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어 사전 - 리스 에미 지음, 황세정 옮김, 세노오 유키코 감수/웅진지식하우스 |
앞 부분의 맥주의 역사를 간략히 만화로 그린 부분에 꽂혀서 구입했는데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목 그대로 사전입니다. 맥주에 관련된 용어들과 간략한 설명이 200여 페이지되는 분량에 빼곡히 수록되어 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맥주 재료, 양조법이나 양조장에 대한 정보 외에도 이런저런 새로운 정보가 많습니다. 맥주를 맛있게 따르는 비법이라는 '세 번 따르기' 같은 내용처럼 말이죠. 첫번째로는 맥주병을 높이 들고 천천히, 그 다음에 세게 따라 거품을 만듭니다. 두번째로는 거품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맥주와 거품이 1:1이 되면 병을 잔의 가장자리로 가져가 천천히 따릅니다. 거품이 잔보다 1cm 정도 높게 올라올 때 까지요. 마지막으로는 거품이 잔보다 1.5~2cm 높아질 때 까지 맥주를 조심스럽게 부으면 된답니다.
그런데 마녀가 에일을 만들어서 팔던 에일 와이프에서 비롯되었다는 소개는 조금 뜻밖이었어요. 마녀 하면 떠오르는 뾰족한 모자, 고양이, 끓는 냄비, 빗자루 모두가 에일 와이프를 상징하는 것으로 모자를 빼면 고양이는 맥아를 노리는 쥐를 쫓기 위해, 끓는 냄비는 맥아죽을 끓이는 용도, 빗자루는 청소 및 에일 와이프를 알리는 소품이었다는 소개는 상당히 그럴싸하게 들렸습니다. 한 번 조사해 보고 싶어지네요. 그 외에도 레시피도 몇 개 소개되어 있습니다. 글루비어를 만드는 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맥주에 관련된 인물들도 여럿 소개되는데 독일의 대문호 괴테에 대한 소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끼 식사보다도 슈바르츠비어 (독일식 검은 맥주)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라는군요.
좀 지루해질 만 하면 등장하는 저자의 짤막한 에세이나 이런저런 토막정보들도 재미를 더해줍니다. 맥주와 잘 어울리는 막과자 (다카시)에 대한 소개 등이 그러합니다. 살라미 계열은 바이젠, 고추냉이 맛은 브라운 에일 등의 조합인데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일러스트도 아주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아사오 하루밍 스타일인데 단순하면서도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색의 활용도 단순하지만 대담해서 아주 마음에 듭니다. 이런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단순한 사전이 아닌 '그림 도감'을 읽는 기분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어른을 위한 동화책같은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단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 시장을 위해 쓰여진 책이라 주요 지역 정보는 일본에 대부분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에요. 아무리 정성껏 일본의 크래프트 비어와 양조장을 소개해 준다 한 들 그림의 떡이니까요. 국내 정보는 한 장 짜리 국내 양조장 지도 정도 외에는 기억나는게 별로 없습니다.
또 '기린 맥주'를 즐겼다는 로산진도 소개되는게 마땅했을텐데 왜 소개되지 않았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맥주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아인쉬타인을 소개하느니 로산진을 소개하는게 나았을 겁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언젠가 일본에 가게 되면 소개된 맥주를 좀 구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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