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가 울고 있네 - 리동혁 지음/금토 |
오랫만에 뵙습니다. 갑자기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서 한주 정도 블로깅을 못했네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삼국지 관련 책입니다. 중국 동포 출신 작가가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고 오류가 너무 많아 썼다네요. 한자를 잘못 본 번역 오류는 물론 당대 역사에 대해 잘못 이해했던 부분 등을 모두 포괄하여 깨알같이 지적질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문열 삼국지에 오역이나 오류가 정말로 많았다는 걸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하나하나 들기도 어려울 정도에요. 물론 큰 틀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비가 조조와 술자리를 가지다가 천둥이 치는 것을 겁내었다는 부분의 오류는 조금 심각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원작가의 의도가 무시된 것이나 나름이 없는 각색이자 오류였으니까요.
책에 실린 오역, 오류 중 기억에 남는 것만 몇가지 적어본다면,
모든 장수들이 "창을 끼고" 달려나간다는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전 한글 판본의 "꼬나 들다"가 맞는 표현이죠. "대도를 찬다"라는 것도 잘못된 표현으로 고대의 다다오 (대도)는 모두 자루가 긴 언월도 류의 칼로 허리에는 찰 수 없다고 하네요. 원술이 겨드랑이에 두 벌의 보검을 걸고 있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 오류이고요.
"손을 어루만지며 크게 웃다" 역시도 현대는 쓰다듬다라는 뜻의 한자어지만 고대에서는 "두드리다"는 뜻으로 쓰인 글자이기에 "손뼉을 치며 크게 웃다"라고 옮겨야 정확하다고 합니다.
코미디에 가까운 오역도 많습니다. 유명한 춘추전국시대의 자객 예양을 예, 양 땅이라고 번역한 것이라던가 "하늘이 가죽띠에 그 뜻을 밝혀 무왕이 주를 치게했다..." 는 묘사는 "혁명"의 오역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글자를 잘못 본 것도 많아서 "누군가"라는 뜻의 "훠"라는 글자를 순욱의 이름자인 "위"로 잘못 본 것, 손책을 "주둥이 노란 어린놈"이라고 한 것도 명백한 오역으로 황구, 즉 황커우는 단순히 어린아이라는 뜻이라네요. 카이라는 말은 갑옷인데 나올 때마다 투구라고 묘사되었다고 하며 "물이 쏟아지고 흙이 밀려오듯 적군이 덮쳐 와야 맞서겠다는 뜻입니까?"라는 하후존의 말도 오역으로 "물이 밀려오면 흙으로 막고, 장수가 이르면 군사로 막으라"는, 그야말로 적군이 오니 맞서 싸우자라는 뜻이라는군요. 산에 관한 오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저자의 말대로 실제로 뭇사람들의 생사가 걸린 실전이 아닌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고요.
이러한 이문열 삼국지의 오역, 오류에 대한 지적질 외에도 나름대로 조사를 거쳐 여러가지 재미난 것들을 알려주고 있으며 역사적인 상황을 잘못 이해한 것은 진법에 대한 설명이나 언월도, 장팔사모등도 고증 및 실제 사료를 인용하여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조운의 활약도 당대의 여러가지 사료를 근거로 몹시 과장된 것이라고 밝혀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개 중국인들은 삼국지를 좋은 소설로나 칠 뿐 인생 지침서나 성전으로는 간주하지 않는다는 지극한 끝맺음 말도 인상적이에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삼국지를 한번도 읽지 않은 시람과는~" 어쩌구는 모두 허구, 아마도 광고에서 비롯되었을 허구일 뿐이라는 것이죠.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이문열 삼국지에 대한 오류 증명이 주라 피식한 재미 외에 별다른 것은 없지만 삼국지의 팬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문열 삼국지가 거의 정본처럼 대접받는 국내에서는 더더욱 중요할테고요. 이 책이 조금이나마 영향력을 갖게되어 소개된 오류나마 수정되기를 기원해봅니다. 뭐 제가 이문열 삼국지를 다시 읽게 될 일은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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