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 파코 로카 지음, 김현주 옮김/중앙books(중앙북스) |
스페인 작가의 그래픽 노벨 단편집. 일본 잡지 IDEA 지난호에서 우연찮게 소갯글을 보고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만화는 처음 읽어봤네요.
신선함, 완성도 모두 좋았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소개는 아래를 참고하세요.
마지막으로, 왜 '만화' 라고 하지 않고 '그래픽 노벨'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미국 만화는 '코믹스', 일본 만화는 '망가', 프랑스 만화는 '방 드 베시네' 라고 부르는건 말이 됩니다. 하지만 특별한 원칙, 장르 구분 없이 좀 비싸고 있어보이는 만화를 '그래픽 노벨'이라고 칭하는 행태는 사라졌으면 합니다.
<<주름>>
요양원에 들어간 전직 은행원이었던 노인 에밀리오가 치매로 최근 기억을 잃어가는걸 노인 시점에서, 그리고 그의 요양원 친구 시점으로 그리는 작품.
치매에 대해 다룬 작품은 많이 보아 왔는데, 신파 위주의 서사가 많았었지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처럼요.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는게 독특했습니다. 처음에 에밀리오가 '공'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장면은 큰 컷으로 그려 치매 증세에 대해 위중하게 묘사하지만, 그 뒤에는 옷을 입는 방법을 잊어 버리고, 현재의 자신을 잊고 과거 시점인걸로 착각하고, 방금 읽은 책과 방금 한 일도 잊어버리는 식으로 증세가 심해지는데에도 불구하고 모든걸 자연스러운 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에밀리오는 잠깐 분노를 표시하기는 하나, 대체로 그냥 받아들일 뿐입니다. 에밀리오 가족의 슬픔도 전혀 보이지 않고요. 하긴, 슬픔은 커녕 제대로 등장조차 하지 않지요.
유일한 친구인 불량 노인 미겔이 주동하여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는 일탈이 짤막하게 등장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목적도 없었고, 얼마 가지도 못해 사고를 일으켜 실패하고 만, 너무나도 미약한 일탈이었습니다. 하기사, 중증 치매 환자인 노인이 운전하는 차로 뭐 얼마나 대단한걸 할 수 있었을리가 없겠지요. 요양원에서 만났던 미겔이 에밀리오를 돌봐준다는 엔딩도 현실적이면서 씁쓸했습니다.
나라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정열의 나라라고 알고 있었던 스페인 작가가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이런 작품을 발표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네요.
이런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작화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땡땡' 시리즈가 리메이크된다면, 이런 그림으로 그려지면 참 좋겠습니다.
별다른 서사가 없거나, 서사를 드러내기에는 드라마가 약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분량도 노인들의 유대 관계를 설명하기는 부족했고요. 그래도 한 번 읽어볼만한 좋은 작품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등대>>
프랑코 독재 정부에 맞서 싸우다가 도망치던 공화국군의 젊은 군인 프란시스코를 구해준건 버려진 등대 등대지기 텔모였다. 둘은 함께 배를 만들어 환상의 섬 라퓨타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라퓨타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가상의 섬이라는걸 알게 된 프란시스코는 분노하는데, 그날 밤 프랑코 군이 등대로 쳐들어왔다...
늙은 텔모가 자신처럼 늙은 등대를 밝혀 프란시스코를 탈출시키고, 자기는 등대와 함께 무너져내린다는 결말은 많이 뻔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친구를 죽이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전쟁에 끌려갔다는 등 전쟁으로 인해 벌어졌던 비극들도 마찬가지였고요. 우리나라도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마찬가지로 겪었으니 익숙할 수 밖에요.
단색톤의 작화는 정교하고 깔끔했지만, 이런 드라마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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