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에는 과학이 있다 - 코야마 켄지 외 지음, 김나나 외 옮김/홍익출판사 |
각종 조리법을 과학적 근거로 설명하는 요리 과학 교양서. 크게는 조리, 음식 재료, 간, 물의 4 챕터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 챕터별로 상세하게 항목을 다룹니다. 예를 들어 조리의 경우는 튀김과 볶음, 찜 등 모두 6개의 소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 식이죠. 300여 페이지의 분량을 챕터별로 낭비없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그동안 별 생각없이 행했던 조리법들이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게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스크림 튀김은 아이스크림을 얇은 카스텔라나 스펀지 케이크로 감싸서 만든다고 합니다. 기포가 많아서 열이 아이스크림까지 전달되지 않는다네요.
볶음 요리 중 간을 맞출 수도 있지만 볶은 재료는 기름 막에 둘러 싸여 있어서 간을 제대로 맞추려면 재료에 밑간을 해 놓는게 좋답니다.
과학적인 맛있는 볶음밥을 만드는 방법도 설명됩니다. 계란의 단백질은 열이 가해져 익을 때 기름과 수분을 감싸므로 풀어놓은 계란은 맨 처음에 넣어야 합니다. 볶음밥에 수분은 적이므로 계란은 처음에 볶아 단단하게 만드는거죠. 계란이 반숙이 되면 밥을 넣습니다. 계란은 기름을 흡수하기 시작하지만 아직 완전히 익지 않아서 계란의 기름이 밥에 달라붙게 됩니다. 이로써 밥이 뜨거운 기름에 코팅되어 고슬고슬한 볶음밥이 완성됩니다. 계란이 다 익은 후 넣으면 기름이 이동하지 않으므로 재빨리 해야 합니다. 밥을 잘 풀어 계란과 섞은 뒤 고기와 채소를 넣고 마지막에 간을 맞추면 완성입니다. 양념은 볶는 도중에 넣으면 소금에 의해 수분이 빠져나가 축축해지므로 금물입니다. 채소도 수분이 적은 당근이나 피망, 고기도 구운 돼지고기나 햄이 좋다는군요. 건더기가 많은 볶음밥을 먹으려면 따로 볶은 뒤 계란 볶음밥과 섞는 것과 방법이랍니다.
조릴 때 양념을 넣는 순서도 있다는군요. 소금은 설탕보다 분자량이 작아 그만큼 식품에 침투되기 쉬우므로 설탕을 먼저 넣고 소금을 넣으면 소금 맛이 나지만, 반대의 경우는 설탕의 분자량이 커 좀처럼 침투되지 않는다네요. 소금을 먼저 넣으면 재료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조직이 단단해져 다른 양념이 맛을 내기도 어렵고요. 하지만 설탕을 먼저 넣더라도 양 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설탕은 물에 대한 친화성이 크서 수분을 꼭 끼고 놔주지 않아 다른 양념 침투를 방해할 수 있거든요. 이래저래 어려운게 조림 요리인 듯 싶습니다.
찜의 비결은 찜기 안에 수증기가 가득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료를 넣는 겁니다. 수증기와 달리 공기는 열의 전도율이 높지 않아서 미리 찜기 속에서 공기를 몰아내지 않으면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지 않습니다. 온도가 낮을 때 재료를 넣으면 재료가 차가운 재료 표면에 수증기가 물방을로 맺혀 물을 뒤집어 쓴 것 처럼 축축해지고요. 그리고 구멍이 송송 뚤리지 않는 계란찜의 비결은 온도입니다. 계란 단백질은 60~70도에서 응고되기 때문입니다. 100도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계란 단백질은 급격하게 응고되는데 수분은 수증기가 되려 해서 응고되어 가는 계란 속에 기포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발표된 책이라 전자레인지의 활용도를 다양하게 선보이는게 독특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천천히 가열'같은 기능이 대표적이죠. 어차피 전자레인지 조리는 잘 하지 않지만 채소나 과일 등 데우고 싶지 않은걸 알루미늄 은박지에 포장하고 도시락을 데우는 아이디어는 눈길이 가네요. 마이크로파는 알루미늄을 통과하지 못하니까요.
재료 쪽에서도 몰랐던 내용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연어는 붉은살 생선인줄 알았는데 실은 흰살 생선 쪽이라고 합니다. 살색은 먹이인 새우와 개의 적색색소로부터 물든 것이라는군요. 같은 이치로 연어에 흰살 생선을 먹이면 살이 하얗게 된다고 합니다.
또 밥을 가장 맛있게 보관하는 방법은 냉동 -> 냉장 -> 보온의 순서라고 합니다. 보온 밥통의 보온 기능은 실은 별 쓸모 없는 기능이네요. 차라리 "급속 냉동"이나"냉장" 으로 기능을 바꾸면 더 잘 팔릴지도 모르겠어요. 특허라도 내 볼까요?
이런 내용 외에도 요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도움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문제라면 너무 과학적이라 읽기에 지루하고 쉽게 지친다는 점, 그리고 번역에 오류와 오타가 많다는 점입니다. 조리법과 재료로 책을 나누더라도 조금 더 넉넉하고 실제 사례 중심의 재미있는 내용을 추가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고요, 조금 더 철저한 교정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 2.5점은 충분하죠. 제가 읽은 구판은 절판되었고 개정판이 나왔던데 개정판은 저의 바램이 조금이나마 반영되었기를 기대해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