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의 나이 - 오코우치 나오히코 지음, 윤혜원 옮김, 홍성민 감수/계단 |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를 연대순으로 소개하며 기후 변화가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과학 서적. 전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관심이 없던 분야인데 이전에 읽었던 <<책장의 정석>>에서 추천했던 기억이 떠올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확실히 기후 연구에 대해서는 바이블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더군요. 그만큼 내용이 압도적입니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해저 퇴적물 산소동위원소비를 연구하여 당대 수온을 알아내고, 산호초 방사선 탄소 연대를 측정하여 해수면 변동의 역사를 복원하고, 지구의 공전궤도와 자전축 변동에 따른 일사량 변화로 지구 기후가 변동되었다는 밀란코비치 효과 검증을 통해 빙하기 발생 원인을 밝혀내고, 빙하 코어 채굴 후 이산화탄소와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대기 화석 분석 등으로 기후 변화를 연대순으로 그려내는 등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관련된 다양한 그래프 등 도판도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이해를 돕는 건 물론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늦으면 왜 빙하기가 시작되는지에 대해 이유에 대해 알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었어요. 심층수 순환 때문이라는데 전혀 몰랐네요. 당연히 따뜻해져서 얼음이 녹으면 더 따뜻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죠. 원리는, 우선 따뜻한 저위도 지역 바닷물은 햇빛에 의한 가열과 강수에 의한 염분 저하로 밀도가 낮아지고, 고위도 지역은 그 반대로 밀도가 커져서 심층수 순환이 일어납니다. 이를 통해 따뜻한 열 에너지가 북쪽으로 공급되는거죠. 하지만 빙하가 녹아서 고위도 지역 심충수 밀도가 낮아지면 이 흐름이 약해지거나 멈춰서 열 에너지 공급이 중단됩니다. 현재 심층수가 형성되고 있는 그린란드 해로 유입되는 멕시코 만류의 수온은 섭씨 약 10도인데, 이게 심해저로 가라앉으면 섭씨 2도까지 떨어집니다. 즉, 8도에 해당하는 열 에너지가 대기로 빠져나가고 이를 통해 북대서양 북부 지역은 혹독한 한랭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무섭습니다...
또 최근의 1만년 동안은 그나마 기후가 안정화를 찾고 있는 시대라고 합니다. 물론 15세기부터 19세기 후반까지의 약 400년간을 소빙하기라고는 하는데 기온은 이전 시대에 비해 고작 0.2도 낮은 정도라는군요. 이 정도로도 소빙하기라고 불리울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니 기후의 영향은 정말 대단합니다. 앞으로의 지구 온난화 시기에는 기온이 1.8~3.4도나 오를 거라고 하니 앞으로가 큰일이에요. 다행이라면 빙하기는 북구, 즉 유럽 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되고 있는 점 정도랄까요?
그 외에도 빙하기에는 먼지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적도 지역과 극 지방의 온도차가 커쳐서 대기의 남북 방향 순환도 보다 강해지고, 그만큼 육상에서 휘말려오는 먼지가 많아지고 건조 지대가 광범위해지기 때문이었다는 등 기후 변화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솔직히 읽기 쉬운 책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학 도서라 어쩔 수 없겠지만 재미로 읽는 책은 절대 아니에요. 재미 따위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듭니다. 대학 때 접했던 교제 수준이랄까요? 아무리 도판이 많고 설명이 상세해도 머릿 속에 쏙쏙 들어오는 그런 내용은 절대 아닙니다. 문체도 딱딱하고요. 완독하는데 정말 여러 개월 걸렸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던 탓도 크지만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책의 가치는 분명하나 읽는 맛 측면에서는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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