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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3

모돌이 탐정 1~4 세트 - 전4권 - 이우정 : 별점 2점

모돌이 탐정 1~4 세트 - 전4권 - 4점
이우정 지음/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우정 화백의 고전 추리 만화. 드디어 복간되었네요. 그야말로 전설의 작품으로 저는 어린 시절 <<소년 중앙>> 독자로 이 작품이 연재될 때 실시간으로 일부 에피소드를 감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감개 무량하네요.
전 4권 세트로 모돌이 탐정의 시작을 알리는 탄생편, <<쥐덫>>을 각색한 <<잊혀진 산장>>, 추리물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스케일의 첩보물이자 범죄물인 <<홍콩 대탈출>>, 바닷 속 보물을 찾는 <<보물 찾기>>, 그리고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던 장미가 주인공 탐정으로 등장하는 스핀오프 <<여탐정 장미>>까지 모두 5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중 크리스티 여사님의 <<쥐덫>>을 70년대 후반 한국을 무대로 각색한 <<잊혀진 산장>>은 제법 읽을만한 추리물입니다. 6.25 때 있었던 비참한 과거가 동기가 되었다는 각색도 좋았지만, 진범이 사라졌던 오빠가 아니라 '북괴'의 일원이었다는 반전도 나쁘지 않았어요. 시대 상황을 볼 때 충분히 있음직한 이야기였으니까요. 모돌이의 활약도 인상적이었고요. 세세한 부분을 들면 문제가 없지는 않겠지만, 당시 아동 눈높이에는 잘 맞춰진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보물 찾기>>에서 보물이 진주를 품고 있는 조개였다는 발상도 꽤 그럴듯했고, 마지막 에피소드인 <<장미 탐정>>은 괜찮은 암호 트릭도 눈여겨 볼 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핀 오프' 작품이라는게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발상이었어요.

하지만 일부만 아슬아슬하게 합격권일 뿐이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추리 만화로서의 완성도는 그 수준이 지극히 낮습니다. 추리의 여지도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추리와 계획 모두 유치한 탓입니다. 특수 도료를 사진으로 찍으면, 현상한 사진이 특수 도료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발상, 뱀을 피리로 조종하여 사람을 죽인다는 등의 트릭이 난무하니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몇 개의 암호 트릭 정도는 괜찮았지만 남발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캐릭터 설정도 문제에요. 모돌이 탐정은 작품 전체에 걸쳐 슬랩스틱에 가까운 개그만 하고, 추리는 모두 조수인 표표와 박돌이에게 시키는 악덕 고용주로 그려집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든게 자신의 계획이었다는 식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뭔가 싶더군요. <<우뢰매>>로 따지면, 앞 부분의 모돌이는 바보 형래이고 뒷 부분은 에스퍼맨으로 등장하는 셈인데 <<우뢰매>> 만큼의 설득력도 없습니다. 에스퍼맨은 변신이라도 했다지만 모돌이는 그런것도 없으니까요. 개그와 추리,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게 바람직했습니다.
정교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운과 우연에 많이 의지하는 전개도 감점 요소였고, 시대를 여실히 느끼게 하는 작화도 가독성을 크게 저해했습니다. 일관성도 없어요. <<장미 탐정>> 에피소드는 다른 사람이 그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이런 단점은 작품이 발표된 시기와 연재된 매체를 고려해보면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무려 50년이 지났으니 어쩌겠습니까. 모르고 구입한 것도 아니고요. 값을 지불할 수 없는 추억을 다시금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걸 기뻐해야 하는게 맞겠지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다른 분들께 권해드리지는 못하겠네요. 추억 외에 다른 가치는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4만원이라는 정가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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