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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7

보틀넥 - 요네자와 호노부 / 권영주 : 별점 2점

보틀넥 - 4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사가노 료는 동급생 스와 노조미가 추락사한 곳에서 실수로 떨어져 버렸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같은 장소지만, 유산되었다는 누나 사키와 죽어버린 노조미가 살아 있는 또 다른 평행우주의 세계였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장편입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청춘 성장기, 혹은 청춘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작가 특유의 주인공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눈에 뜨입니다.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최대한 은근하게 살아가자는, 회색이 되고 싶어하는 "소시민 시리즈"의 고바토나 "고전부 시리즈"의 오레키 호타로가 연상되는 1인칭 주인공인데, 이러한 성격 탓에 문제가 발생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제목 그대로 '보틀넥(병목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랄까요. 이런 점에서, 주인공이 가진 문제에 대해 자각하고 반성의 의미로 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다른 시리즈 주인공들과 달리, 사가노 료는 별다른 추리력이 없고 탐정 역할은 누나 사키가 맡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거든요. "추리력 없는 소시민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또 적절한 분량에 쉽게 읽힌다는 장점도 있고, 추리적으로도 완전히 건질 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도로를 위험하게 가로막은 은행나무를 둘러싼 이야기나, 노조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특유의 일상계 추리물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후미카라는 캐릭터가 설득력을 가질 만큼 충분히 묘사되지 않아 다소 아쉽지만요.

사키가 현명함과 행동력으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들지만 그 결과에 충격을 받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는 결말도 끔찍하고 충격적이에요. 자신은 최선이라 생각했고 아무런 악의도 없었지만, 결국 주변 인물들이 자신으로 인해 붕괴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건 저주와도 같지요.

그 외에도 실제 지명을 작품에 잘 녹여낸 묘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정 미스터리"가 연상될 정도로 그곳에 살았거나 가 본 적이 있다면 무척 반가웠을 장소들이 상세하게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노조미가 추락사했다는 "도진보",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 와카마쓰정, 무로우 사이세이의 시비 등이 있습니다. 조사해보진 않았지만 자주 등장하는 자스코(Jasco)도 실제로 존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이러한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 외에는 딱히 특기할 만한 점이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평행우주"라는 SF적 설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는 료와 사키를 대비하여 그들의 세계에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며, 별다른 설명이나 과학적 근거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솔직히 추리물을 기대했는데 정작 접한 것은 청춘 반성, 성장기였기에 실망한 탓이 큽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굳이 찾아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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