤서니 버클리

42위 "성녀의 유골" 엘리스 피터스

43위 "죽음의 혼례" 엘리스 피터스

44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45위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46위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47위 "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48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우

49위 "내 눈에 비친 악마" 루스 렌들

50위 "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51위 "치명적 반전" 바바라 바인

52위 [[The Journeying Boy]] 마이클 이네스

53위 [[A Taste for Death]] P.D. 제임스

54위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렸다" 잭 히긴스

55위 [[My Brother Michael]] 메리 스튜어트

56위 [[Bertie and the Tin Man]] 피터 러브지

57위 [[Penny Blac]] 수전 무디

58위 [[Game, Set & Match]] 렌 데이튼

59위 [[The Danger]] 딕 프란시스

60위 [[Devices and Desires]] P.D. 제임스

61위 [[Under World]] 레지널드 힐

62위 [[Nine Coaches Waiting]] 메리 스튜어트

63위 [[A Running Duck]] 폴라 고슬링

64위 [[smallbone deceased>> 마이클 길버트

65위 [[The Rose of Tibet]] 라이오넬 데이비슨

66위 [[Innocent Blood]] P.D. 제임스

67위 <<맹독>> 도로시 L 세이어스

68위 [[Hamlet, Revenge!]] 마이클 이네스

69위 "시간의 도둑" 토니 힐러먼

70위 [[A Bullet in the Ballet]] Caryl Brahms & S. J. Simon

71위 [[Deadheads]] 레지널드 힐

72위 "제3의 사나이" 그레이엄 그린

73위 [[The Labyrinth Makers]] 앤서니 프라이스

74위 [[the quiller memorandum>>애덤 홀

75위 "내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76위 [[The Shortest Way to Hade]] 새러 코드웰

77위 "질주" 데스몬드 배글리

78위 [[Twice Shy]] 딕 프란시스

79위 [[The Manchurian Candidate]] 리처드 콘돈

80위 [[the killings at drift>> 캐롤라인 그래험

81위 "야수는 죽어야 한다" 니콜라스 블레이크

82위 "고르키 파크" 마틴 크루즈 스미스

83위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84위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85위 [[Tragedy at law]] 시릴 헤어

86위 "콜렉터" 존 파울즈

87위 "기데온과 방화마" J.J. 매릭

88위 "대통령의 유산 The Sun Chemist" 라이오넬 데이비슨

89위 "나바론 요새" 알리스테어 맥클린

90위 [[The Colour of Murder]] 줄리안 시몬즈

91위 [[Greenmantle]] 존 버컨

92위 "모래톱의 수수께끼" 어스킨 칠더스

93위 [[wobble to death>> 피터 러브지

94위 <<붉은 수확>> 더쉴 해밋

95위 [[The Key to Rebecca]] 켄 폴렛트

96위 [[Sadie When She Died]] 에드 멕베인

97위 [[The Murder of the Maharajah]] H.R.F. 키팅

98위 [[What Bloody Man Is That?]] 사이먼 브렛

99위 [[Shooting Script]] 게빈 라이얼

100위 "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러스

2023/10/29

겨우살이 살인사건 - P.D. 제임스 / 이주혜 : 별점 4점

겨우살이 살인사건 - 8점
P. D. 제임스 지음, 이주혜 옮김/아작

P.D. 제임스 여사의 단편집. 표제작을 포함 모두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사님의 "어떤 살의"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걸작이지만 다른 작품들 - "검은 탑",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 은 다소 지루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어요. 그래도 단편이라기에 집어들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선입견 때문에 읽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했네요.
표제작을 비롯하여 모두 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완성도 높은 명작들입니다. "단편은 좁은 반경 안에서 독자들이 좋은 범죄 소설에 기대하는 것 - 믿을 만한 미스터리, 긴장감, 흥분, 언제나 공감할 수는 없어도 정체를 알 수 있는 인물들, 그리고 실망스럽지 않은 결말 등 - 들을 찾아 신뢰 가능한 세계를 제공한다."며 단편 소설의 장점을 짚어낸 서문 그대로, 수록작 모두 독자들이 좋은 범죄 소설에 기대하는 것들을 충족시켜 줍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4점. 모든 추리 애호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크리스마스가 무대이니 만큼, 얼마 안 남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어주시면 더욱 좋겠네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겨우살이 살인사건" 
18살 어린 나이에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P.D. 제임스는 오래전 가족과 결별했던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초대를 받아들였다. 할머니의 스터틀리 영주 저택에는 할머니와 사촌 폴, 그리고 또 다른 먼 친척 롤런드 메이브릭이 있었다. 가족과 함께 하던 즐거움도 잠시, 크리스마스 밤에 롤런드가 살해당했다.

여사가 추리 소설계에 투신하게 된 계기였던 사건을 그린 자전적 소설. 실제 있었던 사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실감나게 쓰여있습니다.

작중에서도 언급되지만 전형적인 애거서 크리스티 유형의 이야기입니다. 시골 저택, 그것도 치명적인 장소인 '서재'에서 살해된 시체가 발견된다는 점에서는요. 주인공이자 화자이자 탐정역인 여사가 간단한 조사로 밝혀낸, 폴과 공범 - 할머니로 생각되는 - 이 폴의 형을 협박해서 자살하게 만든 롤런드를 살해했다는 진상도 설득력이 넘칩니다.

여사의 조사로 밝혀지는 단서가 곧바로 추리로 이어져서 독자가 함께 범인을 찾아내게 만드는 맛은 부족하지만, 고전 황금기 걸작에 뒤지지 않는 재미와 흥미를 가져다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아주 흔한 살인사건"
16년 전, 어니스트 게이브리얼은 직장에서 몰래 포르노를 읽다가 이웃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남녀 - 데니스 스펠러와 에일린 모리시 - 의 불륜 행각을 목격했다. 둘의 만남은 매주 금요일마다 이루어졌다. 에일린이 살해된 후 데니스는 체포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사형이 집행되었다. 게이브리얼은 그날 데니스가 에일린을 만나지 못했다는걸 목격했지만 자신의 은밀한 행동 -포르노를 숨어 읽은 것 - 이 들통날까 두려워 증언을 하지 않았다....

딱 4페이지 전까지는 게이브리얼의 딜레마를 그린 심리극으로 보였습니다. 심리극으로도 워낙 묘사가 탁월해서 흥미롭기 그지 없는데, 마지막에 게이브리얼이 에일린을 살해한 진범이라는게 드러나면서 범죄극으로 전환되는건 정말 기가막혔습니다. 서늘한 반전이 중요한 '기묘한 맛'류의 장르물로도 아주 우수해요.

그런데 딱 한 가지, 부동산 중개업자가 피해자 에일린의 남편이었다는게 마지막에 드러나는데 이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상황을 짐작할만한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박스데일의 유산"
애덤 달글리시 총경의 대부 허버트는 앨리 종조모로부터 5만 파운드라는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다. 하지만 앨리 종조모가 67년 전, 크리스마스 다음날 남편 오거스터스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품고 달글리시에게 진상 조사를 부탁했다.

"이 세상에서 부자들은 딱 한 번만 대가를 치른답니다."

애덤 달글리시 시리즈 단편. 무려 67년 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4살이었던 허버트가 진범이라는 진상은 놀랍습니다. 그리고 앨리를 미워해서 사형 선고를 받게 하려다가 오히려 약점을 잡혀 전 재산을 잃고 만 고다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왔고요. 강한 여자들이 패자가 모든걸 잃고만다는 공정한 영국식 결투를 벌였다는게 신선했거든요. 앨리가 뛰어난 두뇌와 소매치기(?) 능력으로 승기를 잡는다는게 앞서 복선처럼 잘 설명되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당시 4살이었던 허버트가 진범이라는 진상은 다소 비약이 심했고, 이를 추리할 논리적인 근거도 전무하다는 약점은 큽니다. 달글리시가 아이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게 근거의 거의 전부거든요. 주전자 물이 줄어들었고 물 웅덩이가 닦였다는 정도로 앨리가 진상을 꿰뚫어 보았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억지스러웠어요. 그래서 별점은 3.5점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열두 가지 단서"
막 경사로 승진한 젊은 달글리시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한 고모 집으로 향하던 중 급한 용무가 있다는 헬무트 하커빌을 태워주게 되었다. 그는 삼촌 하커빌이 자살했다고 했다. 하지만 달글리시는 무려 열두 가지나 되는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하커빌을 조카 가족들이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하려한걸 달글리시가 여러가지 단서들로 밝혀내는데, 단서 제공은 공정하고 전개도 깔끔합니다. 작 중에 달글리시가 설명하는 아래의 열두 가지 이상한 점은 모두 독자들에게도 똑같이 제공되거든요.
  1. 유서는 편지의 마지막 장으로 봉투에 넣으려고 두 번 접었는데 누가 다림질을 해서 펴려고 했는지 (유서에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언급했는데 왜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살했는지)
  2. 벽난로에 타다 남은 여권
  3. 저택 매각을 의미하는 내용의 편지 조각
  4. 피해자는 모자를 쓰고 죽었는데 베개에 발모제 연고가 훨씬 많이 묻은 이유
  5. 크리스마스 크래커 장난감은 어디갔는지
  6. 유서에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조카 며느리가 만든다고 되어 있는데 요리사를 구하는 광고를 내라고 시킨 이유
  7. 전날 밤 조카들 가족과 같이 도착했다는 요리사 가방이 풀리지 않은채 침대 위에 놓여 있는 이유
  8. 요리사가 쪽지 필체가 하커빌 것이라는걸 알고 있는 이유
  9. 직전에 고용되었다는 요리사가 엉망인 부엌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이유
  10. 피해자 잠옷 맨 위 단춧구멍에 호랑가시나무 가지가 꽂혀있었는데, 피해자 손은 가시에 찔리지 않았고 가시에는 연고가 묻어있지 않았다.
  11. 피해자가 크리스마스 푸딩을 손으로 파냈다면, 손톱 밑에 푸딩이 끼어 있지 않은 이유
  12. 피해자가 죽고 8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난로 안의 재가 여전히 따뜻했던 이유 (그리고 성냥은 어디 있는지?)
이 중 크리스마스 푸딩에 관련된건 잘 설명되어 있지 않은 등 몇 가지는 다소 억지스럽기는 합니다. 모든 이상한 점이 다 자세하게 설명되지도 않고요.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크래커 당기는 소리와 장난감과의 관계라던가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꽂은 이유는 잘 모르겠더군요. 영국식 크리스마스 파티의 필수 요소였던걸까요?

그래도 본격 추리 단편의 교과서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달글리시 말 그대로 '완전히 애거서 크리스티' 같은 셈이에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05/04/07

어떤 살의 A mind to Murder - P.D 제임스 : 별점 4점



주로 정신병 환자를 치료하는 스테인 진료소의 지하실에서 사무장 보럼양이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런던 경시청의 애덤 달그리시 경시는 사건을 맡아 사건 발생 당시 진료소가 거의 밀폐된 상태였다는 점에 주목하여 당시 진료소 내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조사하며 그녀의 살인에 대해 동기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인물을 찾기 시작한다.
그녀의 유산을 받게 되는 사촌, 그녀를 미워했던 의사, 그녀가 비밀을 폭로하여 궁지에 처한 의사. 그녀가 없으면 승진이 가능한 타이피스트... 등 거의 모든 인물들이 하나씩의 동기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달그리시는 사건 전에 발생했던 15파운드라는 푼돈 도난 사고에 관심을 가지고 이 사건의 진상을 꿰뚫어 보게 되는데...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여성 추리 작가 중 한명인 P.D. 제임스 여사의 작품입니다. 세계적 작가답게 출판사에서 공식 홈페이지도 개설해 놓았네요.
"검은탑"과 "나이팅게일의 비밀"에 이어서 세번째로 접해보게 되었는데 여사의 시리즈 캐릭터인 달그리시경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사해 보니 이 작품이 오히려 앞서 읽은 두 작품보다 먼저 발표된 작품이더군요.
다른 작품을 읽어 보았던 기억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제임스 여사의 작품은 추리소설작가답지 않게 굉장히 서정적인 문체가 인상적인 작품들이었습니다. 여성 작가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묘사들에 있어 섬세하고 감정을 건드리는 특이한 문체를 지니고 있었다고 기억되며, 또한 주인공인 달그리시 경시조차 "시인" 을 겸직하고 있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어서 달그리시 경사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더욱 그러한 색채가 짙었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이러한 문체가 장점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었을 뿐더러 그다지 좋지 않은 번역으로 출판되어서 이전 두 작품 모두 읽기에는 굉장히 지루했었기 때문에 이 작품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구하기 힘든 작품이라 선뜻 구입하기는 했지만 읽기를 계속 미뤄 온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런데 읽어보니 왠걸! 여태까지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박진감있는 이야기 전개와 함께 모든 단서와 상황이 독자와 공평한 두뇌게임을 할 수 있게끔 펼쳐져 있으면서도 합리적인 결말로 흘러가는 등 고전 본격물 못지 않은 완벽한 본격 추리소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복선과 단서들을 대화와 상황 묘사 속에서 씨줄과 날줄처럼 잘 엮고 있는 것도 아주 좋았어요. 상당히 치밀하게 잘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거든요. 여러 함정과 장치 역시 만만치 않아 여사의 내공을 느끼게 해 주더군요.
아울러 비교적 빠른 템포로 모든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좋았고 깔끔한 번역 역시 합격점을 줄 만 하네요. 여기에 달그리시 경시의 개인적인 사생활과 로맨스도 살짝쿵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트릭 자체는 그다지 복잡한 퍼즐 미스테리는 아니라서 서두 부분의 관계자들의 심문을 통해 대체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등장인물이 적은 만큼 동기 측면에서 범인을 유추해 낼 수도 있다는 점, 기존에 읽었던 여타 다른 작품들과 여러 묘사에 관한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 등 약간의 아쉬움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정말 작은 부분이며 장점이 훨~씬 큰 작품입니다. 세밀한 심리묘사와 상황설정이 돋보이며 물론 추리물로서의 가치도 최고니까요. 한마디로 모스 경감의 고품격 젠틀맨 버젼이랄까요? 별점은 4점입니다.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서야 대거상과 미국 추리작가 협회상 (Grand Master)을 전부 수상했던 제임스 여사의 진면목을 알게 된 것 같아 후련하기도 하네요. 다른 작품들도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정독 해 봐야 겠습니다.

PS : 다른 2편의 장편과 비슷하게 이번에도 진료소를 무대로 하고 있는 것이 조금 이채로왔는데 작가에 대해 좀 조사해 보니 실제 제임스 여사는 병원 관리일을 했으며 남편도 의사였다고 하는군요.

2024/02/09

더는 잠들지 못하리라 - P.D. 제임스 / 이주혜 : 별점 2.5점

더는 잠들지 못하리라 - 6점
P. D. 제임스 지음, 이주혜 옮김/아작

P.D. 제임스 단편집. "겨우살이 살인사건"과 같은 출판사에서 동일한 판형으로, 비슷한 디자인으로 출간한 시리즈 도서. "겨우살이 살인사건"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기에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겨우살이 살인사건"보다는 별로였습니다. 정통 고전 영국식 본격 추리물보다는 범죄 심리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반전이 중심인 몇몇 작품들은 대체로 헨리 슬레사등 미국 단편 전문 작가들 스타일이라 신선함을 느끼기도 힘들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요요
인기없는 선생을 하인이 살해하는걸 목격한 소년은 거짓말을 지어내서 하인을 구해준다.
소년이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꾸며내고, 의도한대로 사건 수사가 흘러가도록 주도한다는 내용의 심리 범죄물. 요요를 통해 옛 추억을 떠올리고, 소년이 이 때 받은 인상으로 법조인이 되었다는 등의 디테일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소악마'라는 측면 외에는 특별한건 없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피해자
완전 범죄 계획을 꾸미고 실행하는 과정이 그려진 범죄 소설이자 도서 추리물. 완전 범죄물로의 가치도 높고, 전처 엘시가 완전 범죄가 가능하게끔 안배했다는 반전도 깔끔합니다.

그러나 거의 30년 전에 다른 추리소설 걸작 단편선 앤솔러지를 통해 이미 읽어보았기에 신선함은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결말의 반전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던 탓입니다.
물론 30여년 전에 읽었던 작품의 기억이 생생하다는건 그만큼 이 작품이 빼어난 작품이라는걸 증명하지만, 이전 번역은 주인공의 협박 편지 속 오타까지 한글화했었는데 반해 이 책의 번역은 그 맛은 살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
추리소설가 찰스 미클도어는 1939년 16살 때의 의붓삼촌 살인 사건의 재조사를 시작했다.
삼촌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협박 편지를 받은 뒤 편지대로 그날 밤 살해당했다. 그런데 찰스를 제외한 저택의 초대 손님들과 주변 이웃들도 삼촌을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

저택에서 벌어지는 크리스마스 파티, 다양한 초대 손님들이라는 무대 구성부터 정통 고전 본격 미스터리의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 작품.
추리적으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범인이 너무 명확하거든요. 찰스가 목격했던 산타는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발견된 삼촌 - 산타로 분장했던 - 은 장갑을 끼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찰스가 목격했던 산타는 누군가가 변장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며, 그가 범인일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손님 중에서 찰스 삼촌과 키가 비슷했던건 콜드웰 뿐이었고요. 콜드웰이 방을 바꾸자고 한 등의 정황증거들도 차고 넘치니 범인은 콜드웰입니다!
범인이 뻔하니 흥미를 돋우기 위해 터빌 부부를 수상하게 보이게 만드는 묘사를 시도했는데, 이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알고보니 부부가 성모상을 훔쳐갔다는건 드러난 정보로는 추리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한 번 정도 이야기를 꼬아서, 누군가 키높이 구두를 신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풀어나갔어야 했어요.
전개도 아쉽습니다. 찰스와 당시 사건 수사 담당이었던 존 포팅어 경감 시선을 오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관계자들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에필로그 역시 불필요했고요.
한마디로 초기작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묘지를 사랑한 소녀
어린 시절 고아가 된 뒤 숙모집에 머물게 된 소녀는 묘지에 푹 빠졌다. 어른이 된 뒤 오래전 살던 집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잊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옛 집을 찾아가서 어린 시절 봉인되었던 살인 사건의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는 내용의 범죄물. 아버지는 할머니를 살해했다는 죄로 사형당했는데, 사실 할머니를 죽인건 소녀였다는 반전은 미국식 단편 범죄물 느낌인데, 심리 묘사로 잘 드러내서 섬뜩함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묘지를 사랑한다는 설정은 비일상적이라 억지스러웠고, 반전과 잘 이어지지는 못합니다. 아버지는 사형수라 감옥 묘지에 묻혀있어 아버지 묘지에 갈 수 없다는걸 드러내는 결말은 작위적이었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주 바람직한 거주지
종합 중등학교 교사 해럴드 빈스는 아내 에밀리를 학대하다가, 에밀리 살인 미수 사건을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았다.
동료 교사였던 나는 이혼한 에밀리와 재혼해서 그녀의 소유였던 멋진 주택에 입주했다. 사실 살인 미수 사건은 모두 나와 에밀리가 사전에 모의해서 꾸며냈던 것이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알고보니 덫에 걸려버렸다는 내용의 단편. 나는 에밀리를 위해 범행을 계획하고 도와주었지만, 에밀리가 먼저 죽으면 해럴드에게 누명을 씌웠던 범죄가 공개된다는 협박(?)을 받고, 원했던 주택마저 에밀리가 파는걸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는 채 결혼 지옥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지요.
공들인 살인 미수 계획은 눈길을 끌지만, 설정과 전개, 결말 모두 전형적이고 흔한 미국식 범죄 스릴러물 단편을 연상케해서 아쉽습니다. 남편을 지옥에 빠트리는 에밀리라는 캐릭터의 마성(?)도 잘 드러나지 못했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밀크로프트씨의 생일
밀드레드와 로드니 남매는 아버지의 생일 파티를 위해 양로원을 찾았다. 아버지는 과거 유산 때문에 동생을 독살했었는데, 비싼 다른 양로원으로 옮겨주지 않으면 이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했다. 남매는 옛날에 살던 저택에서 증거인 비소병을 몰래 회수하려했지만, 오히려 현 주인에게 들켜 약점을 잡히고 말았다.
결국 원하는 양로원으로 옮겨간 아버지는, 친구 '준장'과 함께 작전 성공을 자축하는데....

약간 코믹한 범죄극. 알고보니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약병의 회수와 관련된건 친구 준장과 함께 계획했던 작전이었다는 반전에 이어, 정말 아버지가 모티머 삼촌을 살해했다는 반전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깔끔합니다. 별 것 아닌 듯 했던 나무 구멍 속 비닐봉지를 반전으로 이어가는 솜씨는 과연 거장답다 싶었어요. 설득력도 높고요.
수록작 중 최고로 꼽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2008/08/07

children of men - 알폰소 쿠아론 (2006) : 별점 2.5점

서기 2027년. 세계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재앙의 시대를 맞이한다. 마침 지구상의 가장 어린 아이였던 디에고가 사망하고 런던은 폭력과 무정부주의에 휩싸이게 된다. 사회운동가 출신이지만 현재는 공무원인 테오는 과거의 연인이자 반군의 총수인 줄리안의 부탁으로 통행증을 불법으로 만들어 주는데 줄리안은 테러로 인해 사망한다. 반군 기지로 이동한 테오는 자신이 만든 통행증의 주인공인 소녀가 "임신" 한 것을 알게 되는데....

P.D 제임스 여사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보게 된 계기는 다름이 아니라 imdb의 미스터리 쟝르 Top 50 때문입니다. 나름 상위권에 이 작품이 있어서 (이 글을 쓰는 2008년 8월 7일 기준 현재 31위군요) 찾아보게 되었죠. 일단 짧은 감상으로는 영화는 잘 만들었고 높은 평점이 이해가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의 전작들은 특별히 본 작품은 없지만 날 것 냄새가 물씬 나는 화면은 꽤 괜찮았고 약간 다큐 느낌이 나는 촬영 등은 상당히 극의 현실성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과 무지하게 많이 달랐습니다. 일종의 SF라면 SF인데 설정은 꽤 참신하고 그럴듯 했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결말에 이르는 부분이 예상 그대로이며 별다른 반전이나 미스터리 없이 영화가 진행되는 등 왜 이 작품이 미스터리 쟝르에 속하는지 자체를 궁금하게 만들더군요. "휴먼 프로젝트"라는 조직이 뭐하는 곳인지, 반군들과 정부군의 싸움 그리고 난민들은 어케 된 것인지 기본적인 정보가 너무 부족했고요. 때문에 영화는 사실 좀 지루한 편입니다. 뭔가 감동적인 드라마로 그려질 수 있는 부분도 너무 날 것 냄새나는 화면들이라 별로 와 닿지도 않고 말이죠.

하여간 imdb 등 영화 사이트의 쟝르구분은 믿을 수 없긴 하지만 이 작품은 생각보다도 더 심하네요. 단지 P.D 제임스 여사 원작 소설이라 미스터리로 분류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웰메이드 영화이지만 제 기대와 너무 달라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드네요. 별점을 준다면 두개 반 정도?

2024/04/23

IMBA 선정 20세기 최고의 미스터리 100선

미국 독립 미스터리 전문 서점 협회(Independent Mystery Booksellers Association)의 회원들이 선정한 20세기의 미스터리 소설 100선입니다.
출처는 dcinside 추리소설 갤러리입니다. 원글은 이 곳에서 확인하세요.

100편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리뷰를 올린 작품은 모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The Tiger in the Smoke - 마저리 앨링엄 (Allingham, Margery) (1952)
4. Aunt Dimity's Death - 낸시 애서튼 (Atherton, Nancy) (1992)
5. In the Heat of the Night - 존 볼 (Ball, John) (1965) / 국내 출간: 밤의 열기 속에서 (하서출판사)
6. Sheer Torture - 로버트 버나드 (Barnard, Robert) (1982)
7. Track of the Cat - 네바다 바 (Barr, Nevada) (1993)
8. The Beast Must Die - 니콜라스 블레이크 (Blake, Nicholas) (1938) / 국내 출간: 야수는 죽어야 한다 (황금가지)
9. When the Sacred Ginmill Closes - 로렌스 블록 (Block, Lawrence) (1986)
11. The Fabulous Clipjoint - 프레드릭 브라운 (Brown, Fredric) (1947)
12. The Thirty-Nine Steps - 존 버컨 (Buchan, John) (1915) / 국내 출간: 39계단 (문예출판사)
13. Black Cherry Blues - 제임스 리 버크 (Burke, James Lee) (1989)
15. The Thin Woman - 도로시 캔넬 (Cannell, Dorothy) (1984)
17. Thus Was Adonis Murderd - 새라 코드웰 (Caudwell, Sarah) (1981)
18. The Big Sleep - 레이먼드 챈들러 (Chandler, Raymond) (1939) / 국내 출간: 빅 슬립 (문학동네)
19. The Murder of Roger Ackroyd - 애거서 크리스티 (Christie, Agatha) (1926) / 국내 출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황금가지)
20. The Concrete Blonde - 마이클 코넬리 (Connelly, Michael) (1994) / 국내 출간: 콘크리트 블론드 (알에이치코리아)
21. The Man Who Liked Slow Tomatoes - K. C. 콘스탄틴 (Constantine, K. C.) (1982)
22. The Monkey's Raincoat - 로버트 크레이스 (Crais, Robert) (1987) / 국내 출간: 몽키스 레인코트 (노블마인)
23. The Moving Toyshop - 에드먼드 크리스핀 (Crispin, Edmund) (1946)
24. Dreaming of the Bones - 데보라 크롬비 (Crombie, Deborah) (1997)
25. The Last Good Kiss - 제임스 크럼리 (Crumley, James) (1978)
26. The Yellow Room Conspiracy - 피터 디킨슨 (Dickinson, Peter) (1994)
29. Booked to Die - 존 더닝 (Dunning, John) (1992)
30. Old Bones - 아론 엘킨스 (Elkins, Aaron) (1987)
32. Time and Again - 잭 피니 (Finney, Jack) (1970)
33. Who in Hell Is Wanda Fuca? - G. M. 포드 (Frod, G. M.) (1995)
35. The Hours Before Dawn - 실리아 프렘린 (Fremlin, Celia) (1958)
36. A Great Deliverance - 엘리자베스 조지 (George, Elizabeth) (1988) / 국내 출간: 성스러운 살인 (현대문학)
37. Smallbone Deceased - 마이클 길버트 (Gilbert, Michael) (1950)
38. “A" Is for Alibi - 수 그래프턴 (Grafton, Sue) (1982) / 국내 출간: 여형사 K (큰나무)
39. The Killings at Badger's Drift - 캐롤라인 그레이엄 (Graham, Caroline) (1987)
40. The Man With the Load of Mischief - 마사 그라임즈 (Grimes, Martha) (1981)
43. The Silence of the Lambs - 토머스 해리스 (Harris, Thomas) (1988) / 국내 출간: 양들의 침묵 (나무의철학)
44. Tourist Season - 칼 하이어센 (Hiaasen, Carl) (1986)
46. On Beulah Height - 레지널드 힐 (Hill, Reginald) (1998)
47. A Thief of Time - 토니 힐러먼 (Hillerman, Tony) (1988) / 국내 출간: 시간의 도둑 (고려원미디어)
48. Cotton Comes to Harlem - 체스터 하임즈 (Himes, Chester) (1964)
49. Hamlet, Revenge! - 마이클 이네스 (Innes, Michael) (1937)
53. When the Bough Breaks - 조너선 켈러먼 (Kellerman, Jonathan) (1985) / 국내 출간: 큰 가지가 부러질 때 (청담문학사)
54. The Beekeeper's Apprentice - 로리 킹 (King, Laurie) (1994)
55. Dark Nantucket Noon - 제인 랭턴 (Langton, Jane) (1975)
57. To Kill a Mockingbird - 하퍼 리 (Lee, Harper) (1960) / 국내 출간: 앵무새 죽이기 (열린책들)
59. Get Shorty - 엘모어 레너드 (Leonard, Elmore) (1990)
60. Sleeping Dog - 딕 록티 (Lochte, Dick) (1985)
61. Rough Cider - 피터 러브시 (Lovesy, Peter) (1986)
63. The List of Adrian Messenger - 필립 맥도널드 (MacDonald, Philip) (1959)
65. Bootlegger's Daughter - 마거릿 마론 (Maron, Margaret) (1992)
66. Death of a Peer - 나이오 마시 (Marsh, Ngaio) (1940)
67. Sadie When She Died - 에드 맥베인 (McBain, Ed) (1972)
68. The Sunday Hangman - 제임스 매클루어 (McClure, James) (1977)
69. If I Ever Rreturn, Pretty Peggy-O - 섀린 매크럼 (McCrumb, Sharyn) (1990)
70. A Stranger in My Grave - 마거릿 밀러 (Miller, Margaret) (1960) / 내 출간: 내 무덤에 묻힌 사람 (엘릭시르)
71. Devil in a Blue Dress - 월터 모즐리 (Mosley, Walter) (1988)
72. Edwin of the Iron Shoes - 마르샤 물러 (Muller, Marcia) (1977) / 국내 출간: 세계 여성 작가 서스펜스 걸작선 ‘쇠구두를 신은 에드윈’ (고려원미디어)
73. Death's Bright Angel - 자넷 닐 (Neel, Janet) (1988)
74. Mallory's Oracle - 캐럴 오코넬 (O'Connell, Carol) (1994)
75. Child of Silence - 애비게일 파젯 (Padgett, Abigail) (1993)
76. Deadlock - 새라 패러츠키 (Paretsky, Sara) (1984)
77. Looking for Rachel Wallace - 로버트 파커 (Parker, Robert) (1980)
79. Vanishing Act - 토머스 페리 (Perry, Thomas) (1995)
80. Crocodile on the Sandback - 엘리자베스 피터스 (Peters, Elizabeth) (1975)
81. One Corpse Too Many - 엘리스 피터스 (Peters, Ellis) (1979) / 국내 출간: 99번째 주검 (북하우스)
82. Blue Lonesome - 빌 프론지니 (Pronzini, Bill) (1995)
84. No More Dying Then - 루스 렌델 (Rendell, Ruth) (1971)
85. The Wrong Murder - 크레이그 라이스 (Rice, Craig) (1940)
87. Blood at the Root - 피터 로빈슨 (Robinson, Peter) (1997)
89. A Broken Vessel - 케이트 로스 (Ross, Kate) (1994)
90. Concourse - S. J. 로잰 (Rozan, S. J.) (1995)
91. Murder Must Advertise - 도로시 L. 세이어즈 (Sayers, Dorothy L.) (1933) / 국내 출간: 살인은 광고된다 (블루프린트) (ebook), 광고하는 살인 (동안)
95. Chinaman's Chance - 로스 토머스 (Thomas, Ross) (1978)
96. A Test of Wills - 찰스 토드 (Todd, Charles) (1996)
98. The Sands of Windee - 아서 업필드 (Upfield, Arthur) (1931)
100. Sanibel Flats - 랜디 웨인 화이트 (White, Randy Wayne) (1990)

다른 유사 리스트와 구분되는 특징이라면 한 작가 당 하나의 작품만 꼽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소개되는 작가들이 다른 리스트에 비하면 훨씬 많고, 다른 리스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품들 - 예를 들자면 "스트라이크 살인" - 도 눈에 뜨이지요.

하지만 영미권, 특히 미국 작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단점이 큽니다. 몇 안되는 유럽 작품에 "뒤마 클럽"이 속한 것도 납득불가고요. 작가별 대표작들도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87분서 시리즈'라면 당연히 "살의의 쐐기"를 꼽아야 하지 않을까요? 온갖 하드보일드 작품들을 망라하면서 정작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이 없는 것도 믿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참고 수준에 그칠 리스트입니다. 어차피 작품 선정 기준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니 당연하겠지만요.

2013/12/02

스틸 라이프 - 루이즈 페니 / 박웅희 : 별점 2점

스틸 라이프 - 4점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추리작가협회상, 캐나다추리작가협회상, 영미서점협회 딜리스상, 앤서니상, 배리상 5관왕에 빛나는 루이즈 페니의 데뷔작. 선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 스리 파인스, 그러나 그들 중 한 명이 곪아있다. 추수감사절 이른 아침 안개가 걷히고 스리 파인스의 집집마다 새로운 하루가 찾아든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천국이나 다름없는 캐나다 퀘벡주 시골 마을의 단풍나무 숲에서 노부인의 시체가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것은 분명 사슴 사냥철 사냥꾼의 오발에 의한 사고였음이 틀림없다. 누가 온화하고 선량한 아마추어 화가의 죽음을 원하겠는가? 하지만 눈부신 경력의 퀘벡 경찰청 아르망 가마슈 경감은 하얀 말뚝 울타리 너머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채는데…

자신의 그림 전시를 일주일 앞둔 어느 날 숲 속에서 죽음을 맞은 제인 닐은 과연 사고사인가? 고의적인 살인인가? 제인의 그림 속에 숨겨진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도대체 무얼 말하려고 했던 것인가? 영어권과 불어권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국적인 문화 배경을 토대로 목가적인 풍경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개성적인 등장인물들이 어우러져 있는 작품이다. <인터넷 서점 책 소개 인용>

퀘벡 경찰청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분량이 무려 450페이지나 됩니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후덜덜한 볼륨을 자랑하지요. 

스리 파인스 마을을 무대로 한 살인 사건을 그리는데, 최근의 현대적인 작품들에서는 보기 드문 크리스티 여사류의 전형적 후더닛 계열 미스터리물입니다. 폐쇄된 작은 공동체 안에서 벌어진 딱 한 건의 사건, 그리고 범인은 누구이냐가 핵심입니다. 그러나 잘 짜여진 후더닛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닙니다. 책 해설에서 크리스티 여사님의 작품과 비교했는데 엄청난 무리수에요. 비교가 안되니까요.

가장 큰 이유는 추리적인 가치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가마슈 경감은 명문장과 시를 외우고 다니는, 약간은 P.D 제임스의 달그리쉬 경부를 연상케 하는 지적이고 섬세한 인물인데 작품 내내 폼만 잡을 뿐 실상 추리를 하거나 탐정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습니다. 사건이 해결되는 결정적 계기도 클라라가 제인이 그린 그림의 이상을 발견한 덕분이고요. 이래서야 "명탐정 코난"의 멍청한 지방 현경(이름이 뭐더라?)과 별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범행 동기가 무의미하다는 것도 추리물로는 있을 수 없는 단점입니다. 이미 중반에 벤의 어머니 살해 사실을 증명하는건 불가능하다고 언급됩니다. 그런데 단지 그림 하나 때문에 사람을 죽여 일을 키운다? 말도 안됩니다. 사실이 폭로되었다 해도 벤이 잃을 건 아무것도 없었을테니까요. 제인과 벤 사이의 인간관계가 약간 금이 갈 뿐이었겠지요. 증거가 없으니 무고죄로 물고 늘어지는 것도 가능했을 테고요. 이렇게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니 정통 후더닛 계열 작품으로 볼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동기로서는 반칙에 불과해요.

그림을 덧칠해서 수정한다는 것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쉬운 작업도 아니었을 텐데, 차라리 그냥 지우는게 당연했습니다. 또 그림을 이미 다섯 명이나 보았는데, 본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라 여긴 이유도 모르겠고요. 최소한 피터와 클라라 부부가 지인들을 찾아봤다고 여기는게 당연하지 않았을까요?

결국 진상을 눈치챈 클라라를 지하실에서 살해한 뒤, 피터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마지막 결말도 당황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마을에 상주한 경찰을 허수아비로 봐도 유분수지, 이미 경찰이 피터를 찾아가 클라라의 행방을 물은 시점에서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습니다. 저 같으면, 찾아온 클라라에게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에 마을 잔치에 참석한 것으로 그려진 자신이 너무 싫어서 그림을 지웠다 정도로 우기고 끝냈을 겁니다. 제인을 살해한 것은 정황 증거밖에 없으니 빠져나가기도 어렵지 않았을 거예요.

또 왜 화살을 사용했는지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총을 사용했더라면 사냥꾼의 오발로 충분히 몰고 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피터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목적이었더라 하더라도 적절치 못한 선택이었어요.

이외에도 어설픈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볼륨에 비하면 등장인물이 너무 적어요. 피터와 클라라 부부, 벤, 욜랑드 가족, 크로프트 가족, 루스, 머나에 올리비에 - 가브리 커플이 다거든요. 물론 폐쇄된 공동체에 등장인물이 적다는건 전형적일 수 있습니다. 허나 등장인물들을 적절히 배분하여 누가 범인인지를 모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 텐데, 작가는 클라라 중심의 심리묘사에 더해 크로프트 가족을 중반에 용의자에서 리타이어시켜 버림으로써 용의자를 스스로 대폭 줄여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이해 불가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말도 안 되는 장식으로 벽을 뒤덮은 욜랑드의 행동이죠. 그 시점에서 어차피 자기 집인데 왜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을까요?

아울러 이베트 니콜이라는 제가 여태까지 본 추리소설 등장인물 중 최고 수준의 짜증을 유발하는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것은 용서가 안되네요. 무능하고 사회성도 없는 캐릭터 자체가 짜증날 뿐 아니라 존재 의미 역시 전무합니다. 그녀의 등장을 전부 잘라내어도 전개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어요. 거진 100여 페이지를 재미도 없고 쓸데도 없는 멘토링에 낭비한 거나 다름없죠. 솔직히 이베트 니콜이 없는 버전으로 책이 한 권 더 나오는 게 판매에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베트의 존재는 작가가 "넬레 노이하우스" 작품을 인상적으로 읽은 탓이 아닌가 의심스럽네요. 생각만 많은 고위 경찰에 사고뭉치 애송이 여자부하가 딸렸다는 설정은 판박이니까요.

물론 한 할머니가 혼자서만 간직하다가 발표하게 된 그림이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발상만큼은 괜찮습니다. 무려 60년 동안 사람을 들이지 않은 거실은 할머니가 손수 그린 그림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림은 60년간을 기록한 하나의 역사였다는 설정도 찬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크로프트의 알 수 없는 행동을 여운을 남기면서 설명하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그리고 현대 작품으로는 보기 드문 고전적 후더닛 소설의 기본적 얼개를 갖추었다는 것도 분명 장점이기는 합니다. 초중반에 뿌려지는 떡밥도 공정하게 회수하고 있으며, 퀘벡의 불어권 - 영어권 주민들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도 볼거리이고요.

그러나 장점보다 단점이 명확하고 방대하여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데뷔작임을 감안하더라도 부족함이 더 많았습니다. 위에 이야기한 대로 이베트 니콜 등장 부분을 싹 날려버리고, 가마슈 경감은 그냥 수사하러 나온 담당자로 역할을 최소화한 뒤 클라라를 탐정역으로 전개하여 250페이지 정도로 완결하였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거예요.

후속작이 어떨지 약간 궁금하긴 한데 이베트 니콜이 계속 등장한다면 읽게 될 것 같지 않군요.

2005/07/29

비밀의 백화점 (추리소설 특급 가이드) - 한겨레21 별책부록

한겨레 21의 여름 특집 별책부록 추리소설 가이드입니다.

별책부록이라고는 하지만 분량으로는 100여페이지 정도이고 폰트 크기도 작은 편이니 외견보다는 많은 내용을 담고는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저자들을 섭외해서 여러 종류의 글들을 짧게 짧게 실어놓은 책으로 김탁환씨와 성귀수씨와 같은 메이저 작가, 번역가에서 영화평론가들, 그리고 Howmystery.com과 화요추리클럽 분들을 비롯해서 알라딘 전설의 리뷰어 물만두님까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기고자들이 면면이 화려하고 워낙 많아서 다양한 취향을 음미하는데에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짤막한 만화까지 포함되어 다양한 쟝르를 포괄하고 있는 점도 좋은 기획으로 보입니다. 척박한 국내 만화계에서 비교적 정통파 추리 만화를 그렸던 한혜연과 석동연씨가 작가진에 있는것이 반가우며 추리 매니아이신 김진태씨도 짧지만 재미있는 만화를 개재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워낙 짧다보니 글의 테마와 종류에 비한다면 그다지 깊이가 없긴 합니다. 조금 페이지를 늘리더라도, 아니면 기고자를 조금 줄이더라도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물론 별책부록인 만큼 자금과 페이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지금 상태는 좋은 기획의도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는 팜플렛에 가까운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온라인 추리 동호인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척박한 풍토에서 고생해온 국내 추리작가들의 비중이 너무 없는 것은 불만스럽습니다. 이젠 원로축에 끼시는 김성종 선생님이나 정건섭 선생님에게는 최소한 한페이지 이상은 의뢰드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번역계에서도 국내 추리계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신 정태원 선생님의 이름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권말의 추리소설 목록은 솔직히 불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보이고요. 어차피 다 싣지 못할 바에야 올해 신간만 리스트업하는게 더욱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손을 본다면, 그리고 출판사의 의지가 작용한다면 장래에는 국내판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수준의 책을 뽑아 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던져 주는 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작가의 비중이 보다 높아져야 하리라 생각되고 국내 추리소설계도 분발해야 겠지요. 부디 내년에는 보다 풍성한 내용으로 가득차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포함되어 있는 앙케이트 한번 해  봅니다...

1. 가장 사랑하는 추리소설 1-5
어떻게 다섯개만 뽑을 수 있겠습니까만은, 현재의 베스트는
미야베 미유키 "화차", PD 제임스 "어떤 살의", 피터 러브시 "밀랍인형", 로스 맥도널드 "소름", 크리스티 "화요일 클럽의 살인"

2.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작품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명성이라는게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요.

3. 최고의 작가
레이몬드 챈들러. 두말할 필요 없겠죠...

4. 가장 사랑하는 탐정
모스 경감. 나름 약점도 많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쳐 마음에 듭니다.

5. 가장 인상적인 악당
"유니스의 비밀"의 유니스 파치먼. 전형적인 악당이 아니고 평범한 하녀에서 폭발하는 광기에의 감정 이동이 놀라왔던, 그래서 더욱 무서웠던 인물입니다.

6. 가장 훌륭한 결말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결말
훌륭한 결말 - 피터 러브시 "가짜 경감 듀"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복선과 사건이 완벽하게 정리되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멋진 엔딩이라 추천합니다.
어처구니 - 사카구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이렇게 모두 죽어나가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밖에 없잖아요?

7. 가장 완벽한 범죄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 범죄자의 자기 합리화를 독자에게도 공유하게끔 하는 설정이 놀랍습니다.

8. 가장 멋진 대사
"정말 잘 가라는 말은 벌써 해 버렸단 말이야. 정말 잘 가라는 말은 슬프고, 쓸쓸하고, 절실한 느낌을 지니고 있을 걸세"
 레이몬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 마초이즘과 서정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명대사.

9. 배신하지 않는 작가 (가장 믿을 만한 작가)
로스 맥도널드, 국내 출간된 작품을 다 읽은 유일한 작가일 뿐더러 작품이 전부 일정 수준 이상입니다.

10. 가장 잘된 추리(미스터리)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 구관이 명관, 명불허전의 작품입니다.

11. 우리나라에 꼭 소개되어야 할 작품
비교적 소개된 것이 적은 일본 고전 본격물과 신 본격물의 다양한 소개를 기원합니다. 예를 들자면 아리스가와 아리스나 노리츠키 린타로. 다카키 아키미쓰 등이요.

12. 가장 좋아하는 국내 추리소설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라면 김성종의 "최후의 증인"

13. 미스터리 초보에게 추천하는 작품 셋
초보자에게는 단편이 더욱 어울리리라 생각됩니다. 세 편이라면 크리스티의 "화요일 클럽의 살인",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의 모험" 두 단편집과 황금시대 정통 본격물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딕슨 카의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를 추천합니다.

14.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 이유
항상 저를 지적인 흥분상태로 몰고 가는 두근두근한 긴장감이 좋습니다. 또 혹시 압니까? 향후 요긴하게 써먹게 될지도..... 기차 시간표를 이용한 알리바이나 한번 만들어 볼까나!

15. 그리고 할 말이 남아 있다.
추리 독자의 저변이 더욱 넓어져서 제가 군침만 삼키던 작품들이 더욱 많이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뭔가 기획해서 책을 내보고 싶기도 한데, 저변과 시장이 넓어지면 언젠가는 기회가 되겠죠.

2006/12/04

전설의 자유 추리 문고

원래 제가 중학교때까지 가끔 눈에 띄면 모으던 문고 시리즈였습니다만, 최근 우연찮게 3번 구입하게 되고 책 뒤의 다른 책 소개를 보니 정말 눈이 뒤집히네요.

뭐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나친 반 다인 취향과 뜬금없이 끼어 있는 어슐러 K 르귄의 "암흑의 왼손"을 제외하고는 정말 추리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 명작을 거진 다 소화하고 있어서 나무랄데 없는 선정으로 보입니다. 크리스티 여사님 책이 한권도 없긴 하지만 여사님 책은 당시부터도 해문 빨간책 시리즈로 전권이 나오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뺀 것이 아닌가 싶네요. 현명한 판단인 것이 사실 저는 여러 추리 문고 시리즈에 여사님 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직도 불만이거든요. 해문 빨간책이 여사님 책 시장은 평정하다시피 했으니 다른 시리즈로 구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기에 차라리 그 책을 내 놓을 바에야 다른 멋진 작품들을 선정하는 것이 분명 나은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이 시리즈는 당연히 일어 중역본인 듯 하지만 번역도 의외로 매끄럽고 좋은 편입니다. 교정을 여러본 보았는지 오탈자도 거의 없고 문체도 좋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최근 출간되었던 정식판보다 이쪽이 외려 번역이 좋았습니다. 정식판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지루하게 번역했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다시금 목록을 보니 어렸을 적에 많이 구입하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그 당시 용돈을 쪼개서 사던 즐거움 중 하나가 추리소설을 구입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많이 사지는 못했더라고요. 돈이 좀 없더라도 몇권 더 사는건데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를때 지르지 않으면 훗날 후회가 오나 봅니다)

제가 지금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시리즈 26 "눈먼 탐정 캐러더스", 27 "포튠을 불러라", 28 "이와 손톱", 그리고 50번째인 "주정꾼 탐정" 입니다. 헌책방 순례도 어언 10여년 짼데 아직도 발견 못했습니다.

고가 매입...은 힘들겠지만 도움주실 분 계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꼭 읽고 싶습니다!

1~2 : 셜록 홈즈의 모험  - 코넌 도일
3 : 뤼뺑의 고백 - 모르스 르블랑
4 : 브라운 신부의 지혜 - 체스터튼
5 : 팔점종 - 모리스 르블랑
7 : 벤슨 살인사건 - 반 다인
11 : 딱정벌레 살인사건 - 반 다인
14 ~ 15 : 클로이든발 12시 30분 - 크로포츠
18 : 새벽의 데드라인 - 윌리엄 아이리쉬

19 : 미궁과 사건부 - 로이 비커즈
20 : 어두운 거울 속에 - 엘런 매클로이 (헬렌 맥클로이)
21 : 즐거운 살인 - 크리스핀
22 : 강철도시 - 아시모프
23 : 움직이는 타깃 - 로스 맥도널드
24 ~ 25 : 카나리아 살인사건 - 반 다인
26 : 눈먼 탐정 캐러더스 - 브래머
27 : 포튠을 불러라 - 베일리
28 : 이와 손톱 - 윌리엄 벨린저
29 ~ 30 : 위험한 여로 - 브랜드
31 : 작은 독약병 - 샬럿 암스트롱
32 : 제 8지옥 - 스텐리 엘린
33 : 케닐 살인사건 - 반 다인
34 : 법정 밖 재판 - 헨리 세실
35 ~ 36 : 도중의 집 - 엘러리 퀸
37 : 싸이코 - 로버트 블록
38 : 흑거미 클럽 - 아시모프
39 ~ 40 : 여자 살인 이야기 - 아일즈
41 : 살인급행 침대열차 - 자프리조
42 : 암흑의 왼손 - 어슐러 르귄
43 ~ 44 : 검은 탑 - P.D 제임스
45 : 가든 살인 사건 - 반 다인
46 : 스카이 잭 - 토니 켄릭
47 : 사람의 덫 - 로저 사이먼
48 : 사라진 시간 - 윌리엄 벨린저
49 : 르윈터 망명 - 로버트 리델
50 : 주정꾼 탐정 - 에반 헌터

자유추리문고 소장중 / 다른 판본으로 소장중 / 못구함, 혹은 안구함...
* 2021.01.02. 리뷰가 있는 작품은 링크 추가합니다. 전부 자유 추리 문고는 아니지만요.

2009/12/07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해외편 - 본격물 목차 소개

이전에 읽었던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 일본편" 에 이은 해외편입니다. 형이 구입했기에 빌려서 읽게 되었죠^^ (땡쓰~)

무려 100편이나 되는 작품이 총 7편의 큰 주제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는데 첫번째가 본격물, 두번째가 하드보일드, 세번째가 경찰소설, 네번째가 법정 미스터리, 다섯번째가 서스펜스 스릴러, 여섯번째가 모험 & 스파이물, 일곱번째가 괴기환상 & 패러디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리뷰 전에 이 중 본격물부터 먼저 간략하게 정리해서 목차만이라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읽은 것은 적색 (그중 리뷰가 있는 것은 링크), 번역 자체가 안된 것은 녹색, 번역되었지만 땡기지 않거나 절판 등의 이유로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은 파란색입니다. 총 30편 중 6편이 번역되지 않았고, 남은 24편 중 4편을 읽지 않았으니 84% 독파니까 나름 선방한 편이군요. 나머지도 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본격물! 저릿저릿한 무서움을 만끽해라!
1. 모든 것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에드가 알란 포우 - 모르그가의 살인
2. 영국 미스터리의 기념비적 대작 - 월장석

3.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홈즈 시리즈, 그 중 최고봉은 "바스커빌가의 개"
4. 준비된 의외의 비장의 카드! 실속이 빛나는 "구석의 노인"
5. "심리적 밀실" 스타일을 창출한 불후의 명저 "노란방의 비밀"
6. 소년의 꿈. 괴도 뤼뺑의 진면목이 떠오르는 "813"
7.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의 동심"을 읽지 않은 독자는 가짜다!
8. 큰 논쟁을 불러 일으킨 추리소설중의 추리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9. 크리스티와 인기를 양분했던 도로시 세이어스의 "나인 테일러스"
10. 일본의 여정 미스터리 붐에 불을 당긴 F.W 크로포츠의 "통"
11. 미국 미스터리 중흥의 시조. 회심의 역작 "그린 살인사건"

12. 30년간 베스트 원의 자리를 독점.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13. "세개의 관"으로 불가능범죄를 풀어나가는 놀라운 쾌감을!
14. 개성파탐정의 필두는 "독사"로 데뷰한 미식가 탐정 네로 울프.
15. 변호사물의 원조 "기막힌 살인사건"은 최고의 유머 미스터리.
16. "본격단편"에 반드시 꼽히는 실력파 "9마일은 너무 멀다"
17. 안락의자 탐정의 고독한 자리를 지키는 브롱크스의 "엄마는 뭐든지 알고 있다"
18. 현재의 쥴리안 소렐이 더욱 숙달시킨 완전범죄.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
19. 전통과 참신한 모험소설의 융합이 호평받은 "사이먼은 누구?"
20. 사상 최저의 무능한 탐정이 책 속으로! "도버 4 / 절단"
21. 순도높은 영국 본격파의 맛. 레지널드 힐의 "뼈와 침묵"
22. 중후하고 고귀한 향기. P.D 제임스 "욕망과 음모"
23. 수많은 상을 모두 획득! 루스 랜들 "장미의 살의"
24. SF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펼쳐놓는 고도의 수수께끼 "흑거미 클럽 1"
25. 아 이런 방법이 아직 있었다니! 본격 팬들이 감탄한 "호그 연속살인"
26. "숲을 지나가는 길"은 크로스워드 퍼즐을 풀듯이 읽는 것으로도 충분
27. 희대의 명 요리장이 팔을 걷어올리고 만든 일품요리 "초대받지않은 손님들의 뷰페"
28. MWA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백골의 판타지. 엘킨즈의 "오래된 뼈"

29.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궁극의 역사 미스터리 "장미의 이름"
30. 수도사를 탐정으로! 성인들의 역사 미스터리 "수도사 캐드펠"

2020/02/24

2019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매년 이맘때쯤 발표되는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 소설입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출간된 추리 소설을 대상으로, 하우미스터리 회원들이 선정한 결과입니다. 33명만이 참여했을 뿐이지만 투표하신 분들이 대부분 추리 애호가라는 점에서 상당히 공신력있는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대망의 2019년 1~3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공동 1위 11표
"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김은모, 엘릭시르
"피부밑 두개골", P. D. 제임스, 이주혜, 아작

공동 3위 8표
"조용한 무더위", 와카타케 나나미, 문승준, 내 친구의 서재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마카롱

공동 1위인 두 작품 모두 저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다른 추천작들이 궁금하시면 상기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 선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블러디 프로젝트"
  2. "일러바치는 심장"
  3. "조용한 무더위"

2017년 하우미스터리 선정, 올해의 추리소설!

2006/11/28

즐거운 살인 - 에드먼드 크리스핀 / 박현미 (자유추리문고 21) : 별점 3.5점


옥스퍼드 대학 영문학 교수인 저버스 펜은 다른 일에 손대고 싶은 충동에 시골마을인 샌포드의 하원의원에 입후보하고 그곳에 장기 체류하게 된다. 그리고 선거 운동의 광풍에 휘말리는데 우연히 여관에서 옛 동창생이자 런던 경시청 경감인 붓시를 만나고 그에게서 공갈-독살 사건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러나 붓시마저 살해되고 범인으로 그 마을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병자 엘핀스턴이 지목된다.

런던 경시청에서 파견된 경감 험블비와 마을 경찰서장 울프와 힘을 합쳐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수사를 도우면서 그는 점차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급기야 마지막 연설회에서 유권자들을 아둔하다고 외치며 투표도 하지 말라는 충격적 연설을 하여 당당히 탈락할 결심을 하지만 그의 색다른(?) 연설에 매료된 유권자들에 의해 당당히 당선되고 펜은 절망한다. 그래도 그는 선거 직후 진범을 추리하여 그를 체포하게 되는데...


한동안 눈씻고 찾아봐도 없던 자유 추리문고가 최근에 이상하게 잘 구해지네요. 이번에 읽은 책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즐거운 살인" (Buried for pleasure) 입니다. 전에 포스팅한 "동서 미스터리 100"이라는 리스트에도 94위로 당당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제목이 "즐거운 장례식"이라 이 작품이 같은 작품이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구하게 되어 무척 반갑기도 하네요. 작가의 작품은 킬러물인 단편 "샤프 펜슬"만 읽어보았으나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어렵게 구한 노력만큼이나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P.D 제임스 여사의 "어떤 살의"가 떠오르더군요. 시골 마을 정신병원이 소재로 쓰이고 있다는 점 이외에 왠지 모르게 영국적이고 시골스러운 전개가 상당히 비슷하거든요. 뭐 이러한 부분은 시골마을과 그 마을의 다양한 계층으로 이루어진 인간 군상들, 그리고 이들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것이 정통 영국 고전 추리물의 맥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겠지만요.

하지만 결정적 차이점이자 이 작품만이 가진 매력은 왠지 모르게 작품에서 풍기는 "유쾌함" 입니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 이어지는 연쇄살인,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과 흉폭한 범죄라는 굉장히 공포스럽고 무서운 상황이 연발하는데 정작 작품에서는 굉장히 유머스럽게 포장되어 있어요.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가 한니발 렉터가 아니라 자신이 미국 대통령 우드로우 월슨이라고 믿는 노출증 환자라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모든 사건이 시끌벅적한 선거극과 하나같이 유머스러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제목처럼 정말 즐겁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사건과 에피소드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읽는 동안 계속 흥미를 붙잡아 놓을 수 있게끔 하고 있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고요.
또한 명성에 걸맞게 추리적인 부분도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등장인물이 굉장히 적어서 범인이 한정된다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범인이 정말로 의외의 인물이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요소를 가지고 범인을 추리해 내는 장면은 정말이지 무릎을 칠 정도였어요. 범인이 유력한 용의자로 내세운 인물이 사실은 범행을 저지를 수 없다는 단서가 너무 일찍 나오기는 하지만 진범의 정체는 마지막까지 오리무중이라서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것도 대단했고요. 한마디로 모든 증거와 단서, 맥락이 딱 맞아 떨어지는 고전적이면서도 무척이나 깔끔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아울러 주인공 탐정역의 옥스퍼드 영문학교수 저버스 펜이라는 캐릭터는 이상하게도 이러한 시끌벅적한 분위기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제일 웃기지 않는 캐릭터라 처음에는 호감이 별로 가지 않았는데 읽어 나갈 수록 독특한 매력이 풍겨져 나와 역시 시리즈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을 어필합니다. 마지막 선거 연설 장면에서의 명연설 ("유권자는 우둔한 인물이고 정치가들은 모두 미쳤다")은 그 장면만 따로 읽어도 될만큼 압권이에요. 작품의 스타일을 볼때 약간 모스경감스러운 주인공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상당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세계 추리 소설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지만 정통 영국 추리물의 충실한 적자로서 작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절묘한 솜씨가 빛나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 저같은 고전 팬은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자유 추리문고치고는 번역도 괜찮은 편이니 구하실 수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저자의 다른 대표작인 "사라진 완구점"도 무척 읽어보고 싶네요.

한가지 궁금한 것은... 목사관의 요정의 정체인데... 누구 알고 계신 분 안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