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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8

'가디언'에서 선정한 황금기 탐정소설 10선

제목 그대로의 리스트. 출처는 국내 최대의 추리 애호가 커뮤니티 하우미입니다. 원래 출처는 여기라고 하네요. 하우미의 운영자 decca님께서 국내 출간작을 친절하게 구분해 놓으셨습니다. e-book으로만 나왔다는 조세핀 테이 작품만 읽으면, 일단은 국내 출간된 작품은 전부 읽는 셈이군요.

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1939)

2.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M. 브랜드 (1944)

3. 눈 먼 사랑, 조세핀 테이 (eBook only) (1950)

4. 영국식 살인, 시릴 헤어 (1951)

5. The Tiger in the Smoke, 마저리 앨링엄 (1952)

6. The Killings at Badger’s Drift by Caroline Graham (1987)

7. Death in Holy Orders by PD James (2001)

8. The Act of Roger Murgatroyd by Gilbert Adair (2006)

9. 맥파이 살인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2016)

10. The Truants, Kate Weinberg (2019)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건, 분명 제목은 '황금기 (Golden age)'라고 하고 있는데, 선정한 작품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추리 소설의 황금기라 불리우신 시기는 1차 세계 대전에서 2차 세계 대전 직후까지라고 보통 설명되는데, 1987년, 2001년, 2006년에 심지어 2016년과 2019년 발표작까지 선정해 놓은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원문을 보니 황금기 스타일을 되살려 썼고, 황금기 본격물의 정통 후계자라서 선정했다는 식인데, 좀 반칙같더군요. 황금기에도 좋은 작품이 많은데 구태여 그 후계자 작품을 선정할 이유는 없잖아요? 크리스티 여사님의 다른 걸작을 선정해도 좋았을텐데 말이죠. 또 영국 신문에서 선정했기 때문인지 모두 영국 작품이라는 것도 조금은 거슬리는 점입니다. 여러모로 지금 제목보다는 '황금기와 황금기 스타일의 영국 탐정소설 10선'이라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결론적으로 여러모로 제목과는 조금 걸맞지 않는 리스트입니다. 그래도 선정된 작품들 모두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한만큼,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한 번 쯤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2014/09/15

백화점의 교수형 집행인 오사카 케이키치 7가지 미스터리 - 오사카 케이키치 / 곽은숙 : 별점 2.5점

백화점의 교수형 집행인 - 오사카 케이키치 7가지 미스터리 - 6점
<오사카 케이키치> 저, <곽은숙> 역/그래출판

"감방"에서 이 작가의 "세 광인"이 마음에 들었다고 리뷰를 올렸었죠. 그래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았는데, e-book으로 출간되어 있더군요. 퍼블릭 도메인 작품인 덕분이겠지요? 가격도 2,000원으로 착해서 주저 없이 구입했습니다.

참고로 "감방"에서는 오오사카 케이키치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오사카 케이키치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찾아보니 "오오사카" 쪽이 맞는 번역이네요. 그런데 위키를 보니 작가의 인생도 정말 드라마같습니다. 태평양전쟁에 징집되어 출정 전 은사인 고가 사부로에게 장편소설 원고를 맡겼는데, 오오사카는 루손 섬에서 병사했고 고가 사부로 역시 급사해 버린 탓에 원고가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하여튼, 이 책은 제목 그대로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입니다. 일상계 소품 한 편을 제외하고는 고전 황금기 스타일의 정통 본격물들입니다. 

수록작 전체의 별점 평균을 낸다면 2.5점 정도인데, 별점 3.5점 이상의 작품이 두 편이나 있으며 고전 황금기 스타일을 충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독서였습니다. 이런 작품이 전전(1945년 이전)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본 추리소설의 탄탄한 기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요. 고전 황금기 본격물 애호가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런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보다 많이 소개되길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 리뷰에서는 항상 그렇지만,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꼭두각시 재판"

20여 년 동안 법정 정리로 일해온 화자가 겪었던, 무려 세 건의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활약한 요정 여주인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법정물로 볼 수 있는데 요정 여주인이 사건 피해자나 용의자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으면서도 유·무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만드는 증언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재미있으면서도 설득력 넘치게 그리고 있습니다. 복선 및 단서 제공 역시 적절했고요.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도박을 그린 작품은 본 적이 없는데 너무 가볍게 소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아이디어가 돋보였어요.

조금 낡은 구성과 언젠가는 꼬리가 밟힐게 분명했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야말로 숨어있는 보물 같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향수 신사"

여고생 구루미가 기차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신사가 은행강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을 알고 벌이는 작지만 용감한 행동을 그린 작품.

거의 대부분이 구루미의 심리 묘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1. 여행 중 앞좌석에 앉은 신사를 불쾌하게 생각한다.
2. 손가락이 하나 없다는 큰 특징을 알게 된 후 왜 그 사실을 숨길까?를 궁금해한다.
3. 우연히 신문기사를 통해 은행강도 사건의 용의자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

라는 순서로 전개됩니다.

여고생이다 보니 딱히 용감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된 사촌에게 줄 결혼 선물을 이용하여 명확한 증거를 남긴다는 재치가 돋보이네요. 딱히 대단한 트릭이나 추리가 등장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귀여운 소품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백화점의 교수형 집행인"

탐정역으로 아오야마 교스케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표제작.

노구치라는 백화점 점원이 교살된 채 추락사한 사건을 가지고 사체의 상태와 범행 현장에서 아래의 단서들

1. 범인은 힘이 셀 것이다.
2. 범행은 옥상에서 일어났다.
3. 흉기는 길고 거친 표면을 가진, 밧줄과 같은 것이다.
4. 동기가 없다.

을 끌어내어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주어진 증거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고전 황금기 시대 본격물 스타일에 충실한 작품이죠. 나름 과학적인 트릭이 사용된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일단 트릭이 너무 작위적이었어요. 애드벌룬 안에 목걸이를 숨길 당위성도 좀 부족하고요. 이렇게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움직임이 자유로웠다면 범인이 통제 가능한 다른 수를 내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차라리 땅에다 파묻던가... 여튼 이래서야 트릭을 떠올리고 억지로 작품을 끼워 맞춘 결과물로 보일 뿐입니다.

전개에 있어서도 피해자 노구치가 목걸이를 훔치지 않았으리라 주장한 귀금속 코너 주임의 증언은 너무 심각한 오류를 독자에게 불러일으키기에 공정해 보이지 않았고요. 아울러 번역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피해자의 사체에서 끌어낸 정보로 추리가 시작되는데 어려운 법의학 용어가 많이 등장할 뿐더러 주요 단서가 되는 특징도 지나치게 직역이라 이해가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조사해보니 작가의 데뷔작이던데, 뭔가 보여주고 싶은 의욕이 과했던 것 같습니다.

"장례식 기관차"

운행 중 유별나게 역살(사람을 치는 것) 사고가 많은 기관차가 어느 날부터 매주 돼지를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키는 이유는?

사고가 많은 기관차라는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동기가 결합된 본격물. 돼지 역살 사고가 결국 끔찍한 비극으로 끝나는 전개까지도 어떻게 보면 고전적인 작품이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추리, 진상 모두 비약이 너무 심하다는 단점이 조금 거슬렸습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도구를 이용하여 돼지를 선로에 잡아놓는 범인의 행동에서 범인이 이 도구를 판매한다는 추리를 끌어낸다든가, 범인의 동기가 역살 사고 때 "화환을 사러 오는" 오사센 기관사를 자주 보기 위해서라는 것 등입니다. 첫 번째 추리는 당연히 말도 안 되죠. 누구나 상상 가능한 쉬운 방법이 있는데 손에 넣기 쉽다고 구태여 복잡한 방법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두 번째의 동기도 범인이 스스로 움직여 자살이 가능했다면, 그게 불가능했더라도 아버지가 업고서라도 근처로 나가보는 식으로 오사센의 얼굴을 볼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테고요.

형식과 전개는 마음에 들지만 이러한 비약 때문에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위키피디아에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해가 잘 되지는 않습니다...

"꽃다발 속의 벌레"

역시나 전형적인 고전 황금기 스타일 본격물. 한 재산가가 절벽에서 추락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홈즈 스타일의 탐정역인 오츠키 변호사의 활약이 볼거리인데 현장의 발자국을 조사하여 "범인은 여성"이라고 추리하고, 떨어져 있던 사과껍질은 범행 당시 떨어진 것이며 방향이 왼쪽이라 왼손잡이가 깎은 것이라는 것을 밝혀내며, 경찰이 놓친 얇은 조각이라는 주요 증거를 발견하는 식입니다.

또 진짜 수수께끼라 할 수 있는, 체구도 작은 연약한 여성이 어떻게 격투 끝에 피해자를 절벽 밑으로 밀어 떨어뜨릴 수 있었는가?라는 것에 대한 해답이 위의 단서들로 밝혀지는 결말도 아주 좋았습니다. 깎는 위치에 따른 사과껍질의 방향성 같은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고요.

아쉬운 점이라면 농부라는 목격자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것인데 농부의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언급 정도를 해 주었더라면 더 나았을겁니다. 아울러 동기 역시도 썩 와닿지는 않았어요. 이래서야 범인이 너무 명백하니까요. 사실 경찰이 원고 조각을 회수한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지요.

이렇게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앞선 두 편의 본격물보다는 훨씬 정교하고 합리적인, 추리의 과정과 트릭만큼은 수준 이상의 본격물로 고전 황금기 걸작과 겨룰 만한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칸칸충 살인사건"

아오야마 교스케가 재등장하는 단편.

앞선 작품들에 비하면 추리의 비중이 낮은 단순한 살인극이지만 피해자 키사부로의 시체 상태로 범행 장소는 물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추리해내는 교스케의 모습은 명탐정이라 불러도 손색없어 보입니다. 조선소의 구조를 실제 추리에 응용한 디테일도 나쁘지 않았고요.

허나 내용이 워낙 단순해서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별로 없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그리고 G.Y라는 이니셜이 어떻게 "야마다 히로노스케"의 이니셜이죠? 번역 오류인가... 여튼 세세한 부분이 좀 아쉽네요.

"등대귀"

시오마키 등대의 불이 갑자기 꺼지고 당직인 도모다 간수에게 닥친 끔찍한 사건. 성인 두 명이 들어도 움직이기 어려운 큰 바위를 등대 꼭대기로 옮긴 계획의 진상은?

임해시험소의 아즈마야 소장이 탐정역으로 등장하여 등대의 기계장치를 이용한 트릭을 밝혀내는데, 등대라는 장소의 특수성에 복잡한 장치 트릭이 더해진 것이라서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등대의 구조를 독자가 머릿속에 그리면서 추리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탓입니다. 동기도 정신병적인 것이라 너무 쉽게 간 느낌이고요.

완고한 옛날 사무라이 같은 카자마 간수의 거짓말을 잡아내는 소소한 활약은 좋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8/10/21

프렌치 경감 최대사건 - 프리먼 윌스 크로포츠 / 김민영 : 별점 4점

프렌치 경감 최대사건 - 8점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김민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보석상 듀크 앤 피보디 상회의 지배인 게싱 노인이 살해되고, 금고에 보관 중이던 다이아몬드가 사라졌다. 2개의 금고 열쇠 중 하나는 은행에 또 하나는 사장 듀크씨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여벌열쇠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사건을 담당하게 된 프렌치 경감은 수사를 통해 하나씩 단서를 모아 범인을 추적하는데...

거장 F.W 크로포츠의 황금기 시절 걸작이자, 명탐정 프렌치 경감의 데뷰작이기도 한 고전 명작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한다면 명탐정이라기 보다는 명수사관이지만요. 어쨌건 알리바이 파헤치기의 명수로 유명한 프렌치 경감의 활약을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인 작품입니다. 명성 만큼이나 꼼꼼하고 치밀한 수사가 펼쳐집니다. 추리와 직감보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인물의 협조를 얻어 정말로 발로 뛰며 수사하는 "일반인" 프렌치 경감의 모습은 천재형 명탐정이 대세였던 당시 황금기에 정말로 독특한 존재로 부각되었을 것 같더군요.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말로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추리적으로도 완벽합니다. 등장하는 사건은 딱 하나라서 쉽게 풀릴 것 같은데, 가지치기 되면서 트릭이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덕분에 단순하지 않고, 읽으면 읽을 수록 큰 재미를 안겨다 줍니다. 알리바이 위장 트릭과 인간 소실 트릭, 누명 덮어씌우기에 바꿔치기 트릭, 거기에 암호 해독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다채로운 트릭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트릭은 인간 소실 및 바꿔치기 트릭인데 지금 읽으면 약간 진부하지만 굉장히 효과적으로 쓰였기에 지루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암호트릭도 공들여 만들었을 뿐 아니라 독자에게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고요.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단서가 제공되는건 황금기 작품답게 아주 공평한데 그 때문인지 범인을 특정하기는 중반 이후에는 쉬워지기는 합니다. 그때부터는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범인의 추적에 이야기가 집중되며, 다른 트릭들이 연이어 등장하기에 별 문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반전(?)의 맛이 좀 약해진 것과 약간의 우연으로 사건이 진전되는 부분은 아주 조금 아쉽긴 한데 어차피 경찰 수사망에 걸렸을 부분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고 말이죠.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것 역시 마음에 듭니다. 잔인한 강도 살인 사건을 다루는 작품치고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넉넉한 편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여정 미스터리로 보일만큼 당대 유럽의 명승지를 기차로, 배로 여행하며 수사하는 프렌치 경감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네요. 끈질긴 추적자인 프렌치 경감의 모습 뒤에 왠지 모를 작가의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나거든요. 프렌치 경감의 부인이 전해주는 단서 역시 재치가 넘치고 말이죠.

딱 한가지, "변장" 을 너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 점이 감점 요소이긴 하지만 그에 관련된 배경 설명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나름 납득되는 수준입니다.

황금기 고전의 향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정통 추리물이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기에 추리소설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한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5점을 줄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른 탓인지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2023/06/08

걸작 밀실 미스터리 : 불가능 범죄 베스트 10


짧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오역이 많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영국의 추리 소설가 톰 미드(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네요)가 밀실 미스터리의 장대한 역사와 밝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먼저 "밀실 미스터리"라는 용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밀실 미스터리를 다른 장르와 차별화하는 요소는 '불가능'이라는 요소입니다. 사실 저는 이 용어를 '불가능한 범죄'와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범죄(보통 살인)가 저질러지는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종종 초자연적인 사건과 불길한 분위기로 으스스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러나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기발한 추리와 합리적인 설명에 의해 눈부신 스타일로 풀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장르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거리의 살인>>은 최초의 밀실 미스터리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공포, 호러 소설에 가깝고 실제로 탐정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몇 년 동안 장르의 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초기 작품으로는 윌키 콜린스의 단편 소설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가 있습니다 (물론 콜린스는 최초의 제대로 된 '탐정 소설'인 <<월장석>>을 쓴 작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얼룩 띠>>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밀실 미스터리는 본격적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장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와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은 상승 궤도에 있던 장르의 초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습니다.

탐정 소설의 황금기에는 밀실 미스터리의 인기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퍼즐이 핵심인 '공정한 페어플레이 미스터리'에서 특히 도전적인 하위 장르이기도 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도로시 L. 세이어스, 엘러리 퀸과 같은 위대한 작가들은 독자가 가상의 범죄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모든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중요시했는데 이는 밀실 미스터리의 주요 요소이자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장르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존 딕슨 카가 문학계에 충격을 주며 등장한건 1930년대 초, 황금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였습니다. 카는 최고의 밀실 미스터리의 대가이자 저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그는 30년대와 40년대에 걸쳐 걸작을 연이어 썼으며, 그의 경력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풀어내는는 능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30년대와 40년대 대부분을 영국에서 살았습니다. 따라서 그는 영국 범죄소설 커뮤니티에서 환영을 받았으며, 권위 있는 영국 탐정 협회에 입회한 단 두 명의 미국인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인기가 하락했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에도 여전히 훌륭한 작품이 많이 출판되었지만), 다시 운이 트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Jonathan Creek, Monk, Death in Paradise와 같은 TV 쇼는 새로운 세대에게 불가능한 문제의 즐거움을 소개했습니다. 다니엘 스태샤워와 빌 프론지니 같은 작가들이 기억에 남는 상상력 넘치는 작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책으로도 계속 인기를 얻고 있고요. 하지만 이 장르를 처음 접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시작을 돕기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밀실 미스터리 10편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목록은 지난 세기 동안 정말 눈부신 작품을 만들어낸 장르의 최고를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가당 한 권의 소설만 선정하였고 (그 자체로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었죠), 매일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여 빠르게 늘어나는 책장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긴장감을 위해 역순으로 제 상위 10권을 소개합니다:

WHISTLE UP THE DEVIL : 데릭 스미스 (1953) (국내미출간)
데릭 스미스에게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도 저처럼 자신이 존경하는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밀실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1953년에 처음 출간된 WHISTLE UP THE DEVIL은 두 건의 불가능한 살인 사건으로 이 장르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모든 것은 비 오는 어느 날 밤, 로저 퀘린이라는 남자가 살해되면서 시작되지요.
슬프게도 이 소설은 스미스의 생애에서 출판 된 유일한 소설이었습니다. 스미스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걸작으로 칭송받은 WHISTLE UP THE DEVIL로 찬사를 받기 시작한지는 고작 10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BLOODHOUNDS : 피터 러브시 (1996)
피터 러브시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퍼즐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고전 본격물의 공정함과 경찰 수사를 완벽하게 조화시켰습니다. BLOODHOUNDS는 미스터리 소설 애호가 그룹이 실제 밀실 미스터리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따라서 존 딕슨 카의 이름이 자주 언급됩니다. 잠겨 있고 뚫을 수 없는 운하 바지선에서의 살인 사건이라는 매우 특이한 문제도 등장합니다. 이 장르가 처음이고, 잘 알지 못한다면 이 작품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INVISIBLE GREEN : 존 슬래덱 (1977)
존 슬래덱은 공상 과학 소설계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뛰어난 불가능한 범죄 소설인 Black Aura와 INVISIBLE GREEN은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어요. 특히 INVISIBLE GREEN은 작가의 다재다능한 상상력, 생동감 넘치는 묘사, 예리한 논리를 보여줍니다. 고전 본격물의 황금기가 끝난 지 한참 지난 1970년대에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탐정 태커이 핀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저비스 펜과 같은 수준의 황금기 밀실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슬래덱이 공상 과학 소설을 위해 그를 버리기 전까지 핀은 단 두 편의 소설과 단편 소설에만 등장했을 뿐인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가 또 무엇을 성취할 수 있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NINE TIMES NINE : H.H. 홈즈 (앤서니 부셰) (1940)
앤서니 부셰는 미스터리 장르의 진정한 학자였으며, 실제로는 미스터리를 거의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Bouchercon' 덕분에 그의 명성은 계속 높아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가 쓴 몇 편의 미스터리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합니다. NINE TIMES NINE에는 빛의 아이들이라는 사악한 종교가 등장합니다. 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빛의 아이들을 이끄는, 수수께끼 같은 두건을 쓴 지도자에게 저주를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모호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노란 가운을 입은 의문의 남자가 범죄 현장에서 목격된 후 사라지고요. 우르술라 수녀는 이 복잡한 사건의 여러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MR. SPLITFOOT : 헬렌 맥클로이 (1969)
밀실 미스터리에 관한 한, 헬렌 맥클로이의 <<어두운 거울 속에>>는 비평적 논의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며, 당연히 그럴 만합니다. 심리학자 바질 윌링 박사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도플갱어의 출현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다룬 멋진 작품입니다. 매우 불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잊혀지지 않는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에 포함하기로 한 맥클로이 작품은 바질 윌링 시리즈의 후기 작품입니다. 말 그대로 밀실 미스터리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거울 속에>>와 마찬가지로 MR. SPLITFOOT 역시 특유의 분위기를 놓치지도 않고요. 예를 들어, 제목은 다름 아닌 사탄에 대한 언급입니다. 
이 소설은 밤을 보낸 사람은 아침에 시체로 발견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유령의 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전설을 시험해 보려는 자원자가 곧바로 등장합니다....

<<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1946)
요코미조 세이시는 일본에서 셜록 홈즈에 버금가는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작가입니다. 혼진 살인 사건은 킨다이치가 요코미조의 소설에 출연한 77편의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결혼식 날 밤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 한 쌍의 신혼 부부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클레이튼 로슨 (1938)
마술과 문학을 결합하는걸 전문으로 하는 작가의 놀라운 데뷔작입니다. 그는 마술사이자 존 딕슨 카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카처럼 클레이튼 로슨도 해리 후디니와 같은 과거의 전설적인 마술사들을 존경했습니다. 로슨의 탐정인 위대한 멀리니에는 분명히 후디니의 요소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멀리니 이야기는 가장 순수한 '미스디렉션'을 보여줍니다.

THE CRIMSON FOG : 폴 할터 (1988)
폴 할터는 종종 존 딕슨 카의 후계자로 설명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독특한 문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모든 소설을 강력히 추천하지만, 마술 쇼 중 무대에서 벌어지는 불가능한 살인을 다룬 THE CRIMSON FOG는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상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하니까요! 또 잭 더 리퍼가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RIM OF THE PIT : 해크 탤벗 (1944)
서프라이즈! 또 다른 마술사, 해크 탤벗은 프로 마술사 헤닝 넬름스가 두 편의 환상적인 밀실 미스터리인 The Hangman’s Handyman과 RIM OF THE PIT을 출간할 때 사용한 가명이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모험가이자 탐정인 로건 킨케이드가 등장하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풍부하게 선보입니다. 
RIM OF THE PIT에서는 초현실적이고 악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눈 덮인 시골을 배회하는 섬뜩한 유령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물론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제벨의 죽음>>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948)
크리스티아나 브랜드는 정말 뛰어난 미스터리 작가였습니다. 더 많은 작품을 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전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영국의 시골집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책 <<녹색은 위험>>은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힌 작품입니다. 정말 위대한 황금기 미스터리지요. 
하지만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로는 <<제제벨의 죽음>>이 최고입니다. 시리즈 탐정 코크릴 경감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특히나 독특하고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노쇠하고 악연이 깊은 여배우가 무대에서 살해당한 미스터리한 상황을 말이지요. 퍼즐에 대한 해답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작품입니다!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1935)
각 작가가 하나의 작품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있습니다. 존 딕슨 카는 "걸작"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책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낭송하는 것만으로도 목록을 쉽게 채울 수 있지요. <<세 개의 관>>은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며,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처음 읽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네요. 기디온 펠 박사가 눈이 내리는 런던의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살인범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디온 펠 미스터리를 썼지만 카터 딕슨이라는 필명으로 다른 시리즈도 썼는데, 이 시리즈에는 친구들에게 H.M.으로 알려진, 거구의 탐정 헨리 메리벨 경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찾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기디온 펠 이야기와 H.M. 작품들 중 일부는 불가능에 대한 힌트가 없는 단순한 후더닛이지만, 모두 눈부실 만큼 훌륭합니다! 존 딕슨 카와 그의 놀라운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더글러스 그린의 전기 he Man Who Explained Miracles를 강력 추천합니다.

밀실 단편 소설
밀실 미스터리는 장편 소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과 같은 출판물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계속해서 출판하고 기념하는 등 밀실 미스터리는 단편 소설 형식으로도 활발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편의 밀실 미스터리 단편 소설을 직접 썼기 때문에 (“The Indian Rope Trick”. “The Footless Phantom”은 모두 EQMM에 실렸어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몇 페이지 안에 공정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드워드 D. 호크와 같은 작가를 깊이 존경합니다. 특별한 순서는 없지만, 여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 에드워드 D. 호크 (1978)
제가 단편 작품 섹션을 포함시킨 주된 이유는 호크 때문입니다. 그는 카에 필적할 만한 상상력을 가졌지만, 거의 전적으로 단편 소설을 전문으로 하여 평생 동안 1,000편에 가까운 작품을 썼습니다. 그의 작품 중 단 한 편을 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작은 마을의 의사가 탐정으로 변신한 샘 호손이 등장하는 시리즈일 것입니다. 호손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도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는 독창성과 문학적 성취로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꿈>> 아가사 크리스티 (1937)
황금기 미스터리 관련 글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밀실 추리 소설을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포와로 시리즈 작품인 <<에르큘 포와로의 크리스마스>>와 <<메소포타미아의 살인>>에는 교묘하게 고안된, 불가능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밀실 미스터리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도 있고요. 저는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걸작인건 분명합니다. 이 작품 대신 벨기에의 작은 회색 뇌세포가 꿈에서 예언된 밀실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단편 소설 <<꿈>>을 선택했습니다.

<<붉은 밀실>> 아유카와 테츠야 (1954)
일본에서 밀실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의 신조를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그리고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녹색 문은 위험>> 노리즈키 린타로 (1991)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이자 신본격 장르의 주옥같은 작품.

<<The Name on the Window>> : 에드먼드 크리스핀 (1953)
크리스핀은 뛰어난 재치를 지닌 작가이자 저처럼 카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의 시리즈 탐정인 저비스 펜과 이 깔끔한 밀실 문제를 통해, 크리스핀은 자신이 거장의 제자임을 증명했습니다.

<<The House in Goblin Wood>> : 카터 딕슨(존 딕슨 카) (1947)
헨리 메리 베일 경은 이 진정으로 감각적인 작품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실종에 맞서 그의 재치를 발휘합니다.

<<The Border-Line Case>> : 마저리 앨링엄 (1936)
앨링엄은 크리스티와 마찬가지로 밀실이나 불가능한 범죄 이야기를 전문으로 하지 않은 또 다른 '범죄의 여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Border-Line Case은 이 장르의 훌륭하고 완벽하게 구성된 예입니다.

<<From Another World>> : 클레이튼 로슨 (1948)
강령회가 예상치 못한 기괴한 결과를 낳는 단편 걸작.

<<13호 독방의 문제>> : 자크 푸트렐 (1905)
장르의 초석을 다진 작품. 반드시 읽어야만 합니다.

<<개의 신탁>> : G.K. 체스터턴 (1926)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는 홈즈, 포와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대한 탐정입니다. 체스터턴 자신이 존 딕슨 카의 기드온 펠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죠!

<<The X Street Murders>> : 조셉 커밍스 (1957)
조셉 커밍스는 슬프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작가로, 시리즈 캐릭터 브룩스 U. 배너 상원의원은 헨리 메리베일 경의 후계자라 할 수 있습니다.

<<The House of Haunts>> 엘러리 퀸 (1935)
엘러리 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사실 그는 두 명입니다. 사촌 프레드릭 다네이와 맨프레드 리가 만든 가명이었죠).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밀실 미스터리를 많이 쓰지 않았지만, 그들이 쓴 밀실 미스터리는 모두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과 <<the Door between>>모두 밀실 문제를 다룬 훌륭한 소설이지만, 두 작품 모두 불가능성이 다른 더 눈부시고 기발한 플롯 요소에 가려져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우더닛보다는 후더닛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존 딕슨 카를 읽은 남자>> 윌리엄 브리튼 (1966)
이 책도 꼭 포함시켜야 했어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죠! 마지막에 유쾌한 반전이 있는 멋진 블랙 코미디 작품입니다.

밀실 미스터리의 미래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다행히도 밀실 미스터리 장르가 다시금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이 매일 출간되고 있고, 이 장르에서 부당하게 외면받았던 고전이 재발간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최근 신작으로는 Gigi Pandian의 Under Lock과 Skeleton Key, 짐 노이의 <<붉은 죽음 살인 사건>> (에드거 앨런 포의 "붉은 죽음의 가면"을 매혹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제임스 스콧 번사이드의 <<배링턴 힐스 뱀파이어 사건>>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마틴 에드워즈의 뛰어난 레이첼 새버네이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블랙스톤 펠>>은 밀실 요소가 특징인 것으로 알고 있고, 로버트 소로굿의 아늑한 미스터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말로우에 죽음이 찾아왔다>>도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가 계속 번성하기를 바랍니다.

2010/01/14

두번째 총성 - 안소니 버클리 / 윤혜영 : 별점 3점

두 번째 총성 - 6점
안소니 버클리 지음, 윤혜영 옮김/크롭써클

유명한 탐정소설 작가 존은 자신의 교외 농장에 지인들을 초대했다. 그러나 초대객 에릭은 소문난 난봉꾼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어 갈 때, 초대객 전원이 참석하는 추리쇼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추리쇼의 피해자 역이었던 에릭이 진짜로 살해당하고 말았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살인자 역이었던 시릴 핀커튼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린시절 친구였던 명탐정 로저 세링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좋아하는 작가인 안소니 버클리 (콕스)의 국내 초역된 따끈따끈한 신상입니다. 추리소설의 번역 열기에 힘입어 매니아조차 잘 몰랐던 이러한 작품까지 번역되다니 영어를 못하는 쩌리 추리 애호가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죠.

어쨌건 리뷰로 넘어가자면, 이 작품은 굉장히 새로운 시도가 가득찬 이색적인 장편입니다. 작가 스스로 "범죄 퍼즐" 보다는 캐릭터를 더욱 중시하고 새로운 전개 방법을 도입하여 더욱 복잡하게 이야기를 서술했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지만,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각자의 사정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부분은 고전 본격물 시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현대적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구성은 잘못한다면 복잡하기만 할 뿐 알맹이없이 지루해 질 수도 있는데,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전편에 걸쳐 녹아들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본격물 황금기 시대의 작가답게 스스로 "범죄 퍼즐"을 중시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트릭이 등장한다는 것도 반가왔습니다. 작가의 대표작인 "독 초콜릿 사건"에서 미리 접했던, 여러 탐정마다 각기 다른 시각에서 범죄를 파악하는 방식을 약간 틀어서 모든 용의자들 시각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추리쇼를 펼치는 것도 좋았고요. 마지막에 의외의 진상이 밝혀져서 독자의 뒤통수를 연달아 강타하는 놀라움이 숨어있다는 것 역시 고전 황금기 작품의 참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작가의 시리즈 탐정 캐릭터인 로저 세링엄의 등장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세링엄의 묘사는 많지 않고, 활약 역시 그다지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황금기 명탐정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단점도 눈에 띕니다. 추리적으로는 위험을 각오하고 벌인 일이라는 설명이 계속 등장하긴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과연 가능했을지?라는 의문이 생기는게 가장 큰 단점입니다. 애시당초 작가의 의도가 그러했다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 고전 퍼즐 트릭물치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입니다.

또 인물들이 독특하고 입체적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공감가지 않는다는 문제도 큽니다. 특히 화자 시릴 핀커튼은 거만하면서 굉장히 자기 중심적인 인물로 세세한 점 하나하나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짜증이 날 정도였어요. 그러한 부분에서 코믹함도 묻어나오기는 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대표작이 아닌 이유는 있었달까요. 그래도 거장의 평작은 범인의 걸작보다 나은 법이죠. 추리 애호가라면 정말 즐거워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무엇보다도 대표작도 아닌 이 작품을 과감하게 출판해준 출판사 크롭써클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5/05/28

광기의 왕국 -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 박원영 : 별점 2점

광기의 왕국 - 4점
프리드리히 글라우저 지음, 박원영 옮김/레드박스
아래 리뷰에는 내용 일부와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은퇴가 머지 않은 노형사 슈투더에게 갑작스러운 의뢰가 찾아왔다. 란트링겡 정신병원 원장 울리히가 사라진 날, 환자 피에털렌이 탈출한 사건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독일 추리소설은 정말 오랜만이네요. 유럽 추리소설은 별로 취향이 아닌데다가 얼마 전 읽었던 넬레 노이하우스 작품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아 딱히 찾아 읽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국내 최고의 추리애호가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우선 이 자리를 빌어 이벤트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스위스 베른 주 경찰청 소속으로 정년퇴직을 앞둔 노형사 슈투더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두 번째로, 최근에 발표된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추리소설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936~41년 사이에 발표된 고전이더군요. 제가 워낙 고전 황금기 걸작을 좋아하기에 읽기 전에는 굉장히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고전 본격 황금기 시절 장편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정교한 플롯이나 트릭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인간 심리에 바탕을 둔 일종의 수사물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북구 유럽 계열 작품이에요.

물론 이런 작품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입니다. 슈투더 형사가 사건에 뛰어들어 진행되는 모든 수사 과정은 추리의 여지가 거의 없는 탓입니다. 그냥 증언을 듣고, 그 증언에 따라 무언가를 수사하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리고 무언가를 또 찾아내고... 하는 전통적이고 우직한 수사만 있을 뿐이거든요.

사건 해결도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길겐 간호사의 집을 찾아간 것은 순전한 우연, 거기서 이르마 바젬과 피에털렌의 밀회를 목격한 것도 우연, 카플라운이 유츨러를 죽이려 하는 것을 목격한 것도 우연... 게다가 위험한 산길을 걷던 중 경비원 드라이어가 카플라운을 죽이고, 그 드라이어마저 체포 도중 차에 치어 죽는다는 마지막 결말은 무슨 개그물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또 슈투더가 라두너 박사와 그의 아내 앞에서 벌이는 추리쇼, 즉 마지막 상황과 카플라운의 증언 등을 통해 추리해 낸 결론은 진상이 아니며 라두너 박사가 말한 것이 진상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탐정은 수사관이자 정보제공자에 불과하며 진짜 탐정은 의뢰인!이라는 발상 자체는 혁신적이지만, 전혀 공정하지 않기에 정통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범인은 세속적인 동기, 즉 돈이 목적이었던 드라이어라는 진상도 문제입니다. 원장과 대립하며 환자에게 수상쩍은 치료를 하여 매일 밤 환자가 죽어나가게 만들고, 원장의 돈지갑까지 가지고 있으며 수족처럼 부리는 환자와 직원이 있는 악의 축 라두너 박사가 사실은 너무나 좋은 인물이었으며, 심지어는 탐정이었다! 라니 비약이 너무 심하잖아요.

내용, 설정 면에서의 오류도 눈에 뜨이는데 왜 라두너 박사가 슈투더를 불렀는지, 애초에 왜 경찰이 원장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는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나 라두너 박사가 모든 진상을 꿰뚫었다는 점에서 슈투더를 부른 것은 불필요한 행동에 불과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길겐 등 불필요한 희생만 초래했을 뿐이거든요.

물론 인상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정신병원이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 작품답게 "광기의 왕국"으로 통칭하여 정신병에 대해 풀어놓는 부분은 좋았으며 그 중에서도 피에털렌의 설정만큼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본인만의 논리로 범죄를 저질렀는데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어서 정신병원에 수용된 뒤, 정말로 미쳐버렸다는 캐릭터인데 이렇게 주변인물로 소모되기 아깝더군요. 그 외의 정신병 관련 다양한 이론과 치료방법들의 디테일도 잘 살아 있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인간 심리, 정신병에 대해서 고심한 작가의 노력은 느껴지지만 좋은 추리 소설로 보기는 어려워 감점합니다. 작중 슈투더 형사의 표현인 "아 도대체 언제 이 장광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대로 정신병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묘사가 지나치게 길고 장황하게 묘사된 탓도 크고요. 인간 심리 묘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하겠지만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2015/06/23

다섯 마리 아기 돼지 - 애거스 크리스티 / 원은주 : 별점 2.5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2 (완전판)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황금가지

포와로를 찾아온 미모의 여성 칼라. 그녀는 16년 전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독살한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것을 의뢰하는데...

오랫만에 읽은 여사님 장편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10"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에디터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디언지 선정 베스트에도 포함되어 있고, 판매량에서도 10위 안에 드는 작품이더군요. 여태 읽어보지 않은 미숙함을 탓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다섯 마리 아기 돼지라는 마더 구즈 동요를 작품에 깊이 개입시켜 전개한다는 점입니다. 주요 증인 다섯 명을 동요 속 다섯 마리 아기 돼지와 캐릭터를 일체화시켜서요. 시장에 간 돼지는 돈을 밝히는 속물 필립 블레이크, 집에 머무른 돼지는 소심하고 영향력없는 메러디스 블레이크, 로스트비프를 먹은 돼지는 천박하고 화려한 레이디 디티셤(엘사 그리어), 아무것도 먹지 못한 돼지는 검소하지만 날카로운 세실리아 윌리엄스, "꿀꿀꿀" 운 돼지는 말괄량이 안젤라 워런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 솜씨가 일품이며, 덕분에 작품이 적절한 분량으로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500페이지를 넘어가는 장편이 흔하디 흔한데 이렇게 정교하고 복잡한 작품을 단 350페이지 내로 마무리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긴 장편들 대부분이 상세한 배경 설명과 묘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데 반해, 마더 구즈 동요를 활용하여 짧고 효과적으로 캐릭터를 구체화시킨건 역시나 거장다와요. 트릭이 중심인 고전 황금기 걸작은 아무래도 트릭을 제외하고는 조금 얄팍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요.

추리적으로도 고전 황금기 작품답습니다. 16년 전 벌어졌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는 설정 탓에 포와로가 변호사와 경찰 등 사건 관계자는 물론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다섯 명을 찾아다니면서 증언을 듣는 등 발로 뛰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안락의자 탐정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독자도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받는 덕분에 포와로와 공정한 두뇌 싸움을 벌일 수 있지요. 당연히 저는 포와로에게 또 패배했습니다만... 고전 황금기 작품의 최대 매력인 두뇌 싸움은 항상 즐거운 법입니다. 진상과 동기 모두 합리적인 것은 물론이고요.

또 각자의 증언이 미묘하게 다르고, 여기서 진상을 찾아낸다는 설정과 전개를 가진 많은 유사 작품들  - 대표적으로 "라쇼몽" - 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일관된 방향으로 증인들이 증언하고 있고 딱 한 명만 거짓을 말한다는 차이점이 있는데, 이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일단 열 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으로 진상을 모두 설명하고 마무리 짓는 결말은 좀 당황스럽더군요. 너무 급작스러웠어요. 진상은 알겠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분명한 모순이 있습니다. 캐롤라인이 안젤라가 범인이라고 오해했다 하더라도, 엘사 그리어가 그림만 완성되면 내쫓길 것이라는걸 왜 변호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일까요? 증인이 없다 하더라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전략입니다. 짐을 싸서 내쫓을 것이라는 말은 블레이크 형제가 듣기도 했고요. 어차피 손해볼 건 없었는데 말이죠. 경찰 수사를 통해서도 엘사 그리어가 진범임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아끼는 동생은 물론 다섯 살밖에 안되는 어린 아이가 고아가 될 수도 있는데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써 봤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납득이 잘 되지 않네요.

또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마더 구즈 동요를 주요 소재로 삼은 것은 좋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친숙하지가 않다보니 잘 와 닿지 않기는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사실 이 책이 700번째 추리소설 리뷰 글입니다. 그래도 나름 기념할만한 리뷰 도서인데 여사님 작품 정도는 읽어 줘야 할 것 같아 의도적으로 고르기도 했습니다. 별 네개 이상의 걸작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고요. 허나 제가 납득되지 않는 모순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군요.

2019/04/06

블러디 머더 - 줄리안 시먼스 / 김명남 : 별점 2.5점

블러디 머더 - 6점
줄리안 시먼스 지음, 김명남 옮김/을유문화사

추리 작가인 줄리언 시먼스가 쓴 추리, 범죄 장르 문학 역사서입니다. 이쪽 바닥(?)에서는 확고한 명성을 다지고 있는 책이지요. 1794년 출간된 윌리엄 고드윈의 "칼렙 윌리엄스" 부터 시작해서 비도크, 에드거 앨런 포와 찰스 디킨스, 월키 콜린스, 에밀 가보리오로 이어진 범죄 문학이 셜록 홈즈로 대표되는 단편 추리물로 만개하고, 애거서 크리스티, 도로시 세이어스, 앤서니 버클리 콕스, 반 다인 등 거장들에 의해 추리 문학 "황금기"인 1920~30년대에 이른 후 정통파에서 하드보일드 등으로 변주되어 현대에 이르기까지, 범죄 문학 역사의 주요 변곡점과 주요 작품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및 기타 국가의 추리, 범죄 소설도 비중있게 언급됩니다. 뒤렌마트의 범죄 소설들이라던가 부알로 - 나르스자크,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작품들이 그러하죠. 스웨덴의 페르 - 마이셰발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특히나 페르 - 마이셰발 작품이 좌파적 견해를 드러낸다는 시각이 독특한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 떠오르기는 하네요. 저는 이런게 유럽 스타일이구나 싶었는데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스파이 소설은 아예 한 단락을 할애합니다. 대부분 아는 작가와 작품들인데 이 중에서도 문학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최초의 스파이 소설인 어스킨 칠더스의 "사막의 수수께끼"야 말로 모든 스파이 소설과 모험 소설 중 최고작의 반열에 오를만 하다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번역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북이 저렴하게 나와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략적인 추리, 범죄 문학의 역사는 익히 잘 알고 있던 내용이라 딱히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눈길이 간 건 저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러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평가입니다. 저자 본인이 추리 소설 작가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트릭에 대해서는 평가가 박하고 문학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추리 소설은 정통파, 고전 퍼즐 미스터리를 선호합니다만, 작가의 주장처럼 수수께끼 풀이는 그냥 핏기없고 인물없는 게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수수께끼 없이 범죄와 인물에만 기댄 작품도 반쪽짜리일텐데, 그런 부분에 관대한건 좀 이해가 되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어 해밋의 "유리 열쇠"를 당대 최고작이라 극찬하는데, 그 이유는 캐릭터 묘사로 대표되는 문학적 성취 때문입니다. 트릭은 부차적이고요. 하지만 단지 캐릭터와 인간관계만으로 최고 성과라니 평이 과하다 싶습니다.
스펜서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B 파커를 챈들러의 후계자로 언급된다고 소개한 단락도 뭔가 싶었네요. 전형적인 펄프 픽션 작가로 좋은 평을 줄 만한 부분이 전혀 없는데 말이지요.

반대로 윌리엄 아이리쉬를 플롯이 한심하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는 이유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박한 평가를 받을 작가는 아닙니다. 평가 절하된 작가는 또 있습니다. 조세핀 테이가 대표적이에요. 지루하다는 이유인데 역시 수긍하기 힘듭니다. 그 외에도 존 르 카레, 제임스 엘로이 등도 평이 좋지 않더군요. 

작가 특성상 단편에 좋은 평을 주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러리 퀸의 초기 단편집에 좋은 평가를 한 건 눈에 뜨입니다. 암, 좋은 작품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여기는 푸아로와 미스 마플 단편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주지 않는건 의외였습니다. 장편보다 훨씬 수준이 떨어진다는게 그 이유인데 말도 안됩니다!

이렇게 평가는 좀 갈리지만, 잘 몰랐던 작품들에 대해 스포일러 없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개는 일품입니다. 몇 몇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해봅니다.
우선 1920년대 작가인 필립 맥도널드가 있습니다. "줄"에서 엔서니 게스린 대령을 소개했다는데 최고작은 "리녹스"와 <> 두편이라는군요. 존 딕슨 카는 저 역시 좋아하는 작가인데 줄리언 시몬스는 최고 작품으로 "할로 맨"을 꼽습니다.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으로, 1980년대 전문가 집단의 최고의 밀실 소설 투표에서 카의 다른 작품들 - "구부러진 경첩", "유다의 창", "열개의 찻잔" - 보다 두배 가까운 표를 얻었다고 하며 "환각과 위장에서 문제를 끌어낸" 소설이라니 궁금해서 미치겠네요. 마찬가지로 황금기 작품인 C.데일리 킹이 쓴 세 편의 "오벨리스트" 시리즈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학파의 심리학자들이 함께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완벽하게 공정한 정통파 추리소설이라니까요.
황금기 이후 작품 중에서는 페트릭 퀜틴의 "두 아내를 가진 남자"와 "로널드 셸던의 아내",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움직이는 장난감 가게"와 "피 흘리는 사랑"에 대한 평이 괜찮고요. 시릴 헤어의 "법정의 비극"은 코미디적 감각과 인물에 대한 진실된 감정으로 순회 재판 판사의 삶이 잘 묘사된 그의 최고작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소개된 에드거 러스트가튼의 "대답해야 할 사건", 케네스 피어링의 "커다란 시계", 헬렌 유스티스의 "수평의 남자", 존 프랭클린 바딘의 "악마의 푸른 꼬리 파리" 모두 한 번 읽고 싶어 집니다. 국내 소개된건 아쉽게도 "커다란 시계"밖에 없지만요. 

이후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를 범죄 소설가 중 가장 중요하다며 소개하는 단락은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아주 좋아하는 작가라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이어서 소개되는 마고 베넷의 작품들도 굉장히 흥미로운데, "비행하는 남자들"은 국내에 소개되면 참 좋겠습니다. 로스 맥도널드에 대한 호평도 좋았고요. 마거릿 밀러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그냥 그랬지만, 여기서 최고로 치는 "천사처럼"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으니 이 작품까지는 읽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작품 소개만 흥미롭다면 인터넷 서점 리뷰보다 나을게 없죠. 아니, 국내 소개된 작품이 드물다는 점에서는 인터넷 서점보다도 못합니다. 전문가적인 시각이 반영되었다고는 하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느낌이 강해서 마음에 들지 않고요. 명성에 비하면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2/03/18

완전살인 - 크리스토퍼 부시 / 남정현 : 별점 2점

완전살인 - 4점
크리스토퍼 부시 지음, 남정현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주요 신문사와 경시청에 '마리우스'라고 자칭한 인물이 '완전 살인'을 예고하는 편지가 배달되었다. 폭발적인 대중의 관심 속에 마리우스가 지정한 날짜에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부유한 독신 노인 토머스 리치레이였다. 토머스 리치레이가 결혼을 앞둔 탓에, 유산 상속을 받지 못할 위기에 빠진 조카들이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네 명 모두 알리바이가 완벽했었다. 줄랑고 회사 사장인 프랜시스 웨스튼 경은 회사의 새로운 중핵이 될 비밀 탐정부를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완전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자 회사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는 수재 루드빅 트레버스와 전 형사부장 존 프랭클린을 투입하는데...

크리스토퍼 부시가 1929년에 발표했던 고전입니다. "고전 추리, 범죄 소설 100선"에서 추천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추리 소설의 초창기 황금기 발표작다운 면모를 과시합니다. 추천할만한 요소가 몇 가지 보이기도 하고요. 첫 번째는 트릭을 추리해내기 위한 단서 제공이 공정하다는 점입니다. 범인 프랭크 리치레이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던 트릭은 변장한 대역을 내세웠던 겁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단서 모두는 작품 맨 앞 프롤로그 부분에서 제공됩니다. 대역이었던 플래이스가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와 영화배우 진 앨런의 대역을 찾는 오디션에 대한 묘사가 바로 그 단서거든요. 플래이스의 편지에서 사용되었던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암호 트릭도 인상적이고요. 

두 번째는 다양한 용의자를 드러내고, 이런저런 수수께끼를 계속 등장시켜서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끄는 전개입니다. '마리우스'가 보낸 편지에서 시작해서, 범행이 일어나기 전 피해자 토머스 리치레이를 방문했던건 누구인지? 토머스 리치레이 주머니에 들어있던 협박장을 쓴 T.W.리처드는 누구인지? 등의 수수께끼가 계속 등장합니다. 수사 과정에서도 새로운 수수께끼가 드러나고요. 그야말로 고전 본격 황금기 작품의 기본은 해 줍니다. 

세 번째는 두뇌 역할의 부르주아 루드빅 트레버스와 발로 뛰는 유능한 수사관 존 프랭클린의 컴비 탐정 캐릭터입니다. 이렇게 두 명이 컴비로 등장할 경우, 보통 한 명은 평범한 일반인 시각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두 명 모두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꽤 신선했습니다. 이들이 사건에 뛰어든게 '회사 선전'을 위해서였다는 것도 굉장히 현대적인 동기였고요.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고전 명작이냐고 물으신다면, 제 답은 '아니오'입니다.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 된, 유통기한이 지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목의 '완전 살인'을 예고한 마리우스의 편지입니다. 괜히 경찰의 주목을 끌 이유는 없는데, 프랭크 리치레이가 왜 이런 편지를 보내서 자신의 범행을 널리 알려야 했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아요. 경찰의 시선이 분산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이왕 살인을 저지르니, 사회적인 반향도 불러 일으켜보자고 여겼던걸까요? 하지만 프랭크는 자신의 완전 살인을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불쌍한 대역 배우 플래이스를 무참하게 살해하고 만 잔혹한 범죄자입니다. 이런 사명감같은걸 가질만한 인물이 아니에요. 또 이 때문에 여론이 크게 움직였다는 묘사도 딱히 없고, 경찰도 빨리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은 등, 한 마디로 흥미를 자아내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불필요한 설정이었습니다. 

핵심 알리바이 트릭이 단지 변장이었다는 것도 맥이 빠집니다. 또 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찰리 채플린 급의 유명 배우 대역을 공개적으로 모집했다는 것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에요. 이 탓에 루드빅 트레버스의 주목을 끌고 말았으니까요. 프랭크가 자기와 꼭 닮은 누군가 - 플래이스 - 를 발견한 뒤 범행 계획을 꾸몄다는데 더 설득력 높았을 겁니다.

아무런 증거 없이 프랭크 리치레이를 몰아세운 뒤, 그가 자멸하는걸 노렸던 호워튼 총경과 존 프랭클린의 작전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플래이스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프랭크의 알리바이가 조작되었다는걸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플래이스가 프랭크에게 살해당했다는 거라도 증명했어야 했는데, 시체조차 찾지 못했으니 이 역시 불가능했고요. 

프랭크가 둘에게 추궁당한 직후 곧바로 범인임을 자백할 이유 역시 마땅치 않습니다. 프랭크 본인 말대로 시한부였다면 더더욱요. 어차피 오래 못 살텐데, 뭐하러 범행을 인정한단 말입니까? 도주 후 시체로 발견되는 과정도 쉽게 흘러간 느낌이라 별로였고요. 차라리 호워튼 총경과 존 프랭클린이 선량했던 프랭크를 물에 빠트려 죽인 뒤, 범인임을 자백했다며 죄를 뒤집어 씌우는게 더 현실적인 전개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번역의 질이 심하게 떨어지는 동서 추리문고 출간 버젼이라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번역은 정말 끔찍한 수준이었습니다. 앞서 괜찮았다는 암호 트릭이 사용된 편지는 나쁜 번역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지요. 번역 때문에라도 도저히 권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고전'인건 분명한데,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니기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작가와 작품이 잊혀진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이런 류의, 명성은 약간 남아있지만 지금은 그 생명을 고해버린 작품은 이젠 그만 읽어야겠습니다.

2012/06/13

변호 측 증인 - 고이즈미 기미코 / 권영주 : 별점 3점

변호 측 증인 - 6점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검은숲

고아에 스트립댄서 출신인 나미코는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 야시마 스기히코와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나 얼마 뒤에 그녀의 시아버지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형 선고를 받고 모든 것을 포기한 남편 스기히코에게 아내 나미코는 사건의 진상을 깨우쳤다고 공언한 뒤, 옛 동료가 소개한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데 이 작품이 데뷰작이자 대표작이라고 합니다. 잠깐 조사해봤더니 첫 남편이 "이쿠시마 지로"였다는 것, 만취하여 사고사로 죽었다는 것 등 작가의 일대기도 흥미롭더군요.

250여페이지라는 짤막한 길이도 적당하고 읽는 맛도 잘 살아있는 소품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고전적"인 스타일이라는 점입니다. 1960년대에 발표된 작품인데 스타일은 그보다 더 이전의, 고전 본격물 황금기 시대를 연상케 하기 때문입니다.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괴퍅한 노인의 죽음과 난봉꾼 아들의 환영받지 못한 결혼의 조합이라는 설정부터가 고전 본격물스럽지요. 수많은 작품에서 익히 보아왔던 설정이기도 하고요. 거기에 더해 감옥 안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은 "처형 6일전"이나 "환상의 여인"이 떠오르며, 나미코의 시점과 심리묘사를 중심으로 한 전개는 코넬 울리치의 향기가 짙게 느껴집니다.
묘사도 그러합니다. 벽난로, 바 스툴, 프랑스식 창문, 테라스옆 골담초 덤불... 묘사 만으로도 영국 시골 마을 별장이 떠오를 정도거든요. 등장인물의 이름만 바꾸면 고전 황금기 시대 작품이라고 해도 속아넘어갈 정도로 완벽한 고전 스타일이었습니다.

이러한 고전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고전적인 본격 추리물이 아니라 주인공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반전을 그린, 서술 트릭의 원조격 작품이라는 의외성도 좋았습니다. "반드시 속는다!"라는 말 하나만큼은 적절하다 생각될만큼 트릭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에요.

그러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둘러싼 수많은 절찬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쓰여진 시대를 감안한다면' 걸작이라는 평가인 듯 싶고, 저 역시 이 평가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현재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반전만 해도 뭔가 한방 모아서 터트리기는 하는데, 폭발력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충격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심심하고, 기대했던 법정 장면에서의 드라마가 약한 탓입니다.
추리적으로도 완성도는 높지만 지금 읽기에는 딱히 대단한 트릭이 사용된 것도 아닌데다가, 작중 변호사의 입을 통해 밝혀지듯 경찰의 부실한 수사도 사건을 키우는데 한몫 했다는 점에서 딱히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그래도 후대에 평가받을 만한 점은 분명 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꼭 시대를 초월할 필요는 없죠. 그 나름대로 즐길거리만 있으면 되니까요. 책도 이쁘게 잘 나온 편이라 마음에 드네요. 추리소설 입문자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3/12/03

구석의 노인 사건집 - 에마 오르치 / 이경아 : 별점 2.5점

구석의 노인 사건집 - 6점
에마 오르치 지음, 이경아 옮김/엘릭시르

세상 많이 좋아졌네요. 이 책마저도 새롭게 출간되고... 확인해보니 전 3권 총 37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중 일부 내용만 가려 뽑은 단편선집(短篇選集)입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동서판 "구석의 노인"과 거의 겹치지 않는 다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네요.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도 몇 편 수록되어 있긴 합니다만 역시 겹치지 않고요.

그러나 책 자체는 좀 미묘합니다. 황금기 단편에 걸맞는 트릭이 수록된 정통 추리물로, 거의 모든 사건에서 안락의자 스타일의 멋진 추리를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황금기 단편에서 기대하는 추리적인 재미가 부족한 탓이 가장 큽니다. 비슷한 트릭이 너무 많이 쓰였거든요. 예를 들어 범인이 피해자를 가장하여 알리바이를 만드는 변장 트릭은 무려 5편의 작품 - "펜처치 스트리트 수수께끼", "리슨 그로브 수수께끼", "퍼시 스트리트의 기묘한 죽음", "폴턴 가든스 수수께끼", "황무지 사건" - 에서 사용되었습니다. 13편 중 5편이니 40%에 달하는 상당한 비중이지요. 두어 편 읽다보니 트릭과 전개가 대충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황무지 사건"은 변장에 더해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등과 유사한, 전형적인 시체 바꿔치기 트릭이기도 하고요.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처음에 기소된 유력한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다'는 식이며, 소거법에 의하면 결국 범인은 한 명밖에 남지 않아서 정교한 추리적 재미를 느끼기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안락의자 스타일을 너무 남용합니다. 구석의 노인은 기자 메리에게 자신의 추리를 들려줄 뿐입니다. 추리가 옳았는지 틀렸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지요. 이러한 형태는 작가가 손쉽게 마무리할 수는 있지만, 독자에게는 불친절하며 안일한 스타일이라 생각됩니다. 기자 메리도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고요. 구석의 노인이 스스로 사건에 대해 모조리 이야기하고, 추리까지 이야기하는 구성이라면 그녀가 등장할 필요조차 없지요.

그래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으로 꼼꼼하게 그려진 작품도 많습니다. 특히 두 작품, "앵그르 수수께끼"와 "진주 목걸이 사건"은 마음에 들었어요. 이유는 두 작품 모두 기이한 범행에 대한 동기, 이유를 굉장히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그르 수수께끼"는 앞서 짤막하게 소개한 공작부인의 재능을 복선으로 범행을 설득력 있게 해석하고 있는데다가, 결말까지 깔끔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진주 목걸이 사건"은 범행을 이용하여 협박범을 없애는 데 성공한다는 발상의 역전이 돋보였고요. 앞서 말했듯 뻔한 변장 트릭이지만, "리슨 그로브 수수께끼"도 나름 복잡한 변장, 치밀한 작전에 더해 현대물에서나 봄직한 끔찍한 범행까지 벌어지는게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아울러 선정된 단편들이 구석의 노인이 사라지는 이야기 바로 다음에 20년 뒤의 재회를 그리는 등 시간적인 경과를 느낄 수 있게끔 실려 있는 것도 괜찮더군요. 솔직히 수록된 작품의 평균 수준은 동서 쪽이 더 나은 것 같긴 하지만, 이러한 디테일 면에서는 확실히 엘릭시르 판본이 앞섭니다.

그 외에도 유명한 변호사라는 아서 잉글우드의 활약 등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전부 풀려나는 식의 전개로 당시 영국의 판결 제도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명확한 증거 없이는 기소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무죄 추정의 원칙이 통용되었다는 것인데 역시나 영국이 선진국은 선진국였네요.

또 "엘릭시르" 레이블을 달고 나온 책들이 모두 장정과 디자인이 예뻐서 소장 가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입니다. 특히, 각 단편 뒤에 소개된 다양한 토막 상식 정보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메리와 구석의 노인이 만나는 "ABC 찻집"이 실존하는 카페 체인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언젠가 여기서 커피 한잔 먹고 싶어지네요. 아직 있을까요?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좋았던 시절의 좋은 작품이기는 하나 지금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지났죠. 정확하게 10년 전에 읽었던 동서판본은 별점이 4점이었는데 10년 사이 1.5점이 깎였네요. 동서판본을 다시 읽고 지금의 별점은 몇 점일지 다시 체크해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작품이 계속 나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기에, 또 몇몇 작품은 여전한 재미를 선사하는 만큼 추리 애호가시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08/11/08

흑사장 살인사건 - 존 딕슨 카 / 맹은빈 (자유추리문고 12) : 별점 4점

黑死莊の殺人 (創元推理文庫) (文庫) - 8점
カ-タ-·ディクスン/東京創元社

* 자유 추리 문고는 절판이라, 일본판 서적 정보를 올립니다.
블레이크는 자칭 심령학자인 로저 다워스가 주관하는 의심스러운 강령회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친구 헐리데이의 부탁으로 강령술에 관심이 많은 지인인 런던 경시청 경감 매스터즈와 함께 헐리데이 가문의 저택 흑사장으로 초대받는다. 그런데 그날 밤, 로저 다워스가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완전 밀실인 상태에서 과거 교수형 집행인 루이스 플레이지의 단검으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다. 블레이크는 매스터즈 경감과 함께 알고 지내던 육군성 정보부장인 헨리 메리벨 경을 찾아가 사건 해결을 의뢰하는데...

요새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돈도 없어 책도 구입하기 어려운 차에 응모한 모든 이벤트에 다 탈락해서 어쩔 수 없이 예전에 읽었던 고전을 다시 꺼내어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출간된지 22년된 자유 추리 문고의 한권입니다. 첫 직장의 사장님이 제가 추리소설 팬인것을 알고 선물해 주신 책이죠.

이 작품은 존 딕슨 카의 카터 딕슨 필명 사용 시의 명탐정 캐릭터 헨리 메리벨 경, 통칭 H M 이 등장하는 작품이며, 딕슨 카 특유의 불가능 범죄의 향연이 벌어짐은 물론, 괴기스럽고 오컬트적인 설정이 도입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오컬트적인 색채는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 영국에서 유행했다는 "강령술"을 중심으로 한껏 펼쳐지고 있습니다. 크리스티 여사님도 가끔 가져다 쓴 소재이기도 해서 미스터리 애호가들에게는 꽤 친숙한 소재이기도 하죠.

또한 추리적으로는 불가능 범죄 중 "밀실 살인" 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밀실의 달인 딕슨 카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그야말로 완벽한 밀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독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도 공정하여 흥미진진한 두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요 사건인 밀실 살인 말고도 추가적인 살인사건 한건과 소소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주 사건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모든 사건들이 합리적으로 타당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역시 거장의 솜씨를 느끼게 해 줍니다. 특히 흉기 부분에서 아직까지도 사용되는 걸작 트릭이 도입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 모든 추리적 요소에 앞서 말한 오컬트적인 이야기가 잘 결합되어 독자의 시선을 끝까지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주요 트릭 중 하나인 "변장" 트릭의 현실성이 무척 떨어진다는 점과 그에 따르는 부연 설명이 약간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있긴 하며, 실질적으로 "위증"에 의존하여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에서는 약간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나름대로는 설득력넘치는 해결책이기에 단점으로 꼽기는 좀 어렵겠죠. 워낙 오래된 작품이라 이후에 유사한 트릭이 많이 등장한 탓일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건 고전 황금기 시대의 걸작으로 퍼즐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당대 최상급의 불가능 범죄의 향연을 맛보는 재미는 다시 읽어도 아주아주 각별한 작품이었습니다. 특유의 오컬트적인 색채는 덤이고요. 몇가지 아쉬운 점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만 앞서 말했듯 아쉬운 점들은 다 시대가 너무 오래 흘렀기 때문이지 작품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들은 아닙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아직 재간되지 않는 것은 의아한데, 속히 황금기 시대 걸작들이 다시 출간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마이크로포트"로도 불리우는 괴짜 명탐정 H M의 캐릭터가 잘 묘사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H M 과 또다른 딕슨 카의 명탐정 기데온 펠 박사의 캐릭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웠습니다. 왜 이렇게 창작을 했는지는 정말이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제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2021/12/19

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 - 마틴 에드워즈 / 성소희 : 별점 2.5점

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 - 6점 마틴 에드워즈 지음, 성소희 옮김/시그마북스

영국 국립 도서관에서 발간한 고전 범죄소설 시리즈를 읽을 때 참고할 안내서입니다. 1901년에서 1950년 사이에 출간된 소설 중 범죄 소설에 초점을 맞춰 모두 102편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시기별, 장르별, 특징별로 상세하게 범주를 구분하고, 범주별로 왜 그 작품을 선정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덕분에 소개된 작품만 읽어도, 고전 추리, 범죄 소설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황금기를 지나게 되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통 고전 본격물'을 일컫는, 이른바 '페어플레이 미스터리'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면 저자는 1차대전 이후 전쟁에 지친 대중이 현실 도피와 함께 흥미진진한 게임을 원했기 때문에 이 분야가 탄생했다고 설명합니다. 점점 소설 속 탐정과 지혜를 겨루는 작품이 많아졌으며, 그 결과 오락거리로 즐기는 가벼운 문학의 새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이른바 범죄 소설의 '황금기'가 바로 이 시기인겁니다. 복잡한 퍼즐, 이야기 속 단서 삽입, 독자를 현혹시키는 여러가지 장치들을 선보이기 위해 장편 형식이 유행하게 된 것도 필연이었고요. 

또 불가능 범죄 미스터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단편 형식이 가장 잘 맞는다는 주장도 기억에 남습니다. 독자가 불신을 유예하는 시간, 즉 사실주의에 입각한 비판을 멈춰놓는 시간이 짧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 저 역시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리뷰를 쓸 때는 "생각해보니 억지스럽고 작위적이었다'고는 해도, 최소한 읽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할 틈 없이 두뇌 게임만을 온전히 즐기려면 이야기가 길면 안 되겠지요.

이런 추리소설 통사적인 측면 말고도, 작품별 소개글도 수준이 높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진짜 흥미를 자아내는 선까지만 알려주는, 스포일러가 전혀 없는 내용 요약도 일품이며 소개된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도 충실히 수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상화 버젼에 대한 정보가 아주 디테일해요. 영화는 물론, TV 시리즈까지 모두 소개하고 있으며, 심지어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움직이는 장난감 가게"에서, 통제 불능 상태의 로터리와 마주치는 두 번째 추격 장면은 히치콕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각색한 영화에 활용했다는 이야기까지 소개될 정도니까요. 

비슷하거나 영향을 받은 작품에 대한 소개 역시 그 방대함과 깊이가 남다른 수준이며 그 외 여러가지 토막 정보들도 충실합니다. 바로네스 오르치의 "미스 엘리엇 사건"은 1915년 어니스트 섀클턴 경이 남극 탐험을 떠날 때 챙겨갔던 책이었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가 1979년, "독 초콜릿 사건" 재판본 서문을 쓰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일곱 번째 방법을 발표했다, 우드소프의 1932년 데뷔작 "사립학교 살인사건"은 1934년 미국 사립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과 소름끼칠 정도로 닮아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들 처럼요. 1931년 발표되었던 에블린 엘더의 "흑백 살인"은 주인공 샘 호더가 그린 그림이, 프랜시스 비딩의 1935년 작 "노리치의 피해자들"에서는 용의자들 사진이 중요 단서로 사용되었다는 등의 추리 소설 관련된 아이디어가 이미 20세기 초엽에 정립되었다는 정보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추리, 범죄 소설 분야에 대한 방대하면서 해박한 지식에는 감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추리 소설가들이 작품을 썼던 의도들도 볼만했던 정보입니다. A.E.W 메이슨이 "독화살의 집"을 쓸 때 목표로 했던 건, 미스터리가 모두 해결된 후 추가 설명해야 하는 내용을 가능한 없애겠다는 것처럼요. 페어플레이 추리 소설의 초창기 표본인 "밤중에"를 쓴 고렐 경의 목표는 모든 필수적인 정보를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하며, 고렐 경의 이 작품에서 건물 평면도, 지도 등이 처음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A.A. 밀튼은 추리 소설은 이해하기 쉬운 말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탐정이 독자보다 특별한 지식을 더 많이 알고 있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는데, 과연 곰돌이 푸를 쓴 작가답습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마이클 이네스의 말이었습니다. 그는 "추리 소설은 어쨌거나 순전한 오락물이니 독자를 당황하게 할 뿐만 아니라 즐겁게 해 주겠다는 야망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는데 정말이지 맞는 말입니다! 빅터 로렌조 화이트처치가 "다이애나 웅덩이의 범죄"를 쓸 때, 본인 스스로 왜 범죄가 일어났고 누가 범인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창작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자 뿐 아니라 작가조차도 의미를 모르는 단서들을 살펴보며 수사를 하고 글을 썼다는 건데, 발상이 참 독특했어요.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안내서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내에 따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국내 소개된 작품이 턱없이 부족한 탓입니다. 총 102편 중 국내 소개된 작품은 아래의 29편에 불과합니다. 절판된 책도 포함한 것으로, 실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은 그보다도 훨씬 적을 거에요. 이래서야 이 책을 읽는 의미가 많이 퇴색할 수 밖에 없지요.

  1. "배스커빌 가의 사냥개" - 아서 코난 도일
  2. "네 명의 의인" - 에드거 월리스
  3. "브라운 신부의 순진" - G.K. 체스터턴
  4. "오시리스의 눈" - R. 오스틴 프리먼
  5. "하숙인" - 마리 벨록 로운즈
  6.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 - 어니스트 브래머
  7. "트렌트 마지막 사건" - E.C. 벤틀리
  8. "통" -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9. "붉은 저택의 비밀" - A.A. 밀른
  10.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11. "증인이 너무 많다" - 도로시 L. 세이어즈
  12. "독 초콜릿 사건" - 앤서니 버클리
  13. "목사관 살인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14.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15.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 이든 필포츠
  16. "녹색은 위험"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7. "시행착오" - 앤서니 버클리
  18. "완벽한 살인사건" - 크리스토퍼 부시
  19. "ABC 살인사건" - 애거사 크리스티
  20. "막다른 사건 부서" - 로이 비커스
  21. "살의" - 프랜시스 아일즈
  22.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 조세핀 테이
  23. "데인 가의 저주" - 대실 해밋
  24. "재앙의 거리" - 엘러리 퀸
  25. "붉은 오른손" -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26. "열차 안의 낯선 자들"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27. "수상한 라트비아인" - 조르주 심농
  28.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 - H. 부스토스 도메크
  29. "야수는 죽어야 한다" - 니콜라스 블레이크

자유 추리문고에서 출간된 "포튠을 불러라"는 이 책에서 소개한 "포춘 씨, 부탁입니다"와는 다른 단편집으로 생각됩니다. 언급되고 있는 "작은 집"이라는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나 그 외 수록작은 다르거든요. 그래서 정식으로 소개된 걸로 치지는 않겠습니다. 게다가 저는 소개된 작품은 한 3~4권 빼고 전부 읽었기에, 별 의미없는 소개였던 셈입니다. 

추리 소설 역사에 대한 자료적 가치는 높지만, 이런 이유로 감점하여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3/09/09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 아놀드 베넷 외 : 별점 1.5점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 4점 아놀드 베넷 외 지음,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도서출판 한스미디어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추리소설 앤솔러지. 유명 고전 작가들의 단편은 물론이고 초창기 추리 이론까지 풍성하게 실려있습니다.
1,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1권은 읽은 작품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고전 취향이라 2권부터 구입하게 되었네요. 2권 역시 다른 책에서 읽어본 작품이 제법 많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워낙에 목차가 괜찮고 또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고전 황금기 작품들을 주력으로 하고 있기에 선택하였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러웠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번역입니다. 일본어 중역 느낌이 물씬 날 뿐더러 그 자체가 별로 매끄럽지 않아 읽기 힘들었어요. 악명 높은 동서 추리문고 최악의 번역도 이거보다는 좋게 느껴질 정도니 말 다했죠. 고전 황금기 걸작이 아닌 몇몇 현대 일본작가 작품이 섞여 있는 것도 기획 의도가 모호해 보여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기획의도만으로 3점은 충분하지만 번역은 용서가 안되네요. 좋은 기획의도가 번역 때문에 다 망가진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한스미디어의 다른 작품들은 괜찮았었던 것 같은데 대관절 영문을 모르겠군요.

몇몇 작품은 걸작이지만 대부분 다른 책에서 훨씬 좋은 번역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라진 기억" | 배리 퍼론

극작가 애닉스터가 완벽한 밀실살인 트릭을 생각했는데, 교통사고로 트릭을 잊어버린 탓에 술집에서 트릭을 알려주었던 사람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

교통사고로 딱 필요한 기억만 상실한다는 작위적인 설정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꽤 그럴듯한 전개, 그리고 마지막에 애닉스터가 상황을 깨닫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남자에게는 애닉스터만이 유일한 위험인물이었다!

한마디로 서늘한 반전류의 교과서적인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

"살인!" | 이넉 아놀드 베넷

명백한 살인사건인데, 경찰이 수사 결과 몇몇 남겨진 단서를 통해 자살로 결론 내린다는 내용의 소품. 솔직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심리 묘사에 대한 번역에 문제가 많았던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번역으로 다시 읽고 싶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피트 모란, 다이아몬드 헌터" | 퍼시벌 와일드

"탐정 피트 모란"에 수록된 단편입니다. 그때는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번역이 너무나 별로인 탓에 작품마저도 후지게 느껴지는 기묘한 체험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실망하신 분들께서는 "탐정 피트 모란"으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번역 때문에 별점을 주기조차 어렵네요.

"골초는 빨리 죽는다" | 이자와 모토히코

"역설의 일본사" 말고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상을 많이 수상했던 유명 작가의 단편.

두 명의 대화로만 전개되는 형식과 담배로 촉발된 살의라는 설정은 독특한데, 결말이 너무 심하게 별로였습니다. 반전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좀 어이없는 결말이었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먹이" | 토마스 테셔

이형 생물체가 등장하는 크리쳐 호러물. 스티븐 킹의 비슷했던 작품(한 소년의 아버지가 점액질 괴물이 된다는 이야기)와 비슷한데, 이 작품은 "애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비극적 결말이라는게 차이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라서 평하기는 어렵지만 공포도 아니고 심리묘사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결말에서 반전이 돋보이는 것도 아닌 그냥저냥한 소품이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이콜 Y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제가 개인적으로 번역했던 작품이죠. 읽어보니 원작을 "직역"한 번역으로 읽기가 어렵더군요. 순수하게 작품만 놓고 평가하면 별점은 3점인 좋은 작품인데 안타깝네요. 솔직히 제 번역과도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녀들의 쇼핑" | 쓰쓰이 야스타카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해본 적 있는 이색작.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강도단을 조직한다는 내용입니다. 작품 자체의 수준은 그냥저냥이지만, 작가 특유의 섬뜩한 풍자 하나만큼은 인상적입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가 백미! 순수하게 작품만 놓고 평가하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살의" | 다카기 아키미쓰

역시나 다른 앤솔러지에서 접했던 작품으로, 굉장한 걸작입니다. 이른바 "일사부재리" 원칙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루는데, 마지막 반전까지 빼어난 단편의 모범 답안 같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그러고 보니 "살의"라는 말이 들어간 작품들 ("이런거"라던가 "이런거"라던가 "이런거"라던가....)은 하나같이 괜찮네요.

"아버지" | 토마스 H. 쿡

토마스 H. 쿡의 장편은 몇 권 읽어보았지만 단편은 처음입니다.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지만 장편 못지않은 묵직함이 잘 전해지는 묘사가 아주 좋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무대 뒤의 살인" | 에드워드 D. 호크

총 3편의 초단편 Short-Short로 이루어진 작품.

예전에 읽었던 "4페이지 미스터리"와 유사하나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훨씬 높습니다. 3편의 이야기 모두 논리정연하면서도 예상을 뒤집는 정통 추리물이거든요.

첫번째 작품은 사진 필름 원판을 가지고 협박하는 협박자가 살해된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이런저런 논리 퍼즐에서 많이 보았던, 다섯 번째 남자마다 처형당하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주인공의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는 이집트 전시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입니다.

첫번째 작품은 에스터가 범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 돋보였어요. 특히나 1만 2500달러라는 애매한 비용과 30분이라는 시간 공백을 설명하는 게 제법이었거든요.
마지막 작품은 살인사건은 전혀 상관없는 동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는 반전이 인상적이었고요.

결론내리자면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명성에 걸맞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오번 가문의 비극" | 매슈 핍스 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단편 미스터리 시리즈인 "프린스 자레스키" 시리즈!

그러나 별로 건질 게 없었습니다.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인 프린스 자레스키 설정은 너무나 만화 같았고 사건도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거든요. 아버지가 광인이 된 것을 왜 숨겨야 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사건 현장 윗층에서 과학교실을 열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조작을 하는 것도 와닿지 않았어요. 그냥 본인이 자살하는 것이 더 빠른 해결책이었을 텐데 말이죠.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작품.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 것은 물론 번역까지 별로라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불도그 앤드류" | 아서 체니 트레인

터니게이트 - 애플보이 사이의 영토 분쟁에서 불도그 앤드류가 지나가던 터니게이트를 문 뒤 기소되어 법정에 선다는 법정극.

추리소설로 보기에는 좀 무리지만 유머스러운 일상계 법정극으로는 충분히 읽을 만 했습니다. 재판장의 마지막 한마디를 통해 약간의 반전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번역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마크 트웨인이 연상되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아내의 외출" | 자크 푸트렐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수록된 사고기계 시리즈 단편(이 책에 수록된 제목은 "녹색눈의 괴물"이죠). 당대 보기 드문 일상계로 가치 높은 수작입니다.

그러나 별점을 주기 민망할 정도로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서 도저히 읽을 맛이 나지 않네요.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A 분장실의 수수께끼" | 자크 푸트렐

역시나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에 수록된 것과 같은 사고기계 시리즈 단편. 여배우의 증발사건을 다룬 작품인데 장치적으로는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가 선보입니다.

그러나 트릭의 핵심이 "최면술"이라는 게 문젭니다. 당시 최면술이 마법처럼 받아들여진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물로 생각되는데 지금 읽기에는 너무 설득력이 떨어지니까요. 번역 역시 수준 이하였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알리바바의 주문" | 도로시 세이어즈

피터 윔지 경 단편. 다른 앤솔러지에서 읽었던 "검은별"과 동일한 스타일의 모험극. 추리적으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거의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오필리어 살해" | 오구리 무시타로

"흑사관 살인사건"의 오구리 무시타로가 쓴, 범죄학자이자 탐정 노리미즈 린타로가 등장하는 단편. 셰익스피어 스타일 연극 무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무대 장치를 이용한 기계장치 트릭에 더해 심리적 착각을 이용한 트릭이 등장하죠.

현실적이지 못한 트릭,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현학적인 전개와 묘사, 거기에 동기까지 애매하여 전체적인 완성도가 낮습니다. 정통추리물로 보기도 어려웠고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그의 마음은 찢어졌어" | 크레이그 라이스

"스위트홈 살인사건"의 크레이그 라이스가 쓴 단편. 주인공인 술꾼 찌질이 변호사 말론은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네요.

의뢰인인 사형수 폴 파머 자살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폴 파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끊어지지 않았어"를 단서로 마지막에 추리쇼까지 펼쳐 보이며 사건을 해결하는 정통파 추리물입니다.

정통파답게 추리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초반부 딕슨 의사와의 대화로 병원에서 탈옥한 죄수가 있다는 단서를 전해주는 등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았고요.

메들레인 스타가 그냥 폴 파머와 결혼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을 텐데 성공 확률이 낮은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옥의 티이긴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3/06/17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클레이튼 로슨 / 장경현 : 별점 2.5점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6점
클레이튼 로슨 지음, 장경현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컬트 신봉자 세자르 사바트 박사가 완벽한 밀실에서 교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를 찾아온 사람들 등 유력한 용의자들은 모두 마술사였다. 개비건 경감은 사건의 특수성 때문에 마술사 그레이트 멀리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말로만 들었던 클레이튼 로슨의 마술사 멀리니 시리즈 대표작. 출간은 작년에 되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멀리니가 영 별로였습니다. '괴도 키드'와 같은 후배들의 원조답게 굉장히 개성적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직업만 특이할 뿐 고전 황금기 시대의 다른 명탐정들과 딱히 구분되는 점이 없는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스테레오 타입 형태도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말 많은 천재형’이며, 그중에서도 최악인,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쓸데없는 말만 많고 정작 중요한 것은 잘 알려주지 않는 타입(초기의 엘러리 퀸이나 파일로 밴스 타입)이라 더 화가 나더라고요. 범인이 누군지 알면 증거나 단서를 잡기 전에 행동부터 좀 하란 말이죠! 하여간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개비건 경감이 어떻게 참고 있는지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트릭입니다. 나쁘지는 않은데, ‘걸작’이라는 말을 듣기에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특히 범인이 마술사라는 점에 너무 많이 의지한다는게 문제에요. 예를 들자면, 첫 번째 사건에서의 손수건 바꿔치기, 두 번째 사건에서의 최면술 같은 건데, 이 정도 능력이면 거의 초능력 수준이라 일반적인 상황과 상식에서는 구현할 수도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어요. 마술에 의지한다는 점 때문에 독자와의 두뇌게임 역시 공정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고요. 최면술 같은 것을 사전에 단서로 공유해주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세 번째 이유는 멀리니도 말하듯 증거가 너무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렇게 완벽하게 살인계획을 짤 생각이었다면 단순한 밀실 살인이 아니라, 범인으로 옭아맬 희생양도 필요했을 텐데 그냥 불가능 범죄를 연출했을 뿐이라는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범인 입장에서는 들인 공에 비하면 별로 얻은 게 없는 상황이니까요. 이럴거라면 애초에 왜 밀실을 만들었을까요? "너버스 브레이크다운"의 안도가 말했지만, 가장 완벽한 밀실 살인은 자살이어야 합니다. 그게 살인으로 밝혀지면 범인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마지막 이유는 경찰력의 무능함을 극대화시킨 전개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5만 달러나 되는 큰돈이라는 유력한 동기를 간과하고 멀리니에게만 기댄다? 직무유기에 가깝습니다. 이 부분에 주목해서 경찰 수사가 이루어졌더라면 범인을 잡아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고전 황금기 시대 이름을 날린 작품다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마술의 미스디렉션을 살인의 기법과 연결시키는 발상 하나만큼은 높이 쳐주고 싶고, 초반의 타로가 사라지는 간단한 마술 트릭이라든가 첫 번째 사건에서의 바꿔치기 트릭 하나만큼은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과연 추리 소설사에 이름을 남길 만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딕슨 카의 밀실 추리 이론 등 다양한 작품과 이론에 대한 소개 역시 볼거리이고요.

그러나 저의 컸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더 컸다 생각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번역 출간 자체는 반갑지만, 저 같은 고전 본격물 애호가가 아니시라면 권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한 작품이었어요. 멀리니의 장광설만 좀 줄이고, 두 번째 사건에서의 최면술 트릭 하나만 보완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안타깝네요. 멀리니가 등장하는 단편집이 소개되기를 기대해봅니다.

2011/05/08

그린살인사건 - S.S 반 다인 / 안동림 : 별점 2점

그린살인사건 - 4점
S.S. 반 다인 지음, 안동림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린 저택에 살고 있는 그린 미망인과 다섯 자녀는 서로 적개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의 유언 —"25년 동안 그린 저택에 살아야 상속권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거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큰 딸 줄리아와 막내이자 양녀인 에이더가 저격당했고, 줄리아는 사망했다. 단순 강도 사건인줄 알았지만 큰아들 체스터가 지방검사 매컴에게 사건 수사를 의뢰하면서 파일로 번스까지 개입한 수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체스터마저 저격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저는 1차 세계대전부터 2차 세계대전 전까지의 고전 황금기(Golden Age) 추리소설을 가장 좋아합니다. 뛰어난 캐릭터성을 지닌 탐정들과 격조 높은 트릭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유럽 작품 한정입니다. 동시기 미국 장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당대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 반 다인과, 시기는 조금 늦지만 엘러리 퀸의 작품들이 대표적으로 대체로 장황한 대사와 잘난 척이 넘치고, 불필요하게 이야기가 길어서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도 이런 제 취향 탓에 한동안 손에 잡지 않았는데,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탐정계에서도 손꼽히는 잘난 척 대마왕인 파일로 번스의 장황한 인용문과 허영은 짜증날 정도로 넘쳐납니다. 번스의 대사들에 나오는 인용문의 주석들만 따로 페이지가 할애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묘사는 번스가 박식하다는 것 외에는 독자에게 전하는 정보가 전무합니다. 예를 들자면, 세 번째 사건 직후 번스는 모두 앞에서 이렇게 떠벌입니다.

"이 일련의 살인의 배후에 있는 것, 그것은 가차 없는 아집이며 끝장 모를 타산입니다. 우리가 겨누고 있는 상대는 지칠 줄 모르는 '고정관념 (idee fixe)'입니다. 광기 어린 악마주의의 논리입니다. 또한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기상천외의 로맨틱한 정신 때문에 도착된 상상력, 이것이 지금 우리가 대결하고 있는 상대인 것입니다. 작열하는 불을 태우는 자아 중심주의, 환각 속에서 인식되는 낙관주의,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대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대사만 좀 쳐냈더라도 보다 짧고 임팩트 있는 작품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 그나마 마지막에 '사진과 회화의 차이'를 논하면서, 세세한 사건의 전체 구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는 꽤 그럴싸하긴 한데.... 이 역시도 장황한 대사에 질린 매컴이 단 세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회화와 사진은 서로 다르네. 그림에 있는 대상에는 디자인이 있고, 사진에 있는 대상에는 디자인이 없네. 그 디자인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많이 연구해야 한다는 거지."

추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습니다. 동기가 너무나 확실해서 범인을 특정하기 쉽지만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탓입니다. 결국 범행 현장을 덮치지 못했더라면 범인을 검거할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물증이 하나도 없는 완전범죄! 그래서 마지막 번스의 행동은 오히려 범인의 예술을 망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차라리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에이더의 승리로 작품을 끝맺었더라면, 이 작품은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고전 황금기 본격 추리소설답지 않게 트릭이 별로 없다는 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줄리아·에이더 저격 사건, 체스터 살인 사건, 렉스 살인 사건, 에이더 독살 미수, 그린 부인 독살 사건의 총 다섯 건의 범죄 중에서 트릭이 사용된 것은 렉스 살인 사건 단 한 건 뿐이거든요. 트릭 자체의 수준은 나쁘지 않지만, 이 정도 규모의 대작 장편에서 활용하기에는 밀도가 부족합니다.

그린 부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의학적 이론과 결합된 작전은 흥미로웠지만, 이후의 전개가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시체만 없었어도 가능한 작전이었기에, 차라리 방화를 일으킬 생각은 왜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만약 앞서 말한 완전범죄 결말이었다면 3.5점 정도는 줬을 텐데,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부실하니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네요. 제게 반 다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더해준 작품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의 큰 특징은 엘러리 퀸의 "Y의 비극"과 굉장히 유사하다는 겁니다. 비정상적인 그린 가문의 어머니와 형제·자매에 대한 설정과 묘사는 "Y의 비극"의 해터 가문과 별반 다를 게 없으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 역시 판박이니까요. 이 작품이 1928년, "Y의 비극"이 1932년에 발표되었으니 원전으로서의 가치는 이 작품이 더 높겠지만, 앞서 말한 추리적인 문제와 트릭의 빈약함 때문에 정작 원전으로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듯합니다.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네요.

2009/08/24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 윌리엄 윌키 콜린스 외 / 한동훈 : 별점 1.5점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 4점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하늘연못
하아.... 오랫만에 추리소설 포스팅입니다. 최근 바쁘기도 하고 여유가 없어도 통 책 읽을 시간이 없었네요. 이 책도 읽는데 1주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럼 리뷰를 시작할께요.

일단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골든에이지" 가 과연 어떤 시기인지 정의를 먼저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는 단편 중심의 추리소설의 시대인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여명기를 지나 1913년 벤틀리가 "트렌트 마지막 사건" 을 발표하여 성공을 거둔 이후 이든 필포츠의"빨간머리 레드메인즈". 메이슨의 "독화살의 집", 버클리의 "독초콜릿 사건" 등 장편 추리소설 명작들이 속속 발표되고 곧바로 크리스티, 반다인, 엘러리 퀸, 딕슨 카, 크로포츠 등 본격 추리소설의 거장들이 데뷰를 하기 시작한 시기, 즉 1차대전 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사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거장들의 데뷰가 이어지고 본격 추리소설 걸작들이 쏟아져 나왔기에 "황금시대 (골든에이지)"라고 하는 것이죠.

때문에 1차대전 이전의 소설만 담고있는 이 책의 "골든에이지"라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책 소갯글을 보면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기를 연 대표작가 다섯 작가의 소설을 담은 책" 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소갯글에 이어지는 바로 다음 문장인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사이 개척기에 활동한..." 이라고 설명되는 것이 더욱 적당한, "개척기 (여명기) 미스터리 중편선" 이 더 합당한 표현입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못된 제목이라면 과장광고를 넘어서서 거의 사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제대로 목차나 내용을 살펴보지 않은 제가 죽일 놈이지만요.

그래서인지 사실 책 내용은 기대와는 많이 달라서 실망이 컸습니다. 이 "골든에이지"라는 시기에 나온 작품들을 제가 워낙 좋아라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흥미진진한 본격추리물을 기대했는데 이 책에 실린 중편들은 실제 추리물로 보기에는 힘든, 추리물 성향을 띈 드라마들로 단지 오래되었다라는 가치 밖에는 없는 탓입니다. 더군다나 5편의 작품들 중 한작품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 을 다룬 것이 아닌 일종의 "창작극"이나 "자작극" 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몰입하기도 어렵고 지루했습니다. 이럴바에야 셜록 홈즈의 라이벌이나 번역해 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요? 그나마 아노 탐정 중단편이 하나 실려있긴 하지만 많이 부족해요. 작품도 별로였고요.

물론 역사적인 의미는 크고 책 자체의 번역이나 장정, 디자인도 훌륭한 편이라 과장된 제목으로 현혹만 시키지 않았더라도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물론 그랬더라면 절대 구입하지 않았겠지만요. 별점은 1.5점입니다(솔직히 1점 주려다 책 자체의 가치를 생각해서 참습니다.).

3층 살인사건 / 프랭크 보스퍼 

런던 블룸즈베리의 한 하숙집을 무대로 하여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제목 그대로 하숙집 3층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하숙집을 무대로 하여 몇몇 인물들만 등장하여 주로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연극적인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배우 출신인 탓이 크겠죠.

그러나... 제목과 뭔가 있어보이는 설정과는 달리 추리소설로 보기는 애매했습니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확립되지도 않았고 특히나 퍼즐 미스터리는 등장하지도 않았던 때에 쓰여진 작품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추리물로 정의하기는 확실히 무리였어요. 가장 중요한 목격자의 증언이 범인의 변장을 통해 유도된 것이라던가 하는 간단한 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유치한 수준의 트릭이며, 경찰의 수사 역시 너무 대충이고 전개도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등 범죄와 관련된 부분에서의 설득력이 약했거든요. 더군다나 극중에서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추리소설이나 장르문학에 대한 홀대(?)가 묻어나는 것 역시 조금은 불쾌한 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추리소설 초창기의 추리물의 성격을 띈 소설이다.. 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것 같네요. 영국 하숙집과 거주민들의 생생한 묘사, 블랙코미디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 재기발랄하면서도 요란한 대사들은 재미있었지만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뻔하기도 하고요.

애시당초 이 작품 하나밖에 작품이 없는 작가를 "미스터리 문학의 황금기를 연 대표작가" 라고 선전하는 출판사 행태가 더욱 문제겠죠.

데드 얼라이브 / 윌리엄 윌키 콜린스 

영국인 변호사가 미국의 외딴 농장에 휴양차 체류하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하네요. 피해자가 사실은 살아있었다... 라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법정 장면에서의 증거를 둘러싼 공방과 감형을 위한 거래로 거짓된 자백이 속출하는 등 드라마는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역시나 추리물은 아닙니다. 사건이 결국 범인(?)의 자백으로 해결된다던가 - 아니 애시당초 사건 자체가 없었지만 - 주요 증인을 찾아 나서는 것도 신문 광고를 통한 제보에 의지한다던가 등으로,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추리라는 발상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래서야 초창기 법정 드라마 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역사적 가치 이외의 재미를 찾아보기도 힘들고요.

안개속에서 /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 

초면인 사람들도 친구가 되는 영국의 한 클럽에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내용인데, 등장인물들의 "증언 (목격담 / 경험담)" 으로 사건이 이어지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미국인이 간밤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한 경험담을 이야기하자 그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러시아 공주를 자칭하는 여자도둑과의 인연을 다른 회원이 이야기하고, 살인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귀족의 변호사가 살인사건의 다른 진상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식으로 증언과 증언이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거든요.

결국 이 모든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사건에 관심을 보인 클럽회원 준남작이 하원에서의 연설을 하지 못하도록 한 작전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르는 약간의 반전이 밝혀지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앞선 두 작품에 비하면 확실히 추리라는 과정이 묘사된, 때문에 그나마 "추리 소설" 로는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두 번째 다이아몬드 사건 이야기는 내용에 별반 필요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추리의 과정은 있지만 결국 경찰 수사를 통해 그 진상이 밝혀지는 뻔한 추리라는 점은 감점 요소입니다. 

그래도 쓰여진 시대를 생각하면 너무 박하게 굴 필요는 없겠죠?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입니다. 그런데 엘러리 퀸의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에 선정된 작품이라고도 하는데 무슨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이유를 통 모르겠네요. 그만큼 가치있는 작품은 아닌듯 싶은데...

버클 핸드백 /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나선계단의 비밀"로 유명한 서스펜스 소설의 대모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작품입니다. 시리즈 캐릭터이기도 한 간호사 "힐더 애덤스" 시리즈의 한편으로 국내에는 처음 번역된 시리즈 같네요. 작가의 간호사 경험이 그대로 반영된듯한 디테일한 묘사와 별명에 걸맞는 서스펜스, 스릴의 묘사가 일품인 작품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이야기 전개가 치밀하고 결말도 합당해서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너무 급작스럽게 사건이 해결되는 점, 주요 등장인물의 고백(?)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 정도면 합격점을 줄 만 하죠. 무엇보다도 소설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이 좋았으니까 말이죠. 이 책 수록작 중에서는 최고로 꼽습니다.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 /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

"독화살의 집"에 등장했던 명탐정 아노 탐정의 중단편입니다. 상당히 좋아하는 캐릭터라 기대가 큰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 별로네요. 본격물스러운 맛이 없는 탓이 큽니다. 추리의 핵심인 여주인공이 우연히 본 범인의 얼굴을 어디서 보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심리적인 부분에 기대고 있어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심리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아노 탐정의 캐릭터도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 등 실망스러운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초반부 마약을 발견하는 과정과 추리가 여러 단계로 발전하는 부분, 그리고 범인의 이상한(?) 행동과 장물을 숨겨놓는 곳에 대한 아이디어 정도는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함량 미달입니다. 다른 중단편들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구태여 찾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16/05/10

퀸 수사국 - 엘러리 퀸 / 배지은 : 별점 2점

퀸 수사국 - 4점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검은숲

엘러리 퀸 단편집. 1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3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이라서, 이야기의 깊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1. 사건이 발생한다. 2. 유일한 단서로 OOO이 있다. 3. 용의자들 중 범인은 누구인가?' 로 구성되어 있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엘러리 퀸이 쓴 "추리 퀴즈" 모음집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트릭이나 수수께끼의 수준이 굉장히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역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영어권"에서만 적절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일종의 말장난같은 트릭이 많은 탓입니다. "협박 부서 돈이 말한다", "희귀 서적 부서 괴상한 학장", "자살 부서 명예의 문제", "보물찾기 부서 구두쇠의 황금", "다잉메시지 부서 GI 이야기"의 다섯 편 트릭 모두 말장난입니다. "담합 부서 대리인들의 문제"는 특정 지식 전문성에 기반한 트릭이라 평범한 독자가 해독하기 어렵고요. "허위 주장 부서 타임 스퀘어의 마녀"는 추리물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형편없는 쓰레기라서 작가 명성에 누가 될 뿐입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동기와 용의자가 명백하여 범행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트릭만 믿고 범행을 저지르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 역시 비현실적입니다. 훨씬 설득력있는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이 작품들이 '추리 퀴즈'가 아닌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면요.

물론 전부 폄하하기 어렵긴 합니다. 아래 작품별 리뷰에서 상세하게 설명드리겠지만, 엘러리 퀸의 명성에 걸맞는, 정통 본격물 황금기의 고급진 트릭을 사용한 작품도 있기는 하거든요. 저같은 정통파 고전 본격물의 팬에게는 번역되어 출간된 것 만으로도 아주 반가운 일이고요.

그러나 괜찮은 작품은 절반 정도에 그치며, 괜찮은 작품도 트릭을 활용한 '추리 퀴즈' 수준이라서 한 편의 "작품"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더해 별점은 2점입니다만,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각 단편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협박 부서 돈이 말한다

촉망받는 오페라 가수 루치아를 협박하는 협박범의 정체는?
답은 중고 서점 직원 아널드였다. 루치아 출생의 비밀에 대한 협박인데, 비밀은 미국에서는 일언반구 꺼낸 적도 없으므로 영국에서 알려졌을 터였다. 즉 범인은 영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아널드는 고향을 감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영국식 단어를 말해서 들통나고 말았다.

우리나라도 따지면 고향을 속여왔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사투리가 튀어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경성탐정록"의 "운수 좋은 날"처럼 해당 언어권 독자가 아니면 풀 수 없는 트릭이라는 점입니다. 한국 독자로서 딱히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담합 부서 대리인들의 문제

엄청난 돈이 걸린 권투 시합의 도전자가 유괴된다. 범인들의 요구사항은 10만 달러. 그리고 돈을 전달하는 대리인으로 엘러리 퀸이 임명된다. 범인들의 대리인은 유명한 스포츠 기자 잭맨이었다.
돈을 건네주는 자리에서 엘러리는 범인이 기자를 가장했다는걸 눈치채고 그를 제압했다. 스포츠 기자라면 모를리 없는 권투 시합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떠벌였기 때문이었다(오서독스 스타일의 권투 선수는 라이트 훅으로 치명타를 날릴 수 없다).

일종의 말실수로 꼬투리를 잡는다는 내용인데 비약이 너무 심합니다. 엘러리가 권투에 이렇게까지 빠삭한 이유도 설명되지 않고요. 유괴범 중 한명이 배신했다는 설정도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독특한 소재 (권투 시합과 유괴) 외에는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불가능 범죄 부서 세 과부

새어머니의 유산을 노리는 두 자매는 그녀를 독살할 계획을 세웠다. 새어머니는 첫 번째 독살 기도 실패 이후 철저하게 조심하던 중이었는데, 결국 독살당하고 말았다. 어떻게 그녀를 독살할 수 있었을까?
답은 자매 중 한명이 새어머니의 주치의를 유혹한 뒤, 진찰 시 입에 넣는 체온계에 독을 바른 것!

오래전 "세계의 명탐정 50인 (이후 44인)"에서 접했던 트릭입니다. 트릭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빛을 발할만한 멋집니다. 문제는 동기가 명확하고 용의자가 뻔해서 트릭만 믿고 범행을 저지른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추리 퀴즈를 위한 이야기랄까요.

그래도 평균 이상의 트릭이 사용된 것은 분명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희귀 서적 부서 괴상한 학장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뉴욕 대학교 인문학부 학장 매슈 아널드 호프 교수는 엘러리의 하버드 시절 은사로 두음 전환을 하는 말버릇이 있었다. 그는 셰익스피어와 베이컨의 관계를 증명하는 중요한 서적을 1만달러에 구입할 약속을 한 후, 안전을 위해 엘러리와 아버지 퀸 경감이 거래에 입회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도착한 현장에서 엘러리는 쓰러진 교수를 발견했다. 교수는 "고먼"이라는 말만 남기고 기절했다. 범인은 누구인가?
처음에는 영문학교 교수 오즈월드 고먼으로 의심되었으나 교수의 두음 전환 버릇을 반영하여 엘러리는 진범이 누구인지 밝혀냈다. 진범은 바로 영문학 강사 "모건"이었다.

영어권 독자를 대상으로 한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워낙에 명확한 트릭이라 풀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추리 퀴즈라면 초심자용이랄까요? 솔직히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에요. 범행도 굉장히 허술합니다. 교수의 두음 전환은 차치하고라도 범인을 잡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솔직히 추리적인 면보다는 셰익스피어 관련한 도서 거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살인 부서 운전석

세명의 브라더스 형제는 형수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다. 형수가 자신들을 알거지로 만들 권한을 소유했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동기가 있는 탓이었다. 그런데 범행 당일 세명 모두 자신들의 차(캐딜락, 롤스로이스, 쉐보레)를 타고 형수를 방문했기 때문에, 세 명 중 누가 범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제비뽑기로 범인을 정한 뒤, 제비를 뽑은 사람을 다른 두 형제가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유일한 단서는 오른쪽 소매 끝자락이 푹 젖은 레인코트 뿐이었다. 범인은 누구일까?
오른쪽 소매만 젖은 이유는 비오는 날 팔로 수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며, 수신호를 오른쪽으로 보낸 이유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었던 것. 즉, 영국 차 롤스로이스의 주인이 범인이다.

트릭과 단서가 뭐건 차종을 통해 범인이 드러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세 대 중 한 대만 영국차니까요. 이 경우 쓸만한 소재는 운전대 위치일게 뻔하고요.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수신호'를 선택했는데 시대를 느끼게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동기가 되는 주식 지분에 대한 이야기 등 세세한 재미도 있고요. 

허나 레인코트의 물기가 왜 마르지 않았는지, 레인코트가 범인의 것이 확실한지 등 세세한 부분에서의 설명이 부족한 건 문제입니다. 때문에 감점하여 별점은 2점입니다.

공원 순찰 부서 각설탕

기마 순찰 경관 윌킨스는 세익스 쿠니의 시체를 발견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그에게서 협박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상원의원 크레그, 금융업자 밀라드, 정치가 스티븐스 3명이었다. 유일한 단서는 셰익스 쿠니가 죽기 전 움켜쥔 것으로 보이는 각설탕 한 개라는 다이잉 메시지 뿐이었다. "설탕"을 "돈"이라는 의미로 본다면 세 명 모두 부자이며 승마에는 문외한이라는 공톰점이 있었다. 그 외에는 사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설탕과 관련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최초 엘러리의 추리는 "당뇨"에 걸린 사람이 아닐까 였지만 세명 모두 당뇨와는 무관했다. 범인은 누구인가?
범인은 기마 순찰 경관 윌킨스였다. 각설탕을 손에 들고 다닌다면, 말에게 먹이기 위해서 말고는 다른 답이 없기 때문이다. 세 명 모두 승마와 무관하다면 범인은 제 4의 용의자이기도 하고.

범인이 제 4의 인물이었다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수수께끼고 뭐고, 마지막에 메시지를 남기려면 범인을 곧바로 지칭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엘러리의 이론도 공감할 만 하고요. 허나 다이잉 메시지로는 너무 빈약해 보이긴 합니다. 기마경찰과 각설탕이 그렇게나 짝이 잘 맞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거든요. 발표 당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떠 올릴 수 있는 보편 타당한 상식이라면 그건 또 그것대로 너무 쉬워지니 문제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공개 파일 부서 차가운 돈

챈슬러 호텔에서 필리 멀레인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맨해튼 급여 강도 협의로 10년 복역 후 출소한 상태로, 돈을 찾으러 온 것으로 의심되었다. 그런데 그의 사체는 깨끗이 면도가 되어 있었는데, 호텔 방 안에는 수건이 없었다. 범인은 누구?
범인은 바로 메이드였다. 쓰던 수건이 없는 이유는 메이드가 가져가고 수건을 교체한 것이었다.

사소한 단서를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전형적인 고전 황금기 본격물입니다. 돈을 호텔방에숨겨 놓았다는 설정도 재미있었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횡령 부서 구관조

늙은 앤드러스 부인은 의사, 변호사, 말벗이 자신의 돈을 횡령하고 있는 사실을 알아챘다. 세명의 횡령범은 그녀를 죽여 입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마침 경찰이 들이닥쳐 그들을 체포하고 말았다. 앤드러스 부인이 미리 퀸 경감에게 연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세명 중 범인은 누구?

용의자들은 브릿지 게임 중 카드를 뽑아 범인을 뽑았다. 3, 9, 킹의 카드를 각각 뽑았는데, 킹을 뽑은 사람은 킹 옆 재떨이에 시가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의사 쿡이었다. 그러나 의사가 심장의 위치를 놓쳐 4번이나 칼질을 할 이유는 없으므로, 범인은 3을 뽑은 말벗 배곳양이다.

카드 추첨으로 실행범을 결정했다는 잔혹한 아이디어에 더해 누가 무슨 카드를 뽑았는지, 그리고 범인이 누구인지까지의 추리는 논리적이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심장의 위치를 잘 안다고 해도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 아닐까요? 손이 떨릴 수도 있는 등 변수가 많은데 말이죠. 범행 직후 경찰이 들이닥쳤기에 딱히 추리가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고요. 

이런 점에서 추리 퀴즈의 영역을 벗어나지는 못한 듯 싶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자살 부서 명예의 문제

중요한 결혼의 당사자를 협박하는 협박범과 교섭하기로 한 런던 경시청의 버크 경감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협박범이 버크 경감의 뒤통수를 쳐 돈을 빼돌린 탓에, 절망하여 자살한 것으로 보였다. 유력한 용의자 애클리, 체이스, 벤슨 중 범인은 누구인가?
유서로 보이는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영국식으로 표기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범인은 문서위조범 벤슨이다.

앞서 말씀드렸던 미국식 - 영국식 표현을 이해해야 풀 수 있는 트릭물이라 딱히 와 닿지 않았습니다. 단서가 뭐든, 유서를 위조했다면 범인은 벤슨일 수 밖에 없기도 하고요. 세 명의 알리바이를 파헤치는 짤막한 추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노상강도 부서 라이츠빌의 강도

마을의 성공한 사업가 앤슨 휠러는 공장의 급여를 도둑맞았다. 범인은 의붓아들 델버트로 추정되었는데, 엘러리는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도둑맞은 돈뭉치를 찾아냈다. 그러나 5개월 여 방치되어 거의 썩어 못 쓰게 되어 버렸다. 범인은 누구인가?
당연히 돈을 방치할 이유가 없으므로 바로 찾을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5개월이나 찾아가지 못한 이유는? 모종의 이유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던 탓이었다. 즉, 범인은 델버트를 쫓다가 부상당해 누워있는 경관 조킹이었다.

라이츠빌이 무대라 오랜 팬으로 무척 반가왔습니다. 내용도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나름 하나의 작품으로서 충분한 수준을 보여주고요. 주어진 단서도 공정하며 추리도 합리적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록작 중 최고로 꼽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사기 부서 돈을 두배로 돌려드립니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로 투자자를 모으고 있는 시어도어 F. 그루스를 체포하기 위해 퀸 경감과 엘러리가 출동했다. 그러나 그루스는 개인 사무실에서 사라져 버렸다. 비서 앨버트 크로커가 사무실 문을 열지만 방은 완벽한 밀실 상태. 그는 어디로 사라졌나?
방에는 출구가 단 두 개 - 문과 창문 - 뿐인데, 문은 경찰들이 지켜보고 있었으므로 탈출구는 창문일 수 밖에 없다. 그루스는 창문을 통해 옆방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대머리, 몸 속 패드 등을 뗀 후 변장하여 다시 사무실을 "크로커"라는 이름으로 방문했던 것이다. 그리고 창문을 잠가 완전 범죄를 완성하려 했다.

독특한 인간 소실 트릭물. 트릭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문이 잠긴 상황 말고는 명확한 탈출 방법이 있다는 점에서 의외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이라는 장점은 있지만요. 무엇보다도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그루스가 도주 후 변장하여 다시 돌아온 이유가 이해불가라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단지 불가능 범죄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설득력이 너무 약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보물찾기 부서 구두쇠의 황금

의사 벤과 서점 주인 이브 커플이 엘러리를 찾아왔다. 전당포 주인 엉클 맬러키가 남긴 유산 4백만달러를 찾기 위해서였다. 유일한 단서는 멜러키가 "도둑맞은 편지"를 읽다가 "방 안에 명백한 단서가 있다"라는 말을 남긴 것 뿐이었다. 책으로 가득찬 그 방에서 엘러리가 찾은 단서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오 헨리의 "4백만 달러"라는 책이 단서이다. 책 속 목차를 통해 의미가 있는 유일한 제목인 "between rounds"라는 말을 찾아내어 돈을 찾아낸다.

요약된 줄거리 그대로 영어권 독자를 위한 트릭물입니다. 별로 코멘트할게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마술 부서 7월의 스노볼

보석강도 다이아몬드 짐 그레이디를 교수대로 보낼 수 있는 증인 리즈벳의 열차 호송 작전에 퀸 경감과 엘러리가 동행했다. 그러나 전 역을 출발한 열차가 다음 역에 도착하지 않았고, 경찰들은 두 역을 수차례 오갔지만 열차를 찾지 못했다. 열차는 어디로 갔는가?
전 역 역장이 매수되어 거짓말을 했던게 진상이다. 즉 열차는 전 역과 지금 역 사이가 아니라 전 역과 전전역 사이에 있었다.

딱 한명 (전 역 역장)만 매수하여 기차가 사라진다는 놀라운 불가능 범죄를 구현한 아이디어가 기발했던 작품입니다. 변장 호송 작전, 화끈한 총격전 등 잔재미도 괜찮으며, 리즈벳의 대사 등에서 엿보이는 유머도 돋보였어요. 현실적으로 과연 잘 되었을지 궁금하기는 하고 엘러리 퀸이 명탐정답지 않게 너무 헤메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평작급은 되지 싶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허위 주장 부서 타임 스퀘어의 마녀

위칭검 양 사후, 그녀의 재산은 조카에게 가기로 되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두 명의 조카가 나타났다. 둘 중 한명은 가짜. 누가 가짜인가?

엘러리가 말도 안되는 이론을 들먹여 범인을 자백처럼 밝혀내는데... 솔직히 추리물로 볼 수 없을 만큼 조잡했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

투기부서 증권 투기자 클럽

증권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16명으로 구성된 클럽 멤버 3인이 엘러리를 찾아왔다. 자신들에게 지난 세 번에 걸쳐 좋은 정보를 제공한 정보원이 2만 5천달러를 주면 진짜 핵심 정보를 가져다 주겠다고 유혹했기 때문이었다.
진상은 퀸 경감의 말대로 16명의 그룹원을 반으로 나누어 반대 정보를 제공했던 것이었다(반은 오른다, 반은 떨어진다). 이렇게 3주가 지나면 호구(?)는 두명만 남는다. 때문에 찾아온 3명 중 한명이 범인이다.

퀸 경감의 이론이 재미있었던 작품. 시대를 감안하면 아주 선구자적인 아이디어였다 생각됩니다. 이 작품이 원조인지가 좀 궁금하네요.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추리쇼를 할만한 범죄가 아니라는 겁니다. 세 명의 재정 상태만 조사하면 될 일이잖아요? 게다가 두명의 돈을 가져가려면 당연히 가장 늦은 시간대에 찾아갈 사람이 범인일 확률이 제일 높을테고요. 안 그러면 두번 가야할테니 금방 들통날 거잖아요. 이러한 전개면에서의 작위적인 부분이 많아 조금 감점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다잉메시지 부서 GI 이야기
라이츠빌의 가정용 조명 기구 상점 주인 클린트 포스딕이 살해된다. 용의자는 포스딕의 의붓아들들 중 하나인데, 유력한 상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클린트가 죽기전 남긴 "GI"라는 글과 부합하지 않아 골머리를 썩는 중. GI의 의미, 그리고 범인은 누구인가?
GI는 조지 워싱턴 스미스의 이름을 쓰려 한 것이고, E의 세로획까지만 쓴 것이다.

다잉메시지가 아니라 다이잉 메시지 아닌가요? 여튼, 누가 자기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안다면 이름을 적었을 것이다라는 당연한 논리가 핵심입니다. 이 논리에 기반하고 있기에 트릭은 별거 없어요. 아들들의 풀 네임만 알면 누구나 풀 수 있는, 추리 퀴즈 초심자용 작품이라 할 수 있죠. 

당연한 이야기에 뻔한 트릭, 나름 가치는 있지만 많이 부족하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마약 부서 검은 장부
미국 내 주요 지역 마역 공급책의 이름이 적혀있는 52페이지짜리 장부를 뉴욕으로 옮기는 임무를 맡은 엘러리 퀸. 그러나 출발과 거의 동시에 마약왕에게 납치되고 말았다. 그러나 마약왕의 꼼꼼한 수색에도 장부는 발견되지 못했다. 장부를 어떻게 옮겼을까?
마이크로 필름으로 찍은 뒤 파이프 속에 숨긴 것.

일종의 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시대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앞서간 아이디어라 생각됩니다. 

허나 본격물 특유의 공정한 맛(담배맛에 대한 묘사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부족하죠)은 없다시피하며, 트릭 역시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냥 몸만 뒤지고 고이 풀어주는 마약왕의 행태가 설득력없어요. 당연히 고문이라도 했어야죠. 트릭과 내용 모두 평균 이하의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유괴 부서 아이가 사라졌다!

뉴욕에 사는 빌리 하퍼가 유괴된 후, 유괴범의 몸값 편지가 도착했다. 그러나 몸값 전달 장소가 로스앤젤리스로 지정된 탓에, 편지 도착 후 2시간 뒤 몸값을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괴상한 편지는 무엇이고 유괴범은 누구인가?
엘러리는 옛 신문을 뒤져 협박 편지가 1년 전 기사화된 유괴 사건에서의 편지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범인은 사건을 벌였지만 뉴욕과 로스앤젤리스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즉, 어린 아이 빌리 하퍼로 사건은 부모의 이혼을 앞두고 벌인 자작극이었다.

유괴범의 편지로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작품. 단서들도 공정하게 배치된 편이며 이야기의 설득력도 높습니다. 가족간의 행복을 다룬 주제와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 엔딩도 마음에 들고요. 추리소설 입문자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괜찮은 소품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