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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9

빙과 - 요네자와 호노부 / 권영주 : 별점 2.5점

빙과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회색을 선호하는 에너지 절약주의자 오레키 호타로가 누나의 부탁(협박?)으로 가미야마 고교의 특활동아리 "고전부"에 입부한 뒤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을 다룬 일상계 단편 연작집입니다.

요네자와 호노부는 국내에서 예상외로 사랑받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의 출간은 순전히 애니메이션으로 더욱 유명해진 덕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이 없었더라면 작가의 데뷔작일 뿐더러, 무슨 상을 탄 것도 아니기에 딱히 출간될만한 임팩트는 없거든요. 뭐 저 개인적으로야 작가에게 호감이 있는 편이라 국내 출간된 작품은 챙겨 읽는 편이고, 제가 좋아하는 일상계 미스터리물이기도 해서 주저 없이 읽어보게 되었지만요.

작품은 기대했던 대로, 그야말로 일상계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일상계 작품이더군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소소한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분명히 열려 있던 부실의 문이 잠긴 이유, 매주 금요일에 똑같은 책이 대출되고 반납되는 이유, 고전부의 회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찾아내는 정도의 사건들이니까요. 이후 지탄다의 삼촌이 남긴 말과 33년 전에 학교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지탄다의 삼촌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추리하는 약간 긴 분량의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역시나 딱히 큰 사건은 아닙니다. 빙과라는 회지의 제목이 삼촌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는 것 정도가 인상적일 뿐이에요.

그러나 이야기 자체는 아주 재미있습니다. 소소한 사건이지만 충분히 우리 주위에서 있었음직한 것들이라 설득력 높고, 사건의 이유와 진상을 파헤치는 추리적인 재미 역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살인범이 넘쳐나는 부동고교가 비정상적인 거지, 고등학교에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는 게 더 말이 안 되는건 당연하니까요.

필요 없는 에너지를 절대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의 소유자이지만 주어진 정보를 조합하여 정확한 결과를 추리해내는 의외의 능력을 갖춘 주인공 오레키 호타로, 오감이 발달해 있고 섬세한 감성을 갖췄지만 의외로 행동파인 지탄다 등의 캐릭터들도 생동감 넘치면서도 현실에 있음직한 고등학생들 그 자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친구들도 감초 역할은 충분히 해 줍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작품 내에서 무리하게 성장기를 그려가는 전형적인 청춘물 느낌을 많이 전해주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고전부에 입부한 뒤 평범한 사건과 소소한 일상을 거치며 약간은 회색에서 물든 오레키 호타로의 변화 정도가 딱 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일상계의 단점인 밋밋한 이야기가 도드라지기는 해서 살짝 감점했습니다만, 일상계 추리물의 왕도를 걷는 작품으로 충분히 추천할 만합니다. 책의 장정과 크기 등 만든 모양새도 최근 본 책들 중에서는 최고로 치고 싶네요. 애니메이션도 구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고교를 무대로 한 설정과 소소한 일상 속 사건을 다룬 내용, 거기에 오레키 호타로와 고바토라는 탐정역 캐릭터의 속성까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소시민 시리즈와 굉장히 유사한데 왜 별개의 시리즈로 작품을 만들었는지는 궁금합니다. 뭐 하나라도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없기에 하나의 시리즈로 일관되게 끌고가도 충분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2014/11/03

쿠드랴프카의 차례 - 요네자와 호노부 / 권영주 : 별점 3점

쿠드랴프카의 차례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가미야마 고등학교 축제에 참가한 고전부는 문집 "빙과"를 달랑 30부만 인쇄하려 했는데, 마야카의 실수로 200부가 인쇄되어 배달되었다. 고전부는 3일간의 축제 기간 중 200부 판매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던 중, 축제에 참가한 단체를 대상으로 장난같은 물건을 훔치는 "십문자" 괴도 사건과 얽히게 되는데...

요네자와 호노부고전부 시리즈 세 번째 작품. 학교 축제를 무대로 한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등장인물별로 1인칭 시점의 묘사가 이어지는 전개가 독특합니다. 덕분에 탐정역의 호타로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신조에 맞는 여전한 삶과 모습이지만, 다른 고전부원들에 대한 비중과 묘사가 상당히 커지고 캐릭터별로 명확한 역할이 부여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주변인에 머무르는 듯했던 후쿠베입니다. 이른바 데이터베이스라는 역할에 충실한데 퀴즈 경연대회에서 준우승, 요리 대회에서 팀을 이끌어 우승하는 등의 활약으로 상당한 실력자라는 것을 주위에 강하게 어필하며, 본인 스스로도 호타로에게 자극받아 사건 해결에 뛰어들 결심을 하는 등 확실히 "성장했다"는걸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큰 주제 중 하나인 ‘기대’라는 말에 가장 부합하는 고전부원인 셈이지요.
‘기대라는 것은 체념에서 나오는 말로, 다른 사람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 괴로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담감보다 크다’는 문장은 후쿠베–오레키는 물론 안죠 하루나와 코치 아야코, 구가야마와 다나베 지로의 관계에도 대입되는 개념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기대’라는 말로 포장해봤자 결국 ‘질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마야카도 단순한 잔소리꾼이 아니며, 만연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선배에 대항하는 강한 자기 주장과 요리 대회에서의 활약이 인상적으로 그려집니다. 

반면 치탄다의 비중은 조금 애매했습니다. 그녀도 나름대로 부탁과 협상 등의 노력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 요리 대회에서의 활약상(기세두부)은 눈부시지만 실제로 고전부의 문제 해결이나 십문자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탓입니다. 영화 상영하는 곳에서의 합동 판매는 실력자 이리스 선배와 안면이 있었던 덕분일 뿐이며, 그 외에는 벽신문부와의 교섭 등에서 실패만 거듭했으니까요. 십문자 사건이 불거진 후에는 그녀의 노력은 사실상 불필요했지요.

이러한 고전부원들의 활약에 더하여 추리물로도 괜찮습니다. "십문자" 사건이 일본어 50음도와 엮인 암호라는 설정은 딱히 새로울건 없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이 나쁘지 않았을 뿐더러 디테일한 소재와 복선을 잘 활용한 전개가 요네자와 호노부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특히 앞부분에서 언급된 동인 만화 "저녁에는 송장이"가 주요 단서로 활용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호타로의 추리뿐 아니라 그림을 그린 것이 누군지를 찾아내는 치탄다와 마야카의 활약, 필명인 안신인 타쿠하가 "아지무"라는 것을 밝히는 데이터베이스 후쿠베의 활약 등 고전부원들의 힘이 합쳐지는 모습도 인상적으로 그려지고요. 오랜만에 ‘4위일체’ 활약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나 몇몇 부분은 조금 아쉽습니다. 가장 아쉬웠던건 범행의 목적입니다. 십문자의 정체를 밝히는 과정까지의 추리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범행 목적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와닿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인물이 노력하지 않는 천재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는 동기야 이해가 되지만, 반쯤은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취해가며 알릴 내용은 아니니까요. 또한 "쿠" 순서를 건너뛴 것이 이미 잃어버린 것이라는 식의 연결도 논리적으로 무리라 생각됩니다. 해당 작품의 원작 줄거리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구가야마는 이해했을 수 있으나, 독자에게는 극도로 제한적인 정보에 불과했으니까요. 공정한 정보 제공 측면에서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지요. 이는 핵심 증거인 학원제 가이드 설명 페이지를 마지막에 공개한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들은 앞부분에 소개된 가이드만을 기준으로 추리를 진행했는데, 실제로는 다른 구성을 가진 페이지가 있었다는 건 반칙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고전부의 위기처럼 묘사되는 문집 200권도 판매가격 기준으로만 보면 약 4만 엔, 부원 1인당 부담은 1만 엔 수준으로, 큰돈이긴 해도 엄청난 위기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어른이라면 한 번의 술값 정도라서 별로 와 닿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물이라는 청춘 드라마적 전개에 더해, 일상계 추리물로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여러모로 다소 아쉬움은 있지만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읽는 재미 하나만큼은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고전부원들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학원제의 디테일, ‘빨간 클립 작전’을 연상시키는 "볏짚 프로토콜", 요리 시합에서의 긴장감과 드라마틱한 승부 같은 잔재미도 풍부하니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3/12/22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 요네자와 호노부 / 권영주 : 별점 2.5점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에서 "여제"로 불리우는 2학년 선배 이리스가 문집 제작으로 바쁜 고전부에 사건을 의뢰했다. 미완성된 비디오 추리 영화를 보고 실제 진상이 무엇인지 추리해 달라는 의뢰였다. 고전부는 학교 축제용으로 해당 비디오 영화를 촬영한 2학년 F반 선배들 중 몇 명을 만났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진상을 추리해 나가는데...

바로 직전에 읽은, "빙과"에 이어지는 고전부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장편이라는 점입니다. 또 일상계물이지만 본격 추리물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바로 줄거리 요약에서 소개한, 축제 때 상영될 미완성 비디오 영화의 트릭과 결말을 추리한다는 의뢰입니다. 덕분에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작품임에도 무려 "밀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일상계이면서도 밀실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 때문에 이래저래 작품이 사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오레키 호타로가 추리한 '만인의 사각'을 비롯하여, 비디오 영화를 촬영한 2학년 F반 학생들의 의견이 '후루오카 폐촌 살인 사건', '불가시의 침입' 'bloody beast' 순서로 연이어 펼쳐지는건 작품 후기에 언급되듯 다수의 탐정이 등장하여 자신의 추리를 피력하는 작품인 "독 초콜릿 사건"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데, 정통 본격 스타일의 '후루오카 폐촌 살인 사건'과 '불가시의 침입'은 물론, 오컬트 계열인 'bloody beast', 그리고 서술 트릭물인 '만인의 사각'까지 모두 추리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번의 반전이 더 있는 것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바로 고전부에 의뢰한 이유 - 각본을 쓴 학생이 병으로 쓰러졌기 때문에,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결말에 대한 추리가 필요했다 - 가 이해 불가인 탓입니다. 그래봤자 중병도 아닌데, 왜 직접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마지막까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정 추리가 필요했다면, 다른 동료 학생 추리 중 아무거나 하나를 사용한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마지막에 밝혀진 진상 역시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완성된 영화가 아니라서 한 번 더 찍어야 했다면, 전반부 시체 발견 장면을 수정하는데 딱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말이지요... 또 오레키 호타로가 다른 사람들의 추리를 부정하던 것과 다르게, 자신의 추리에 존재하는 큰 구멍(자일의 존재)을 간과하는 것도 독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솔직히 "고전부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지탄다 에루가 사건을 물어오기는 하지만, 이후에는 고전부와 관계없는 영상 제작팀원들의 추리와 오레키 호타로의 추리가 펼쳐질 뿐이거든요. 오레키 이외의 고전부원들에 대한 부가 설명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초반 이후에 오레키 호타로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리스 선배라는 새로운 캐릭터입니다. 이래서야 별개의 스탠드얼론 작품으로 발표한다 하더라도 무방했을 것 같아요. 오레키 호타로가 남들보다 잘하는 일을 찾아내어 의욕을 불태운다는 청춘 성장기스러운 전개도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전형적이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감점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가벼운 일상계와 본격 추리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점에서는 추천드립니다. 특히 추리에 갓 입문하는 분들께 적합한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고등학생들의 학교 축제를 위한 추리극이 등장하는 일상계라는 점에서 "Q.E.D 35권"과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와 연극의 차이는 있긴 하지만요.

2022/07/23

[2022년 버젼] 미스터리 소설 추천 35선. 신간부터 인기 고전 명작까지 랭킹으로 소개! from SAKIDORI

화제가 되는 여러가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준다는 일본의 웹 매거진 SAKIDORI에서 선정한 순위입니다.

개인적 평가로는, 초보자용과 반전계 랭킹은 나름 괜찮습니다. 초보자용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되어 '친숙하고 읽기 쉬운' 측면을 많이 고려한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딱히 대단한 걸작이라고 보기 힘든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순위가 높은 점에서 추측해보자면 말이지요. 이 중 "푸른 불꽃"과 "거울 속 외딴성"은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2022.10.08에 읽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반전계는 "까마귀의 엄지" 빼고는 다 읽어본 셈인데 ("가위남"은 영화로), 순위는 모르겠지만 선정 자체는 적절해 보입니다(*"까마귀의 엄지"도 2023.06.23에 읽었습니다). 일본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표지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해외 미스터리 추천 랭킹은 좀 불만스럽습니다. 우선 비극 시리즈의 최고 걸작은 "Y의 비극"이라는건 정론입니다. "X의 비극"이 아니라요. "오페라의 괴인"이 미스터리에 속하는지도 의문이며, 잘 모르는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수많은 걸작들을 제치고 애거서 크리스티, 코난 도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까요? 이는 찬찬히 읽어보고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보자용 미스터리 추천 랭킹 

반전계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해외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2014/12/22

탐정영화 - 아비코 다케마루 / 권일영 : 별점 3점

탐정영화 - 6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포레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사 FMW의 대표이자 귀재인 영화감독 오야나기가 촬영 중이던 최고의 추리 영화 결말 촬영을 앞두고 실종되었다. 영화사 직원과 스태프, 그리고 투자까지 한 여섯 명의 배우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고, 감독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지만 아무런 실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감독이 찍어놓은 96분 분량의 필름을 전제로 범인을 추리해 영화를 완성하기로 결정했다. 여섯 명의 배우와 세 명의 조감독, 그 밖의 스태프들은 십 분 남짓한 영화의 결말을 찍기 위해 시나리오 콘테스트를 열고, 누가 범인이어야 가장 그럴듯한 영화가 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출된 시나리오들의 결함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영화 촬영을 마치는데...

아비코 다케마루의 장편소설. 데뷔 이듬해에 썼다는 초기작입니다.

위의 줄거리 소개에서처럼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궁지에 몰린 스탭들이 스스로 결말을 짜내는 과정에서 출연자와 제작진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추리가 펼쳐지는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동호인들끼리의 추리 게임 같은 느낌도 전해줍니다. 결말 직전까지만 감상하고 그것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낸다는 점에서요. 이런 점은 "독 초콜릿 사건"의 판박이기도 합니다. 미완성 영화의 결말을 추리해야 한다는 설정은 빙과 시리즈인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와 같고요. 하지만 읽다 보니 전개와 과정은 "허무에의 제물" 같은 안티 미스터리 느낌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결말은 어떤가요?"라는 결말이 이어지는 "5인의 탐정가"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미스터리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이니 광의의 의미로 볼때에는 작가 후기에 쓰여진 대로 메타 미스터리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작품들이 떠오르지만 다행히 작품의 독특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영화"라는 소재에 굉장히 충실한 덕분입니다. 초반에 화자인 다치하라(나)가 출연진들과 이야기하면서 영화에 사용된 서술트릭에 대해 설을 푸는 장면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영화에 관련된 정보들이 곳곳에 삽입되는게 아주 그럴 듯 했습니다.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썼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추리적으로도 여러 관점에서의 재미있는 트릭들이 등장해서 풍성함을 전해준다는 설정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더해 진짜 트릭인 극적인 서술트릭 - 첫 장면은 시점적으로는 영화 속 내용이 모두 흘러간 다음의 일이다 - 은 단연코 기발했기 때문에 만족스럽습니다. 소설로도 가능하겠지만, '첫 장면과 똑같은 화면에서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영화"라는 장르에 아주 특화되어 있는 트릭이라 다른 데에서는 흉내내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그 외에도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문제로 지적했던, 결말을 창작해내야 하는 상황의 설득력이 높았던 것도 좋았습니다. 출연자들이 결말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높았어요. 자기가 "범인"이어야 영화에서의 비중이 높아지니 어떻게는 자기를 범인으로 만드는 각본을 들고 온다는 것인데 와 닿을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작품 속 추리는 진상이라고 부를 것이 없는, 픽션의 영역이라는 문제는 큽니다. 출연진이나 제작진 누구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찍더라도 작중에 표현된 대로 "가장 그럴듯"하면 되는 것일 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야부이 센조가 밖에서 사기누마 준코의 방문을 잠그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그리고 감독의 의도대로 편집, 완성된 결과물은 앞서 언급한대로 트릭 자체는 기발하나 그닥 공정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외부에서 모든 제작 과정을 지켜본 "독자"라면 수긍할만 하지만 이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 입장이라면 반쯤은 반칙이라 여길 수도 있어 보입니다. 제가 관객이라면 사기누마 준코가 죽는 시점에서 다쓰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 같거든요. 이렇게 무리한 서술 트릭보다는 주인공 다치하라(나)의 아이디어나 배우 야부우치 젠조의 아이디어가 더 낫지 않나 싶었습니다.

아울러 감독의 실종이라는 상황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라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픽션이기 때문에 가능했지 감독이 원하는 대로 흘러갔으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최소한 조감독 한 명 정도는 사기니의 의도를 알려줘서 의도대로 움직이게끔 하는 공작이 추가로 설명되었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앞서 말씀드린 다양한 추리가 펼쳐지게 만드는 아이디어는 좋았으며 작가의 초기작답게 젊은 청춘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점도 좋았고요. 그야말로 좋았던 시절의 행복하고 따스한 이야기입니다. 추리소설 입문자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이런 작품을 쓴 작가가 나중에 "살육에 이르는 병"을 쓰게 된다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2022/08/15

헌책방 스탭의 추천 - 정말로 재미있는 미스터리 소설 50선

"'정말 아까운 (못타이나이)' 책방" 이라는 이름의 일본 중고 서점에서 선정한 랭킹입니다. 직원이 선정했다고 하네요. 일본 서점 직원이 갖추고 있는 책에 대한 지식은 상당하다는게 이런저런 컨텐츠에서 언급되어왔는데, 이 랭킹만 보면 조금 미묘합니다. 유명한 작품을 많이 꼽지 않은건 좋아요. 저도 읽어보지 못한 작품이 제법 될 정도니까요. 하지만 유명하지 않은건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제가 읽어보았던 몇 작품은 과연 랭킹에 언급될 정도인지? 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며, 특정 작가 (키타야마 다케쿠니, 오네자와 호노부, 미치오 슈스케 등)에 대한 편애도 눈에 띕니다. 그래도 보석같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몇몇 작품들도 선정되어 있는 만큼, 일본 서점 직원의 실력을 믿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몇 작품은 구해볼 생각입니다. 과연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트릭이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

  1. "모든 것이 F가 된다" 모리 히로시
  2. "앨리스 - 미러 성 살인 사건" 키타야마 다케쿠니 (국내 미출간)
  3.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4. "조커 게임" 야나기 코지
  5. "악마의 공놀이 노래" 요코미조 세이시
반전이 놀라운 작품 5선
  1. "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2. "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3.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니시자와 야스히코
  4. "이 어둠과 빛" 핫토리 마유미 (국내 미출간)
  5. "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쿠루미
학창 시절 특유의 감각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학원 미스터리 5선
  1.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츠지무라 미즈키
  2.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
  3. "빙과" 요네자와 호노부
  4. "죽은 자의 학원제" 아카가와 지로 (국내 미출간)
  5. "신님 게임" 마야 유타카 (국내 미출간)
뒷맛이 상쾌한, 한모금의 청량제같이 읽고나서 상쾌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작
  1.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2. "슬로하이츠의 신" 츠지무라 미즈키
  3. "샤바케" 하타케나카 메구미
  4. "언제나 아침에" 이마무라 아이 (국내 미출간)
  5. "퇴출 게임" 하츠노 세이 (국내 미출간)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읽기 쉬운 단편집 5선.
  1. "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2. "우리들이 성좌를 훔친 이유" 기타야마 다케쿠니 (국내 미출간)
  3. "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4. "GOTH" 오츠 이치
  5. "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상급자에게 권하는, 독서 후에 싫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이야미스 (싫은 미스터리) 5선.
  1. "고백" 미나토 가나에
  2.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3. "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4. "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5. "악의 교전" 기시 유스케
SF와 미스터리가 융합한 신감각 5선.
  1.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2. "여왕의 백년밀실" 모리 히로시 (국내 미출간)
  3. "인격전이의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4. "클라인의 항아리" 오카지마 후타리
  5. "화성 다크 발라드" 우에다 사유리 (국내 미출간)
왠지모르게 분위기와 세계관에 끌리는 다섯 작품
  1. "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미나가와 히로코
  2. "성스러운 검은 밤" 시바타 요시키
  3. "클락성 살인사건" 기타야마 다케쿠니
  4.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5. "광골의 꿈" 교고쿠 나츠히코
명작만 모았다! 추천 해외 미스터리 소설 10선 (* 해외는 일본 기준)
  1.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2. "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3. "레베카" 다프네 뒤 모리에
  4.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5. "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6. "소피" 거이 버트 (국내 미출간)
  7. "모르그 가의 살인" 에드거 앨런 포
  8. "라스트 차일드" 존 하트
  9. "사자의 서" 조너선 캐롤 (국내 미출간)
  10. "닫힌 책" 길버트 아데어 (국내 미출간)

2016/10/10

미스테리아 8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엮음 / 엘릭시르 : 별점 3점

미스테리아 8호 - 6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엮음/엘릭시르

창간호를 읽고 실망이 커서 더 구입하지 않을리라 결심했었는데, 우연찮게 최신호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호는 아주 좋더군요! 이전 실망감을 모두 날려버리고 앞으로 계속 구입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어요.

우선 1호에서 지적했던 편집, 디자인이 일취월장 했습니다. 구성 면에서 나무랄 데 없습니다. 매 호 이어지는 장편 연재물이 없고, 연재물들 모두 한 회 분량으로 마무리되는 점도 좋습니다. 잡지를 계속 사 보지 않고 한 권만 구입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니까요. 수록 기사들 역시 모두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기본은 해 줍니다.

도입부를 장식하는건 요네자와 호노부 심층 분석입니다. 작가의 작품을 시기별로 분류하여 설명하는 집중 탐구에서 시작해 서면 인터뷰, "빙과"로 유명한 고전부 시리즈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 걸작 9편에 대한 짤막하게 소개되는 마무리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세하고 깊이 있는 내용도 많은 편이에요.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 "아홉 가지 레퍼런스" 중 7편을 이미 읽었는데, 남은 2편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기타무라 가오루의 "시간과 사람 3부작" "스킵", "턴", "리셋"과 히구치 유스케의 "나와 우리의 여름"입니다. 정확하게는 4편이군요.).

올림픽 시즌을 겨냥한 특집 기사도 볼거리입니다. 올림픽을 물들였던 도핑 스캔들에 대한 짤막한 논픽션, 그리고 스포츠 관련 추리 작품 소개가 이어지는데, 도핑 스캔들 기사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러시아 도핑 스캔들에 얽힌 뒷이야기라던가, 동독에서 약물을 복용했던 전 여성 투포환 챔피언이 성전환 수술을 받아 남성이 되었다는 등, 그간 몰랐던 내용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포츠 관련 추리 작품을 다룬 글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선정된 작품들 대부분이 프로야구 관련 소설("마구", "최후의 일구" 등)이라 관련성, 의외성 모두 떨어지는 탓이에요.

이어지는 신간 소개도 좋습니다. 1호와는 다르게 잘 쓰여진 글들로, 한 편의 잘 된 리뷰로 보아도 손색없는 수준입니다. 도진기의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루스 웨어의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미나토 가나에의 "리버스"는 소개글만으로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뒤이은 논픽션 기사 3편도 기대 이상입니다. 법의학자 유성호가 쓴 "적과의 동침",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의 원형인 '엘리자베스 캐닝' 사건을 다룬 "나를 찾아줘", 소설가 곽재식의 우리나라 옛 괴사건을 다룬 "왜 머리카락을 잘랐을까?"인데, 특히 마지막 기사가 압권입니다. 1966년 발생한 6세 여아 살인 사건을 다루는데, 범행 동기도 짐작이 안 되어서 경찰의 다각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질 뻔합니다. 그런데 시체의 머리카락이 잘려 있던게 머리카락을 잘라 판 가출 소녀와 이어지게 되고, 그녀가 머리카락을 팔기 위해 살인 사건을 저지른 것이 밝혀집니다. 아픈 시대의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에는 3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고전부 시리즈" 단편이 포함되어 서두의 요네자와 호노부 특집과 이어지는 수미쌍관식 구성에 눈길이 가네요.

전체 분량 중 2/3 이상이 평균 이상의 가치와 재미를 선사하는 좋은 기사들이었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 권도 구해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록 단편들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울에는 비치지 않는다"

'고전부 시리즈' 단편으로 특이하게도 이바라 마야카가 주역입니다. 중학교 졸업 작품 제작 당시 벌어진 사건 - 단체로 거울용 테두리를 만들기로 했는데 오레키 호타로가 자신의 팀 파트를 엉망으로 제출하여 작품을 망쳤던 사건 - 의 진상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이바라 미야카가 호타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이지요. 팬이라면 이 점 하나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아쉬움이 큽니다. 독자에게 공정한 정보제공을 하지 않는 탓입니다. 무엇보다도 거울 테두리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독자가 추리에 동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또 덩굴이 S자라는 것을 수상히 여긴 오레키의 행동도 석연치 않습니다. A라면 모를까, 덩굴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면 S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S를 뺌으로서 나름 정의구현을 한다는(아사미를 아미로 만드는 것) 결말로 가져가기 위함이었겠지만 억측이 지나쳐 보였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가 모토인 호타로가 왜 직접 뛰어들어 욕까지 사서 먹었는지 역시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팬이라면 읽어봐야 하겠지만 추리적으로는 약한 편이라 감점합니다.

"사라진 앨리스"

갓 결혼한 남편이 호텔방을 구하지 못해 아내를 홀로 호텔에 남겨두는데, 다음날 아침 아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아내가 존재했다는 증거는 전혀 남아있지 않습니다. 숙박계는 물론 호텔 매니저, 주유소 직원에 결혼식을 주관한 판사마저 모두 사실을 부정하고요.
그러나 손수건에 새겨진 이니셜 하나만을 믿고 형사 에인슬리가 캐넌을 도와 사건을 파헤치게 됩니다. 에인슬리의 논리는 확고합니다. "이 혼란의 핵심은 호텔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어. 실종의 과정보다는 이유를 밝혀내는 게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이 모든 일을 거슬러 점점 앞선 시기로 돌아가는 거야." 
그래서 앨리스를 처음 만난 저택으로 돌아간 뒤,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내용으로 두말할 나위 없는 걸작입니다. 아내가 사라진 말도 안 되는 상황 묘사가 발군인 서스펜스, 스릴러이자, 위기에 처한 여성을 구하는 모험극이기도 한데, 특히나 서스펜스 측면에서 ‘서스펜스의 제왕’ 코넬 울리치의 작품다운 남다른 몰입감을 자랑합니다. 상황 설정부터가 기가 막히잖아요?

아쉬운 점이라면 서스펜스 스릴러(아내가 사라졌는데 모든 사람들이 아내의 존재를 부정하는) 부분에 비해, 어느 정도 진상이 드러난 이후의 모험극 쪽 재미가 조금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아니지만, 아내의 존재를 돈으로 막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했을지 조금 의문도 들고요. 존재를 지우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니까요.

그래도 작가 명성에 어울리는 대단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1908년산 포트와인 독살 사건"

몬터규 에그는 고객인 보로데일 경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이 독살되었다는걸 알았다. 독은 경이 마시던 포트와인에 들어 있었고, 경찰은 몬터규 에그에게 몇 가지 확인을 부탁했다. 에그는 간단한 조사와 추리를 통해 범인을 밝혀낸다...

도러시 세이어스 여사의 초단편으로, 이름만 들어보았던 와인 판매원 탐정 몬터규 에그 시리즈입니다.

일단 몬터규 에그 캐릭터만큼은 좋았습니다. 약간 허세 끼 있는 떠벌이로, 그가 이야기하는 수다들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설정인데 밉지 않게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영국적인 느낌도 한가득 전해주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완성도가 무척 낮습니다. 추리 자체가 비약이 심할 뿐 아니라, 범인과 경찰이 누가 멍청한지 경쟁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우선 범인들은 왜 희생양을 내세우지 않았을까요? 보로데일 경이 자살하지 않은 것이 밝혀진다면 범행이 드러나는 건 시간 문제였을 텐데요. 그리고 경찰 역시 멍청함과 무능함으로 이에 견줄 만합니다. 범행 현장에 있던 주요 인물들에 대해 신원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슨 수사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몬터규 에그 캐릭터 외에는 건질 게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시리즈의 다른 작품은 조금 더 낫기를 바랍니다.

2015/11/23

야경 - 요네자와 호노부 / 김선영 : 별점 2.5점

야경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 6편의 단편이 수록된 요네자와 호노부스탠드얼론 단편집.

요네자와 호노부는 널리 알려진 "빙과"같은 일상계 단편의 강자인데, 여기 수록된 작품들은 일상계라고 보기 어려운 묵직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대체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고요.

그래도 일상계스러운 분위기가 살짝 묻어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추리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석류"라는 용서하기 어려운 쓰레기 망작이 하나 섞여 있기는 하지만 다른 작품들의 수준이 무난하기에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이네요. "만원"이 워낙 잘 빠진 작품이라 멱살잡고 평점을 올려놓은 감도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요네자와 호노부 팬 분들께 추천드릴 만합니다. 이런저런 상을 탄 이유는 확실히 있는 듯싶군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야경"

신입 경찰 가와토 히로시의 순직 사고의 진상은? 모든 것은 가와토의 의도로, 목적은 그가 실수로 발포한 총알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가와토는 불륜을 가장하여 다바라를 자극한 뒤 발포하여 살해하고, 자기가 이전에 쐈던 총알을 현장에 버리는데 성공했지만 다바라의 믿을 수 없는 생명력 탓에 목숨을 잃게 된 것이었다...

가와토 죽음의 진상을 파출소장 야나오카 경사의 시점으로 풀어나갑니다. 무려 두 명이나 사망한 무거운 내용이지만 분위기는 묘하게 일상계에 가깝습니다. 캐릭터가 선명하고 '실제 있을 법하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문제아 가와토보다는 경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왕따를 자행한 야나오카 경사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놈, 정말 나쁜 놈이더라고요.

딱 한 가지, 가와토는 정말로 경찰에 맞지 않는 소심한 민폐덩어리였다는 결말이 약간 찜찜하나 그 외 전개는 깔끔한 수작입니다. 역시나 일상계 전문가 요네자와 호노부답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가와토가 실수로 발포했다는 것에 지나친 우연이 겹쳐 있었다는 점에서 감점하지만, 읽을 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사인숙"

사라진 연인 사와코를 찾아 머나먼 시골 온천여관으로 향한 "나". 그곳은 자살의 명소로 알려진 곳으로, 누군가 흘린 유서를 발견한 사와코가 어떤 손님이 죽으려 하는지 찾아달라고 부탁하는데...

유서에 쓰인 글귀 중 "오늘로 이 년", "오늘 죽었다고 증언해 주시면 여한이 없겠습니다"를 통해 자살의 목적은 보험이지만 보험을 위해서는 이름과 날짜라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다는걸 알아낸 뒤, 나머지 부분은 물에 흘려보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좋습니다. 사와코의 힘겨움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 때문에 사건에 몰두하는 "나"의 심리 묘사 역시 설득력이 넘치고요. 마지막에 자살을 목적으로 한 사람이 사실은 두 명이었다는 반전도 의외성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유카타 색깔이라는 단서는 많이 부족했으며, 사와코가 그렇게까지 자살을 막고 싶었다면 입구 쪽에 CCTV를 설치하면 되는 문제인데 이게 왜 사건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이런 걸 보면 사와코도 결국 죽음을 홍보에 이용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러한 사와코의 기만 때문에 감점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

"석류"

딸 유코가 아버지 나루미를 남자로 느낀다는 야설 수준의 이야기. 둘이서 석류를 먹었느니 어쨌느니 하는, 두 번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찝찝하고 기분 더러운 내용입니다. 유코가 쓰끼꼬를 매질한 반전 정도는 기억에 남으나 도저히 점수를 줄 수 없는 쓰레기입니다. 별점은 없습니다.

"만등"

이케다 상사의 이타미와 OGO의 모리시타는 개발도상국 방글라데시의 가스전 개발을 위해 이를 거부하던 마을 장로 알람을 살해했다. 그러나 모리시타는 죄책감에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향했고, 불안해진 이타미는 그를 쫓아 입을 막으려 하는데...

모리시타가 콜레라에 걸렸으며 전 일본이 그를 쫓는다는 아이디어가 아주 좋았어요. 이타미와 모리시타가 연결되어 있다는건 아무도 모르지만 공항 검역에서 이미 이상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타미가 콜레라에 걸렸다면, 원인은 모리시타와의 만남이라는 인과관계가 형성되니까요. 그리고 모리시타의 과거 행적을 쫓으면 잡점이 드러날 테니 이타미는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 외에도 무자비한 자원 개발을 반대하는 알람의 사고방식 등의 디테일도 볼 만했습니다.

딱 한 가지, 급작스러운 모리시타의 심경 변화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단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큰 흠은 아닙니다. 독특한 아이디어의 현대판 개미지옥 이야기로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문지기"

오다와라에서 세 시간, 이즈 반도의 아마기 산맥을 넘어가는 즈난정을 향하는 가쓰라다니 고갯길에서 벌어진 네 건의 연쇄 교통사고 - 파칭코 프로 다카다, 사학과 학생 오쓰카, 기둥서방 다자와와 동거녀, 공무원 마에노가 죽은 사고 - 의 진상은 무엇인지?

전개도 흥미롭고, 할머니의 수다가 결국 진상에 이르게 만드는 여러 가지 복선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의적인 범행, 즉 살인일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되고, 흑막은 모든 것을 보았다는 휴게소 할머니일 것이라는 점 역시 너무 뻔해서 긴장감은 다소 떨어집니다. 또 진상 -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 다카다의 죽음은 할머니 딸이 죽인 것이며, 흉기는 길가의 석불 행신으로 목이 당시 떨어져 나갔는데 그것에 주목한 사람들을 차례로 죽였다는 것 - 의 설득력이 낮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석불 사에노카미 목이 떨어진 정도가 무슨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그것도 몇 년 전 사건인데 말이죠. 물론 할머니의 노파심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납득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만원"

학창 시절 흠모했던 하숙집 여주인 다에코가 살인사건 피의자가 되자 변호사인 주인공 후지이가 그녀를 위해 재판에 나서는데...

가보인 족자에 피가 튄 것을 사건에 고의성이 없다는 유력한 정황 증거로 사용하지만(그렇게 귀중한 물건을 피해자를 만나는 자리에 내놓을 리가 없다) 사실 족자에 피가 튀도록 한 것 자체가 의도였다는 진상이 놀라웠던 작품입니다. 해당 물건이 중요 증거로 검찰에 압수되도록 하여, 다른 재산은 모두 차압당했지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남편 우카와 시게하루가 병사한 뒤 상고를 포기한 것은 보험금으로 빚을 갚을 수 있어서 족자를 빼앗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고요.

이렇게 법 자체를 변호사도 모르게 범인이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점이 정말 돋보였습니다. 다에코가 주인공과 법률 관련 이야기를 들으며 법에 대해 지식을 빨아들였다 정도의 묘사만 있었어도 아주 완벽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딱 한 가지, 상고를 포기한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죽어서 빚을 갚을 수 있다면 보다 빨리 출소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뭔가 타이밍 문제가 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법의 맹점을 다룬 단편 중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수작임에는 분명합니다. "살의" 급이에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26/06/14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 Season 2 : (7) 달콤한 커피의 뒷 맛

추리소설 속 커피는 대개 쓰고 진한 음료가 연상됩니다. 밤늦게 사건을 조사하는 탐정의 책상 위에 놓여 있거나, 피로를 쫓기 위해 마시는 각성의 음료처럼 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커피의 쓴맛은 긴장감이나 고독한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요.

하지만 커피가 언제나 블랙으로만 통했던 것은 아닙니다. 커피에 설탕을 넣는 습관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우유나 크림을 더해 쓴맛을 줄이는 방식도 커피 문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으니까요. 커피에 데운 우유를 섞어 마시는 프랑스의 카페오레,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더해 마시는 비엔나식 카푸치노처럼요. 오늘날 익숙한 카푸치노와 카페라테, 카페모카 역시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거품, 초콜릿 등을 더해 커피의 쓴맛을 부드럽게 조절한 커피입니다. 여기에 바닐라 라테나 캐러멜 마키아토처럼 향과 단맛을 더한 음료까지 생각하면, 달콤한 커피도 엄연히 커피를 즐기는 오래된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생각하면, 추리소설 속에서 커피에 설탕이나 우유를 넣는 장면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심지어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설탕과 우유를 섞는게 커피를 마시는 익숙한 방식이었을 수 있습니다. "빙과"로 잘 알려진 고전부 시리즈의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에 나오는 이바라가 방문한 커피 맛집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가게에서는 주문할 때 우유와 설탕이 필요한지를 먼저 묻고, 필요하다면 각설탕 두 개를 내주고 우유는 커피에 미리 넣어 주거든요. 이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조금 낯선 방식이지요. 보통은 손님이 직접 취향에 맞게 우유나 설탕을 넣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이렇게 커피에 설탕과 우유를 더해 마시도록 준비된 곳도 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아카가와 지로의 단편 "커피, 그리고 교수와 여대생"도 비슷합니다. 주인공 다케미야 교수는 집에서 직접 원두를 볶을 정도로 커피에 관심이 많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 역시 커피를 마실 때 자연스럽게 설탕을 넣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설탕은 커피 맛을 망치는 첨가물이 아니라, 커피에 진심인 사람의 취향에 따라 커피를 완성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달콤한 커피는 생각보다 평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추리 소설에서도 달콤한 커피를 여러모로 활용하고 있고요.

첫 번째로는 강한 쓴맛과 단맛을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의 단편 "잔 속에 든 독"에서 스텔라는 남편의 불륜녀를 모르핀으로 독살할 때 뜨겁고 진한 커피를 선택합니다. 설탕을 듬뿍 넣어서요. 이는 친절이나 취향이 아닙니다. 커피의 쓴맛과 설탕의 단맛이 모르핀의 이상한 맛을 덮어 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설탕 때문에 스텔라는 콕크릴 경감에게 덜미를 잡히고 맙니다. 단맛은 독을 감추는 것과 동시에 범행을 드러내는 단서가 된 셈입니다.

두 번째 사례는 단 맛이 아니라, 달콤하게 만든 형태가 트릭으로 사용된 경우입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단편 "키리가미네 료와 보이지 않는 독"에 등장하는 모카치노처럼요. 모카치노는 초콜릿 시럽을 섞고, 휘핑크림을 얹고, 초콜릿 가루를 뿌린 뒤 시나몬 스틱까지 꽂아 내는 음료로 커피라기보다는 디저트에 가깝습니다. 작품 속에서도 그 모습은 컵에 담긴 케이크처럼 묘사될 정도지요.

그런데 카도쿠라 할아버지가 모카치노를 마시다가 독살당할 뻔합니다. 당연히 의심은 모카치노로 향하지요. 초콜릿 시럽, 휘핑크림, 초콜릿 가루, 시나몬 스틱 등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간 음료라면 달콤한 맛과 향이 이상한 냄새나 쓴맛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들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커피와 시나몬 스틱 어디에서도 독은 검출되지 않습니다. 

다행히 결국 할아버지가 한쪽 손을 다쳤다는게 열쇠가 되어 진상이 밝혀집니다. 범인은 모카치노의 레시피를 활용하여 커피에 독을 넣지 않고 독을 먹였던 겁니다. 단순한 블랙 커피였다면 성립하기 어려웠을 트릭이라서, 특별한 커피 레시피가 수수께끼, 트릭의 형태가 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사례는 미나토 가나에의 "리버스"에 등장하는 달콤한 벌꿀을 넣은 커피입니다. 이 커피는 죽은 친구 히로사와를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매개이자 반전의 핵심 역할을 합니다. 히로사와는 단것을 좋아하던 친구였고, 특히 벌꿀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후카세가 카페에서 벌꿀을 커피에 넣어 마시는 장면은 처음에는 좋았던 추억으로만 보입니다. 커피에 꿀을 넣고 천천히 저어서 커피와 벌꿀이 자연스럽게 섞이게 만든, 들꽃 향이 입안에 퍼지는 듯한 맛은 히로사와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하니까요.

하지만 후카세와 주변 사람들이 히로사와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벌꿀은 점점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히로사와가 좋아했던 것, 후카세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 그리고 과거의 어떤 순간이 커피 한 잔을 통해 다시 연결됩니다. 그리고 이는 핵심 반전으로 이어지고요.

이 점에서 "리버스"의 벌꿀 커피는 다른 작품 속 달콤한 커피와 조금 다릅니다. 앞서의 달콤한 커피들이 주로 범죄를 숨기기 위해 사용되었다면, "리버스" 속 달콤한 한 잔의 벌꿀 커피 안에는 우정과 기억, 그리고 아직 말해지지 않은 진실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커피의 쓴맛은 추리소설과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이렇게 보면 달콤한 커피도 못지않게 추리소설적입니다. 쓴 커피가 탐정의 정신을 깨운다면, 달콤한 커피는 사건의 표면을 부드럽게 덮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뜻밖의 수수께끼가 천천히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카세가 히로사와를 위해 만들었던 벌꿀 커피 레시피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작품 속에서는 후카세는 융 필터로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에 벌꿀을 넣어 텀블러에 담아 히로사와에게 건네 주었지만, 집에서는 조금 간단하게 만들어도 좋습니다.

  1. 커피를 진하게 내린다.
    가능하다면 핸드드립이나 융드립처럼 향이 잘 살아나는 방식이 좋고, 산미가 강한 커피보다 부드럽고 묵직한 원두가 어울린다. 집에 드립 도구가 없다면 평소보다 조금 진하게 내린 아메리카노를 사용해도 괜찮다.
  2. 컵이나 텀블러를 미리 데운다.
    뜨거운 물을 잠시 담았다가 버리면 커피가 빨리 식지 않는다. 작품 속 후카세처럼 누군가에게 건넬 커피라면 텀블러에 담는 쪽이 더 어울린다.
  3. 벌꿀을 넣는다.
    가볍게 단맛만 더하고 싶다면 1티스푼이면 충분하다. 설탕 한 스푼 정도의 단맛을 원한다면 벌꿀은 2~3티스푼 정도 넣는 편이 좋다.
  4. 바닥까지 천천히 젓는다.
    벌꿀은 설탕보다 무겁고 끈적해서 컵 아래에 가라앉기 쉽다. 스푼으로 바닥을 긁듯이 천천히 저어 커피와 잘 섞는다.
  5. 토스트와 함께 먹는다.
    "리버스"를 떠올린다면 허니 토스트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에 버터를 바르고, 남은 벌꿀을 조금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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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7

가을꽃 - 기타무라 가오루 / 정경진 : 별점 2점

가을꽃 - 4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경진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나'와도 오랜 인연이 있는 마을의 고등학교 소녀인 쓰다 마리코가 축제 준비 중인 학교 합숙 중에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쓰다와 단짝 소꼽친구읜 이즈미 리에는 그 이후 빈 껍데기같은 모습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우편함에서 쓰다의 교과서를 복사한 종이라던가, 이즈미가 비에 젖은 채 멍하니 있는 모습 등을 발견한 뒤 사건의 진상에 대해 엔시 씨에게 물어보게 되는데...

일상계의 시조인 '엔시 씨와 나'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역자 후기를 보니 국내 출간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판매량이 별로 좋지 않았나보네요. 하지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건 아닙니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하늘을 나는 말"은 그런대로 기묘한 일상 속 수수께끼와 추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가면 갈 수록 추리적인 요소가 희석되고 순문학에 가까운 분위기로 변해가거든요. 요네자와 호노부의 "빙과"로 대표되는 후대의 일상계에 비하면, 지나치게 느릿느릿하고요.

이번 권은 이렇게 순문학으로 향하는 흐름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수께끼는 딱 한가지, 옥상에서 떨어진 쓰다 마리코 사고사에 대한 진상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계없는, 주변에 대한 세밀한 묘사의 분량이 훨씬 많아요. 대표적인게 '나'가 인상적으로 읽었던 여러가지 책들에 대한 묘사입니다. 플로베르에 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였습니다.

또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강력 사건은 일상계 분위기와도 사뭇 다르며, 이야기도 굉장히 묵직하고 어둡게 흘러갑니다. 전반적으로 '죽음'의 분위기가 맴돌거든요. 요네자와 호노부 등으로 대표되는 밝고 쾌활한 전형적인 일상계의 팬이라면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거에요. 이 작품은 그런 전형적인 일상계가 아니라, 차라리 기리노 나쓰오 쪽에 가깝습니다. 죽음이 짙게 감도는 순문학적인 글이라는 점에서는요. 물론 그만큼 끔찍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렇게 주변 묘사가 많다고 하더라도 추리적으로 괜찮았다면 그렇게 나쁜 점수를 주지는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쓰다 추락 사건은 한 권 전체를 모두 할애할만큼 대단한 수수께끼도 아닐 뿐더러, 진상도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명 일상 속 사건이기는 한데, 너무 비일상적인 상황인 탓입니다.

진상은 다른 학생들에게 비밀로, 둘이 만든 축제 기념 현수막을 쓰다가 옥상에서 내리다가, 밑에서 이즈미가 당기는 바람에 그만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무언가를 난간 너머로 넘기다가 떨어지는 사고의 대표격은 이불을 털다가 베란다에서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실제 사고도 있었고, 같은 트릭을 히가시노 게이고가 "오사카 소년 탐정단" 시리즈 중 한 편인 "시노부 선생님의 은혜"에서 써 먹은 적도 있을 정도로 친숙하지요. "시노부 선생님의 은혜"는 1988년 3월 발표되었고, 이 작품은 1991년 발표되었으니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불을 터는 것에 비해, 현수막을 내리다가 사고가 일어났다는건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이불을 털면 몸의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하지만 현수막을 내리려면, 몸의 중심은 뒤로 향해야 할 겁니다. 쇠파이프에 매달아 놓은 아래 쪽을 천천히 내리기 위해서라면 말이지요. 실제로 작품 속에서도 쓰다가 떨어진건 굉장한 우연이 겹친 결과로 묘사되고 있고요. 이래서야 여러모로 개연성이 부족해요.
이를 드러내기 위한 단서 역시 쓰다와 이즈미가 쇠파이프로 칼싸움 흉내를 내었다는 증언, 둘이 축제용 옷을 5벌 만들기 위해 천을 구입했다는 증언 정도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엔시 씨가 진상을 파악한다는건 억지스럽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나'가 중학교 동창 오토바이에 동승한걸 계기로 급작스럽게 사고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는 전개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고 당시, 옥상 문은 잠겨 있었고, 쓰다 외에는 사람이 없었던건 사실이라 옥상에서 무언가 범죄가 일어났을 가능성은 없으니까요. 물론 옥상이 아니라 다른 층에서 뛰어내린게 아니냐는 추리도 가능합니다. 단, 이를 위한 그 어떤 단서, 증거와 용의자도 묘사되지 않아서 딱히 그럴 여지가 없네요.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다면, 선생님들이 많이 있던 학교에서 비명 한 번 안 질렀을 리 없잖아요?

억지는 추리의 계기가 된, 이즈미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내는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다지 친하지않은, 안면이 있는 동네 언니이자 학교 선배에게 이렇게까지 의지할 이유는? 죽을만치 고민이 되고 걱정이 되었다 한들, '나'가 그 고민을 털어놓을 유일한 인물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추리 소설일 이유도 없어요. 이즈미가 쓰다 죽음에 관련된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묘사를 계속 던지는 만큼, 이 사건은 탐정이 아니라 정신과 의사나 카운셀러가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한마디로, 그렇지 않은 작품을 추리 소설로 만들기 위한 억지가 너무 많습니다. 차라리 '나'가 카운셀러였다면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지금은 여러모로 무리수 투성이에요. 

이렇게 추리 소설 애호가에게 어필할 부분은 많지 않기에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일상에 대한 여성스러운 섬세한 묘사는 분명 돋보이지만, 기대와는 사뭇 달라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군요. 후속권이 출간되었다 한 들 더 이상은 선뜻 구입해서 읽어보지 않았을 것 같네요.

2018/07/22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 아오사키 유고 / 이연승 : 별점 2점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 4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이세이의 엘러리 퀸이라는 어마어마한 별명의 일본 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단편집입니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은 트릭과 추리의 과정만큼은 괜찮았던 정통 본격물임에는 분명했습니다. 별명이 허언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동기, 전개 등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아서 이야기를 충실하게 쌓아올리고 만들어가야 하는 장편보다는 트릭 중심의 단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왔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단편집이 발표되었네요. 작품 해설을 보니 이 단편집으로 가제가오카의 우라조메 탐정 시리즈 1기가 마무리된다는군요.

이전 장편들이 "~관" 시리즈였던 것에 반해 단편들 제목이 상당히 소박한게 눈에 띕니다. 표제작은 엘러리 퀸의 패러디이지만요.
그런데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추리들 모두가 비약이 심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탓입니다. 장편에서 긴 호흡으로 쌓아올릴 수 있었던 논리가 단편 분량에서는 효과적으로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전형적인 학원 무대 일상계 청춘물인데,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소시민" 시리즈나 "빙과" 시리즈에 비하면 추리적으로나 캐릭터 측면으로나 모두 미치지 못하는 범작입니다. 시리즈의 팬이시라면 한번 쯤 읽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딱히 권해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차라리 빠른 호흡으로,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해가며 전개하는게 용이한 만화였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원플러스원 덮밥"

학교 식당에서 금지된 식기 반출을 한 범인이 누군지 찾아낸다는 설정만큼은 학교를 무대로 한 일상계 추리물의 교과서 같은 느낌입니다. 정말 있음직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니까요. 우라조메 추리의 댓가가 식권 20장이라는 점도 역시나 일상계스럽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추리보다는 비약에 가까운 탓입니다. 남겨진 트레이에 머리카락이 묻었다? 식판과 식기에 머리카락이 묻을 이유가 있을까요? 머리를 처박고 먹는 것도 아니고... 소스 개봉부를 얌전히 자주 쓰는 손 방향으로 놓아 둘테니 왼손잡이라는 추리도 비약입니다. 바람에 날려 떨어지거나 옮겨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식욕 때문에 운동계 동아리일 것이다 역시 지나친 비약입니다. 작은 체구의 사나에도 한그릇 뚝딱하는 덮밥이라고 묘사되기도 했고요. 점심 시간에 중요한 회의를 한 동아리를 찾는다는 것 역시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약속일 수도 있고, 정말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만 했을 수도 있어서 이 역시 비약인건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의 진상 - 여자친구가 돈가스 도시락을 주었는데 먹지 못하고 버린 후, 원플러스원으로 좋아하는 것 반, 돈가스 반을 시켜 젓가락만 지저분하게 해서 주었다 - 도 비약입니다. 제가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다 먹던가 아니면 돈가스는 빼고 다 먹었을 겁니다. 왜 도시락을 버리고 구태여 식사를 또 시켰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아울러 키에 대한 추리는 추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180cm 이상, 아니면 160cm 이하 등 용의자 범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숫자면 모를까, 180 m이하의 학생이라는 건 가제가오카. 재학생의 90% 이상을 차지할 거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평범한 일상계지만 소설보다는 만화에 더욱 적합한 이야기입니다. 비약이 심한 내용으로 빠르게 전개하기 보다는, 단서가 조금 더 적더라도 정교하게 이야기를 쌓아나갔어야 했습니다.

"가제가오카 50엔 동전 축제의 미스터리"

표제작으로 왜 신사 축제 노점에서 거스름돈을 50엔 짜리로만 주는지에 대한 수수께끼 풀이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축제를 즐기는 내용이 이야기의 2/3 이상을 차지하며, 추리적인 부분은 그다지 눈에 뜨이지 않습니다. 잔돈 숫자를 증가시켜 사람들이 분실을 더 많이 하게 만드려는 의도였다는 진상 역시 설득력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웠고요. 일본식 유타카 차림으로는 잔돈을 보관하기 어렵다는, 일본식 사고방식이 깔려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 역시나 정보의 제공이 시각적이며 전개와 호흡이 빠른 만화가 더 어울렸을 이야기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클리셰라 할 수 있는 여름 축제가 무대라 더 그런 느낌이 드네요.

"하리미야 리에코의 서드 임팩트"

전작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던 하리미야 리에코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일상계 청춘 미스터리입니다. 그녀의 남자친구인 귀여운 후배 사오토메가 취주악부에서 왕따를 당하는 듯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우라조메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지요.

유노와 우라조메가 아니라 하리미야 시점의 이야기라는게 독특했던 작품으로 수록작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추리가 펼쳐집니다. 더위와 싸우며 연습하는 상황에 대한 강조, 취주악부 연습실에 널부러진 다양한 쓰레기들, 연습하는 곡과 독주 파트에 대한 언급 등 독자에 대한 정보도 굉장히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또 불량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순진한 하리미야 리에코의 성장기 성격도 있고,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하는 우라조메 덴마의 모습도 상당히 의외의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뭔가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 같은 커플이라고 느꼈던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진상, 그리고 결말이 썩 개운치는 않습니다. 취주악부의 야마부키가 자신의 독주 연습을 위해서 사오토메를 일부로 쫓아내고 연습실로 쉽게 들이지 않은 상황은 일종의 왕따라고 해도 무방하니까요, 협주 파트를 모두 함께 열심히 연습하고, 독주 파트는 시간을 정해 따로 연습하자고 하거나, 최소한 선풍기를 빌리려는 시도를 먼저 해 보는게 당연한데 말이죠. 이를 하리미야가 쉽게 납득하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천사들의 늦더위 인사"

5년전 졸업한 시시도 선배의 노트에 적혀있던 두 소녀 소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로 서두에 유노와 사나에에게 노트에 묘사된, 일종의 백합 연애물같은 포즈를 취하게 하는 개그 외에는 딱히 눈여겨 볼 부분이 없는 범작입니다. 너무 작위적인 탓입니다. 

우선, 아무리 학교 일에 관심이 없어도 모두가 대피 훈련을 하는 상황을 몰랐다는 것부터 말이 안됩니다. 우라조메의 추리도 두 소녀의 연극과는 무관하게 9월 1일이라는 날짜에 기인한 것인데, 날짜까지 적은 일기 같은 글에서 정말로 진상을 깨우치지 못한 건 이해할 수 없어요. 예전에 매월 15일마다 실시했던 우리나라 민방위 훈련같은 거니까요. 소녀들의 소실은 사다리차를 이용한 탈출 훈련 때문이었다는 진상도 그럴 수 있었겠다 싶기는 하지만 장비에 준비가 필요하고, 탈출 순간의 환성도 있었을텐데 외부 상황을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두 소녀가 껴안는 연극에 대한 유노의 반응은 여러모로 재미있고, 우라조메가 가오리 외에도 연극부 부장 가지와라 같은 지인이 있고 나름 학교 생활을 잘 한다는 묘사도 팬이라면 볼 만 합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어서 별점은 2점입니다.

"그 꽃병에는 주의를"

가제가오카가 아닌, 사립 히텐 학원 중등부를 무대로 우라조메의 동생 교카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일상계 소품으로 복도에 놓인 꽃병을 깬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나름 정교한 무대 설정으로 범인을 특정하고, 왜 범인이 꽃병을 가져왔는지 추리하여 동기를 밝혀내고, 그 결과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게 괜찮습니다. 특히 "물"의 사용법에 대한 추리 두 가지가 아주 그럴듯했어요. 구태여 생수를 구입한 건 화분이 깨진 장소를 위장하기 위해서!라는 추리에서, 그게 아니라 처음에는 화병의 물이 필요했던 것! 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설득력이 높았던 덕분입니다.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교카의 학교 생활, 교우 관계 및 범인 야가라스의 논리적인 반박, 비야냥에 분노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성격 등의 디테일도 좋았고요.

문제는 야가라스의 말대로 나카자와와 소프트볼 부 아이들의 증언을 믿을 이유도 없고, 2층 교실에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또 이렇게 한 방 먹은 다음에 재차 휴지통을 뒤져 폭죽을 찾아내는건 어설펐고,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교카의 캐릭터 설정 자체가 굉장히 만화적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백합계 쿨데레? 친구 센도 히메마리도 만화 등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학생회 캐릭터라 너무 뻔했어요. 묘사를 디테일하게 하더라도 이렇게 뻔하면 딱히 깊이가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정말로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음직한 사건을 다룬 일상계라는 점, 교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 형식의 성격은 마음에 들었지만 중반부 전개와 앞서 말씀드린 전형적인 캐릭터 묘사로 감점합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만화였다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짤막한 부록은 우라조메와 그의 아버지가 우연하게 사우나에서 마주친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라조메 남매의 추리력은 아버지로부터의 유전임을 드러내는 이야기인데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건 마찬가지며 워낙에 짧아 점수를 줄 만 한 부분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