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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2

경양식집에서 - 조영권 / 이윤희 : 별점 3점

경양식집에서 - 6점
조영권 지음, 이윤희 그림/린틴틴

전국 유명 노포 중국집을 찾아다니며 맛 본 음식들에 대해 쓴 글을 모아 "중국집"이라는 책을 발간했던 피아노 조율사 조영권의 신작. 이번에는 전국의 노포 경양식집을 찾아 다닌 결과물입니다. 28년 동안 탐방했다고 광고하고 있네요. 마침 소개되고 있는 경양식집도 28곳이고요.

장점이라면 편집과 디자인입니다. 전작은 폰트와 기본적인 편집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디자인도 도전적이기는 했으나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가로로 돌려 보아야 하는 부분 등은 영 불편했으니까요. 수록된 사진들의 퀄리티도 그다지 좋지 못했었고요. 그런데 그런 부분이 완벽하게 보완되었습니다. 전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윤희의 만화가 그대로라는 점도 좋았고요. 전작의 편집자 박진홍 씨가 회사를 옮긴 뒤 기획한 책으로 보이는데,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용도 재미있었습니다. 전문 요리 서적은 아니고, 일종의 맛집 탐방기에 가까운데 그 주제가 '경양식집' 이라니! 완전히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저자는 입맛을 돋우는 수프와 같은 전채에서 시작해서, 주로 튀김 요리인 메인 요리에 빵이나 밥 같은 탄수화물, 샐러드 등의 곁들임 야채들과 깍두기와 단무지같은 식사용 반찬, 그 외 이런저런 부록(?)에 후식 커피까지 전부 갖추어져 있는 풀 코스 식사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경양식이야말로 가성비 좋은 완벽한 음식이라고 말하는데, 무척 공감이 갔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는 이런 경양식을 많이 먹어 보았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제대로 한 상 차려내는 곳을 찾아보기는 힘들지요. 무척 반갑기도 했고, 옛 추억이 떠올라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소개되는 경양식 요리들도 굉장했습니다. 단순한 돈까스가 아니라 단호박 돈까스, 치즈 돈까스, 고구마 김치 돈까스, 해물 돈까스와 같은 응용도 많고, 그 외에도 생선까스나 함박스테이크에 오므라이스, 심지어는 베이컨 더블 치즈 버거 등 여러가지 요리가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평범한 일반인에 가까운 시각으로 가게와 음식을 바라보고, 방문했을 때의 일상을 수필처럼 함께 기록해주는 편안한 글들도 여전히 매력적이었고요.
또 우리나라 최초의 경양식집 서울역그릴을 비롯, 경기도 인천, 광명, 안성 등의 수도권에서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작처럼 전국 각지가 모두 등장하는데, 놀랐던건 이번에는 전작처럼 조율을 위해서 방문한게 아니라, 일 없이도 훌쩍 떠나 경양식을 먹고 오는 이야기도 제법 된다는 겁니다. 정말 맛 탐방을 위한 노력과 정성에는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도 광명의 라임 하우스, 동두천의 라르고, 서울의 그릴 데미그라스는 가게 주인의 인터뷰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역시 좋은 정보였습니다. 라임 하우스의 장인 정신, 라르고의 편안함, 그릴 데미그라스의 도전 정신과 열정은 본받아야 마땅하지요. 주인 분들이 더 나이가 드시기 전에 라임 하우스와 라르고는 한 번 꼭 가봐야겠어요.

그러나 만화가 전작보다 분량과 비중이 줄은건 아쉽습니다. "중국집"에서 만화는 거의 80페이지에 달했는데, 이번에는 50페이지가 안되거든요. 무려 40%나 줄은 것이죠. 출판사는 달라졌지만 같은 시리즈이니 만큼, 같은 판형으로 출간해 주는게 훨씬 좋았을테고요. 디자인이 달라서 시리즈로 보이지도 않지만, 판형마저 다르니 책꽂이에 꽂아놓으면 아예 다른 책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적당한 식도락 수필입니다. 구스미 마사유키 등 일본 작가들이 쓴 책 비슷하게요. 그러나 명확하게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는 차이점에 더해 사진과 만화 등 함께하는 컨텐츠의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좋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참고로 이 책의 전작 "중국집"은 출판사 CA에서 제 졸저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출간 바로 전에 펴 냈던 책입니다. 담당자도 박진홍씨로 동일했고요. 그래서 저도 책의 존재를 알고 인연을 맺게 되었었지요. 제 졸저도 이처럼 후속작이 어딘가에서 기획되어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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