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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2

레시피가 없어도,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 다마무라 도요 / 권남희 : 별점 3점

레시피가 없어도,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 6점
다마무라 도요 지음, 권남희 옮김/위즈덤하우스

보통 요리는 어렵다, 손이 많이 간다, 복잡하다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실제로 그런 부분도 없잖아 있고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생각을 여지없이 깨 줍니다. 조리법을 기본부터 파고들어 레시피라는게 실제로는 별 게 아니다라는걸 알려주거든요. 요리의 기본 요소는 물과 공기, 물, 기름이라는며 모든 요리는 이 네가지 요소를 엮어서 연출하고 응용할 수 있다는게 결론인데 여러모로 조금 전문적인 <<한그릇 더!>>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설명을 돕기 위해 실전 레시피도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그럴듯합니다. 대충대충 만드는 알제리식 양고기 스튜와 무지하게 세련된 프랑스 요리 코틀렛 드 무통 퐁파두르는 굉장히 비슷한 요리라는 첫번째 단락부터 굉장히 와 닿더라고요. 집에서 만드는, 아마추어가 만드는 요리니 레시피에 너무 구애받지 말라는 말도 인상적입니다. 소스 100가지, 1000가지 만드는건 일도 아니라며 소개하는 비결도 아주 심플해서 마음에 들고요. 집에 있는 재료들을 대충 조합해서 쓰라는 이야기인데 충분히 그럴싸 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레시피들이 소개되는데, 그 중에서도 시인 구사노 신페이 씨의 아이디어로 나온 일품요리라는 "신페이 죽" 레시피는 정말 따라해보고 싶어졌어요. 야식용으로 생쌀과 참기름, 물을 1:1:15의 비율로 섞어 흙 냄비에 넣고 불을 켠 뒤 뚜껑을 덮고 2시간동안 내버려두면 된다고 합니다. 소금간을 해서 먹으면 엄청나게 맛있다네요. 참기름을 너무 많이 넣는 듯 한데 그 맛이 정말로 궁금합니다. 혹 제 블로그 지인 분 중 시도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꼭 제보 부탁드립니다.

또 요리와 음식의 몇가지 정의에 대해 저자가 고민한 결과를 소개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첫번째는 샐러드라는 요리 정의에 대한 고민입니다. 간단하게 소스를 뿌려 먹는게 샐러드라면, 스테이크에 소스를 뿌리는 것도 샐러드인가? 에 대한 고민인데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이 고민은 '인간이 "불"을 이용할 줄 알았을 때 요리를 발견했다' 가 아니라 '인간은 "소금"을 이용할 줄 알았을 때 요리를 발견했다.' 는 말로 이어지는데 그럴싸합니다. 저자의 말대로 열을 가하지 않아도 맛있는 요리는 많으니까요.
스튜와 수프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고민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국물이 많은 스튜 (예를 들어 부이야베스) 와 수프는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으니 결국 정의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인데 역시 깊이 공감할 수 있었거든요. 얼마나 건더기가 들어갔는지, 국물을 먹는 요리인지 건더기를 먹는 요리인지에 따라 구분할 수는 있지만 그게 어느 시점인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리기와 삶기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딱 한가지, 마지막에 저자가 강조하는 '요리의 사면체' 이론은 좀 지나쳤습니다. 앞서 쉽게 설명해주었던 여러가지 이론을 본인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어요. 그냥 쉽게쉽게, 대충대충 요리해도 맛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아울러 단점이라고 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도판이라는게 극도로 부족하다는 것도 조금 아쉬웠습니다. 책의 특성 상 몇몇 요리는 사진으로라도 소개해 줄 필요가 있어보이거든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추천작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 전문가로서 실력과 지식을 갖춘 저자의 내공을 잘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 쉽고 재미나게 설명하는 글솜씨도 괜찮은 만큼, 요리와 음식에 관심있으신 분들께서는 한 번 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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