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 초회 한정판 (2disc) - 마크 웹 감독, 제이미 폭스 외 출연/소니픽쳐스 |
출장 중 본 영화의 마지막 리뷰. 샘 레이미의 3부작 "스파이더맨"에서 리부트 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리부트 1탄인 전작을 감상하지 않았었는데, 이 작품을 보니 저는 영화의 대상 연령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일단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어리게 설정되어 감정이입이 어려웠습니다. 단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틴에이저처럼 묘사되는데, "스파이더맨"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청춘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캐릭터 형성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덕분에 성격 묘사가 너무 피상적인 것은 아쉬웠습니다. 영웅으로서의 스파이더맨과 궁상덩어리인 자신과의 괴리감에 몸부림치던 피터 파커의 모습이 잘 그려졌던 샘 레이미 시리즈에 비하면, 이번 작품 속 캐릭터들은 애들에 불과해 보인 탓입니다. 피터 파커와 그웬 스테이시는 사랑 때문에 갈팡질팡하는 전형적인 10대의 모습이고, 해리 오스본은 왕따 기분을 느끼는 철부지, 심지어는 악역이자 '어른'인 일렉트로마저도 누군가 관심만 가져주면 좋은 관심병 환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배우들도 스파이더맨에 잘 어울린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피터 파커와 그웬 스테이시는 너무나도 상큼한 청춘이라 고민 하나 없을 것 같은 비주얼을 뽐내며, 해리 오스본은 전성기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에드워드 펄롱을 연상케 하는 꽃미남이라 심각한 몸 상태나 고민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비버리 힐즈 90210"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일렉트로가 흑인이라는 것도 도발적인 캐스팅에 비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얻은 게 많지 않아 보였고요.
전개도 별로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일렉트로 정도만 등장했더라면 깔끔했을 텐데, 해리 오스본(그린 고블린 2)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니스터 식스를 등장시키기 위한 제작사의 장삿속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또, 일견 강력해 보였던 일렉트로의 최후도 어처구니없더군요. 전기를 왜 받아들이고만 있죠? 쏠 줄도 아는데 들어오는 대로 내뱉으면 그만이지요... 해리가 그웬을 죽인다는 마지막 장면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애들 투정의 정점이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여러분의 친구 스파이더맨"의 유쾌함은 잘 살아 있고, 헐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도 나쁜 편은 아니지만, 취향이나 분위기가 너무 어린 탓에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가 최고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궁상맨 스파이더 캐릭터라든가 친구였지만 원수가 되는 피터–해리의 관계는 훨씬 잘 그려내었다고 생각되네요. 배우들도 더 나았던 것 같고요. 흥행에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데, 사람들 생각은 역시 다 비슷한가 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