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 ![]() 황선도 지음/서해문집 |
2018년 첫 리뷰네요. 한국 어류학자 황선도가 한국 해산물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함께 소개하는 책입니다. 16종의 어패류 및 우리 바다 환경에 대한 글들이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관련된 도판도 충실합니다.
바다에 관련된 전문 지식의 양과 깊이가 실로 방대합니다. 그 중에서도 아무래도 제목과 연관된, "먹거리" 관련 이야기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오분자기는 원래 지천에 널렸었고 국물 맛이 전복보다 좋아 해물 뚝배기에 많이 썼는데 지금은 씨가 말라버렸다는 이야기처럼요. 지금의 오분자기 뚝배기는 작은 전복을 쓴다는군요.
조선 정조 대 문인 이옥의 "백운필" '석화' 편에 "석화의 쓰임은 회가 최고이고, 무치는 것이 다음이고, 젓갈로 만드는 것이 그 다음이고, 죽을 만드는 것이 또 그 다음이고, 전을 만드는 것이 그 다음이고, 국으로 만드는 것이 제일 못하다"고 적혀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이 당시에는 튀김이 들어오기 전이었겠죠? 튀김이 있었다면 회하고 좋은 승부가 되었을텐데 말이지요.
"노인과 바다"에서 산티아고가 2박 3일 동안 사투를 벌여 잡은 물고기가 "대서양 녹새치"라는 주장도 재미있습니다. "맛의 달인"에서 새치를 주문한 이사무를 주위 사람들이 비웃는 에피소드도 떠오르네요. 새치가 "노인과 바다" 속 사투의 주인공이었다는 이야기를 이사무가 알았더라면 비웃던 사람들에게 "새치는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가 2박 3일 동안 목숨을 걸고 잡은 물고기입니다. 여러분들도 문학의 향기를 좀 느껴 보시죠!"라고 한 방 날릴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이래서 공부를 해야 하나 봅니다.
참돔이 양식이 되는 탓에 양식이 안되는 감성돔이 고급 어종으로 부상했다는 등 좋아하고 즐겨 먹는 돔, 방어나 참치, 연어, 소라, 꼬막, 키조개 등 친숙한 해산물들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리고 황폐화된 바다 자원을 재생하기 위한 노력 사례가 수록된 마지막 부분은 책의 화룡정점입니다. 남획 등으로 사막처럼 변한 마안도 재생을 위한 수중림 조성이 가장 돋보이는데,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위도와 마안도 등은 한 번 돌아보고 싶어집니다.
이러한 저자의 전공 분야인 어패류 관련 지식 외의 각종 정보들의 수준도 높습니다. 특히 "어원"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인상적입니다. "스키다시"의 어원은 "붙이다"라는 뜻의 일본어 스케루에서 온 것으로 우리말로는 "곁들이", 즉 사이드 디시를 의미한다, 중국의 '남삼여포'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남자에게는 해삼, 여자에게는 전복이 좋다는 뜻이다, 멍게는 방언으로 원래 표준어는 "우렁쉥이" 였는데 방언이 더 널리 쓰이게 되어 표준어가 되었다, "진상"은 "진상품 부역"이 굉장히 고통스러웠던 과거에서 비롯된 말이다라는 것들입니다.
갯벌, 갯뻘, 개펄 중 뭐가 맞는 표현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줍니다. 개(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벌판이라는 뜻으로 "갯벌"이 맞으며 갯벌에 있는 흙이 "개펄" 이라고 하네요. 과학자도 글을 쓰려면 이 정도까지 공부하는구나 싶어서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료로 고증해 주는 우리 어패류에 관련 역사들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도루묵" 이야기에 나오는 왕은 선조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가장 흥미로왔습니다. 도루묵은 주로 강원도, 함경도, 경상북도 동해 북쪽 바다에서 잡히는데 선조는 임진강, 평양, 의주로 피난을 갔기 때문에 도루묵을 먹었을 가능성이 아주 낮기 때문이랍니다. 고려시대 왕들도 동해안 쪽으로 피난 간 왕이 없다니 과연 "도루 묵이라 불러라"고 한 왕은 누구였을까요? 궁금합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조선의 전복 진주가 명산품으로 소개된다는 이야기도 새로왔고요.
이렇게 재미도 있고, 담겨있는 정보도 충실한 좋은 인문학 서적입니다. 전문성을 찾기에는 조금 가벼운 에세이 느낌이 강하다는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저에게는 장점이 더 많았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역시, 믿고보는 서해문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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