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문밖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 매슈 설리번 지음, 유소영 옮김/나무옆의자 |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리디아는 일하던 서점에서 목을 매고 죽은 청년 조이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의 주머니에는 리디아가 열 살 때 단짝들과 함께 했던 생일 파티 사진이 들어 있었다.
리디아는 자신에게 남겨진 조이의 유품 속 책들을 오려낸 빈 공간이, 짝이 되는 다른 책을 맞추면 메시지를 표시하기 위한 구멍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녀는 조이가 남긴 메시지를 통해 그녀의 잊고 싶었던 어린 시절 "망치 살인마" 사건의 진상을 더듬어 나가기 시작하는데....
아무런 정보 없이 우연찮게 e-book으로 읽게 된 작품.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리디아가 과거 망치 살인마의 연쇄 살인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였으며, 이를 억지로 잊고 살다가 조이가 자살하고 남긴 메시지 때문에 반 강제로 망치 살인마의 정체를 더듬어 나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망치 살인마가 리디아가 숨어있는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살려주었다는 현장 묘사, 그리고 수상쩍은 아버지 토마스의 행동을 결부시켜 아버지가 진범이 아닌가? 하는 전개로 진행되었지만, 조이가 라지의 이복 동생이었다는게 밝혀지면서 드러나는 반전이 괜찮습니다. 조지가 사진을 가지고 있던 이유는 리디아가 아니라 이복형 라지가 같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었던거지요.
이를 통해 망치 살인마는 아내의 불륜 상대를 가혹하게 응징한 파텔 씨라는게 드러나는데, 이는 파텔 씨가 엄청나게 호전적이고 무서운 성격이며 조지가 유품으로 남긴 정장 (어머니를 만나러 갈 때 입으려고 산 것), 조지와 라지 모두 잘 생겼으며 파텔 부인이 미인이었다는 묘사, 파텔 부인이 망치 살인마 사건 직후 인도의 고향으로 가서 9개월 후에 돌아왔다는 등의 여러가지 복선으로 잘 설명되고 있어서 나름 설득력도 높습니다. 아버지 토마스의 수상쩍은 행동 역시 피해자였던 오툴 부인과 불륜 관계였다는 설정으로 합리적으로 설명되고요.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파텔 부인이 더 이상 참지 않았다는 결말도 깔끔합니다.
또 트라우마를 지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은 많지만 장황한 심리 묘사가 많지 않아서 읽기 수월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전반적으로 묘사에 군더더기가 없어서 경쾌하고 깔끔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주인공이 서점 직원인 덕분에 등장하는 많은 책들도 반가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리디아가 서점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지배인에게 추천했던 책은 <<백 년 동안의 고독>>, 리디아가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량들을 지칭할 때 쓰는 '책 개구리'라는 표현은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속 멋쟁이 개구리 제레미 피셔에서 따온 것, 조이가 남긴 책 중 리디아가 추천해서 산 책은 <<나사의 회전>>과 폴 오스터의 뉴욕 이야기 3부작 등인 식이죠.
그러나 잘 짜여진 범죄 스릴러, 추리물로 보기는 힘듭니다. 정교하다고 보기는 여러모로 힘든 탓입니다. 우선 당시 형사였던 모버그의 말대로 토마스는 유력한 용의자 No.1입니다. 리디아를 찾는다는 이유로 현장을 모두 들 쑤셔 놓았을 뿐 아니라 흉기까지 들고 설쳤으며 피해자 중 오툴 부인에게만 그의 핏자욱을 남긴 등의 정황 증거부터 차고 넘치거든요. 알리바이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리디아가 숨어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도 살려주었다는 건 누가 뭐래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고요. 이 정도면 유죄 판결을 받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여요. 그런데 단지 '리디아가 충분히 고통을 겪었다' 는 이유만으로 윗 선에서 압력이 가해져 토마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중지되었다는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어금니 아빠 이영학을 딸이 불쌍하다고 풀어준다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게다가 조지가 리디아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유품을 남긴 이유도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구태여 리디아를 찾아가 얼쩡거린 이유, 자살하면서 유품과 메시지를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라지를 직접 찾아갈 수도 있었을텐데요. 작 중 리디아의 서점 동료인 플라스의 말대로 '웨이터에게 팁도 안 주는 짓거리' 같은 민폐에 불과합니다. 또 메시지도 이렇게 장황하게 남길 필요는 없습니다. 종이에 힘들게 칼질을 해서 구멍을 뚫을 거였다면 요약해서 단도직입적으로 "어머니가 나를 부정했다, 그래서 나는 죽는다' 라고 써도 충분하잖아요. 암호 트릭 자체로는 그럴싸하지만 지나치게 멋을 부린 느낌이에요.
또 트라우마를 지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은 많지만 장황한 심리 묘사가 많지 않아서 읽기 수월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전반적으로 묘사에 군더더기가 없어서 경쾌하고 깔끔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주인공이 서점 직원인 덕분에 등장하는 많은 책들도 반가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리디아가 서점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지배인에게 추천했던 책은 <<백 년 동안의 고독>>, 리디아가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량들을 지칭할 때 쓰는 '책 개구리'라는 표현은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속 멋쟁이 개구리 제레미 피셔에서 따온 것, 조이가 남긴 책 중 리디아가 추천해서 산 책은 <<나사의 회전>>과 폴 오스터의 뉴욕 이야기 3부작 등인 식이죠.
그러나 잘 짜여진 범죄 스릴러, 추리물로 보기는 힘듭니다. 정교하다고 보기는 여러모로 힘든 탓입니다. 우선 당시 형사였던 모버그의 말대로 토마스는 유력한 용의자 No.1입니다. 리디아를 찾는다는 이유로 현장을 모두 들 쑤셔 놓았을 뿐 아니라 흉기까지 들고 설쳤으며 피해자 중 오툴 부인에게만 그의 핏자욱을 남긴 등의 정황 증거부터 차고 넘치거든요. 알리바이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리디아가 숨어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도 살려주었다는 건 누가 뭐래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고요. 이 정도면 유죄 판결을 받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여요. 그런데 단지 '리디아가 충분히 고통을 겪었다' 는 이유만으로 윗 선에서 압력이 가해져 토마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중지되었다는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어금니 아빠 이영학을 딸이 불쌍하다고 풀어준다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게다가 조지가 리디아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유품을 남긴 이유도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구태여 리디아를 찾아가 얼쩡거린 이유, 자살하면서 유품과 메시지를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라지를 직접 찾아갈 수도 있었을텐데요. 작 중 리디아의 서점 동료인 플라스의 말대로 '웨이터에게 팁도 안 주는 짓거리' 같은 민폐에 불과합니다. 또 메시지도 이렇게 장황하게 남길 필요는 없습니다. 종이에 힘들게 칼질을 해서 구멍을 뚫을 거였다면 요약해서 단도직입적으로 "어머니가 나를 부정했다, 그래서 나는 죽는다' 라고 써도 충분하잖아요. 암호 트릭 자체로는 그럴싸하지만 지나치게 멋을 부린 느낌이에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확실한데 읽는 재미는 충분한 만큼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으신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