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 -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
<<아래 리뷰에는 이야기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문구회사 영업사원이자 공처가면서 한 아이의 아빠인 미야케는 사실 '풍뎅이'라는 별명의 유명 킬러였다. 그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일에 지친데다가,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겼던 마쓰다와 나노무라와도 거리가 멀어진 탓에 은퇴를 결심했다. 그러나 문제는 관리자인 '의사'였다. 의사가 가족에게 보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풍뎅이는 보복을 막으려고 여러가지 준비를 했지만, 결국 선수를 친 의사에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10년 후, 풍뎅이의 아들 가쓰미는 우연히 아버지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걸 눈치채게 되었다. 몇 안 되는 단서를 더듬어 아버지 소유의 맨션을 찾아내지만 '의사'와 엮여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이사카 코타로 장편소설. 킬러들이 나오는 무언가 시리즈의 후속작이라는군요. 전작은 읽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특징이라면 킬러물과 일상계라는 두 장르를 오가고 있는데, 일상계 비중이 훨씬 높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그야말로 '일상' 이야기 쪽으로요. 킬러물과 일상성을 결합한 작품으로는 <<살인해드립니다>>가 있기는 한데, 이 작품은 아예 킬러 업무와 상관이 전혀 없는, 풍뎅이의 아내와 가족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킬러가 타겟을 죽이고 해치는 이야기보다요.
특히 '풍뎅이'가 어떻게 하면 아내와 트러블이 없을지 항상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킬러 업무보다 오히려 아내의 대화에서 훨씬 큰 긴장감이 느껴지게끔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풍뎅이'가 아내와의 대화를 계속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여러 권의 노트에 대화를 기록하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스러울 정도였고요.
저 역시 따라하고 싶은 노하우도 가득해요. "결점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개선을 약속한다. 그것이 가장 원만하게 해결하는 지름길이었다." 처럼 말이지요. “저는 19 년의 결혼 생활을 통해 배웠습니다 . 아내의 말에는 어쨌거나 힘들겠다는 말이 최고라는 걸요 . 불평은 물론이고 의문형의 말에 대해서도 ‘힘들겠는걸’ 하고 말하는 게 아내를 가장 잘 위로하는 방법이죠."라는, 풍뎅이가 처음 만난 마찬가지로 공처가인 친구 마쓰다의 말도 심금을 울립니다. 밤에 아내를 깨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야식은 어육 소시지라는 등의 디테일들도 빛납니다.
단순히 가정 문제 뿐 아니라 '공정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성품 등 풍뎅이라는 인간에 대한 세밀하면서도 깊이있는 묘사는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생길 정도로 잘 그려내고 있거든요. “대화의 내용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요 . 인사를 하고 뭔가 말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중요하죠 . 종교나 이데올로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스포츠 역시 사람에 따라서는 종교 같은 거니까 말이에요 . 아무래도 딱딱해질 가능성이 있잖아요 . 그런 점에서 날씨 이야기는 비교적 안전하죠.” 라는 말에서 잘 드러납니다. 때문에 기절한 상대를 죽이지 않고, 상대방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작위적인 설정도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친구가 없지만, 친구 같은 주변 인물들이 서서히 생겨나고, 가족에 대해 새삼 곱씹게 되면서 은퇴를 결심하고, 그로 인해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일종의 성장기스러운 맛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10년 후, 아들 가쓰미가 아버지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과정도 추리적으로 볼 만 했고요.
그러나 일상계스러운 모습의 강조로 인해 킬러로서의 전문성을 드러내는 부분이 너무 약해졌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의사'와의 대결부터 굉장히 시시했어요. 아무리 지인이라 하더라도 나노무라 앞에서 헛되이 자살을 택한다는 것도 그렇고, 확실치도 않은 의사의 단독 행동을 노리고 함정을 파는 계획도 그렇게 잘 짜여졌다고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간단한 석궁 발사 장치가 10년이나 아무 탈 없이 맨션에 잘 설치되어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문을 연 의사를 쏘아 죽인다는건 설득력이 낮았고요. 또 석궁 장치 설정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아서, 아들 가쓰미가 문을 먼저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주지 못한건 실수였다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단점도 있지만 독특한 재미만큼은 확실했습니다.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네요.
덧붙이자면 킬러의 지극히 평밤한 일상을 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너무 사람을 잘 죽이고, 인간다움이 없는 탓에 보스가 억지로 1년간 사람을 죽이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도록 시킨 <<더 페이블>>의 사토 아키라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가끔 일상 속에서 킬러의 기술을 드러내는 모습도 비슷했으니까요. 물론 풍뎅이는 일상 생활 자체를 아예 모르던 사토 아키라와는 다르게 평범한 영업사원이기도 해서 일상 생활에 능숙하다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에필로그(?) 같은 걸 보면 풍뎅이도 원래는 사토 아키라와 같이 사회 생활을 시작했나본데, 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차별화되어서 훨씬 좋았습니다. 풍뎅이의 사회 생활 적응기는 분명 <<더 페이블>> 스러울터이니....
단순히 가정 문제 뿐 아니라 '공정함'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성품 등 풍뎅이라는 인간에 대한 세밀하면서도 깊이있는 묘사는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생길 정도로 잘 그려내고 있거든요. “대화의 내용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요 . 인사를 하고 뭔가 말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중요하죠 . 종교나 이데올로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스포츠 역시 사람에 따라서는 종교 같은 거니까 말이에요 . 아무래도 딱딱해질 가능성이 있잖아요 . 그런 점에서 날씨 이야기는 비교적 안전하죠.” 라는 말에서 잘 드러납니다. 때문에 기절한 상대를 죽이지 않고, 상대방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작위적인 설정도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친구가 없지만, 친구 같은 주변 인물들이 서서히 생겨나고, 가족에 대해 새삼 곱씹게 되면서 은퇴를 결심하고, 그로 인해 닥칠 수 있는 위험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일종의 성장기스러운 맛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10년 후, 아들 가쓰미가 아버지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과정도 추리적으로 볼 만 했고요.
그러나 일상계스러운 모습의 강조로 인해 킬러로서의 전문성을 드러내는 부분이 너무 약해졌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의사'와의 대결부터 굉장히 시시했어요. 아무리 지인이라 하더라도 나노무라 앞에서 헛되이 자살을 택한다는 것도 그렇고, 확실치도 않은 의사의 단독 행동을 노리고 함정을 파는 계획도 그렇게 잘 짜여졌다고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간단한 석궁 발사 장치가 10년이나 아무 탈 없이 맨션에 잘 설치되어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문을 연 의사를 쏘아 죽인다는건 설득력이 낮았고요. 또 석궁 장치 설정에 대한 힌트를 주지 않아서, 아들 가쓰미가 문을 먼저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주지 못한건 실수였다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단점도 있지만 독특한 재미만큼은 확실했습니다.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네요.
덧붙이자면 킬러의 지극히 평밤한 일상을 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너무 사람을 잘 죽이고, 인간다움이 없는 탓에 보스가 억지로 1년간 사람을 죽이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도록 시킨 <<더 페이블>>의 사토 아키라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가끔 일상 속에서 킬러의 기술을 드러내는 모습도 비슷했으니까요. 물론 풍뎅이는 일상 생활 자체를 아예 모르던 사토 아키라와는 다르게 평범한 영업사원이기도 해서 일상 생활에 능숙하다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에필로그(?) 같은 걸 보면 풍뎅이도 원래는 사토 아키라와 같이 사회 생활을 시작했나본데, 저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차별화되어서 훨씬 좋았습니다. 풍뎅이의 사회 생활 적응기는 분명 <<더 페이블>> 스러울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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