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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8

라스트 차일드 - 존 하트 / 박산호 : 별점 3점

라스트 차일드 - 6점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년 전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인 앨리사가 실종된 이후 조니의 가족은 풍비박산난다. 앨리사 실종을 남편 탓이라 여긴 엄마 캐서린 때문에 아빠는 집을 나가고, 마을의 실력자인 켄은 그 틈을 노려 엄마를 마약 중독자로 만든 뒤 엄마와 조니에게 폭행을 행사한다. 조니는 이런 고난을 피하기 위해 책에서 읽은 인디언 주술에 의지하며 홀로 군 전체를 돌며 앨리사 찾기를 되풀이한다.
그러던 어느날, 조니 앞에서 한 남자가 추락사하는데 그는 죽기 전 "내가 그녀를 찾았어."라고 말한다. '그녀'가 앨리사라고 생각한 조니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자비스의 집으로 숨어든다...


최근 읽었던 추리 소설들은 대부분 완성도가 그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최근 평이 가장 좋은 듯한 작품을 골라보았습니다. 사실 미국산 장편 범죄 스릴러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요.

그런데 다행히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꽤나 긴 분량이지만 독자의 흥미를 잡아 끌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에요. 조니와 엄마 캐서린에게 닥친 불행과 사건 수사 현황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만 지나면 곧바로 온갖 사건이 이어지기도 하고요. 데이비드 윌슨이 누군가에게 습격당해 죽는데 죽기 전 조니에게 실종된 아이를 보았다고 말한 사건에서 시작해서 거대한 흑인 레위 프리맨틀의 등장, 또다른 소녀의 실종, 조니가 몰래 유력한 용의자 자비스의 집에 잠입하다가 죽을 뻔 하는 등 강력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거든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죽는 사람만 해도 무고한 목격자였던 데이비드 윌슨과 연쇄 어린이 납치 살해범인 자비스와 미첨, 조니 가족을 괴롭히던 켄 홀웨이, 순수한 신의 사자 레위 프리맨틀까지 무려 다섯 명에 이를 정도에요. 전개도 그만큼 긴박하고 박진감 넘칩니다.
등장인물들의 선악 구분도 명확한 편이며,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결말도 깔끔하며 권선징악을 담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를 무대로 현대적이고 성인 대상의 <<허클베리 핀>>이나 <<톰 소여의 모험>>을 그려낸 듯한 묘사들도 인상적입니다. 인디언 신앙을 추종하여 독수리 깃털 등의 부적을 손수 만드는 조니는 곧바로 톰 소여를 떠오르게 합니다. 동생을 찾기 위해 미지의 장소인 허쉬 아버로 떠나는 모험에 유일한 친구 잭과 함께 한다는 설정도 마찬가지고요. 조니가 사건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디테일도 좋습니다. 엄청난 역경에 처해 있지만 그걸 이겨내는 소년의 심리 묘사는 정말로 발군이에요.

그러나 범죄물로는 기대에 값하는 편은 아닙니다. 사건들은 우연에 의해 작위적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데이비드 윌슨이 조니 앞에서 유력한 증언을 남기고 죽은 것 부터가 그러합니다. 실종된 소녀의 시체를 발견했다가 살해당하는 피해자가 실종된 소녀의 오빠를 죽기 직전에 만난다? 조금만 생각해도 너무 지나친 우연이죠. 조니가 어린이 납치범 자비스에게 죽을 뻔 했을 때 납치되었던 소녀 티파니가 마침 탈출해서 자비스를 쏴 죽인다는 상황도 완벽한 우연과 행운이고요. 조니가 잭과 함께 허쉬 아버로 향했다가 레위 프리맨틀을 만난 것도 우연입니다. 이렇게 만나지 못했더라면 레위가 켄을 죽이고, 잭이 레위의 말을 듣고 앨리사 실종 사건의 전말을 조니에게 털어놓는 결말도 이루어지지 않았을테죠. 그리고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건, 잭이 레위의 "No crows"라는 말을 듣고 앨리사 시체가 숨겨진 '노스 크로제 광산'을 떠올리는게 와 닿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노스 크로제'를 약자로 '노. 크로즈'라고 표기했기 때문이라는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원어민이라면 이해가 되었을까요? 저에게는 차라리 "No crows"에서 '크로스'라는 이름을 떠올리는게 더 와 닿았을 것 같네요.

또 경찰이 한심할 정도로 하는게 없습니다. 어린이 납치범 자비스가 죽은 것, 탈옥수 레위 프리맨틀을 발견한 것, 앨리사 실종 사건의 진상을 알아낸 것 모두 조니의 활약 덕분이니까요. 경찰이 유일하게 추리력을 발휘하는 건 조니가 어린이 납치범 자비스의 공범이 '경찰' 이라고 착각한걸 토대로 '경비원'인 미첨이 범인이라는걸 알아채는 정도입니다. 오히려 경찰인 크로스가 음주 운전을 하다가 앨리사를 차로 치어 죽인 아들을 위해 시체를 유기한 앨리사 실종 사건의 협력자이자 데이비드 윌슨 살인범이기까지 합니다! 그가 시체만 유기하지 않았어도 조니의 아버지도 죽지는 않았을테고 가족도 풍지박산은 나지 않았을테니 조니 시점에서는 모든 사건의 원흉이죠. 심지어 조니의 유일한 친구인 아들 잭을 협박해서 조니에게 진상도 말 못하게 하고, 궁지에 몰린 잭이 아버지 살인 미수까지 범하게 만드니 작품 최고의 악질입니다. 이래서야 경찰은 없는게 더 나아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레위 프리맨틀이 켄을 죽인게 일종의 기적처럼 묘사되며, 이 모든게 조니의 기도에 대한 신의 응답이라는 기독교적 사고 방식이 근저에 깔려있는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구태여 넣을 필요없는 완벽한 사족이었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작풍은 다르지만 토머스 H 쿡의 작품들이 떠오를 만큼 재미와 문장력을 모두 갖춘 좋은 작품입니다. 추리적으로 별 볼일 없기 때문에 약간 감점하지만 이 정도라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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