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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6

[소설가 감수] 미스터리 소설 추천 인기 랭킹 33선 (2023년 최신판)

NTT에서 운영하는, 리서치 설문조사와 접속수를 바탕으로 모든 장르의 랭킹을 망라한 종합 랭킹 사이트인 goo 랭킹에서 선정했던 랭킹입니다.
전부 33편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랭킹을 감수했다는 소설가 OO씨가 선정한 작품 5개만 소개해드립니다. 상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결말을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스릴은 미스터리의 묘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세계에서도 미스터리는 인기 있는 장르이지요.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번에는 소설가 OO 씨의 감수를 받아 '읽고 싶다! '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추천해 드립니다. 수상작과 영상화된 작품, 그리고 선택 방법도 함께 소개하니 꼭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설가가 알려드립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고르는 방법
취재 협조 소설가 OO :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작품을 출간하고 있는 소설가. 일반 소설,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을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작품도 창작에 활용하기 위해 열심히 보고 읽는다.
OO 씨에게 미스터리 소설을 고를 때 중요한 포인트를 물어보았다.

POINT① :
각종 랭킹 상위권이나 문학상 수상작은 수준이 높다! 그런 작품인지 체크!
화제작이나 실력파 작가의 작품을 우선적으로 읽고 싶은 분들에게는 '고노미스', '서점대상', '나오키상' 등 각종 미스터리 랭킹 상위권 작품이나 문학상 수상작을 추천합니다. 매년 진행되는 랭킹에 오른 작품들은 수준이 높고 읽기 쉬운 작품도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발표될 때마다 체크해서 소설을 쓸 때 참고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골라 읽다 보면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작품들의 줄거리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골라보세요.

POINT②
깜짝 놀랄 만한 트릭과 논리가 충분히 전개되는 본격 미스터리 작품인지 확인하자.
미스터리라고 하면 예상치 못한 트릭이나 논리적인 구조가 재미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은 본격만을 다루는 상이므로 트릭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POINT③
숨 막히는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 작품인지 확인하자
서스펜스 요소가 있는 작품은 독자로서 비일상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경찰 소설이나 모험 소설, 하드보일드 소설 중에서 미스터리 요소가 있는 작품이 많으니 그 중에서 고르는 것도 추천합니다.

POINT④
사람이 죽는 이야기가 싫다면 '일상의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인지 확인하자.
'사람이 죽거나 흉악한 범죄가 일어나는 이야기는 싫다'는 분들에게는 '일상의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을 추천합니다. 가게나 학교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수수께끼와 궁금증을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여운이 남는 작품이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편집부
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로 피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나 선택 포인트가 있을까요?

OO 씨
사회파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는 트릭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읽을 수 있어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요코야마 히데오의 '64' 등은 좋은 작품입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와 같은 가벼운 미스터리도 쉽게 다가갈 수 있고요.
그중에서도 첫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입니다. 본격 미스터리 붐의 시발점이 된 작품으로, 다양한 정수가 응축된 작품이거든요. 이 작품을 발판 삼아 점점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면 좋겠습니다.

편집부
반대로 '대부분의 작품은 다 읽었다'는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의 종류와 선택 방법이 있나요?

OO 씨
미스터리 계열의 신인상은 많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스타일이나 설정 등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고, 보다 폭넓게 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최근 트렌드 장르는 '특수 설정 미스터리'입니다.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그 안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으로, '시인장의 살인', '젤리피쉬는 얼어붙지 않는다' 등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소설가 OO 씨 추천! 미스터리 소설 5선
<<까마귀의 엄지>>
사기가 생업인 중년의 두 남자의 이야기. 점차 동거인이 늘어나면서 인생을 건 거대한 계획이 시작된다. 충격적인 전개와 감동적인 결말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걸작.
'고노미스'의 단골손님인 미치오 슈스케의 첫 나오키상 후보작으로, 제6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상쾌한 느낌의 초인기 작품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OO 씨 comment :
사기꾼인 중년 2인조가 동거인들과 함께 사기 계획을 세웁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에 '당했다!'는 놀라움과 함께 짜릿한 쾌감도 느낄 수 있는 명작입니다.

<<13계단>>
가석방 중인 청년과 정년을 앞둔 교도관 두 사람은 10년 전 살인사건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조사를 하게 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은 범행 당시의 기억이 없고, '계단을 올라갔다'는 단서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무고한 남자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데뷰작이자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 2003년에는 영화화되기도 했다. 서스펜스를 충분히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OO 씨 comment
사형수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조사를 시작하는 주인공 교도관. 단서 몇 개와 사형 집행까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과연 그는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함께 독서 후의 만족감도 큰 작품입니다.

<<제 3의 시효>>
F현 경찰 수사 제1과를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집으로, 등장하는 형사들의 개성이 강하고 경찰 내부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현장감 넘치는 걸작. 제16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작으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독서 후의 충격과 고양감을 맛보고 싶은 분이나 형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
OO 씨 comment :
살인사건의 공소시효에 얽힌 '제3의 공소시효'를 파헤쳐 나가는 형사들. 시효 성립 직전의 범인을 체포할 수 있을까? 경찰소설이자 단편소설의 대가인 저자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된 단편소설집입니다.

<<최후의 증인>>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인 주인공이 불리한 상황에 도전하는 법정 미스터리 작품. 점차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과 충격적인 전개에 빠져들게 된다. 2015년에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시리즈도 방영되었으니, 소설을 읽고 흥미가 생겼다면 확인해 볼 것.
OO 씨 comment :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가 활약하는 법정 미스터리. 반전이 있는 법정 장면은 물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데, 꼭 시리즈 전부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하늘을 나는 말>>
사람이 죽지 않는 '일상계 수수께끼'의 명작으로 여대생과 만담가가 '일상 속 수수께끼'를 추리해 나가는 연작 단편집. 살인 사건이나 흉악 범죄와 같은 무서운 소재가 아닌, 일상에 숨어 있는 위화감을 풀어간다. 미스터리 추리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은 분이나 따뜻한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두 사람의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와 곳곳에 등장하는 라쿠고(만담) 이야기 등 전체적으로 느긋한 느낌이지만, 그 안에는 무거운 내용의 이야기나 인간의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묘사도 존재.
OO 씨 comment :
여대생과 만담가가 일상 속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본격 미스터리로, '일상계 수수께끼' 장르의 선구자격 작품입니다. 살인 사건 등 흉악 범죄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미스터리이면서도 안심하고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24/09/01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미스터리 소설 (オモコロ(Omocoro)bros)

유머러스한 기사들로 인기가 많은 일본 웹 사이트인 オモコロ(Omocoro)bros 편집부 멤버들이 추천하는 미스터리 소설들입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은 세 편 뿐이라는게 아쉽네요.

브로스 편집부입니다.
8월의 일요일마다 다양한 장르의 "추천 소설"을 소개하는 기사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주는... "추천 미스터리 소설"! 다양한 미스터리를 즐겨보세요.

**다빈치 오시야마의 추천 호러 소설**
《우주 탐정 노그레이》 (타나카 히로부미)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 미스터리 작품을 "특수 설정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마법이 있는 세계"나 "타임루프가 있는 세계"와 같이,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수 설정이라도 "아무거나 가능"한 것은 아니란 점이 중요합니다. 마법이 있다고 해서 "아무도 모르는 워프 마법을 범인만 사용할 수 있었다"라고 하면 흥이 깨지겠죠. 비현실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말에도 논리적인 납득이 필요합니다.
《우주 탐정 노그레이》는 다섯 편의 연작 단편집입니다. 우주를 무대로 하는 능력 있는 탐정 "노그레이"가 기묘한 행성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단, 이 행성들이 모두 매우 특이합니다.
  • 고지라 같은 거대 괴수만 사는 "괴수 행성 킹고지"
  • 주민들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천국 행성 파라이스"
  • 주민 수가 항상 일정하며,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나는 "윤회 행성 텐쇼우"
  • 모두가 대본대로 연극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연극 행성 엔게키"
……등, 독특한 행성들만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미스터리에서 "목 없는 시체"는 흔한 미스터리지만, 그 시체가 무적의 거대 괴수라면? 유쾌한 행성에서 벌어지는 더욱 불가사의한 사건들. 그 해결도 역시 행성의 특수한 성질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결말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마치 모든 것이 가능한 듯 보이면서도 마지막에 피스가 맞아 떨어지며 규칙의 전체 그림이 보이는 그 기분은 미스터리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장난감 상자를 들여다보는 듯한 재미가 있는 한 권입니다.

**카마도의 추천 미스터리 소설**
명탐정의 제물: 인민교회 살인사건》 (시라이 토모유키)

플롯부터 너무 멋진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최고입니다!!!!!!!
미스터리 작품 중에 "다중 해결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는 개념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추리 결과, 여러 진실이 존재한다"라는 것이 이 장르의 특징입니다. 이 시라이 토모유키 선생님의 다중 해결물은 탁월합니다. 미스터리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입니다.
다중 해결물은 매우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추리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도중에 "이게 뭐야... 방금 추리는 뭐였지?" 또는 "피곤해... 결론만 말해줘..."라는 상황이 될 수 있지만, 이 《명탐정의 제물》에서는 제시된 여러 추리가 모두 강력한 임팩트를 줍니다. 압도적인 해설 파트를 읽으면서 "이 사람, 정말 대단하다!"라고 감탄하게 될 정도입니다. 장인의 기술에 감탄할 정도로 멋진 작품입니다. "다중 해결"의 구조적 약점을 없애면서, 동시에 "다중 해결"이라는 장르 자체에 새로운 빛을 불어넣는 듯한 훌륭한 플롯을 꼭 경험해 보세요.
다른 작품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며, 이 《명탐정의 제물》을 시작으로 깊이 빠져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작품인 《엘리펀트 헤드》는 정말 최악입니다. 물론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정말 재미있지만, 진짜 최악입니다. 사람이 이런 걸 써도 되나? 여러 의미에서 머릿속이 어떻게 된 걸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섭습니다.

**나시의 추천 미스터리 소설**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이야기》 (스기이 미츠루)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손이 떨리다니" 라는 경험을 한 건,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일종의 상쾌함까지 느낄 정도로, 기분 좋게 압도당했습니다.
훌륭한 독서 체험을 보장하므로,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꼭 서점에서 구입하시길 권합니다.
아니면 Amazon 카트에 담아주세요.
"전자책은 없나요?"라고 낙담할 시간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마키노의 추천 미스터리 소설**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아사쿠라 아키나리)

취업을 위해 양산된 듯한 여섯 명의 우수한 대학생들이, 모두 내심 내정받고 싶은 대기업의 최종 면접에 남았으나, 전원이 내정받는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한 명만 내정된다고 변경되었고, 그뿐만 아니라 최종 토론 중에 우등생들의 "뒷모습"을 폭로하는 고발장이 나오면서, 한 사람씩 가면이 벗겨지는 미스터리입니다.
책의 재미 순위를 석권하고, 만화화, 영화화, 라디오 드라마화까지 이루어졌을 정도로, 정말 재미있습니다! 취업을 위해 드러난 좋은 면과 고발을 위해 드러난 나쁜 면이 교차하며, 사람의 인상이 전혀 믿을 수 없다는 스릴 넘치는 구성에 책을 놓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게다가 엄청 읽기 쉽습니다!).
여러 번 뒤집히는 대학생들의 의혹에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교묘한 미스리드, 마지막에 남겨진 고발문의 놀라운 결말, 그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선명한 복선 회수... 말할 것이 없는 소설의 완전체였습니다. 11월에 영화도 개봉된다고 합니다. 꼭 보세요!

**가미죠의 추천 미스터리 소설**
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나오키상을 받은 화제작을 지금 와서 추천하는 것도 뭐하긴 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소개하고 싶습니다.
배경은 전국시대로,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전국 무장 아라키 무라시게입니다.
…잠깐만요, 이 시점에서 "역사물인가, 흥미 없네"라고 생각한 분들, 조금만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이 소설은 등장인물과 배경만 역사물일 뿐, 내용은 완벽한 미스터리입니다.
주인공 무라시게는 어느 계기로 상사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하고, 성에 틀어박힙니다. 그곳에 쿠로다 칸베이라는 엄청나게 뛰어난 지장이 찾아와 무라시게를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성 안에서 둘이 나눈 이야기가 지금으로 치면 실제로 있었던 "밀실 토크"처럼 느껴져, 이 두 사람의 생각을 예상해가며 즐기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이 이야기에는,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반전이 숨겨져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설마, 이런 전개가 가능하다니!"라고 생각하며 충격을 받을 겁니다. 요네자와 호노부 선생님의 《흑뢰성》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다시 한번, 독서의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2019/06/16

독서실력 - 오카자키 다케시 / 정지영 : 별점 3점

독서실력 - 6점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지영 옮김/생각의집

일본의 유명 장서가이자가 독서가, 서평가 오카자키 다케시독서 관련 에세이집입니다. 제목만 보면 책을 읽는 일종의 요령을 알려주나 싶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평상시 가지고 있는 독서에 대한 생각 중심의 에세이들을 모아 놓았을 뿐입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독서 실력은 별게 아닙니다. 요령이라는게 있을리도 없어요. 그냥 많이, 즐기면서 읽으면 느는게 당연하니까요. '읽을수록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전에는 몰랐던 것이 갑자기 보이기도 하고, 젊은 시절 읽고 깨닫지 못했던 부분이 나이 들어 다시 읽었을 때 확 와닿기도하는 것'이지요.

원래 저자의 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책만 읽는 인생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맞게 쓰였다'라는 말머리부터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부두에서 책 읽는 여자" 속 모드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멋있었고요.
앞서 말씀드렸듯 '독서 실력은 별거 아니다'라는 등 독서에 대한 저자의 여러가지 생각이 상당히 공감됩니다.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린다면, 우선 "책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 책은 본디 불편한 것이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려면 집중해야 하는 장소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고 기타 등등 필요한게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책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저 역시 동의합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건 거짓말이다. 마음이 있다면 얼마간이라도 읽을 수 있다." 는 독서를 하지 않고 핑계만 대는 주위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고, 책을 왜 읽는가? 라는 화두를 던지고 답하는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서 "즐기기 위해서"라는 말도 굉장히 와 닿습니다. 읽는 걸 즐기고, 더 알아가는 걸 즐기기 위해서인데 저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하거든요. 같은 이유로 자기개발서적은 즉효성을 기대하는 안일한 생각에 불과하다는 말에도 동의할 수 밖에 없어요. 

이러한 주장을 "즐기지 못하는 정신은 허약하다. 즐기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 문화는 미숙하다. 시나 문학을 즐기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가 얼마나 얕은 수준으로 현실 생활을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말로 마무리하는 것도 멋집니다. 

'베스트셀러가 존재하는 이유는 독서가 힘든 현대인들이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검증된 상품을 구입하는 행위 때문이다, 따라서 베스트셀러는 상품이며 화제일 뿐이다'는 "베스트셀러 論"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베스트셀러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도 나중에 읽어서 재미있다는 베스트셀러 읽기 방법도 따라해보고는 싶네요. 재미와 가치를 떠나 책이 유행했던 당대의 트렌드와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좋은 방법이라는건 맞을테니까요. 80년대 일본 청춘 만화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겠지요.
마지막으로 만화를 읽는다고 타박하면 안된다는 것도 제 생각과 똑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유도 같아요. 만화를 읽는 사람은 활자 책에도 손댈 가능성이 높고, 최소한 만화도 안 읽는 사람이 책을 읽을리는 없습니다.

이렇게 독서에 관련된 이야기 말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여러가지 자잘한 서평을 쓴다고 해서 책 추천을 받는건 난처하다는게 대표적인데 저 역시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와 닿습니다. 최소한 자기가 보고 싶은게 어떤건지는 상세하게 알려줘야 그나마 추천이 가능하다는데, 맞는 말입니다! 저한테 "재미있는 추리 소설을 추천해 줘" 라고 물어본들 고전 본격물을 좋아하는지, 하드보일드를 좋아하는지, 현대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지, 일본 쪽 작품이 취향인지 아니면 유럽 쪽 이야기가 취향인지 등 기본적인 정보는 알려줘야 좋은 추천이 가능하겠지요. 정말 시대를 초월하여 누구나 읽어야 하는 걸작이라면 자신있게 추천하겠지만, 그런 작품은 적으니까요. 저자의 말대로 서평가는 책을 추천하는 자동판매기가 아닙니다. 

독서에 대한 기묘한 발상들도 매력적입니다. 독서를 하면서 감정의 진폭으로 인해 가까이 가거나 멀어지는 것은 정신 쪽으로, 어떤 책이라도 눈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접해야 하고 감정의 진폭은 정신이 그 거리를 안배한다는 색다른 시각이 그러합니다. 책만이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일체화 될 수 있다니 생각해 본 적도 없거든요. 독서가 걷기와 비슷하다는 발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을 처음 읽을 때 몰입 전 파장을 맞추기를 튜닝이라 표현한 것도 재미있었고, 서평가로서 서평 쓰는 요령도 짤막하게 실려있는데 이 역시 참고할 만 합니다. 저자는 800자 분량으로 그 책이 저자에게 어떤 책인지 평가하고, 줄거리, 읽을 만한 부분, 핵심 부분의 인용, 마무리 순으로 쓴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건 그 책을 읽고 싶다는 기분을 북돋아야 한다는데, 많이 반성이 됩니다.

언제나처럼 책 소개도 볼거리입니다. 대부분 국내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소개된 책으로만 한정한다면, 우선은 자신의 학력에 자신이 없다면? 에릭 호퍼의 "길 위의 철학자" (국내 출간명)이 있습니다. 자서전으로 배움에는 그 어떤 한계도 없다는 내용이라는데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읽어봐야겠습니다. 동화책 "코딱지"는 제 딸이 이런 책을 읽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긴 해서 아쉽게 패스하지만요.
국내 소개되지 않는 책 중에서는 이소다 가즈이치의 "소재 만다라, 책과 사투하는 사람들"은 정말 땡깁니다. 책에 미쳐 그야말로 책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데 제 꿈이기도 한 삶이라 어떨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저자의 말대로 소재는 성채고, 저는 작은 왕국의 국왕이 될 수 있죠. 한 때(1980년대?) 시대의 총아였다는 가타오카 요시오의 여러 작품들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옛 추억이 하나 떠올라 반가웠어요. 80년대 OVA 황금기에 발표되었던 "바비에 반해서"라는 애니메이션 원작이 가타오카 요시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꼭 한 명을 고른다면 선택한다는 작가 쇼노 준조의 작품들도 국내 소개된다면 한 권 정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이렇게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공감되고 와 닿는 내용이 많기는 한데, 모든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버스 운전석 뒤에서 책을 읽는 게 최고로 좋다는 작가의 말입니다. 저는 멀미가 심해서 흉내도 못 내겠습니다.
저자가 일반 취미인 수준을 넘어선 광狂이라서 좀 무리한 주장으로 보이는 내용도 있어요. 책을 쌓아놓고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러하죠. 저도 마찬가지이긴하나 너무 과장하고 있어서 썩 공감이 가지는 않더군요. 순수하게 책을 읽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는 발상도 마찬가지고요. 재미야 있겠지만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독서인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같은 독서인 후배로서, 저자 만큼은 아니지만 저만의 독서 철학과 독서 세계를 언젠가는 정립하여 꾸며보고 싶은 욕심도 드네요.

덧붙이자면, 책의 맨 뒤는 저자의 추천 책 여러 권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국내 정식 출간작은 기타무라 가오루"하늘을 나는 말" 밖에는 없네요. 소개된 작가도 별로 없고요. 일본 작가의 책이 대부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팔릴 일이 없을 책 관련 에세이 등이 많기는 하지만 조금은 아쉽군요. 그래도 검색하다 찾은 구시다 마고이치의 "사랑하는 나의 문방구", "고전과의 대화"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려 합니다.

2022/07/23

[2022년 버젼] 미스터리 소설 추천 35선. 신간부터 인기 고전 명작까지 랭킹으로 소개! from SAKIDORI

화제가 되는 여러가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준다는 일본의 웹 매거진 SAKIDORI에서 선정한 순위입니다.

개인적 평가로는, 초보자용과 반전계 랭킹은 나름 괜찮습니다. 초보자용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되어 '친숙하고 읽기 쉬운' 측면을 많이 고려한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딱히 대단한 걸작이라고 보기 힘든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순위가 높은 점에서 추측해보자면 말이지요. 이 중 "푸른 불꽃"과 "거울 속 외딴성"은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2022.10.08에 읽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반전계는 "까마귀의 엄지" 빼고는 다 읽어본 셈인데 ("가위남"은 영화로), 순위는 모르겠지만 선정 자체는 적절해 보입니다(*"까마귀의 엄지"도 2023.06.23에 읽었습니다). 일본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표지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해외 미스터리 추천 랭킹은 좀 불만스럽습니다. 우선 비극 시리즈의 최고 걸작은 "Y의 비극"이라는건 정론입니다. "X의 비극"이 아니라요. "오페라의 괴인"이 미스터리에 속하는지도 의문이며, 잘 모르는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수많은 걸작들을 제치고 애거서 크리스티, 코난 도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까요? 이는 찬찬히 읽어보고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보자용 미스터리 추천 랭킹 

반전계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해외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2005/07/28

비밀의 백화점에 실린 추리만화에 대한 개인적 보완..

대중문화평론가이신 이명석씨가 아래 언급한 "비밀의 백화점"에서 짤막하게 글을 쓰셨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작품이 너무 많이 있어서 몇개 추가할 까 합니다.

먼저 정통 추리물에서는 "Nervous Breakdown"이 빠진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3등신 캐릭터가 활약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등신대의 인물로 바뀌는 등의 형식적인 독특함도 돋보이지만 트릭과 전개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기존 걸작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의 정신도 뚜렷한 걸작입니다. 한마디로 제가 읽은 추리 만화에서는 베스트라 할 수 있는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작품인데 언급조차 되지 않아 유감이더군요. 
그리고 제가 이전에 소개했던 "탐정 레이디X 시리즈"는 워낙 마이너이니 넘어갈 수 있지만 "어둠의 인형사 사콘"은 빠진게 의외더군요.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진 나름 비중있는 작품인데 왜 빠졌을까요? 추리적인 요소는 약간 허술하지만 완벽한 그림과 독특한 설정으로 한몫하는 작품인데 말이죠. 
순정 만화 스타일로는 "미궁시리즈"의 몇몇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괜찮으며 가벼운 소품으로 잔잔하게 즐길 수 있는 "할아버지와 나의 사건수첩"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독특한 일상계 추리물이라서 저는 무척 좋아하거든요. 꼭 추리 쟝르에서 강력 사건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죠. 잔잔하기로는 베이비시터 탐정이 등장하는 "카즈는 행복해" 시리즈도 빼 놓을 수 없지만 이것 역시 너무 마이너하니 패스.

스릴러에서는 "바나나피쉬"가 없더군요. 중반이후 삼천포로 빠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진행되며 독자를 몰입시키는 맛이 뛰어난 스릴러로 추천할 만 합니다. 

전문가 등장 작품의 리스트에서는 "검찰관 기소가와"가 빠지더라도 "사이코 닥터"가 반드시 포함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분석 전문가 카이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각 사건의 설득력이 뛰어나며 치밀한 심리 분석 사례가 일품인 작품이죠. 1, 2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부를 더 추천합니다. 
범위를 살짝 더 넓혀 본다면 "용오"는 교섭인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옴니버스물의 특성상 모든 에피소드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의 서스펜스와 재미를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작품에 소홀한 것은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푸른길"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 작품은 일본 작가가 글을 쓰고 일본 잡지에 연재된 작품이기 때문에 권가야씨의 그림을 뺀다면 국내 작품으로 보기 어려운 요소가 더욱 많은 작품이죠. 완성도 역시 높이 평가하기 어려운 작품이고요. 차라리 한혜연씨의 "M노엘"을 추천하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자료조사가 거의 없었던 것 같은 허전한 그림과 만화 스토리 전개의 미숙함, 왠지 익숙치 않은 순정만화체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와 트릭은 괜찮은 작품입니다. 
드라마로 더욱 유명하지만 "다모" 그리고 국내 만화에서 보기 드문 역사 추리물의 시리즈 탐정인 이두호씨의 "장독대 시리즈 ("뛰어야 벼룩이지" 등등)" 역시 추천 작품입니다. 아주 고전으로는 방학기씨의 다른 여러 작품들, "사라진 낡은 집"이나 "초립동이", 이우정씨의 "모돌이 탐정" 등도 포함되겠지만 지금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니 패스...  (*모돌이 탐정은 2022년에 복간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선정 기준에 의심이 많이 가는 리스트였습니다. 추리 만화는 하늘의 별 만큼 많고 지면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명석씨의 고충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지만 이름값에 기댄 작품이 너무 많아 실망스웠습니다. 보다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덧붙이자면 QED작가의 독특한 작품인 "로켓맨"이나 과학 스릴러에 가까운 "레밍의 행방", "비밀", 호러가 약간 가미된 "백작 카인 시리즈 (특히 초반부)"도 추천할 만 합니다. "로켓맨"과 "레밍의 행방"은 아까짱님의 블로그에 정리된 포스트가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08/12/29

내가 추천하는 한국 추리소설들

이 기사를 읽고 적어 봅니다.

사실 한국 추리소설의 문제는 다름 아닌 "작품의 질"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사실 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추리소설계가 이렇게 암담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김성종 선생님 작품은 고정팬이 있어서 출간만 하면 몇만부씩 팔린다는 이야기도 있었죠.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진건 이러한 한국 추리소설들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성적인 묘사만 난무하는 저질 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이후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점은 초창기인 김래성 선생님때부터 이미 에도가와 란포의 향취가 느껴지는 등 그동안 계속 일본 추리소설의 영향을 받다가, 80년대 한국 추리소설이 반짝 인기를 끌 때 일본 추리소설의 나쁜 점만 받아들여 문제가 커진 것 같습니다.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나쁜 점만 극대화한, 예를 들자면 몇작품 안 읽어봤지만 펄프픽션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가츠메 아츠사, 또는 범위를 넓히자면 시드니 셀던 류의 작품군이랄까요. 더군다나 이러한 성적인 묘사 때문인지 정통물은 아예 발붙이기 힘든 풍토마저 조성되어 고정 독자들도 멀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암담한 시기에 두각을 나타내었던 몇 작품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추천할만한 작품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한국 추리 소설" 이라는 타이틀을 대표할만한 작품들이기에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 김래성 - 비밀의 문 : 정확하게는 이 단편집의 "타원형 거울" 외 몇편 뿐이지만...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재미도 갖춘 보기드문 작품이라 추천합니다. 선생님의 추리소설 대표작인 "마인"은 추리소설로는 너무 함량미달이라 도저히 추천하기 어렵네요.
  • 김성종 - 최후의 증인 : 누가 뭐래도 한국 추리문학계의 거목이신 김성종 선생님의 대표작이죠. 추리적인 요소는 좀 부족하지만 재미와 더불어 역사의식까지 가지고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 백휴 - 낙원의 저쪽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심리 스릴러물로 쓱쓱 읽히는 재미는 충분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작품은 단편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요.
  • 김남 - 돛배를 찾아서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미술계"를 소재로 했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정통 추리물로 보아도 손색없는 작품으로 추천합니다.
  • 권경희 - 저린 손끝 (고려원 한국 미스터리 컬렉션) : 작가의 데뷰작이죠. 좀 처지는 감은 없잖아 있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정건섭 - 덫 / 5시간 30분 : 김성종 선생님과 반대되는 위치랄까요?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로 냉정하고 치밀한 추리물을 선보이신 정건섭 선생님의 이 두 작품은 꼭 읽어봐야 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 이종호 - 분신사바 :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인 호러소설입니다. 마무리가 좀 아쉽긴 했지만....

** 이외에 "경성탐정록" 도 관심가져 주시면 더할나위 없겠죠?^^

2025/07/20

도쿄의 뮤지엄을 어슬렁거리다 - 오타가키 세이코 / 민성원 : 별점 2.5점

만화가 오타가키 세이코가 도쿄 시내뿐 아니라 요코하마, 하코네, 유가와라, 사이타마 등 도쿄 근교를 포함한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직접 방문한 뒤, 그 경험을 일러스트와 함께 풀어낸 에세이집입니다. 저자의 시선과 감상이 담긴 일러스트가 좋아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느낌을 전해 줍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곳을 소개해드리자면, 도쿄 국립박물관은 저도 첫 일본 여행 당시 방문했던 기억이 나서 반가왔습니다. 저는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다이얼식 전화기나 모자이크 타일 벽 같은 세세한 디테일이 특히 인상적으로 묘사되는 덕분에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도쿄 국립 근대 미술관은 파울 클레를 비롯해 히가시야마 가이이 같은 일본 국민 화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회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장소일 것 같고요.
 요코하마 미술관에서 열렸던 동서양의 교류를 주제로 한 기획전 소개도 좋았습니다. 판화가 하세가와 기요시, 설치미술가 스가 기시오, 그리고 달리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당시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스미다구의 호쿠사이 미술관에서는 '가나가와오키의 큰 파도' 같은 대표작을 상설 전시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 애호가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도쿄 근교 하코네에 위치한 랄리크 미술관은 아르누보 유리공예의 대가 르네 랄리크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공간으로, 오리엔트 특급 열차 진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추리소설 팬이라면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질 만한 장소입니다.
사이타마 국립 현대 미술관의 의자 컬렉션도 흥미로운데, 전시된 의자에 직접 앉아볼 수 있다는 점은 흔치 않은 경험일 것입니다. 입장료가 단돈 200엔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성비 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곳입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뮤지엄 공간과 건축의 아름다움을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아사쿠라 조소관은 '동양의 로댕'이라 불리는 아사쿠라 후미오가 설계한 공간으로, 붉은 마노를 갈아 벽에 바르고, 외벽에는 전복 껍질을 가루 내어 덧칠했다는 설명만으로도 그 정성과 고집이 전해집니다. 단게 겐조의 작품이라는 요코하마 미술관, 유서깊은 료칸을 개축했다는 유가와라 미술관,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한 국립신미술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했다는 국립서양미술관 역시 건축물만 보아도 좋을 것 같고요. 특히 국립서양미술관은 일본의 유명했던 미술품 수집가 마쓰카타가 수집했던 컬렉션 중심인데 밀레, 마네, 모네, 고흐 등 유명 작가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있다니 빼 놓기 어렵지요. 이 정도 전시품에 입장료 500엔은 너무 싼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간단한 주위 소개도 볼거리입니다. 예를 들어 도쿄 현대미술관이 있는 기요스미시라카와는 커피 애호가들에게도 잘 알려진 동네라고 합니다. 미술 감상과 함께 거리 산책, 카페 탐방까지 더해진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입니다.

컵 누들 뮤지엄이나 에비스 맥주 기념관 같은 공간들도 저자 특유의 호기심으로 생동감 있게 그려집니다. 특히 요코하마에 위치한 컵 누들 뮤지엄은 음식에 대한 책을 발간한 경험이 있는 제 입장에서 더더욱 흥미로울 수 밖에 없네요. 마침 관련 책도 읽어본 적이 있고요. 에비스 맥주 기념관도 첫 일본 여행 당시 방문했던 곳인데, 또 가 보고 싶어집니다.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처럼 기차역 안에 위치한 미술관도 새로운 발견처럼 다가왔고요.

이렇게 저자의 시선을 따라 읽다 보면, 책 속의 여러 미술관을 메모해 두고 언젠가 직접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반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일단 책의 상당수가 기획전을 중심으로 소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이미 끝났을 전시에 대한 내용은 독자 입장에서 실용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상설 전시나 소장품 중심의 소개가 더 많았더라면, 아니면 뮤지엄 주변의 관광 정보가 더 곁들여지는게 보다 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겁니다. 또한, 박물관들을 지역별로 묶어서 지도와 함께 코스를 소개하는 방식이었더라면 여행자에게 훨씬 더 유익했을 텐데, 저자 주관적인 구성으로 묶여 있는 탓에 실용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흥미도를 찾기 어려운는 뮤지엄들이 등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담배와 소금 박물관, 도라상 기념관 등은 개성은 있으나, 일부 독자에게는 굳이 찾아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공간일 수 밖에 없지요. 또 모든 주석을 책 뒷부분 미주 형식으로 처리한 것도 읽는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본문 하단에 각주를 바로 넣는 방식이었으면 훨씬 읽기 편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 또는 근교 여행을 계획 중인 분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된 뮤지엄 중 한두 곳을 골라 직접 둘러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책 속의 어슬렁거림을 실제 여행으로 확장해 보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여, 혹시 도쿄에 여행간다면 하루 정도 뮤지엄 둘러보는 코스가 무엇이 좋을지, 제 기억에 남은 뮤지엄 중심으로 ChatGPT에게 물어보았는데 아래 코스를 추천하네요. 우에노 미술관 트리오 코스는 다음 여행에 참고해야겠습니다.1~2년 안에 꼭 가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코스 1: 우에노(Ueno) 미술관 트리오

도쿄 국립 박물관 (Tokyo National Museum) → 국립서양미술관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 도쿄도 현대미술관 (Tokyo Metropolitan Art Museum)

장점: 모두 우에노 공원 내 도보권. 이동 시간 최소화, 하루에 세 곳 방문 가능

코스 흐름: 도쿄 국립 박물관 (추천 관람 2h) – 일본·아시아 전통·불교미술과 국보 컬렉션이 압도적 → 도보 5분 → 국립서양미술관 (추천 관람 1.5h) – 피카소, 고흐, 폴록 등 서양미술 정수 → 도보 5분 → 도쿄도 현대미술관 (추천 관람 1.5h) – 국제전시와 현대미술 대규모 기획전

총 소요 시간: 관람 5h + 이동 10분 + 휴식/점심 포함 약 6시간 → 오전 9시 시작 시 오후 3~4시 일정 종료 가능

코스 2: 도쿄 북·서쪽 모던 아트 여정

도쿄 국립 근대 미술관 (MOMAT) → 아오야마 네즈 미술관, 또는 스미다구 호쿠사이 미술관

장점: 일본 근대·현대 미술 → 전통 장식 미술 순으로 다양한 감상 가능

코스 흐름: MOMAT (Takebashi 역) – 2~3시간 → 이동: 지하철 도자이선 → 오모테산도역 환승 → 긴자선 → 아오야마 네즈 미술관 (1520분) 관람 1.52시간 또는 지하철 이동 → 스미다구 호쿠사이 미술관 (약 20~30분 이동, 1–1.5시간 관람) 

총 소요: 관람 3.55h + 이동 4060분 → 여유 있게 오후 일정 종료 가능

2023/02/18

Chat GPT에게 추천받은 역대 최고의 추리소설 베스트 10

요사이 화제인 Chat GPT에게 추천받은 역대 최고의 추리소설 베스트 10입니다. 지구가 멸망할 때 남겨두어야 할 10편의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아래와 같이 추천해주네요. 
고전들은 다른 리스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양들의 침묵>>과 <<다빈치 코드>>가 조금 특이했습니다. 좋은 작품들이니 납득할만 합니다. 

Certainly, here are 10 of the best mystery novels of all time, in no particular order: 

  1.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by Arthur Conan Doyle - This classic Sherlock Holmes story follows the legendary detective as he investigates a supernatural beast that is terrorizing a family.
  2.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by Agatha Christie - This iconic whodunit mystery sees detective Hercule Poirot investigating a murder on a luxurious train journey.
  3. "The Maltese Falcon" by Dashiell Hammett - This hardboiled detective novel features private investigator Sam Spade as he investigates the theft of a valuable artifact.
  4. "The Name of the Rose" by Umberto Eco - This historical mystery novel takes place in a medieval monastery, where a series of murders lead a Franciscan friar to investigate the secrets hidden within the walls.
  5. "The Big Sleep" by Raymond Chandler - This noir detective novel follows private investigator Philip Marlowe as he investigates a wealthy family's dark secrets.
  6. "Rebecca" by Daphne du Maurier - This gothic mystery novel tells the story of a young woman who becomes haunted by the memory of her husband's dead first wife, Rebecca.
  7. "And Then There Were None" by Agatha Christie - This classic mystery novel sees ten strangers trapped on an island and being picked off one by one by an unknown killer.
  8. "The Moonstone" by Wilkie Collins - This 19th century mystery novel is considered to be one of the first detective novels, and follows the investigation into the theft of a valuable diamond.
  9. "The Silence of the Lambs" by Thomas Harris - This psychological thriller features FBI trainee Clarice Starling as she enlists the help of incarcerated serial killer Hannibal Lecter to track down another killer.
  10. "The Da Vinci Code" by Dan Brown - This controversial mystery novel follows symbologist Robert Langdon as he investigates a conspiracy involving the Catholic Church and the Holy Grail.

2023/09/09

추리・미스터리 소설 추천 인기 순위 50선

NTT에서 운영하는, 리서치 설문조사와 접속수를 바탕으로 모든 장르의 랭킹을 망라한 종합 랭킹 사이트인 goo 랭킹에서 선정했던 랭킹입니다.
2022년 12월에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추천 추리소설을 조사한 결과가 있어 공유드립니다.
추천 추리소설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 1위 : 히가시노 게이고 <<용의자 X의 헌신>>
  • 2위 : 히가시노 게이고 <<백야행>>
  • 3위 : 히가시노 게이고 <<매스커레이드 호텔>>
  • 4위 : 애거서 크리스티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 5위 : 애거서 크리스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6위 : 미나토 가나에 <<고백>>
  • 7위 : 아야츠지 유키토 <<십각관의 살인>>
  • 8위 : 히가시노 게이고 <<한여름의 방정식>>
  • 9위 : 히가시노 게이고 <<유성의 인연>>
  • 10위 : 마츠모토 세이초 <<모래 그릇>>

개인적으로 순위에 동의하기는 좀 어렵네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만 보아도 저의 No.1은 <<악의>>거든요. 언제나 그렇듯 그냥 재미삼아 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전체 순위 10위까지만 소개해 드리는데, 선정된 다른 작품들을 포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문조사에서는 단순히 추천 추리소설 작품 외에도 추리소설 선택의 포인트에 대해서도 조사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47%가 '작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더군요. 일본 작가로는 히가시노 게이고, 해외 작가로는 아가사 크리스티 등 유명 작가가 많고요. 순위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가 압도적인게 눈에 뜨이네요.
또 유명 추리소설-미스터리 소설은 드라마화-영화화되는 경우가 많은데, 좋아하는 추리소설이 영화화되면 '반드시 보러 간다'는 응답이 15%, '경우에 따라서는 보러 간다'는 응답이 62%였습니다.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시청하겠다는 응답은 18%라고 하니 원작이 있는 작품의 영상화가 많이 이루어지는건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보입니다.

2026/08/30

다시 뽑아보는 3대 미스터리 (from 알라딘)

"3대 미스터리"로 알려진 작품은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입니다. 그러나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하고, 이후에도 많은 미스터리가 발표되었기에 새롭게 3대 미스터리를 정해보자는 기획이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열두 명의 전문가와 알라딘 미스터리 마니아 100인이 작성한 추천 리스트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세 작품을 선정하였다고 하네요.

선정된 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13.67" 찬호께이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그러나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네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걸작이지만, "13.67"과 "용의자 X의 헌신"은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르 역사적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도 아니고요.

전문가라고 초빙된 분들도 아쉽습니다. 일본 소설 번역가, 출판사 대표의 경우 사심이 배제되기 어려울테니까요. 실제로 김은모 번역가의 추천작은 모두 일본 소설입니다. 에세이 작가 김혼비 님은 왜 전문가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알라딘 미스터리 매니아 100명의 투표 역시 일본 소설로 쏠려있는 국내 미스터리 시장의 현황이 극단적으로 드러날 뿐입니다.

그나마 아래 하우미스터리 운영자이신 decca님의 추천 정도만 납득할만 했습니다.

물론 이런 리스트는 수많은 매체에서 정리, 발표해 왔기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기는 합니다. 리스트에 선정되었다고 다 좋은 작품들도 아니고요. 이번 알라딘에서 선정된 작품들은 최소한 '재미'만큼은 보장되어 있으니, 오히려 추리 소설에 입문하는 분들에게는 더 좋은 가이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알라딘 선정 정말 재미있는 미스터리" 같은 제목을 붙여서요. '3대 미스터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과한 수식어에요.

마지막으로 저만의 베스트 3을 소개드립니다. 책 소개는 링크의 리뷰로 대신합니다.

2022/08/28

밀실 추리물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명작 10선 (출처 : 서스펜스 라이프)

서스펜스를 좋아하고, 서스펜스를 위한 일본의 추리 소설 전문 사이트 서스펜스 라이프에서 발견한 밀실 추리 추천작 리스트.

추리 소설에는 많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밀실 추리물은 인기가 많습니다.

모든 문이 잠겨 있는 방 안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범인은 어떻게 피해자를 살해하고 도망쳤을까? 이러한 여러가지 밀실의 수수께끼 풀이를 즐기고, 작가가 교묘하게 만들어낸 수수께끼에 도전해 보고 싶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하는 밀실 추리물 10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1. <<밀폐 교실>> 노리즈키 린타로 *국내 미출간

노리즈키 린타로의 데뷰작으로 수많은 트릭이 사용되고 있다. 학교의 밀실 상태 교실에서 일어난 수상한 죽음, 자살인가 타살인가!
읽기 쉽고 즐길만한 요소가 많은, 밀실 추리물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2. <<혼진 살인 사건>> 요코미조 세이시

긴다이치 코스케가 첫 등장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표작.
겹겹이 쌓여진 복선이 인상적으로, 밀실 트릭의 개척자격인 작품입니다.

3. <<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밀실을 주제로 한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연작 단편집.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와 변호사 준코 컴비가 밀실 살인 사건 해결에 도전한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가지 밀실 추리물을 읽고 싶은 분들께 딱 맞는 작품.

4. <<꽃의 관>> 야마무라 미사 *국내 미출간

야마무라 미사의 교토 무대 시리즈 첫 작품. 명탐정 캐서린이 처음으로 등장하며, 잘 고안된 메인 트릭도 볼거리. 무엇보다도 교토의 정서를 맛볼 수 있다는게 포인트입니다.

5. <<46번째 밀실>> 아리스가와 아리스

명탐정 히무라 히데오의 첫 등장 작품으로 눈으로 갇힌 저택을 무대로 한 완벽한 밀실 추리물.
간단한 트릭이 사용되었지만 풀어내기는 어렵습니다.

6. <<밀실의 열쇠 빌려드립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데뷰작.
유머스러움이 가득하지만, 밀실 트릭도 충분히 즐길만 합니다.

7. <<날개 달린 어둠>> 마야 유타카

마야 유타카의 데뷰작.
부유한 일족이 사는 외딴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속 살인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본격 추리물다운 설정과 소재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도 반전이 많아서 반전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8. <<지나가는 바람은 초록색>> 쿠라지 아츠시 *국내 미출간

고양이 마루 선배 탐정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아이디어도 좋고, 고양이 마루 선배의 개성과 상냥함이 잘 표현되어 있습ㄴ다.

9. <<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뷰작. 긴 여운을 남기는 청춘 미스터리로 결말도 놀랍습니다. 팬이라면 놓치면 안되겠지요.

10. <<일곱 개의 관>> 오리하라 이치

오리하라 이치의 데뷰 단편집.

데뷰작이 많다는게 특이한데, 다 읽어본건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는 '명작' 이라고 부를만한 작품들은 아닙니다. 전부 일본 작품이라는 한계도 분명하고요. 언제나 그렇듯 이런 류의 리스트는 그냥 참고만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2009/11/25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 오사키 고즈에 / 서혜영 : 별점 3점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 6점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다산책방

세후도 서점 사건메모 시리즈 제 1작으로 출간된 서점을 주무대로 한 일상계 옴니버스 추리 단편집입니다.

일단 작가가 실제 서점근무를 오래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서점과 책에 관련된 이야기의 디테일이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것, 그리고 실제 존재하는 책들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는 점이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제가 이런 디테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탐정역은 고참 서점직원인 교코와 아르바이트생 다에의 2인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교코가 서점 근무 경력을 잘 살려 여러가지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실제 추리는 다에가 담당하는 구조로 둘의 협력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내용도 5편의 작품 대부분이 일상계 작품이라는 테마를 잘 살리고 서점의 디테일과 결합한 소품과 같은 귀여운 이야기들이라 읽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때 읽으면 좋을 치유계 소설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또 책의 특성상 맨 뒷부분에 부록처럼 실제 서점 직원들의 좌담회가 실려있는 것도 무척 좋더군요. 아이디어도 좋지만 의외로 재미있더라고요. 일상성이 강조되고 서점이라는 공간이 강조된 나머지 추리물로서 성립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재미 하나는 빠지는 책이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물을 처음 접하기 시작하는 분들, 특히 여성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읽기에는 정말이 최고라 생각합니다. 책도 너무 이쁘게 잘 나왔어요! 작품을 만화화한 구제 반코의 작품(아래 이미지 참고)도 꼭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손님과 서점 직원과의 해프닝이 이야기의 주 소재들인데 이렇게 대형 서점에서 직원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일본의 출판 시장이 부럽기만 하네요. 저도 근처에 세후도 서점처럼 인간냄새 나면서도 친절한 직원들로 가득한 서점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단골이 되고 싶습니다...

1. 판다는 속삭인다

한 손님이 교코에게 자신이 아는 경증 치매노인이 원하는 책 3권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노인은 치매가 있어서인지 알 수 없는 말로 책을 요청했는데, 교코와 세후도 서점 직원들은 그 수수께끼를 결국 풀지 못해서 다른 책을 권해주었다. 그 뒤, 니시오카라는 손님은 그 책이 아니었다고 말하며 다시금 암호같은 말로 책을 찾아달라고 하는데... 

일종의 암호트릭물입니다. 노인이 말하는 엉뚱한 대사가 가르키는 대상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서점 근무 경력을 드러내는 굉장히 효과적인 트릭이었으며, 이 책들이 나타내는 메시지 역시 굉장히 잘 짜여져 있어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트릭이 거창하거나 웅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 작품으로 꼽고 싶네요. 

2. 사냥터에서, 그대가 손을 흔드네 

기타가와는 어머니 사와마츠씨가 갑자기 연락이 끊기자, 어머니의 단골이었던 세후도 서점을 찾았다. 마침 사와마츠씨가 실종전에 구입한 것은 한권의 만화책이었다... 

한권의 만화책으로 20년 전의 기억과 자취를 떠올린다는 내용인데 작중에 만요슈와 겐지이야기를 잘 녹여내어 부드럽게 접근하는 작가의 솜씨는 놀랍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추리물이라고 보기는좀 힘들더군요. 여성취향이 물씬 나는 미스터리가 믹스된 드라마 단편입니다.

3. 배달 빨간 모자 

세후도 서점 근처 상점가에 있는 미용실 노엘에서 손님의 몰래 카메라 사진이 발견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사진이 세후도 서점이 공급하는 정기 구독 잡지 안에 들어있었던 탓에, 노엘 점장의 친구인 미남 이발소 바버 K의 점장 "킹"이 세후도 서점을 찾아와 관련된 내용을 문의했다. 마침 당시 구독 잡지를 배달하던 세후도 서점의 아르바이트생인 미소녀 히로미 양이 배달을 나갔다가 사고가 나 다치게 되는 사건이 겹치는데... 

사소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건을 그리고 있는 정통(!) 일상계추리물입니다. 대단한 트릭은 없지만 몇가지 단서를 토대로 추리를 펼쳐나가는 교코와 다에 컴비의 활약이 빛을 발하는 수작이죠. 결국 히로미양의 이야기가 모든 단서를 제공한다는 결정적인 약점은 있지만 단편적인 단서를 이야기와 잘 엮어놓고 있기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이른바 "배달 빨간 모자" 캐릭터인 히로미양도 귀엽고요. 추리도 괜찮고 나름의 액션과 긴장감도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 만화로도 꼭 보고 싶어지네요.

4. 여섯번째 메시지 

가와다 나호코가 자신이 입원 중에 읽을 책을 골라준 점원을 찾아 세후도 서점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책을 추천한 점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굉장히 간단한 소품이지만 실제 존재하는 책들이 이야기의 주 소재로 쓰이고 있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작품은 총 5권으로 하야시 간지의 "하늘 여행", 가와이의 "산책 - 시골 꽃", 이케다 아키코의 "다얀의 스케치 교실", 아사다 지로의 "다미코", 마지막으로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입니다. 이렇게 서로 연관성 없는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누가 어떻게 추천했는지를 간단한 추리로 풀어냅니다.

추리가 없었더라도 실제 누가 책을 추천했는지를 찾아내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을 터라 추리물로 보기는 좀 힘들지만... 그래도 여성분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감성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다얀의 스케치 교실"은 저도 사고 싶어지는데 이거 큰일이네요...^^

5. 디스플레이 리플레이 

출판사가 주최하는 디스플레이 콘테스트에 세후도 서점도 응모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주체는 아르바이트생 유키로 교코가 담당하는 인기만화 "트로피컬"의 디스플레이라 교코도 적극 협조했다. 그리하여 디스플레이는 멋지게 완성되지만 어느날 그 디스플레이가 심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인기 만화와 그 작품의 표절 논란이라는 소재의 이야기인데 추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모두 공감하기 힘든, 이 단편집의 워스트로 꼽고 싶은 작품입니다. 일단 추리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실질적 증거나 단서를 토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추리적으로 점수를 주기 어려운 탓입니다. 이야기 자체도 별로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요. 여러모로 아쉬움이 큽니다.

2022/03/18

완전살인 - 크리스토퍼 부시 / 남정현 : 별점 2점

완전살인 - 4점
크리스토퍼 부시 지음, 남정현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주요 신문사와 경시청에 '마리우스'라고 자칭한 인물이 '완전 살인'을 예고하는 편지가 배달되었다. 폭발적인 대중의 관심 속에 마리우스가 지정한 날짜에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부유한 독신 노인 토머스 리치레이였다. 토머스 리치레이가 결혼을 앞둔 탓에, 유산 상속을 받지 못할 위기에 빠진 조카들이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네 명 모두 알리바이가 완벽했었다. 줄랑고 회사 사장인 프랜시스 웨스튼 경은 회사의 새로운 중핵이 될 비밀 탐정부를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완전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자 회사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는 수재 루드빅 트레버스와 전 형사부장 존 프랭클린을 투입하는데...

크리스토퍼 부시가 1929년에 발표했던 고전입니다. "고전 추리, 범죄 소설 100선"에서 추천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추리 소설의 초창기 황금기 발표작다운 면모를 과시합니다. 추천할만한 요소가 몇 가지 보이기도 하고요. 첫 번째는 트릭을 추리해내기 위한 단서 제공이 공정하다는 점입니다. 범인 프랭크 리치레이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던 트릭은 변장한 대역을 내세웠던 겁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단서 모두는 작품 맨 앞 프롤로그 부분에서 제공됩니다. 대역이었던 플래이스가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와 영화배우 진 앨런의 대역을 찾는 오디션에 대한 묘사가 바로 그 단서거든요. 플래이스의 편지에서 사용되었던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암호 트릭도 인상적이고요. 

두 번째는 다양한 용의자를 드러내고, 이런저런 수수께끼를 계속 등장시켜서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끄는 전개입니다. '마리우스'가 보낸 편지에서 시작해서, 범행이 일어나기 전 피해자 토머스 리치레이를 방문했던건 누구인지? 토머스 리치레이 주머니에 들어있던 협박장을 쓴 T.W.리처드는 누구인지? 등의 수수께끼가 계속 등장합니다. 수사 과정에서도 새로운 수수께끼가 드러나고요. 그야말로 고전 본격 황금기 작품의 기본은 해 줍니다. 

세 번째는 두뇌 역할의 부르주아 루드빅 트레버스와 발로 뛰는 유능한 수사관 존 프랭클린의 컴비 탐정 캐릭터입니다. 이렇게 두 명이 컴비로 등장할 경우, 보통 한 명은 평범한 일반인 시각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두 명 모두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꽤 신선했습니다. 이들이 사건에 뛰어든게 '회사 선전'을 위해서였다는 것도 굉장히 현대적인 동기였고요.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만한 고전 명작이냐고 물으신다면, 제 답은 '아니오'입니다.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오래 된, 유통기한이 지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목의 '완전 살인'을 예고한 마리우스의 편지입니다. 괜히 경찰의 주목을 끌 이유는 없는데, 프랭크 리치레이가 왜 이런 편지를 보내서 자신의 범행을 널리 알려야 했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아요. 경찰의 시선이 분산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이왕 살인을 저지르니, 사회적인 반향도 불러 일으켜보자고 여겼던걸까요? 하지만 프랭크는 자신의 완전 살인을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불쌍한 대역 배우 플래이스를 무참하게 살해하고 만 잔혹한 범죄자입니다. 이런 사명감같은걸 가질만한 인물이 아니에요. 또 이 때문에 여론이 크게 움직였다는 묘사도 딱히 없고, 경찰도 빨리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은 등, 한 마디로 흥미를 자아내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불필요한 설정이었습니다. 

핵심 알리바이 트릭이 단지 변장이었다는 것도 맥이 빠집니다. 또 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찰리 채플린 급의 유명 배우 대역을 공개적으로 모집했다는 것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에요. 이 탓에 루드빅 트레버스의 주목을 끌고 말았으니까요. 프랭크가 자기와 꼭 닮은 누군가 - 플래이스 - 를 발견한 뒤 범행 계획을 꾸몄다는데 더 설득력 높았을 겁니다.

아무런 증거 없이 프랭크 리치레이를 몰아세운 뒤, 그가 자멸하는걸 노렸던 호워튼 총경과 존 프랭클린의 작전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플래이스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프랭크의 알리바이가 조작되었다는걸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플래이스가 프랭크에게 살해당했다는 거라도 증명했어야 했는데, 시체조차 찾지 못했으니 이 역시 불가능했고요. 

프랭크가 둘에게 추궁당한 직후 곧바로 범인임을 자백할 이유 역시 마땅치 않습니다. 프랭크 본인 말대로 시한부였다면 더더욱요. 어차피 오래 못 살텐데, 뭐하러 범행을 인정한단 말입니까? 도주 후 시체로 발견되는 과정도 쉽게 흘러간 느낌이라 별로였고요. 차라리 호워튼 총경과 존 프랭클린이 선량했던 프랭크를 물에 빠트려 죽인 뒤, 범인임을 자백했다며 죄를 뒤집어 씌우는게 더 현실적인 전개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번역의 질이 심하게 떨어지는 동서 추리문고 출간 버젼이라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번역은 정말 끔찍한 수준이었습니다. 앞서 괜찮았다는 암호 트릭이 사용된 편지는 나쁜 번역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지요. 번역 때문에라도 도저히 권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고전'인건 분명한데,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니기는 여러모로 역부족이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작가와 작품이 잊혀진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이런 류의, 명성은 약간 남아있지만 지금은 그 생명을 고해버린 작품은 이젠 그만 읽어야겠습니다.

2024/11/01

내가 선생님을 죽였다 - 사쿠라이 미나 / 박선영 : 별점 1.5점

내가 선생님을 죽였다 - 4점
사쿠라이 미나 지음, 박선영 옮김/시옷북스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명문 사이카 고등학교의 인기 교사 오쿠사와가 학생들 앞에서 자살했다. 오쿠사와는 이상한 동영상이 SNS로 퍼져, 성범죄자 교사로 낙인찍힌 상황이었다. 오쿠사와가 담임이었던 반 칠판에는 "내가 선생님을 죽였다"는 글이 쓰여 있었다. 그러나 여러 학생들 시점에서 자살 전 상황을 되돌아보니, 오쿠사와의 죽음에는 다른 원인이 있었다는게 드러나는데...

도발적인 제목에 흥미가 생겨 읽어본 작품입니다. 장점이라면 빠른 전개와 사건의 구조적 완성도입니다.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오쿠사와 선생이 정말로 파렴치한 성범죄자였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학교의 입시 비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결말까지 이어지거든요. "내가 선생님을 죽였다"라는 고백이 실제로는 오쿠사와 선생이 나가쓰카 선생을 죽였다는 반전이었다는 일종의 서술 트릭도 꽤 신선했고요.
또한, 돈을 받고 성적을 조작해 부정하게 대학에 추천 입학시키는 비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 점도 좋았습니다. 오쿠사와가 사명감을 갖고 비리를 파헤치려 했지만, 결국 자신이 이 부정의 첫 시작점 —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요청으로 나가쓰카가 추천 입학하게 도와주었음 — 이라서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리고 말았다는 설정도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오쿠사와에게 닥친 비극성을 강화하며, 결국 나가쓰카를 죽이고 스스로는 자살을 선택하는 결말의 설득력을 더해주니까요.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시각 전환 방식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각 인물의 시점이 서로 보완되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밀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불필요한 내용도 많습니다. 도입부라 할 수 있는 도베 시점 이야기는 사건 전개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구로다와 고미나토의 이야기는 추천 입학의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점에서 서로 겹치는 이야기입니다. 구로다와 동영상 피해자인 모모세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서술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모모세가 진실을 고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부족합니다. 오쿠사와가 자숙을 핑계로 그동안 이루어졌던 학교의 성적 조작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입막음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오쿠사와에 대한 애정으로 바닥이었던 영어 성적을 학년 톱으로 끌어올린 모모세의 성격과 행동을 고려할 때 순순히 입을 닫고 있었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에필로그에서 큰 사건 이후 학생들과 남은 선생들이 우정과 용기를 이야기하는 결말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이야기의 무게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오쿠사와의 죽음과 학생들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빠른 전개와 일종의 반전, 학교 내 입시 비리 문제를 다루며 긴장감과 흥미를 선사하지만 시점 전환의 효과가 미흡하고, 여러 설정이 설득력을 잃은 점, 지나치게 낙관적인 결말 등으로 감점합니다. 구태여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5/12/10

심야식당 : 부엌 이야기 - 아베 야로 / 강동욱 : 별점 2.5점

심야식당 : 부엌 이야기 - 4점 아베 야로 지음, 강동욱 옮김/미우(대원씨아이)

만화 "심야식당"에 등장했던 음식 중 스무 가지에 대해 호리이 켄이치로가 쓴 에세이와 원작에 등장한 일러스트, 그리고 마지막에 관련된 레시피가 짤막하게 소개되는 구성의 에세이집입니다. 만화의 인기를 등에 업은 기획물로 추측되는데, 비슷한 기획물인 "심야식당 단츄"와 비교하자면, 음식에 대한 전문성은 훨씬 떨어지는 대신 에세이 비중과 그에 대한 재미는 더 높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박학한 지식을 쉽고 재미나게 풀어쓰는 글 솜씨가 빼어난 덕분입니다. 가다랑어포 이야기에 재미나면서도 그럴 법 하구나 싶은 실제 만담 - 가다랑어포 국물이 아니라 그것을 깎아낸 조각이 더 귀중하다 생각한 사람의 이야기 - 을 인용하고, 일본에 달걀 프라이가 언제 도입되었는지에 대해 기원을 탐구하고, 나폴리탄의 축 퍼진 면발 일색이었던 일본 사회에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에 의해서 '알덴테' 스파게티가 널리 퍼진 사연을 알려주고, 어육 소시지의 사회적 시선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식으로요.

"음식" 이야기 외에도 저자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된 에세이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죽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학창 시절 육상부 장대 높이뛰기 선수로 뛸 때 장대는 대나무 가게에서 산 3m짜리 대나무였다! 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또 저자가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타츠와 참 비슷하구나 싶은 것도 재미 요소예요. 음식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도전 정신이 비슷하거든요. 제일 좋은 김을 한 번 먹어보자고 1만 5천 엔을 주고 다섯 종류의 김을 사와서 먹어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참고로, 제일 비싼 김(1만 5백 엔짜리)은 누가 먹어도 가장 맛있었다니, 음식은 비싼 게 다 맛있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재료는 비싼 게 제 값을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 외에도 레시피도 "심야식당" 그대로가 아니라 나름 어레인지된 독특한 것들이 몇 개 실려 있으며, "심야식당"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추천 요리와 레시피가 수록된 것도 마음에 드네요. 특히 추천 요리는 기획물 의도에 충실하면서도 충분히 집에서 해 먹음직한 것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인건 다바타 토모코(엔카 가수 치도리 미유키 역 – 고양이 맘마편)가 추천하는 "타코라이스"입니다.

다만 단점이라면 기획물임에도 정작 "심야식당" 본편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입니다. 분량에 비하면 가격도 조금 센 편이고요. 그래도 짤막하니 부담도 없고, 내용도 요리를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봐도 괜찮은 에세이임은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09/11/09

별의 계승자 - 제임스 P 호건 / 이동진 : 별점 3.5점

별의 계승자 - 6점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오멜라스(웅진)

달에서 5만년이 경과된 것으로 보이는 우주비행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우주복 안의 유골은 인류와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 "찰리"라고 불리우게 된 이 유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일전에 "해물파전" 님이 댓글로 추천해주신 책인데 이제서야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해물파전님의 추천 그대로 엄청난 하드 SF이기는 하지만 추리소설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SF라는 쟝르에 태생적으로 거부감이 있는 (? 예체능과 출신입니다^^) 제가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더군요! SF는 원래 취향이 아닌지라 해물파전님의 정보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 작품과 같이 인류는 어떻게 유래되고 진화되었는가? 라던가, 진화상의 미싱링크의 이유는? 과 같은 인류의 발생과 진화에 대한 수수께끼를 밝혀나가는 이야기는 널리고 널렸죠.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있어서 외계인이 개입했다는 아이디어 역시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21세기 달에서 발견된 5만년전 유골이 우주복을 갖춰입은 현생 인류와 동일한 호모사피엔스라는 이야기의 발단부터 무척 흥미진진하며 이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전개 과정이 굉장히 기발하면서도 내용도 대담하고 스케일이 무척 커서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추리소설로 보아도 괜찮을 정도로 공정한 단서와 치밀한 전개가 맞물려져 있기에 추리 애호가로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마지막의 반전도 좋았습니다. 유물 발굴에 대한 사족은 없는게 나았겠지만...^^;;

또한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찰리가 남긴 유물(?)들을 토대로 제기되는 다양한 단서들, 예를 들면 "달력"과 지형지표, 각종 서류들에 대한 디테일한 언급과 그에 따르는 여러 묘사들 - 찰리의 유체를 토대로 인체에 미친 조석간만의 차를 연구해서 하루의 시간을 알아내어 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밝혀내려 한다던가, 언어를 파악하기 위하여 달력으로 보이는 문서와 개인 서류를 조사하여 공통된 단어를 찾아낸다던가 - 은 하드 SF답게 많은 이론들이 전개되지만 이 역시 추리적인 재미가 곁들여져 있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70년대 쓰여졌지만 낡아보이지 않는 상상력 역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고 말이죠.

이러한 대단한 전개와 비교한다면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없는 무미건조한 인물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한데 어차피 캐릭터의 매력에 기대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큰 흠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취향을 좀 타기야 하겠지만 SF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일반 대중들을 만족시킬만한 재미가 있는 매력적인 작품임이 분명하기에 적극! 추천합니다.

PS : 책의 표지 디자인은 지나치게 전위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최소한 제목은 좀 잘 읽을 수 있게 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울러 표지가 너무 구김이 많이 가는 소재로 제작된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2017/06/18

미스테리아 5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점

미스테리아 5호 - 6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엮음/엘릭시르

구하게 되면 읽곤 하는 장르문학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 5호입니다. 작년 초에 출간된 한참 전 과월호지요. 언제나처럼 특집 기사와 신간 소개, 이런 저런 연재 기사, 인터뷰, 수록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관심 있던건 특집입니다. "음식 미스터리"가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장르 문학 속 요리'에 대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좋은 비교, 혹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주 별로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소재가 진부하다는 겁니다. 추리 애호가라면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흔해 빠진 내용이에요. 도입부의 식인 천재 범죄자 한니발 렉터, 미식가 탐정 네로 울프가 대표적입니다. 그나마도 인터넷을 뒤지면 알 수 있는 내용일 뿐이고요. 정작 기대했던 내용은 실려있지도 않습니다. 저라면 한니발 렉터의 '전두엽 소테'나 네로 울프의 '소시스 미뉴이'를 소개할 때 최소한 해당 음식의 레시피와 조리 사진을 수록했을 겁니다.
이어지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속 독약에 대한 소개는 '음식 미스터리'의 범주에 넣기는 무리입니다. 차라리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같은 작품 소개가 더 적절했을 것입니다.

작품 속 요리를 재현하는 코너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주제와 연결되는 요리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미스테리아 측에서 별다르게 창작한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 참고 도서 속 - 주로 "미국 미스터리 작가들의 요리책" -  요리를 재현한 것에 불과해요. 그나마 셜록 홈즈가 '해군 조약문'을 극적으로 등장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던 "해군 조약문" 속 치킨 커리 정도만 어느정도 주제에 값할 뿐, 재현한 요리가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도 않았고요. 

마지막의 '10권의 맛있는 미스터리' 소개는 실망의 정점을 찍습니다. 기준, 근거를 알기 어려운 탓입니다. 일단 소개작 중 "스위트 홈 살인사건",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기나긴 이별"은 절대로 음식 미스터리로 포장할 수 없습니다. 억지에요. "어느 백만장자의 죽음"은 아슬아슬하게 음식 미스터리 범주 안에는 들기는 한데,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을 추천 도서로 떡 하니 내미는 행위는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조앤 플루크의 한나 스웬슨 시리즈는 빈말로도 좋은 작품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 외 작품들도 음식 미스터리로는 볼 만 하지만, 추천할만한 수준의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특별 요리""맛" 외에는 모두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점수를 주자면 1.5점 정도? 제 개인 프로젝트에 필적할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는 조금 안심했지만, 여러모로 점수를 주기 힘든 기획입니다. 

다행히 특집 외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빼어난 리뷰가 많아서 "미스테리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신간 소개 코너는 역시나,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좋은 리뷰들이 많더군요. 솔직히 읽어본 결과에 따르면 좀 과한 홍보의 결과물이라 생각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번에 소개된 작품 중 마쓰모토 세이초의 "범죄자의 탄생"은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원작, 영화를 함께 소개하는 코너에서 "검은 옷을 입은 신부""상복의 랑데뷰"보다 낭만적인 애상으로 넘쳐흐른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네요. 완성도 면에서 천지차이니까요. 영상화된 작품이라는 이유로 소개되기는 했지만, 정보는 공정하게 제공해 주면 좋겠습니다.

연재물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건축가 야스이 도시오의 밀실에 대한 대담은 재미있었습니다.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써먹기는 힘들다는 단점은 있지만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았어요. 특히 다다미를 걷어내면 아마추어는 다시 깔 수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이 코너를 통해 소개되는 정보를 토대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내 놓는 아이디어 - 다양한 기술자들이 등장하는 탐정물 - 도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미로관을 예로 들며 전기비가 많이 들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는 등 건축 전문가의 식견이 느껴지는 여러 코멘트들도 기억에 남고요.

한국의 50~60년대 추리 소설을 발굴한 추리소설 평론가 박광규 씨와의 인터뷰 역시 좋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화재 사고와 관련된 논픽션, 폴란드에서 실제로 있었던 젊은 지식인 발라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웠는데, 특히 범인 크리스티안 발라와 그의 작품 "아목", 형사 브로블레브스키라는 키워드는 꼭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찾아봐야겠습니다.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계보를 추적하며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다는 기획물인 '동아시아 미스터리, 정치적 죄와 서스펜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식민지 대중 서사의 최고봉이라는 이병주의 "관부 연락선", "별이 차가운 밤이면"과 김내성의 "청춘 열차"는 틈 나는 대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두 편의 단편도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체 별점은 2점입니다. 척박한 한국 장르 문학의 구심점 역할을 해 주는 좋은 잡지이지만, 이번호는 특집이 너무 별로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수록된 2편의 단편의 짤막한 리뷰로 글을 마칩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나비 부인의 커튼콜" 

전직 사회부 기자 박희윤과 퇴출 형사 갈호태, 두 남자가 운영하는 카페 '이기적인 갈 사장' 건너편에 '나비 부인'이라는 카페가 개업했다. '나비 부인'은 가면을 쓰고 서빙하는 독특한 컨셉과 인테리어, 커피 맛이 입소문을 타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던 중, 기묘한 노인이 '나비 부인'에서 진상을 부린 다음 날 '나비 부인' 사장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최혁곤의 단편입니다. 시리즈 캐릭터로 전직 사회부 기자 박희윤과 퇴출 형사 갈호태 콤비가 등장하는 단편집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에서 이어지는 시리즈입니다.

전작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유쾌한 분위기의 버디물인데, 아쉽게도 추리적으로는 그닥입니다. 별로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 않는 탓입니다. 초반에 나왔던 수상쩍은 노인이 범인으로 체포되는 등 수수께끼의 여지도 없고요. 

특히 후더닛 물로는 영 아니올시다에요. 오히려 인터넷 상에서 사람을 공격하여 죽게 만드는 일종의 '사이버 테러'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사회파적 측면이 강하며, 이것이 동기로 밝혀지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인 와이더닛물에 더욱 가깝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좀 가볍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사회파적 설정이 잘 어울리지는 않네요. 인터넷의 비방글로 자살을 한다는 것도 와 닿지 않고요. 또 고3 수험생 투신 사건도 불필요할 정도로 질질 끄는 느낌입니다. 동기 부분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도 와이더닛물로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진범 검은 뿔테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도 불분명하니까요. 남자 친구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낮아요.
진소담의 가족 관계 증명서 정도만 나름 증거일 뿐, 추리가 모두 정황 증거에 기반한다는 약점도 크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읽는 재미는 있지만 추리적으로는 기대 이하였던 범작이었습니다. 그래도 버디물로서는 충분히 즐길만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단편집은 한번 읽어 볼 생각입니다. 

"죽음이 갈라 놓을 때" 

기흥 보리산 자락에 있는 무당의 당집에서 처참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완벽한 밀실 안에서 홀로 생존한 채 발견된 유홍석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어 사형이 구형되었다. 그러나 판사에게 유홍석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한국에서 보기 드문 본격 추리물들을 발표하고 계신 도진기 판사님 - 현 시점에서 변호사가 되셨지만 - 의 스탠드얼론 단편입니다.

다른건 몰라도 작가가 뼛속까지 고전 본격물 애호가라는 것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입니다. 1인칭의 수기 형태로 전개되며, 끔찍한 사건이 초자연적인 현상과 얽혀 일어난다는 점이 완전 고전 스타일이었거든요. 비교하자면 코난 도일경의 "J. 하버쿡 젭슨의 진술"이라던가, 앰브로스 비어스의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에 수록된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워낙 고전물을 좋아하기에, 완전 제 취향이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게다가 단지 스타일을 따온 것에 그치지 않고, 무당 '인문희'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덕분에 독특한 한국적 오컬트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에요. 특히 그녀가 서상표의 집에 몰래 부적을 붙인게 드러나는 장면은 굉장히 섬찟합니다. 만약 영상화한다면 클라이막스로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문희에 비하면 서상표는 전형적인 한국 쓰레기 남자와 다를 바 없어 지루합니다. 무엇보다도 진상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어요. 괜찮은 고전 오컬트물이 갑자기 크리쳐 호러로 변질되는데 영 어울리지 않았던 탓입니다.
게다가 잘린 목이 경동맥을 물어 뜯었다면 부검으로 밝혀지는게 당연한데 간과되고 있고, 유홍석이 현장 문을 잠가 밀실로 만든 이유도 끝까지 설명되지 않는 등 디테일에서도 문제가 많아요.

하지만 한국에서 보기 드문, 고전 스타일 오컬트 호러 스릴러임에는 분명합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를 굉장히 탈 텐데 저한테는 호 쪽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도 앞서 말씀드린 부적이 드러나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별점 2.5점은 충분합니다.

2023/10/15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운을 즐기자! '기묘한 맛'의 신구 단편 모음집



honto 북트리 서비스를 통한 추천. 대부분 국내 소개된 작품들입니다. 원조이자 대표작인 "특별 요리"를 추천하지 않았는데, 국내 출간되지 않은 마지막 작품 대신 "특별 요리"를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2/08/15

헌책방 스탭의 추천 - 정말로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 50선

"'정말 아까운 (못타이나이)' 책방" 이라는 이름의 일본 중고 서점에서 선정한 랭킹입니다. 직원이 선정했다고 하네요. 일본 서점 직원이 갖추고 있는 책에 대한 지식은 상당하다는게 이런저런 컨텐츠에서 언급되어왔는데, 이 랭킹만 보면 조금 미묘합니다. 유명한 작품을 많이 꼽지 않은건 좋아요. 저도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제법 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유명하지 않은건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제가 읽어보았던 몇 작품은 과연 랭킹에 언급될 정도인지? 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며, 특정 작가 (키타야마 다케쿠니, 오네자와 호노부, 미치오 슈스케 등)에 대한 편애도 눈에 띕니다. 그래도 보석같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몇몇 작품들도 선정되어 있는 만큼, 일본 서점 직원의 실력을 믿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몇 작품은 구해볼 생각입니다. 과연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트릭이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

  1. "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2. "앨리스 - 미러 성 살인 사건" 키타야마 다케쿠니 (국내 미출간)
  3.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4. "조커 게임" 야나기 코지
  5. "악마의 공놀이 노래" 요코미조 세이시
반전이 놀라운 작품 5선
  1. "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2. "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3.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니시자와 야스히코
  4. "이 어둠과 빛" 핫토리 마유미 (국내 미출간)
  5. "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쿠루미
학창 시절 특유의 감각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학원 미스터리 5선
  1.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츠지무라 미즈키
  2.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
  3. "빙과" 요네자와 호노부
  4. "죽은 자의 학원제" 아카가와 지로 (국내 미출간)
  5. "신님 게임" 마야 유타카 (국내 미출간)
뒷맛이 상쾌한, 한모금의 청량제같이 읽고나서 상쾌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작
  1.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2. "슬로하이츠의 신" 츠지무라 미즈키
  3. "샤바케" 하타케나카 메구미
  4. "언제나 아침에" 이마무라 아이 (국내 미출간)
  5. "퇴출 게임" 하츠노 세이 (국내 미출간)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읽기 쉬운 단편집 5선.
  1. "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2. "우리들이 성좌를 훔친 이유" 기타야마 다케쿠니 (국내 미출간)
  3. "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4. "GOTH" 오츠 이치
  5. "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상급자에게 권하는, 독서 후에 싫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이야미스 (싫은 미스터리) 5선.
  1. "고백" 미나토 가나에
  2.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3. "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4. "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5. "악의 교전" 기시 유스케
SF와 미스터리가 융합한 신감각 5선.
  1.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2. "여왕의 백년밀실" 모리 히로시 (국내 미출간)
  3. "인격전이의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4. "클라인의 항아리" 오카지마 후타리
  5. "화성 다크 발라드" 우에다 사유리 (국내 미출간)
왠지모르게 분위기와 세계관에 끌리는 다섯 작품
  1. "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미나가와 히로코
  2. "성스러운 검은 밤" 시바타 요시키
  3. "클락성 살인사건" 기타야마 다케쿠니
  4.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5. "광골의 꿈" 교고쿠 나츠히코
명작만 모았다! 추천 해외 미스터리 소설 10선 (* 해외는 일본 기준)
  1.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2. "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3.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4.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5. "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6. "소피" 거이 버트 (국내 미출간)
  7. "모르그 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8. "라스트 차일드" 존 하트
  9. "사자의 서" 조너선 캐롤 (국내 미출간)
  10. "닫힌 책" 길버트 아데어 (국내 미출간)

2020/08/16

소년탐정 칼레 2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햇살과나무꾼 : 별점 3점

소년탐정 칼레 2 - 6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논장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 방학, 붉은 장미군과 흰 장미군의 처절한 (?) 전투가 벌어졌다. 흰 장미군이 빼앗은 붉은 장미군의 보물 '성상'을 지키기 위해 안데스는 에바 로타에게 성상의 위치를 옮겨놓을 것을 지시했고, 명령을 수행하던 에바 로타는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범인은 유일한 증인인 에바 로타를 없애고, 증거인 차용증을 회수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데...

1권에 이어 읽게 된 2권입니다. "녹슨 도르래"에서 도야마 점장이 추천한건 이 2권이기 때문입니다. 와카타케 나나미와 도야마 점장 모두 대단합니다. 제가 아동용 추리 소설 시리즈를 2권이나 사게 만들다니!

그런데 2권은 확실히 추천할만 하더군요. 1권에서 단점이라고 말씀드렸던 '장미 전쟁'이 이 작품에서는 글렌 할아버지 살인 사건복선으로 잘 활용되고 있거든요. 에바 로타가 차용증 때문에 다툼이 난 걸 알게된 것 부터 '장미 전쟁' 덕분이에요. 장미 전쟁 중 포로로 잡힌 안데스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글렌 할아버지 집 지붕에 올라가다가 할아버지와 손님이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니까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빈 집 지주 저택에서 에바 로타가 범인과 맞닥뜨렸을 때 위험을 알린 방법도 '장미 전쟁'에서 사용된 일종의 암호인 '산적말' 이며, 범인을 지주 저택에 한 개 밖에 없는 열쇠 있는 방에 가두는 데 성공하는 것 역시 '장미 전쟁' 때 한 번 갇혔었기 때문이고요.
에바 로타에게 배달된 초콜릿에 이 들었다는게 밝혀지는 이유도 '장미 전쟁' 덕분입니다. 안데스가 전쟁의 핵심인 '성상'을 숨기려다가 먹지 않고 남겨두었던 초콜릿을 개에게 주었는데, 개가 다음날 크게 아파서 독을 먹었다는게 밝혀지기 때문이죠. 에바 로타와 칼레가 초콜릿을 왜 안 먹었는지는 설명이 부족하지만 이 정도면 복선으로서 두말할 나위 없는 역할을 수행한 셈입니다. 

또 삼총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경찰을 불렀던게 '붉은 장미군'이라는건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칼레가 오줌이 마렵다면서 숲에 들어가, 한창 전쟁 중이라 숲에 숨어있던 '붉은 장미군' 식스텐 삼총사에게 부탁을 해서 경찰이 도착하게 된 것이지요. 주인공 삼총사 외에 다른 지원군은 없을 거라는 맹점을 잘 파고든 좋은 이야기였어요.

그러나 고리대금업자가 살해당한다는 강력 사건이 등장하는 탓에 이게 정말 어린아이용 작품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범인이 유일한 목격자인 아이들마저 죽이려는 흉악범이라는 묘사 역시 그닥이었고요. 살인보다는 차용증 절도 정도로 좀 가볍게 (?) 넘어갔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옛날이 이런 부분에서는 아동용이라도 가차없고 과격했던 듯 합니다.

그래도 별점은 3점입니다. 도야마 점장의 추천만큼의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3권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