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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6

밀랍 인형 (Wax Work) - 피터 러브시 : 별점 4점

밀랍인형 - 8점
피터 러브제이 지음/뉴라이프스타일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왕립 식물원이 있는 고급 주택가 큐 스트리트의 고급 사진 스튜디오에서 사진사 하워드 클로우머의 조수 퍼시벌이 독살당했다. 경찰은 그가 사진사의 아내 미리엄을 협박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미리엄을 기소했다. 그녀는 피해자가 즐겨 마시던 와인 디캔터에 사진관에서 쓰던 청산가리를 넣어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자술서를 제출했고,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사형 집행이 며칠 안 남은 어느날, 형사부장 크리브에게 이 사건에 대한 엄중 조사 명령이 하달되었다. 사실은 독약을 꺼낼 수 있는 금고의 열쇠는 피해자 퍼시벌과 남편 하워드만이 가지고 있었고, 미리엄은 열쇠를 손댈 수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사명감을 가지고 사건 수사에 나선 크리브는 미리엄 주변에 비슷한 형태의 자살-독살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하워드의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음을 밝혀냈다. 하지만 하워드가 종적을 감춘 탓에, 크리브는 법으로 엄중히 금지되어 있는 사형수 미리엄과의 면회를 통해 진상을 밝힐것을 결심하는데.... 

"마지막 형사"와 "가짜경감 듀"로 접했던 영국작가 피터 러브시의 작품. 작가에 대해 호감도 있었지만, 이 작품에 대한 다른 여러분들의 호평을 인터넷 상에서 익히 접해왔기에 헌책방에서 눈에 띄었을때 주저없이 구입하였습니다.

고전 황금 시대인 19세기 후반의 영국이 무대입니다. 손에 잡힐 듯한 시대 묘사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러고보니 이 작가의 시대 묘사는 특출합니다. 3편의 장편 모두 다른 시대가 배경인데도 말이지요. 현대가 무대인 "마지막 형사"야 그렇다 치더라도, 20세기 초엽의 "가짜경감 듀"나 이 작품 모두 창문 밖 거리를 보고 쓴 듯한 현실감 넘치는 묘사가 압권이거든요. 특히나 이 19세기 후반의 영국이라는 무대는 "적당히 수사와 재판 등의 조직이 살아 있으면서도 무언가 2% 부족한 듯한" 고전 추리소설적인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대인데 작품과도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작가가 그것을 의도하고 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작품 속 탐정역의 크리브 형사 부장은 시리즈 캐릭터라고 하는데, 상사에게 치여살며 만년 형사부장에 머물러 있는 궁상맞은 현실적인 모습과 함께 자존심도 있고 행동력, 추리력이 탁월한 능력있는 탐정의 모습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홈즈를 의식하진 않았겠지만, 당시 경찰에도 레스트레이드같은 무능한 인물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설정은(출세는 못하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였어요. 뭐 레스트레이드도 우직하고 성실하다는 점에서는 능력있는 인물이겠지만요.

하지만 이 크리브 형사 부장보다 이 작품을 빛내는 인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미리엄이라는 영국 스타일 "팜므파탈"입니다. 주로 "몸"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짙은 미국식 팜므파탈에 비교해서 상류계급의 귀부인이라는 사고방식, 엄숙하고도 단정하면서도 곧은 행동거지로 무장하고 약점과 눈물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치밀하고 독사같은 면모를 갖춘 독특한 악녀의 모습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뽐냅니다. 그림과도 같은 아름다움 역시 갖추고 있고요. 사형선고를 받았음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은 굳은 마음과 치밀함도 큰 무기입니다. 비록 마지막 장면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하며 무너지긴 했지만,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였습니다. 이야기도 스토리텔러로서의 피터 러브시의 진가를 잘 보여줍니다. 크리브 형사부장이 서서히 사건을 파헤치며 드러나는 과거의 또 다른 자살 사건, 그리고 과거 사건과의 이해할 수 없는 연관성에서 비롯된 추리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승부! 결국 마지막에 "일사부재리 원칙"이라는 결정적 법 조항으로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와 반전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독자를 서서히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면서 나중에 뒤통수를 치는 반전을 드러내는 솜씨는 그야말로 대가다왔습니다. 제목 그대로 사형집행인과 타소 밀랍 인형관의 이야기를 교차시켜 보다 긴장감을 자아내면서도, 당시 시대상을 느끼게 해 주는 연출 역시 발군이고요.

하지만 작 중에서 가장 큰 의문인 "도대체 그 여자는 어떻게 자물쇠를 열 수 있었을까?"에 대한 답을 마지막 승부에서 크리브 형사부장이 이끌어내는 부분은 약간 치밀함이 부족했고(물론 이 사건에서는 증거를 제시할 필요는 없다는 나름대로의 전제조건이 있어서 좀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해답이 급작스럽게 돌출된다는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래도 상당한 수준의 트릭으로 지적 흥분과 재미를 가져다 준다는건 분명합니다. 중편 정도의 부담없는 분량도 매력적이고요. 별점은 4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추리 소설사에 길이 남을만한 매력적인 팜므파탈이 등장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PS : 그나저나 "마지막 형사"와 "가짜경감 듀"는 물론 엄청나게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좀 길었다고 느껴졌었는데 이 책은 깔끔하네요. 아무래도 이 정도 길이가 저한테는 딱 맞는 것 같습니다.

2005/02/01

간만에 책 구입

인터넷 헌책방 훈민정음에서 주문한 책이 도착했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고르는 것이 아니라 웹사이트의 리스트에서 제목과 작가만 보고 선택한 책의 포장을 뜯어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은 즐거우면서도 흥미진진, 스릴이 넘치는 작업입니다.

이번에 구입한 책들 소개를 하자면

먼저 피터 러브제이의 "밀랍인형", 이번 구매는 이 책 때문에 다른 책들을 구색 맞추기 식으로 구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초 기대작입니다. "마지막 형사"와 "가짜경감 듀" 단 두권만 읽은 작가이지만 항상 실망을 주지 않고 기대하게 만들었던 피터 러브제이의 작품이고 책 상태도 좋아서 무척 만족스럽네요.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근데 피터 러브시가 맞는지 러브제이가 맞는지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마쓰오카 게스케의 "최면", 몇개의 서평만 보고 충동구매하듯 구입했는데 책 상태는 1,2권 모두 최상급이라 만족스럽네요. 기대도 조금 됩니다.

에버하르트 로사의 "심심풀이로 읽는 화학"은 그야말로 충동구매입니다. 하지만 약간 흥미가 가는 것도 사실이고 조금 넘겨봤는데 쉽고 재미있게 쓴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쉽고 재미난 이론서적도 무척 좋아하니 만큼 즐겁게 읽을 수 있을것 같네요.

고광석의 "중화요리에 담긴 중국" 이 책은 서점에서 서서 띄엄띄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막상 사서 보기에는 조금 아깝다 싶던 차에 헌책방 리스트에 올라와 있어 구입했습니다. 대충 읽어본 바로는 꽤 재미있었는데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죠.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두권은 실패작이네요.

마쓰모토 세이쵸의 "땅의 손가락", 이 책은 이미 가지고 있고 전에 포스트도 올린 "적색등"과 같은 작품이며 쓰치야 다카오의 "미완의 종지부"역시 전에 포스트 올렸던 "호메로스 살인사건"과 같은책입니다.

그동안 국내 번역된 세이쵸 작품은 거의 다 읽지 않았나 싶기도 해서 주저 주저 하다가 구입했는데 역시나였고 쓰치야 다카오 책 역시 마이너 작가이긴 하지만 치구사 시리즈의 다른 작품이 번역되었길 바라는 일말의 기대와 함께 선택했는데 아쉽습니다. (그러니까 의역하지 말고 원제를 번역한 제목만 쓰란 말이다!)

이 중 세이쵸의 작품은 거의 재난급이지만 쓰치야 다카오의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수작이니 만큼 필요하신 분께 드리고 싶네요.

그래도 당분간 무슨책을 읽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즐겁습니다.

2005/07/29

비밀의 백화점 (추리소설 특급 가이드) - 한겨레21 별책부록

한겨레 21의 여름 특집 별책부록 추리소설 가이드입니다.

별책부록이라고는 하지만 분량으로는 100여페이지 정도이고 폰트 크기도 작은 편이니 외견보다는 많은 내용을 담고는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저자들을 섭외해서 여러 종류의 글들을 짧게 짧게 실어놓은 책으로 김탁환씨와 성귀수씨와 같은 메이저 작가, 번역가에서 영화평론가들, 그리고 Howmystery.com과 화요추리클럽 분들을 비롯해서 알라딘 전설의 리뷰어 물만두님까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기고자들이 면면이 화려하고 워낙 많아서 다양한 취향을 음미하는데에는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짤막한 만화까지 포함되어 다양한 쟝르를 포괄하고 있는 점도 좋은 기획으로 보입니다. 척박한 국내 만화계에서 비교적 정통파 추리 만화를 그렸던 한혜연과 석동연씨가 작가진에 있는것이 반가우며 추리 매니아이신 김진태씨도 짧지만 재미있는 만화를 개재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워낙 짧다보니 글의 테마와 종류에 비한다면 그다지 깊이가 없긴 합니다. 조금 페이지를 늘리더라도, 아니면 기고자를 조금 줄이더라도 내용을 더욱 풍성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물론 별책부록인 만큼 자금과 페이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지금 상태는 좋은 기획의도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는 팜플렛에 가까운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온라인 추리 동호인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척박한 풍토에서 고생해온 국내 추리작가들의 비중이 너무 없는 것은 불만스럽습니다. 이젠 원로축에 끼시는 김성종 선생님이나 정건섭 선생님에게는 최소한 한페이지 이상은 의뢰드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번역계에서도 국내 추리계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신 정태원 선생님의 이름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권말의 추리소설 목록은 솔직히 불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보이고요. 어차피 다 싣지 못할 바에야 올해 신간만 리스트업하는게 더욱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손을 본다면, 그리고 출판사의 의지가 작용한다면 장래에는 국내판 "이 미스테리가 굉장해!" 수준의 책을 뽑아 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던져 주는 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작가의 비중이 보다 높아져야 하리라 생각되고 국내 추리소설계도 분발해야 겠지요. 부디 내년에는 보다 풍성한 내용으로 가득차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도 포함되어 있는 앙케이트 한번 해  봅니다...

1. 가장 사랑하는 추리소설 1-5
어떻게 다섯개만 뽑을 수 있겠습니까만은, 현재의 베스트는
미야베 미유키 "화차", PD 제임스 "어떤 살의", 피터 러브시 "밀랍인형", 로스 맥도널드 "소름", 크리스티 "화요일 클럽의 살인"

2.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웠던 작품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명성이라는게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요.

3. 최고의 작가
레이몬드 챈들러. 두말할 필요 없겠죠...

4. 가장 사랑하는 탐정
모스 경감. 나름 약점도 많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쳐 마음에 듭니다.

5. 가장 인상적인 악당
"유니스의 비밀"의 유니스 파치먼. 전형적인 악당이 아니고 평범한 하녀에서 폭발하는 광기에의 감정 이동이 놀라왔던, 그래서 더욱 무서웠던 인물입니다.

6. 가장 훌륭한 결말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결말
훌륭한 결말 - 피터 러브시 "가짜 경감 듀" 납득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복선과 사건이 완벽하게 정리되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멋진 엔딩이라 추천합니다.
어처구니 - 사카구치 안고 "불연속 살인사건" 이렇게 모두 죽어나가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밖에 없잖아요?

7. 가장 완벽한 범죄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 범죄자의 자기 합리화를 독자에게도 공유하게끔 하는 설정이 놀랍습니다.

8. 가장 멋진 대사
"정말 잘 가라는 말은 벌써 해 버렸단 말이야. 정말 잘 가라는 말은 슬프고, 쓸쓸하고, 절실한 느낌을 지니고 있을 걸세"
 레이몬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 마초이즘과 서정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명대사.

9. 배신하지 않는 작가 (가장 믿을 만한 작가)
로스 맥도널드, 국내 출간된 작품을 다 읽은 유일한 작가일 뿐더러 작품이 전부 일정 수준 이상입니다.

10. 가장 잘된 추리(미스터리)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 구관이 명관, 명불허전의 작품입니다.

11. 우리나라에 꼭 소개되어야 할 작품
비교적 소개된 것이 적은 일본 고전 본격물과 신 본격물의 다양한 소개를 기원합니다. 예를 들자면 아리스가와 아리스나 노리츠키 린타로. 다카키 아키미쓰 등이요.

12. 가장 좋아하는 국내 추리소설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라면 김성종의 "최후의 증인"

13. 미스터리 초보에게 추천하는 작품 셋
초보자에게는 단편이 더욱 어울리리라 생각됩니다. 세 편이라면 크리스티의 "화요일 클럽의 살인",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의 모험" 두 단편집과 황금시대 정통 본격물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딕슨 카의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를 추천합니다.

14. 나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 이유
항상 저를 지적인 흥분상태로 몰고 가는 두근두근한 긴장감이 좋습니다. 또 혹시 압니까? 향후 요긴하게 써먹게 될지도..... 기차 시간표를 이용한 알리바이나 한번 만들어 볼까나!

15. 그리고 할 말이 남아 있다.
추리 독자의 저변이 더욱 넓어져서 제가 군침만 삼키던 작품들이 더욱 많이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뭔가 기획해서 책을 내보고 싶기도 한데, 저변과 시장이 넓어지면 언젠가는 기회가 되겠죠.

2023/06/08

걸작 밀실 미스터리 : 불가능 범죄 베스트 10


짧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오역이 많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영국의 추리 소설가 톰 미드(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네요)가 밀실 미스터리의 장대한 역사와 밝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먼저 "밀실 미스터리"라는 용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밀실 미스터리를 다른 장르와 차별화하는 요소는 '불가능'이라는 요소입니다. 사실 저는 이 용어를 '불가능한 범죄'와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범죄(보통 살인)가 저질러지는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종종 초자연적인 사건과 불길한 분위기로 으스스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러나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기발한 추리와 합리적인 설명에 의해 눈부신 스타일로 풀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장르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거리의 살인>>은 최초의 밀실 미스터리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공포, 호러 소설에 가깝고 실제로 탐정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몇 년 동안 장르의 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초기 작품으로는 윌키 콜린스의 단편 소설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가 있습니다 (물론 콜린스는 최초의 제대로 된 '탐정 소설'인 <<월장석>>을 쓴 작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얼룩 띠>>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밀실 미스터리는 본격적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장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와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은 상승 궤도에 있던 장르의 초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습니다.

탐정 소설의 황금기에는 밀실 미스터리의 인기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퍼즐이 핵심인 '공정한 페어플레이 미스터리'에서 특히 도전적인 하위 장르이기도 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도로시 L. 세이어스, 엘러리 퀸과 같은 위대한 작가들은 독자가 가상의 범죄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모든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중요시했는데 이는 밀실 미스터리의 주요 요소이자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장르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존 딕슨 카가 문학계에 충격을 주며 등장한건 1930년대 초, 황금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였습니다. 카는 최고의 밀실 미스터리의 대가이자 저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그는 30년대와 40년대에 걸쳐 걸작을 연이어 썼으며, 그의 경력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풀어내는는 능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30년대와 40년대 대부분을 영국에서 살았습니다. 따라서 그는 영국 범죄소설 커뮤니티에서 환영을 받았으며, 권위 있는 영국 탐정 협회에 입회한 단 두 명의 미국인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인기가 하락했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에도 여전히 훌륭한 작품이 많이 출판되었지만), 다시 운이 트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Jonathan Creek, Monk, Death in Paradise와 같은 TV 쇼는 새로운 세대에게 불가능한 문제의 즐거움을 소개했습니다. 다니엘 스태샤워와 빌 프론지니 같은 작가들이 기억에 남는 상상력 넘치는 작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책으로도 계속 인기를 얻고 있고요. 하지만 이 장르를 처음 접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시작을 돕기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밀실 미스터리 10편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목록은 지난 세기 동안 정말 눈부신 작품을 만들어낸 장르의 최고를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가당 한 권의 소설만 선정하였고 (그 자체로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었죠), 매일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여 빠르게 늘어나는 책장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긴장감을 위해 역순으로 제 상위 10권을 소개합니다:

WHISTLE UP THE DEVIL : 데릭 스미스 (1953) (국내미출간)
데릭 스미스에게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도 저처럼 자신이 존경하는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밀실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1953년에 처음 출간된 WHISTLE UP THE DEVIL은 두 건의 불가능한 살인 사건으로 이 장르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모든 것은 비 오는 어느 날 밤, 로저 퀘린이라는 남자가 살해되면서 시작되지요.
슬프게도 이 소설은 스미스의 생애에서 출판 된 유일한 소설이었습니다. 스미스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걸작으로 칭송받은 WHISTLE UP THE DEVIL로 찬사를 받기 시작한지는 고작 10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BLOODHOUNDS : 피터 러브시 (1996)
피터 러브시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퍼즐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고전 본격물의 공정함과 경찰 수사를 완벽하게 조화시켰습니다. BLOODHOUNDS는 미스터리 소설 애호가 그룹이 실제 밀실 미스터리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따라서 존 딕슨 카의 이름이 자주 언급됩니다. 잠겨 있고 뚫을 수 없는 운하 바지선에서의 살인 사건이라는 매우 특이한 문제도 등장합니다. 이 장르가 처음이고, 잘 알지 못한다면 이 작품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INVISIBLE GREEN : 존 슬래덱 (1977)
존 슬래덱은 공상 과학 소설계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뛰어난 불가능한 범죄 소설인 Black Aura와 INVISIBLE GREEN은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어요. 특히 INVISIBLE GREEN은 작가의 다재다능한 상상력, 생동감 넘치는 묘사, 예리한 논리를 보여줍니다. 고전 본격물의 황금기가 끝난 지 한참 지난 1970년대에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탐정 태커이 핀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저비스 펜과 같은 수준의 황금기 밀실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슬래덱이 공상 과학 소설을 위해 그를 버리기 전까지 핀은 단 두 편의 소설과 단편 소설에만 등장했을 뿐인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가 또 무엇을 성취할 수 있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NINE TIMES NINE : H.H. 홈즈 (앤서니 부셰) (1940)
앤서니 부셰는 미스터리 장르의 진정한 학자였으며, 실제로는 미스터리를 거의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Bouchercon' 덕분에 그의 명성은 계속 높아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가 쓴 몇 편의 미스터리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합니다. NINE TIMES NINE에는 빛의 아이들이라는 사악한 종교가 등장합니다. 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빛의 아이들을 이끄는, 수수께끼 같은 두건을 쓴 지도자에게 저주를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모호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노란 가운을 입은 의문의 남자가 범죄 현장에서 목격된 후 사라지고요. 우르술라 수녀는 이 복잡한 사건의 여러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MR. SPLITFOOT : 헬렌 맥클로이 (1969)
밀실 미스터리에 관한 한, 헬렌 맥클로이의 <<어두운 거울 속에>>는 비평적 논의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며, 당연히 그럴 만합니다. 심리학자 바질 윌링 박사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도플갱어의 출현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다룬 멋진 작품입니다. 매우 불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잊혀지지 않는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에 포함하기로 한 맥클로이 작품은 바질 윌링 시리즈의 후기 작품입니다. 말 그대로 밀실 미스터리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거울 속에>>와 마찬가지로 MR. SPLITFOOT 역시 특유의 분위기를 놓치지도 않고요. 예를 들어, 제목은 다름 아닌 사탄에 대한 언급입니다. 
이 소설은 밤을 보낸 사람은 아침에 시체로 발견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유령의 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전설을 시험해 보려는 자원자가 곧바로 등장합니다....

<<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1946)
요코미조 세이시는 일본에서 셜록 홈즈에 버금가는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작가입니다. 혼진 살인 사건은 킨다이치가 요코미조의 소설에 출연한 77편의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결혼식 날 밤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 한 쌍의 신혼 부부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클레이튼 로슨 (1938)
마술과 문학을 결합하는걸 전문으로 하는 작가의 놀라운 데뷔작입니다. 그는 마술사이자 존 딕슨 카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카처럼 클레이튼 로슨도 해리 후디니와 같은 과거의 전설적인 마술사들을 존경했습니다. 로슨의 탐정인 위대한 멀리니에는 분명히 후디니의 요소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멀리니 이야기는 가장 순수한 '미스디렉션'을 보여줍니다.

THE CRIMSON FOG : 폴 할터 (1988)
폴 할터는 종종 존 딕슨 카의 후계자로 설명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독특한 문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모든 소설을 강력히 추천하지만, 마술 쇼 중 무대에서 벌어지는 불가능한 살인을 다룬 THE CRIMSON FOG는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상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하니까요! 또 잭 더 리퍼가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RIM OF THE PIT : 해크 탤벗 (1944)
서프라이즈! 또 다른 마술사, 해크 탤벗은 프로 마술사 헤닝 넬름스가 두 편의 환상적인 밀실 미스터리인 The Hangman’s Handyman과 RIM OF THE PIT을 출간할 때 사용한 가명이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모험가이자 탐정인 로건 킨케이드가 등장하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풍부하게 선보입니다. 
RIM OF THE PIT에서는 초현실적이고 악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눈 덮인 시골을 배회하는 섬뜩한 유령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물론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제벨의 죽음>>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948)
크리스티아나 브랜드는 정말 뛰어난 미스터리 작가였습니다. 더 많은 작품을 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전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영국의 시골집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책 <<녹색은 위험>>은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힌 작품입니다. 정말 위대한 황금기 미스터리지요. 
하지만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로는 <<제제벨의 죽음>>이 최고입니다. 시리즈 탐정 코크릴 경감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특히나 독특하고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노쇠하고 악연이 깊은 여배우가 무대에서 살해당한 미스터리한 상황을 말이지요. 퍼즐에 대한 해답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작품입니다!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1935)
각 작가가 하나의 작품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있습니다. 존 딕슨 카는 "걸작"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책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낭송하는 것만으로도 목록을 쉽게 채울 수 있지요. <<세 개의 관>>은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며,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처음 읽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네요. 기디온 펠 박사가 눈이 내리는 런던의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살인범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디온 펠 미스터리를 썼지만 카터 딕슨이라는 필명으로 다른 시리즈도 썼는데, 이 시리즈에는 친구들에게 H.M.으로 알려진, 거구의 탐정 헨리 메리벨 경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찾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기디온 펠 이야기와 H.M. 작품들 중 일부는 불가능에 대한 힌트가 없는 단순한 후더닛이지만, 모두 눈부실 만큼 훌륭합니다! 존 딕슨 카와 그의 놀라운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더글러스 그린의 전기 he Man Who Explained Miracles를 강력 추천합니다.

밀실 단편 소설
밀실 미스터리는 장편 소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과 같은 출판물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계속해서 출판하고 기념하는 등 밀실 미스터리는 단편 소설 형식으로도 활발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편의 밀실 미스터리 단편 소설을 직접 썼기 때문에 (“The Indian Rope Trick”. “The Footless Phantom”은 모두 EQMM에 실렸어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몇 페이지 안에 공정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드워드 D. 호크와 같은 작가를 깊이 존경합니다. 특별한 순서는 없지만, 여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 에드워드 D. 호크 (1978)
제가 단편 작품 섹션을 포함시킨 주된 이유는 호크 때문입니다. 그는 카에 필적할 만한 상상력을 가졌지만, 거의 전적으로 단편 소설을 전문으로 하여 평생 동안 1,000편에 가까운 작품을 썼습니다. 그의 작품 중 단 한 편을 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작은 마을의 의사가 탐정으로 변신한 샘 호손이 등장하는 시리즈일 것입니다. 호손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도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는 독창성과 문학적 성취로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 아가사 크리스티 (1937)
황금기 미스터리 관련 글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밀실 추리 소설을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포와로 시리즈 작품인 <<에르큘 포와로의 크리스마스>>와 <<메소포타미아의 살인>>에는 교묘하게 고안된, 불가능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밀실 미스터리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도 있고요. 저는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걸작인건 분명합니다. 이 작품 대신 벨기에의 작은 회색 뇌세포가 꿈에서 예언된 밀실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단편 소설 <<꿈>>을 선택했습니다.

<<붉은 밀실>> 아유카와 테츠야 (1954)
일본에서 밀실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의 신조를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그리고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녹색 문은 위험>> 노리즈키 린타로 (1991)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이자 신본격 장르의 주옥같은 작품.

<<The Name on the Window>> : 에드먼드 크리스핀 (1953)
크리스핀은 뛰어난 재치를 지닌 작가이자 저처럼 카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의 시리즈 탐정인 저비스 펜과 이 깔끔한 밀실 문제를 통해, 크리스핀은 자신이 거장의 제자임을 증명했습니다.

<<The House in Goblin Wood>> : 카터 딕슨(존 딕슨 카) (1947)
헨리 메리 베일 경은 이 진정으로 감각적인 작품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실종에 맞서 그의 재치를 발휘합니다.

<<The Border-Line Case>> : 마저리 앨링엄 (1936)
앨링엄은 크리스티와 마찬가지로 밀실이나 불가능한 범죄 이야기를 전문으로 하지 않은 또 다른 '범죄의 여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Border-Line Case은 이 장르의 훌륭하고 완벽하게 구성된 예입니다.

<<From Another World>> : 클레이튼 로슨 (1948)
강령회가 예상치 못한 기괴한 결과를 낳는 단편 걸작.

<<13호 독방의 문제>> : 자크 푸트렐 (1905)
장르의 초석을 다진 작품. 반드시 읽어야만 합니다.

<<개의 신탁>> : G.K. 체스터턴 (1926)
체스터턴브라운 신부는 홈즈, 포와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대한 탐정입니다. 체스터턴 자신이 존 딕슨 카의 기드온 펠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죠!

<<The X Street Murders>> : 조셉 커밍스 (1957)
조셉 커밍스는 슬프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작가로, 시리즈 캐릭터 브룩스 U. 배너 상원의원은 헨리 메리베일 경의 후계자라 할 수 있습니다.

<<The House of Haunts>> 엘러리 퀸 (1935)
엘러리 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사실 그는 두 명입니다. 사촌 프레드릭 다네이와 맨프레드 리가 만든 가명이었죠).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밀실 미스터리를 많이 쓰지 않았지만, 그들이 쓴 밀실 미스터리는 모두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과 <<the Door between>>모두 밀실 문제를 다룬 훌륭한 소설이지만, 두 작품 모두 불가능성이 다른 더 눈부시고 기발한 플롯 요소에 가려져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우더닛보다는 후더닛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존 딕슨 카를 읽은 남자>> 윌리엄 브리튼 (1966)
이 책도 꼭 포함시켜야 했어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죠! 마지막에 유쾌한 반전이 있는 멋진 블랙 코미디 작품입니다.

밀실 미스터리의 미래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다행히도 밀실 미스터리 장르가 다시금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이 매일 출간되고 있고, 이 장르에서 부당하게 외면받았던 고전이 재발간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최근 신작으로는 Gigi Pandian의 Under Lock과 Skeleton Key, 짐 노이의 <<붉은 죽음 살인 사건>> (에드거 앨런 포의 "붉은 죽음의 가면"을 매혹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제임스 스콧 번사이드의 <<배링턴 힐스 뱀파이어 사건>>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마틴 에드워즈의 뛰어난 레이첼 새버네이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블랙스톤 펠>>은 밀실 요소가 특징인 것으로 알고 있고, 로버트 소로굿의 아늑한 미스터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말로우에 죽음이 찾아왔다>>도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가 계속 번성하기를 바랍니다.

2022/08/05

영국 추리작가 협회 (CWA) 선정,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

영국 추리작가 협회 (The Crime Writers' Association: CWA)에서 1990년 발표했던 사상 최고의 추리소설 100선 (The Top 100 Crime Novels of All Time) 입니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 국내 미 출간작은 회색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국내 출간작은 모두 59편입니다. 대부분의 출간작이 상위 50위 이내 (43편)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상위권에 유명 작품이 더 많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몇 년 전에 미국 추리작가 협회 (MWA) 선정 베스트 미스터리 100을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는데,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특히 MWA에서는 1위로 꼽은 셜록 홈즈 시리즈 순위가 낮은게 가장 의외였어요. 세 편 선정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가 다른 유명 걸작들을 능가하는 작품인지는 살짝 의심스러웠고요. 미국 작품은 하드보일드 계열만 주로 선정한게 의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는 도로시 L 세이어스의 "학원제의 밤"이라던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사라진 완구점", 마저리 엘링엄의 작품 등이 눈에 뜨이는데, 언젠가는 국내에 출간되면 좋겠네요.

1위 "진리는 시간의 딸" 조세핀 테이

2위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3위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4위 "학원제의 밤" 도로시 L 세이어스

5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6위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7위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8위 "월장석" 윌키 콜린스

9위 [[the ipcress file]] 렌 데이튼

10위 "몰타의 매" 대실 해밋

11위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12위 "실종 당시의 복장은" 힐러리 워

13위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14위 "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15위 "기나긴 이별" 레이몬드 챈들러

16위 "살의" 프랜시스 아일즈

17위 "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스

18위 "나인 테일러스" 도로시 L 세이어스

19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20위 "39계단" 존 버컨

21위 "셜록 홈즈의 모험" 아서 코난 도일

22위 "살인은 광고된다" 도로시 L 세이어스

23위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애드거 앨런 포 24위 "디미트리오스의 가면" 에릭 앰블러

25위 [[사라진 완구점]] 에드먼드 크리스핀

26위 [[Tiger in the smoke]] 마저리 엘링엄

27위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28위 "흰 옷의 여인" 윌키 콜린스

29위 [[A Dark-Adapted Eye]] 바바라 바인

30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31위 "유리 열쇠" 더쉴 해밋

32위 "배스커빌 가의 개" 아서 코난 도일

33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

34위 "트렌트 마지막 사건" E.C 벤틀리

35위 [[From Russia with Love]] 이언 플레밍

36위 "경관 혐오" 에드 멕베인

37위 "제리코의 죽음" 콜린 덱스터

38위 "낯선 승객"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39위 "활자 잔혹극" 루스 렌들

40위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41위 "독 초콜릿 사건" 앤서니 버클리

42위 "성녀의 유골" 엘리스 피터스

43위 "죽음의 혼례" 엘리스 피터스

44위 "죽음의 키스" 아이라 레빈

45위 "재능있는 리플리"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46위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47위 "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48위 "무죄 추정" 스콧 터로우

49위 "내 눈에 비친 악마" 루스 렌들

50위 "벨벳의 악마" 존 딕슨 카

51위 "치명적 반전" 바바라 바인

52위 [[The Journeying Boy]] 마이클 이네스

53위 [[A Taste for Death]] P.D. 제임스

54위 "독수리는 날개치며 내렸다" 잭 히긴스

55위 [[My Brother Michael]] 메리 스튜어트

56위 [[Bertie and the Tin Man]] 피터 러브지

57위 [[Penny Blac]] 수전 무디

58위 [[Game, Set & Match]] 렌 데이튼

59위 [[The Danger]] 딕 프란시스

60위 [[Devices and Desires]] P.D. 제임스

61위 [[Under World]] 레지널드 힐

62위 [[Nine Coaches Waiting]] 메리 스튜어트

63위 [[A Running Duck]] 폴라 고슬링

64위 [[smallbone deceased>> 마이클 길버트

65위 [[The Rose of Tibet]] 라이오넬 데이비슨

66위 [[Innocent Blood]] P.D. 제임스

67위 <<맹독>> 도로시 L 세이어스

68위 [[Hamlet, Revenge!]] 마이클 이네스

69위 "시간의 도둑" 토니 힐러먼

70위 [[A Bullet in the Ballet]] Caryl Brahms & S. J. Simon

71위 [[Deadheads]] 레지널드 힐

72위 "제3의 사나이" 그레이엄 그린

73위 [[The Labyrinth Makers]] 앤서니 프라이스

74위 [[the quiller memorandum>>애덤 홀

75위 "내안의 야수" 마거릿 밀러

76위 [[The Shortest Way to Hade]] 새러 코드웰

77위 "질주" 데스몬드 배글리

78위 [[Twice Shy]] 딕 프란시스

79위 [[The Manchurian Candidate]] 리처드 콘돈

80위 [[the killings at drift>> 캐롤라인 그래험

81위 "야수는 죽어야 한다" 니콜라스 블레이크

82위 "고르키 파크" 마틴 크루즈 스미스

83위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84위 "녹색은 위험"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85위 [[Tragedy at law]] 시릴 헤어

86위 "콜렉터" 존 파울즈

87위 "기데온과 방화마" J.J. 매릭

88위 "대통령의 유산 The Sun Chemist" 라이오넬 데이비슨

89위 "나바론 요새" 알리스테어 맥클린

90위 [[The Colour of Murder]] 줄리안 시몬즈

91위 [[Greenmantle]] 존 버컨

92위 "모래톱의 수수께끼" 어스킨 칠더스

93위 [[wobble to death>> 피터 러브지

94위 <<붉은 수확>> 더쉴 해밋

95위 [[The Key to Rebecca]] 켄 폴렛트

96위 [[Sadie When She Died]] 에드 멕베인

97위 [[The Murder of the Maharajah]] H.R.F. 키팅

98위 [[What Bloody Man Is That?]] 사이먼 브렛

99위 [[Shooting Script]] 게빈 라이얼

100위 "네 명의 의인" 에드거 월러스

2004/08/23

어쩌다 찾은 필독 추리소설 리스트...

추리소설 초심자를 위한 필독 작품 리스트 by 화요추리클럽 in 싸이월드

개인적으로는 이런 리스트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워낙 사람들마다 취향들이 다르니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 리스트는 초심자를 위해서 리스트를 선정하셨다고 하는 원 저자분의 노고가 엿보이는 리스트라 돋보입니다.
추리사적으로 인상적인 작품들과 정통파-하드보일드-첩보물 등 쟝르를 골고루 섞은 노력과 꽤 최근까지 올라오는 연대 등 여러모로 알찬 리스트인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일본 작품이 좀 적다는 것이 불만이긴 하지만...

그래서 저만의 리스트를 몇개 적어 보았습니다.

  • 크리스티 - 포와로 수사집 / 화요일 클럽의 살인 (걸작 단편집 2권 추려보았습니다. 단편이고 유명 탐정이 등장하니 초심자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케멜먼 - 9마일은 너무 멀다 (역시 단편집을....^^)
  • 엘러리 퀸 - 엘러리 퀸의 모험 / 새로운 모험 / Y의 비극 (역시 엘러리 퀸의 걸작 중단편집과 그 유명한 Y의 비극, 빼놓을 수 없겠죠)
  • 도일 - 홈즈 시리즈 전집 (단편집을 더욱 추천합니다)
  • 르블랑 - 뤼뺑 시리즈 (역시 단편집을 더욱 추천합니다)
  • 엘린 - 특별요리
  • 해미트 - 말타의 매
  • 챈들러 - 기나긴 이별
  • 에도가와 란포 - 고도의 마인 (외딴섬 악마)
  • 마츠모토 세이쵸 - 점과 선
  • 피터 러브시 - 가짜 경감 듀
  • 마지막으로... 딕슨 카의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써 놓고 보니 단편집 투성이네요. 그래도 크게 살인사건이나 엽기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골랐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에도가와 란포는 가부가 좀 갈릴 것 같긴 하네요.

이것도 투표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2016/01/26

미스터 메르세데스 - 스티븐 킹 / 이은선 : 별점 2점

미스터 메르세데스 - 4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은퇴 형사 빌 호지스는 홀로 외로이 TV에 빠져 살다가 자살까지 꿈꾼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그가 형사 시절에 해결하지 못했던, 시티 센터에서 8명을 살해하고 도주했던 싸이코 살인마 "메르세데스 살인마"가 보낸 편지였다. 그의 목적은 호지스의 자살 유도였다. 그러나 이를 도발로 받아들인 호지스는 새롭게 삶의 의미를 다지고, 그를 자기 손으로 체포하기 위해 다시 수사에 나서는데....

호러의 거장 스티븐 킹이 발표한, 은퇴한 형사 호지스와 '미스터 메르세데스'라고 불리는 싸이코 살인마 브래디 하츠필드의 대결을 그린 600페이지의 대장편 하드보일드입니다. 2015년 에드거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관심 가던 차에 늦게나마 읽게 되었습니다.

작품은 장단점 모두 기존 스티븐 킹 스타일 그대로입니다. 우선 첫 번째 장점으로는 읽는 재미가 최고 수준이라는 겁니다. 브래디가 빌 호지스를 자살로 몰아넣기 위해 편지를 보내는 도입부에서 시작해서, 오히려 삶의 의욕을 되찾은 빌 호지스가 범인이 지정한 채팅 사이트 '데비스 블루 엄브렐라'를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며 범인에게 접근해 나가는 전개가 아주 흥미진진한 덕분입니다. 차를 도난당한 올리비아 트릴로니의 증언을 믿지 않았던게 큰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과정도 흥미롭고요.
범죄물로도 괜찮은 편이에요. 브래디가 자동차를 훔친 방법,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호지스 등을 염탐한 방법, 본인의 범행을 위해 이런저런 발명을 하는 부분 등이 아주 설득력 있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장점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입니다. 주인공 빌 호지스부터가 그러해요. 은퇴 형사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의 작품은 피터 러브시의 "다이아몬드 형사" 시리즈 등 상당히 많습니다. 최근 쏟아지는, 은퇴한 전직 특수 요원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영화들도 비슷한 류일 테고요. 허나 본작의 주인공 빌 호지스는 제가 읽었던 유사 작품 주인공들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고 현실적이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묘사도 아주 좋고요. 초반의 자살을 기도하는 모습, 브래디를 잡기 위해 의욕을 불태우는 과정 모두 자연스러우며 체중 등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것을 신경 쓰는 묘사 역시 한몫 단단히 하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도 제이니가 폭사한 직후 모습은 정말 압권이에요. 연인이 산산조각이 되어 팔 하나만 나뒹구는 상태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최대한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데, 속된 말로 '간지 폭풍'이었습니다. "우주해적 코브라"의 한 에피소드에서 도미니크가 죽은 것을 알게 된 코브라의 대사가 떠오르더군요('안녕 도미니크 다음에 만날 때에는 지옥이겠지').
악당인 '미스터 메르세데스' 브래디 역시 나름의 존재감을 뽐냅니다. 어머니와 근친상간 관계에 동생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는 등의 가족사는 진부했지만, 일반인보다 약간 똑똑한 미친놈이라는 설정을 인상적으로 잘 그려낸 덕입니다. 항상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는 성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주 설득력 높았어요. 사람 마음(빌 호지스)을 갖고 놀려다가 실패하는 과정의 디테일도 잘 살아 있고요.
다른 인물들도 독특하기는 마찬가지에요. 사이드킥 제롬은 엘리트 흑인 집안의 아들인 우등생이라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설정인데, 작중 언급되는 버락 오바마와 더불어 달라진 미국 흑인의 지위를 상징하는 듯 합니다. 다만 또 다른 조력자 홀리는 컴퓨터 천재지만 심한 우울증을 앓는 기묘한 노처녀라는,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이기는 했지만요.

허나 역시나 스티븐 킹 작품의 단점도 그대로입니다. 첫 번째는 '탐정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는 홍보 문구를 달고 나온 것 치고는 '추리물'로 볼만한 부분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빌 호지스부터가 은퇴한 형사라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단서를 전해주는건 범인 브래디의 역할이거든요. 호지스는 던져주는 단서를 받아 먹을 뿐입니다. 그나마 범인과의 두뇌싸움이라든가, 범인이 보낸 편지와 채팅에서 입수한 것을 통해 프로파일링을 한 결과는 상당히 정확하지만 호지스 스스로의 입으로 이야기하듯 '감'에 의지한 것이라 그닥 정교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급작스러운 억지 전개가 많다는게 두 번째 단점입니다. 올리비아의 동생 제이니 패터슨과 사귀게 되어 잠자리를 같이하는 관계까지 발전하고, 마지막에 아이돌 가수 콘서트에서 폭탄을 터뜨리려는 브래디의 계획을 홀리와 제롬이 저지한다는 결말이 대표적입니다. 솔직히 좀 가관이었달까요. 하긴, 이건 스티븐 킹 소설이니까...

마지막으로 호지스의 실수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예요. 대표적인 것이 제이니의 죽음이죠. 작중에서 계속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어떻게 차를 훔쳤는지까지 알아내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호지스의 실수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아요. 그녀의 죽음은 독자가 브래디가 처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게 만들지만, 주인공의 무능력함을 돋보이게 하니 과연 적절한 장치였나 의구심이 생깁니다.
호지스가 월권에 가까운 단독 수사를 고집하는 것도 석연치 않아요. 애초에 올리비아 컴퓨터에 심어진 수상한 파일에 대해 알게 된 시점에서 경찰에 모든 자료를 넘겼다면 사건은 진작에 해결되었을 텐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정통 하드보일드는 절대로 아닙니다! 하드보일드 소설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공통적으로 탐정 스토리의 모습을 취하며, 범죄나 폭력, 섹스에 대해 이렇다 할 감정 없이 무미건조한 묘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는데, 이 작품은 추리물이지만 무미건조한 묘사는 아니니까요. 과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정 묘사는 풍성합니다. 그렇다고 폭력이 난무하는 마초물도 아닙니다. 호지스 캐릭터만 놓고 보면 정 많고 정의감 넘치는 동네 아저씨거든요.
물론 호지스와 브래디 둘의 시점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전개에서 브래디 시점 묘사는 고전 하드보일드 느낌이 살짝 나기는 합니다. 스티븐 킹이 서두에 '제임스 M 케인을 그리며'라고 했는데 제임스 M 케인의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누른다"가 떠오를 정도로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여러모로 하드보일드보다는 전통적인 서부극에 가깝습니다. 캐릭터와 서사 구조 모두요. 은퇴한 총잡이에게 신세대 총잡이가 도전하고, 도전을 피하는 늙은이를 도발하기 위해 그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서 결국 대결이 벌어지며, 이 와중에 은퇴한 총잡이가 새로운 삶의 보람을 깨우친다는 내용이니 당연하지요.

하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장점이 없지는 않으나 단점이 더 컸고, 제 취향도 아니라서 감점합니다. 재미만 놓고 보면 그럭저럭이기는 한데 딱히 권해드릴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특히나 저처럼 '하드보일드'라는 말에 낚이신다면 크게 실망하실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앞서 말씀드렸듯 에드거상은 물론,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선정한 2015 최고의 장르소설 베스트 10에도 당당히 선정되어 있는데 이유를 모르겠네요. 제 취향의 문제일까요?

2009/07/31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 박기반 : 별점 2.5점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 4점 제임스 M. 케인 지음, 박기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영화로 더욱 유명한 고전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구입했네요. 구입하고 알았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인 "이중배상"까지 실려있더군요. "이중배상" 역시 영화가 엄청나게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일단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 부터 이야기하자면, 제 기대하고는 전혀 달라서 실망스러웠습니다. 백수건달과 별볼일없는 샌드위치가게 안주인이 똑똑해봤자일테니 이게 현실적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범죄"가 치밀하지 않은 즉흥적인 범죄인 탓입니다. 그나마 첫 번째 범행은 난데없는 경찰의 등장으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나름 계획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나은데, 두 번째 범행은 정말이지 황당할 뿐입니다. 왜 콜라까지 동승해서 사고를 일으키는지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그냥 과음을 시킨 뒤 운전을 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 아니었을까요?
또 배불뚝이 그리스인 남편과 같이 산다고 여자들이 다 살인자가 되는 것은 아닐텐데, 이 작품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그러한 과정을 그리고 있어서 거슬렸습니다. 이 작품에서의 그리스인 남편은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었단 말이죠! 

물론 범행 이후 재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혐의를 뒤집어 쓴 콜라를 무죄로 만드는 변호사의 작전 등이 법정드라마처럼 펼쳐져서 괜찮긴 하고 영화화되었을 만큼 매력적인 부분이 분명 있으며 막장 인생의 발버둥, 날것 그대로의 이글거리는 심리묘사, 서서히 수렁으로 빠져드는 설정과 전개 등 건질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허나 이러한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통속소설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운 작품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저는 조금 더 정교한 소설을 좋아합니다. 덧붙이자면, 우편배달부는 역시나 나오지 않네요.

그리고 "이중배상". 이 작품 역시 추리적으로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월터는 보험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훨씬 치밀하고 정교한 맛은 있습니다. "우편배달부..."에 등장하는 프랭크에 비하면 월터는 한니발 렉터 수준으로 보일 정도에요.
여주인공인 필리스도 희대의 악녀라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피터 러브시의 "밀랍인형"에 등장하는 미리엄 급의 악녀로 작품 내내 생기와 매력을 뿜어내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였어요. 이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았던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마무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랑 때문에 결국 스스로 진상을 고백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쿨해보이기는 하지만 범죄 소설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였다 생각되거든요. 하드보일드 같지 않은 말랑말랑함도 거슬렸고 말이죠. 차라리 필리스와 불꽃튀는 두뇌대결을 벌이다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범인이 사랑때문에 두손을 들어버리니 희대의 악녀조차 그 빛을 잃어버리더라고요...

그래도 맨 마지막 결말의 묘사는 괜찮아서 다행이더군요. 희대의 악녀의 최후치고는 좀 약하지만 꽤 그럴듯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었습니다.결론내리자면 무난하고 평이한 수준의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좀 더 높은 점수를 줘도 좋겠지만 마무리 전개와 "우편배달부..." 와 유사한 지나친 통속성이 발목을 잡았네요. 

이렇게 해서 두작품 별점 평점은 2.5점 되겠습니다. 하드보일드의 고전이라는 명성만큼이나 대단한 작품인지는 솔직히 의심스럽고 기대에 비하면 실망스럽긴 했지만 범죄소설, 느와르의 원형을 접해본 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하드보일드 작품답게 명대사도 난무하는 만큼 고전 하드보일드 팬들이시라면 한 번 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제 추천 명대사는 "나는 토끼가 방울뱀을 사랑하는 것 처럼 그녀를 사랑했다"입니다.

PS : 조금 조사해봤더니 원작자 제임스 M 케인은 "알콜중독"으로 사망했더군요. 이거 참, 어울린다고 해야 할지....

2020/09/27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4 (완전판) 주머니 속의 호밀 - 애거서 크리스티 / 이은선 : 별점 3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4 (완전판)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융 회사 사장 포티스큐가 회사에서 차를 마시다가 죽었다. 독을 먹은게 확실하여 경찰은 수사에 나서는데, 유력한 용의자였던 미모의 젊은 부인마저도 자택에서 과자와 꿀을 먹던 중에 사망했고, 비밀을 숨기고 있던 하녀 글래디스마저도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포티스큐의 옷 속에 '호밀'이 들어 있었던 것, 글래디스가 빨래 집게로 코가 집힌 채였던 상황을 통해 미스 마플은 “6펜스 노래를 부르자, 주머니는 호밀로 한 가득, 파이로 구워진 넷하고 스무 마리의 지빠귀. 파이가 열리면 새들이 노래를 시작하지. 이건 왕 앞에 차릴 만한 진수성찬. 왕은 보물 창고에서 돈을 세고, 왕비는 거실에서 빵과 꿀을 먹고, 하녀는 정원에서 빨래를 너는데,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하녀의 코를 물었지.” 라는 마더구스 동요를 떠올렸고, 미스 마플의 조언에 따라 닐 경위는 '지빠귀'를 찾다가 의외의 진실을 알게 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님의 미스 마플 장편입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공략"에서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별점 5점짜리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미스 마플이 하녀 글래디스의 불쌍한 죽음을 파헤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복수의 여신'이자 '정의의 수호자'로 등장해서 시리즈 중 최고로 멋지기 때문이랍니다. 추리적인 구성이나 트릭에 점수를 주고 있는건 아닌데, 여사님 작품이라면 추리적인 요소는 당연히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지 않나 싶네요.
그런데 저는 뭐가 그렇게 멋진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글래디스가 살해당한걸 뉴스에서 읽고 직접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출동한거라 다른 작품들 보다 적극적이기는 한데, 딱히 정의의 수호자 느낌을 받지는 못했거든요.

그래도 작품은 좋았어요. 저는 외려 "공략"에서 언급하지 않은, 추리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진범을 제외한 (!) 모든 등장 인물들이 수상하다는 전개가 돋보입니다. 덕분에 진범이 랜스라는게 밝혀지는 장면이 더욱 충격적이었거든요.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포티스큐 씨를 독살한 방법은 차가 아니라 아침 식사 마멀레이드에 독을 넣었던 겁니다. 가족 중 포티스큐 씨만 마멀레이드를 먹기 때문에 그 속에 독을 넣어 살해한 거지요. 이 수법은 비교적 초반에 드러나며, 일종의 시한 장치 트릭이라 몇 개월 전 영국의 포티스큐 저택을 방문했던 랜스에게 아예 불가능한 범죄는 아닙니다. 그러나 잠시 머문 손님이, 그것도 안성마춤으로 몇 개월 후에 먹을 마멀레이드에 독을 넣는건 상식적으로 어려운 탓에, 랜스는 경찰은 물론 독자의 시야에서도 완벽하게 빠져나갑니다.
게다가 마멀레이드에 독을 넣기 위해 누구나 범인이 아니라 여길 덜 떨어진 하녀 글래디스를 실행범으로 조종했다는 수법이 정말이지 기가 막힙니다. 랜스가 가명으로 글래디스를 유혹한 뒤, 독을 자백약이라고 속이고 포티스큐 씨에게 먹게 만든건데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도 높거든요. '맹했다'는 글래디스의 캐릭터 묘사도 설득력을 뒷받침 해 주는 요소였고요.
이후 랜스는 아버지, 유산을 손에 넣을 새어머니와 함께 자신의 정체를 아는 유일한 증인 글래디스까지 살해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범행을 포장하기 위해 마더 구스 동요를 가져온 것도 기발했어요. 확실히 나쁜 놈들이 머리가 좋은 법입니다.

이런 랜스의 범행을 적절히 배치된 여러가지 단서와 복선 - 특히 글래디스의 유품인 사진과 편지 등 - 을 통해 독자가 미스 마플과 같은 수준에서 추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정통 본격 추리물다운 전개, 동기인 '돈'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는 점, 이론적이고 상식적인 닐 경위와 인간 관계를 통해 진상을 파악해내는 미스 마플의 협업, 랜스의 부인이 '나쁜 남자'에게 빠지는 습성을 통해 랜스의 본질을 파악하는 미스 마플의 통찰력 등 그 외에도 돋보이는 부분은 많습니다.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랜스가 글래디스를 죽일 때까지 그녀가 입을 다물고 있을거라는 보장이 없었다는 문제가 가장 큽니다. 실제로 그녀는 죽기 전 미스 마플에게 편지와 함께 결정적인 단서를 보냈으니까요. 닐 경위에게도 거의 실토하기 직전이었고요. 이래서야 천재 범죄자의 완벽한 범죄로 보기는 힘듭니다. 기껏해야 운이 좋았을 뿐이지요.
그리고 사람들이 알기 전에 몰래 글래디스를 죽이고, 막 도착한 듯 티 타임에 참석해서 새어머니의 차에 독을 타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쉽게 흘러간건 좀 아쉬웠어요. 교살할 때 글래디스가 반항했더라면? 피터 러브시"밀랍 인형"에서처럼 새어머니가 즉사하지 않고 난리를 쳤다면? 바로 체포되어 교수대로 향했을 테지요. 이는 조금은 편의적인 전개였다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마더 구스의 '6펜스 노래를 부르자'와 비슷하게 사건을 꾸민 작전도 기발할 뿐, 현실적이지는 않아요. 아버지에게 원한을 품은 맥켄지 가문의 후예나 형 퍼시벌이 유력한 용의자인데 구태여 정신병자인 제 3의 인물을 끌어들일 이유도 없고요. 오히려 '지빠귀 광산' 이 유력한 동기임이 드러나는 멍청한 행동이었습니다. 하녀 글래디스 살해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걸 강조했더라면 차라리 말이 되었을텐데, 이대로는 좀 애매합니다. 그나마도 이렇게 복잡하게 사건을 꾸밀 필요 없이 글래디스가 뭔가 목격해서 죽였다는 식으로 풀어나가는게 더 현실적이라는건 분명하고요.

그래도 좋은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 없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17/09/03

미스테리아 13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5점

미스테리아 13호 - 6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미스테리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 최신간입니다. 창간 2주년 기념호라 그런지 특별 보급가이기도 하고, 항상 관심있게 찾아보던 주제인 "경성"을 특집으로 하고 있어서 구입했습니다.

특집인 "경성" 관련 기사들은 기대에 값합니다. 1930년대 경성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장르 문학'과 관련된 시각으로 설명해주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별건곤"에 실렸다는 경성 7대 특수촌이나 5대 마굴에 대한 탐사기는 충분히 하나의 작품 소재가 될 만큼 재미있었어요.
경성을 탐정 소설의 배경으로 바라보고 분석한 기사들도 좋았습니다. 예를 들면 "염마"에 등장하는 서광옥의 X별장은 "체신국 뒤로 해서 개천을 메워가지고 새로 낸 큰길을 단 후 누상동 큰거리에서 언덕 위에 지은 큰집을 찾았다"라는 묘사를 통해 '아방궁'이라 불렸던 친일파 윤덕영의 저택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주는 식입니다.
여기에 더해 남촌과 북촌의 특수성과 같은 사회적인 부분, 아편굴과 같은 특수 장소와 같은 당대 경성에 대한 갖가지 디테일이 가득하여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박태원의 "최후의 억만장자"는 예전에 읽어봤던 작품으로 내용은 별 볼일 없지만, 삽화를 맡았던 월북 화가 정현웅의 그림은 마음에 들었어요. 목판화 스타일의 삽화는 지금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수준의 완성도니까요.

물론 이런저런 한국 추리 소설 역사서에 실려있는 내용에서 불과한 기사들도 제법 됩니다. 김동인의 "수평선을 넘어서"에 대한 기사가 대표적이에요. 얼마전 읽었던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에 수록된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주제에 맞춰 "경성"이라는 공간, 배경에 집중하지 않고, 당시 사회적 배경을 통틀어 설명하고 있는 탓입니다. 이렇게 풀어내면 다른 유사한 컨텐츠와 변별력을 가지기 힘들지요.

그러나 특집 외의 기사들은 기대 이하의 결과물이 많습니다. 홍보 문구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8인에게 가상 표지를 제안했다는 "세상에 아직 없던 책"은 그 중에서도 최악입니다. 박철희의 "환상의 여인" 정도만 괜찮을 뿐, 그외 표지들은 실제 책이 출간되더라도 구매 욕구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에요. 요새 대학생들 과제도 이것보다는 나을 듯 한데, 차라리 왠만한 미술 대학 디자인 학과와 연계하여 결과물을 수록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미스테리아"의 핵심 컨텐츠인 리뷰 형태의 새 책 소개도 이번에는 그냥저냥입니다. 그닥 끌리는 책이 없더군요. 게다가 리뷰어 중 한 분은 직업이 "인형사, 자유기고가"라고 되어 있어서, 대체 이 리뷰가 무슨 기준인지도 헛갈립니다. 꼭 전문가가 좋은 리뷰를 쓴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니라, 비용을 들여 구입한 책의 리뷰라면 그만큼의 전문성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최소한 인터넷을 통해 잘 알려진 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잠깐 인터넷을 찾아보았는데 당쵀 뭐하시는 분인지 모르겠더군요. 이 분이 소개하는 기타무라 가오루,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들도 구태여 리뷰가 필요한지도 의문입니다(심지어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은 '소시민'시리즈 최신간!). 이 잡지를 구해 읽어볼 정도의 독자라면, 이 두 작품은 딱히 리뷰가 필요없을테니까요. 새책 소개는 다른 곳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는 독특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뒤 이은 영화 "불한당"의 감독 인터뷰 역시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감독이 SNS를 통해 실수했던 이력만 기억에 남을 뿐으로 이런 인물을 지면을 할애해가며 인터뷰를 한 이유를 모르겠거든요. "불한당"이 국내 범죄, 느와르 영화에서 특기할 만한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서 일까요?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별로 그랬을 것 같지도 않네요.

특집 외 기사들 중에서는 미스테리 속 음식에 대해 파헤치는 정은지 작가의 컬럼과 3편의 논픽션 정도만이 그나마 괜찮은 편입니다. 정은지의 컬럼에는 국내에는 소개된 적이 없는 형사 몬탈바노 시리즈를 소개하며, 작 중 등장하는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들의 소개가 곁들여지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신선했습니다. 제가 준비 중인 '장르 문학 속 음식 이야기'라는 컬럼과 비교되어 자극도 되었고요.
3편의 논픽션은 법의학자가 분석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살인 매뉴얼, 한강변에서 발견된 시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중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강렬합니다. 범인을 조작하려는 경찰의 노력에, 무고한 용의자가 겨우 혐의를 벗는 과정, 그리고 결국 미제 사건으로 범인은 커녕 피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라는 결말까지 모두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이전 호들과는 다르게 수준 이하의 작품이 더 많네요. 우선 로스 맥도널드의 "사라진 여인"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루 아처 시리즈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기할 만한 점이 전무한 소품입니다. 루 아처가 묶은 모텔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루 아처가 진상을 파헤친다는 내용인데 루 아처가 하나씩 손에 넣은 단서를 되짚어가면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라 추리의 여지도 없고 이야기도 원사이드하게 흘러갑니다. 선택지가 하나 뿐인 미션을 수행하는 느낌이랄까요? 딱히 반전이 있는 진상도 아니고요. 이 정도면 평범 이하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국내작가 차무진의 "비형도"는 전개는 흥미로우나 좋은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런 단서나 복선도 없이 귀신들 사이에 어울린다는 결말이 영 납득이 되지 않거든요. 물론 조상병이 살의를 품은 순간, 그 장소에 있던 귀신들 속으로 들어가 귀신들의 역할극이 벌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되기는 합니다만... 개연성도 없는 역할극이 전체 분량의 90%에 달하는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죠. 생각한대로 현실이 바뀌는 "열린 우주"라는 핵심 설정 및 이를 통해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은 아주 재미있었는데 아쉽네요. 하기사 좋았던 부분들도 여러모로 애매하긴 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학예사의 뿔테 안경이 아니라 "껌"이었어야 할 것 같고, 학예사가 목을 메다는 장면은 이게 뭔가 싶으니까요. 여튼, 이 역시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래도 피터 러브시의 "오이스터 브라운이 저지른 범죄"는 아주 괜찮습니다. 펄, 오이스터 자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 트리거의 의심을 독자에게 공유하게 만드는 전개는 정말로 일품이에요. 분명 언니가 사라졌는데 애써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오이스터의 행동의 이유는?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퇴비화 속도가 빨라지는 발효 촉진제를 산 이유는? 집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 이유는? 이런 질문들은 가장 설득력 있는 추리, 즉 "펄은 죽었고 오이스터가 그녀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로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진상은 정말로 터무니없었고 황당하다는 점에서 독자의 뒷통수를 칩니다. 거장다운 장난스러운, 그렇지만 또 서늘한 결말도 매력적이에요. 트리거가 어디로 갔는지 정말 아무도 몰랐을지, 그리고 트리거의 차가 집 앞에 있으므로 완벽한 인멸은 불가능 했으리라는 점에서 조금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만, 거장의 실력만큼은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기사, 읽을 거리로 가득차 있는데 특집과 정말로 몇 안되는 기사, 한 편의 단편만이 기대에 값하기에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면 2점 이상 주기는 힘들었을거에요. 식민지 경성, 그리고 그 공간을 무대로 한 장르 문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셔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2024/04/23

IMBA 선정 20세기 최고의 미스터리 100선

미국 독립 미스터리 전문 서점 협회(Independent Mystery Booksellers Association)의 회원들이 선정한 20세기의 미스터리 소설 100선입니다.
출처는 dcinside 추리소설 갤러리입니다. 원글은 이 곳에서 확인하세요.

100편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리뷰를 올린 작품은 모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The Tiger in the Smoke - 마저리 앨링엄 (Allingham, Margery) (1952)
4. Aunt Dimity's Death - 낸시 애서튼 (Atherton, Nancy) (1992)
5. In the Heat of the Night - 존 볼 (Ball, John) (1965) / 국내 출간: 밤의 열기 속에서 (하서출판사)
6. Sheer Torture - 로버트 버나드 (Barnard, Robert) (1982)
7. Track of the Cat - 네바다 바 (Barr, Nevada) (1993)
8. The Beast Must Die - 니콜라스 블레이크 (Blake, Nicholas) (1938) / 국내 출간: 야수는 죽어야 한다 (황금가지)
9. When the Sacred Ginmill Closes - 로렌스 블록 (Block, Lawrence) (1986)
11. The Fabulous Clipjoint - 프레드릭 브라운 (Brown, Fredric) (1947)
12. The Thirty-Nine Steps - 존 버컨 (Buchan, John) (1915) / 국내 출간: 39계단 (문예출판사)
13. Black Cherry Blues - 제임스 리 버크 (Burke, James Lee) (1989)
15. The Thin Woman - 도로시 캔넬 (Cannell, Dorothy) (1984)
17. Thus Was Adonis Murderd - 새라 코드웰 (Caudwell, Sarah) (1981)
18. The Big Sleep - 레이먼드 챈들러 (Chandler, Raymond) (1939) / 국내 출간: 빅 슬립 (문학동네)
19. The Murder of Roger Ackroyd - 애거서 크리스티 (Christie, Agatha) (1926) / 국내 출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황금가지)
20. The Concrete Blonde - 마이클 코넬리 (Connelly, Michael) (1994) / 국내 출간: 콘크리트 블론드 (알에이치코리아)
21. The Man Who Liked Slow Tomatoes - K. C. 콘스탄틴 (Constantine, K. C.) (1982)
22. The Monkey's Raincoat - 로버트 크레이스 (Crais, Robert) (1987) / 국내 출간: 몽키스 레인코트 (노블마인)
23. The Moving Toyshop - 에드먼드 크리스핀 (Crispin, Edmund) (1946)
24. Dreaming of the Bones - 데보라 크롬비 (Crombie, Deborah) (1997)
25. The Last Good Kiss - 제임스 크럼리 (Crumley, James) (1978)
26. The Yellow Room Conspiracy - 피터 디킨슨 (Dickinson, Peter) (1994)
29. Booked to Die - 존 더닝 (Dunning, John) (1992)
30. Old Bones - 아론 엘킨스 (Elkins, Aaron) (1987)
32. Time and Again - 잭 피니 (Finney, Jack) (1970)
33. Who in Hell Is Wanda Fuca? - G. M. 포드 (Frod, G. M.) (1995)
35. The Hours Before Dawn - 실리아 프렘린 (Fremlin, Celia) (1958)
36. A Great Deliverance - 엘리자베스 조지 (George, Elizabeth) (1988) / 국내 출간: 성스러운 살인 (현대문학)
37. Smallbone Deceased - 마이클 길버트 (Gilbert, Michael) (1950)
38. “A" Is for Alibi - 수 그래프턴 (Grafton, Sue) (1982) / 국내 출간: 여형사 K (큰나무)
39. The Killings at Badger's Drift - 캐롤라인 그레이엄 (Graham, Caroline) (1987)
40. The Man With the Load of Mischief - 마사 그라임즈 (Grimes, Martha) (1981)
43. The Silence of the Lambs - 토머스 해리스 (Harris, Thomas) (1988) / 국내 출간: 양들의 침묵 (나무의철학)
44. Tourist Season - 칼 하이어센 (Hiaasen, Carl) (1986)
46. On Beulah Height - 레지널드 힐 (Hill, Reginald) (1998)
47. A Thief of Time - 토니 힐러먼 (Hillerman, Tony) (1988) / 국내 출간: 시간의 도둑 (고려원미디어)
48. Cotton Comes to Harlem - 체스터 하임즈 (Himes, Chester) (1964)
49. Hamlet, Revenge! - 마이클 이네스 (Innes, Michael) (1937)
53. When the Bough Breaks - 조너선 켈러먼 (Kellerman, Jonathan) (1985) / 국내 출간: 큰 가지가 부러질 때 (청담문학사)
54. The Beekeeper's Apprentice - 로리 킹 (King, Laurie) (1994)
55. Dark Nantucket Noon - 제인 랭턴 (Langton, Jane) (1975)
57. To Kill a Mockingbird - 하퍼 리 (Lee, Harper) (1960) / 국내 출간: 앵무새 죽이기 (열린책들)
59. Get Shorty - 엘모어 레너드 (Leonard, Elmore) (1990)
60. Sleeping Dog - 딕 록티 (Lochte, Dick) (1985)
61. Rough Cider - 피터 러브시 (Lovesy, Peter) (1986)
63. The List of Adrian Messenger - 필립 맥도널드 (MacDonald, Philip) (1959)
65. Bootlegger's Daughter - 마거릿 마론 (Maron, Margaret) (1992)
66. Death of a Peer - 나이오 마시 (Marsh, Ngaio) (1940)
67. Sadie When She Died - 에드 맥베인 (McBain, Ed) (1972)
68. The Sunday Hangman - 제임스 매클루어 (McClure, James) (1977)
69. If I Ever Rreturn, Pretty Peggy-O - 섀린 매크럼 (McCrumb, Sharyn) (1990)
70. A Stranger in My Grave - 마거릿 밀러 (Miller, Margaret) (1960) / 내 출간: 내 무덤에 묻힌 사람 (엘릭시르)
71. Devil in a Blue Dress - 월터 모즐리 (Mosley, Walter) (1988)
72. Edwin of the Iron Shoes - 마르샤 물러 (Muller, Marcia) (1977) / 국내 출간: 세계 여성 작가 서스펜스 걸작선 ‘쇠구두를 신은 에드윈’ (고려원미디어)
73. Death's Bright Angel - 자넷 닐 (Neel, Janet) (1988)
74. Mallory's Oracle - 캐럴 오코넬 (O'Connell, Carol) (1994)
75. Child of Silence - 애비게일 파젯 (Padgett, Abigail) (1993)
76. Deadlock - 새라 패러츠키 (Paretsky, Sara) (1984)
77. Looking for Rachel Wallace - 로버트 파커 (Parker, Robert) (1980)
79. Vanishing Act - 토머스 페리 (Perry, Thomas) (1995)
80. Crocodile on the Sandback - 엘리자베스 피터스 (Peters, Elizabeth) (1975)
81. One Corpse Too Many - 엘리스 피터스 (Peters, Ellis) (1979) / 국내 출간: 99번째 주검 (북하우스)
82. Blue Lonesome - 빌 프론지니 (Pronzini, Bill) (1995)
84. No More Dying Then - 루스 렌델 (Rendell, Ruth) (1971)
85. The Wrong Murder - 크레이그 라이스 (Rice, Craig) (1940)
87. Blood at the Root - 피터 로빈슨 (Robinson, Peter) (1997)
89. A Broken Vessel - 케이트 로스 (Ross, Kate) (1994)
90. Concourse - S. J. 로잰 (Rozan, S. J.) (1995)
91. Murder Must Advertise - 도로시 L. 세이어즈 (Sayers, Dorothy L.) (1933) / 국내 출간: 살인은 광고된다 (블루프린트) (ebook), 광고하는 살인 (동안)
95. Chinaman's Chance - 로스 토머스 (Thomas, Ross) (1978)
96. A Test of Wills - 찰스 토드 (Todd, Charles) (1996)
98. The Sands of Windee - 아서 업필드 (Upfield, Arthur) (1931)
100. Sanibel Flats - 랜디 웨인 화이트 (White, Randy Wayne) (1990)

다른 유사 리스트와 구분되는 특징이라면 한 작가 당 하나의 작품만 꼽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소개되는 작가들이 다른 리스트에 비하면 훨씬 많고, 다른 리스트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품들 - 예를 들자면 "스트라이크 살인" - 도 눈에 뜨이지요.

하지만 영미권, 특히 미국 작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단점이 큽니다. 몇 안되는 유럽 작품에 "뒤마 클럽"이 속한 것도 납득불가고요. 작가별 대표작들도 동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87분서 시리즈'라면 당연히 "살의의 쐐기"를 꼽아야 하지 않을까요? 온갖 하드보일드 작품들을 망라하면서 정작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이 없는 것도 믿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참고 수준에 그칠 리스트입니다. 어차피 작품 선정 기준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니 당연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