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넥 -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
동급생 스와 노조미기 추락사한 곳에서 실수로 떨어져 버린 사가노 료.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같은 장소지만 유산되었다는 누나 사키, 죽어버린 노조미가 살아있는 또다른 평행우주의 세계였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장편.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청춘 성장기? 청춘 드라마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작가 특유의 주인공 캐릭터 스타일에 대한 일종의 비판입니다. 캐릭터가 가진 문제에 대해 자각하고 반성의 의미로 쓴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주변 환경을 거스리지 않고 최대한 은근하게 살아가자는, 회색이 되고 싶어하는 소시민 시리즈의 고바토나 고전부 시리즈의 오레키 호타로가 연상되는 1인칭 주인공인데 이러한 성격 탓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그려지거든요. 제목 그대로 "보틀넥 - 병목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랄까요.
사키가 현명함과 행동력으로 더 나른 세계를 만든 결과에 충격을 받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는 결말까지도 끔찍하죠., 자기 자신은 최선이라 생각하고 아무런 악의도 없었지만 주변 인물들이 나 때문에 붕괴했다는 것을 알게된다니 정말이지 이건 저주와 다를게 없는것 같아요.
물론 단순한 비판에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시리즈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사가노 료는 별다른 추리력이 없고 탐정역은 누나 사키가 수행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추리력없는 소시민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조심해! 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또 적절한 분량에 쉽게 읽힌다는 장점에 더해 추리적으로도 아예 건질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도로를 위험하게 가로막은 은행나무를 둘러싼 이야기라던가 노조미의 죽음에.대한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는 특유의 일상계 추리물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거든요. 후미카라는 캐릭터가 설득력을 가질만큼 제대로 묘사되지 않아서 잘 와닿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뭐 나쁘지 않은 수준이에요.
그 외에도 실제 지명을 작품에 잘 녹여낸 묘사도 괜찮았습니다. 여정 미스터리가 연상될 정도로 그곳에 살거나 가 보았더라면 무척이나 반가왔을만한 곳들이 상세하게 등장히기 때문인데 예를 들면 노조미가 추락사했다는 도진보라던가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 와카마쓰정, 무로우 사이세이의 시비 등입니다.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꽤나 주요 장소로 등장하는 자스코 (Jasco)도 실제 여기 있을것 같네요.
그러나 이러한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 외에는 딱히 특기할만한 점은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평행우주라는 SF 판타지스러운 설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설정은 료와 사키를 대비하여 그들의 세계에 어떤 결과가 빚어졌는지를 그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거든요. 별다른 이유나 과학적인 근거도 전혀 없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솔직히 추리물을 기대했는데 정작 접한것이 청춘 반성, 성장기라 실망한 탓이 큽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딱히 구해보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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