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 7대 불가사의 - ![]() 피터 A. 클레이턴 외 지음, 김훈 옮김/가람기획 |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알려진 건축물들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진위 여부 및 상세한 설명을 해 주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별로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책의 완성도가 현저하게 낮은 탓입니다. 번역의 문제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고 발음도 부정확하며(예: 쿠푸왕이라고 표기하고 배는 "케오프스(쿠푸)의 배"라고 표기), 여러 가지 단위를 현재의 단위로 변환하지 않은 것도 불친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도판들의 인쇄 상태도 영 아니고요.
가람기획의 책들은 대체로 내용에 비해 완성도가 많이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나 심했어요.
내용도 익히 알려진 세계의 7대 불가사의에 대한 학술적인 설명이 전부라, 생각만큼 흥미롭지 않았고요.
그래도 각 항목별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소개해 보자면,
"피라미드"
피라미드 근처에서 완벽한 형태의 배(케오프스의 배)가 출토된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무려 5,000여 년 전의 배가 원형 그대로 발굴되다니! 이집트는 항상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런 정보까지 접하니 더 가고 싶어지네요.
"바빌론의 공중정원"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 기록되어 있기는 하나, 실제 바빌론 유적에서는 관련된 유물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직도 그런지 조금 궁금해집니다.
"제우스상"
남겨진 기록들을 통해 실제 제우스상이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게 좋았습니다. 높이 13m 정도의 거대한 조각상은 현대에도 볼 만한 것들이 많지만, 이 신상은 예술적 성취를 이룬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축조 방식이 나무로 틀을 만든 후 작은 조각들을 이어붙인 것이라는 설명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고요. 이후 신상은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진 뒤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기록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에 쓰인 대로 황폐해지더라도 그냥 올림피아에 남아 있었더라면 뼈대 정도는 전해져 현대인들이 그 위용에 감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
상당히 방대한 분량이지만, 실제 구조에 대한 설명이 장황할 뿐 핵심적인 내용은 부족했습니다. 기둥의 수가 너무 많아 '기둥숲'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구조물이었다는 건 알겠는데, 실물이 사라져 버렸으니...
"할리카르나소스의 마우솔레움"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유물인데, 이번에도 역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십자군들이 성벽을 만들기 위해 훼손하고 파괴한 것도 많지만, 최초 붕괴 당시 토사에 묻혀 운 좋게 살아남은 거대 조각들(특히 지붕의 전차상 일부)의 위용은 대단하더군요. 그것이 발견된 위치를 토대로 높이를 추산하고, 남은 유물들과 사료를 통해 재현해보는 고고학적 과정은 마치 추리물을 보는 듯한 재미도 있었고요. 그런데 왜 이러한 유물들이 대영박물관에 있는 건지 당최 모르겠네요.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에서 언급된 우리 문화재도 떠오르는데, 원래 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로도스의 거상"
이 거상이 세워진 과정을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알렉산더 사후 도시국가 로도스가 프톨레마이오스 편을 들었다가 적대 세력인 안티고노스에게 포위 공격을 받았지만, 이를 이겨낸 기념으로 세워졌다고 하네요. 공사비는 적이 남기고 간 공성 장비들을 팔아서 마련했다고 하니, 진정한 전승 기념비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익히 알려진, 두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배가 지나간다는 형태는 허구이며, 하나의 통 형태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주장도 탄탄한 사료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전개되어 신뢰가 갔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상세한 사료가 많이 남겨진 유적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다른 항목들이 미터 단위로만 설명되어 있다면, 이 책은 센티미터 단위까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조금 크다는 것 외에는 왜 이 건축물이 불가사의로 선정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본문에 언급되었던 인근 바다에서 인양된 10m에 이르는 이시스 석조 조각상이 오히려 더 인상 깊었고, 그 자료를 더 찾아보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건진 내용도 제법 되네요. 허나 여러모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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