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너머 - 게슈탈텐 지음/윌북 |
얼마 전 까지 기아차의 디자인을 이끌었던 피터 슈라이어 전기. 출생 후 뮌헨과 런던에서 보낸 대학 시절,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의 활약을 거쳐 기아에서의 경력이 화려한 도판과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의 디자인이 어디서 태동되었는지를 잘 알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비행기와 속도에 대한 관심, 유년 시절 환경 등을 보면 자동차 디자이너로 타고 난 사람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디자인 철학과 방법론도 상세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엿볼 수 있었고요. 특히 엔지니어들과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UX 디자이너로서 많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만한 볼륨으로 전기가 나올만한 디자이너인지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논조는 그렇지 않을 수 있어도, 결국 내용은 '피터 슈라이어는 대단한 아티스트이다!'라는게 전부인데, 책은 이를 독자들에게 설득시키고 공감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결과물로 보이지 않거든요. 아무리 디자인이 호불호가 갈린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물론 그가 디자인했던 아우디 TT는 의심할 바 없는, 자동차 디자인의 한 획을 그은 디자인인건 분명합니다. 폭스바겐의 뉴비틀도 처음 나왔을 때는 놀라움을 안겨다 주었었고요. 기아의 자동차들에 이른바 '호랑이 코 그릴'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도입하여 차량간 일체화를 준 것 역시 대단한 공로입니다. K5, 쏘울, 3세대 스포티지 등의 디자인도 성공적이었다 생각됩니다. 그러나 책에 수록된 작업들, 특히 기아에서의 결과물들을 모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메기'라는 별명이 더 익숙했던 4세대 스포티지라던가, 레이는 개인적으로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010년대 이후 컨셉트 카들도 그리 디자인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고 보기는 힘드니까요. 팝 컨셉트, 네모, 이매진 바이 기아 등이 그러합니다. 특별히 실패했던 경험이라던가, 겸손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것도 감점 요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책의 만듬새는 나쁘지 않고, 인쇄의 퀄리티도 빼어나며 도판 역시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담고있는 내용이 책의 가격과 완성도에 어울리냐 하면 그렇다고 보기는 힘드네요. 자동차 디자인을 꿈꾸는 학생분이 아니시라면 딱히 권해드리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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