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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6

룸 - 엠마 도노휴 / 유소영 : 별점 1.5점

 - 4점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arte(아르테)

다섯 살 잭은 엄마와 함께 방 한 칸 짜리 별채 집에 감금된채 살아왔다. 엄마를 납치한 올드 닉은 매주 생필품을 가지고 모자를 찾아와 엄마를 농락하고 돌아가곤 했다. 그러던 중 올드 닉의 실직으로 위기 의식을 강하게 느낀 엄마는 잭이 죽은 것 처럼 올드 닉을 속여서 탈출시키고, 도움을 요청하게 만드는 '몽테크리스토 작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잭은 탈출에 성공하는데....

실화를 각색한 범죄 휴먼 드라마로 2015년 발표되어 주목받았었던 동명의 영화 원작 소설입니다. 영화 쪽이 훨씬 유명한 것 같네요. 직접적 피해자인 여성이 아니라 그 아들 잭이 화자이자 주인공인게 특징입니다.

전반부는 방 한 칸 집에 감금당한 상태로 나날을 보내는 엄마와 그 결과로 태어난 아이 잭의 생활을 그리고 있습니다. 모자가 가로세로 3.5미터에 불과한 공간에서 갇혀 지내는 동안 범인 올드 닉이 1주일마다 한 번씩 찾아와 엄마를 덮치고, 그 때마다 그가 가지고 오는 생필품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비참한 생활 묘사는 정말로 굉장했습니다. 엄마는 극심한 치통에도 병원에 가지 못해 결국 이빨이 빠지고, 잭은 바깥 세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TV와 현실의 차이도 인지하지 못하는 등의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어떻게든 잭에게 운동과 교육을 시키며 최소한의 상식과 교양을 갖추게 하려는 엄마의 노력도 잘 보여주고 있고요.
또 이 와중에 모자 간의 애정, 어린 잭의 순진한 시선이 곳곳에 드러나는데, 비참한 현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동화같은 느낌을 전해주는게 독특했습니다. 자기가 피해자인줄 모르고, 자기가 감금되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요정의 시선이랄까요?

이어지는 짤막한 중반부는 일종의 모험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직했다는 올드 닉의 말을 듣고, 집이 은행에 넘어가면 자기들이 죽을거라 확신했던 엄마의 탈출 계획이 중심이거든요. 이른바 '몽테크리스토 작전' 으로 올드 닉이 아이가 죽었다고 믿게 만든 후, 트럭에 싣고 매장하러갈 때 탈출하는 계획이었지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 잭이 탈출하는데 성공함으로서 결국 모자는 구조되게 됩니다. 잭의 시점에서 묘사하고 있는 덕분에 훨씬 긴장감있는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어른이라면 쉽게 성공했겠지만, 잭은 세상물정이라고는 아무 것도 모르고 바깥 세상을 처음 접해 보았기에 실패할 뻔 하니까요. 치밀한 계획 끝에 성공하는 탈주극은 아니지만, 충분히 설득력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후반부는 제대로 된 교육과 돌봄을 받지 못하고, 태어나서부터 집 안에 갇혀 자란 잭의 사회 적응기로 일종의 성장기였고요.

그런데 실존했던 범죄를 다룬 픽션이라기에 범죄 스릴러물을 기대했었는데, 그런 요소를 찾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범죄 자체보다는 범죄의 결과를 그린 이야기니 당연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후반부는 영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이런 특수한 환경에 놓였을 아이의 심리를 유추하여 글을 쓴 상상력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너무 길었어요.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내용도 뻔해서 지루하기만 했고요.
이 기나긴 잭의 성장기는 범죄와 천진한 아이를 대비시키고, 극적인 요소를 강화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차라리 아이러니 그 자체인 잭의 존재를 강조하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잭은 엄마가 감금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선물이지만, 아빠는 엄마를 감금한 잔인무도한 범죄자 올드 닉이니까요. 굉장히 고민해 볼 만한 주제인데 이 작품에서는 너무 짧게 언급되어서 아쉬웠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큰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대했던 쟝르물도 아니라서 딱히 점수를 줄 부분이 없군요. 별로 권해드릴 책은 아니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에버노트의 문제로 두 번 날려먹었던 리뷰입니다. 세 번째도 날려먹을 뻔 했네요. 더 길게 적기도 힘들기에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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