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리뷰에는 핵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디즈니, 픽사의 신작. 딸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감상한 작품입니다. 픽사의 전작 <<굿 다이노>>는 이제 이 친구들도 디즈니한테 밀리는구나, 여기까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스러웠는데 (참고로, 이후 이어진 <<도리를 찾아서>>와 <<카 3>>는 모두 후속작이라 전작을 보지 못한 딸 아이 때문에 보지 않았습니다.) 이 작품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킵니다.
우선 멕시코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 굉장히 잘 먹힐만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대가족으로 조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날이 따로 있으며 이 날에는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는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니까요. 또 "죽은자의 날 (제삿날)"에 죽은 조상들 (귀신들)과 어울린다는 기본 얼개 역시 굉장히 친숙합니다. 조상님이 꿈에 나타나서 도와준다던가, 가사 상태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난다던가 하는 흔한 이야기들과 똑같잖아요.
이렇게 친숙한 설정을 토대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아주 감동적입니다. 최근 보기 드문, 가족이 가장 중요하고 가족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는 것을 이렇게까지 잘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물론 중반 정도에 이르면 누구나 델라 크루즈가 진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아니고, 헥터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일 것이라는 반전은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마마 코코의 기억을 노래로 떠올리게 만든다는 마지막 장면도 예상 가능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뻔한 전개를 특별한 신파 없이도 눈물샘을 자극하게 만드는 연출도 아주 대단했습니다. 노환으로 거의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가 기억을 되찾는 장면이 특히 압권이었어요. 아, 저도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류의 가족 이야기가 서구 시장에서도 먹힐까? 하는게 조금 궁금하네요. 굉장히 동양적인 설정으로 보여서 말이죠. 영화가 미국에서도 흥행하는걸 보면 먹힌다 싶기도 하다가도, 그냥 미국 내 라틴 계열 인구 비율이 높아서 흥행이 잘되는건가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여튼 그 외에도 픽사스럽지 않은, 디즈니의 DNA가 삽입된 것도 눈에 뜨입니다. 시종일관 흐르는 흥겹고도 즐거운 음악이 화면 및 내용과 어우러지는, 일종의 뮤지컬을 방불케하는 장면들이 대표적이죠. 디즈니 작품들처럼 아예 대사까지 노래로 치환하는 수준은 아직 아니지만, 극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음악과 노래가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노래들도 좋아요. 제가 어린 시절, 아버님께서 자주 듣던 Trio los panchos의 노래들이 떠오르더군요.
이렇게 장점이 가득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일단 여러가지 설정의 디테일이 좀 부족해요. 죽은 자들의 날에 저주를 받아 끌려왔다는 설정부터 그러합니다. 미겔 말고도 이 날 도둑질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닐텐데, 미겔을 보고 다들 너무 놀라는게 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죽은 자들의 도시에 대한 설정도 깊이가 없는건 마찬가지에요. 비쥬얼은 휘황찬란하지만 그냥 해골들이 살아갈 뿐, 현대 도시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구현해 놓은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알레브리헤라 불리우는 일종의 애완동물(?) 들 설정도 설명이 너무 부족하고요.
액션이 중요한 작품은 아니지만 뭔가 화려한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것도 조금은 단점이었어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가족 영화로 손색없는 걸작입니다. 별점은 4.5점. 아직 보지 못하신 모든 분들께 꼭 한 번 감상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따가 부모님께 전화 한 통화 드려야겠네요.
아울러 이 작품이 픽사의 현재라면, 오프닝 단편 <<올라프의 겨울 여행>>은 디즈니의 현재인데 역시나 대단한건 마찬가지더군요. 행복한 가족 영화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노래와 장면이 어우러지는 뮤지컬 적 연출, 슬랩스틱적인 개그 등 디즈니의 강점이 모두 발휘된 좋은 작품이었어요. 제 딸은 이 작품을 더 마음에 들어할 정도로 말이죠. 두 스튜디오의 선의의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 좋은 결과를 낳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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