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스크 박사가 발명한, 돌연변이 (뮤턴트)를 찾아내어 살육하는 센티널 때문에 X맨들은 전멸의 위기에 빠졌다. 그들은 키티 프라이드의 능력으로 울버린을 1973년 과거로 보내어 현재를 바꾸려고 시도했고, 무사히 과거에 도착한 울버린이 찰스 (자비에르)와 에릭 (매그니토)와 함께 사건의 발단이 된 레이븐 (미스틱)을 막으려고 노력해 나갔다. 한편 미래의 X맨들에게 센티넬 대부대의 공격이 시작되는데...
출장 중 감상한 영화 두 번째 작품. 시리즈의 최신작이죠. 그동안 날개 없이 추락하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간만에 복귀했군요.
작품의 특징이라면 이전 X맨 3부작과 리부트된 전작의 세계관을 이어준다는 겁니다. 그러나 단순한 연결고리는 아닙니다.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래 시점에서의 액션씬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다양한 뮤턴트들의 멋진 액션들이 굉장히 화려하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블링크의 능력이 아주 멋졌어요. 악역인 궁극 병기 센티넬의 강함도 인상적으로 표현되고요. 최강자 중 한 명이라 생각했던 스톰의 죽음 등 X맨들이 하나씩 박살나는 묘사는 나름 충격을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아작난다’는 표현이 적당했거든요.
그에 비해 과거에서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액션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한 느낌이라 화려함은 덜합니다. 그래도 퀵실버의 등장과 활약은 명불허전이었고, 마그네토 역시 기차 레일로 센티넬을 장악하는 장면 등에서 기대에 걸맞는 최강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초능력의 특성상 뭔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힘든 찰스(자비에르)가 능력을 회복한 뒤, 공항에서 레이븐(미스틱)과 일종의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는 씬은 정말 명장면이었어요. 또 그간 비중이 적었던 레이븐 (미스틱)의 활약이 멋지게 그려진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이자 중간까지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마지막 대단원을 장식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진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 외에도 제 출생년도와 같은 1973년이 무대라는 것도 아주 반가웠는데,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디테일이 상당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안겨줍니다. 의상이나 자동차와 같은 소품은 물론, 케네디 암살이라는 토픽을 적절하게 이야기에 녹여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했습니다. 일단 울버린은 처음 등장해서 조무라기 악당들을 해치우는 것 외에는 당최 하는 게 없어서 울버린 빠로서는 실망스러웠어요. 마그네토도 좋아하는데 하이라이트 장면에서의 모습은 비행하는 폼이라던가 의상이 뭔가 코스프레한 듯이 어색해서 별로였고요.
세세한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한 전개 역시 아쉬운 점입니다. 마그네토(에릭)가 트라스크 박사 습격 장소에서 레이븐을 죽이려고 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냥 트라스크 박사를 죽이고 레이븐을 데리고 가면 되잖아요. 레이븐이 스트라이커에게 사로잡히지 않은 것으로도 미래가 바뀌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다리를 쓰면 초능력을 못 쓴다는 찰스의 설정도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불구가 된 건 총알에 맞아서인데, 백신은 뮤턴트 능력을 억제하는 것이니 전혀 관계가 없어요. 마지막으로 마그네토(에릭)가 센티넬을 자기 것으로 만든 시점에서 왜 야구장을 들어다 놓는 쇼를 펼치는지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을 위해 만들었다는 센티넬이 공개 장소에서 인간을 때려잡는 영상만 나가도 박사와 센티넬을 뭉개버리기에는 충분했을 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나쁘지는 않지만 성공적인 리부트였던 전작보다는 스토리의 탄탄함이 부족해 보입니다. 미스틱의 활약이 괜찮다고 쓰기는 했지만 울버린이나 다른 액션 히어로가 활약하는 게 화려함 면에서는 더 도움이 되었을 테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세계관을 잘 짜 맞추면서 재미를 주는 데에도 성공한 만큼 후속작도 기대해 볼 만할 것 같네요.
덧 1 : 늙지 않는다는 울버린이 많이 늙은 게 티가 나서 안타까웠습니다.
덧 2 : 마그네토는 대체 어떻게 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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