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킹 온 록트 도어 -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엘릭시르 |
우리 탐정 사무소의 현관문에는 인터폰이 달려 있지 않다.
차임벨이나 초인종, 노커 따위도 없다.
따라서 방문자들은 반드시 맨손으로 문을 노크해야 한다.
왜냐하면 노크하는 방법에 따라서 어떤 손님이 문 앞에 서 있는지 대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타쿠 탐정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새로운 시리즈 단편집. 불가능 전문 고텐바 도리, 불가해 전문 가타나시 히사메, 두 명의 탐정이 함께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 '노킹 온 록트 도어'에서 의뢰받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일곱 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장점이라면 완벽한 고전 본격물 스타일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작품들에 일정 수준 이상의 트릭이 사용되어 있으며, 이를 추리하기 위한 단서들도 독자 시점에서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추리 소설 황금기 시절 대표작들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에요. 과연 신세대 본격물로 유명했던 오타쿠 탐정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작가다왔습니다.
그러나 현대 배경 본격물의 지닐 수 밖에 없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단점은 있습니다. '탐정 사무소'에 '불가능 사건'의 해결을 의뢰한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현대물에 적합할리 없지요. 의뢰를 받기는 하는데, 보수를 누구한테서 어떻게 받는지는 설명되지 않는 등, 여러 모순이 눈에 뜨이기도 하고요. 작품 속 트릭들도 마찬가지에요. 법의학이나 법과학으로 충분히 풀어낼 수 있었던 트릭이 많았던 탓입니다.
캐릭터도 아쉬웠습니다. 고텐바 도리가 특히 그러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반말을 하고 탐정이라는 자의식이 넘쳐나는 캐릭터 묘사 자체가 영 별로였거든요. 우라조메 덴마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캐릭터의 독특함과 매력은 훨씬 못 미칩니다. 히사메는 약간이나마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덕분에 그나마 조금 낫기는 했습니다만, 도긴개긴이었어요.
게다가 한 명은 불가능, 즉 하우더닛 쪽 전문가이고 다른 한 명은 불가해, 즉 와이더닛 쪽 전문가라는 설정은 최악이었습니다. 와이더닛 탐정 히사메의 존재는 아무리봐도 불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수록작 중 히사메가 '불가해'를 풀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은 <<다이얼 W를 돌려라>>밖에는 없습니다. <<이른바 하나의 눈 밀실>>에서 불가해한 상황을 풀어내기는 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고, <<칩 트릭>>에서는 트릭을 풀어냈지만 이토기리 미카게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입수했던 덕분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차피 불가능 범죄에 대한 내용이라서 설정상으로는 히사메가 활약하면 안되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반대로 불가해 상황이 등장하는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에서는 히사메는 헛다리를 짚고, 진상은 도리가 풀어냅니다. 이 역시 설정에 반하는 작품인 셈이지요. 대체 왜 두 명의 탐정이 필요했던걸까요? 셜록 홈즈와 그 라이벌들의 시대였다면 모를까, 현대물에 가당키나 한 설정도 아니었고요.
그렇다고 둘이 있을 때 뭔가 재미가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종일관 둘의 말다툼이 이어지지만 별다른 재미는 없었어요. 추리를 하면서 둘 사이의 티키타카가 빛났던건 <<십 엔 동전이 너무 없다>>가 유일했습니다. .
아울러 악당들을 위해 트릭을 설계해주는 '칩 트릭' 이토기리 미카게도 <<소년탐정 김전일>>의 지옥의 광대 요키치나 <<탐정학원 Q>>의 케르베로스와 같은 만화 속 등장인물을 떠올리게 만들며, 경찰 쪽 협력자이자 친구인 우가치 기마리 경위가 막과자를 좋아한다던가 하는 소소한 설정들도 유치하기 짝이 없더군요. 흡사 만화를 연상케했거든요.
본격물로는 나쁘지 않지만, 이런 점들로 볼 때 차라리 만화화 버젼 쪽이 더 나으리라 생각되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노킹온록트도어>>
살해당한 화가 가스미가 히데오의 미망인 미즈에가 사건 해결을 의뢰했다. 화가는 잠긴 작업실에서 등에 칼에 꽂힌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작업실은 밀실이었다. 남겨져있던 화가의 풍경화 여섯 점은 액자에서 꺼내져 바닥에 내팽겨쳐져 있었고, 그 중 한 점은 온통 새빨갛게 덧칠이 되어 있었다...
두 탐정 및 관련된 모든 설정이 소개되는,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표제작.
트릭은 그림 여섯 점을 쌓아서 문 앞에 놓고, 카펫으로 덮어놓았던 겁니다. 그 위에 성인 남자 두 명이 서서 문을 열려고 해서 문이 열리지 않았던 거지요. 문이 잠겨있던게 아니라요. 그림 두께만큼 카펫 길이가 부족해져서, 맨 위 그림은 카펫 색깔로 덧칠했던게 새빨간 그림으로 남게 되었고요.
범인은 걸쇠를 열 도구를 가져와 달라는 핑계로, 함께 있던 어머니와 미술상을 아래로 내려보내어 현장을 정리할 수 있었던, 그리고 잠겨져 있지 않았던 문을 여는 척 했던 화가의 아들 류지였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본격 추리 소설로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트릭의 핵심인 복도의 폭과 레드 카펫의 존재, 그림 크기와 캔버스 두께에 대하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릭을 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단서였던, 문을 두드릴 경우 바닥으로 떨어지는 하얀 페인트 가루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빼 놓지 않고요. 트릭을 파헤친 뒤, 이를 통해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전개도 합리적이었어요.
그러나 그림을 카펫 바닥에 깔았던 이유는 아버지의 친구인 미술상이 그림을 밟게 만드려는 목적이었다는 히사메의 추리는 억지스러웠습니다. 자기 작품에 대해 모욕받았다는 동기는 명확했고, 작업실을 밀실로 만들려는 목적도 확실해서 이를 불가해 상황으로 볼 이유도 없었고요. 오히려 이 논리대로라면 밀실은 우연히 발생했다는 의미가 되잖아요?
마지막 히사메의 추리가 없었다면, 아니, 히사메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머리카락이 짧아진 시체>>
사건 중개인 진보가 받아온 의뢰는 극단 "목이버섯"의 리더 젠다 미카 살인 사건이었다. 그녀는 속옷만 입은 채 연습실의 물이 틀어져 있는 욕실에서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되었다. 문제는 그녀의 치렁치렁했던 긴 머리가 짧게 잘린 채였다는 것...
진상은 젠다 미카가 스스로 머리를 잘랐던 겁니다. 애인 오쿠데라로 변장하기 위해서요. 연습실에서 다투다가 애인 오쿠데라를 목졸라 살해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연습실에서 시체를 옮기기 위해 큰 상자 속 짐을 비운 뒤, 그 안에 시체를 넣을 생각이었어요. 연습실에서 시체가 발견되면 젠다 미카가 범인이라는게 너무 쉽게 드러나게 되니까요. 그래서 짐은 다른 극단원 니시베를 시켜 옮기고, 자기는 오쿠데라로 변장해서 극장을 방문한 뒤 다른 사람으로 변장해서 사라질 속셈이었지요. 그럼 극장을 방문했던 오쿠데라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생각할거라 여긴거지요. 그러나 오쿠데라는 죽지 않았었고, 의식을 회복한 후 그녀를 목졸라 죽였던 겁니다.
기묘한 상황을 합리적인 추리로 설명하는 전개가 좋았던 작품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본격 추리 소설로는 완벽했어요. 단서 제공은 공정하고, 추리도 합리적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전편보다도 설득력은 약했습니다. 일단 젠다 미카의 계획은, 실제로 일어났다 한들 과학 수사의 벽을 넘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검시가 이루어지면 오쿠데라의 사망 시각은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시각 이전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다면 경찰은 극장으로 옮겨진 커다란 '짐'의 존재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겠죠.
머리카락을 흉기로 썼을거라는 히사메의 최초 추리도 용의자를 조사할 필요는 없었어요. 목에 남은 흔적으로 흉기가 뭔지는 파악이 가능했을 테거든요.
죽은 줄 알았던 오쿠데라가 일어나사 젠다 미카를 다시 살해했다는 진상도 억지스러웠습니다.
또 불가해한 상황 풀이인데 히사메는 헛다리를 짚고, 도리가 진상을 풀어낸다는 전개도 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럴 거라면 두 명의 탐정이 필요 없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설득력 높은 이야기라기 보다는, 불가해한 상황을 풀어내는 추리 퀴즈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던 작품입니다.
<<다이얼 W를 돌려라>>
30분 간격으로 의뢰가 들어왔다. 첫 번째 의뢰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금고를 열어달라는 나가노사키 히토시의 의뢰였다. 유언장에 남겨진 대로, 금고 위 아래 다이얼을 돌렸지만 금고는 전혀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 의뢰는 한 밤중 산책을 나갔다가 죽은 아버지는 경찰은 사고사로 판단했지만, 아버지는 살해당했다며 찾아온 시마즈 나쓰코의 의뢰였다. 두 탐정은 각각 사건을 맡아 해결을 위해 나서는데...
결국 두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는 구조로 금고가 열리지 않았던 이유는, 뒤집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해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범인이 금고를 뒤집어 놓았던건, 윗면에 할아버지를 죽일 때 피가 묻었기 때문이었고요.
금고가 뒤집혔다는걸 알아낸 히사메의 추리도 좋았지만, 할아버지가 실제로 살해당했던 것을 지팡이를 통해 알아내고,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해 내는 도리의 추리도 좋았습니다. 모처럼 컴비 플레이가 빛났네요. 이를 추리해내기 위한 단서 제공도 공정하고요.
고작 십만엔 정도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을지, 금고가 뒤집힌걸 그렇게 쉽게 눈치채기 어려웠을지, 왜 탐정이 오기 전에 원상태로 복구해 놓지 않았는지 등 의문이 없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칩 트릭>>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난 하나와 스쿨의 핵심 용의자였던 중역 유바시 진타로가 저격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그는 암살을 극도로 두려워해서 평소 서재 창문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던 탓에, 그를 창 밖에서 저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불가능해 보이는 암살이 가능하도록 만든 건, 도리와 히사메, 그리고 경찰 우가치의 대학 동기인 '칩 트릭' 이토기리 미카게였다...
창 밖에서 쏜 총에 유바시가 맞아 죽은건 확실합니다. 입사각도 명확했고요. 그러나 그가 창 바로 앞에 있었던게 아니라면? 서재 중앙 지점에서 발판 위에 올라가 있었던 겁니다. 높이가 높아졌던 탓에 입사각이 맞아 떨어졌던 거지요.발상 자체는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총 한 발로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을까요? 저는 불가능했을거라고 봅니다. 형광등을 가는 위치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중심에서 빗나가 있어도 원거리 저격은 성공했을리 없어요.
그리고 메이드 고노에가 해고되지 않기 위해, 시체를 창 밑에 옮겨놓았다는 것도 억지스러웠습니다. 해고되는 것 보다, 현장 조작이 더 큰 중죄잖아요? 또 상황이 이상하다 하더라도, 유바시가 저격당해 죽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범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조작할 이유가 없고, 경찰도 구태여 탐정을 불러다가 불가해 상황을 해결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그 날만 우연히 유바시가 창가에 서게 되었다는 설명으로 충분했을 테니까요.
이런 점에서는 불가해한 상황의, 불가능 범죄를 만들기 위한 억지에 불과했던 이야기에요.
아이디어는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현실성없고 설득력없는 이야기였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른바 하나의 눈 밀실>>
눈이 쌓인 공터 한 가운데에서 칼에 찔린 가쓰히코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시체까지는 가쓰히코의 발자욱 하나만 남아 있었고, 흉기인 칼에 지문은 없었다.
동생과 싸운 뒤 흥분한 가쓰히코가 갓 세척을 마친 식칼을 들고 동생 집으로 향하다가 실수로 쓰러질 때 칼에 찔려 죽었다는 진상은 합리적이었지만, 흉기에 지문이 남아있지 않았던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손에 묻었던 눈이 녹으면서 씻겨 나갔다는데, 현실성이 없어 보였거든요. 물 좀 묻는다고 지문이 그렇게 쉽게 지워질까요? 그렇다면 손바닥에 묻었던 피는 왜 안 지워진 걸까요?
이 진상보다는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가쓰히코 공장 직원 두 명이 공모했다는 도리의 추리가 훨씬 더 나았습니다. 한 명이 먼저 현장으로 가서 죽은척 하고, 그 뒤 다른 한 명이 집에서 죽인 시체를 짊어지고 간 뒤, 시체를 내려놓고 공범자를 짊어지고 오면 된다는 추리로 꽤 그럴듯했어요. 최소한 지문이 눈이 녹은 물에 씻겨 나갔다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칼에 대해 잘못 말한건, 그냥 말실수였다고 해도 무방했을테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십엔 동전이 너무 없다>>
탐정사무소의 여고생 아르바이트 구스리코는 심심해하던 탐정들에게 학교에 가다가 들었던 기묘한 말의 진상에 대해 추리를 부탁한다. 수상한 남자가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했던, "십 엔 동전이 너무 없어. 다섯 개는 더 필요해."라는 말이었다.
제목과 내용 모두 걸작 단편 <<9마일은 너무 멀다>>를 오마쥬하고 있는 작품. 두 탐정이 서로 각자 추리를 말하고, 반론하며 서서히 진상에 근접해 나가는 과정의 빌드업이 좋습니다. 탐정이 두 명인게 그나마 긍정적으로 사용된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수상한 남자는 꽤 여러 번 공중전화를 사용하여 전화를 걸어야 했지만,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서 남자가 공중전화를 사용한 이유가 신원을 감추기 위해서라는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또 동전 갯수를 어림잡았다는 점과 평일 낮이었던 시간을 근거로 둘은 수상한 남자가 전화번호부를 통해 알아낸 특정 지역에 사는 주부들에게 모조리 전화를 하려고 했다고 추리합니다.
추리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이야기 특성 상 그냥 여기서 마무리해도 좋았을텐데 추리가 진짜였다는게 드러나는건 좀 별로였어요. 전화번호부와 공중전화가 과연 21세기에 먹힐 이야기는 아닌 듯 싶었거든요. 저만 해도 집에 전화가 없습니다. 휴대전화로 충분하니까요. 또 수상한 남자의 의도대로 형편좋게 전화를 받았다고 한 들, 1분 정도의 전화 통화를 통해 들은 목소리로 그 주부가 누구인지 특정한다는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피해자가 마침 떨어트린 화과자 포인트 카드로 범인들이 그녀가 사는 동네와 성을 알아냈다는 것도 작위적이었고요.
<<9마일은 너무 멀다>>의 변주로 적당한 완성도는 갖추고 있었지만, 추리 놀이는 놀이로만 끝내는게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99퍼센트 확실한 독살>>
중의원 의원이었던 도자마 간조가 독살당했다. 후원회 파티에서 접객 담당 종업원이 날랐던, 똑같은 잔 10개 중 도자마 간조가 무작위로 고른 한 잔에만 독이 들어있었다. 독살 방법은 '칩 트릭' 이토기리 미카게가 설계했다는게 드러나는데...
도리는 처음에 의원에가 찰싹 달라붙어 있던 비서가 샴페인을 마시기 직전에 독을 넣었다고 추리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게 밝혀져 실의에 빠집니다. 다른 작품과는 다른게, 히사메는 트릭 담당이 아니라며 위로만 할 뿐이라는 거지요. 그래도 위로 덕분인지, 곧바로 도리는 진상을 추리해냅니다. 독은 이미 마셨던 것이고, 샴페인 잔이 아니라 의원이 서 있던 위치를 가늠하여 바닥에 독을 발라 놓았던거라고요.
하지만 추리와 전개 모두 억지스럽고 작위적이었던 수준 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추리의 착안점이 의원의 유류품이었던 것 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여러가지 약이 있었지만, 물이 없었다는 것에 주목하는데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물은 어디서나 쉽게 구해 마실 수 있는데, 그걸 항상 상비해서 들고 다닌다?
그리고 바닥에 미리 발라 놓았던 독이 떨어트린 샴페인 잔 속 내용물과 섞여, 삼페인에서 독이 검출되었다고 오인되었다는 것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지나치게 운에 의지했을 뿐더러, 현대 과학 수사를 너무 우습게 본 걸로 보이니까요.
과거 도리가 목이 베여 죽을 뻔 했던 적이 있고, 그 사건 때문에 동창 4명의 행보가 갈렸으며 도리는 목이 긴 터틀넥 스웨터를 고집하게 되었다는 과거사가 살짝 선보이지만 이야기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는 못합니다. 만화적이며 과장된 캐릭터 형성에 불과해서 오히려 거슬렸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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