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문구 -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지음, 김보화 옮김/벤치워머스 |
최근 문구 관련 책을 꽤 자주 읽네요. 이 책은 공대 출신 디자이너로 1999년 <
책은 130여 페이지 정도의 얇은 분량인데 문구왕이 직접 써 본 것 중 정말로 괜찮은 문구 68종에 대해 장점과 가격 등 상세 정보를 소개하고 있어서 정보로서의 가치는 아주 높습니다. (이후 8종의 추가 문구까지 더하면 76종!) 직접 그린 일러스트도 꼼꼼해서 볼 만 하고요.
또 짤막한 리뷰지만 곳곳에서 문구왕 다운 디테일이 돋보이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톰보우의 유성 다색 볼펜 리포터 4 소개에서 '4색 노크의 모양이 모두 다르다'는 아이디어를 콕 짚어 이야기하는 부분이 좋은 예입니다. 이렇게 색별로 다른 형태를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건 앞으로 정말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몇몇 칼럼, 그리고 문구왕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부분도 디테일 측면에서는 많이 공감이 갔고요.
당연히 몇몇 제품은 리뷰 만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인데, 그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제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은 펜텔 멀티 8. 8종의 심을 가진 색연필 샤프펜슬. 3,800엔 (국내 판매가 약 34,000원)이라는 가격은 좀 비싸지만 딸아이 필통에 넣어주고 싶네요.
펜텔 사인펜은 이전에 별 감상없이 써 본 적은 있습니다. 별 감흥없이 사용했었는데 문구왕 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지금까지 왕좌를 지키고 있는, 이 바닥의 컵누들, 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C라고 하는군요. 1963년에 발표된 세계 최초의 휴대용 수성펜으로 지금까지 디자인을 유지하고 발매되는 원조라는 점에서 그러하다는데 작은 의미 부여만으로도 다시 구입하고 싶어집니다.
PIROT 캡리스블랙은 펜촉이 클립 쪽에 달려 주머니에 꽂고 다녀도 잉크가 흐르지 않는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2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단종되었다는 현실의 벽은 높지만 실물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 몰스킨 노트, TOMBOW MONO 지우개, A-Type 커터칼, D형 디자인 나이프, 3M 스프레이 풀 시리즈, 3M 테이프들, 국내에서는 '날크립'으로 알려진 OHTO 슈퍼 그립 등 친숙한 문구 소개도 아주 반가왔어요.
그러나 몇몇 리뷰는 지나칠 정도로 '오덕' 스럽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크게 "쓰다", "지우다", "자르다", "붙이다", "엮다", "재다", "정리하다", "그 외" 로 분류된 내용 중 "쓰다"와 "지우다" 외 다른 분류 속 제품 들은 일반 가정에서 일반인이 쓰기에는 좀 과하다 싶은 제품들이 제법 되거든요. 테이프 커터, 게이지 펀치, 날짜 스탬프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제품이 제법 많은 점도 아쉬웠어요. 설명만 읽어도 몇몇 제품은 소장 의욕이 불타오르는데 구할 방법이 없네요. 문구왕의 쇼핑몰에서 국내 배송도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데... 힘들겠죠?
하지만 단점 보다는 재미, 가치가 워낙 뛰어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문구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쓴 리뷰집은 대체로 한 번 읽어볼 만 한 것 같습니다. 전문가의 노하우를 저렴하게 훔쳐오는 느낌이 드니까요. 물론 원하는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SNS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어떤 정보가 진짜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 과잉이 되어버린지 오래죠. 오히려 지금은 이렇게 진짜배기 전문가가 공인한 정보의 가치가 더욱 높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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