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나기다 키리코는 채권자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오빠를 구하기 위해 고향 출신의 유명 변호사 오오츠카를 찾아갔다. 그러나 오오츠카는 변호 의뢰를 냉혹하게 거절했다. 결국 키리코의 오빠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항소 도중에 병으로 죽고 말았다.
모든걸 잃은 키리코는 도쿄로 올라와 호스테스로 일하던 중, 우연찮게 스기우라가 살해된 현장을 목격했다. 그곳은 오오츠카 변호사와 불륜 관계였던 미치코의 아파트였다. 미치코는 원래 스기우라와 사귀고 있었지만, 오오츠카 변호사와의 관계로 스기우라와 헤어지려고 했었고, 그 탓에 큰 다툼이 있어 왔다.
미치코는 자신의 결백을 키리코가 증언해 줄 것으로 믿었지만, 키리코는 오오츠카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키리코에게 유리한 증언, 그리고 진범을 나타내는 증거를 인멸했다는걸 숨기는데...
제가 읽어보지 못했던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 수차례 영상화되었는데, 제가 본 건 2010년 버젼이에요. <<미스테리아 36호>>에 수록되어 있던, 국내에서 영상화된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에 대한 소개를 읽다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 누군가 불법이겠지만, 자막까지 붙여서 올려놓은 버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실망이 컸습니다. 추리물로 보기는 너무나도 허술했던 탓입니다. 키리코 오빠가 뒤집어 쓴 범죄, 그리고 스기우라 살인 사건 모두 범인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스기우라 살인 사건은, 미치코가 현장을 발견한 뒤 그냥 경찰에 신고했더라면 범인 야마가미 체포에는 아무 문제 없었을 거에요. 라이터라는 증거가 있었으니까요.
물론 마침 근처에 있던 키리코를 불러 도움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는게 말이 안되는건 아닙니다. 미치코가 유력한 용의자라는건 분명했으니까요. 그러나 키리코가 현장에 있던 야마가미의 라이터를 몰래 빼돌리는걸 대충 넘긴건 여러모로 문제였습니다.
또 키리코가 오오츠카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었다는 동기 역시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진범, 아니면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경찰이나 검찰에게 원한을 품었다면 모를까, 사건 수임 자체를 거철했던 변호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앙심을 품는단 말입니까? 원래 고향에서 친하게 지냈었다던가 하는 인연도 없는데 말이지요. 오오츠카 변호사 역시 키리코가 앙심을 품었다는걸 증명했더라면 향후 미치코 변호에 유리하게 써 먹을 수 있었을텐데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건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키리코에게 매달리는 것 말고, 미치코 변호를 위해 하는게 아무 것도 없어서 유능한 변호사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도 못합니다. 오오츠카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끝에 겨우 성공했다는 성장과정도 전개에는 불필요한 부분이었고요.
고작 몇 분으로 마무리되는 결말도 최악이었으며, 오오츠카 변호사가 어쨌건 풀려나는데 성공한걸로 보이는 미치코와 행복하게(?) 살아갈걸 암시하는 장면은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키리코의 '복수극' 한정으로는 나름 괜찮은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오오츠카 변호사를 파멸시키기 위한 키리코의 집념이 정말 눈부시거든요. 특히 은근슬쩍 술을 먹여 육체관계를 맺은 뒤 고소하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게 맞기는 맞나 봅니다.
두 배우의 연기도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치카와 에비조가 냉혹한 변호사 역할에는 참 잘 어울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를 버리고 미치코에 올인하는 과정의 빌드업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건 배우보다는 각본의 문제니까요.
하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워낙 커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이거라던가, 이거 등 그동안 보아왔던 TV용 마쓰모토 세이초 영상물들 모두가 기대 이하였는데, 역시나 별다르지 않는 수준이었어요. 앞으로는 구태여 찾아볼 필요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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