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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9

신안 보물선의 마지막 대항해 - 서동인, 김병근 : 별점 3점

신안 보물선의 마지막 대항해 - 6점
서동인.김병근 지음/주류성

국내 고고학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신안 보물선의 발굴 물품을 통해 당대 역사를 설명해주는 미시사 서적.

신안선에 실려 있었던 유물들을 종류별로 상세하게 분석하여 당시 어떤 문화가 융성했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무역선의 항해 경로를 통해 당시 무역을 통한 문화 교류가 어떤 식으로 일어났는지와 신안선이 침몰했던 시기의 원나라와 고려를 중심으로 주변국의 당시 시대 정황과 정세까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유물들 한개 한개에 대한 상세한 설명입니다. 신안선에 가득 실려있던 당대의 고급 목재 자단목에 대해 '힌두어 찬단을 음역한 전단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어 이후 자단이라는 말로 바뀌었으며, 기원전 5세기 전후부터 사용한 고급 목재로 그 향도 귀중하게 여겨졌다'는 식으로 그 유래와 용도를 알려주는게 좋은 예죠. 출토된 향로와 화분, 다완 (찻잔)과 주전자 등을 통해 분향, 꽃꽂이, 다도 문화에 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해주는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조금만 보완되면 온전히 한 권의 책으로 나와도 손색없다 싶을 정도에요. 
그 외에도 유물을 통해 소개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주 많습니다. 도자기, 동전과 같은 명확한 유물말고도 목패와 같은 기록물과 게다, 숯돌과 같은 생활 용품 등 워낙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컬러 도판과 지도, 다른 관련 유물에 대한 정보와 소개를 통해 이해를 돕는 구성도 아주 좋았습니다. 특히 도판 측면에서는 정말이지 나무랄데 없더군요.

발굴 과정에서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소소하니 재미있습니다. 신안선 발굴로 당시 도자기가 엄청나게 출토되어 우리나라가 당시 도자기 최대 보유국이 되었을 뿐 아니라 (당연히 중국을 제외하고겠죠?) 국제 시장에서 해당 시기 도자기 가격이 폭락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눈길을 끕니다. 도자기만 무려 2만점이 넘게 출토되었다니 폭락할만도 하죠.
또 신안 보물선 덕분에 우리나라가 현재 중국 동전 최다 보유국이기도 하다는군요. 한과 후한에서부터 시작하여 신, 당, 북송, 남송, 요, 금, 원과 서하까지 아우루는 28톤, 8백만개에 이를 정도의 양이 출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동전은 일본에서 대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될 예정으로 보고 있는데, 만약 신안선이 침몰하지 않았더라면 일본에 가마쿠라 대불과 같은 불상이 한 개 더 생겼을거라네요. 일본으로서는 아쉽겠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내용이 많지만 주석이 모두 책 말미에 수록된 점은 아쉽습니다. 페이지 하단에 주석을 소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또 책의 목차가 두서 없으며 문체도 조금 딱딱한 편입니다. 
책 구성도 신안 보물선 발굴에 대한 상세한 설명 뒤에 항해 경로를 설명하며 당대 무역, 그리고 주변국들의 상황을 알려준 후 유물 하나하나를 통해 관련된 문화를 차례대로 소개하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발견과 개괄적인 설명, 그리고 좀 더 미시적인 접근이 가능했을테니까요. 지금은 이런 내용이 약간 뒤섞여져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 쪽 공부가 부족하여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저자의 지나친 억측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 고려 개성 상인의 송도부기가 서양에 전해진 후 이게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부기를 영어로 북 키핑 (Book Keeping) 이라고 하는게 '부기'의 발음을 베껴낸 표현이라는걸 증거로 제시하는데 좀 아니다 싶었어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르네상스 운운하는건 지나쳤어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책 자체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가격이 조금 쎈 편이기는 하지만 분량과 전 페이지가 풀 컬러라는 점에서는 납득할 만한 수준이에요. 고려 시대 문화와 문화 교류사, 미시사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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