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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5

디자인북 - 개러스 윌리엄스 외 53인 / 이혜선 : 별점 3점

디자인북 - 6점
개러스 윌리엄스 외 53인 지음, 이혜선 옮김/마로니에북스

그간 격조했습니다. 업무가 변경되고 출장도 가고, 여러가지 개인 사정이 겹쳐 통 책 읽을 시간이 나지 않네요. 올 한해는 계속 이럴 것 같은데 그래도 어떻게든 읽은 책은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디자인 북>>입니다. '세상을 바꾼 제품 디자인 500' 이라는 부제 그대로 500개의 제품 디자인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한 페이지에 한 제품 씩, 제품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도판과 짤막한 설명이 곁들여진 구성입니다. 특징이라면 '제품 디자인' 이라는 부제에 걸맞지 않게 일상 생활 속 소품이 많다는 점입니다. 각종 커틀러리나 주전자와 같은 주방 용품, 의자와 조명 기기가 대부분이거든요. 물론 이들도 제품 디자인이긴 하죠. 허나 통념적으로 제품 디자인 하면 쉽게 떠올릴만한 공업 제품이나 디지털 제품, 자동차 등은 거의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롤렉스 오이스터 등 손목 시계가 몇 개 소개되는게 특이했어요. 

그렇지만 이런 점은 딱히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수록된 제품들 대부분 충분히 세상을 바꾼 제품 디자인으로 선정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들이긴 하고요. 9091 주전자의 디자이너 리처드 새퍼의 "사람들에게 약간의 기쁨과 재미를 주는 것' 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좋은 내용도 많아요.
또 이러한 소품 (?) 소개가 많아서 생긴 장점도 있습니다. 소개된 몇몇 제품은 저도 충분히 구입할 만 하다는 점이죠. 게데스 연필깍이, 라미 2000 만년필, 맥 라이트 같은 것들이 그러합니다. 포르셰 911, 아니 이런 류의 책에 흔하게 소개되는 디자이너 체어만 해도 구입이 불가능하겠지만 말이죠. 저도 세상을 바꾼 디자인 제품 중 몇 개를 소유할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마음에 드네요.
디자인보다는 기술적 혁신에 가까운 지퍼, 당겨따는 캔 뚜껑, 스페이스 펜라던가, 마티니 잔이나 제리캔 같이 디자이너도 모르는 제품이 수록될 정도로 다루는 범위도 넓은 것도 장점입니다. 특히 제리캔이 전쟁을 통한 혁신의 완벽한 사례로 독일군이 생포되게 되면 연료통을 파괴할 정도였다는 내용은 인상적이었어요. 그냥 보기만 하면 복제할 수 있어 보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우선 500개의 작품들이 특별한 분류 없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대 순이기는 한데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아요. 차라리 의자면 의자, 조명이면 조명 하는 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수록하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카테고리를 명확히 알 수 있는 페이지 디자인도 필요했고요. 지금은 목차도 없어서 특정 제품을 찾거나 해당 제품군의 연대별 흐름을 확인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또 이런 류의 책에서 많이 보아왔던 제품이 또 수록된건 어쩔 수 없다 쳐도, 어떤 제품은 과연 여기 수록될 만한 제품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아니면 단순히 재미삼아서라도 한 번 알아볼 만한 수준으로는 충분합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즐거운, 어른을 위한 그림책 느낌도 나고요. 분량과 풀 컬러 구성을 고려하면 가격도 이해할 만 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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