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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7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 오카자키 다쿠마 / 민경욱 : 별점 1.5점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 4점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민경욱 옮김/㈜소미미디어

후쿠오카 내 유치쿠 시에 위치한 도연사의 승려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상계 추리물.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등장하는 일상계 추리물은 굉장히 많습니다. 해당 분야의 지식이 추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현학적인 재미를 함께 가져다 줄 수 있고, 손님이 수수께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야기 전개를 쉽게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일겁니다. 일상계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하늘을 나는 말>>의 탐정역부터가 '라쿠고가'라는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하겠죠. 현재까지도 추리 소설계에서 큰 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로는 서점고서점화과자점골동품점중고매장사진관수프가게초등학교 (선생)시계방 등을 무대로 해당 분야 전문가나 업무 종사자가 활약하는 작품을 접해왔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 역시 배경 설정만 놓고 보면 절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가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스님이 핵심 인물로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스님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아토다 다카시의 <<a 사이즈 살인 사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을 이미 접해보았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여러모로 생각과는 다릅니다. 우선 화자인 도연사의 부지주 잇카이가 탐정역을 맡고 있지 않습니다. 사람 좋은 어른으로 갈등의 중재자이자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죠. 탐정 역할을 맡는건 제목의 쌍동이입니다. 그래서 절이나 스님 관련된 이야기가 중요한 소재로 쓰이는 전문가적인 이야기보다는, 학생들이 등장하는 학원 일상계 스타일 느낌이 강합니다. 네 편의 이야기 중 그나마 공양을 주요 소재로 삼은 세 번째 이야기 정도만 소재와 어울리거든요. 법사, 법요, 불경, 공양 등 디테일한 절과 스님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묘사되지 않는건 아니에요. 그러나 이야기의 핵심, 추리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배경 묘사에 그치는게 문제죠.

쌍둥이에 대한 만화적인 설정도 거북합니다. 쌍동이가 정 반대의 성격을 지닌 존재라는게 특히 그러합니다. 남자아이 렌은 "절 옆에는 귀신이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성악설 신봉자, 여자아이 란은 "불천인신천인(仏千人神千人)"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성선설 신봉자로 이 둘이 서로를 보완해가며 사건을 해결한다는데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고 만화적입니다. 란이 단 것을 미친듯이 좋아한다는 설정도 과했고요. 다른 주요 캐릭터들 - 사투리를 입에 달고 사는 아버지인 주지스님 신카이와 절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먼 친척으로 잇카이를 가지고 노는 (?) 어린 처녀 고테가와 미즈키 - 은 상당히 괜찮았기에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차라리 쌍둥이없이 잇카이를 탐정역으로 내세워 절과 신도들에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는게 훨씬 나았을 거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추리면에서도 눈여겨 볼 부분은 없습니다. 별점은 1.5점. 널리고 널린 일상계 물 중에서 특별히 주목할 점은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에피소드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1화. 절 옆에는 귀신이 살까?
마을 유지로 자산가인 오가미 집안의 장례식 진행 차 상가를 방문한다. 그런데 오가미 집안 아들 딸 들의 조의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스님이 주관하는 장례식에서 조의금이 도난당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 범인은 접수대를 맡았던 야스에로 그녀가 고인의 가족들 봉투를 다른 것과 바꿔치기 해서 넣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됩니다. 봉투만 바꿔치기해서 가져갈 이유가 없잖아요? 봉투째 가져가는게 당연하죠. 어차피 맨 밑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을테고요, 봉투를 바꿔치기 하는 것 자체가 지문 등의 단서가 남을 수도 있고, 바꿔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극도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평범한 조의금 도둑이 할 범행이 아닙니다. 차라리 조의금 도난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가 강했다는걸 부각했어야 하는데 이야기 상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 이도저도 아닙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이보다는 절을 방문했던 란의 동급생은 사실 새전함을 노리고 있었을거라는 서두의 추리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제2화. 할머니의 매화가지 떡
도연사 일생은 신도인 마쓰다이라 상점댁 13주기 제사를 위해 그 집을 찾는다. 법요가 끝난 후 할머니가 권한 상점의 명물 매화가지 떡을 중학생 손녀 유카리가 집어 던져 버린다. 유카리가 반항(?)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매화가지 떡을 굉장히 좋아했지만 사랑하는 할머니에게 이를 집어 던질 정도로 손녀 유카리가 비뚤어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는 두 번째 이야기 역시 추리를 끌어내기 위한 단서가 너무 부족합니다. 단지 아침에 비닐 봉투 한 가득 청소를 했다는 정도로 무언가 결론을 끌어내기는 어렵죠. 렌의 반에 전학온 다이손의 존재가 추리의 결정적 근거가 된다는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요. 한마디로 여러모로 억지스러웠던 이야기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제3화. 아이를 생각하다
미즈키의 지인 유나가 유산된 아이 '미즈코'를 공양하며 임신을 기원하는데, 사실 그녀는 이미 임신을 하고 있었다. 한달 뒤, 유나의 임신을 알게 된 남편 슈운이치은 도연사로 찾아와 임신 기간 중 자신은 출장 중이었다고 말하며 잇카이와 유나의 관계를 의심한다.

절과 스님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유일한 이야기입니다. 불심이 깊은 시어머니와 틀어진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처님 덕에 임신했다는걸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동기 역시 사뭇 불자스러워서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나 대단한 추리력이 발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나의 고백으로 모든게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제4화. 저 세상의 꿈, 이 세상의 생명
교통사고로 사망한 불쌍한 여인의 경야를 맡게 된 잇카이는 고인이 자신이 전날 꾼 꿈에 등장한 여인이라는걸 알게 된다. 그는 그녀가 쌍둥이의 모친일 것이라 확신하는데...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인의 경야, 법요가 소재로 등장하지만 핵심 내용은 사망한 여인의 아이를 찾는 것입니다.
추리적으로는 모든 이야기 중 가장 볼 만 합니다. 사고를 당한 여성은 열쇠가 없었으니 다이얼 식 열쇠였을 것이다, 어딘가 맡길 형편이 안되니 근처의 빈집일 것이다, 사고 장소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등 모든 추리가 이치에 맞거든요. 아이를 빈 집에 몰래 두고 일하러 갔다는 진상도 쇠락해가는 시골 마을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좋은 아이디어였고요.
문제는 아이의 실종을 잇카이가 꿈을 통해 알게된다는 오컬트적인 전개죠. 망자가 잇카이에게 이를 전달할 이유도 딱히 모르겠고, 절과 스님이 등장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과했습니다. 이어지는 가족간의 사랑 어쩌구 하는 분위기도 영 닭살돋아서 취향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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