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샴 쌍둥이 미스터리 - ![]() |
휴가 중 퀸 부자는 산불에 습격했다. 탈주 끝에 산 정상에 있는, 저명한 외과의사 사비에르 박사의 저택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박사의 저택에 머무르던 가족과 손님들은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다음 날, 사비에르 박사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유일한 단서는 피해자 손에 남겨져 있던 찢겨진 카드 조각 뿐이었다. 퀸 경감은 사비에르 박사의 부인 새러가 범인이라고 추리했지만, 엘러리는 고심 끝에 카드는 조작된 증거이며, 조작한 건 사비에르 박사의 동생 마크였다는 걸 밝혀냈다. 그러나 도주하다가 퀸 경감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마크마저도 결국 살해당했고, 현장에는 또 다른 카드 조각이 남겨져 있었다....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2012년 시공사의 엘러리 퀸 컬렉션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작품입니다. 국명 시리즈는 더 이상 읽지 않기로 결심했었지만, 주말에 도무지 읽을 책이 없어서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나마도 없던 기대 수준에도 전혀 미치지 못한 졸작이었습니다. 억지스러운 설정들, 도무지 설득력 없는 범행, 어처구니없는 진상이 결합된 환장의 작품이었으니까요.
이 중 억지스러운 설정이 가장 거슬렸습니다. 휴가 중 산불을 만나 산 정상 저택으로 도피했던 퀸 부자가 그곳에서 유명한 외과의사 사비에르 박사 가족과 손님을 만나게 되는 도입부부터 억지스러웠어요. 급작스러운 산불도 그렇지만, 유명한 외과의사가 은퇴 후에 첩첩산중 꼭대기에 기묘한 저택을 지어서 은신한다는 건 대관절 무슨 설정일까요... 물론 사비에르 박사가 샴 쌍둥이 동물들의 분리 실험을 했다는 설명과 작중 묘사를 통해 "닥터 모로의 섬"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느낌을 전해주려고는 합니다. 정통 본격물은 어느 정도, 아니 꽤 많이 허구와 상상이 결합되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 해야죠.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근거지를 찾은 퀸 부자가 악을 물리친다는 아동용 모험물이었다면 모를까, 정통 본격물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설정이었습니다. 이 정도 설정을 부여할거라면 사비에르 박사가 괴물이라도 하나 만들어 놓았어야 하는데, 나오자마자 죽어버린다는 것도 황당했습니다.
산을 덮친 산불로 등장인물들이 모두 저택에 갇혀서 죽을 고비를 넘기는 과정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완벽한 클로즈드 서클 상황이기는 한데, 이 정도 첩첩산중 저택이라면 구태여 이런 억지를 덧붙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지금의 결과물은 화재로 갇힌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재난물로서의 가치가 더 높습니다. 엘러리 퀸의 절대적인 팬이 아니시라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똑같이 샴 쌍둥이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는 에도가와 란포의 "외딴섬 악마"가 있는데, 이 작품과 비교하면 노벨 문학상 수상작 급입니다. 차라리 란포의 작품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살짝 등장하는 샴 쌍둥이 중 한 명이 범인일 때 어떻게 형벌을 내릴 수 있을까?에 대한 딜레마가 더 재미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로 끌고 나가는 게 더 나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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