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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클로버문고의 향수 : 별점 3점

클로버문고의 향수 - 6점
클로버문고의 향수 카페 지음/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저도 가입해있는 카페 "클로버문고의 향수"에서 간행한 클로버문고 만화관련 도록입니다.

19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 발간되었던 클로버문고 429권 중 389 권에 이르는 만화만 추려내어 총 7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죠. 카테고리는 "명랑 / 공상과학 / 스포츠 / 순정 / 고전,명작 / 시대,역사 / 액션,추리,드라마" 로 나뉩니다. 세부 항목으로는 각 만화별 이미지와 작가와 줄거리 소개는 물론 짤막한 감상과 복간여부, 그리고 원작관련 (불법으로 복제된 만화라면 그 일본 원작까지!) 소개까지 무려 7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실려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클로버문고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네요.

클로버문고는 과거 에이브와 함께 제 어린시절을 함께했던 문고라 읽는 내내 굉장히 반갑더군요. 이렇게 과거 명작의 흔적이나마 지금 더듬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클로버문고의 향수" 카페 여러분께 감사드려야 할 테고요.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무척 많았어요. 예를 들자면 흑역사라 할 수 있는 일본 작품의 카피판들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날개"와 같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 카피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아다치 미츠루 작품까지 카피했었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했던걸까요?
그리고 이원복의 과거 만화가 가와사키 노보루와 치바 데츠야 화풍을 절반씩 섞은 독특한 화풍이었다는 것도 새로왔어요.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대표적 장면만 나열하니 확 와 닿더라고요)
또한 의외로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의 월간지 연재만화가 많다는 것도 특이하더군요. 이우정의 걸작 "갈기없는 검은사자"라던가 탐정만화 "모돌이 탐정", 김형배의 "20세기 기사단" 등은 제가 당시 월간지를 통해 읽었었는데, 단행본이 클로버문고에서 발간되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었거든요.

하여간 읽었었거나 소장했었던 작품들은 물론 읽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무척 읽고 싶은 작품들이 넘쳐나서 도록을 넘기는 순간순간마다 지름과 소장의 욕구를 참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개인적으로는 방학기의 "초립동이"와 "사라진 낡은 집", 이 두권은 어떻게든 다시 나와주면 참 좋겠습니다. "초립동이"야 워낙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기 때문이고,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을 조선시대로 각색한 "사라진 낡은 집"은 어린시절 무서워서 못 읽은 작품인데 꼭 읽어보고 싶거든요.
물론 과거의 명작이라 하더라도 지금 읽으면 낡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만해도 어린시절 푹 빠졌었던 "20세기 기사단"의 경우 복간본을 구입한 뒤 생각과는 너무 달라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죠. 하지만 "철인 캉타우" 등 복간된 뒤에도 아직도 그 생명력과 재미가 유지되는 좋은 작품도 굉장히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니 만큼, 클로버문고의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좋은 작품을 선별하여 복간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구입하고 싶네요.

별점을 매길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구태여 별점으로 평가한다면, 옛 향수와 추억을 되새길 수 있으며 한국 만화계의 한 역사이기도 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다양한 저자가 손을 댄 작품별 소개의 편차가 큰 탓에 (굉장히 부실하고 단지 작품 감상에 불과한 짤막한 소개글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감점했는데 사실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도록이죠. 저와 같은 시대를 공유하셨다면 꼭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읽었던 작품 중 클로버문고 베스트 10을 감히(!) 작성해 봅니다. 순서는 무순입니다. 다시 읽게 된다면 많이 바뀌겠지만요...
갈기없는 검은사자 - 날개 - 소년 007 - 암행어사 허풍대 - 요철발명왕 - 변칙복서 - 벤허 - 홍의장군 곽재우 - 땅콩찐콩 - 초립동이

2017/04/29

초초패미컴 - 타네 키요시 외 / 문성호 : 별점 2.5점

초초패미컴 - 6점
타네 키요시 외 지음, 문성호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이전 읽었던 "초 패미컴"의 후속작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패미컴'으로 발매되었던 여러가지 게임들 중, 특기 할 만한 것들을 소개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많은 게임이 소개되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던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당대 유행과 트렌드를 알려주는 작품들입니다. 혼다의 인기 소형차 '시티'가 주인공인 "시티 커넥션", 그리고 "북두의 권"과 "매드맥스"에서 영향을 받은 세기말 황야를 무대로 한 레이싱 게임 "마하 라이더"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양한 당시 컨텐츠를 원작으로 한 게임들도 같은 류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또 물건이 많네요. "스타워즈" 게임에 등장하는 '전갈 베이더', '갸오스 베이더', '크라도스 베이더', '완파 베이더' 등의 악당은 그야말로 대폭소에요. "맛의 달인" 게임의 후짐과 억지스러움도 아주 인상적이고요.
유명인들과 관련된 작품들도 눈에 띕니다. "명탐정 산마"와 같이 당시 유명인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활약도 돋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공각기동대" 3인방인 오시이 마모루, 이토 가즈노리, 카와이 켄지가 손잡고 만든 RPG "산사라 나가"는 어떤 게임이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심거리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 내세워 새로운 흐름을 만든 작품들이었습니다. 비키니 여성 전사가 주인공인 "몽환전설 바리스", "아테나"라던가 전투 미소녀 안드로이드 밀리아가 등장하는 "가딕 외전", 소노다 겐이치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던 "갈포스" 등이 대표적인데, 전부 아는 작품들로 옛 추억이 소록소록 떠올라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네요.

조금 자세하게 들여다보자면, "바리스"의 유코는 이 바닥에서 전설같은 존재로 어린 시절 상당히 호감을 가졌던 누님입니다. 그런데 여기 소개되는 패미콤 버젼은 흑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엉망으로 이식되었다고 합니다. '쿠소게'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죠. 

SNK의 아테나는 "아테나"라는 게임으로 첫 등장한 듯 한데 접해보지는 못햇습니다. 하지만 "킹오파" 시리즈로는 잘 알고 있죠. SNK 간판걸로 아직 쌩쌩한 현역이기도 하고요. 패미콤 버젼은 아케이드판을 이식한 것인데 '비키니'가 방어구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방어력 '0'의 물건이라는 합리적(?) 설정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방어력이 중요한 디자인은 아니겠지만요.

"갈포스". 소노다 겐이치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죠. 당시 우리나라 잡지 소개 자료에서 보았던 게임도 무척이나 하고 싶었었는데 결국 손대지 못하고 애니메이션만 봤던 기억이 납니다. 

"가딕 외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컴파일의 슈팅 게임인데, 비행형으로 변신 가능한 미소녀 휴머노이드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이하네요. 본편보다 외전이 유명해진 이유는 주인공 밀리아의 존재가 컸던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가딕"은 밀리아는 단지 설정 문장에만 존재했는데 "가딕 외전"에서는 도트 그래픽으로 게임 본편에 화려하게 등장한다고 하니까요. 참고로 아래의 밀리아 일러스트는 가토 나오유키 (스튜지오 누에)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렇게 재미난 정보가 많이 있지만 아쉽게도 게임을 잘 모르면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든데, 전작에 비하면 유명한 게임이 별로 없다는 단점도 큽니다. 그나마 아는 게임도 흔해빠진 아케이드 이식작인 "팩맨"이나 "봄버맨", "마계촌", "이카리" 정도거든요. 때문에 재미는 전작보다 못합니다. 

도판도 전작처럼 부실합니다. 제가 앞서 소개해드린 것 같은 특징적인 주인공이나 메카닉 도판 정도는 충분히 소개해줄 만 한데, 글로만 떼우는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 문제가 있었을까요?
아울러 뒷부분에 수록된 "패미컴 헌터, 난부선을 가다!"와 같은 리포트는 오시키리 렌스케가 동참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용과 큰 상관이 없는 단순 추억담에 불과해서 분량 낭비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게임의 역사, 혹은 패미컴 게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거나, 굉장한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즐기기가 어려운 서브컬쳐 분석 자료입니다. 여러모로 추천드리기는 좀 애매하네요. 가격도 비싼 편이고요. 컬러 등으로 도판을 보강하고 보다 멀티미디어 측면을 강화한 e-book 버젼이라면 모를까, 구태여 구입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2010/03/08

두산베어스 마스코트에 대한 소고

새로운 마스코트 이름이 "철웅이"라고 발표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뭐 마음에 듭니다.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건 이 새로운 마스코트가 아니라, 팬들 사이에서는 "깡패곰"으로 잘 알려진
이놈에 대한 것이죠. 사실 이 깡패곰 마스코트는 1999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처음 시작한 제가 만든 것이거든요. 이제 마스코트도 바뀌었으니 과거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디자인이 이렇게 나온 것은 제가 그동안 가져왔던 의문 - 팀 이름은 곰, 호랑이, 사자, 용 등등 거진 다 맹수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왜 마스코트는 귀엽게만 가져가는가? - 에 대한 나름의 해답이었습니다. 모름지기 맹수라면 주변 동물들을 다 때려잡을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를 사용해야 하거늘, 결국 팀을 형상화하는 마스코트는 피카츄같은 이미지라는 것이 불만이었거든요. 이럴거면 두산 팬더스라고 하던가.
그래서 다른 팀들 마스코트는 한손으로 쳐부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이미지로 구체화하여 작업하였었고, 디벨롭하면서 한국의 곰을 대표하는 "반달곰" 이미지까지 부여하는 등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과물을 도출해 내었었죠. 마지막에 당시 두산 사장님이셨던 박모회장님께 직접 PT를 했었는데 당시 너무나 좋은 반응 ("그래. 내가 생각한게 이걸세!") 까지 이끌어내어서 초짜 디자이너로 감동에 젖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발표되자마자 지금의 철웅이에 대한 비난은 장난으로 보일 정도로 엄청난 반대의견 때문에 홍역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우리 귀여운 곰돌이를 돌려주세요!" 라는 팬들의 아우성때문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어요. 그나마 인터넷 인프라 초창기였던 90년대 후반이라서 다행이지 아마 지금 발표되었더라면 제 개인정보까지 다 노출되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무서운, 그야말로 살인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팀은 강력한 맹수 이미지라 할지라도 팬층은 어린아이부터 여성까지 넓게 포진되어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너무 타겟을 좁혀 디자인 했던 것이죠...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타겟층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교훈을 안겨준 나름의 흑역사입니다.

하지만 실패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고, 전 세계 프로구단 캐릭터 - 마스코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작품이라 자부합니다.^^ 디자인 작업을 오래 하지도 않았고 지금은 디자이너도 아니지만 아직까지 어디가서 내세울만한 개인적 포트폴리오도 이녀석 밖에는 없기에 애착도 굉장히 크고요. 아울러 이 마스코트로 변경된 후 마스코트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의, 국내 프로야구사에 길이 자랑할만한 강력한 중심타선 우-동-수 트리오가 등장했고 결국 우승도 차지했기에 팬으로서 정말 기뻤습니다.

지금 바뀐 철웅이도 귀여움보다는 강력한 이미지가 더 크게 엿보이는 만큼 2010년 두산베어스도 강력한 이미지에 걸맞는 팀의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하길 바랍니다. 파이팅 베어스! 허슬~두!

2006/04/24

프로야구 잡담

일요일은 하루종일 야구와 함께 보냈습니다.
그나저나 두산의 경기를 보다보니 안구에 습기가.....
아무리 괴물 신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고졸 신인에게 완투패. 그것도 11삼진이라뇨...  물론 실제 경기를 보니 류현진이라는 선수 정말 대단하긴 하더군요. 이미 2승을 거두고 있는 실적도 그렇지만 공의 위력과 제구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두산... 이건 아니잖아.... 강동우 선수의 안타와 안샘의 적시타로 얻은 1회의 1점. 그게 끝이라니...

어쨌건 8개구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선발진을 갖추고도 달랑 3승에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두산의 현실이 잘 드러난 게임이었습니다. 김인식 감독님이 발굴한 선수 이외에 새로운 선수 수급이 거의 전무했던 야수진의 암담함, 이 부분은 타 구단의 중고 선수들을 싼 맛에 기용하는 재미에 신인 기용에 인색했던 김인식 감독님도 피해갈 수 없는 흑역사라 생각되긴 하지만 어쨌건 안습 그 자체였습니다. 매 경기 3점 이상 내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타선에서 투수진이 힘을 내 봤자 승보다 패가 많은 것은 당연지사겠죠. 30대 후반의 안샘이 언제까지 분전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있는 선수들이라도 좀 힘을 내줘야 할텐데 아니 대체 나주환 선수, 이친구는 요새 왜이리 헤맨답니까? 용덕한 선수도 잔실수가 겹치다 보니 타격도 영 시원치 않아 보이고....

개인적으로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올 시즌은 꼴찌를 하더라도 제대로 리빌딩하는 시즌이 되는 것이 차라리 낫겠더군요. 1,2년 고생해서 5년 정도를 내다볼 수 있다면 그게 더욱 팬을 위하는 구단 운영으로 보입니다. 일단 투수진은 어차피 내년에 제대하는 이경필, 구자운 선수 등으로 충분히 운영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FA가 되는 박명환은 포기하더라도 (우리에게는 포스트 박명환을 내다볼 수 있는 김명제가 있기에!) 야수를 트레이드 하는 방향으로 일단 운영되었으면 합니다. 박명환선수 정도라면 군대 문제가 해결된 20대 후반 ~ 30대 초반의 야수와는 충분히 맞춰볼만 할 것 같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박용택 선수가 탐이 나긴 합니다만...^^) 물론 김동주 선수는 포기하면 안되며 추후 2차 지명 (1차지명은 이미 투수 2명으로 계약을 끝냈으니...)은 무조건 타자로 가야 하고요. 저희도 홍성흔 선수 이후의 신인 타자좀 가져 봐야 할 때라 생각 되거든요. 신인 타자가 성공하기는 요사이 극히 힘들긴 하지만 로또라도 걸어봐야지 어쩌겠습니까. 당장을 생각한다면 투수 용병 1명 (랜들?)을 포기하고 용병 거포를 영입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판단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외야수 용병 중 거포라... 국내 무대에서도 펠로우 정도밖에는 기억나지 않거든요. 데이비스라면 굿!이지만 한화에서 놔줄리도 없으니...
 
아울러 경기에서도 신인 투수와 야수를 적극 기용해서 옥석을 가렸으면 합니다. 투수진은 서동환-원용묵-김상현-김승회 선수를 주축으로 미들진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현재 가고 있는데 다른 대안도 없지만 좋은 판단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지켜보다가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를 구분해서 이원희 선수나 금민철 선수 등도 적절히 활용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작년 2차 1지명 김용성 선수의 모습도 1군에서 좀 봤으면 하고요.

야수쪽에서는 더이상 문희성 선수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판단됩니다. 이미 30이 넘은 선수에게 나름 기회를 꾸준히 주긴 했지만 선구안과 출루율은 도무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기에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 생각되네요. 이승준 선수도 나이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올 시즌이 마지막 기회로 보여집니다. 신인 야수는 눈에 띄는 선수가 없지만 이승엽 선수나 김혜겸 선수, 이종욱 선수, 민병헌 선수 등을 꾸준히 기용했으면 합니다. 좌타건 우타건 거포는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2할 후반대만 쳐주면 좋겠는데..... 특히나 외야수 중심으로 리빌딩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타격 성적은 최훈재 타격코치님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되는 만큼 타격 코치의 인선도 고려해 볼만 하고요.

이제 마음을 접은 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과거 우-동-수 트리오의 강력함 -3명합쳐 100홈런 300타점!- 이 리오스-랜들-박명환-이혜천-김명제라는 지금의 투수진과 결합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김동주라도 어서 돌아오기를....

2006/12/04

전설의 자유 추리 문고

원래 제가 중학교때까지 가끔 눈에 띄면 모으던 문고 시리즈였습니다만, 최근 우연찮게 3번 구입하게 되고 책 뒤의 다른 책 소개를 보니 정말 눈이 뒤집히네요.

뭐 목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나친 반 다인 취향과 뜬금없이 끼어 있는 어슐러 K 르귄의 "암흑의 왼손"을 제외하고는 정말 추리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 명작을 거진 다 소화하고 있어서 나무랄데 없는 선정으로 보입니다. 크리스티 여사님 책이 한권도 없긴 하지만 여사님 책은 당시부터도 해문 빨간책 시리즈로 전권이 나오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이 뺀 것이 아닌가 싶네요. 현명한 판단인 것이 사실 저는 여러 추리 문고 시리즈에 여사님 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직도 불만이거든요. 해문 빨간책이 여사님 책 시장은 평정하다시피 했으니 다른 시리즈로 구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기에 차라리 그 책을 내 놓을 바에야 다른 멋진 작품들을 선정하는 것이 분명 나은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이 시리즈는 당연히 일어 중역본인 듯 하지만 번역도 의외로 매끄럽고 좋은 편입니다. 교정을 여러본 보았는지 오탈자도 거의 없고 문체도 좋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최근 출간되었던 정식판보다 이쪽이 외려 번역이 좋았습니다. 정식판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지루하게 번역했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다시금 목록을 보니 어렸을 적에 많이 구입하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그 당시 용돈을 쪼개서 사던 즐거움 중 하나가 추리소설을 구입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많이 사지는 못했더라고요. 돈이 좀 없더라도 몇권 더 사는건데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를때 지르지 않으면 훗날 후회가 오나 봅니다)

제가 지금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시리즈 26 "눈먼 탐정 캐러더스", 27 "포튠을 불러라", 28 "이와 손톱", 그리고 50번째인 "주정꾼 탐정" 입니다. 헌책방 순례도 어언 10여년 짼데 아직도 발견 못했습니다.

고가 매입...은 힘들겠지만 도움주실 분 계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꼭 읽고 싶습니다!

1~2 : 셜록 홈즈의 모험  - 코넌 도일
3 : 뤼뺑의 고백 - 모르스 르블랑
4 : 브라운 신부의 지혜 - 체스터튼
5 : 팔점종 - 모리스 르블랑
7 : 벤슨 살인사건 - 반 다인
11 : 딱정벌레 살인사건 - 반 다인
14 ~ 15 : 클로이든발 12시 30분 - 크로포츠
18 : 새벽의 데드라인 - 윌리엄 아이리쉬

19 : 미궁과 사건부 - 로이 비커즈
20 : 어두운 거울 속에 - 엘런 매클로이 (헬렌 맥클로이)
21 : 즐거운 살인 - 크리스핀
22 : 강철도시 - 아시모프
23 : 움직이는 타깃 - 로스 맥도널드
24 ~ 25 : 카나리아 살인사건 - 반 다인
26 : 눈먼 탐정 캐러더스 - 브래머
27 : 포튠을 불러라 - 베일리
28 : 이와 손톱 - 윌리엄 벨린저
29 ~ 30 : 위험한 여로 - 브랜드
31 : 작은 독약병 - 샬럿 암스트롱
32 : 제 8지옥 - 스텐리 엘린
33 : 케닐 살인사건 - 반 다인
34 : 법정 밖 재판 - 헨리 세실
35 ~ 36 : 도중의 집 - 엘러리 퀸
37 : 싸이코 - 로버트 블록
38 : 흑거미 클럽 - 아시모프
39 ~ 40 : 여자 살인 이야기 - 아일즈
41 : 살인급행 침대열차 - 자프리조
42 : 암흑의 왼손 - 어슐러 르귄
43 ~ 44 : 검은 탑 - P.D 제임스
45 : 가든 살인 사건 - 반 다인
46 : 스카이 잭 - 토니 켄릭
47 : 사람의 덫 - 로저 사이먼
48 : 사라진 시간 - 윌리엄 벨린저
49 : 르윈터 망명 - 로버트 리델
50 : 주정꾼 탐정 - 에반 헌터

자유추리문고 소장중 / 다른 판본으로 소장중 / 못구함, 혹은 안구함...
* 2021.01.02. 리뷰가 있는 작품은 링크 추가합니다. 전부 자유 추리 문고는 아니지만요.

2009/12/07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해외편 - 본격물 목차 소개

이전에 읽었던 "이 미스터리를 읽어라 - 일본편" 에 이은 해외편입니다. 형이 구입했기에 빌려서 읽게 되었죠^^ (땡쓰~)

무려 100편이나 되는 작품이 총 7편의 큰 주제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는데 첫번째가 본격물, 두번째가 하드보일드, 세번째가 경찰소설, 네번째가 법정 미스터리, 다섯번째가 서스펜스 스릴러, 여섯번째가 모험 & 스파이물, 일곱번째가 괴기환상 & 패러디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리뷰 전에 이 중 본격물부터 먼저 간략하게 정리해서 목차만이라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읽은 것은 적색 (그중 리뷰가 있는 것은 링크), 번역 자체가 안된 것은 녹색, 번역되었지만 땡기지 않거나 절판 등의 이유로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은 파란색입니다. 총 30편 중 6편이 번역되지 않았고, 남은 24편 중 4편을 읽지 않았으니 84% 독파니까 나름 선방한 편이군요. 나머지도 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본격물! 저릿저릿한 무서움을 만끽해라!
1. 모든 것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에드가 알란 포우 - 모르그가의 살인
2. 영국 미스터리의 기념비적 대작 - 월장석

3.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홈즈 시리즈, 그 중 최고봉은 "바스커빌가의 개"
4. 준비된 의외의 비장의 카드! 실속이 빛나는 "구석의 노인"
5. "심리적 밀실" 스타일을 창출한 불후의 명저 "노란방의 비밀"
6. 소년의 꿈. 괴도 뤼뺑의 진면목이 떠오르는 "813"
7.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의 동심"을 읽지 않은 독자는 가짜다!
8. 큰 논쟁을 불러 일으킨 추리소설중의 추리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9. 크리스티와 인기를 양분했던 도로시 세이어스의 "나인 테일러스"
10. 일본의 여정 미스터리 붐에 불을 당긴 F.W 크로포츠의 "통"
11. 미국 미스터리 중흥의 시조. 회심의 역작 "그린 살인사건"

12. 30년간 베스트 원의 자리를 독점.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13. "세개의 관"으로 불가능범죄를 풀어나가는 놀라운 쾌감을!
14. 개성파탐정의 필두는 "독사"로 데뷰한 미식가 탐정 네로 울프.
15. 변호사물의 원조 "기막힌 살인사건"은 최고의 유머 미스터리.
16. "본격단편"에 반드시 꼽히는 실력파 "9마일은 너무 멀다"
17. 안락의자 탐정의 고독한 자리를 지키는 브롱크스의 "엄마는 뭐든지 알고 있다"
18. 현재의 쥴리안 소렐이 더욱 숙달시킨 완전범죄.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
19. 전통과 참신한 모험소설의 융합이 호평받은 "사이먼은 누구?"
20. 사상 최저의 무능한 탐정이 책 속으로! "도버 4 / 절단"
21. 순도높은 영국 본격파의 맛. 레지널드 힐의 "뼈와 침묵"
22. 중후하고 고귀한 향기. P.D 제임스 "욕망과 음모"
23. 수많은 상을 모두 획득! 루스 랜들 "장미의 살의"
24. SF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펼쳐놓는 고도의 수수께끼 "흑거미 클럽 1"
25. 아 이런 방법이 아직 있었다니! 본격 팬들이 감탄한 "호그 연속살인"
26. "숲을 지나가는 길"은 크로스워드 퍼즐을 풀듯이 읽는 것으로도 충분
27. 희대의 명 요리장이 팔을 걷어올리고 만든 일품요리 "초대받지않은 손님들의 뷰페"
28. MWA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백골의 판타지. 엘킨즈의 "오래된 뼈"

29.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궁극의 역사 미스터리 "장미의 이름"
30. 수도사를 탐정으로! 성인들의 역사 미스터리 "수도사 캐드펠"

2023/03/11

흑뢰성 - 요네자와 호노부 / 김선영 : 별점 3점

흑뢰성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리드비

<<아래 리뷰에는 내용 및 트릭 등 주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리오카 성의 성주이자 셋슈 지방의 영주 아라키 무라시게는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었다. 구로다 간베에는 이를 막기 위해 찾아왔다가 아리오카 성 지하 감옥에 투옥되었고, 아라키 군과 오다 군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무라시게 믿었던 모리 군의 참전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초반에는 잘 버텼던 무라시게 군의 기강도 나날이 해이해져 갔다. 그 와중에 아리오카 성 내에서는 여러가지 기묘한 사건들이 일어났고, 아라키는 사건 해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구로다 간베에의 도움을 청하는데....


요네자와 호노부에게 나오키 상을 안긴 대작 연작 장편 소설. 발간된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전국시대 아리오카 성 전투를 배경으로 전투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그리고 있는 역사 추리물입니다. 그런데 <<대망>>같은 전국시대 군웅물로 보아도 무색하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대하 역사극 서사를 잘 그려내고 있거든요. 아리오카 성을 기반으로 오다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은 아라키 무라시게와 그의 군대가 오다 군에게 포위당하고 1년여간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져있는데 기가 막힙니다. 원래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청춘물을 주로 쓰던 작가가 대하 서사물을 이런 수준으로 발표했다는데는 탄복할 수 밖에 없네요.
군웅물 대하 역사극답게 등장인물들 모두 관련된 배경 설명도 충실하며 캐릭터들이 확실하게 잡혀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문무를 겸비한 인재인 주인공 아라키 무라시게를 비롯하여 직속 수하들인 호위대 오본창, 철없는 애송이 나카니시 신파치로, 호전적인 노무라 단고, 냉정한 규자에몬, 이케다 이즈미 등 모두가 그러합니다. 특히 애송이 나카니시 신파치로가 처음에는 아라키 무라시게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다가, 1년여가 흐르면 적장과 주군 몰래 교류를 하는 묘사 등으로 인물 설정과 배경 묘사를 통해 아라키 군의 해이와 패망의 전조를 알리는 잘 짜여진 구성은 매력적이었어요.
구로다 간베에가 아리오카 성 전투 당시 지하 감옥에 갇혔었다, 아라키 무라시게는 리큐의 진전을 받은 다도인으로 천하가 흠모하는 명품 다기 "도라사루'를 가지고 있었다, 무라시게의 아내 지요호는 과거 나가시마에서 겪었던, 일향종 신도들의 떼죽음이라는 절망적인 체험을 겪었다는 실제 사실을 이야기에 녹여내는건 팩션 느낌을 전해주며, 호위대 오본창과 사이카 병사 등이 각자 지니고 있는 힘, 창, 검, 총포 등의 특기, 그리고 남만종을 믿는 다카야마 다료의 입장 등이 이야기와 맞물린다는건 설정 하나하나를 깊게 고민한 티도 물씬 났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볼만합니다. 수록된 네 편의 이야기 중에서 두 편은 본격적인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 본격물이기도 하거든요. 첫 번째는 <<설야등롱>>에서 인질 아베 지넨이 죽은 사건입니다. 아베 지넨은 복도 양쪽을 충실한 호위대가 지키고, 장지문 앞 마당으로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살을 맞고 죽은 시체로 발견됩니다. 화살마저 사라져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요. 핵심 단서는 마당 가운데에 서 있던 석등이었습니다. 석등 안쪽에서 핏자욱이 발견되었거든요. 즉, 벽을 따라 순찰하던 호위대원 모리 가헤에가 창 두개를 이어붙인 긴 봉 끝에 화살촉을 매단 뒤, 석등을 통과시켜 아베 지넨을 죽인 일종의 원격 살인 트릭이었던거지요. 봉이 너무 길어서 가운데 받침대가 필요했던겁니다. 모리 가헤에가 호위대 오본창에서도 특히나 창의 명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범행이지요.
세 번째 작품 <<원뢰염불>>에서는 무라시게가 밀정으로 쓰던 행각승 무헨과 그를 호위하던 오본창 아키오카 시로노스케가 살해됩니다. 무헨이 머물던 암자는 호위대가 지키고 있었는데, 범인은 어떻게 둘을 살해하고 깜쪽같이 사라질 수 있었을까요? 범인은 승려 행색을 하고 다니던 장수 노토 뉴도였습니다. 그는 호위대가 도착하기 전 무헨을 찾아갔다가 살해한 뒤, 무헨의 삿갓과 지팡이, 고리짝을 훔쳐 무헨으로 위장한 뒤 호위대 아키오카를 살해하고 도주했습니다. 변장을 통해 일종의 알리바이 조작 및 순간 이동 트릭을 선보인 셈입니다. 이를 무헨 (으로 위장했던 노토 뉴도) 스님이 기묘한 진언을 읆었고 평소와 다르게 일꾼을 험하게 대했다던가, 고리짝을 훔쳐간 이유 등으로 독자에게도 단서를 공정하게 제공하고 있어서 본격 후더닛물로 손색없는 수준이었고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한 작품이냐? 라고 물으면 그 정도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야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본격 추리물을 결합한 독특함과 그 완성도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았을거라 생각되는데, 국내독자가 이 부분에 대해 평가할 여지는 많지 않으니까요.
아울러 호적수이자 일종의 탐정 역할을 수행하는 구로다 간베에가 너무 별로였습니다. 적이지만 그 두뇌를 인정하여 죽이지는 않고, 필요할 때 가서 조언을 구한다는 핵심 설정은 유사한 캐릭터, 설정을 많이 모방한 탓입니다. 대표적인게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지요. 구로다 간베에도 한니발 렉터 못지 않게 아라키 무라시게의 마음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요. 이 설정 때문에 괜찮은 팩션이 그냥 가공의 픽션으로 바뀌어버린 느낌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아라키 무라시게에 비하면 구로다 간베에는 그야말로 전국구 인기 무장이라 이렇게라도 끼워 넣은 작가 의도는 대충 알겠습니다만, 구로다 간베에의 등장 없이 아라키 무라시게 혼자서 북치고 장구쳤어도 이야기 전개에는 무리가 없었을겁니다.
무라시게가 일세의 영웅처럼 묘사되지만 갈수록 설득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두드러집니다. 모리가 원군을 보내지 않는다는걸 진작에 알아챘는데도 불구하고,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오다 노부나가와의 화의를 신청하는 밀사를 보내는 것 외에는 딱히 하는게 없거든요. 이것도 밀사 무헨의 죽음 뒤로는 흐지부지되어버리고, 도라사루에 대한 애착만 드러내며 끝난다는 점에서는 도대체 뭘하는지 알 수가 없어집니다. 별다른 계획도 없이 패배와 죽음으로 이어질 시간만 질질 끌 뿐입니다. 심지어 유력 가문 무장 노토 뉴도가 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드러난 상황에서도요. 그러니 무라시게에게 전국에 대해 동등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건 자신밖에 없다고 일갈하는 간베에의 모습도 아첨으로밖에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당장 닥친 위기에 대해서도 생각이 없는데 무슨 전국에 대해 논한단 말입니까? 대학 입시도 치루지 않은 학생에게 대기업 입사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것과 다를게 없어요. 오히려 자기 혼자 살겠다가 홀로 도망치는걸 원군을 이끌고 돌아와 승리하리라! 는 결심으로 포장하는건 헛웃음마저 났습니다. 그럴거면 원군을 진작 보냈겠죠. 다 진 싸움에 누가 원군을 보낸답니까.

추리적으로도 다른 두 편은 그리 대단한 트릭이나 내용이 있는게 아니라서 전체적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베 지넨을 죽게 만들고, 적장의 수급을 흉상으로 만들고, 노토 뉴도를 쏘아 죽이려고 했던게 누구인지?는 너무나 단순한 소거법이라서 추리라고 하기도 어렵고요.
트릭도 디테일은 다소 부족합니다. <<설야등롱>>에서 범인 모리 가헤에가 아베 지넨을 살해한 동기, 그리고 트릭을 떠올린 방법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모리 가헤에는 지적인 면은 다소 부족한 인물로 묘사되기에 이런 복잡한 트릭을 떠올린다는건 현실적이지 않거든요. 게다가 호위대 오본창으로 아라키 무라시게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을 갖추고 있기에, 주군 명에 반하는 범행을 저지른 동기도 석연치 않고요. 무라시게의 아내 지요호가 부처의 벌을 가장하기 위해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지요호가 트릭을 가헤에에게 알려주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이런 트릭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도 썩 납득이 가지는 않을 뿐더러, 전국시대 호위대 무사가 주군의 명을 어기면서까지 종교, 그리고 주군 아내의 뜻을 따른다는게 말이 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다카야마 다료의 말처럼 종교는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이용할? 도구 정도에 그치는게 당시 현실이었을텐데 말이죠. <<원뢰염불>>에서 노토 뉴도가 벼락에 맞아 죽는다는건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뭐, 그래도 명성에 걸맞는 재미만큼은 충분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다소 단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사소합니다. 전국시대 군웅물 팬이시라면, 혹은 <<노부나가의 야망>>과 같은 게임을 즐겨 하신다면 엄청나게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겁니다.

2005/09/09

바람의 12방향 - 어슐라 K 르귄 : 별점 3.5점

바람의 열두 방향 - 8점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시공사

이 바닥에서는 유명한 여류 작가 어슐라 K 르귄의 단편집입니다. 이쪽 쟝르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형이 구입했길래 우연찮게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워낙 단편집을 좋아라 하기도 하죠.

처음에 제목을 보고는 단편이 12편 있겠구나 싶었는데 오히려 생각보다 많은 15편(!) 이나 되는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양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유명 장편 시리즈물의 초안이나 외전격 이야기도 있고 완전히 독립된 이야기도 있으며 장르도 SF와 판타지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품의 수준 또한 높고요. 한마디로 쟝르문학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선물세트 같은 책이랄까요? 
거기에 각 단편별로 소개하는 말머리 글까지 꼼꼼하게 번역한 번역도 좋고 책도 깔끔하고 예쁘게 나와서 즐거움을 더해주네요.

사실 조금 어려운 글들도 제법 되기는 합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지 않으면 참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외전격 이야기도 몇개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조금 감점하여 별점은 3.5점입니다만 모든 작품들이 글 하나는 확실히 유려하게 잘 쓴다는 느낌은 전해주며 거장으로서의 풍모를 잘 느끼게 하는 좋은 작품들입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와 더불어 이 바닥 단편집의 양대산맥으로 남을 것 같군요.

제가 재미있었거나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샘레이의 목걸이"
다른 장편과 연관이 있는 고전적인 SF-환타지로 새로울 것이 없는 설정이지만 작가 특유의 묘사로 작품이 힘을 받는 느낌입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단편이었어요.

"파리의 4월"
작가로서의 데뷰작이라고 하는군요. 현대 프랑스 역사학자와 14세기 프랑스 흑마술사의 기이한 우정을 그리고 있는 환타지인데 유머스러운 묘사가 볼거리입니다. 그런데 이야기에 몰입하기는 좀 어려웠어요. 꼭 여자들을 불러내어야만 했는지도 의심스럽고 불러낸 다음의 이후 이야기가 오히려 볼거리 같은데 좀 어정쩡하게 끝난 느낌도 들고요.

"어둠상자"
이 작품이 저 사진의 표지 삽화입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장편 판타지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단편인 탓에 세계관과 설정이 자세히 묘사되지 않아 아쉽더군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해제의 주문"
두 마법사들의 마법대전을 다루고 있는데 무척 긴박하고 현실감이 넘치는 묘사 탓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주문인 "해제"가 무슨 뜻일까요? 한자어를 같이 표기해 주던지 원문을 언급해 주었어야 할 것 같은데... 

"이름의 법칙"
동화같은 전개로 진행되어 의아했지만 반전이 확실한 작품입니다. "용과 기사"류의 이야기의 독특한 변주인데 간단명료하고 약간의 반전이 있는, 이런 쉬운 이야기가 아무래도 제 취향이라서 아주! 즐겁고 재미나게 읽은 작품입니다. 이 책에서 저의 베스트입니다. 

"겨울의 왕"
아주아주 예전에 읽었던 "어둠의 왼손" 세계관을 공유하는 외전격 이야기입니다. 장편 덕에 워낙 방대한 설정이 쌓여있는터라 작품에 힘이 느껴집니다.

"아홉 생명"
복제인간 이야기로 정통 SF입니다. 설정이나 전개는 지금 읽기에는 약간 식상한, 그다지 독특하지 못한 소재이지만 결말부의 여운이 진하게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물건들"
벽돌공장 사장으로 최후의 땅에서 마지막 벽돌로 섬까지의 둑을 만드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 몽환적인 끝맺음이 인상적이네요.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오즈본이 소속된 행성 탐사대가 공포의 감정을 발산하는 외계 행성에서 벌이는 이야기. 오즈본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정과 묘사가 굉장히 좋습니다. 결말은 약간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재미있었어요.

"땅속의 별들"
중세시대의 천문학자를 모델로 한 듯 합니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하기 직전 탈출한 천문학자가 광산에 숨어살며 땅의 별자리를 발견하는 이야기인데 발상과 전개, 모든것이 완벽하게 맞물린 작품입니다.

"시야"
심한 충격을 받아 이상이 생긴 두 우주 비행사의 이야기인데 굉장히 기발하면서도 반전이 인상적입니다. 신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랄까요? 



2004/04/21

디 에이트 - 캐더린 네빌 / 조윤숙 : 별점 2.5점

디 에이트 2 - 6점 캐서린 네빌 지음, 조윤숙 옮김/자음과모음

컴퓨터 전문가인 캐더린 벨리스는 알제리에서 OPEC 회담을 위한 컴퓨터 시스템 설치를 강요받는 자리로 좌천된 후, 지인 해리의 딸 릴리를 통해 체스 천재 솔라린을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계속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이 과거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는 공식이 숨겨져 있는 “몽글랑 서비스”라는 신비의 체스판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과 자신의 손에 있는 “8”의 손금으로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인 체스 게임에 뛰어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캐더린은 비밀을 이용하려 하는 “백”의 세력에 맞서 자신의 편인 “흑”의 세력과 더불어 체스판과 말, 그리고 비밀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뛰어드는데...

캐더린 네빌 여사의 장편 데뷰작.
위의 줄거리로 요약 가능한 현재 시점의 캐더린 벨리스 이야기, 그리고 몽글랑 서비스가 처음으로 드러나는 격동의 프랑스 혁명기를 무대로 한 수녀 미레유 이야기라는 두가지 축으로 전개됩니다. 마지막에는 이 3세기의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구성이죠.
전자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몽글랑 서비스와 “8”의 비밀에 휩쓸려 가면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자각해 가는 일종의 성장기라면, 후자는 처음에는 소꿉친구인 발렌티느의 복수를 위해, 그 이후에는 비밀스러운 힘의 정체와 자신과 맞서 싸우는 “백”의 여왕과의 전투를 위해 모험에 스스로 뛰어드는 주체적인 이야기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캐더린 벨리스의 이야기보다는 미레유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프랑스, 영국, 미국, 알제리까지 넘나드는 거대한 스케일, 비밀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의 묘사까지 훨씬 드라마틱할 뿐 아니라 모리스 탈레랑, 다비드, 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 장 자크 루소, 벤자민 프랭클린, 거기에 나폴레옹까지 등장하여 역사 추리물 느낌을 가득 전해주기 때문이에요. 초반의 크로스워드와 글자를 이용한 암호풀이 트릭도 괜찮은 편이라 추리소설 애호가로 반가운 부분이었고요.
한가지 특이했던 점이라면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다 미남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키가 굉장히 작은, 결코 잘생겼다고 알려지지는 않은 나폴레옹 조차 엄청난 미남으로 묘사하더군요. 여성 작가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캐더린 벨리스의 모험 부분은 미레유에 비하면 조력자도 훨씬 많고 문명의 이기와 돈을 충분히 사용하기 때문에 긴박감면에서 많이 부족하고, 갑작스럽게 솔라린과 사랑에 빠진다는 등의 설정 등이 너무 순정만화, 로맨스 소설 분위기가 느껴져 영 별로였어요
게다가 시공을 초월하는 힘인 몽글랑 서비스의 비밀이 밝혀지면서부터는 급작스럽게 판타지 소설이 되어버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입니다. 연금술 등 과거의 모든 신비적인 지식과 자료를 총 동원해서 설명해 놓기는 했지만 워낙 황당무계한 이야기라 당최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몽글랑 서비스를 보다 실질적인 힘으로 묘사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무엇보다도 제일 당황스러웠던건 체스세트를 완전히 갖추지 않아도 비밀을 풀 수 있다는 마지막 부분이었습니다. 다 모이면 빛이라도 한번 번쩍여 주면서 고대의 비밀을 알려줄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사뭇 달라 완전 실망스러웠어요. 영화와 만화 등에 너무 길들여진 탓도 있겠지만...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별로도 아닌 그런 작품입니다. 데뷰작치고는 적절했달까요. 작가의 후속작이 더욱 기대되네요.

덧붙이자면, 어떤 분은 체스를 잘 모르면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표현하셨는데 뭐 그 정도로 체스가 중요한 역할로 쓰인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나이트나 폰 등의 행마에 관한 약간의 지식만 알면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2009/02/17

화형법정 - 존 딕슨 카 / 오정환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별점 4점

화형법정 - 8점
존 딕슨 카 지음, 오정환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출판계에서 꽤 잘나가는 편집인 에드워드 스티븐스에게 주말 별장 이웃인 마크 데스파드가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리고 얼마전 죽은 마크의 백부 마일즈가 사실은 독살당했다며 시체 발굴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마크와 그의 친구인 전직 의사 파팅턴, 마크의 고용인 헨더슨 노인과 스티븐스 네 명은 한밤중에 납골당 입구를 뜯어내는 대 공사를 진행했지만, 마일즈 백부의 시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스티븐스는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자신의 아내에 대한 여러가지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는데....

10여년전 다른 구판 동서 추리문고 몇권과 함께 제 첫 직장의 여사장님께서 하사하여 주셨던 구판 동서 추리문고로 읽었습니다. 지금은 복간되었지만 당시에는 정말 구판 동서 추리문고로 밖에는 구할 수 없는 책이라 너무나 감사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 고전 추리물에 대한 애정이 다시금 샘솟던 차에 읽게 되었네요.

줄거리 요약부터 하자면, 위에 대충 써 놓기도 했지만 미모의 정체불명 아내와 못난 이웃 사촌때문에 벌어진 3일 동안의 대소동... 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써버리면 흡사 "어니스트 캠프 대소동"같은 코미디 영화가 연상되는데 딕슨 카 선생님 작품이니 당연히 코미디는 아닙니다. 역사적 사실, 그것도 흑마술 관련된 고딕 호러같은 이야기를 근대에 벌어진 사건과 절묘하게 결합시킨 딕슨 카 류 모던 고딕 호러 오컬트 추리물의 결정판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달랑 3일에 걸친 이야기 -그것도 대부분은 이틀 동안 벌어진- 를 장대한 장편으로 풀어낸 딕슨 카의 탁월한 글 솜씨는 역시나 탁월합니다. 또한 이틀동안 몇 안되는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스케일을 커버하기 위해 앞서 말했듯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던 역사적인 사실, 즉 17세기 사형당했던 유명한 독살범 브랑빌리에 후작 부인(마리 도브리)과 생 클르와, 데프레와 같은 인물들을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는 현재와 쌍으로 엮어서 색다른 맛과 다채로움을 더해주는 전개도 좋았고요. 덕분에 최근 유행하는 팩션같은 형태를 띄는데, 이 역시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탁월한 퍼즐러, 고전 미스터리 황금기의 거장답게 불가능 범죄 2건을 전면에 배치하여 대담하게 독자와 승부하는 맛이 잘 살아있어서 추리 애호가로서 너무나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런게 진정한 고전 추리물의 맛이겠죠.
두 개의 범죄 -꽉 막힌 납골당에서 어떻게 시체가 사라졌는지와 마일즈 백부의 방에서 문을 뚫고 나가듯이 사라진 백부에게 독약을 먹인 여인의 정체- 모두 신선하면서도 예측을 뛰어넘는 전개와 더불어 고딕 호러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사건과 어우러진 작품과 너무 잘 어울리는지라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별것 아닌 듯 했던 여러가지 복선들이 나중에 사실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고전적 전개의 효과적인 사용 역시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알리바이에 대한 참신하면서도 거장다운 대담한 발상과 전개(응?) 등 추리적으로는 즐길 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그러나 딕슨 카 선생 최 전성기에 발표된 작품답지 않게 좀 지나칠 정도로 오컬트 쪽에 치우친 나머지 전개의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사건에 뛰어들어 탐정 역할을 하는 고던 클로스의 생뚱맞은 등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크의 도주, 오그덴의 돌출행동 같은 것들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에필로그가 지나칠 정도로 사족의 느낌이 강해서 무척 불만스러운데요. 왜 이런 에필로그를 구태여 집어넣어서 잘 마무리 된 정통 고전 추리물을 오컬트로 덧칠했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에필로그 때문에 사건의 진범과 범행의 방법 등 모든 요소가 헝크러져 버리거든요. 아무래도 작가의 욕심이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과거에 벌어진 역사와 맞물리는 현대에 벌어지는 괴사건, 그리고 놀라운 진상! 덧붙여 반전까지 있는 저도 이런 작품을 한번 써보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제가 읽은 딕슨 카 작품 중에서는 충분히 상위권을 점할 작품으로(해골성, 황제의 코담배케이스, 연속 살인사건 등이 상위권입니다),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멋진 요소가 많고 재미 역시 확실하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아직도 이 작품을 읽지 않는 추리 애호가가 있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김내성 선생님의 "진주탑" 처럼 이 작품도 번안하면 무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 말기에 벌어진 살인사건과 얽힌, 경성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참극! 조선 총독부 주재원인 옆집 일본인 후루따(가칭^^) 의 부탁으로 우연찮게 사건에 뛰어든 조선인 변호사(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고도일, 그리고 그의 미모의 부인에 얽힌 놀라운 진상! 어쩌구 저쩌구...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2022/07/02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 윌리엄 브리튼 / 배지은 : 별점 3점

미스터리를 읽은 남자 - 6점
윌리엄 브리튼 지음, 배지은 옮김/현대문학

인기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를 답습하는 작품은 많습니다. 탐정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셜록 홈즈의 경우는 작가 사후에도 다른 작가들에 의한 시리즈가 계속되었고, 에놀라 홈즈와 같은 가족이 등장하는 스핀 오프에 각종 패러디와 파스티슈 물까지 합치면 그 수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저 역시 "경성 탐정록"이라는 파스티슈 물로 숟가락을 얹었었지요. 

문제는 누구나 다 아는 탐정이 등장하기에 별다른 변주를 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셜록 홈즈가 21세기에 환생을 하든, 이세계로 전생을 하든간에 그는 셜록 홈즈니까요. 하지만 이 단편 시리즈는 이런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해결한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그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 작품을 읽은 누군가가, 자기가 흠모하는 탐정을 따라해서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대와 탐정역에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합니다. 고전 정통 본격물 탐정들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모든 이야기들이 고전 정통 본격물 스타일인데 이 역시 마음에 듭니다. 작가 취향이 아무래도 저와 비슷한 듯 하네요.

물론 몇몇 작품들은 원래 탐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합니다만, 고전 정통 본격물 애호가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좋은 시리즈라는건 분명합니다. 뒤이은 수록된, 저자의 다른 시리즈인 스트랭 씨 시리즈 역시 고전 정통 본격물로서 나쁘지 않은 수준을 보여주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덕분에 오랫동안 겪고 있었던 고전 정통 본격물 금단 현상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듯 합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11편이나 되는 "~를 읽은 남자" 리뷰를 쓰다보니 힘이 빠져서, 스트렝 씨 시리즈는 제일 괜찮았던 한 편만 소개드립니다.

"존 딕슨 카를 읽은 남자" 

에드거는 존 딕슨 카 소설에 나오는 것같은 밀실을 만들어 삼촌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계획의 핵심은 벽난로였다. 삼촌을 살해하고, 깨끗하게 청소한 벽난로 굴뚝으로 빠져나온 뒤 난로에 불을 붙여 밀실로 만들 셈이었다...

아주 오래 전 다른 앤솔러지를 통해 읽었던 작품입니다. 존 딕슨 카하면 떠오를 '밀실'을 소재로 만든 작가의 처녀작입니다. 범인이 범행 계획을 앞 부분에 상세하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도서 추리물' 형식을 띄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 추리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블랙 코미디에 가깝지요. 그래도 재미만큼은 나무랄데 없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엘러리 퀸을 읽은 남자" 

엘러리 퀸의 광팬 아서 민디가 머무는 양로원에서 위책 노인이 애지중지하던 10달러 금화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일한 용의자 데니슨이 그들 앞에서 옷을 벗기까지 했지만, 금화는 찾을 수 없었다...

엘러리 퀸 광팬이 "퀸 수사국" 속 "마약 부서 검은 장부"라는 작품을 인용해가며 추리를 펼친다는건 시리즈 설정에 딱 맞아 떨어지는데, 사실 아서 민디는 별로 엘러리 퀸같지는 않습니다. "검은 장부"에서의 트릭과도 아무 관련이 없고요. 

그러나 다행히도 원전보다 추리적인 부분은 훨씬 낫습니다. 아서 민디는 데니슨의 뺨 상처가 벌어진 이유, 계단을 끔찍히 싫어하면서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를 추리하여 진상을 밝혀내는데, 설득력 높은 완벽한 추리였기 때문입니다.

정통파 본격 추리 단편의 교과서같은 작품으로, 제 별점은 5점입니다. Hall of Fame!

"읽지 않은 남자" 

몬티는 친구 포드에게 벽돌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암실용 방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포드는 몬티의 아내 헬렌이 죽은 교통사고를 일으켰지만, 몬티는 그건 사고였다며 포드를 달랬다. 두 남자는 곧바로 벽을 쌓기 시작했고, 몬티는 포드에게 그가 좋아하는 위스키 코노서스 초이스 반 병을 건넸다...

포드는 헬렌이 갑자기 도로 한 복판으로 뛰어나와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몬티는 집 앞 우편함에 포드 차 페인트가 묻었다는 것, 그리고 현장 근처에서 버려진 위스키 병을 찾아낸 뒤, 포드가 차에서 술을 마시다가 헬렌을 덮쳤다고 추리합니다. 그래서 복수를 위해 포드를 불러 벽을 쌓는 척 하고 암실 안에 가둬 버리고 말지요.

그런데 차 안에서 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고 당시 포드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판단한 수사 결과는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분명 사고를 일으킨게 분명한 포드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몬티를 당당하게 찾아온 경위, 그리고 제 발로 갇힌 방을 만드는데 참여한 것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했고요. 몬티는 포드가 에드거 앨런 포의 "아몬티야도 술통"을 읽지 않아서 이 함정에 빠졌다고 말하지만, 이건 책을 읽고 안 읽고의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애초에 위험한 상황에 제 발로 들어간게 문제거든요.

읽지 않은 남자라는 변주는 좋은 발상이었는데,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렉스 스타우트를 읽은 여자" 

카니발에서 "뚱뚱녀" 역할을 맡은 거트루드는 연기를 위해 렉스 스타우트 작품을 탐독하다가 빠져들게 되었다. 쇼 단원 중 거트루드가 딸같이 아끼던 뱀 조련사 릴리가 살해된채 발견되자, 거트루드는 직접 사건을 해결하려 나서는데...

렉스 스타우트네로 울프와 뚱뚱하다는 점, 그리고 아치와 같은 조수(?)가 있다는 연결 고리는 가지고 있지만, 내용 자체는 렉스 스타우트, 그리고 네로 울프와 별 관계는 없습니다. 평범한 추리물이에요.

그러나 정통파 본격물로 보기에는 애매했습니다. 핵심 단서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었던, 반쪽짜리 메달에 적힌 BY-BY라는 글귀에 대한 단서 제공이 전무한 탓입니다. '비실이'라는 별명을 들으면 불같이 화낸다는 설정도 너무 후반부에서나 드러나서, 전개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고요. 그냥저냥한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애거사 크리스티를 읽은 소년" 

시골 마을 라킨스코너에 벨기에 교환학생인 열 살짜리 천재 자크 뒤몽드가 찾아왔다. 자크는 마을 경찰 맥스 코리와 친구가 되는데, 어느날 라킨스코너에 수 명의 대학생들이 찾아와 기묘한 장난을 벌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학생들이 노린건 희귀 우표였는데, 이걸 사다가 혹시 발각될까봐 다른 기묘한 사건을 벌였다게 진상입니다. 

그런데 진상이 납득되지 않아서 도무지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마을을 들 쑤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여러 명이 서로 모르는 사람인 척, 차례대로 원하는 우표가 나올 때 까지 우표를 그냥 사면 아무 문제 없이 끝났을테니까요. 독자가 뭔가 희귀 우표 관련된 사건이라고 쉽게 짐작 할 수 있다는 점도 감점 요소였습니다. 

아울러 탐정역인 자크가 벨기에인으로 대화하다가 프랑스어를 섞으며, 심지어 10살 짜리가 있지도 않은 콧수염을 만지는 시늉을 한다는 식으로 포와로를 따라한다는 묘사는 심하게 억지스러웠습니다. 학생들이 노리던 우표는 인쇄 오류로 '콧수염'이 생긴 것 처럼 인쇄되었다는건 이러한 억지 포와로 따라하기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고요. 추리도 별 볼일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시리즈 최악의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아서 코난 도일을 읽은 남자" 

테리 왓슨에게 대학 후배 대니얼 블래싱검이 편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전혀 알지 못하던 사이인데다가, 뚱딴지같은 내용이어서 이유를 알기 위해 왓슨은 편지 속에서 언급된 다른 인물에게 전화를 건 뒤, 워싱턴으로 호출되었다. 알고보니 블래싱검은 타국 대사관에서 암약하는 스파이로, 중요한 목록이 담긴 상자의 비밀 번호를 편지 속에 숨겨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왜 테리 왓슨에게 편지를 보냈는지는 모른채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왓슨에게 보내진 엉뚱한 편지에 암호가 감추어져 있다는 설정은 흥미로왔습니다. 세개의 이어진 영어 알파벳이라는 암호도 단순해서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이 암호 때문에 테리 왓슨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결말이 아주 유쾌했어요. 암호는 "LMN"으로 이는 셜록 홈즈의 유명한 대사 - '엘레멘터리 왓슨 - 그건 기본이야 왓슨' - 를 떠올리면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LMN 테리 왓슨" 이 되니까요. 말장난이기는 해도, 아서 코난 도일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었어야만 풀 수 있는 암호라는 점에서 시리즈 취지에도 잘 부합하기에,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체스터턴을 읽은 남자" 

브라운 신부 시리즈의 애독자 케니 신부는 추찹한 사진을 밀매하다가 자살했다는 교구민 팀 해링턴의 장례 미사 문제로 주임 시부 고거티 신부와 언쟁을 벌였다. 그 뒤 고거티 신부는 팀 해링턴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내 보라며 케니 신부에게 하룻 동안의 유예를 주었다. 그리고 케니 신부는 사건 담당인 깐깐한 언셀 형사와 함께 방문한 사건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는데....

브라운 신부 스타일의 탐정물이라기 보다는, 브라운 신부가 가치 있는 작품이라는걸 증명하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특히 팀 해링턴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드러나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에요. 차에 반사되는 햇살을 보고, 추잡한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려면 '커튼'을 쳤어야 했는데 현장이 그렇지 않은걸 눈치채는게 아주 자연스러웠거든요. 깐깐한 언셀 형사가 설득당한게 일리가 있다고 생각될 만큼 좋은 추리였습니다. 사진 배달부의 실수가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동기도 짧은 분량에 잘 드러나있고요. 여러가지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대사를 장황하게 펼치며 쉬운 말도 한번 더 꼬아서 말하는 브라운 신부와는 전혀 다른 신세대(?) 신부지만, 애정하는 브라운 신부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케니 신부 캐릭터도 마음에 드네요.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그 작품에 푹 빠졌다는 건 "~를 읽은 남자" 시리즈에 속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재미도 있고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좋은 단편 추리물로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대실 해밋을 읽은 남자" 

정년 퇴직 후 도서관에서 책 정리하는 잡무를 하게 된 프리처드는 어느날 도서관장 디컨 씨의 부름을 받았다. 추리소설 애호가 패러것이 도서관 이사회 회장 앤드루 킹과 건 내기 때문이었다. 패러것이 도서관 어딘가에 감추어 둔 책을 찾으면 그가 추리소설 초판본 컬렉션을 도서관에 기증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추리소설 매니아 프리처드가 앤드루 킹을 도와 패러것이 준 간단한 단서로 한 시간 안에 책을 찾기 위해 애쓰게 되는데....

아르바이트하는 추리소설 매니아가 자신의 취미를 이용해서 도서관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다는, 추리소설 애호가들에게는 꿈 같은 설정의 이야기입니다. 추리 소설 매니아 프리처드 씨에게도 행운이 닥치는 결말까지도 아주 환상적이에요.

이야기의 핵심인 보물찾기 게임도 꽤 그럴듯하고, 합리적으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인 독자는 풀이 과정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3.14"가 적힌 봉투 안에 "더블 더즌", 그리고 "몰타의 매"라고 적힌 카드가 한 장씩 들어있는게 힌트였는데, "3.14" -> 파이는 "Pie"로 바꿀 수 있고, "더블 더즌"은 24, "몰타의 매"는 "매"가 소문자라서 말 그대로의 새를 의미하므로 "검은 새"가 되고, 이게 "파이 안에서 구워지는 스물 네 마리 검은 새"라는 동요로 이어지는데, 한국 독자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추리인 탓입니다.

그래도 재미도 있고, 추리적으로도 깔끔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조르주 심농을 읽은 남자" 

친구 해럴드와 함께 고가의 화물을 나르는 바니는 조르주 심몽의 메그레 시리즈를 탐독해왔다. 그들은 대저택에서 '라이트풋' 래리 쇼필드라는 고용인 앞에서 싣고 온 화물을 내려놓았다. 그는 별명 그대로 알록달록 화려한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그러나 바니는 메그레 경감의 활약을 떠올리며, 래리 쇼필드가 가짜라고 확신하는데...

메그레 경감은 사실 대단한 추리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좀 우직하고, 인간 내면을 성찰하는 부분이 많은 편이죠. 그러나 성실하고 꼼꼼한데다가 관찰력이 뛰어난데, 이 작품 속 바니 역시 관찰을 통해 래리 쇼필드가 가짜라는걸 알아내게 됩니다. 그는 래리 쇼필드가 절대로 다리를 꼬지 않고, 발바닥을 계속 땅에 대고 있는걸 눈치채거든요. 부츠를 갈아신었는데, 새것이라는게 들통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단지 부츠가 새 것이라는게 그가 가짜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래리 쇼필드가 자기 입으로 흙길을 걸어 왔다고 말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부츠는 얼마든지 갈아 신을 수 있잖아요? 바니가 오지랖을 떨어서 쇼필드의 정체를 폭로한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설령 눈치를 챘더라도, 현장을 벗어나 경찰에 신고하는게 당연했습니다. 현장에서 총을 든 상대방을 위협해가며 추리쇼를 펼칠게 아니라요.

이렇게 단점이 더 눈에 많이 뜨이며, 메그레 경감의 특징을 잘 살린 것도 아니라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존 크리시를 읽은 소녀" 

에밀 프랫은 오랫만에 겨우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담당하고 있는 도킨스 사건 때문이었다. 영국인 도킨스는 미국으로 여행을 왔었는데,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도박으로 땄던 3천 달러 정도를 노린 범행이었다. 그는 죽기 전 경찰에게 "올드 피싱.."과 비슷한 말을 남겼다. 에밀 프랫의 딸 메릴리는 최근에 읽고 있는 존 크리시의 기디온 경정 시리즈에 나온 영국 코크니 말투가 해결의 실마리라는걸 아빠에게 알려준다....

기디온 경정의 활약보다는, 작품에 등장했던 영국 런던 토박이 코크니들의 은어가 단서가 된다는건 독특했습니다. 그러나 다이잉 메시지라는 억지스러운 설정에 더해 죽어가면서 은어를 써서 단서를 남길 이유가 설명되고 있지 않은 등, 이야기의 설득력이 낮다는건 아쉬웠어요. 당연히 한국인 독자로서는 추리하기도 힘든 내용이었고요. 그냥저냥한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를 읽은 남자들" 

역사 교사 폴 해스킬, 전화선 보수 기술자 재스퍼 지머먼, 대장장이 가브리엘 둔, 은행장 시드니 워윅과 메리 팅커 술집 주인 핀들레이의 다섯 명은 모두 아이작 아시모프 박사의 팬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메리 팅커 술집에 모여 "흑거미 클럽" 처럼 수수께끼 풀이 놀이를 하곤 했었다. 그러나 진짜 작은 마을 홀컴밀스에서는 별다른 사건이 없어서 놀이 속 수수께끼는 공상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에게 기자 에드거 바시가 진짜 수수께끼를 가져왔다. 마을 최대의 백화점 '밸류 투데이'의 사장인 마케팅 귀재 데이비 로터스가 천 달러가 들어있는 금고를 전시장에 공개하고, 금고를 열면 누구나 돈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비밀번호가 무엇인지에 대한 수수께끼였다. 아시모프 팬들은 각자 자신만의 추리를 들려주는데...

아이작 아시모프의 '흑거미 클럽'에 대한 일종의 파스티슈 작품입니다. 

참석자들이 각자 내 놓는 추리들이 눈길을 끕니다. 감히 '흑거미 클럽'을 운운할 수 없는, 여러모로 부족한 추리들이었지만 각자의 직업과 전문 분야에 바탕을 두고 있어서 잘 와 닿기는 했거든요. 마지막에 집사 헨리의 포지션인 술집 주인 핀들레이가 정답을 맞추고 천 달러를 얻는 결말도 좋아요. 

무엇보다도 밸류 투데이는 데이비 로터스의 철자를 가지고 만든 애너그램으로, 이를 이용하면 금고 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는 진상에 대한 정보도 공정하게 제공한다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게 바로 정통 본격 고전 추리물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한국인 독자에게는 쉽게 추리할 수 없는 내용이기는 했지만요.

여러모로 아시모프의 원전인 걸작을 잘 이해하고 쓴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 2부 스트랭 씨 이야기 - "스트랭 씨 여행가다" 

스트랭 씨는 단체 버스 투어로 캐나다 여행을 떠났다. 그의 옆 자리에 앉게 된 건 제리 수녀였다. 그리고 여행 도중 제리는 가판대에서 나무로 된 십자가를 구입했는데, 그 십자가가 사라져 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스트랭 씨는 귀국 직전 십자가 사건과 퀘벡에서 일어났던 은행강도 사건의 연관성을 추리해 내고, 버스에서 추리쇼를 벌이게 되는데...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고교 과학 교사 스트랭 씨 시리즈의 수록작 중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마음에 든 작품입니다. 십자가를 '길포일' 이라는 여행객으로 변장한 은행강도 르클레어가 훔쳤던 이유는, 십자가를 포장했던 신문지 때문이었다는 추리가 특히 좋습니다. 신문에 르클레어 사진이 실려 있었다는 이유는 십자가를 훔칠 충분한 이유가 되니까요. 비록 프랑스어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고요. '알맹이보다 포장지가 중요하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은 왠지 "브라운 신부"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해서, "~를 읽은 남자" 시리즈로 썼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은행강도가 도주를 위해 미국인 단체 여행객으로 변장한다는 아이디어도 국경에서 어떻게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설득력있게 들렸습니다.

이렇듯 추리물로서 상당한 수작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이 시리즈가 더 이어지지 못했고, 국내 소개도 이 단편집에 수록된 4편만으로 끝난게 못내 아쉽기만 할 따름입니다.

2003/12/14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

원 출처는 심농님의 홈페이지였으며 (현제 폐쇄), 내용은 국일미디어 간 "유령신사" 뒷부분에도 실려있습니다. 해설은 원본 작성하신 분과 제 의견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리스트는 사실 별 의미는 없지만 제목만 보는것도 꽤 재미있더라고요.

001 옥문도 1947 요코미조 세이시 /요코미조 세이시는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의 창조자입니다. 뛰어난 본격 작가죠.
002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 이번에 동서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003 점과 선 1957 ; 마츠모토 세이초 / 열차 시간표를 이용한 트릭
004 불연속 살인사건 1947 ; 사카구치 안고 /ㅎㅎ 바로 전에 읽었던 작품이죠. 동서에서 이번에 나왔습니다.
005 흑사관 살인사건 1934 ; 오구리 무시타로 / 동서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006 도구라 마구라(환마술) 1935 ; 유메노 규사쿠 / 역시 이번 동서 리스트에.. (대체 언제 나올지는 의문입니다만)
007 혼진 살인사건 1945 ; 요코미조 세이시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이죠. 트릭은 수긍하기 힘들지만 역사적인 의미가 더 큰 듯 싶습니다.
008 검은 트렁크 1956 ; 아유가와 데츠야 / 동서에서 역시 이번에...
009 회귀천 정사 1980 ; 렌죠 미키히코 / 앗 모르는 작품 (*2011년 시공사에서 출간됨. 걸작입니다)
010 문신 살인사건 1948 ; 다카키 아키미츠 / 유명한 작품이죠. 어서 제대로 다시 소개가 됐으면 좋겠네요. (*동서에서 출간)
011 산고양이의 여름 1984 ; 후나토 요이치 / ?
012 대유괴 1997; 텐도 신 /텐도 신의 대유괴도 참 많이 들어본 작품입니다. (*출간되었습니다. 좋은 작품이에요)
013 이전동화 1923 ; 에도가와 람포 / 국내 소개 됐고 단편입니다. 데뷰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암호 트릭. 동서 "음울한 짐승"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에도 수록)
014 음수 1928; 에도가와 람포 / 에도가와 람포의 초기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죠? 동서의 "음울한 짐승" 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권에도 수록)
015 제로의 초점 1959 ; 마츠모토 세이초 /0의 초점으로 국내에 출간돼 있죠. 저도 하서판으로 갖고 있는데 전형적인 사회파 작품입니다.
016 11매의 트럼프 1976 ; 아와사카 츠마오
017 아 아이이치로(악애일랑)의 낭패 1978 ; 아와사 카츠마오 / 이 작품도 많이 상위권에 언급되는 작품입니다만.. (*시공사에서 출간, 좋은 작품입니다)
018 기아해협 1962 ; 미나카미 츠도무
019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1962 ; 유키 쇼지 /역시, 낯이 익습니다. 흠. (*검은숲에서 출간) 
020 위험한 동화 1961 ; 츠치야 다카오 / 작가는 낯이 익은데..
021 점성술 살인사건 1981 ; 시마다 소지 / 나왔군요! 걸작~
022 복잡한 기계 장치 1978 ; 아와사카 츠마오
023 사건 1977 ; 오오카 쇼헤이
024 우리 1983 ; 기타가타 겐조
025 심리시험 1925 ; 에도가와 람포 /동서 "음울한 짐승"에 수록. 조금 낡은 트릭입니다만, 재미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에도 수록)
026 상자 속의 실낙 1978 ; 다케모토 겐지
027 굶주린 늑대 1981 ; 시미즈 다츠오
028 대낮의 사각 (백주의 사각) 1959 ; 다카키 아키미츠 / 이 작품도 대표작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동서에서 나온다곤 하는 것 같은데요.. (*검은숲에서 출간)
029 황토의 분류 1965 ; 이쿠지마 지로
030 도망의 거리 1982 ; 기타가타 겐조
031 야수는 죽어야 한다 1958 ; 오야부 하루히코 / 고려원에서 문고판으로 나온 책입니다.
032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1955 ; 다카키 아키미쓰 / 아키미쓰의 작품이 세 개나;; 흠 보고 싶어요. (*검은숲에서 출간됨)
033 나메쿠지 쵸야 체포 소동 1968 ; 츠츠키 미치오.
034 끝없는 추적 1967 ; 이쿠지마 지로
035 고양이는 알고 있다 1957 ; 니키 에츠코 /역시 들어봤던 작품 (*시공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036 묵시록의 여름 (섬머 아포칼립스) 1981 ; 가사이 기요시
037 고도의 마인 1929 ; 에도가와 람포 /국내에 나와 있죠. 하서판으로 읽었는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038 검은 백조 1959 ; 아유가와 데츠야
039 타오르는 파도 1982 ; 모리 에이
040 변호 측 증인 1963 ; 고이즈미 기미코 / 검찰측 증인인가...^^ (*검은숲에서 출간, 무난했습니다)
041 그림자의 고발 1963 ; 츠치야 다카오 /오 제목이 정말 멋지군요.
042 악마의 공돌이 노래 1957 - 요코미조 세이시 /흠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
043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1982 ; 시마다 소지 /미타라이 탐정의 두 번째 사건. 너무 보고 싶어요. (*시공사에서 출간)
044 여덟 개의 묘가 있는 마을 1949 ; 요코미조 세이시 / 팔묘촌..
045 신사동맹 1980 ; 고바야시 노부히코
046 징기스칸의 비밀 1958 ; 다카키 아키미츠 /이 소설도 상당히 유명한 작품으로 역사 미스테리로 알고 있습니다.
047 갈라진 해협 1983 ; 시미즈 다츠오
048 리라 장 사건 1968 ; 아야가와 데츠야
049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1929 : 에도가와 람포
050 마른 풀의 뿌리 1961 ; 친신
051 밤의 오딧세이아 1981 ; 후나토 요이치
052 고층의 사각 1969 ; 모리무라 세이이치 /정말 엄청나게 끈질긴 작품입니다. 하서 수록.
053 모래그릇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역시 하서. 당시로서는 기발한 흉기가 나오는 전형적인 사회파 작품
054 바이 바이 엔젤 1979 ; 가사이 기요시
055 한시치 체포록 1917 ; 오카모토 기도 / 와 정말 옛날 작품이네요. (*책세상에서 출간)
056 파노라마 섬 기담 1926 ; 에도가와 람포
057 한 개의 납 1959 ; 사노 요 /단편이 국내에 소개가 됐어요
058 사루마루 환상 여행 1980 ; 이자와 모토히코
059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1961 ; 츠즈키 미치오
060 초대받지 않은 손님 1980 ; 사사자와 사호 /사사자와 사호도 많이 언급되는 작가.
061 짙은 갈색의 파스텔 1982 ; 오카지마 후다리
062 인생의 바보 1936 ; 기키 다카타로
063 배덕의 메스 1960 ; 구로이와 쥬고 /제목 참;;
064 증발 1972 ; 나츠키 시즈코 / W의 비극이 대표작아닌가요? 이 작품은 잘 모르겠는데 더 순위가 높네요.
065 나폴레옹 광 1979 ; 아토다 다카시 /단편입니다. 월간 미스터리에 수록된 작품. 단편집도 국내에 출시가 됐었는데요. 저는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서늘~합니다.
066 부호 형사 1978 ; 츠츠이 야스다카 / SF소설가로 더 유명한 작가인 듯 한데 이 작품도 보고 싶네요. (*검은숲에서 출간,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067 샤라쿠 살인사건 1983 ; 다카하시 가츠히코
068 잠 없는 밤 1982 ; 기타가타 겐조
069 나비부인 살인사건 1946 ; 요코미조 세이시 / 동서에서 나왔습니다. "혼진 살인사건"과 같이 수록 되어 있습니다.
070 죽음이 있는 풍경 1965 ; 아유가와 데츠야
071 살인귀 1931 ; 하마오 시로
072 불꽃에 그림을 1966 ; 친신
073 검은 화집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074 아쿠쥬로 체포기록 1939 ; 히사오 쥬란
075 W의 비극 1982 ; 나츠키 시즈코 / 좋은 작품입니다.
076 베를린 1888년 1967 ; 가이도 에이오
077 안녕 아프리카의 여왕 1979 ; 모리 에이
078 단쥬로 할복 사건 1959 ; 도이다 야스지
079 거대한 환영 1962 ; 도가와 마사코 / 국내 소개된 작품은 "레이디 킬러"
080 마리오네트의 덫 1977 ; 아카가와 지로 / 유명세에 비하면 작품은 사실 좀 별로라는 생각이...^^ (*국내 출간, 쓰레기였습니다)
081 완전범죄 1933 – 오구리 무시타로
082 내일 날씨로 해두게 1983 ; 오카지마 후다리
083 삼중노출 1964 - 츠즈키 미치오
084 살아나는 황금늑대 1964 ; 오야부 하루히코
085 어두운 낙조 1965 ; 유키 쇼지
086 인간의 증명 1975 ; 모리무라 세이이치 / 어머니.. 그때 그 밀짚모자...
087 유령 열차 1976 - 아카가와 지로 / 아마 데뷰작이죠? (*국내 출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088 뺑소니 1969 ; 사노 요
089 유괴작전 1962 - 츠즈키 미치오
090 비합법원 1969 ; 후나토 요이치
091 장미여자 1983 : 가사이 기요시
092 스탈린 암살 계획 1978 ; 히야마 요시아키
093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 1983 ; 기타가타 겐조
094 돌밑의 기록 1948 - 오시타 우타루
095 추락 1958 ; 다카가와 교
096 우리들의 시대 1978 ; 구리모토 가오루
097 호크씨의 타향의 모험 1983 ; 가노 이치로
098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1984 ; 시마다 소지 /보고 싶어요;; (*국내 출간)
099 50만 년의 사각 1976 ; 도모노 로
100 살인에의 초대 1973 ; 텐도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