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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4

추리 소설 1,000편 리뷰 분석

추리 소설 1,000번째 리뷰 등록!

염원했던 추리소설 리뷰 1,000편 올리기를 달성했습니다. 1,000편의 리뷰를 작성하면서, 책 한 권을 출간하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요. 1,000편 업로드 기념 및 개인적인 자료 정리 차, 여태 읽었던 추리소설 리뷰 1,000편에 대한 간략한 데이터를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리뷰 갯수 1,000 

당연하겠지요?

책 권수 1,049권 

"브라운 신부"나 "크리시" 리뷰와 같이 여러 시리즈를 한 편 리뷰에서 정리한 경우도 있고, "그것" 처럼 작품 한 편이 여러권으로 이루어져 있어도 리뷰 한 편으로 소개한 경우가 많아서 권수는 더 많습니다.

책 종수 1,008종 

권 수가 많은 이유에 더해, 중복하여 작성한 리뷰도 있어서 이를 빼면 최종적으로 리뷰한 책은 총 1,008종입니다.

국가별 

일본 454, 영미 394, 한국 63, 프랑스 29, 독일 13, 그외 55

예상대로 일본 작품 비중이 거의 절반 가까이이며, 영미 작품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5%가까이 되는 압도적인 비중입니다. 국내 출간되는 작품들과 제 취향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르별 

본격물 성향 작품 리뷰가 357, 스릴러는 229, 경찰/수사 127, 일상계가 80, 호러 73, 하드보일드 69, 역사 추리 55, 모험물 54 순입니다. 본격물을 좋아하는 제 취향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장르 불문하고 단편집은 137편의 리뷰를 작성하였고요. 

참고로 본격물이면서 수사물인 작품이거나, 본격물이면서 일상계인 작품 등 키워드는 중복하여 체크된 결과입니다.

별점별 

경성탐정록 두 편은 제외한 총 1,006 종의 책 별점 분포는 아래와 같습니다. 

5점 : 4, 4.5점 : 7, 4점 : 71, 3.5점 : 48, 3점 : 271, 2.5점 : 259, 2.4점 : 1, 2.3점 : 1, 2점 : 227, 1.5점 : 88, 1점 : 26, 0.5점 : 1, 0점 : 1, 없음 : 1

평균 이상 별점인 2.5점 이상 작품이 660종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합니다. 꽤 괜찮은 작품들을 읽어왔었다는 의미지요. 나름 뿌듯하네요. 별점 5점을 받은 작품, Hall of Fame만 별도로 소개해 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9마일은 너무 멀다"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도끼" 

"특별요리" 

* 특별요리는 2003년도 동서 버젼이었고, 2015년에 다시 읽었던 엘릭시르 버젼은 별점 4점이었습니다.

참고로 책 별점과는 별개로, 단편집 단편별 중 별점 5점을 받았던 단편은 아래와 같습니다. 

"살의" (in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 "결산", 위험천만한 게임" (in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우체국에서 생긴 사건" (in "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

"사기꾼의 카드" (in "클로버의 악당들")

"새", "성모상" (in "대프니 듀 모리에") 

"국화의 먼지" (in "저녁싸리 정사")

"죽음" (in "악몽을 파는 가게 1") 

이 역시, 저의 고전 본격물 취향을 잘 드러내 주네요.

작가별 

1. 작가별 리뷰한 작품 갯수 순위

1. 히가시노 게이고 : 48
2. 애거서 크리스티 : 33
3. 요네자와 호노부 : 21
4. 스티븐 킹 : 18
5. 마쓰모토 세이초 / 엘러리 퀸 : 16
7. 존 딕슨 카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 13
8. 요코미조 세이시 : 12
9. 와카타케 나나미 : 11
10. 아리스가와 아리스 / 에드 멕베인 : 10 
12. 미쓰다 신조 / 아서 코난 도일 / 조르주 심농 / 시마다 소지 : 9
16. 다카기 아키미쓰 / 미야베 미유키 : 8
18. 에도가와 란포 / 노리즈키 린타로 / 도진기 : 7
수많은 작가가 있지만, 공통 18위 까지만 선정합니다. 일본, 영미 작가가 많은건 국가별 순위와 동일합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심농이 12위에, 한국작가 도진기가 18위에 위치하고 있을 뿐이네요.

2. 작가별 평균 별점 순위 (5권 이상 작품을 읽은 경우)

1. 콜린 덱스터 : 6권 리뷰, 평균 별점 3.6666...
2. 로스 맥도널드 : 5권 리뷰, 평균 별점 3.6
3. 기리노 나쓰오 : 5권 리뷰, 평균 별점 3.4 
3. 모리스 르블랑 : 5권 리뷰, 평균 별점 3.4
5. 존 딕슨 카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 13권 리뷰, 평균 별점 3.269...
6. 미쓰다 신조 : 9권 리뷰, 평균 별점 3.055....
7. 딕 프랜시스 : 5권 리뷰, 평균 별점 3
8. 다카기 아키미쓰 : 8권 리뷰, 평균 별점 2.875
8. 미야베 미유키 : 8권 리뷰, 평균 별점 2.875
10. 마쓰모토 세이초 : 16권 리뷰, 평균 별점 2.84375
11. 와카타케 나나미 : 11권 리뷰, 평균 별점 2.8181...
12. 우타노 쇼고 : 5권 리뷰, 평균 별점 2.8
13. 요코야마 히데오 : 6권 리뷰, 평균 별점 2.75
14. 코넬 울리치 : 5권 리뷰, 평균 별점 2.7
15. 아서 코난 도일 : 9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5. 조르주 심농 : 9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5. 기시 유스케 : 6권 리뷰, 평균 별점 2.6666667
18. 엘러리 퀸 : 16권 리뷰, 평균 별점 2.65625
19. 미치오 슈스케 : 6권 리뷰, 평균 별점 2.583333
20 애거서 크리스티 : 33권 리뷰, 평균 별점 2.5757576
21. 에도가와 란포 : 7권 리뷰, 평균 별점 2.5714286
22. 요코미조 세이시 : 12권 리뷰, 평균 별점 2.541...
23. 미카미 엔 : 6권 리뷰, 평균 별점 2.5
비슷한 주제로 13년 전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순위가 대폭 바뀌었네요. 최소 2권 이상의 작품을 읽은 작가는 114명, 어느정도 평균을 낼 수 있는 수치인 5권 이상 읽고 리뷰를 남긴 작가는 33명입니다. 이 중 평균 2.5 이상 별점을 유지한 작가는 콜린 덱스터 외 24명입니다. 프로야구로 따지면, 1군 소속 선수의 72% 정도가 평균 이상이었던 셈이니 굉장히 훌륭한 성적이지요. 25명에 들지 못한 8명 중에서도 요네자와 호노부, 시마다 소지, 스티븐 킹,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은 평균 2.4점대로 아쉽게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니 더욱 그러합니다. 명성이 있는 작가는 확실히 이름값을 한다는 증거죠. 가장 많은 작품을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평균 별점은 2.32점인데,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유명한 대표작, 걸작만 추려서 읽은 경우는 별점이 높을테고 많이 읽을 수록 평균 별점은 불리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크리스티 여사님 평균 별점이 비교적 낮은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위권을 살펴보면, 5권 이상 읽은 작가 중 꼴찌는 6권 평균 별점이 2.083점인 니시무라 교타로, 전체 꼴찌는 읽은 작품 4권 별점 평균이 1.1점에 불과한 제임스 패터슨이었습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모르겠지만, 두 번 다시 제임스 패터슨 작품을 읽을 일은 없겠습니다.

탐정별 (5권 이상 읽은 작품만 뽑아봅니다)

1. 탐정별 리뷰한 작품 갯수 순위

1. 에르큘 푸아로 : 15권 리뷰
2. 엘러리 퀸 : 13권 리뷰
3. 셜록 홈즈 : 12권 리뷰
4. 긴다이치 코스케 : 11권 리뷰
5. 가가 (학생 ~ 형사) : 10권 리뷰
6. 87분서 : 9권 리뷰
7. 메그레 경감 : 7권 리뷰
8. 고전부 / 기디온 펠 박사 / 노리즈키 린타로 / 모스 경감 / 히무라 히데오 : 6권 리뷰
13. 미스 마플 / 미타라이 기요시 / 시오리코 / 토츠카와 경부 (+가메이 형사) : 5권 리뷰
2. 탐정별 평균 별점 순위
1. 모스 경감 : 3.66666
2. 셜록 홈즈 : 2.958333...
3. 기디온 펠 박사 : 2.9166...
4. 엘러리 퀸 : 2.6923...
5. 긴다이치 코스케 : 2.6363...
6. 시오리코 : 2.6
7. 고전부 : 2.58333
8. 메그레 경감 : 2.5714...
9. 가가 (학생 ~ 형사) : 2.55
10. 에르큘 푸아로 / 미스 마플 / 미타라이 기요시 : 2.5
13. 87분서 : 2.4444...
14. 히무라 히데오 : 2.41666...
15. 노리즈키 린타로 : 2.25
16. 토츠카와 경부 (+가메이 형사) : 2.2
입니다. 원탑 모스 경감 밑으로 셜록 홈즈, 기디온 펠 박사까지는 평균 이상의 빼어난 별점을 자랑합니다. 확실히 탐정은 영미권 탐정이 더 제 취향이라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로서 간략하게 추리소설 1,000편의 리뷰에 대한 요약 정리를 마칩니다.

2021/01/23

추리 소설 1,0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 "빙설의 살인"에서부터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21년 1월 23일 오늘 "주석 달린 셜록 홈즈 6"으로 드디어 1,000번째 리뷰를 채웠습니다! 추리 소설 1,000권을 읽고 리뷰를 쓰는게 이 블로그 개설 당시부터 목표였었는데, 2003년 2월에 개설했으니 약 17년, 6,258일만에 목표를 달성했네요. 900번째 리뷰였던 2019년 8월 4일 "조용한 무더위"로부터는 1년 5개월, 17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이전보다 무려 9개월이나 단축되었는데, 작년 리뷰 결산에서 말씀드렸듯 코로나 사태 탓입니다.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1,000개의 추리소설 리뷰를 쓰는 동안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리뷰는 쓰면 쓸 수록 힘들고, 최근 방문자 수도 급감한데다가 이글루스 에디터 동작도 엉망이고, 도서 리뷰는 글을 올려도 제대로 노출도 안되는 등 블로그 운영에 대해 이전과 같은 의욕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2,000개의 추리 소설 리뷰를 향해 달려 봐야죠.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힘 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찾아주시고, 관심과 댓글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이제는 블로그 이름인 "추리소설 1000권 읽기! hansang's world"도 바꿔야겠네요. "추리 소설 천 권 이상 읽은, hansang의 리뷰 세계"가 어떨가 싶은데, 다음 리뷰 올릴 때 까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림은 11년 전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 특히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추리소설 900번째 리뷰 등록

2025/08/10

추리 소설 1,300번째 리뷰 등록을 지나쳤네요...

추리소설 리뷰는 2003년 2월 23일 "빙설의 살인"부터 올리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21년 뒤인 2025년 6월 8일에 1,300번째 리뷰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1,300번째 리뷰작은 긴다이치 시리즈인 "미로장의 참극"입니다. 

리뷰가 많아지고, 재독한 책과 분권된 책들을 따로 올린 리뷰도 있어서 오류가 계속 생겼는데, ChatGPT의 도움을 얻어 다시 정리해보니 이전 1,200번째 리뷰 글은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이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2023년 12월 3일에 올렸던 리뷰이니 100편의 리뷰를 추가하는데 총 553일이 걸린 겁니다. 한달에 5.5권 정도의 페이스라는건 이전과 같고요. 목표인 2,000개의 추리 소설 리뷰까지 700개가 남았으니, 2035년 9월 말 정도에는 달성 가능해 보입니다. 그날까지 계속 블로그를 할지, 하더라도 추리 소설 리뷰를 계속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계속해 봐야겠지요. 

그림은 11년 전 이글루스 유저셨던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는 특히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ChatGPT의 도움을 얻어 다시 카운트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전에도 분석했던 적이 있는데, 300번째부터 오류가 났었군요.

100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200 여류 조각가

300 아카쿠치바 전설

400 고백

500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600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700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800 해가 저문 이후

900 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1000 목사관의 살인

1100 샴 쌍둥이 미스터리

1200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

1300 미로장의 참극

2024/02/25

추리 소설 1,200번째 리뷰 등록

추리소설 리뷰는 2003년 2월 23일 "빙설의 살인"부터 올리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21년 뒤인 2024년 2월 25일에 1,200번째 리뷰글을 올리게 되었네요. 1,200번째 리뷰작은 잭 리처 시리즈인 "하드웨이"입니다.

1,100번째 추리 소설 리뷰글이었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올린 날짜가 2022년 8월 7일이었으니 100개의 리뷰를 작성하는데 걸린 기간은 551일입니다. 1,100번째 리뷰를 올렸을 때 우려했던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가 현실이 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1년 7개월만에 100개의 리뷰를 작성한 셈입니다. 한달에 5권 정도의 페이스지요. 목표인 2,000개의 추리 소설 리뷰까지 800개가 남았고, 160개월이라고 치면 완료하는 날은 2039년 2월 23일입니다. 그날까지 계속 블로그를 할지, 하더라도 추리 소설 리뷰를 계속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힘을 내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찾아주시고, 관심과 댓글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마지막으로 그림은 11년 전 이글루스 유저셨던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는 특히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2011/12/24

물만두의 추리 책방 - 홍윤 (물만두)

물만두의 추리 책방 - 6점
홍윤(물만두) 지음/바다출판사

전설의 추리소설 리뷰어 물만두 홍윤님의 1838편의 리뷰 중 200편을 선정해 실어 놓은 리뷰집입니다. 추모의 의미를 담아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인터넷에서 고인의 리뷰를 자주 접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새로운 느낌이네요. 수록 리뷰 중 제가 읽은 작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9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리뷰를 올렸던 작품들은 비교해가며 읽어보았습니다. 확실히 리뷰의 수준이 차이가 나더군요. 많은 부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좋은 부분을 찾아내어 주목하는 리뷰가 많았다는 점과, 작품의 역사적인 의미, 전작 출판에 대한 강한 소망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진정한 추리 애호가였다 생각되고요.

리뷰들 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한창 블로그를 방문하며 리뷰를 접했을 때에는 무심히 넘겼던 부분이었지만, 고인의 지병을 알고 나니 이러한 고민이 더욱 묵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아픈 사람, 호전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선고받은 사람도 희망을 가질 때가 있다. 이것은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다." - 제프리 디버 "곤충소년"

"산다는 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고행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남아서 죽은 이를 추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 미치오 슈스케 "섀도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곁에 있다고 잘 보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곁에 없다고 못 보내는 것도 아니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마음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한 그는 영원히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죽음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건 아름답게 살라는 뜻이다." -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살아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말은 사실이다. 죽으면 그저 묻히는 것뿐이다. 산다는 건 고행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있는 건 불행은 작아 보이게 만들려 애쓰며 극복해 나아가고, 행복은 더 크게 만끽하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추억하기 때문이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이와 같은 글들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한 내일이다."라는 경구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추리소설과 장르문학 리뷰어를 자처하는 저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고, 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일단,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중 아직 읽지 못한 것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전설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서든 최고는 아니더라도 내 시대가 끝날 때 나 혼자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사쿠라바 가즈키 "아카쿠치바 전설"

하지만 이미 전설이었고, 최고였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알라딘 블로그를 거의 이용하지 않아 고인과의 접점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제 알라딘 블로그 방명록에 남겨진 한 줄 글이 유일한 인연이라니... 생전에 댓글로라도 의견을 나누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경성탐정록"에 대한 좋은 리뷰에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것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고인이 강력 추천한 작품 목록

  • 코넬 울리치 (윌리엄 아이리쉬)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 수키 김 통역사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 할런 코벤 단 한 번의 시선
  • 조너선 캐럴 웃음의 나라
  • 토머스 해리스 이니그마
  • 존 카첸바크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 프레더릭 포사이스 어벤져
  • 츠지무라 미즈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 모리 히로시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 심포 유이치 화이트아웃
  • 히가시노 게이고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
  • 텐도 아라타 영원의 아이
  • 히가시노 게이고 다잉아이
  • J.M. 에르 개를 돌봐줘
  • 막심 샤탕 악의 심연
  • 프레드 바르가스 4의 비밀
  • 박미경 괴상한 해초
  • 류성희 나는 사랑을 죽였다
  • 이은 수상한 미술관

2018/02/04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 시모쓰키 아오이 / 김은모 : 별점 4.5점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 10점
시모쓰키 아오이 지음, 김은모 옮김/한겨레출판

오랜 경력의 평론가가 "왜 크리스티의 작품이 인기가 있고 재미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작품이 발표된 순서대로 전부 읽어본 후 평을 기록한 평론집이자 리뷰집입니다.

리뷰의 수준은 최상급입니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작품의 핵심을 콕 집어 지적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추리 소설 리뷰의 교과서라 해도 좋을 정도예요.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은 '불순물 하나 없는 본격 추리 소설의 원형'이고, "엔드하우스의 비극"은 '고명에 의존하지 않고 면발과 국물의 감칠맛으로만 승부하는 우동같은 작품'이라는 식입니다.
좋은 작품은 정말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잘 소개하고 있으며,  전문가답게 유사하거나 참고해야 할 다른 작품들도 함께 언급, 소개하는 부분들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트릭면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비뚤어진 집", "구름 속의 죽음" 정도는 저도 알고 있던 것이지만, "골프장 살인 사건" 이 10년 뒤 발표된 역사적 명작과 같은 장치를 사용했다, "블랙커피" 속 장치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 2" 속 장치와 일맥상통한다, "맥긴티 부인의 죽음" 은 하드보일드 성향이라 우수하다는 등의 정보들은 정말 그 깊이와 수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기억하고 쓰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리뷰가 작품이 발표된 연대별로 이어지는 덕분에 여사님의 발전, 작법의 진화를 알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연대기적 구성을 갖추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여사님 특유의 섬세한 인간관계 묘사가 정교하게 쌓아 올려지고, 트릭보다 인간관계와 동기 등 다양한 요소에 주목하는 작품들이 늘어나는 과정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여사님이 얼마나 많은 작품 스타일에 도전했는지도 알게 되었는데 정말 대단하더군요. 정통 추리에서 시작해서 모험물, 신본격 스타일 서술 트릭, 스릴러, 법정극, 하드보일드, 오컬트 심령 괴기물, 심지어 코즈믹 호러(!) 까지 장르 문학의 거의 전 범위를 아우르고 있으니까요. 왜 거장인지를 리뷰를 읽으면서 새삼 다시 느끼게 됩니다.
매우 낡아빠진 오래전 고전 작가 같지만 그렇지 않다며 "세번째 여인" 의 경우 1966년 발표된 작품으로 곧 '레드 제펠린' 이 결성될 시점이라고 지적하는 장면에서는 시대가 확 와 닿아서 놀랐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 읽은 여사님 작품에서 '스푸트니크' 호가 언급되는 장면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었지요. 참고로 이 작품은 당시 미국 최첨단 추리 소설에 도전한 작품이라고 저자는 소개하는데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무모한 도전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뽑아낸 증거라나요?

이렇게 리뷰 자체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이 리뷰를 통해 작가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낸다는 게 책의 핵심일 뿐 아니라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인기가 있는 이유는 당연히 '걸작'이기 때문인데, 걸작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고 지적하지요. 여사님의 걸작들은 요약해서 설명하기가 불가능해서 제대로 소개되지 못 한게 원인이고요.
즉 작품 전체가 트릭이자, 복선이자, 단서이자, 미스디렉션으로 소설 전체가 속이기 위해 짜여진 플랫폼일 뿐 아니라, 여사님은 트릭에 능한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명료하게 설명될 수 있는 본격물에 비하면 그 장점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어렵다는 게 최종 결론인데, 여사님 작품에 대한 저자의 리뷰들을 읽어보면 이 의견에 동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리뷰를 통해 여사님의 특징적인 작법을 눈치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특유의 스타일은 그녀가 일종의 "연극"처럼 상황을 다룬 것이 비결로, 여사님 작품은 그림이나 동영상, 연극처럼 독자나 관객이 어디를 주목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 일어나는, "다의적" 이야기를 어떻게 올바르게 해석해 내는지가 중심이라는 건데 아주 타당해 보였습니다. 제가 읽었던 여사님 작품을 몇 편 떠올려 봐도 저자의 말대로 "여사님 머릿속에 상영되는 연극을 종이 위에 옮겼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라는 것, 즉 보이는 것이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겉보기를 만든 후, 겉보기와는 다른 진실에 그 이상의 설득력을 부여한다는 방법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가장 좋은 예는 여행지라는 무대와 신원을 위장한다는 설정인데 정말 그럴싸 하지요? 연극과 같은 상황을 접목하기 좋은건 당연히 일상과 분리된 장소일테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위장하는게 보다 손 쉬운 건 당연하니까요. 아울러 여사님은 독자가 어떤 때 어떤 인물을 의심하고 어떤 때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는지를 완벽하게 꿰고 있었던 덕분에 독자를 속이는 작품을 쓸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이지 흉내내기 어려운 솜씨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저자 스스로 모든 작품의 별점을 매기고 평가한 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기는 합니다. 물론 평론, 리뷰 및 평가는 온전히 자기 혼자만의 결과물이기에 모든 사람이 만족하거나 동의할 수는 없죠. 그러나 전반적으로 별점이 높게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널리 알려진 걸작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이 많이 부여되고 있어서 공감가지 않는 부분도 제법 많았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주 별로였던 "헤라클레스의 모험" 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다섯 마리 아기 돼지" 나 "끝없는 밤" 을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은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신비의 사나이 할리 퀸" 역시 마찬가지고요. 한 권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로맨스 소설'로 알고 있는 매리 웨스트매콧 명의 작품을 높이 평가한 것도 의아했던 점이에요. 제가 보았을 때에는 정교한 심리 묘사와 '이야기의 다의성' 이라는 항목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나 싶더군요. 그리고 "슬픈 사이프러스" 등 몇몇 작품은 국내 번역명과 동떨어진 일본식 제목으로 소개되거나, 포와로와 마플 및 기타 장편 외 몇몇 작품들에 대한 국내 출간 여부가 체크되지 않은 점은 옥의 티입니다. 출판사의 배려가 아쉽네요.

그래도 크리스티 여사님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교과서이자 잘 쓰인 추리소설 리뷰 집으로 완벽에 가까운 책입니다. 별점은 4.5점입니다.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누구든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에요.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뛰어가서 사 오시길" 바랍니다. 저도 여사님같은 작품을 쓰지 못할 바에야, 이런 리뷰라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전체 베스트 10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서둘러, 시간 나는 대로 읽어봐야겠네요.

  1. 커튼
  2. 다섯 마리 아기 돼지
  3. 끝없는 밤,
  4. 주머니 속의 호밀
  5. 봄에 나는 없었다
  6. 백주의 악마
  7. 깨어진 거울
  8. 신비의 사나이 할리 퀸
  9. 죽음과의 약속
  10. N 또는 M

그 외 개인적으로 "장례식을 마치고", "할로 저택의 비극", "맥긴티 부인의 죽음", "카리브해의 미스터리", "서재의 시체" 도 읽어봐야겠어요. 다른 작품들도 많지만, 이것만 해도 올해 여름까지는 충분하겠지요?

2022/08/07

추리 소설 1,100번째 리뷰 등록

추리 소설 리뷰는 2003년 2월 23일 "빙설의 살인"에서부터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8월 7일 오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1,100번째 추리 소설 리뷰글이 되었네요.

기념할만한 1,000번째 리뷰였던 "주석달린 셜록 홈즈 6"을 올린 날짜가 2021년 1월 23일이었으니 100편의 리뷰를 추가하기까지는 1년 7개월, 19개월 정도 걸렸군요. 한 달에 추리 소설만 5권 조금 넘게 읽은 셈입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2,000개의 추리 소설 리뷰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 볼 생각입니다. 사실 읽는건 문제없는데 리뷰를 쓰는게 힘들지는 합니다. 블로그를 계속할 동력도 사실 거의 없고요.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계속 힘 내 봐야죠. 한 달에 5권 정도면, 900편의 리뷰에는 180개월 걸린다는 이야기인데, 그 전에 이글루스 서비스가 중지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긴 합니다만...

하여튼 그동안 블로그에 찾아주시고, 관심과 댓글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마지막으로 그림은 11년 전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는 특히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추리 소설 1,000번째 리뷰 등록!

2019/08/04

추리소설 9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 "구석의 노인 사건집"에서부터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19년 8월 4일 오늘 "조용한 무더위"로 900번째가 되었습니다. 계절과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이네요.

800번째 리뷰였던 2017년 5월 28일 "허즈번드 시크릿"으로부터 2년 2개월, 약 26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이전보다 3개월 정도 늦어졌는데 아무래도 예전만큼 책을 많이 읽기는 조금 힘드네요. 나이도 들고, 애도 커 가면서 독서에만 시간을 온전히 내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에는 출간 준비로 바빠서 도저히 책을 읽을 수도 없었고요. 이제 목표인 1,000권까지 100권 남았는데 이대로라면 2022년 쯤 달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여튼 900권째 추리소설 리뷰를 쓰는 동안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최근 도서 리뷰는 글을 올려도 제대로 노출도 안되고, 방문객 수도 급감하여 블로그 운영에 대해 의욕은 전혀 생기지 않긴 합니다. 그래도 이글루스가 존재하는 한 리뷰는 계속 올릴 예정이니 관심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그림은 10년 전에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 특히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18/03/30

레이디 조커 1 - 다카무라 가오루 / 이규원 : 별점 3.5점

레이디 조커 1 - 8점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이규원 옮김/문학동네

"석양에 빛나는 감", "마크스의 산"이라는 묵직한 사회파 범죄 추리 소설을 발표했던 다카무라 가오루의 또 다른 대표작입니다.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100"에 29위로 선정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데 국내 소개가 상당히 늦었네요. 문학동네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1권만 우선 읽게 되었습니다. 리뷰 전 먼저 문학동네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오래전 절판된 고려원 출간본으로 두 작품 모두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팬인데 이렇게 읽게 되니 더욱 감개무량합니다. 참고로 원래 저는 완결까지 다 읽지 않으면 리뷰를 쓰지 않습니다만, 이번에 1권만 리뷰를 올리는 이유는 이벤트 조건 때문이에요. 그런데 쓰다보니, 이렇게 권 별로 나눠서 쓰는 것도 리뷰로서 나름 괜찮은 방법같기도 합니다. 1권에서의 감상이 후속권에서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등 리뷰로서 재미요소가 많아 보이거든요. 앞으로도 이렇게 리뷰를 쓸까 싶은 생각도 살짝 드네요.

리뷰로 돌아가서, 이번에 읽은 1권은 목차와 동일한 4개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947년의 괴문서, 1990년, 1994년, 1995년으로요.
서두를 장식하는 "1947년의 괴문서"는 종전 직후, 오카무라 세이지가 히노데 맥주로 보낸 장문의 투서입니다. 내용은 일부 동료 직원들이 '부락민' 출신이라 차별 받았고, 결국 퇴사에 이르렀다는 증언이고요. 이 투서와 관계된 인물들이 수십 년이 지난 1990년 이후, 현실과 맞부딪히며 사건이 일어납니다. 1990년에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은 치과의사 하타노가 바로 부락민의 후손이며, 그의 아들도 이 이유 때문에 히노데 입사가 좌절되었다는 내용이거든요. 입사가 좌절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이 죽은 후, 하타노는 일종의 분노심에 사로잡혀 정체불명의 인물인 니시무라와 엮인 후 이 수십 년 전의 투서를 히노데 맥주로 보냅니다.
이후 하타노는 자살하지만, 그의 장인이자 수십 년 전에 투서를 보낸 오카무라의 동생인 약국 노인 모노이 세이조와 그의 경마장 친구들이 의기투합해서 '레이디 조커'라는 그룹을 만듭니다. 그리고 히노데 맥주에 거액을 요구할 계획을 꾸미지요. 마침내 이들에 의해 히노데 맥주 사장 시로야마가 납치되어 풀려나기까지가 1권의 주요 내용입니다.

대략의 줄거리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총 3권으로 이루어진 대장편의 1권인 탓에 큰 이야기로 보면 도입부에 불과합니다. 주요 등장인물, 주요 범행 동기가 상세하게 소개되었을 뿐이며, 정작 중요한 범행은 맛보기 수준으로만 보여지니까요.

하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아요. 아니,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디테일한 묘사때문입니다. 궁지에 몰리고 절망에 빠진, 벽에 부딪힌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작가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습니다.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고 우직하게 살아왔지만, 남은 건 하나도 없는 모노이 노인에 대한 묘사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묘사와 중요도, 비중 모두 1권의 주인공 격인데 그야말로 처절한 삶이라는게 뭔지 절절하게 느껴지도록 묘사됩니다. 가난한 촌락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공장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여 근근히 살아온 인생인데, 별다른 사건 없이 이러한 모노이 노인의 삶만 가지고도 한 편의 이야기, 드라마는 충분하다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러한 빠져나갈 수 없는 구멍 속 인간 군상에 대한 묘사는 기리노 나쓰오를 연상케 하는데, 기리노 나쓰오보다는 처절하고 스멀거리는 느낌이 덜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기리노 나쓰오는 피 뚝뚝 떨어지는 듯 한 날 것 느낌인 반면, 그보다는 좀 더 정제되고 세련된 덕분입니다. 회와 초밥의 차이 정도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물론 저는 두 작가, 두 음식 모두 좋아합니다. 단지 취향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하여튼, 이러한 압도적인 묘사 덕분에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 범행 동기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아무리 오래 보아왔던 사이라도 경마장에서 본 노인의 범행 제안에 모두들 선뜻 나선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텐데, 이 작품을 읽다보면 당연하다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사회의 패배자들, 아웃사이더들이 의기투합하는 과정이 그만큼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뜬구름 잡는 듯한 비현실적인 범행 동기도 마찬가지고요. 심지어는 모노이 노인과 레이디 조커를 응원하게 될 정도입니다!

묘사 외에도 앞서 말씀드린 투서에서부터 시작되는 전개도 훌륭합니다.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하타노 아들의 죽음을 통해 투서와 등장인물들이 엮이는 과정에서 한껏 위험천만한 분위기를 잡아가며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몰입도도 상당하고요. 이야기가 탄탄하게 묘사된 캐릭터들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히노데 맥주 관련된 설정은 일본의 전형적인 정관 유착, 그리고 각종 일본 내 스캔들을 참조한 듯한데 국내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설정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등장 인물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직 형사인 한다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모노이 노인은 태어날 때부터 가난이라는 굴레에 갖혔고, 운전사는 장애인 딸이라는 본인이 어쩔 수 없는 굴레가 있지만 한다는 공대를 나와 경찰에 투신한 것부터 시작해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 중 항상 최악의 선택을 하여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가 좌절하고 벽에 부딪힌건 다 본인 탓입니다. 그래서 남 탓, 특히 고다 형사에 대한 복수심을 드러내는건 인간적이지만 전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캐릭터 묘사도 사메지마와 똑같은, 흔히 보아왔던 전형적인 한마리 늑대 캐릭터라 식상했고요.
또 신용금고에서 일하는 고가 조직에 합류한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단지 노모이, 한다가 "그 놈은 무조건 참여할거다" 라고 단정한게 전부인데 이래서야 좀 부족해요. 평생 생활고에 시달린데다가 부락민 출신 사위 때문에 손자마저 죽은 노모이, 독단적인 수사로 한직으로 밀려나 경찰 조직과 수뇌부를 증오하게 된 한다, 평생 무료하고 지루하게 살아가며 사고로 손가락마저 잃은 기계공 요짱, 자위대 출신으로 장애인 딸 수발에 평생을 바친 누노카와처럼 일본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아웃사이더들과는 다르게 고는 아무리 봐도 아웃사이더로 보이지 않으니까요. "재일 조선인" 이라는 잠깐 드러나는 그의 설정은 아웃사이더스럽지만, 그에 따른 묘사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부족해서 확 와 닿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이디조커 조직과 히노데 맥주 양쪽 모두에게서 이익을 얻으려는 회색분자로 보였는데, 제 짐작이 맞을지는 후속권에서 밝혀지겠지요.

이들의 주도로 벌어진 시노하라 사장을 유괴한 범행도 이해되지 않아요. 대기업의 비자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기 위한 목적 치고는 너무 큰 범죄를 벌였으니까요. 자신들의 위력, 힘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기야 하겠지만 이 범행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수사 본부가 조직됨은 물론, 고다 형사에게 '현직 경찰이 포함되어 있다' 는 단서를 전해 주는 등 득보다는 실이 훨씬 컸습니다. 그냥 사장을 덮쳐서 데려가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협박장만 주는걸로 충분했읉텐데 말이지요. 이 부분도 제가 눈치채지 못한 협박 외 다른 목적이 있었을지도 모르니, 추후 후속권을 읽어보고 최종 판단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히노데 맥주가 움직이는 돈의 단위도 현실적이지가 않아서 이러한 거대한 돈의 움직임이 주인공들과 어떻게 엮일지가 잘 와 닿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등장인물과 범행 동기들의 묘사를 통해 설득력있게 만든 범행이, 범행 대상의 비현실적인 측면 때문에 조금 빛을 잃는 느낌이에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말단 형사가 소시민과 어울려 거대 사건에 휩쓸린다는 흔해빠진 헐리우드 액션물 수준의 설정이라 작품 분위기, 묘사와의 괴리감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유의 묘사력은 앞서 말했듯 일품이지만 지나치게 장황한 감도 없지 않습니다. 가끔 일본 여성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너무 생각없이 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많은데, 지나친건 없으니만 못하다는 옛 속담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단점을 잔뜩 열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음 권에 대한 기대는 충분합니다. 도입부로는 최고 수준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고다 형사는 어떻게 범인들을 추적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게 만드니까요. 몇몇 단점들은 후속권에서 잘 처리하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고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모노이 노인에게 감정이입해서 노인이 이기기를 바라고 있는데, 결말이 어떻게 될 지 너무 궁금합니다.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싶네요. 1권의 별점은 3.5점입니다. 다카무라 카오루의 팬 뿐 아니라 일본 사회파 장편 추리소설, 그 중에서도 기리노 나쓰오나 미야베 미유키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가 이벤트라고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건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은 잘 아시겠죠? 다른 작가들과는 분명히 다른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재미까지도 확실한 작품입니다. 확실히 대표작은 다르네요.

2015/11/22

오무라이스 잼잼 6 - 조경규 : 별점 2.5점

오무라이스 잼잼 6 - 6점
조경규 글.그림/씨네21북스

조경규 씨의 웹툰. 얼마 전 "박스셋트 유감"이라는 글을 올리긴 했지만, 만화 자체만 놓고 보면 국내 음식 관련 만화 중 손꼽을 만한 작품입니다. 발간된 걸 알고 주저 없이 구입했습니다.

이미 5권 분량, 100화가 넘는 이야기가 출간된 만큼 내용과 분위기 면에서 새로운 점은 많지 않습니다. 이전 리뷰에서 언급했던 장단점은 거의 그대로에요. 하지만 6권만의 특징을 조금 언급하자면, 우선 이전 권에서 보였던 장단점이 많이 희석되었다는 점 입니다. 우선 장점이라고 했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묘함’이 이번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 가족과 무엇을 함께 먹었다는 식의 일상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쁘진 않았지만, 5권에서 이런 기묘함이 강하게 느껴졌던 터라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겠지요.

반대로 가장 큰 단점으로 여겼던 가족 이야기가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던 건 다행이에요. 부록이나 보너스가 예전처럼 가족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은 덕입니다. 아내에 대한 보너스 만화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는 허용 범위라 생각합니다. 물론 여전히 재미는 없었습니다.

또 이전 권에 비해 훨씬 두꺼워졌는데 - 4, 5권이 488쪽인데 6권은 568쪽 -, 24화 구성이라는건 같지만 보너스 만화가 꽤 길게 실려있는 등 부록과 보너스가 강화된 덕분입니다. 부록과 보너스 이야기들—아보카도 키우기, 풍선껌 불기, 결혼식 주례 에피소드, 클래지콰이와의 인연 등—과 몇 개 안 되지만 음식 관련 레시피 소개—절편 떡볶이, 집에서 만드는 파라타, 부위별 수육 도감, 스모어 만들기 등—이 단순 사진이 아닌 만화 형식으로 그려져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사진과 글 중심의 탐방기와 인터뷰도 상대적으로는 줄어든 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기묘한 재미는 줄어들었지만, 이전 권에 비하면 공짜로 볼 수 있는 웹툰 대비 소장 가치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가격도 천 원 올랐으나 내용에 비하면 적정한 가격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내용이 웹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이니 구입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야 겠지만요.

덧붙이자면, 초판 부록으로 들어 있는 빵 그림은 대체 왜 들어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것은 조금 구겨져서 오기도 했고요. 혹시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2009/07/24

김시광의 공포영화관 - 김시광 : 별점 3점

김시광의 공포 영화관 - 6점
김시광 지음/장서가

이글루스에서 arborday라는 아이디로 영화에 대한, 특히 공포영화에 대한 다양한 리뷰를 남겼던 김시광님의 공포영화 리뷰 모음집입니다. (지금은 이사가셨지만요) 리뷰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간단한 공포영화의 역사 등 여러가지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번 렛츠리뷰를 통해 운좋게 당첨되어 읽을 수 있게 된 책입니다. 관계자 여러분들께 리뷰에 앞서 먼저 감사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김시광님과 그의 공포영화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일상적으로 풀어나간 Part 1, 그리고 주제별로 11개의 목차로 나눠 각 목차별 주요 공포영화를 소개하는 Part 2, 그리고 그 외의 간략한 정보를 다룬 Horror Tip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이 책의 핵심은 흡혈귀, 좀비, 몬스터, 오컬트, 망령, 귀신들린 집, 로맨스, 가족, 정체성, 이성의 한계, 기타의 목차로 나누어 41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Part 2입니다. 이 41편의 소개된 영화 중에서 제가 본 영화는 "드라큘라", "울프", "엔젤하트", "스크림", "식스센스", "신체강탈자의 침입" 의 달랑 6편 뿐이네요. 나름 영화를 많이보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유명작품을 이렇게까지 놓치고 보지 않은 이유는 언젠가 제 블로그에 쓴 적도 있지만 "공포영화"라는 쟝르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포"라는 감정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의사체험할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기때문이 크고, "고어"라는 표현 방식을 극도로 혐오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정말로 감탄했습니다.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저같은 사람이 여기 등장하는 여러 영화들을 "보고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장르와 그 영화에 대한 애정이 페이지마다 묻어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교묘하게 스포일러가 될만한 부분을 피해가며 줄거리와 영화의 핵심에 대해 설명하는 글솜씨 역시 보통이 아니고 말이죠. 하여간 어떤 분야에 그야말로 "일가를 이룬" 사람의 전문가적 식견이 돋보이는 책은 그 책이 어떤 주제를 다루건 (심지어는 꽃꽃이를 다루고 있더라도!) 항상 볼만한 법이죠. 이 책 역시 도착하자마자 하루만에 후딱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특정 하위 장르의 인기작들만 훝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사 전반에 걸쳐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취미가 아니라 "학술적인" 깊이까지 느껴지기에 정말 대단하다고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개인적으로 저 역시도 "추리"라는 특정 장르에 많이 치우쳐진 애호가인 탓에 김시광님의 이러한 노력과 열정이 어떠한 것인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기에 읽으면서 눈물이 앞을 가리기도 했습니다 ㅠ.ㅠ 대한민국은 아직 이러한 쟝르에 대한 홀대가 여전하기에 저 역시도 추리문학을 좋아한다는 이유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에게서 오타쿠 취급을 받기 일쑤였으니까요. 난 오타쿠가 아니라 추리를 좋아하는 애호가일 뿐인데...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제가 재미있게 본 몇 안되는 공포영화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이벤트 호라이즌" 등등등) 과 얼마전 읽고 실망했던 김종일 씨의 소설에 대해 극찬을 하는 부분 등 저와는 취향이 맞지 않는 점도 눈에 뜨이긴 하지만, 이만큼의 전문가가 특별히 아는척이나 잘난척하지 않고 일반 독자들을 위하여 자신의 지식을 쉽게, 알기쉽게 전달해 주는 국내에 보기드문 "호러영화 입문서"를 만들어 내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앞으로 이러한 장르문화에 대한 다양한 도서들이 많이 출간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죽기전에 꼭 봐야할 영화"나 "클래식 명반 100선" 같은 책이나 이 책이나 전문가가 해설하는 해당 문화에 대한 입문서라는 점에서는 다를게 하나 없잖아요?

별점은 평이하고 무난하기에 3점입니다. 최근 대한민국의 현실이 더 호러이고 무섭기에 책으로 접하는 호러무비의 충격이 약한 점이 조금 아쉬운 점이었지만 재미있는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걸작이라고 단언하시면서 소개하신 "악마의 씨"와 "오디션", "큐어" 등은 아무리 취향이 아니더라도 꼭 챙겨봐야겠어요.

덧붙여, 추리소설에 대한 리뷰 - 입문서 출간을 원하시는 출판사가 있으시다면 저에게도 연락 한번 주시기 바랍니다^^ 워낙 인터넷 상에 거물들이 많으셔서 저한테까지 차례가 오지는 않겠지만요...

2015/06/23

추리소설 700번째 리뷰 등록!

추리소설 6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 "구석의 노인 사건집"에서부터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15년 6월 23일 오늘 "다섯 마리 아기 돼지"로 700번째가 되었습니다. 600번째 리뷰였던 2013년 7월 13일 "점과 선"으로부터는 약 23개월 (10일), 한달에 4~5권 정도 읽는 페이스라는 것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블로그 제목대로 1,000권 읽기까지는 70개월, 6년 정도 남았군요.

어쨌거나 700권째 리뷰를 쓰는 동안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시길.

아울러 그림은 예전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 특히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14/12/31

2014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3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1차, 열한 번째 블로그 결산 보고입니다.

2014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호러 장르문학 48 (58)권, 기타 장르문학 11 (3)권, 역사서 19 (21)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5 (0)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0 (4)권, 기타 도서 17 (13)권으로 모두 110 (99)권입니다(괄호는 작년).

결산의 기준이 될 만한 10권 이상 읽은 분야는 추리/호러, 기타 장르문학, 역사서,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기타 도서입니다. 작년 대비 고루고루 읽은 편이네요.

아울러 올해는 영화, 만화도 두루두루 보고 읽고 리뷰를 남겼기에 결산에 함께 포함시킵니다.

참고로, 하기 베스트·워스트는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 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4년 베스트 추리소설 :

"몰타의 매"

단평 : 단점은 사소할 뿐, 이 바닥의 영원한 고전, 원전임.

2014년 워스트 추리소설 :

"하숙인"

단평 :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별점 2점 이하의 작품도 제법 많지만 별점 1점짜리 책은 두 권 존재합니다. 이 작품과 "탐정 취미"지요. 그러나 "탐정 취미"는 아마추어들의 습작 모음 형식이 강하므로 정당하게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 작품을 단독 워스트로 선정합니다.

2014년 베스트 기타 장르문학 :

"민들레 소녀"

단평 : SF에서 손꼽을 만한 러브 스토리.

2014년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단평 :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2)

2014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유홍준의 국보순례"

단평 : 이런 책을 소장하지 않으면 무슨 책을 소장하랴.

2014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는 별점 1점대의 책이 없어서 선정하지 않습니다.

2014년 베스트 Food/구루메 관련 도서 :

"식탁 위의 한국사"

단평 : 재미는 물론 자료적 가치까지 최상급.

2014년 워스트 Food/구루메 관련 도서 :

역사와 마찬가지 이유로 워스트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2014년 베스트 기타 도서 :

"바다 한가운데서"

단평 : 이게 바로 논픽션이다!

2014년 워스트 기타 도서 :

"맨발의 청춘"

단평 : 오래되기만 했을 뿐.

2014년 베스트 Movie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단평 : 아, 이런 영화를 너무 오랫동안 안 봤었나 보다.

2014년 워스트 Movie :

"로보캅"

단평 : 이럴거라면 리부트하지 않는 게 좋았다.

2014년 베스트 추리/호러 만화 :

"인터뷰"

단평 : 한국 웹툰의 힘.

2014년 워스트 추리/호러 만화 :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3 게임관 살인사건"

단평 : 제발 좀 끝내줘.

2014년 베스트 기타 만화 :

"군화와 전선 1"

단평 : 재미와 함께 지식욕까지 충족!

2014년 워스트 기타 만화 :

"라이징 임팩트 1~17"

단평 : 전형적인 왕도 배틀물인데 유치했다.

결산평 :

전체적으로 열심히 읽고 리뷰를 남긴 한 해였다 자평합니다. 한 권으로 치기 어려운 단편 e-book이 포함되어 약간 거품이 있지만 총 권수가 작년 대비 10% 증가하기도 했고, 개인적 목표인 1년에 100권 읽기는 초과 달성해서 뿌듯하네요. 다만 추리 소설을 작년 대비 10권 이상 덜 읽어서 전체 리뷰 중 비중이 반 이하로 줄어들었는데, 이 블로그의 정체성에 약간 문제가 생겼으려나요? 그래도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이글루스도 줌닷컴에 인수된 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여 다행이고요. 검색 기능의 강화 및 백업 기능만 도입되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여튼, 제 미미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 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제 블로그를 들러주실 정도라면 남들 관심 밖의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 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되실 거예요. 사랑합니다~!

2013/07/13

추리소설 600번째 리뷰 등록!

추리소설 5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였던 "구석의 노인 사건집"에서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13년 7월 13일, "점과 선"으로 드디어 600번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인 2011년 8월 11일, "검은 옷을 입은 신부"가 500번째 리뷰였는데, 그로부터 약 23개월이 걸렸군요. 한 달에 4권 정도 읽은 셈이네요. 블로그 제목 그대로 1,000권 읽기까지는 앞으로도 약 100개월, 8년 정도가 더 걸릴 것 같은데, 언젠가는 분명히 완주할 수 있겠지요. 사실 그때까지 이글루스가 남아 있을지가 더 걱정되긴 합니다만...

어쨌든 600번째 리뷰를 쓰게 되는 이 시점까지,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글의 그림은 예전에 EST님께서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사용하였습니다. EST님께 특히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7/05/28

추리소설 800번째 리뷰 등록

추리소설 700번째 리뷰 등록!

2003년 첫 리뷰 "구석의 노인 사건집" 에서부터 시작한 추리소설 리뷰가 2017년 5월 28일 오늘 "허즈번드 시크릿"으로 800번째가 되었습니다. 700번째 리뷰였던 2015년 6월 23일의 "다섯 마리 아기 돼지"로부터 23개월째네요. 한 달에 4~5권 정도 읽는 페이스라는건 이전과 같습니다. 이 정도로 규칙적이라면 거의 칸트 선생님 급인듯? 하여튼, 이 페이스대로 1,000권 읽으려면 46개월, 앞으로 4년 정도 걸리겠네요.

800권째 추리소설 리뷰를 쓰는 동안 누추하고 마이너한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그림은 예전 EST님이 보내주셨던 "블로그 6주년 축전"을 이용한 것인데 EST님께 특히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17/09/03

미스테리아 13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5점

미스테리아 13호 - 6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미스테리 장르문학 전문잡지 미스테리아 최신간입니다. 창간 2주년 기념호라 그런지 특별 보급가이기도 하고, 항상 관심있게 찾아보던 주제인 "경성"을 특집으로 하고 있어서 구입했습니다.

특집인 "경성" 관련 기사들은 기대에 값합니다. 1930년대 경성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장르 문학'과 관련된 시각으로 설명해주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별건곤"에 실렸다는 경성 7대 특수촌이나 5대 마굴에 대한 탐사기는 충분히 하나의 작품 소재가 될 만큼 재미있었어요.
경성을 탐정 소설의 배경으로 바라보고 분석한 기사들도 좋았습니다. 예를 들면 "염마"에 등장하는 서광옥의 X별장은 "체신국 뒤로 해서 개천을 메워가지고 새로 낸 큰길을 단 후 누상동 큰거리에서 언덕 위에 지은 큰집을 찾았다"라는 묘사를 통해 '아방궁'이라 불렸던 친일파 윤덕영의 저택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주는 식입니다.
여기에 더해 남촌과 북촌의 특수성과 같은 사회적인 부분, 아편굴과 같은 특수 장소와 같은 당대 경성에 대한 갖가지 디테일이 가득하여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박태원의 "최후의 억만장자"는 예전에 읽어봤던 작품으로 내용은 별 볼일 없지만, 삽화를 맡았던 월북 화가 정현웅의 그림은 마음에 들었어요. 목판화 스타일의 삽화는 지금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수준의 완성도니까요.

물론 이런저런 한국 추리 소설 역사서에 실려있는 내용에서 불과한 기사들도 제법 됩니다. 김동인의 "수평선을 넘어서"에 대한 기사가 대표적이에요. 얼마전 읽었던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3 : 추리물"에 수록된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주제에 맞춰 "경성"이라는 공간, 배경에 집중하지 않고, 당시 사회적 배경을 통틀어 설명하고 있는 탓입니다. 이렇게 풀어내면 다른 유사한 컨텐츠와 변별력을 가지기 힘들지요.

그러나 특집 외의 기사들은 기대 이하의 결과물이 많습니다. 홍보 문구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8인에게 가상 표지를 제안했다는 "세상에 아직 없던 책"은 그 중에서도 최악입니다. 박철희의 "환상의 여인" 정도만 괜찮을 뿐, 그외 표지들은 실제 책이 출간되더라도 구매 욕구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에요. 요새 대학생들 과제도 이것보다는 나을 듯 한데, 차라리 왠만한 미술 대학 디자인 학과와 연계하여 결과물을 수록하는게 좋았을 겁니다.

"미스테리아"의 핵심 컨텐츠인 리뷰 형태의 새 책 소개도 이번에는 그냥저냥입니다. 그닥 끌리는 책이 없더군요. 게다가 리뷰어 중 한 분은 직업이 "인형사, 자유기고가"라고 되어 있어서, 대체 이 리뷰가 무슨 기준인지도 헛갈립니다. 꼭 전문가가 좋은 리뷰를 쓴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니라, 비용을 들여 구입한 책의 리뷰라면 그만큼의 전문성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스터리 애호가라면 최소한 인터넷을 통해 잘 알려진 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잠깐 인터넷을 찾아보았는데 당쵀 뭐하시는 분인지 모르겠더군요. 이 분이 소개하는 기타무라 가오루,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들도 구태여 리뷰가 필요한지도 의문입니다(심지어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은 '소시민'시리즈 최신간!). 이 잡지를 구해 읽어볼 정도의 독자라면, 이 두 작품은 딱히 리뷰가 필요없을테니까요. 새책 소개는 다른 곳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는 독특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뒤 이은 영화 "불한당"의 감독 인터뷰 역시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감독이 SNS를 통해 실수했던 이력만 기억에 남을 뿐으로 이런 인물을 지면을 할애해가며 인터뷰를 한 이유를 모르겠거든요. "불한당"이 국내 범죄, 느와르 영화에서 특기할 만한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서 일까요?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별로 그랬을 것 같지도 않네요.

특집 외 기사들 중에서는 미스테리 속 음식에 대해 파헤치는 정은지 작가의 컬럼과 3편의 논픽션 정도만이 그나마 괜찮은 편입니다. 정은지의 컬럼에는 국내에는 소개된 적이 없는 형사 몬탈바노 시리즈를 소개하며, 작 중 등장하는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들의 소개가 곁들여지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신선했습니다. 제가 준비 중인 '장르 문학 속 음식 이야기'라는 컬럼과 비교되어 자극도 되었고요.
3편의 논픽션은 법의학자가 분석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살인 매뉴얼, 한강변에서 발견된 시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중 마지막 이야기가 가장 강렬합니다. 범인을 조작하려는 경찰의 노력에, 무고한 용의자가 겨우 혐의를 벗는 과정, 그리고 결국 미제 사건으로 범인은 커녕 피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라는 결말까지 모두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이전 호들과는 다르게 수준 이하의 작품이 더 많네요. 우선 로스 맥도널드의 "사라진 여인"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루 아처 시리즈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기할 만한 점이 전무한 소품입니다. 루 아처가 묶은 모텔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루 아처가 진상을 파헤친다는 내용인데 루 아처가 하나씩 손에 넣은 단서를 되짚어가면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라 추리의 여지도 없고 이야기도 원사이드하게 흘러갑니다. 선택지가 하나 뿐인 미션을 수행하는 느낌이랄까요? 딱히 반전이 있는 진상도 아니고요. 이 정도면 평범 이하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국내작가 차무진의 "비형도"는 전개는 흥미로우나 좋은 작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런 단서나 복선도 없이 귀신들 사이에 어울린다는 결말이 영 납득이 되지 않거든요. 물론 조상병이 살의를 품은 순간, 그 장소에 있던 귀신들 속으로 들어가 귀신들의 역할극이 벌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되기는 합니다만... 개연성도 없는 역할극이 전체 분량의 90%에 달하는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죠. 생각한대로 현실이 바뀌는 "열린 우주"라는 핵심 설정 및 이를 통해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은 아주 재미있었는데 아쉽네요. 하기사 좋았던 부분들도 여러모로 애매하긴 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학예사의 뿔테 안경이 아니라 "껌"이었어야 할 것 같고, 학예사가 목을 메다는 장면은 이게 뭔가 싶으니까요. 여튼, 이 역시 별점은 1.5점입니다.

그래도 피터 러브시의 "오이스터 브라운이 저지른 범죄"는 아주 괜찮습니다. 펄, 오이스터 자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 트리거의 의심을 독자에게 공유하게 만드는 전개는 정말로 일품이에요. 분명 언니가 사라졌는데 애써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오이스터의 행동의 이유는?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퇴비화 속도가 빨라지는 발효 촉진제를 산 이유는? 집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 이유는? 이런 질문들은 가장 설득력 있는 추리, 즉 "펄은 죽었고 오이스터가 그녀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려 한다"로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진상은 정말로 터무니없었고 황당하다는 점에서 독자의 뒷통수를 칩니다. 거장다운 장난스러운, 그렇지만 또 서늘한 결말도 매력적이에요. 트리거가 어디로 갔는지 정말 아무도 몰랐을지, 그리고 트리거의 차가 집 앞에 있으므로 완벽한 인멸은 불가능 했으리라는 점에서 조금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만, 거장의 실력만큼은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기사, 읽을 거리로 가득차 있는데 특집과 정말로 몇 안되는 기사, 한 편의 단편만이 기대에 값하기에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다면 2점 이상 주기는 힘들었을거에요. 식민지 경성, 그리고 그 공간을 무대로 한 장르 문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읽어보셔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2015/07/10

오무라이스 잼잼 박스 세트 유감

오무라이스 잼잼 1~5 박스 세트 - 전5권 - 2점
조경규 글.그림/씨네21북스

제목 그대로. 1권부터 한 권 한 권 차곡차곡 사 모았는데, 이제 와서 박스 세트가 나온다니 당황스럽네요. 예전에도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출판사들의 마케팅은 확실히 많이 구리군요.

알라딘 댓글을 보니 저같이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은 듯합니다. 기존 독자들을 위해 박스와 특전만이라도 별도 판매를 한다던가 하는 조치가 아쉽습니다.

하긴, 이런 만행에 비한다면야 양반이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1/06/05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 에드워드 D. 호크 / 김예진 : 별점 2.5점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 6점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GCBooks(GC북스)

아래 리뷰에는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을의 기상천외한 괴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의사 선생 샘 호손의 활약이 그려진 단편집입니다. 단편의 제왕 에드워드 D 호크의 작품으로 모두 열 두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다양한 불가능 범죄들이 등장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붕 다리로 들어간 마차가 다리 중간에서 사라진 사건, 유령이 시장을 칼로 찔러 살해한 뒤 사라진 사건, 잠겨진 열차 승무원 실에서 승무원이 살해되고 금고 속 보석이 사라진 사건, 용접으로 봉해진 타임 캡슐 안에서 시체가 발견된 사건 등 사건들이 굉장히 흥미로운 덕분입니다. 불가능 범죄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실 아주 오래전, 일본어 번역본을 읽고 리뷰를 남겼던 바로 그 작품입니다. 당시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엉망이지만 한국어 번역도 진행하여 소개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한국어 번역본으로 접하니 감개무량합니다. 일본어로 읽어서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된 것도 좋았고요.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불가능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작품은 "지역 축제의 수수께끼"를 비롯해서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절반은 살인범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구태여 불가능 범죄 상황을 억지스럽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스턴트맨이 공중에서 목이 졸려 살해되었다는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가 대표적입니다. 범인이 협박을 받아서 범행을 저질렀다면, 보는 사람도 많은 촬영 현장에서 살인을 저지를리가 없을테니까요. 살해 의도가 있었다 한 들, 낙하산에 손을 대는 식으로 사고로 위장하는게 당연했고요. "저주받은 야외 음악당의 수수께끼"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음악회 현장에서 유령의 소행으로 위장한 살인 사건을 저지른다? 솔직히 말도 안되지요.

트릭도 다시 보면 어설픈 작품들이 제법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 잠긴 승무원실의 수수께끼"는 사람이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작은 창 하나만 뚫려있는 승무원실 안에 있는 승무원을 어떻게 살해했는지?라는 수수께끼가 등장하는데, 실상은 너무나 간단한 트릭입니다. 작은 창으로 흉기를 집어넣어 찌른거지요. 하지만 샘 호손을 비롯한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이 가능성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상식 외의 전개로 불가능 범죄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아울러 '변장' 트릭의 사용도 지나쳤습니다. "낡은 방앗간의 수수께끼", "작고 붉은 학교 건물의 수수께끼", "크리스마스의 교회 첨탑 수수께끼" 등이 모두 변장 트릭을 써먹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고전 본격물의 향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없는, 재미있는 작품집이었습니다. 아쉽다 싶은 작품도 있어서, 전체 평균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별점 3점 이상은 충분히 줄 수 있는 "지붕 다리의 수수께끼", "낡은 방앗간의 수수께끼", "작고 붉은 학교 건물의 수수께끼" 등의 수작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고전 본격물이 취향이신 분들께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덧붙이자면, 이전에 수록작별 리뷰는 올렸었기에, 별도의 수록작별 리뷰는 따로 올리지는 않습니다. 궁금하시면 이전 리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2/01/03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2.5점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노코는 애인 준이치에게 결별을 통보받았다. 그녀의 하나 뿐인 친구 가요코를 좋아하게 되어버렸다는 말과 함께였다. 그 뒤, 소노코는 자살로 추정되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오빠이자 경찰인 야스마사는 사건 현장에서 타살의 증거를 발견했다. 야스마사는 스스로 범인을 찾아내어 단죄할 것을 결심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높은 지명도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가는 아니라서 큰 관심이 없었던 작품인데, (취향 존중!) 물만두 홍윤 님의 유작 리뷰집에 실린 리뷰를 보고 흥미가 생겨 읽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물만두 님의 리뷰대로 정통 본격 추리물이더군요.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완성도도 높았고요. 특히 탐정 역할을 하는 야스마사가 발견한 단서와 거기서 비롯되는 의문들을 독자와 공정하게 공유하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수사 단계별로 와인과 와인병, 복사 키, 태워버린 종이의 정체, 소노코가 죽기 전 얼굴을 가리고 외출한 곳, 빌린 비디오데크의 의미 등 다양한 단서가 제시된 후 설명을 덧붙이며 결론으로 이어지는 구성인데, 독자에게 "이것이 단서다"라고 제시하면서 함께 추리하고 수사하도록 유도하는 느낌이 확실하게 전해졌습니다.

피해자의 오빠 야스마사가 가가 형사와 경쟁하며 범인을 쫓는 구도로 이루어진 덕분에 두 사람 사이에 펼쳐지는 두뇌 싸움도 상당한 볼거리였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자신만의 단서를 갖고 있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독자는 야스마사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수사가 막힐 때마다 가가 형사가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전해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거든요. 이러한 구조 덕분에 앞서 이야기한 단계별 진행 방식과 맞물려, 마치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독특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준이치의 알리바이 트릭 같은 곁가지 트릭도 잘 짜여 있었고, 마지막 결말에서 이어지는 반전도 어차피 둘 중 한 사람이 범인일 수밖에 없는 구도 속에서 의외의 재미를 주는 등,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인 '진범이 누구인지 끝까지 독자에게 밝히지 않는다'는 아이디어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흥미로운 설정이기는 했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열린 결말을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 작가의 머릿속에는 정리된 답이 있을 텐데 명확한 해답 없이 끝내버리는 것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확실한 단서를 제시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다양한 변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은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결정적인 단서로 제시된 '약봉투의 뜯어진 모양'이 오른손잡이라면 준이치, 왼손잡이라면 가요코라는 설정도 쉽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범인을 특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설정을 근거로 마지막에 펼쳐지는 야스마사의 처형 쇼 역시 억지스러웠어요. 단순히 가가 형사의 공정한 수사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너무 극적인 연출을 위해 설정을 밀어붙인 인상이 강했습니다.

더불어, 가요코라면 몰라도 준이치의 범행 동기가 약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여자친구의 과거가 밝혀진다고 해도 준이치가 잃을 것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던 탓입니다. 소노코를 떠나는 것으로 보아, 그다지 순정파도 아닌 듯한 캐릭터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적인 부분은 만족스러웠고,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말랑말랑한 로맨스 요소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불확실한 결말도 흥미로운 아이디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고요. 그러나 본격 추리물이라면 최소한 독자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에 조금 감점합니다. 그래도 장점은 분명한 만큼, 다른 가가 형사 시리즈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물만두 님의 리뷰를 더 찾아봐야겠네요.

2018/01/27

궁극의 문구 -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 김보화 : 별점 3점

궁극의 문구 - 6점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지음, 김보화 옮김/벤치워머스

최근 문구 관련 책을 꽤 자주 읽는군요. 이 책은 공대 출신 디자이너로 1999년 "TV 챔피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식 '문구왕' 에 등극한 이후, 문구왕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저자의 문구 리뷰집입니다. 저자의 화려한 프로필은 블로그를 참고하세요.

책은 130여 페이지 정도의 얇은 분량으로, 문구왕이 직접 써 보았던 정말로 괜찮은 문구 68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해당 문구의 장점과 가격 등 상세 정보가 소개되어 정보로서의 가치는 아주 높고요(이후 8종의 추가 문구까지 더하면 76종!). 직접 그린 일러스트도 꼼꼼해서 볼 만 합니다.
짤막한 리뷰지만 곳곳에서 문구왕 다운 디테일도 돋보입니다. 톰보우의 유성 다색 볼펜 리포터 4 소개에서 '4색 노크의 모양이 모두 다르다'는 아이디어를 콕 짚어 이야기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색별로 다른 형태를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건 앞으로 정말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몇몇 칼럼들, 그리고 문구왕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부분도 많이 공감되었고요.

당연히 몇몇 제품은 리뷰 만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인데,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제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 펜텔 멀티 8. 8종의 심을 가진 색연필 샤프펜슬 : 3,800엔(국내 판매가 약 34,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비싸지만 딸아이 필통에 넣어주고 싶네요. 
  • 펜텔 사인펜 : 이전에 써 본 적 있습니다. 별 감흥없이 사용했었는데 문구왕 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지금까지 왕좌를 지키고 있는, 이 바닥의 컵누들, 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C라고 하는군요. 1963년에 발표된 세계 최초의 휴대용 수성펜으로, 지금까지 디자인을 유지하고 발매되는 원조라는데, 이런 역사적 의미만으로도 다시 구입하고 싶어집니다.
  • PIROT 캡리스블랙 : 펜촉이 클립 쪽에 달려 주머니에 꽂고 다녀도 잉크가 흐르지 않는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2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단종되었다는 현실의 벽은 높지만 실물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 몰스킨 노트, TOMBOW MONO 지우개, A-Type 커터칼, D형 디자인 나이프, 3M 스프레이 풀 시리즈, 3M 테이프들, 국내에서는 '날크립'으로 알려진 OHTO 슈퍼 그립 등 친숙한 문구 소개도 아주 반가왔습니다.

그러나 몇몇 리뷰는 지나칠 정도로 '오덕' 스럽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크게 "쓰다", "지우다", "자르다", "붙이다", "엮다", "재다", "정리하다", "그 외" 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 중 "쓰다"와 "지우다" 외 다른 분류 속 제품 들은 일반 가정에서 일반인이 쓰기에는 좀 과하다 싶은 제품들이 제법 되는 탓입니다. 테이프 커터, 게이지 펀치, 날짜 스탬프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제품이 제법 많은 점도 아쉬웠어요. 설명만 읽어도 몇몇 제품은 소장 의욕이 불타오르는데 구할 방법이 없네요. 문구왕의 쇼핑몰에서 국내 배송도 지원해 주면 좋겠지만 힘들겠지요.

하지만 단점 보다는 재미, 가치가 워낙 뛰어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문구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이렇게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쓴 리뷰집은 대체로 한 번 읽어볼 만 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의 노하우를 저렴하게 훔쳐(?)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원하는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SNS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 과잉이 되어버린지 오래이기에, 지금은 이렇게 진짜배기 전문가가 공인한 정보의 가치가 더욱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