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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소년탐정 김전일 Season2 9, 10 : 별점 1.5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9 - 2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0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이제는 정말이지 관성으로 보는 김전일 시리즈 Season2 9~10권입니다. 중편 길이의 "켄모치 경부의 살인"과 중학생 김전일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2편 - "다이빙 수영장의 악몽", "캠핑장의 괴사건" - 이 실려있습니다.

이 중 마지막 작품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망작에 가깝습니다. 정통 본격 추리 만화에서 일상계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것부터가 이 책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만드네요. 정통 본격물로 공정한 트릭과 독자와의 두뇌싸움, 그리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9권은 별점 1점, 그래도 장점이 조금 더 많은 10권은 별점 2점입니다. 

좋은 기억은 사라진지 오래되었건만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쌈지돈을 털어가는 기둥서방같은 느낌인데, 이럴거라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켄모치 경부의 살인" 

3년 전 여고생 사체 유기 사건의 소년범 3명이 차례로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켄모치 경부가 지목되었다. 켄모치 경부는 마지막 소년범 부스지마의 살해 현장이었던 완벽한 밀실 안에서 체포되고 마는데...

과거의 사건에서 비롯된 현재의 연쇄 살인, 가슴 아픈 진상이라는 김전일의 뻔하디 뻔한 테마가 재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까지 발전과 변화없이 시리즈가 이어진다는게 놀라울 뿐입니다. 힘없는 일반인에게 '지옥의 광대' 타카토 요이치가 지혜를 빌려준다는 범죄 코디네이팅 설정까지 그대로고요. 

아무리 지혜를 빌려줬다손 치더라도, 일반인으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범인이 현역 경관을 납치하여 혼수 상태로 구금한 뒤 총을 빼앗는다던가, 원격 조종 폭탄을 만드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도 황당합니다. 범인이 마지막에 죽을 각오였다면 그냥 2명을 총이나 칼로 죽여버리면 됐을텐데, 왜 이렇게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설명도 전무하고요. 그나마 좀 짧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길기는 또 왜 이렇게 긴 걸까요... 

딱 한 가지, '바움쿠헨'에서 실마리를 잡는 마지막 부스지마 사건의 트릭 하나만큼은 건질만했습니다. 이 트릭 덕분에 별점은 1.5점입니다.

"다이빙 수영장의 악몽" 

중학생 김전일이 등장하는 일종의 외전입니다. 중학생 김전일이 우연히 목격한 사건 - 다이빙하다가 착수 실패의 충격으로 사망한 미츠요 사건 - 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름만 중학생일 뿐 고교생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왜 중학생이라고 이야기를 꾸몄는지 알 수가 없네요. 차라리 긴다이치 후미를 등장시키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트릭 역시 평범한 학생이 꾸미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거대한 장치 트릭이라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짧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캠핑장의 괴사건" 

중학생 김전일이 친구들과 간 캠핑장에서 미유키의 시계와 팬티를 훔쳐간 범인을 찾아낸다는 지극히 일상계스럽고 유머스러운 작품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수록작 중에서는 제일 괜찮습니다. 충분히 있음직한 사건에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트릭, 그리고 마지막 팬티의 은닉 장소도 만화의 내용과 잘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4/06/16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3 - 게임관 살인사건 : 별점 1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3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유원지에 놀러간 김전일과 미유키는 일행과 떨어져 지나가던 버스를 잡아탔다. 그러나 버스는 통째로 납치당했고, 승객들은 기이한 생존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상하게 만화만 읽게 되네요. 여러모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튼 간만에 읽은 김전일 시리즈입니다. 발표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제 기준으로는 가장 최신작이죠.

특징이라면 특정한 일련의 사람들을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펼치는 일종의 '게임'을 다루는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를 김전일 시리즈에 결합시켰다는 점입니다. 한창 유행했던 장르로 "큐브", "극한추리 콜로세움", "인사이트 밀", "크림슨의 미궁", "페르마의 밀실", "24시간 7일", "쏘우 1", "다우트", "누가 울새를 죽였나", "라이어 게임", "살해하는 운명카드", "다크 존" 등 관련 콘텐츠도 엄청나게 많은데, 김전일 시리즈답게 게임보다는 추리물적인 접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은 실패였습니다. 범인이 너무나도 쉽게 드러나는 탓입니다. 마지막 증언에서 버스가 어두워 일행을 못 찾았다는 것이 결정적이었어요. 일행인 딸이나 바텐더가 버스를 한 번도 훑어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될까요? 승객이 열 명도 안 되는데!

또 게임을 벌이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한 동기인 100억의 유산도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거액이기는 하지만 외딴 곳에 이 정도의 시설을 갖춰 놓고 살인 게임쇼를 벌일 정도의 재력과 노력이라면 딸에게 전해주기에 충분했을텐데, 뭐 하러 사람까지 죽이는지 모르겠거든요. 이보다는 사람을 고용해서 그냥 한 명씩 교통사고 같은 걸로 죽이는 게 훨씬 쉽고 싸게 먹혔을 겁니다.

그리고 게임을 벌이는 이유가 밝혀지다 보니, 내용도 어처구니 없어져 버립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 중 2명을 원하는 순서로 살해하기 위해서라면, 별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게임쇼를 벌이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요새같이 검시가 발달한 상황에서 목격자 증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요. 무엇보다도 바텐더와 딸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참여한 피해자들의 관계만 조사해도 동기가 손쉽게 들통날테니까요. 아니,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무기 마담 주변 인물의 조사만으로도 드러날 동기였기에 애초부터 게임쇼 자체가 불필요했던 행위였습니다.

그렇다면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 재미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첫 번째만 게임이고, 두 번째의 고리 풀기, 세 번째의 컵라면과 마지막의 에티켓은 게임이라 부를 수도 없으니까요. 또 에티켓에서의 와인 라벨은 와인에 취미가 없어도 알 수 있는 정보인데 너무 1차원적으로 접근한 듯 합니다. 첫 번째를 제외한 모든 게임에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고요.

물론 아주 건질 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트릭과 잘 결합된 첫 번째의 네 자리 숫자 맞추기 게임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두 번째 컵라면 이야기에서 컵라면 밑바닥에 열쇠가 없는 상황을 추리에 접목시킨 것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첫 번째 게임의 경우 재미있는 추리일 뿐 '증명할 수 없다'는 큰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이 정도 장점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와 재미는 기대 이하였고, 추리적으로도 별로이며 마지막 결말까지 용서하기 힘들 정도로 억지스러워서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군요. 별점은 1점입니다.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물의 재미가 어디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김전일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다시금 확신시켜준 망작입니다. 돈 주고 사지 않은 게 다행일 뿐입니다.

2007/02/25

소년탐정 김전일 - 고쿠몬 학원 살인사건 (상 / 하)

소년탐정 김전일 2부 4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추리 만화 붐의 일등 공신인 김전일의 2부 두번째 이야기도 드디어 완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갈수록 밀도가 낮아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답습할 뿐인 수준 이하의 작품이라 이 시리즈가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심마저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팬으로서 무척 안타깝네요.
일단 이번 이야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트릭입니다. 과거 있었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에서 트릭과 아이디어를 뽑아다가 쓴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로 새로운 점을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핵심 트릭은 전에 제가 포스팅했던 "극한추리 콜로세움"과 동일할 뿐더러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장치들은 과거 김전일 이야기에서 많이 등장했던 여러가지를 짜깁기 한 것이었거든요. 게다가 김전일의 라이벌인 "지옥의 광대"가 살인 계획을 잡고 실행만 범인들에게 맡긴다는 탐정학원 Q의 살인 코디네이터 설정을 도입한 이야기 구조는 완전한 미스로 보여요. 이럴 바에야 스핀 오프 격으로 탐정학원 Q의 켈베로스가 등장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이야기는 왜 이렇게 긴건지....
사토 후미야의 그림체도 지금의 샤프한 캐릭터보다는 예전의 통통하고 굵은 느낌의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듭니다. 만화적으로는 더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생각되네요.

다음 권이 나올지 안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의무감으로 봐 주기에도 너무 지루해져 버렸습니다. 다음 권에서 뭔가 회심의 역작이 나와주지 않으면 제 마음속에서는 이젠 접어야 하는 시리즈로 전락해 버릴 듯 하네요.

2008/12/23

소년탐정 김전일 2부 7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1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7 - 2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김전일 2부 최신권입니다. 부제목에 적힌대로 "혈류실 살인사건"과 "후도고교 축제 살인사건" 이라는 두개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혈류실 살인사건"은 후도고교가 매년 실시해온 바둑부 합숙 대결에 부원 부족으로 억지로 참가한 김전일, 그리고 인솔교사 대리로 참가한 겐모치 경감 앞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후도고교 축제 살인사건"은 제목 그대로 축제기간 중 사진부 메이트 카페 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고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서는 너무나도 재미없고 단순한 이야기였습니다. 혈류실 살인사건의 경우 목을 벤다는 등의 작위적인 알리바이 트릭이야 그렇다쳐도 다이잉메시지를 남긴 방식이나 동기도 설명하기 어려운 등 문제점이 산적해 있지만 무엇보다도 "동기"가 뚜렷한 인물이 한명 있다는 점에서 구태여 김전일이 나설 필요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현역 경시청 경감과 명탐정의 손자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르다니... 이건 범죄 계획을 넘어서서 살인 그 자체에 집착하는 싸이코패스 수준아닌가요?

후도고교 축제 살인사건의 경우도 동기에 관련해서 경찰 조사만 병행되었더라면 어차피 밝혀졌을 범행이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트릭인 "커피잔 따뜻하게 만들기" 가 지나칠 정도로, 정말 황당할 정도로 어이가 없는 트릭이어서 기가 막힐 정도였습니다. 과학적으로 포장하긴 했는데 너무 변수가 많은 트릭으로 생각되거든요. 그나저나 이놈의 고등학교는 왜 아직도 폐교를 안하는거야?

어쨌건, 결론을 말하자면 아마기 세이마루의 능력도 여기까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까지 나오고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젠 제발 그만 나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더욱 간절하네요.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건만.... 때문에 별점은 1점입니다. "김전일"의 제목을 달고 나와서 어처구니 없는 트릭으로 일관하는 추리만화에게는 절대로 좋은 점수를 주고싶지 않군요. 에잇 저주해 버릴테다.

2008/10/13

소년탐정 김전일 2부 설령전설 살인사건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2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6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자전거 여행때 도와준 거부의 산악인으로부터 1억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어 설산 산장으로 여행을 떠난 김전일과 미유키, 그리고 켄모치 반장은 아니나 다를까 고립된 산장에서 연쇄 살인 사건에 직면하게 되는데...

작년에 산거 같은데 포스팅이 1년이나 늦었네요. 늦었지만 다시 겨울이 다가오는 만큼 포스팅 해 봅니다^^ (사실은 깜빡했다가 어제 책을 다시 찾아서리...)

일단 이 작품은 추리적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밀실트릭에 있어서 참신함이 돋보였고 무엇보다도 "바꿔치기" 트릭이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었거든요. 단서도 공정하게 제공되는 편이기도 하고요. 독자의 맹점을 찌르는 날카로운 부분이 확실히 있긴 있습니다.

그러나 트릭 이외에는 이야기 전개는 빵점입니다. 애시당초 김전일이 왜 그 산장에 가야 했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없는데다가, 피해자 중 한명인 쌍동이가 2인 1역을 수행한 이유에 대해 설명이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이 2인 1역 트릭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또 간략한 줄거리에서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구닥다리 설정의 찬란한 향연입니다. 김전일 소년과 눈덮인 산장은 이미 "태롯 카드 산장"에서 써먹은 소재일 뿐더러, 이미 수많은 고전 클로즈드 써클 미스테리에서 지겹도록 등장한 설정입니다. 불가능한 밀실 살인사건 역시 수차례 반복된 아주아주 식상한 소재고요. 더군다나 과거의 범죄에서 비롯된 가슴아픈 사연까지! 이건 이미 전작에서 수도없이 반복되었던 스스로의 복제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야말로 "아니나 다를까"의 연속이죠.


때문에 추리만화로서의 완성도는 괜찮은 편이지만 과연 "만화"라는 것으로 재미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네요. 지루함 그 자체인 원사이드한 포맷을 버려서 무리하게 이야기를 늘리지 말고 단편 위주로 전개하는 것이 좋을텐데 너무 장편만 고집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미 나올만한 캐릭터와 배경 설정은 다 나온 만큼 짤막한 사건 위주의 단편 옴니버스 시리즈 물로 나아가면 훨씬 재미있을것 같거든요. 작품 말미에 수록된 간만의 하야미 레이카가 나오는 단편이 아주 괜찮기도 했고 말이죠.

이런저런 단점들 때문에 개인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사실 1점을 줘도 시원치 않지만 하야미 레이카 단편 덕분에 2점 줍니다. 새 작품은 아직 발간되지 않았는데 제 바램대로의 짤막한 옴니버스 단편집이기를 바랍니다.

2011/07/31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1~12 연금술 살인사건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0.5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2 - 2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이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권을 한 번에 읽었네요. 장편에 조금 못 미치는 길이의 "연금술 살인사건"과 단편 "고도 1만 미터의 살인"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먼저 "연금술 살인사건"을 소개하자면, 김전일이 주식 투자로 저축을 날려버린 겐모치 경부의 부탁을 받고, 거액의 금이 숨겨져 있다는 섬 '연금도'로 떠난 후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정말 해도 너무한 망작입니다. 하나의 통짜 금속으로 이루어진 문을 하룻밤 사이에 원하는 부분만 녹여서 돌파한 뒤, 나오면서 다시 완벽하게 메꾸어 밀실을 만든다는 트릭이라니... 벽을 뚫고 나간 후 다시 메워서 밀실을 만든다는 황당한 아이디어보다도 더 말이 안 되는 , 만화적 상상력에 불과한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융점이 낮은 금속이라 해도, 하룻밤 만에 이 모든 작업을 완벽하게 마무리한다는 건 범인이 용접의 신이라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게다가 범인을 옭아매는 단서인 제비뽑기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종이 한 장의 번호가 다르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 단서인지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처음에 카미오카가 "나는 후카모리 호타루의 팬이라 참여했다"고 말했던 만큼,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요.

또한 경찰이 신상만 조사해도 동기가 누구에게 있는지 뻔히 드러나는데, 이런 외딴섬에서 불편하게 살인을 저지를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인기 있을 만한 소재들—외딴섬의 저택, 보물찾기, 밀실 살인사건, 연쇄살인, 고정 캐릭터 출연 등—을 긁어모아 작위적인 모래성을 쌓은 것, 그것이 이 작품의 정체입니다. 모든 면에서 부실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어요. 별점은 0.5점입니다.

두 번째 작품 "고도 1만 미터의 살인"도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뻔한 전개도 문제지만, 그나마의 증거라는 것이 '냄새'라는 점도 황당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약 밀수를 파헤친 부하와 함께 비행하는 기장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지 궁금하기 짝이 없네요. 간만에 등장한 아케치 경시가 또다시 슈퍼맨 같은 능력을 선보이는 것 외에는 건질 것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역시 0.5점.

그래서 두 작품 합친 별점도 0.5점입니다. 이제는 정말 이 시리즈가 왜 계속되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몇 년 사이 계속된 망작들 출간에도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남겨준 이름값이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진 느낌입니다. 차라리 김전일이 죽어버려서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 늦었지만,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이 아닐까 싶네요. 어쨌든 저는 이제 더 이상 이 시리즈를 찾아볼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2006/07/15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 (전 18권) - 키타자키 타쿠 : 별점 2점

스피드 걸이라는 만화로 조금 알려진 키타자키 타쿠의 정통(?) 추리 만화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추리만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자면, 추리 만화는 그동안 많이 있었고, 특히 추리강국 일본에서야 데즈카 오사무가 초기부터 쟝르물을 시도했을 정도로 그 저변이 깊고 넓습니다. 하지만 요새와 같이 하나의 "쟝르"로서 정의되고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온건 아무래도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 (소년탐정 김전일)" 대박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어요. 이후에 나온 이른바 "시리즈" 작품만 해도 한두개가 아니며 그 중에서도 "긴다이치 하지메" 처럼 누구누구의 후손이 활약한다는 이야기만 해도 제가 본 것만 두, 세개는 넘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시리즈는 유행에 편승했을 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캐릭터나 추리적인 분위기만 유사하게 잡았을 뿐, 추리물의 기본 - 잘 짜여진 단서들, 정교한 트릭 등 - 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긴다이치 소년이 추리만화 쟝르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다른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이 인기에 있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쟝르가 활성화 되는데 공헌한 건 "명탐정 코난"입니다. 조금 낮은 연령 취향의 설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정교한 트릭을 선보이며 정통 추리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며 긴다이치 소년과 추리만화의 양대산맥을 이루었지요. 긴다이치와 코난의 성공과 "학원 추리물"이라는 쟝르물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으로 이후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정해진 공식을 잘 따라 추리와 트릭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쟝르로 인정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의 작품들로 준척급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작품은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나 "탐정학원 Q", "Q.E.D" 등이 있겠네요.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지금 소개할 이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도 이러한 "추리물"과 "시리즈물"이라는 정해진 공식에 충실합니다. 그 중에서도, 시리즈를 끌고가는 탐정 캐릭터의 독특함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3인조 아이돌 그룹 "TriColore"의 멤버인 시라세 아키라거든요. 여자라는 점과 아이돌이라는 신분이 타 추리물 탐정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죠. 

주인공의 라이벌로 "괴도 리스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 역시 공식에 충실한데 김전일의 괴도신사나 코난의 괴도 키드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거기에 시리즈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작품 전체를 꽤뚫는 악역인 - 김전일의 요이치나 코난의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에 대응하는 - 연쇄살인마 "산타클로스"의 존재마저도 공식대로입니다. 

또한 옴니버스 시리즈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TriColore"가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큰 기둥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서 단편물로서만이 아니라 긴 호흡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며, 그 외에도 고교생인 아키라의 학교 생활이나 청춘물 같은 사랑 이야기, 협력자 격인 경찰, 여러 다양한 친구들 등 친숙한 설정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고 다 좋은 추리만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러한 공식보다는 추리, 그리고 트릭이 추리만화라는 쟝르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이 만화는 유감스럽게도! 정통 추리물에 걸맞는 멋진 추리적 요소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동기나 배경 설명 등은 꽤 그럴싸하지만 본격적인 추리 부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맥이 빠질 정도로 어이가 없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과학적 트릭, 공간이동 트릭, 밀실 살인 트릭 등 거의 모든 추리적 트릭이 등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트릭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간단한 사건들의 소박한 트릭이 더욱 와 닿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작가가 굉장한 트릭을 구상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장면이 눈에 선하긴 한데 원체 트릭들이 한심한지라....

또 트릭이 별볼일 없는 데 비해 이야기가 너무 장황한 것은 작가 스스로도 그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겠지만 외려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시라세 아키라의 아버지가 고고학자라는 설정, 다른 멤버인 리나, 카나코의 가족 이야기들은 군더더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시라세 아키라가 학교에서는 정체(?)를 숨기고 히유가 아키라라는 본명으로 안경하나 끼고 다니면서 정체를 숨긴다는 슈퍼맨같은 변장 설정 역시 사족에 불과하고요. 그 외에도 후반부로 가면 그림쪽은 확실히 좋아지긴 하지만 전작에 비해 뭔가 무뎌진 듯한 뎃셍 등 그림에서의 문제도 눈에 많이 띄는 것, 노출이나 므흣(?)한 장면들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추리할 때에는 찬물을 머리에 끼얹고 추리하는 아이돌 시라세 아키라라는 존재만으로도 인기 시리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긴 했습니다. 추리물을 제외한 부분은 여러 인물들의 애정 관계나 인물 설정, 그리고 아이돌에 관한 여러 디테일 등으로 비록 뻔하지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주요 멤버인 카나코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는 것으로 하여 그룹의 멤버 체인지를 한다던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이 바뀐다던가 하는 디테일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러한 재미때문에 18여권에 이르는 꽤 긴 시리즈로 연재된 것 같지만 위에서 설명한 추리만화로서 가지고 있는 결정적 약점, 즉 트릭이 후지다!는 것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인기가 없는 것을 떠나 다른 어디서도 관련 글을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마이너 만화이지만 추리 매니아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얼마전 완결편까지 전권 구입에 성공한 기념으로 리뷰를 남깁니다. 차라리 절판된다면 책의 가치가 본의 아니게 올라갈지도 모르겠군요.

2005/11/11

추리 매니아가 본 소년탐정 김전일

akachan님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저도 적어봅니다.

이 글에서 김전일에 대한 가치는 akachan님이 잘 설명해 주셨는데 과연 추리적으로는 어떨까요? 그것을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김전일 시리즈는 전부 퍼즐 미스터리에 가까운 정통파 추리물 입니다. 범인과 탐정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며 이 와중에 여러 트릭이 등장하고 이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데에서 지적 쾌감을 가져다 주는 쟝르라 할 수 있죠. 특히나 김전일 시리즈는 주간 연재물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어서 트릭과 범인과의 대결을 연재분마다 효과적으로 나열하여 독자에게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솜씨가 대단해서 독자에게 작품에 몰입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만화"라는 쟝르적 특성 탓에 시각적으로 제공되는 정보가 소설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정보의 공정한 제공이라는 추리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독자가 만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추리물이 만화와 만났을때의 모범 답안이랄까요? 이후 유사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끼친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야기 수준에 적합한 사토 후미야의 그림 솜씨가 결합하여 상승작용을 불러 일으킨 것이겠죠. 물론 연재 후반부가 되면 트릭 자체가 "숨은 그림 찾기"가 되어 버려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최소한 중반부 에피소드까지는 무척이나 잘 이용했다고 생각되네요.

또한 에피소드의 거의 전 편에서 범인이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사건을 벌이는 것 역시 아주 큰 장점입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건 비현실적 존재이건 간에 작품의 등장인물들과 독자에게 감정이입을 시키면서 죄를 뒤집어 씌우는 대상이 대부분 존재하거든요. 심지어는 김전일 자신이 죄를 뒤집어쓰는 편까지 있으니까요. 이러한 전개 덕분에 김전일이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동기 부여가 가능할 뿐더러 진범을 밝히고 누명을 벗기는 과정의 흥미가 배가됩니다. 우연에 의한 사건 해결을 방지하는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만 하고요. 사실 정통 추리물로 불리우는 작품들에서도 트릭에만 치중한 나머지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놀라울 뿐입니다.

비록 시리즈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부터는 이야기의 설득력과 밀도가 떨어지고 트릭의 수준도 떨어지는 등 장기 연재의 폐해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추리 만화계에서 아직까지도 독보적인, 추리 만화의 붐을 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설정과 캐릭터에 있어서 수많은 아류작을 만들어낸 ("누구누구의 몇대 후손" 등이 등장하는 등), 추리 매니아에게 언제나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PS 1 : 야마기 세이마루와 사토 후미야 컴비도 코난의 영향 때문인지 아동 취향의 모험물을 버무린 "탐정학원 Q'를 내 놓긴 했고 나름대로 히트도 쳤지만 이야기 전개가 빈약하고 설정이 유치해서 저에게는 크게 와 닿지는 않더군요. 비교해 본다면 역시 "김전일"이 대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네요.
PS 2 : 그나저나 "부동고교"는 왜 이리 살인점과 피해자가 많은지.. 정말 굿이라도 당장 해야 합니다.

2009/03/27

천사의 나이프 - 야쿠마루 가쿠 / 김수현 : 별점 3점

천사의 나이프 - 6점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커피숍 점장 히야마 다카시는 4년 전 13세 미만 소년 강도들에게 아내가 살해당해 어린 딸과 살아가는 싱글대디이다. 당시 소년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경미한 처벌에 그쳤고, 히야마는 TV 를 통해 그들을 죽이고 싶다는 속마음을 피력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소년 강도들이 차례로 살해당하자 그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히야마는 누명을 벗고 당시 사건에 대해서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그리고 소년범들에 대해 알기 위해 스스로 사건의 조사에 뛰어드는데...


이 책은 5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이번 이글루스 렛츠 리뷰에 당첨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사실 그동안의 란포상 수상작은 반정도는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았었을 뿐 아니라 이 작품은 제목과 작가가 생소해서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절대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네요. 정말이지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과거의 범죄가 현재의 연쇄살인극과 연관되어 펼쳐지는 과정도 괜찮았을 뿐 아니라, "소년범죄"를 소재로 하여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솜씨가 제법이라 감탄했습니다. 소년들이 저지른 과거의 범죄가 현재의 연쇄살인과 연결되는 이야기 구조는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이나 소설 "소년탐정 김전일" 등에서 읽었던 것과 좀 유사하긴 한데 나름 합리적으로 잘 포장해서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앞부분의 만화경이나 저금통장의 출금액 같은 사소한 단서를 복선으로 잘 포장해서 결말로 이끌어내는 부분과 마지막 반전 부분에서는 정교함도 엿보였고요. 얼마전 TV에서 실제 일본에서의 한 소년범죄의 실존 인물이 이후 변호사로 성공했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이 같은 해당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부분도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소년범죄"라는 것에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도 좋은 점이겠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촉법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책임무능력자 - 은 조사해 보니 국내에서도 소년법에 따른 보호 처분을 받는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도 이 소설에서처럼 피해자를 무시한채 소년들의 인권을 고려한 처벌을 내리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소설에서의 소년들에 대한 처벌과 그 결과는 정말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한가지 궁금한게, "계획범죄" 라도 아이들은 보호를 받나요? 어쨌건 이 이야기대로라면 아이들에게 거금을 주고 살인을 청부하는 이야기도 생각해 볼만 하겠더라고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아쉬움도 있긴 합니다. 솔직히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의 구조가 일직선이기도 해서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부분이 거의 없으며, 범죄의 동기 자체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과정과 결과 역시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죠. 특히 야기라는 범인이 히야마에게 단서를 제공하는 부분은 정말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위해 너무 억지를 부린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군요. "사회파 추리소설" 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기는 한데 그냥 "사회파" 소설이랄까요...

아울러 소년범죄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덕분에 메시지 전달은 더 강하게 이루어지지만, 이 범죄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다는 설정은 너무 지나쳤어요... 작가의 욕심인지는 모르지만 좀 덜어내는 것이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울러 결말도 너무 급작스럽게 끝나버려서 좀 맥이 빠지는 감이 있습니다. 잘 나가다가 서둘러 대충 마무리 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추리 매니아로 평가하기에는 추리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누가 읽어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1급 쟝르 문학이라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개인적인 별점은 3점이지만 재미만 놓고 따진다면 4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재미난 작품이 사회적 메시지까지 확실하게 담고 있으니 란포상을 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싶더군요.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반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국내 쟝르문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잘 팔려주면 좋겠습니다.

PS : 좋은 독서의 기회를 제공해 주신 이글루스와 황금가지 관계자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16/06/23

십자 저택의 피에로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별점 2점

십자 저택의 피에로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즈호는 이모 요리코의 급작스러운 자살 사건 이후, 1주기를 맞아 다케미야가(家)의 십자 저택을 찾았다. 그러나 1주기 다음날 그녀와 다케미야 가족, 그리고 손님들 앞에 현재 다케미야 산업 사장인 무네히코와 정부 미타 리에코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미즈호는 새벽에 깨었을 때 발견했던 단추가 현장에서 조작된 것 등으로 집안 사람 중 누군가 범인일 것으로 의심하고, 마침 누군가의 공작으로 다케미야 산업의 이사인 가쓰유키가 범인으로 밝혀지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 소설입니다.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 작품으로, 34살 때 발표한 비교적 초기작이지요. 정통 본격물로 독자에게 정정당당히 승부를 거는 내용, 인형사 고조라는 독특한 캐릭터 및 피에로 시점의 묘사가 들어가는 등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에서 확실히 젊은 작가의 패기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과 시도는 작품에 좋게 작용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우선 설정과 트릭 모두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단점이 큽니다. 본격물 대부분이 작위적이긴 하지만, 십자 저택이라는 공간은 아무리 봐도 트릭을 위해 만들어진 티가 물씬 납니다. 공들인 설정일 수는 있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구조인 탓에, 이를 활용한 트릭이 있으리라는건 쉽게 짐작 가능합니다.

그리고 인형과 인형사의 등장은 뜬금없습니다. 요리코 자살 사건 당시 장식장의 인형을 피에로 인형으로 바꿔치기한 이유, 인형에 묻어 있을지 모르는 지문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건 잘 설명되지만 이 정도 역할을 위해 "비극을 부른다"는 인형, 정체불명의 인형사를 등장시킬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장식장에 인형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좌우 대칭인 소품은 화분 등이라도 무방했을 테니까요. 게다가 인형사 고조에게 만화 같은 기묘한 캐릭터성을 부여한건 유치했습니다. 피에로 시점의 묘사 역시 독특하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건 마찬가지고요. 이야기의 흥미를 돋우고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추가한 설정으로 보이는데 괜히 복잡해지기만 했어요.

미치코와 고조 두 명이 아니, 중간에 살해당하는 아오에마저 탐정이니 무려 세 명이나 탐정 역할을 수행하는 전개도 좋지 않습니다. 상호 보완하는 관계가 아니라 둘 다 동일한 정보를 제공받아(아오에의 단서 포함) 동일한 결론에 이르는 탓입니다. "W의 비극"처럼 외부인에 가까운 미치코 혼자 탐정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깔끔했을 겁니다. 진짜 사건의 핵심인 가오리의 역할만 고조의 입으로 설명되는데, 미치코만 단독물로 쓰였더라도 전개에 문제는 없었을 거예요. 덧붙이자면 중간에 진상을 파악한 탐정역 (사람들이 싫어하는)이 살해당하고 다른 인물이 뒤를 이어받는다는 전개는 크리스티 여사의 "누명"이 떠오르는데, 차라리 "누명"처럼 심리 서스펜스 분위기로 끌고가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그 외의 디테일들, 초중반 상자가 찢어진 것을 발견한 경찰의 수색, 무네히코가 마술책에 메모를 남긴 것, 나가시마가 리에코의 집에 침입해 워드프로세서의 리본을 교체하는 것 등 모두 지나치게 편의적입니다. 요리코로 분장한 미타 리에코의 지문이 인형에 묻어있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단서가 되리라는 생각도 안 들고요. 심하지는 않다고 해도 막장 재벌 가문의 설정도 너무 진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년탐정 김전일"의 초기 연재 에피소드와 유사한 설정, 트릭도 거슬린 부분입니다. 물론 이 작품이 1989년에 발표되었고 "김전일"은 1992년 이후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허나 "김전일"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도 어려워요. 예를 들어 어머니를 농락하고 버려 힘들게 살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라는 동기는 "이인관촌 살인 사건"과 유사합니다. 타 작품에서도 흔하게 쓰였지만 범인의 심리는 왠지 모르게 비슷했거든요. 하지만 어머니를 살해하는 극한 심리를 보여준 "이인관촌 살인 사건" 쪽이 설득력 측면에서는 한 수 위였습니다.
십자 저택의 구조를 활용한 거울 트릭도 "학원 7대 불가사의 사건"과 거의 동일한데, 사용된 소품과 방법 모두 "학원 7대 불가사의 사건"이 훨씬 설득력이 높다는건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건질 게 없지는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애가 있는 다케미야 가오리의 나가시마에 대한 집착은 아주 인상적이에요.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고 난 뒤 복수를 위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나가시마를 지배하려 한다는 것인데 여성 심리 묘사에 탁월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솜씨가 더해져 상당히 섬찟하게 다가옵니다.

범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즈카 할머니와 가정부 스즈에 아주머니를 통해 증거가 조작되어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된다는 초반 전개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통 본격물답게 독자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미덕 역시 잘 살아 있습니다. 읽는 재미도 작가의 명성에 어울리는 수준이고요.

허나 단점이 많아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태여 찾아볼 필요 없는 범작입니다.
여러모로 욕심이 너무 과했다는 느낌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들어내고 보다 깔끔하게 정리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2006/12/26

제 1회 독자 미스터리 대상 - 만화부분

제 1회 독자 미스터리 대상 시작.

decca님이 추진하시는 국내 최초 독자선정 미스터리 대상 투표인데 만화부분이 빠져 개인적으로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알라딘을 통해 올 한해 나온 추리 만화만 대~충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목을 불문하고 본격이나 정통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만 골라서. 시리즈는 재판이나 재간된 것이 아닌 신간만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가가 탐정 사무소 9~10 : 칸자키 스미

검은 사기 6 ~ 9 : 쿠로마루 / 나츠하라 타케시

곤충감식관 파브르 1~5 : 키타하라 마사키 / 아키야마 히데키

데스노트 7 ~ 12 : 오바 츠쿠미 / 오바타 다케시

도박 묵시록 카이지 31 ~ 33 : 후쿠모토 노부유키

라이어 게임 1 ~ 2 : 카이타니 시노부

명탐정 코난 52~55 : 아오야마 고쇼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4 : 하야미네 카오루 / 에누에 케이

미궁 시리즈 32 ~ 33 : 카미야 유

미녀형사 아시미 15 ~ 16 : 곤도 마사유키

범죄 교섭인 5 : 키 타카시

사신탐정과 우울온천 / 사신 탐정과 유령학원 1 : 사이토우 미사키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 ~ 3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원 아웃 15 ~ 17 : 카이타니 시노부

월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 사사키 노리코

절대미각 식탐정 5 ~ 6 : 테라사와 다이스케

탐정학원 Q 20 ~ 22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CMB 박물관 사건 목록 1 ~ 2 : 카토우 모토히로

Q.E.D 23 ~ 25 : 카토우 모토히로

더 있긴 하겠지만 대충 대충의 기억과 조사로는 여기까지. 읽은 것은 반 이상이지만 새 시리즈는 거의 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탄력과 관성에 의해 보게되는 코난이나 김전일, QED 같은 시리즈는 선뜻 베스트라 내세우기가 좀 어렵네요.

그래도 단 한권을 꼽아야 한다면 구관이 명관, 명탐정 코난 53권과 QED 24권을 꼽겠습니다. 코난은 첫번째 에피소드는 그냥 저냥이었지만 두번째의 암호트릭이 꽤 괜찮았거든요. QED 24권은 QED만의 자그마한 에피소드인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마음에 들어서요. 

시리즈를 하나 꼽아보라면, 역시 몇년 전 부터 계속된 시리즈라 올해의 베스트로 꼽기에는 난감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심리게임이 발군인 "원 아웃 을 꼽습니다.

2006/01/03

토요 와이드 극장 - 긴다이치 코스케 VS 아케치 코고로

경찰 차관이 밀실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며 이어 그와 유착관계에 있던 악덕 상인, 그리고 경찰 차관의 내연녀 등이 차례로 살해된다. 경찰 차관 사건의 의뢰를 받은 아케치 코고로와 우연찮게 사건에 끼어들게 된 긴다이치 코스케가 서로 힘을 합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되는데...!

아케치 코고로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두 일본 명탐정의 합동 추리 수사극이라는 설정부터 재미나지만 거기에 캐릭터성을 유지시키면서 무대를 현재로 옮겨 더욱 더 흥미를 유발한 작품.
아케치 코고로는 심리학 전문가인 조교수로,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립탐정으로 등장하는데 캐릭터성은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편이라 의외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약간 재수없는 부유한 천재 아케치와 후줄근하고 별볼일없는 외관의 킨다이치라는 설정은 똑같거든요. (제가 아는 아케치 코고로는 첫 등장에서는 상당히 후줄근한 모습이었는데 "소년탐정단" 등을 거치며 어느새 댄디한 신사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결 장면에서도 김전일과 유사한 것이, 아케치의 추리는 결국 빗나가고 긴다이치가 사건의 진상에 접근한다는 구성이 정말 똑같습니다. 에도가와 란포가 본다면 기가 막히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배우들이 상당히 어울리는 편이고 세세한 부분도 나름대로 신경쓴 디테일은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설정에 비해 추리적인 구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제가 [명탐정 추리대결! 불꽃의 불가능 밀실 살인 트릭] 이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트릭은 등장하지도 않고 추리 대결은 벌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등장하는 트릭 비스무레 한 것은 다이잉 메시지 하나 정도 밖에 없고 그 이외에는 그냥 몸으로 때우는 활약뿐이거든요.
게다가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허무해서 황당할 지경입니다. 예상가능한 범위안에 있는 악역 캐릭터의 설정도 마음에 들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속편을 의식한 듯한 결말도 불만스럽네요. 악역과 스쳐지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완전히 "모든 것이 F가 된다" 입니다.

이런 드라마는 기획과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할텐데 이렇게 막 나갈 바에야 원작을 아예 현대로 각색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각본이 형편없어서 아쉽네요. 두 탐정의 팬이라면 현대에 부활시킨 모습이 꽤 어울리는 편이라 한번 봄직도 하지만 그 외의 추리 매니아라면 신경 꺼도 될만한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제목과 설정이 아깝군요.

PS : 나가세 토모야의 긴다이치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편이라 정말 놀랐습니다.

2008/08/14

탐정학원 Q - 아마기 세이마루 / 사토 후미야 : 별점 2점

탐정학원 Q 22 - 4점
아마기 세이마루.사토 후미야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휴가기간동안 몰아서 본 만화책 중 하나입니다. 완결된 줄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완독했네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 완전 실망스러웠습니다. 너무 저연령을 타겟으로 한 만화인 탓입니다. 나이 서른 다섯이 읽으려니 정말 적응하기 힘들더군요.

탐정학원이라는 설정부터가 너무 유치합니다. 단 탐정과 조수 렌죠, 그리고 탐정 학원생들의 설정은 아케치 코고로와 소년탐정단을 다시 부활시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년탐정단'이 반세기 이전 아동물인데 이 낡은 포맷을 가져오다니, 시대착오도 정도껏 했어야죠. 게다가 지나친 만화적 상상력을 덧붙인 탓에 판타지에 가까와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인 큐가 가장 평범한 인물이니 말 다했죠. 다른 Q클래스 친구들은 아무리 만화라도 지나치게 과장되었어요. 

후발 주자였지만 보다 큰 인기를 얻은 "코난"에서도 '거대한 악당 조직과 소년 탐정단'이라는 아이디어를 차용한 듯 싶은데, 포인트를 잘못 잡았습니다. "코난" 보다 과장된 캐릭터들과 설정들이 호흡이 길고 무거운 이야기와 합쳐지니 별로 재미를 느낄 수 없었거든요.

추리적으로 괜찮은 이야기가 없지는 않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추리의 질과 수준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큽니다. 본격 추리적인 재미를 느끼기에는 부족했어요.  범죄 코디네이터라는 좋은 아이디어도 잘 살리지도 못했고요. 막강한 적인 명왕성의 범죄 코디네이팅이 하는 족족 실패니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결말도 허무합니다. 명왕성의 총수 킹 하데스와 단 모리히코의 격돌, 그리고 탐정학원 Q 클래스 학생들과 명왕성의 대결, 큐와 류의 대결 등이 복합적으로 펼쳐지는데 별다른 트릭도 없이 서둘러 마무리해 버립니다. 허무할 정도였어요.

한마디로 평하자면 "김전일 작가가 그린 아동용 코난 아류작"입니다. 꾸준히 구입해 보다가 질려서 포기했었는데, 포기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에서 건질건 케르베로스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김전일의 요이치와 겹쳐져 버리긴 했지만요... 별점은 약간이나마 있는 본격 추리적인 요소를 감안해서 2점입니다만,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2008/12/29

2008년도 읽은 책 총 결산

2007년도 읽은 책 총 결산

올해 읽은 책 총 결산의 다섯번째입니다. 5년차에 접어들었군요. 보통 이글루 결산에 이어 진행했는데 올해는 이글루 결산이 좀 늦어서 먼저 포스팅합니다.

어쨌건 올해는 작년보다는 독서량이 증가해서 총 82권 읽었네요. 작년에는 55권이었니 약 50% 정도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이런저런 이벤트를 통해 고맙게 읽은 책이 꽤 되기도 하고, 선물받은 책들도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좀 증가하는 추세이니 안도했달까요?

그럼 결산 들어갑니다~ 언제나처럼 제 블로그에 올린 리뷰들 중에서만 선정했습니다.

2007년 베스트 추리소설 : 이중구속 - 크리스 보잘리언

2007년 워스트 추리소설 : 유니버셜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 히라야마 유메아키

2007년 베스트 장르 문학 : 1권 밖에 읽지 않아서.. 베스트는 없음. 카테고리를 없애야 하나?

2007년 워스트 장르 문학 : 상동

2007년 베스트 역사 관련 도서 :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이철

2007년 워스트 역사 관련 도서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이수광

2007년 베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 민병걸

2007년 워스트 전공관련 / 스터디 도서 : 혼다 디자인 경영 - 이와쿠라 신야 외 / 박미옥

2007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사이먼 싱의 암호의 과학 - 사이먼 싱 / 이원근

2007년 워스트 기타 도서 : Eye_26세, 나는 세상으로 뛰쳐나갔다.

2007년 베스트 단편 : 광화사 (From "경성탐정록 / 파우스트 Vol.5")

결산평 : 
올해의 특징이라면 별점이 더 후해졌다는 것! 을 들 수 있겠네요. 그런데 외려 추리장르에서는 별 5개짜리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군요.

추리문학 베스트 "이중구속"은 별점 4점을 받은 많은 작품들 중 한편으로, 별점 4점을 받은 작품들이 좀 오래되거나 절판된 도서들도 있어서 최근 작품 중에서 고르다 보니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정통 추리물은 아니라 무게감이 약간 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그리고 워스트인 "유니버셜~" 은 너무나도, 지나칠 정도로 제 취향이 아니라서 저에게는 거의 재앙급의 작품이었기에 주저없이 뽑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취향 문제로 보이기는 하지만요.

역사관련 도서의 베스트 "경성을 뒤흔든~" 은 유일한 해당 카테고리의 별점 5점짜리 책이기에 당당히 뽑혔습니다.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모두 수준급인 좋은 책이었죠. 같은 계열 시리즈이긴 하지만 워스트로 뽑힌 "조선을 뒤흔든~" 은 사실 별점 2점이라 워스트로 꼽기는 좀 야박하기도 한데 어쩌겠습니까. 워스트는 워스트니까요.

전공관련 도서는 올해는 그다지 많이 읽지 못했더군요. 하지만 베스트인 하라 켄야의 "디자인의 디자인"은 언제 읽었더라도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아주아주 좋은 책이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나 디자인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으로 당연히 별점도 5점이지요. 워스트인 "혼다의 디자인경영"은 별점 2점으로 워스트인데 좀 억울할려나요?

기타 도서 베스트는 당연히 "사이먼 싱의 암호의 과학"입니다. 별점도 5점이지만 저에게는 아주 도움이 되기도 했으니까요. 워스트인 "Eye-26세..."는 회사에 공짜로 들어와서 30분만에 읽은 짤막한 여행기로, 읽고나서 30초만에 책에 대한 기억이 휘발되는 그런 알맹이 없는 책이었어요. 대관절 이런 듣보잡 책을 왜 번역해 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베스트 단편은 두말할것도 없이 경성탐정록 시리즈인 "광화사" 입니다.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이 읽었던 한해였지만 (예를 들면 천사가 지나갔다 (From "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같은 작품은 아주 좋았죠) 광화사라는 작품이 저와 저의 형에게 너무나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기에 선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단 한가지 걸리는 것은 단편이라기엔 좀 긴 분량이라는 것이죠^^

아울러 기타 분야를 살짝 언급하자면, 올해 읽은 만화 중 베스트는 "왓치맨 - 알란 무어 / 정지욱" 이었고 워스트는 막판에 등장한 "소년탐정 김전일 2부 7권" 입니다. 원래는 "본격 제 2차 세계대전 만화 1권 - 굽시니스트 " 였습니다만 막판에 김전일이 등장하여 당당히 워스트 탑을 차지했네요. 이유는 리뷰에 언급되어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본 영화 중 베스트는 "Wall-E" 이고 워스트는 "사랑의 은하수 (Somewhere In Time) - 자노 슈와르크 " 였습니다. 베스트는 올 한해 본 작품들이 다 고만고만한 작품들이라 고민했는데 시즌 막판에 본 Wall-E가 워낙 좋아서 선정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워스트 "사랑의 은하수" 역시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죠. 그만큼 저에게는 너무나지루하고 졸린 영화였거든요. 너무 낡았어요...

이상으로 올해 결산을 마칩니다~

2021/11/13

노킹 온 록트 도어 - 아오사키 유고 / 김은모 : 별점 2.5점

노킹 온 록트 도어 - 6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엘릭시르

우리 탐정 사무소의 현관문에는 인터폰이 달려 있지 않다.
차임벨이나 초인종, 노커 따위도 없다.
따라서 방문자들은 반드시 맨손으로 문을 노크해야 한다.
왜냐하면 노크하는 방법에 따라서 어떤 손님이 문 앞에 서 있는지 대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타쿠 탐정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새로운 시리즈 단편집입니다. 불가능 전문 고텐바 도리, 불가해 전문 가타나시 히사메, 두 명의 탐정이 함께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 '노킹 온 록트 도어'에서 의뢰받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일곱 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완벽한 고전 본격물 스타일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작품들에 일정 수준 이상의 트릭이 사용되어 있으며, 이를 추리하기 위한 단서들도 독자 시점에서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추리 소설 황금기 시절 대표작들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에요. 과연 신세대 본격물로 유명했던 오타쿠 탐정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작가다왔습니다.

그러나 현대 배경 본격물의 지닐 수 밖에 없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단점은 있습니다. '탐정 사무소'에 '불가능 사건'의 해결을 의뢰한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현대물에 적합할리 없지요. 의뢰를 받기는 하는데, 보수를 누구한테서 어떻게 받는지는 설명되지 않는 등, 여러 모순이 눈에 뜨이기도 하고요. 작품 속 트릭들도 마찬가지에요. 법의학이나 법과학으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었던 트릭이 많은 탓입니다.

캐릭터도 아쉬웠습니다. 고텐바 도리가 특히 그러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반말을 하고 탐정이라는 자의식이 넘쳐나는 캐릭터 묘사 자체가 영 별로였거든요. 우라조메 덴마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캐릭터의 독특함과 매력은 훨씬 못 미칩니다. 히사메는 약간이나마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덕분에 그나마 조금 낫기는 했습니다만, 도긴개긴이었어요.

게다가 한 명은 불가능, 즉 하우더닛 쪽 전문가이고 다른 한 명은 불가해, 즉 와이더닛 쪽 전문가라는 설정은 최악입니다. 와이더닛 탐정 히사메의 존재는 아무리봐도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수록작 중 히사메가 '불가해'를 풀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은 "다이얼 W를 돌려라"밖에는 없습니다. "이른바 하나의 눈 밀실"에서 불가해한 상황을 풀어내기는 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고, "칩 트릭"에서는 트릭을 풀어냈지만 이는 이토기리 미카게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입수했던 덕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불가능 범죄에 대한 내용이라서 설정상으로는 히사메가 활약하면 안되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반대로 불가해 상황이 등장하는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에서는 히사메는 헛다리를 짚고, 진상은 도리가 풀어냅니다. 이 역시 설정에 반하는 작품인 셈이지요. 대체 왜 두 명의 탐정이 필요했던걸까요? 셜록 홈즈와 그 라이벌들의 시대였다면 모를까, 현대물에 가당키나 한 설정도 아니었고요. 그렇다고 둘이 있을 때 뭔가 재미가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종일관 둘의 말다툼이 이어지지만 별다른 재미는 없었어요. 추리를 하면서 둘 사이의 티키타카가 빛났던건 "십 엔 동전이 너무 없다"가 유일했습니다. . 

아울러 악당들을 위해 트릭을 설계해주는 '칩 트릭' 이토기리 미카게도 "소년탐정 김전일"의 지옥의 광대 요키치나 "탐정학원 Q"의 케르베로스와 같은 만화 속 등장인물을 떠올리게 만들며, 경찰 쪽 협력자이자 친구인 우가치 기마리 경위가 막과자를 좋아한다던가 하는 소소한 설정들도 만화적이라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본격물로는 나쁘지 않지만, 이런 점들로 볼 때 차라리 만화화 버젼 쪽이 더 나으리라 생각되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노킹온록트도어" 

살해당한 화가 가스미가 히데오의 미망인 미즈에가 사건 해결을 의뢰했다. 화가는 잠긴 작업실에서 등에 칼에 꽂힌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작업실은 밀실이었다. 남겨져있던 화가의 풍경화 여섯 점은 액자에서 꺼내져 바닥에 내팽겨쳐져 있었고, 그 중 한 점은 온통 새빨갛게 덧칠이 되어 있었다...

두 탐정 및 관련된 모든 설정이 소개되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표제작입니다. 트릭은 그림 여섯 점을 쌓아서 문 앞에 놓고, 카펫으로 덮어놓았던 겁니다. 그 위에 성인 남자 두 명이 서서 문을 열려고 해서 문이 열리지 않았던 거지요. 문이 잠겨있던게 아니라요. 그림 두께만큼 카펫 길이가 부족해져서, 맨 위 그림은 카펫 색깔로 덧칠했던게 새빨간 그림으로 남게 되었고요. 

범인은 걸쇠를 열 도구를 가져와 달라는 핑계로, 함께 있던 어머니와 미술상을 아래로 내려보내어 현장을 정리할 수 있었던, 그리고 잠겨져 있지 않았던 문을 여는 척 했던 화가의 아들 류지였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본격 추리 소설로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트릭의 핵심인 복도의 폭과 레드 카펫의 존재, 그림 크기와 캔버스 두께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릭을 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단서였던, 문을 두드릴 경우 바닥으로 떨어지는 하얀 페인트 가루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빼 놓지 않고요. 트릭을 파헤친 뒤, 이를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전개도 합리적이었어요.

그러나 그림을 카펫 바닥에 깔았던 이유는 아버지의 친구인 미술상이 그림을 밟게 만드려는 목적이었다는 히사메의 추리는 억지스러웠습니다. 자기 작품에 대해 모욕받았다는 동기는 명확했고, 작업실을 밀실로 만들려는 목적도 확실해서 이를 불가해 상황으로 볼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논리대로라면 밀실은 우연히 발생했다는 의미가 되잖아요? 

마지막 히사메의 추리가 없었다면, 아니, 히사메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 

사건 중개인 진보가 받아온 의뢰는 극단 "목이버섯"의 리더 젠다 미카 살인 사건이었다. 그녀는 속옷만 입은 채 연습실의 물이 틀어져 있는 욕실에서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되었다. 문제는 그녀의 치렁치렁했던 긴 머리가 짧게 잘린 채였다...

진상은 젠다 미카가 스스로 머리를 잘랐던 겁니다. 애인 오쿠데라로 변장하기 위해서요. 연습실에서 다투다가 애인 오쿠데라를 목졸라 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습실에서 시체를 옮기기 위해 큰 상자 속 짐을 비운 뒤, 그 안에 시체를 넣을 생각이었습니다. 연습실에서 시체가 발견되면 젠다 미카가 범인이라는게 너무 쉽게 드러나게 되니까요. 그래서 짐은 다른 극단원 니시베를 시켜 옮기고, 자기는 오쿠데라로 변장해서 극장을 방문한 뒤 다른 사람으로 변장해서 사라질 속셈이었지요. 그럼 극장을 방문했던 오쿠데라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생각할거라 여긴거지요. 그러나 오쿠데라는 죽지 않았었고, 의식을 회복한 후 그녀를 목졸라 죽였던 겁니다.

이렇게 기묘한 상황을 합리적인 추리로 설명하는 전개는 좋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본격 추리 소설로는 완벽했어요. 단서 제공은 공정하고, 추리도 합리적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전편보다도 설득력은 약했습니다. 일단 젠다 미카의 계획은, 실제로 일어났다 한들 과학 수사의 벽을 넘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검시가 이루어지면 오쿠데라의 사망 시각은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각 이전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다면 경찰은 극장으로 옮겨진 커다란 '짐'의 존재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겠죠. 

머리카락을 흉기로 썼을거라는 히사메의 최초 추리도 용의자를 조사할 필요는 없었어요. 목에 남은 흔적으로 흉기가 뭔지는 파악이 가능했을 테거든요. 죽은 줄 알았던 오쿠데라가 일어나사 젠다 미카를 다시 살해했다는 진상도 억지스러웠습니다.

또 불가해한 상황 풀이인데 히사메는 헛다리를 짚고, 도리가 진상을 풀어낸다는 전개도 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럴 거라면 두 명의 탐정이 필요 없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설득력 높은 이야기라기 보다는, 불가해한 상황을 풀어내는 추리 퀴즈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던 작품입니다.

"다이얼 W를 돌려라" 

30분 간격으로 의뢰가 들어왔다. 첫 번째 의뢰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금고를 열어달라는 나가노사키 히토시의 의뢰였다. 유언장에 남겨진 대로, 금고 위 아래 다이얼을 돌렸지만 금고는 전혀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 의뢰는 한 밤중 산책을 나갔다가 죽은 아버지는 경찰은 사고사로 판단했지만, 아버지는 살해당했다며 찾아온 시마즈 나쓰코의 의뢰였다. 두 탐정은 각각 사건을 맡아 해결을 위해 나서는데...

결국 두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는 구조로 금고가 열리지 않았던 이유는, 뒤집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해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범인이 금고를 뒤집어 놓았던건, 윗면에 할아버지를 죽일 때 피가 묻었기 때문이었고요. 금고가 뒤집혔다는걸 알아낸 히사메의 추리도 좋았지만, 할아버지가 실제로 살해당했던 것을 지팡이를 통해 알아내고,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내는 도리의 추리도 좋았습니다. 모처럼 컴비 플레이가 빛났네요. 이를 추리해내기 위한 단서 제공도 공정하고요.

고작 십만엔 정도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을지, 금고가 뒤집힌걸 그렇게 쉽게 눈치채기 어려웠을지, 왜 탐정이 오기 전에 원상태로 복구해 놓지 않았는지 등 의문이 없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칩 트릭"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난 하나와 스쿨의 핵심 용의자였던 중역 유바시 진타로가 저격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그는 암살을 극도로 두려워해서 평소 서재 창문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던 탓에, 그를 창 밖에서 저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암살이 가능하도록 만든 건, 도리와 히사메, 그리고 경찰 우가치의 대학 동기인 '칩 트릭' 이토기리 미카게였다...

창 밖에서 쏜 총에 유바시가 맞아 죽은건 확실합니다. 입사각도 명확했고요. 그러나 그가 창 바로 앞에 있었던게 아니라면? 서재 중앙 지점에서 발판 위에 올라가 있었던 겁니다. 높이가 높아졌던 탓에 입사각이 맞아 떨어졌던 거지요.발상 자체는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총 한 발로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을까요? 저는 불가능했을거라고 봅니다. 형광등을 가는 위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중심에서 빗나가 있어도 원거리 저격은 성공했을리 없어요. 그리고 메이드 고노에가 해고되지 않기 위해, 시체를 창 밑에 옮겨놓았다는 것도 억지스러웠습니다. 해고되는 것 보다, 현장 조작이 더 큰 중죄잖아요? 

또 상황이 이상하다 하더라도, 유바시가 저격당해 죽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범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조작할 이유가 없고, 경찰도 구태여 탐정을 불러다가 불가해 상황을 해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그 날만 우연히 유바시가 창가에 서게 되었다는 설명으로 충분했을 테니까요. 이런 점에서는 불가해한 상황의, 불가능 범죄를 만들기 위한 억지에 불과했던 이야기에요.

아이디어는 평가할 만 하지만, 현실성없고 설득력없는 이야기였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른바 하나의 눈 밀실" 

눈이 쌓인 공터 한 가운데에서 칼에 찔린 가쓰히코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시체까지는 가쓰히코의 발자욱 하나만 남아 있었고, 흉기인 칼에 지문은 없었다.

동생과 싸운 뒤 흥분한 가쓰히코가 갓 세척을 마친 식칼을 들고 동생 집으로 향하다가 실수로 쓰러질 때 칼에 찔려 죽었다는 진상은 합리적이었지만, 흉기에 지문이 남아있지 않았던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손에 묻었던 눈이 녹으면서 씻겨 나갔다는데, 현실성이 없어 보였거든요. 물 좀 묻는다고 지문이 그렇게 쉽게 지워질까요? 그렇다면 손바닥에 묻었던 피는 왜 안 지워진 걸까요?

이 진상보다는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가쓰히코 공장 직원 두 명이 공모했다는 도리의 추리가 훨씬 더 나았습니다. 한 명이 먼저 현장으로 가서 죽은척 하고, 그 뒤 다른 한 명이 집에서 죽인 시체를 짊어지고 간 뒤, 시체를 내려놓고 공범자를 짊어지고 오면 된다는 추리로 꽤 그럴듯했어요. 최소한 지문이 눈이 녹은 물에 씻겨 나갔다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칼에 대해 잘못 말한건, 그냥 말실수였다고 해도 무방했을테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십엔 동전이 너무 없다" 

탐정사무소의 여고생 아르바이트 구스리코는 심심해하던 탐정들에게 학교에 가다가 들었던 기묘한 말의 진상에 대해 추리를 부탁한다. 수상한 남자가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했던, "십 엔 동전이 너무 없어. 다섯 개는 더 필요해."라는 말이었다.

제목과 내용 모두 걸작 단편 "9마일은 너무 멀다"를 오마쥬하고 있는 작품으로 두 탐정이 서로 각자 추리를 말하고, 반론하며 서서히 진상에 근접해 나가는 과정의 빌드업이 좋습니다. 탐정이 두 명인게 그나마 긍정적으로 사용된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수상한 남자는 꽤 여러 번 공중전화를 사용하여 전화를 걸어야 했지만,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서 남자가 공중전화를 사용한 이유가 신원을 감추기 위해서라는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 동전 갯수를 어림잡았다는 점과 평일 낮이었던 시간을 근거로 둘은 수상한 남자가 전화번호부를 통해 알아낸 특정 지역에 사는 주부들에게 모조리 전화를 하려고 했다고 추리합니다.

추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이야기 특성 상 그냥 여기서 마무리해도 좋았을텐데 추리가 진짜였다는게 드러나는건 좀 별로였어요. 전화번호부와 공중전화가 과연 21세기에 먹힐 이야기는 아닌 듯 싶었거든요. 저만 해도 집에 전화가 없습니다. 휴대전화로 충분하니까요. 또 수상한 남자의 의도대로 형편좋게 전화를 받았다고 한 들, 1분 정도의 전화 통화를 통해 들은 목소리로 그 주부가 누구인지 특정한다는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피해자가 마침 떨어트린 화과자 포인트 카드로 범인들이 그녀가 사는 동네와 성을 알아냈다는 것도 작위적이었고요.

"9마일은 너무 멀다"의 변주로 적당한 완성도는 갖추고 있었지만, 추리 놀이는 놀이로만 끝내는게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99퍼센트 확실한 독살" 

중의원 의원이었던 도자마 간조가 독살당했다. 후원회 파티에서 접객 담당 종업원이 날랐던, 똑같은 잔 10개 중 도자마 간조가 무작위로 고른 한 잔에만 독이 들어있었다. 독살 방법은 '칩 트릭' 이토기리 미카게가 설계했다는게 드러나는데...

도리는 처음에 의원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던 비서가 샴페인을 마시기 직전에 독을 넣었다고 추리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게 밝혀져 실의에 빠집니다. 다른 작품과는 다른게 히사메는 트릭 담당이 아니라며 위로만 할 뿐이고요. 그래도 위로 덕분인지, 곧바로 도리는 진상을 추리해냅니다. 독은 이미 마셨던 것이고, 샴페인 잔이 아니라 의원이 서 있던 위치를 가늠하여 바닥에 독을 발라 놓았던 겁니다.

하지만 추리와 전개 모두 억지스럽고 작위적이었던 수준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의 착안점이 의원의 유류품이었던 것 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여러가지 약이 있었지만, 물이 없었다는 것에 주목하는데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물은 어디서나 쉽게 구해 마실 수 있는데, 그걸 항상 상비해서 들고 다닌다?

그리고 바닥에 미리 발라 놓았던 독이 떨어트린 샴페인 잔 속 내용물과 섞여, 삼페인에서 독이 검출되었다고 오인되었다는 것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지나치게 운에 의지했을 뿐더러, 현대 과학 수사를 너무 우습게 본 걸로 보이니까요.

과거 도리가 목이 베여 죽을 뻔 했던 적이 있고, 그 사건 때문에 동창 4명의 행보가 갈렸으며 도리는 목이 긴 터틀넥 스웨터를 고집하게 되었다는 과거사도 살짝 선보이지만 이야기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만화적이며 과장된 캐릭터 형성에 불과해서 거슬렸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2014/12/31

2014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2013 내 블로그 리뷰 총결산

11차, 열한 번째 블로그 결산 보고입니다.

2014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호러 장르문학 48 (58)권, 기타 장르문학 11 (3)권, 역사서 19 (21)권, 디자인 및 스터디 도서 5 (0)권,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0 (4)권, 기타 도서 17 (13)권으로 모두 110 (99)권입니다(괄호는 작년).

결산의 기준이 될 만한 10권 이상 읽은 분야는 추리/호러, 기타 장르문학, 역사서,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기타 도서입니다. 작년 대비 고루고루 읽은 편이네요.

아울러 올해는 영화, 만화도 두루두루 보고 읽고 리뷰를 남겼기에 결산에 함께 포함시킵니다.

참고로, 하기 베스트·워스트는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 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14년 베스트 추리소설 :

"몰타의 매"

단평 : 단점은 사소할 뿐, 이 바닥의 영원한 고전, 원전임.

2014년 워스트 추리소설 :

"하숙인"

단평 :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별점 2점 이하의 작품도 제법 많지만 별점 1점짜리 책은 두 권 존재합니다. 이 작품과 "탐정 취미"지요. 그러나 "탐정 취미"는 아마추어들의 습작 모음 형식이 강하므로 정당하게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 작품을 단독 워스트로 선정합니다.

2014년 베스트 기타 장르문학 :

"민들레 소녀"

단평 : SF에서 손꼽을 만한 러브 스토리.

2014년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단평 : 읽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2)

2014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유홍준의 국보순례"

단평 : 이런 책을 소장하지 않으면 무슨 책을 소장하랴.

2014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는 별점 1점대의 책이 없어서 선정하지 않습니다.

2014년 베스트 Food/구루메 관련 도서 :

"식탁 위의 한국사"

단평 : 재미는 물론 자료적 가치까지 최상급.

2014년 워스트 Food/구루메 관련 도서 :

역사와 마찬가지 이유로 워스트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2014년 베스트 기타 도서 :

"바다 한가운데서"

단평 : 이게 바로 논픽션이다!

2014년 워스트 기타 도서 :

"맨발의 청춘"

단평 : 오래되기만 했을 뿐.

2014년 베스트 Movie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단평 : 아, 이런 영화를 너무 오랫동안 안 봤었나 보다.

2014년 워스트 Movie :

"로보캅"

단평 : 이럴거라면 리부트하지 않는 게 좋았다.

2014년 베스트 추리/호러 만화 :

"인터뷰"

단평 : 한국 웹툰의 힘.

2014년 워스트 추리/호러 만화 :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3 게임관 살인사건"

단평 : 제발 좀 끝내줘.

2014년 베스트 기타 만화 :

"군화와 전선 1"

단평 : 재미와 함께 지식욕까지 충족!

2014년 워스트 기타 만화 :

"라이징 임팩트 1~17"

단평 : 전형적인 왕도 배틀물인데 유치했다.

결산평 :

전체적으로 열심히 읽고 리뷰를 남긴 한 해였다 자평합니다. 한 권으로 치기 어려운 단편 e-book이 포함되어 약간 거품이 있지만 총 권수가 작년 대비 10% 증가하기도 했고, 개인적 목표인 1년에 100권 읽기는 초과 달성해서 뿌듯하네요. 다만 추리 소설을 작년 대비 10권 이상 덜 읽어서 전체 리뷰 중 비중이 반 이하로 줄어들었는데, 이 블로그의 정체성에 약간 문제가 생겼으려나요? 그래도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이글루스도 줌닷컴에 인수된 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여 다행이고요. 검색 기능의 강화 및 백업 기능만 도입되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여튼, 제 미미한 블로그에 들러주시는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성취하시는 한 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제 블로그를 들러주실 정도라면 남들 관심 밖의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임이 분명할 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되실 거예요. 사랑합니다~!

2009/03/16

최근 읽은 추리만화 감상

비밀 5 - 4점
시미즈 레이코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이번 권은 두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네요. 그중 첫번째 이야기가 메인으로 "60년 전 유괴하여 살해한 죄를 자백한 한 시한부 인생 노인의 고백, 그리고 고백대로 시체를 발굴한 현장에서 20-25년 밖에 지나지 않은 성인 남성의 시랍화된 시체가 발견된 뒤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우연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습니다. 시리즈의 팬으로서 감찰의 유키코의 재등장. 아오키의 프로포즈 등 세세한 볼거리는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왠지 시리즈 초반의 과학과 추리가 상상력과 잘 결합되었던 독특한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범행의 동기 역시 절절하긴 하지만 진부하기 그지 없었고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본 사건과는 무관한 최초의 유괴사건에 관련된 이야기가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키 경시정의 "추리" - 감찰의 유키코의 친구를 보고 내리는 추리나 시체의 자상을 통해 범인을 추리하는 것 등 - 가 상당히 돋보이긴 했고요. 

하지만 평작 이하 수준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그나저나 이 작품도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별점이 추락하는군요... (덧붙이자면, 두번째 이야기는 꽁트수준으로 짤막할 뿐더러 뇌 스캔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풍자하듯 다룬 작품이기에 별로 언급할게 없었습니다)


소년탐정 김전일 2부 8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한권짜리 단편입니다. 흑마술 살인사건이라는 부제인데 거창한 이름이 붙은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극, 그것도 인형을 통해 연쇄살인을 미리 예고한다는 것과 같은 정통 미스터리적인 요소에 흑마술을 통한 오컬트적 분위기, 그리고 "지옥의 광대" 타카토 요이치까지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노리고 만든, 인기를 끌만한 요소를 그러모아 과거의 활력을 찾아보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보이더군요 . 

그러나 사건의 동기 부분에서 기존 김전일 시리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구태를 반복하고 있으며, 추리적으로는 높은 점수를 줄만한 정교한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작품의 핵심 본질 자체가 별로 좋아지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트릭은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었고요.

그래도 전작보다는 나은 수준이라는게 어찌보면 황당할 뿐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Q.E.D 큐이디 31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도 31권째네요. 이번 권에는 두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가벼운 이야기 - 무거운 이야기가 보통 같이 실리곤 했던 전례처럼 첫번째 이야기는 연구 데이터 분실에 관련된 이야기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살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가벼운 이야기 쪽의 트릭이나 구성이 더 좋았었지만 이번 권에서는 첫번째 이야기가 더 별로였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전개가 납득되지 않는데 이유는 범인이 애시당초 사건을 벌일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을테니까요. 또한 추리적으로는 정말이지 봐줄만한 요소가 없기도 해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작가 스스로도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죠. 

로키와 에바가 등장하고 미국을 무대로 한 스케일이 큰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팬으로서 즐겁게 읽었고, 우리나라의 "황우석 박사" 사건이 연상되는 등의 잔재미는 있지만 평작 수준에 못미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나마 두번째 이야기는 조금 나았습니다. 일단 트릭이 괜찮았거든요. 간만에 본 "만화에 아주 적합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식으로 트릭이 구성되어 있고 결말부분의 반전도 존재하기 때문에 추리적으로 즐길거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작품 안에서도 밝혀지듯 동기가 너무나 약하며, 경찰의 적절한 증거에 대한 검사만 있었더라도 범인을 보다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만 보완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평작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이야기가 쪽박이고 두번째 이야기는 평작이라 두 작품의 합한 평점은 2점 정도로 생각되네요.

2004/05/12

poirot님 블로그에서 퍼온 25문 25답

25문 25답

01. 당신은 책을 좋아합니까? (좋든 싫든) 그럼 그 이유는 뭐죠?

☞좋아합니다. 부자의 법칙 중에 "책을 많이 읽어라! 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어쩌구.." 하는 글귀도 있잖아요. 물론 전 부자가 아니지만....

02. 한 달에 책을 몇 권 정도 읽나요?

☞음.. 많이 읽으면 15권 이상, 적게 읽으면 4권 정도....

03. 특별한 독서 취향이 있다면?

☞추리 단편집의 광적인 팬입니다.

04. 가장 최근에 읽은 책과 현재 읽고있는 책은?

☞읽은 책: 피터 크레머 "U-333"
☞읽고 있는 책: 제임스 레스턴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

05.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어떤 거죠?

☞작가와 서지정보 정도랄까요...

06. 책은 사는 편인가요, 아니면 빌리는 편인가요? 빌린다면 어디에서 빌리죠?

☞사는 편이고 형이 사는 책을 공유하는 편입니다.

07. 특히 좋아하는 작가와 싫어하는 작가는 누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뭐고요? (장르 불문하고)

☞좋아하는 작가 : 좋아한다기 보다는 일본 작가들 책을 많이 읽습니다.
☞싫어하는 작가 : 아카가와 지로(!), 제임스 페터슨, 조갑제(!),

08. 특히 좋아하는 장르와 싫어하는 장르가 있다면 어떤 거죠? 그 이유는 뭐고요?

☞좋아하는 장르: 미스터리, SF, 역사물, 전기물, 잡다구레한 상식서적 들, "세계의 불가사의"류같은 장르들....
☞싫어하는 장르: 싫다기 보다는 순문학 장편은 지루하더군요. 그리고 성적인 묘사로 점철된 의미없는 장편 들....

09. 소설 속 인물 중에 특히 좋아하는 인물과 싫어하는 인물은 누구죠?

☞좋아하는 인물: 뤼뺑(!), 홈즈, 다아시경, 류젠이(불야성), 모스주임
☞싫어하는 인물: 가타야마 형사(^^) 딱히 기억이.....

10. 일반적인 책말고 만화책도 좋아하시나요?

☞광적입니다.

11. 만화책 중에서 인상깊었던 작품이나 작가를 꼽아본다면요?

☞추리만화는 거의 대부분 좋아합니다. 스포츠 만화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두 장르이외에 인상적인것은 초중반의 "베르세르크"(미우라 켄타로), "바나나 피쉬"(요시다 아키미), 아사리 요시토오 작품은 다 좋아하고요. TONO씨도 거의 전작품이 좋고..."현시연"이야 당근 좋아하고.. "갤러리 페이크"는 요새 관심있게 보고 있고..."도박묵시록 카이지" 중반부까지, "건담 Origin" (야스히코 요시카즈)도 관심대상이고... 너무 많군요. SKip!

12. 만화 속 인물 중에 특히 좋아하는 인물과 싫어하는 인물은 누구죠?

☞좋아하는 인물 : 너무 많아서...
☞싫어하는 인물 : 기억이....

13. 기억에 남는 대사나 문구가 있다면 말씀해보시겠어요?

☞"단순한 성욕보다 훨씬 고도의 지적활동이야!" (By 마다라메)

14. 특별히 게임, 영화 등 다른 매체로 제작됐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거죠?

☞"시민 쾌걸" 제작 진행중이라는데 왜 소식이 없는지...

15. 다른 매체로 제작된 것 중, 좋았던 작품과 나빴던 작품을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좋았던 것: 39계단 (히치콕영화), 올드보이, 스캔들 (최근 1년간만 쳐서요)
☞나빴던 것: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했던 아르센 뤼팽, "체포하겠어" 드라마 판, 소년탐정 김전일 영상버젼 (전부!). "퇴마록"(쓰레기), "모방범""39계단" (이 일본원작의 두 작품은 너무 영화가 재미없어서...) 등등등 엄청나죠....

16. 미스터리 소설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실래요?

☞어렸을 적 팔았던 홈즈 단편 1편씩이 실려있는 단행본 문고 시리즈 (어디 출판사인지는 기억이 안나네요)를 하나씩 모으면서....

17. 그 당시 미스터리 소설 장르에 대한 느낌은 어땠어요?

☞홈즈 나이스!

18. 읽어본 것 중 가장 인상깊었던 미스터리 소설을 꼽아주실래요?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10개의 인디언 인형"

19. 읽어본 것 중 가장 최악이었던 미스터리 소설은 어떤 것이죠?

☞"미스코리아 살인사건" 글쓰기의 기본도 안 되어있는 작가가 장편을 내 놓다니...

20. 요즘의 미스터리 소설 시장에 대해 어찌 생각하세요?

☞팬들의 사랑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21. 최근 읽은 작품 중 괜찮다 하는 미스터리 세 편을 꼽아보시겠어요?

☞ "얼굴에 흩날리는 비"-기리노 나츠오, "바리바"-모리스 르블랑, "엘러리 퀸의 모험"-엘러리 퀸

22. 미래의 미스터리 소설 장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밝지 않나요?

23. 게임, 영화 등등 소설 외 미스터리 장르 중 좋았다 생각하는 것을 꼽는다면?

☞ "QED" 최고!

24. 특별히 추천하는 게임을 들어보실래요?

☞ WWE SMACK!DOWN, 하지만 주로 하는 것은 워크래프트3 입니다.

25. 기획 중이거나 집필 중인 소설이 있나요? 있다면 소개를 해주실래요?

☞ 한국형 안락의자 탐정이 나오는 소설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습니다. "지식검색 탐정" 하하하!

2020/06/13

미스테리아 23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점

미스테리아 23호 - 4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지음/엘릭시르

엘릭시르에서 출간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추리 전문 잡지로 2019년 3월 출간된 과월호입니다. 특집이 "명탐정 코난"이라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중고를 발견해서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에 가깝습니다. 과월호로 산게 다행이다 싶더군요. 특집인 "명탐정 코난"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명탐정 코난"이 "소년탐정 김전일"의 대 히트로 기획되어, 당시 신인 만화가였던 아오야마 고쇼에 의해 창작되었다는 첫 출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소개해주고 있는 구성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나무위키 등 인터넷 상에 있는 각종 정보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코난" 속 주요 등장인물 이름과 지명의 유래에 대한 소개가 대표적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마다 이 특집 전체 분량만큼을 할애하고 있는 나무위키에 비하면 턱도 없는, 그야말로 기본 정보만 알려줄 뿐이라 무척 실망스러웠어요.
만화 속 에피소드를 클로즈드 서클, 밀실, 암호, 다잉 메시지, 독살, 마술사, 알리바이, 미스터리 투어, 물리 트릭의 8종으로 분류하여 소개하는 내용은 더 별로에요. 일단 분류부터가 말이 안되지요. 클로즈드 서클과 미스터리 투어는 이야기의 '상황' 이고, 밀실, 암호, 다잉 메시지, 알리바이, 물리 트릭은 '트릭' 이며, 독살은 방법, 마술사는 직업이라 아무리 보아도 동일한 수준의 분류가 아닙니다. 주요 소재를 끄집어 내었을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 키워드를 도출한 뒤 관련된 추리 소설 등을 풀어놓는건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요. '마술사'를 이야기하는데 마술사 탐정인 그레이트 멀리니 인용이 없는 등 내용도 부실합니다. 이런건 아무래도 저자 편의에 따른 특집 기사 페이지 보충용 글 뭉치가 아니었나 싶은 의심이 듭니다. 저만 해도 이런 키워드에 '변장'이나 '축구' 를 추가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건 금방 할 수 있거든요. 변장이 등장하는 범죄물은 수도 없고, 축구는 "파리의 밤은 깊어" 정도만 당장 떠오르지만, 다른 스포츠 물도 인용하면 충분히 한 꼭지 글은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 무의미한 키워드 도출말고 코난에 대해 의미있는 컬럼이나 분석이 실리는게 더욱 좋았을겁니다. 추리 만화계 전반의 흐름과 함께 코난이라는 작품의 위치를 짚어주어도 좋았을테고요. 이 특집은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특집 기사 외에도 책 소개라던가, 드라마 작가인 도현정 작가 인터뷰도 이번 호는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도현정 작가 인터뷰는 두 번째 핵심 기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분량이기는 한데, 드라마들 전부를 보지 못했고 딱히 관심도 없어서, 드라마 중심으로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내용은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았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기사와 글이 없는건 아닙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속 음식들을 작품과 함께 재미나게 소개하는 정은지 작가의 컬럼은 언제나처럼 포만감을 주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법의학을 통해, 상세한 과학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낸 과거 사건을 소개해 준다던가, 옛 사건을 기록한 논픽션들도 마음에 드는데 이 중에서도 1950년대 말,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방송국 HLKZ의 화재 사건은 몰랐던 사건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보험금을 노린 고의 방화인지, 정말 실수인지, 누군가의 음모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결말도 재미있었어요.
"겨울 여자"를 쓴 조해일의 범죄 소설 "갈 수 없는 나라"에 대한 글도 인상적입니다. 대중 소설의 1인자가 추리, 범죄 소설의 수법을 차용하여 사회파스러운 작품을 일찌기 발표했었지만, 작가 스스로도 한계를 느낀 범작에 머무른 이유를 비교적 정확하게 서술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해방 후 20세기까지 한국 추리 소설의 한파가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소설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작가 송시우의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는 엄지 척! 입니다. 작가의 단편집에 등장했던 서행물산 총무부 과장 임미숙이 등장하는 시리즈 단편인데 일상 속에서 벌어진 비일상적인 상황과, 그 속에서 빚어진 범죄를 일반인 임미숙이 해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서행물산의 문제아 신입사원 추예나의 집을 찾아간 임미숙이, 그녀의 집에서 나타난 수상한 남자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다가 추예나의 건방진 전화를 받고 진상을 깨다는 부분이 백미에요. 간단한 암호 트릭인데, 그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설득력은 충분했습니다. 다른 시리즈 작품을 꼭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실리아 프렘린의 "정말 필요한 경우"는 오싹, 불쾌하면서도 서늘한 반전이 있는 일종의 '기묘한 맛' 류의 작품입니다. 80이 넘은 독신 노처녀가 공짜 전화를 놓는게 위험하다고 말한 이유를 그리고 있는데, 앞 부분의 복선과 함께 하는 반전은 꽤 그럴싸 했습니다. 빼어나지는 않아도, 평균은 되는 좋은 작품입니다. 

마지막의 "가스등"은 히치콕 영화로 유명한 작품 시나리오를 3부작으로 나누어 1부를 싣고 있는데, 영화를 한 번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흥미진진하더군요. 굉장히 오래되었지만 서스펜스만큼은 명불허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다른 장점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특집 때문에 구입했는데, 특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마음에 들었던 논픽션들만 별도로 출간되기를 기다리는게 훨씬 낫아 보이네요.

2026/02/08

십각관의 살인 1~2 - 키요하라 히로 (아야츠지 유키토 원작) : 별점 2.5점

이번 주는 "십각관의 살인"으로 꽉 찬 한 주네요. 결국 만화 버전까지 찾아 읽어 보았습니다. 마침 리디 북스에서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원작과 거의 똑같은 전개인데, 만화만의 각색 요소가 몇 가지 있습니다.

  • 가와미나미(카와미나미)가 여자로 바뀐 점
  • 치오리가 술을 먹다가 죽은게 아니라 연구회원들과 크루즈 여행 중 사고사 했다는 점
  • 마지막 장면에서 엘러리가 밴(반)에게 속는게 아니라 진범을 밝히고 죽는다는 점

입니다.

이 중 치오리를 사고사로 만든건 괜찮은 각색이었어요. 치오리만 구명 조끼가 없는걸 알게된 반이 치오리는 사고로 죽은게 아니라 연구회원들에게 구명 조끼를 빼앗겨 죽었다!고 여기고 복수를 펼친다는건 원작보다는 조금 더 설득력있는 동기였으니까요. "소년 탐정 김전일"의 "비련호 살인 사건"과 똑같은 동기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큰 틀에서는 다른 건 없습니다. 핵심 트릭인 반의 정체는 모리스였다!는 똑같은 탓입니다. 사실 궁금했던건 모리스가 반이라는걸 어떻게 숨기면서 전개할까 하는 점이었는데, 그냥 헤어스타일만 다르게 - 모리스는 단정하게 묶고, 반은 대충 풀어헤치는 스타일 - 묘사할 뿐입니다. 보다 정교한 만화적인 장치가 들어갈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어요.
작화도 나쁘지는 않지만 순정 만화체라는건 작풍과 잘 어울리지 않았고, 작품의 주인공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십각관에 대한 묘사가 그닥이라는 단점은 큽니다.

그래도 긴 장편을 무리없이 만화화 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캐릭터들도 대체로 원작과 부합하고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소소하게 읽을 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