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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0

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점

혼진 살인사건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혼진 살인사건"은 이미 예전에 동서 추리문고로 읽었지만, 이번에 시공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중,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된 작품은 중편인 "혼진 살인사건"과 단편인 "왜 도르레 우물은 삐걱거리나", 중단편 길이의 "흑묘정 사건"입니다.

수록작의 전체 평균 별점은 2점. 표제작 외 다른 두 작품이 점수를 좀 깎아먹은 탓입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보다는 예전 동서 추리문고의 "나비부인 살인사건"이 더 좋았습니다. 이쪽은 별점 3점은 충분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에 추가한다면, "혼진 살인사건"은 공동 2위이고 이 책 전체적으로 따지면 7위입니다. 긴다이치 시리즈 팬분들께는 추천드리지만 그냥 추리 애호가분들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다는 점 참고하세요.

수록작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혼진 살인사건"

이 작품은 기념할 만한 긴다이치 시리즈 첫 작품으로 시리즈의 전형적 특징 - 시골 마을 지역 유지 가문에 얽힌 원한 관계와 오싹한 살인사건, 그것을 해결하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밀실 살인사건이 펼쳐지며, 공들인 트릭이 등장하는 본격 추리소설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시리즈 다른 작품들과 같습니다.

그러나 공정함에 있어 큰 문제가 있긴 합니다. 작품 속 공개된 정보만 가지고 트릭을 독자가 풀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한 탓입니다.

그래도 기념비적인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역사적 의미도 확실하며, 지금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전해줍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왜 도르레 우물은 삐걱거리나"

전형적인 긴다이치 시리즈다운 소품. 긴다이치는 아주 잠깐 언급될 뿐 화자는 혼이덴 가문의 병약한 막내딸 쓰루요로, 그녀의 1인칭 시점 서간문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러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추리적으로는 스기 죽음의 진상과 에마를 숨긴 이유를 쓰루요에게 숨긴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은 탓입니다. 게다가 오노 가문의 쇼지가 죄를 뒤집어쓰고 자수했다는 결말부는 어이가 없더군요. 강도, 퍽치기 전과가 있는 인간이 약간의 호의 때문에 살인죄까지 뒤집어써 준다는 게 말이 되나요? 협박을 하면 했지...
편지로 진행되는 전개 역시도 몇몇 단락을 제외하면 그냥 소설이라 해도 될 정도로 편지 특성을 살리지 못했고요.

한마디로 쓰루요의 쓸데없는 오해가 내용의 대부분인 작품으로, 일종의 순간이동 알리바이 트릭은 괜찮았지만 그 외의 내용이 너무나 부실하기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흑묘정 사건"

추리소설가 Y가 긴다이치 코스케와 함께 밀실 살인, 1인 2역, 얼굴 없는 시체라는 전통적 추리소설 트릭에 대한 견해를 나눈 뒤, 얼굴 없는 시체에 관련된 사건을 실제로 긴다이치가 해결하고 알려준다는 내용입니다.

얼굴 없는 시체 트릭은 전형적인 피해자·가해자 바꿔치기 트릭에서 한 발자국 정도 더 나아간, 나름 고심한 트릭이 펼쳐집니다. 특히 장지문과 다다미에 묻은 혈흔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뜬금없이 오노 지요코라는 여인이 등장해서 딱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사라진다던가, 그냥 봐도 수상한 변장과 뒤이은 밀회 쇼를 그냥 성격 문제였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기는 부분은 심하게 거슬렸습니다. 트릭 자체도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았고요. 아유코와 시게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너무 뻔했어요. 그 외에도 닛초가 공범이 되는 동기와 이유가 밝혀지지 않는 것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긴다이치 코스케의 개그스러운 만담과 과거사가 잠깐이나마 펼쳐져 팬으로서는 즐길 거리가 있고, 본격 추리 소설로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다는게 아쉽기만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8/04/22

악마의 공놀이 노래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3점

악마의 공놀이 노래 - 6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긴다이치 코스케는 휴양차 오카야마의 귀수촌에 머물게 된다. 귀수촌은 23년 전 의문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마을로 긴다이치는 당시 사건 담당자 중 한명인 이소카와 경부로 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재 조사까지 의뢰받는다. 마침 마을에서는 23년 전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의 사생아가 영화배우로 성공하여 귀향하여 떠들썩한 분위기인데 갑자기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입니다. 이로써 국내에 출간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는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전부해서 "혼진 살인사건", "팔묘촌", "옥문도", 그리고 이 작품이죠.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긴다이치 시리즈는 아니니까 제외하더라도 말이죠.

일단 이 작품은 혼진 살인사건과 팔묘촌 중간 정도에 걸치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혼진 살인사건과 같은 완전 본격물은 아니지만 팔묘촌 같은 모험물 성격도 아니고, 본격과 어느정도의 드라마가 잘 조화된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이러한 작풍은 "옥문도"와 유사한 성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상기 타 작품들과 비교해서 이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은 긴다이치 시리즈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골 촌 마을의 독특하고 기괴한 가족 관계와 유별난 캐릭터들이 비중있게 등장하지 않는 것이죠. 물론 시골 촌 마을과 촌 마을을 지배하는 가문 (유라 가문 - 니레 가문)이라는 일관된 설정(?)은 유지하고 있고, 또 이 가문과 얽힌 여러 인물의 복잡한 인간관계 역시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부 정상적인 성격과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거든요. 외모적으로 장애를 지니고 있는 캐릭터가 한명 나오기는 하지만 비련의 공주같은 캐릭터로 다른 작품들처럼 호러 분위기를 전해주지는 않죠. 때문에 작품의 분위기도 한결 본격물에 가까우며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을 전해 줍니다.

추리적으로는 총 4건(과거의 살인까지 5건)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사건 자체의 트릭은 빼어난 것은 없지만 범인이 과연 누구인가? 와 진상에 대한 추리적 접근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전개도 좋지만 독자에 대한 공정한 설명, 즉 단서에 대한 접근이 충분히, 합리적으로, 공평하게 제시되는 만큼 추리적인 완성도 역시 상당한 수준이죠.

그러나 마을에 전해지는 "공놀이 노래"를 토대로한 범행은 솔직히 좀 작위적이었습니다. 이 동요 그 자체만으로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가문의 "옥호"를 통해 피해자가 특정된다는 전개는 너무 짜맞춘 티가 나거든요. 이 바닥 전설적인 작품 중 하나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비하면 억지스러움이 너무 커 보일 정도로 말이죠. 또한 "변장" 등의 설정은 사실 그렇게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며 마지막의 범인 체포를 위한 함정 수사 부분은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감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런대로 합리적인 단서에 더하여 사건의 동기 및 진행과정 역시 설득력있게 전개되는 추리물의 미덕을 잘 보여주면서도 긴다이치 시리즈만의 독특함도 놓치지 않는 수작이라 생각되네요. 뭐니뭐니 해도 긴다이치가 연쇄살인의 피해자로 예정된 사건을 한번은 막아낸다는 점이 참으로! 독특한 점이죠. 비련의 주인공들과 어두운 과거사, 아이돌 등 등장인물들만 놓고 본다면 하야미 레이카 - 겐모치 경감 등 올스타 캐릭터가 총 등장하는 만화판 "김전일" 시리즈의 분위기와 가장 유사한 작품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결론은 추천작입니다. 별점은 추리적 요소가 약간 부족한 점 때문에 3점이지만 재미만 따진다면 그 이상의 점수를 줄 수도 있는 작품으로 생각되네요.

2006/08/26

팔묘촌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3점

팔묘촌
요코미조 세이시

팔묘촌은 에이로쿠 9년, 멸망한 가문의 젊은 무사 8명이 삼천냥의 황금을 가지고 숨어 지내다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참살된 전설이 있는 마을. 그러나 황금은 결국 발견되지 않고 여러명에게 저주가 내린 듯 죽음이 닥치자 마을 사람들은 8명의 무사를 공양하고 그들을 마을의 신으로 삼는다.

그로부터 300여년 뒤, 나 데라다 타츠야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양부에게 얹혀 지내다 전쟁 후 양부의 집마저 불타 혼자 살아가고 있는 중 라디오에서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회사 과장에 의해 내가 팔묘촌이라는 마을 최고 갑부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팔묘촌으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 다지미 요조는 일찌기 내가 태어난 직후 어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때문에 발광하여 마을사람 20여명을 살해하고 행방불명된 과거가 있는 인물이었다.

팔묘촌으로 출발하기 직전 처음 만난 외할아버지가 독살당한 것을 시작으로 처음 만난 의붓 형, 그리고 의붓형의 장례식에서 마을 스님마저 독설당하고 이 모든것이 아버지의 업보를 뒤집어 쓴 내가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나의 편인줄 알았던 마을 두번째가는 유지의 며느리인 미야코도 서서히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 마을 사람들의 폭동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비밀 통로를 통해 도망친 후 유일한 힘이 되어 주었던 의붓 누나인 하루요마저 살해당한것을 발견하고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노리코와 함께 정체모를 인물인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모든것을 의지한채 지하 동굴에 숨어 있게 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집요한 추적이 이어지고 노리코와 나는 동굴 깊숙한 곳으로 계속 쫓겨 결국 막다른 곳에 이르게 되는데...


간만에 읽은 추리소설인 것 같네요. 블로그의 정체성에 좀 더 충실해져야 하나.... 하여간 지인이자 은인이신 decca님의 도움으로 전에 TV 드라마로 먼저 보았던 긴다이치 코스케 등장 추리물의 대표작 "팔묘촌"을 드디어 책으로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제일 큰 특징이라면 에도가와 란뽀의 "고도의 마인 (외딴섬 악마)" 처럼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의 수기 형태로 기술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유행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건 주인공 타츠야의 시점으로 모든 전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나 추리는 마지막 추리극 형태의 설명 부분을 제외하고는 크게 보여지지가 않으며 외려 타츠야에게 닥치는 공포스러운 사건들과 상황들을 변격물 형태로 잘 포장하여 보여주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도의 마인" 처럼 트릭도 많고 추리적인 장치도 잘 짜여진 편이지만 아무래도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변격물의 성격을 띈 모험소설로 보입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 본다면 이야기의 큰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과 보물찾기 중에서 연쇄살인 쪽은 꽤 잘 짜여진 트릭을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8명의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미신에서 비롯된 무차별 살인을 보여주는 설정이 꽤 그럴싸하거든요. 가장된 동기 아래에서 벌어지는 무차별 살인 와중에 꼭 죽여야 하는 인물을 죽여야 하는 전개는 크리스티 여사님의 "ABC 살인사건"과도 굉장히 흡사하고요. 그러나 범행 자체가 완전범죄에 가까웠다는 점은 좋았지만 범인이 최초에 대신 죄를 뒤집어 쓸 희생양을 잘못 골랐다는 것 때문에 사건의 결정적 해결이 범인의 자백에 의존한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희생양이 버젓이 살아있던 중반까지는 참 좋았는데 말이죠... 뭐 이러한 점은 완전범죄 트릭물의 가장 큰 맹점이기도 하고 다른 고전 정통 트릭물에서도 많이 눈에 뜨이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탐정역인 긴다이치의 활약이 굉장히 적어서 최소한의 추리쇼는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이런 문제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마지막의 해결 장면, 그리고 긴다이치 코스케의 캐릭터가 많이 약해져버리더군요. 막판에 긴다이치가 사건이 다 끝난 다음에, 범인도 결정적 단서가 남겨져 있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범인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하며 마무리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허무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물찾기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뭔가 근사한 트릭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결국은 치밀한 탐색과 우연에 의한 발견이라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앞부분에 미완성된 지도와 수수께끼같은 싯구, 지명 등 괜찮은 암호트릭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니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숨겨진 보물은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은 사족에 가까운 내용인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무려 60여년전에 발표되었다는 시대를 뛰어넘는, 최소한 드라마 보다는 훨씬 재미있는 소설이여서 무척이나 재미있고 만족스러웠던 독서였습니다. 위의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하더라도 이야기의 진행과 소설적 구성이 참으로 완벽해서 흡입력도 굉장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저는 손에 잡고 거의 2~3시간만에 다 읽어버렸을 정도였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니 무려 세번의 영화, 여섯번의 드라마 (띠지에서 인용)로 영상화 되긴 했지만 이 소설을 영상화하는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아무래도 긴다이치의 비중이 너무나 작기 때문인것 같네요.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너무나 미미해서 탐정 캐릭터물의 팬이라면 2%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김전일의 팬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원전격의 내용으로 김전일 시리즈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건 말이죠) 그 외에도 많은 곳에서 패러디된 회중전등을 머리띠와 가슴에 둘러맨 싸이코 연쇄살인마의 원전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국내에 이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옥문도"와 "팔묘촌", 그리고 동서에서 나온 "혼징 살인사건"까지 세권이 정식 출간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출간되길 희망합니다.

2025/06/08

미로장의 참극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긴다이치 고스케는 사업가 시노자키 신고의 초대로 후지산 앞에 위치한 저택 ‘명랑장(미로장)’을 방문했다. 이 저택은 본래 구 백작 후루다테 다쓴도의 소유였으나, 시노자키가 이를 구입해 수리한 후 호텔로 개장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과거 20년 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도주했던 외팔이 남자 오가타 시즈마가 이 명랑장 주변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자, 시노자키는 긴다이치에게 조사를 의뢰하고자 그를 초대한 것이었다. 마침 호텔 개업을 앞두고 후루다테 가문과 관련된 인물들—후루다테 다쓴도, 그의 외삼촌 덴보, 아내 가나코의 여동생 야나기마치 요시에—도 모두 명랑장에 모였다. 시노자키 자신도 후루다테 가문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는 다쓴도의 아내였던 시즈코와 불륜 관계를 맺다가 결국 결혼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후루다테 다쓴도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경찰이 출동해 수사를 개시했지만, 뚜렷한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다가 다음 날에는 덴보마저 살해당했고, 하녀 다마코는 실종되었음이 밝혀졌다. 덴보가 죽은 방은 비밀 통로가 전혀 없는 완벽한 밀실로 확인되며,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졌다.

긴다이치와 경찰은 명랑장의 구조를 조사하던 중, 비밀 통로와 연결된 지하 동굴에서 다마코의 참혹한 시신을 발견했고, 바로 그 직후에 시노자키의 전처 소생 딸 유코가 중상을 입은 채 비밀 통로 출구 근처에서 구조되었다. 그녀는 기절하기 직전 “아빠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날 밤, 긴다이치는 다하라 경부보와 이가와 형사 앞에서 덴보의 방을 밀실로 만든 방법을 직접 시연했고, 지하 동굴 속 오가타 시즈마의 묘소로 경찰을 안내했다. 그리고 명랑장에 나타난 외팔이의 정체는 마부 조지였다는걸 밝혔다. 조지는 명랑장의 관리인 이토메와 함께, 다쓴도를 괴롭히기 위해 외팔이 행세를 했던 것이었다. 긴다이치는 이후 연이어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냈다. 진상은 다음과 같았다.

시즈코는 관계를 이어가던 다쓴도와 함께 남편 시노자키를 살해하려고 했다. 목적은 유산이었다. 다쓴도는 외팔이로 변장해서 시노차키를 살해할 계획이었는데, 범행 예행 연습을 요시에에게 우연히 목격당했다. 둘은 격투를 벌였는데, 외팔이로 변장한 탓에 다쓴도는 요시에에게 살해당했다. 그리고 요시에는 현장을 급히 떠나 알리바이를 만든 뒤, 나중에 도르레를 이용하여 마차 위로 사체를 옮겼다. 그래서 복잡한 형태의 현장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덴보는 다쓴도와 시즈코의 불륜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을 가지고 시즈코를 협박했는데, 시즈코는 이를 빼앗기 위해 덴보를 살해했다. 그 현장을 마침 목격한 다마코 역시 시즈코에 의해 희생당했다는게 진상이었다.

마지막에, 외팔이로 위장해 남편 시노자키를 제거하려던 시즈코의 계획은 요시에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리고 둘은 함께 무너지는 비밀 통로에 휘말려 목숨을 잃고 말았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1975년에 발표한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의 중후반부 작품입니다.‘명랑장(미로장)’이라는 기묘한 저택을 무대로 복잡한 가족사와 잇따른 살인 사건을 그려낸 본격 추리소설이지요.

장점이라면 사건들이 흥미롭고 풍성하다는 점입니다. 명랑장이라는 독특한 공간에 연쇄 살인이 어우러지는 구성은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특히 덴보가 살해된 밀실 트릭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작품 속에 흩어진 단서들이 수수께끼 해결에 필요한 정보로 작용하는 점 역시 공정한 추리의 전형이라 할 수 있고요. 예를 들어, 작품 속 핵심 수수께끼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죽은 다쓴도는 왜 외팔이인척 했는가?
  2. 범인은 다쓴도를 왜 번거롭게(둔기로 타격한 뒤 교살하여 마차 위에 올려놓는 식으로) 살해했는가?
  3. 덴보를 살해하고 밀실을 어떻게 만들었나?

여기서 1번 수수께끼의 답은, 다쓴도가 외팔이인척 다른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군가 다쓴도가 외팔이로 보이게끔 조작하지 않았다는건, 그의 복장과 가져온 짐으로 증명되었고요. 2번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역시 도르래와 모래 주머니, 그리고 범인 요시에의 조금 어긋나있는 알리바이 증언으로 증명됩니다.
3번 트릭을 풀어내기 위한 단서로는 이전에는 다른 곳에 놓여 있던 칠기 접시의 존재, 그리고 시즈코의 프랑스 자수가 지속적으로 언급됩니다. 범인은 접시에 바늘을 꽂은 뒤, 실을 회전창 너머로 넘기고 이 실에 열쇠를 매달아 접시 위로 내려보냈던 겁니다. 바늘은 밖에서 잡아당겨서 회수했고요.

그 외의 수수께끼들에 대한 추리 모두가 논리적으로 제시됩니다. 명랑장에 나타났던 외팔이의 정체가 조지였다는 추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토메가 조지를 외팔이로 변장시켰던건데, 선대 주인 가즌도가 죽은 이유가 다쓴도의 비열한 소문 때문이었으니 이토메가 원한을 품은건 당연합니다. 

긴다이치와 경찰이 탐험해 나가는 명랑장의 미로에 대한 묘사는 모험물을 보는 듯한 느낌도 전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약간 "팔묘촌" 느낌도 나더군요.

그러나 좋은 본격 추리 소설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주요 범행이 일어난 이유가 우연이라서 범행에서 정교함을 느끼기 어려운 탓입니다. 다쓴도가 살해된 것은 요시에에게 살인 모의 장면이 들켰기 때문이었고, 다마코 역시 시즈코가 덴보를 살해한 직후 우연히 방을 찾은 바람에 희생당했으니까요. 이런 전개는 극적이긴 하나, 치밀한 계획 범죄의 인상은 줄 수 없었습니다. 

범행 동기의 설득력도 낮습니다. 시즈코가 신고와 결혼한 뒤에도 다쓴도와 관계를 이어갔다는 핵심 동기에 대한 단서가 전혀 제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쓴도는 돈도, 외모도 특별히 뛰어난 인물로 묘사되지도 않고요. 재산, 외모 모두 시노자키가 압도적인데 시즈코는 왜 다쓴도와 관계를 이어나가며 남편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걸까요?
이런 동기 부분의 설득력이 약한건 비슷한 설정인 - 위장 결혼 후 재산을 노리고 배우자를 살해하는 - 걸작 "나일 강의 죽음"도 그렇다 치죠. 하지만 다쓴도가 살해당한 뒤, 범행을 이어나간 시즈코의 동기는 아예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우선, 협박자인 덴보를 구태여 살해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불륜의 대상자인 다쓴도가 이미 죽은 상황에서는, 시노자키에게 고백하고 불륜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게 빠른 방법이었으니까요. 어차피 시노자키도 원죄 - 시즈코와 강제로 결혼한 - 가 있으니 괜찮았을거에요. 설령 협박에 대한 앙심을 품고 살인을 저질렀다 치더라도, 덴보의 방을 밀실로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알리바이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시간만 걸리는 무의미한 행동이었으니까요. 이건 독자를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단순한 장치 이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시즈코가 신고를 살해하려 했던 계획은, 외팔이 범인의 존재를 조작해 빠져나가려는 원래의 설정과 연결되지만 이 역시 억지스럽습니다. 명랑장에는 명탐정 긴다이치와 경찰들이 상주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이 범행이 성공할 가능성은 애초에 희박했습니다. 게다가 원래의 외팔이가 누구인지 시즈코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누군지 모르는 진짜가 있는데, 그 진짜를 위장해서 경찰이 우글거리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다? 시즈코의 범행 시도는 설득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다쓴도와 시즈코의 관계를 알아챈 시노자키가 1,000만엔을 주고 관계를 끊고자 했다는 핵심 동기가 맨 마지막 에필로그에나 등장한건 반칙같이 느껴지네요.

후더닛 물로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명랑장에 모인 사람 중 비중이 있는건 주인인 시노자키와 시즈코 부부, 다쓴도, 덴보, 요시에와 시노자키의 딸 요코, 비서 오쿠무라, 종업원 이토메, 조지 정도가 전부입니다. 살해당한 사람을 빼고,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는 요코와 오쿠무라, 동기가 없을 조지를 빼면 시노자키와 시즈코, 이토메만 남습니다. 시노자키가 시즈코와 다쓴도의 불륜을 알고 살해하려고 했다는건 있을 수 없고 - 본인도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까 - , 설령 그랬다쳐도 덴보를 살해할 이유는 없으니 시노자키는 범인일리 없습니다. 이토메가 범인이라면, 그녀 역시 덴보는 죽일 이유도 없지만 지난 수십년간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구태여 지금 범행을 벌일리 없고요. 그러니 유력한 범인은 시즈코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침 알리바이도 없으니까요. 

아울러 요코미조 세이시 특유의 기괴하고 뒤틀린 가족 관계도 뻔하고 식상했습니다. 명랑장이라는 무대 설정 역시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어서 현실감이 떨어졌고요. 그리고 이토메와 조지가 현재 주인인 시노자키에게 품고 있는 과다한 충정의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본격 추리 소설의 구조는 갖추고 있지만 주요 동기와 설정의 설득력 부족, 과도한 우연의 연속, 뻔한 인물 구성 등이 완성도를 낮춥니다. 구태여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09/12/29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점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1947년, 10명을 독살하고 보석을 강탈한 전대미문의 천은당(天銀堂)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츠바키 자작은 알리바이를 대고 간신히 혐의를 벗지만 곧바로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맨다. 이후 긴다이치에게 츠바키 자작의 딸 미네코가 찾아와 석연치 않은 아버지의 죽음과 갑자기 등장한 아버지의 유령()을 조사해 줄 것을 부탁하고, 조사를 수락한 긴다이치 앞에 몰락한 귀족이자 츠바키 자작의 장인인 다마무시 백작가를 노리는 연쇄살인이 펼쳐진다...

아주 예전에 읽었던 "혼진 살인사건" 이후 옥문도 - 팔묘촌 - 악마의 공놀이 노래 - 이누가미 일족 - 에 이어 꾸준히 읽고 있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입니다. 이로서 6작품째네요.

이 작품이 특이한 점이라면 도쿄의 번화가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이외의 기본 설정은 다른 작품들과 거의 비슷합니다. 즉 "부유한 명문가이지만 실상 내용을 알고보면 콩가루 집안"을 무대로 "연쇄살인"이 벌어진다는 것이죠. 뭔가 괴기스러운 분위기로 끌고나가는 것도 여전한데 이 작품에서는 제목 그대로 "사건 현장마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묘사가 등장하는 식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시리즈를 제외하고라도 여러 콘텐츠를 통해 하늘의 별만큼 접해본 너무나도 뻔한 설정이며 캐릭터들 역시 진부하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이야기죠. 그래도 이야기를 굉장히 빠른 템포로 전개하고 있으며 사건도 상당히 많이 시체가 전부 6구가 등장할 정도로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일단 "긴다이치" 시리즈이기에 당연히 기대해 봄직한 추리적요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첫번째 다마무시 백작 살인사건 트릭은 괜찮은 편이지만 사건자체가 우발적이었으며 핵심 트릭인 밀실 트릭이 여러가지 우연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첫번째 사건 이외의 두번째, 세번째 사건은 아쉽게도 정교한 트릭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분위기"만 한껏 끌어낸 사건이기에 언급할 필요도 없겠죠. 용의자가 너무 뻔하다는 것과 "악마의 문장"으로 대표되는 몇가지 지나친 작위적 설정 역시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트립니다.
그나마 첫번째 사건에서의 동상을 이용한 트릭 하나만큼은 신선했고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설정을 드러내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에 대한 합리적인 연출과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한 복선만큼은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많이 부족했어요.

또한 이 작품은 추리적 요소보다는 사실 사건의 동기가 되는 관계, 즉 "근친상간"에 대한 놀라운 진상이 핵심인데 이 진상을 끌고나가기 위한 설득력이 너무나도 많이 떨어집니다. 기본적인 인간관계가 너무 비정상적일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의 우연이 도가 넘을 정도라 도저히 현실세계에 있음직한 이야기로 보이지 않거든요. 너무 충격과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은데 그나마도 발표 당시인 50년대 초반에 읽었더라면 충격적이기라도 했겠지만, 21세기에 읽자니 비슷한 류의 다른 작품이 이미 너무 많이 나온 탓에 별다른 새로움을 느끼기는 힘들었습니다. 저만해도 처음 "차이나타운"을 보았을때의 충격은 받지 못했으니까요.

그 외에도 전후 일본에 충격을 안겨준 "데이코쿠 은행 사건" 을 이야기의 곁가지로 쓴 것도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고 츠바키 자작이 자살한 동기도 석연치 않은 등 읽고나니 단점만 눈에 들어오네요. 제가 긴다이치 시리즈의 팬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확실히 시대에 뒤쳐진 거장의 평작 이하의 작품이라 생각되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여태까지 읽은 긴다이치 시리즈 중에서는 최악이네요. 다음 작품 "밤산책"이나 기대해 봐야 겠습니다.

2014/04/09

백일홍 나무아래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점

백일홍 나무 아래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후기작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초기작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트릭 위주의 정통파 추리소설에 가까운 작품들이라 괜찮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쟁 직후 일본의 모습을 상세하게 그려낸 점, 긴다이치의 첫 탐정 사무소의 위치 등 세밀한 설정과 묘사도 돋보였고요. 또한 "살인귀"와 "백일홍 나무 아래"는 에도가와 란포의 향취가 느껴지는 변격물적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시대적 분위기와 함께 란포의 여전한 영향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낡은 점이 분명하고,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헛점도 많습니다. 전체 별점은 2점 입니다. 다른 단편집인 "혼진 살인사건"처럼 작가의 최고작과 비교하면 조금 뒤처집니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팬이라면 읽어볼 만하지만,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수록작별 상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살인귀"

우리 이웃 중 한 명은 살인귀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추리소설가 야시로 류스케가 우연히 만난 미녀와 의족, 의안의 사나이와 얽혀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지요.

장점은 꽤 그럴듯한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피해자인 가가와가 사실은 가해자였다는 반전도 괜찮고요. 복선과 우메코의 자살이라는 의외의 상황도 설득력 있게 제시됩니다. 시대적 배경을 활용한 동기도 마음에 드네요.

그러나 사건 자체가 운과 우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긴다이치 코스케가 모든 것을 알아낸 뒤 가나코를 방치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점, 야시로와 가나코의 동반자살이라는 불필요한 사족은 아쉬웠기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야시로 류스케라는 이름에서 사카구치 안고의 "불연속 살인사건'"이 떠올랐습니다.

"흑난초 아가씨"

도벽이 있는 부유한 집 아가씨가 훔친 물건과 전쟁 당시 군수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자살용 청산가리를 지급했던 시사적 소재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과격한 연쇄살인 전개가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핵심 설정에서도 헛점이 많이 보입니다. 특히 범인이 매장 주임 교체를 간과한 점이나, 급작스럽게 살인을 저지른 점은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긴다이치 탐정 사무소가 처음 등장하는 묘사는 좋았으나 전체적으로 간결함이 아쉬웠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향수 동반 자살"

화장품 회사 총수의 의뢰로 카루이자와에서 총수 손자의 동반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긴다이치 코스케와 도도로키 경부의 이야기입니다.

카루이자와의 풍광을 살짝 보여주는 여정 미스터리 느낌과 도도로키 경부의 등장 등은 팬으로서 반가운 점이었지만, 사건 전개는 순전히 운과 우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죽은 줄 알았던 유리코가 살아났다는 설정은 코미디에 가까웠어요. 평균 이하의 작품으로, 별점은 1.5점입니다.

"백일홍 나무 아래"

옛 전우의 부탁으로 과거의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입니다.

전우의 증언만으로 진상에 도달하는 점은 안락의자 탐정물 같지만, 범인이 죽음을 각오했다는 핵심 트릭은 쉽게 눈치챌 수 있어서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습니다. 이 탓에 평작 수준에 머무릅니다. "겐지 모노가타리"를 연상시키는 변격물적 설정과 전쟁 직후 도쿄의 묘사는 볼거리였지만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06/01/03

토요 와이드 극장 - 긴다이치 코스케 VS 아케치 코고로

경찰 차관이 밀실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며 이어 그와 유착관계에 있던 악덕 상인, 그리고 경찰 차관의 내연녀 등이 차례로 살해된다. 경찰 차관 사건의 의뢰를 받은 아케치 코고로와 우연찮게 사건에 끼어들게 된 긴다이치 코스케가 서로 힘을 합쳐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게 되는데...!

아케치 코고로와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두 일본 명탐정의 합동 추리 수사극이라는 설정부터 재미나지만 거기에 캐릭터성을 유지시키면서 무대를 현재로 옮겨 더욱 더 흥미를 유발한 작품.
아케치 코고로는 심리학 전문가인 조교수로, 긴다이치 코스케는 사립탐정으로 등장하는데 캐릭터성은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편이라 의외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약간 재수없는 부유한 천재 아케치와 후줄근하고 별볼일없는 외관의 킨다이치라는 설정은 똑같거든요. (제가 아는 아케치 코고로는 첫 등장에서는 상당히 후줄근한 모습이었는데 "소년탐정단" 등을 거치며 어느새 댄디한 신사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결 장면에서도 김전일과 유사한 것이, 아케치의 추리는 결국 빗나가고 긴다이치가 사건의 진상에 접근한다는 구성이 정말 똑같습니다. 에도가와 란포가 본다면 기가 막히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배우들이 상당히 어울리는 편이고 세세한 부분도 나름대로 신경쓴 디테일은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설정에 비해 추리적인 구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제가 [명탐정 추리대결! 불꽃의 불가능 밀실 살인 트릭] 이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트릭은 등장하지도 않고 추리 대결은 벌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등장하는 트릭 비스무레 한 것은 다이잉 메시지 하나 정도 밖에 없고 그 이외에는 그냥 몸으로 때우는 활약뿐이거든요.
게다가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허무해서 황당할 지경입니다. 예상가능한 범위안에 있는 악역 캐릭터의 설정도 마음에 들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속편을 의식한 듯한 결말도 불만스럽네요. 악역과 스쳐지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완전히 "모든 것이 F가 된다" 입니다.

이런 드라마는 기획과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할텐데 이렇게 막 나갈 바에야 원작을 아예 현대로 각색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각본이 형편없어서 아쉽네요. 두 탐정의 팬이라면 현대에 부활시킨 모습이 꽤 어울리는 편이라 한번 봄직도 하지만 그 외의 추리 매니아라면 신경 꺼도 될만한 수준의 작품이었습니다. 제목과 설정이 아깝군요.

PS : 나가세 토모야의 긴다이치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편이라 정말 놀랐습니다.

2016/04/11

가면무도회 1,2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3점

가면무도회 1 - 6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가면무도회 2 - 6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배우 지요코는 네 번 결혼, 네 번 이혼이라는 화려한 남성편력으로 유명했다. 그녀의 다섯 번째 연인인 다다히로는 재계의 거물이자 공작가의 후손으로,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지요코의 첫 번째, 두 번째 남편의 죽음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첫 번째 남편의 1주기가 마련된 휴양지에서 태풍이 휘몰아치던 밤, 근처에 있던 지요코의 세 번째 남편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네 번째 남편마저 모습을 감추었다. 아스카 다다히로의 요청으로 사건에 뛰어든 긴다이치 코스케는 현지 경찰 히비노 경부보 등과 함께 사건을 수사해 나가면서 충격적인 진상을 알게 되는데... 

1974년에 발표된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대장편으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가 인생 끝자락에 위치하는 작품입니다. 저보다 나이 어린 작품은 처음이네요. 사실 요코미조 세이시의 후기작은 대부분 별로였고, 1, 2권 합쳐 700페이지가 넘는 대장편이라 그리 땡기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전작을 거의 다 읽었기에 숙제하는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생각보다는 아주 괜찮았습니다. 장점이 명확했던 덕분입니다. 첫 번째 장점은 700여 페이지를 넘는 분량이지만 쉽게 읽힐 정도로 재미있다는 겁니다. 도입부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오도리 지요코의 전남편들이 연쇄적으로 죽어나가면서부터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조금 지루할 만하면 사건이 터지는 전형적인 연속극 구조인데, 고전적이지만 거장답게 적절히 잘 전개하고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이자 최고의 장점은 놀라운 진상, 그중에서도 "후에노코지 야스히사가 사망 전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는데 그녀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정말 엄지 척이에요. 충격과 놀라움의 정도로 비교하자면 "소름"에 버금간다 생각될 정도였어요. 또 이 진상이 지요코의 돈을 긁어내기 위한, 애정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후에노코지 아쓰코의 음모였다는 것에서 전전 구세대 집권층에 대한 작가의 날선 비난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장점은 가루이자와라는 무대와 재벌 가문들이 얽혀 있는 뻔한 설정을 묘하게 현대적으로 선보인다는 점입니다. 놀랍게도 막장 설정이 아니에요. 결혼과 이혼 좀 자주하면 어떻습니까?(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모델로 한 듯싶은데 작품 발표 시점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이혼 경력은 2번밖에 없으니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물론 억지스러운 기괴한 묘사에서는(미사의 변모에 대한 것 등) 특유의 고전 변격물 성향도 엿보이지만, 그래도 거장이 자신의 스타일을 변주하여 어떻게든 현대 추리소설의 흐름에 동참하려 한 노력은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과거 프랑스에서 장 뤽 고다르 등이 주체가 되어 "누벨바그"라는 새로운 영화 흐름을 이끌 때 과거의 거장 르네 클레망이 "그럼 내가 진짜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지!"라면서 "태양은 가득히"를 발표했다는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대적인 분위기에 더해 경찰 수사가 중요하게 등장한다는 점에서 당시 일본을 주름잡았던 사회파의 영향력이 살짝 엿보이고요. 여러모로 현대 트렌드에 많이 맞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없지는 않습니다. 추리적으로는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한 탓입니다. 마키 교고의 시체가 기묘한 성냥개비 퍼즐(색맹의 유전 법칙)과 함께 발견되는 부분은 전통적인 고전 본격 추리물의 향취가 느껴지기는 했고, 쓰무라 신지가 마키 교고의 시체를 유기한 후 지쳐서 집에 있는 위스키를 마셨는데 그 안에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다는 식의 전개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많이 부족해요.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요.

단순하게 생각해도 첫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남편 후에노코지 야스히사 사건의 경우, 그가 죽기 전 전화를 통해 말한 것이 핵심 동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즉, 그가 오도리 지요코를 협박할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사실을 오도리 지요코 스스로가 경찰에 직접 말한 시점에서 그녀는 이 비밀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그녀는 모르는 그녀의 비밀이라면 결국 딸 미사에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에게 도전하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아무도 모를 전화 통화 이야기를 직접 꺼냈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녀가 몰랐던 미사의 비밀은 혈액형에 대한 것, 그리고 가즈히코에 의해 색맹이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폭로됩니다. 이쯤 되면 과연 지요코가 불륜을 저질러 낳은 딸이고, 딸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진범인지에 대한 선택지만 남게 됩니다. 이 정도면, 그리고 명탐정 긴다이치라면 미사가 모습을 감추기 전에 그녀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텐데 너무 질질 끈 느낌이에요. 긴다이치는 2권 초반에 이미 색맹에 대한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미사에 대해 너무 일찍 밝혀버리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렸던 놀라운 진상의 충격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예요. "소름"의 경우 마지막 페이지에서 진상을 밝힘으로써 충격을 극대화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맛이 많이 부족하네요.

진범이 밝혀지는건 모두 오도리 지요코의 두 번째 남편인 아쿠쓰 겐조의 전처 후지무라 나쓰에의 목격 증언 덕이었다는 점도 제대로 된 추리물이라고 보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녀가 경찰에 가서 증언하지 않은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요.

또 등장인물도 최근 읽은 작품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많다는 것 역시 단점입니다. 몰입해서 읽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어요. 전남편만 해도 4명에다가, 현재 교제하고 있는 건 재계의 거물인 아스카 다다히로, 지요코의 딸 후에노코지 미사와 할머니 후에노코지 아쓰코, 아스카 다다히로의 딸 히로코와 사위 데쓰오, 그가 총애하는 젊은이 무라카미 가즈히코와 고고학자 마토바 히데아키…. 이렇게나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이유는 보통이라면 유력한 용의자를 헛갈리게 하기 위함이겠지만, 너무 많아서 혼란만 가중되고 등장 인물 중 용의선상에 올릴 만한 인물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성공한 전략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아스카 다다히로를 노리거나 오도리 지요코를 노렸다면야 명확한 동기가 있는 인물이 드러났을 텐데, 오도리 지요코의 ‘전남편’들이 범행 대상이라면 동기가 없다시피 하니까요. 그나마 아스카 다다히로가 전남편들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정도만 동기 비스무레하지만, 설득력은 크게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분량 늘리기 목적으로 보이네요.

마지막으로 설득력 없고 개연성 없는 전개도 옥에 티입니다. 대표적인 것은 왜 다시로 신키치가 아스카 다다히로를 저격했는지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점입니다. 미사가 야스히사를 죽인 이유와,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셈이었을지도 묘사되지 않고요. 진상과 반전은 놀랍지만 이를 포장하는 전개와 묘사, 설득력 모두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 기대보다는 훨씬 좋은 작품입니다. 기대치가 낮았던 것은 분명하지만, 거장이 말년에 힘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추천할 만하지만, 읽으시기 전 긴다이치의 명추리가 거의 없다는 것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2008/10/10

이누가미 일족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5점

이누가미 일족 - 6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신슈지방의 재벌 이누가미 가문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의 요청으로 나스에 방문한다. 이유는 이누가미 가문의 당주인 사헤옹의 죽음과 더불어 발표될 유언장에 관련된 의문의 사건 조사 때문. 그러나 도착한 날 긴다이치를 만나기로 한 직원 와카바야시가 살해되고, 유언장이 발표되어 사헤옹 은인의 손녀인 절세미녀 다마요가 이누가미 가문의 재산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중심인물로 밝혀진다. 이후 이누가미 가문의 가보인 요키(도끼), 고토(거문고), 기쿠(국화)를 의미하는 연쇄 살인 사건이 이누가미 가문에서 일어나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결국 범인을 밝혀내게 된다.


견신 (이누가미) 가문의 연쇄살인사건을 그리고 있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정통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당연히 탐정은 긴다이치 코스케고요. 제가 알고 있기로는 대표작은 아닌데 외려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특이한 케이스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대표작으로 쳐주는 작품은 보통 “옥문도”와 “혼진 살인사건” 으로 알고 있습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라 할 수 있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능력 덕분에 작품의 흡입력은 상당한 편이며, 기괴하고 엽기적인 살인 방법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엽기적이고 기괴한 묘사의 달인다운 솜씨도 잘 발휘되어 있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할 지도 모르는 바로 그 시체(?)가 등장하기도 하는 만큼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전해 주는 덕분입니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에서 차용한 캐릭터 설정은 제법이었어요. 

하지만 대표작으로 꼽히지 않는 이유 역시 쉽게 이해가 되더군요. 일단 참신하다거나 신선하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습니다. 그간 읽어왔던 작품 대부분에 등장하는, 전형적 요코미조 설정인 '시골 마을을 지배하는 대부호 가문의 비뚤어진 인간 관계'가 전면에 드러난다는 점, 그리고 사건의 동기가 가문의 재산 때문이라는 점에서 똑같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마을이나 가문에 전해지는 전설(?) 을 토대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이라는 것 역시 다를 바 없었습니다. 독특했던 것은 나름의 복잡한 “유언장” 이라는 존재 뿐이니까요.

추리적으로도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사건이 너무나 “우연” 이 겹쳐서 미궁에 빠져드는 이야기인지라 추리의 영역을 한참 벗어나는 것도 문제고, “가면”을 이용한 트릭도 그다지 정교하게 쓰이지 못했으며, 핵심인물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행동도 그다지 설득력이 높지 않다는 것도 감점 요인입니다.
결국 죽을 사람이 다 죽고 수수께끼의 인물이 정체를 드러낸 이후에 범행이 밝혀지는 결말 역시, 그 시점에서는 이미 용의자가 한명밖에 남지 않았기에 그다지 정교하게 느껴지지 않았고요.
그 외에도 정체를 숨긴 인물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던가, 동기는 그럴듯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비인간적이고 비합리적인 심리에서 유발된 범행이라는 것 등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즉 이 작품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비정상적인 싸이코가 우연이 겹친 덕분에 운좋게 범행을 성공하지만 용의자가 다 죽어버리는 바람에 정체가 들통나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이건 뭐 추리고 뭐고 없는 상황이죠. 작가 스스로 작품에서 "무서운 우연" 어쩌구 하며 합리화 시키려고 하는데 이건 반칙이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고전 정통 추리물에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등 끌리는 요소는 많았지만 읽고나니 거장의 범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와 흡입력은 거장 답지만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많이 미흡하여 즐길거리가 많지는 않았으니까요.

제가 요새 심신이 피곤해 좀 날카로운 탓도 있겠지만 “옥문도” 등의 대표작에 비하면 약간은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임에 분명하므로 별점은 2점 반 주겠습니다.

2006/07/15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 (전 18권) - 키타자키 타쿠 : 별점 2점

스피드 걸이라는 만화로 조금 알려진 키타자키 타쿠의 정통(?) 추리 만화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추리만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자면, 추리 만화는 그동안 많이 있었고, 특히 추리강국 일본에서야 데즈카 오사무가 초기부터 쟝르물을 시도했을 정도로 그 저변이 깊고 넓습니다. 하지만 요새와 같이 하나의 "쟝르"로서 정의되고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온건 아무래도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 (소년탐정 김전일)" 대박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어요. 이후에 나온 이른바 "시리즈" 작품만 해도 한두개가 아니며 그 중에서도 "긴다이치 하지메" 처럼 누구누구의 후손이 활약한다는 이야기만 해도 제가 본 것만 두, 세개는 넘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시리즈는 유행에 편승했을 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캐릭터나 추리적인 분위기만 유사하게 잡았을 뿐, 추리물의 기본 - 잘 짜여진 단서들, 정교한 트릭 등 - 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긴다이치 소년이 추리만화 쟝르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다른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이 인기에 있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쟝르가 활성화 되는데 공헌한 건 "명탐정 코난"입니다. 조금 낮은 연령 취향의 설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정교한 트릭을 선보이며 정통 추리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며 긴다이치 소년과 추리만화의 양대산맥을 이루었지요. 긴다이치와 코난의 성공과 "학원 추리물"이라는 쟝르물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으로 이후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정해진 공식을 잘 따라 추리와 트릭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쟝르로 인정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의 작품들로 준척급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작품은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나 "탐정학원 Q", "Q.E.D" 등이 있겠네요.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지금 소개할 이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도 이러한 "추리물"과 "시리즈물"이라는 정해진 공식에 충실합니다. 그 중에서도, 시리즈를 끌고가는 탐정 캐릭터의 독특함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3인조 아이돌 그룹 "TriColore"의 멤버인 시라세 아키라거든요. 여자라는 점과 아이돌이라는 신분이 타 추리물 탐정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죠. 

주인공의 라이벌로 "괴도 리스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 역시 공식에 충실한데 김전일의 괴도신사나 코난의 괴도 키드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거기에 시리즈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작품 전체를 꽤뚫는 악역인 - 김전일의 요이치나 코난의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에 대응하는 - 연쇄살인마 "산타클로스"의 존재마저도 공식대로입니다. 

또한 옴니버스 시리즈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TriColore"가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큰 기둥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서 단편물로서만이 아니라 긴 호흡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며, 그 외에도 고교생인 아키라의 학교 생활이나 청춘물 같은 사랑 이야기, 협력자 격인 경찰, 여러 다양한 친구들 등 친숙한 설정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고 다 좋은 추리만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러한 공식보다는 추리, 그리고 트릭이 추리만화라는 쟝르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이 만화는 유감스럽게도! 정통 추리물에 걸맞는 멋진 추리적 요소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동기나 배경 설명 등은 꽤 그럴싸하지만 본격적인 추리 부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맥이 빠질 정도로 어이가 없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과학적 트릭, 공간이동 트릭, 밀실 살인 트릭 등 거의 모든 추리적 트릭이 등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트릭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간단한 사건들의 소박한 트릭이 더욱 와 닿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작가가 굉장한 트릭을 구상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장면이 눈에 선하긴 한데 원체 트릭들이 한심한지라....

또 트릭이 별볼일 없는 데 비해 이야기가 너무 장황한 것은 작가 스스로도 그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겠지만 외려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시라세 아키라의 아버지가 고고학자라는 설정, 다른 멤버인 리나, 카나코의 가족 이야기들은 군더더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시라세 아키라가 학교에서는 정체(?)를 숨기고 히유가 아키라라는 본명으로 안경하나 끼고 다니면서 정체를 숨긴다는 슈퍼맨같은 변장 설정 역시 사족에 불과하고요. 그 외에도 후반부로 가면 그림쪽은 확실히 좋아지긴 하지만 전작에 비해 뭔가 무뎌진 듯한 뎃셍 등 그림에서의 문제도 눈에 많이 띄는 것, 노출이나 므흣(?)한 장면들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추리할 때에는 찬물을 머리에 끼얹고 추리하는 아이돌 시라세 아키라라는 존재만으로도 인기 시리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긴 했습니다. 추리물을 제외한 부분은 여러 인물들의 애정 관계나 인물 설정, 그리고 아이돌에 관한 여러 디테일 등으로 비록 뻔하지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주요 멤버인 카나코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는 것으로 하여 그룹의 멤버 체인지를 한다던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이 바뀐다던가 하는 디테일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러한 재미때문에 18여권에 이르는 꽤 긴 시리즈로 연재된 것 같지만 위에서 설명한 추리만화로서 가지고 있는 결정적 약점, 즉 트릭이 후지다!는 것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인기가 없는 것을 떠나 다른 어디서도 관련 글을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마이너 만화이지만 추리 매니아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얼마전 완결편까지 전권 구입에 성공한 기념으로 리뷰를 남깁니다. 차라리 절판된다면 책의 가치가 본의 아니게 올라갈지도 모르겠군요.

2007/03/23

긴다이치 코스케 - 여왕벌


이즈반도의 시모다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바다 70리상에 위치한 월금도에 미나모토 요리토모의 직계 후손이라는 다이토우지가가 살고 있었다. 19년전, 그곳을 찾은 도쿄의 두 학생 긴죠와 쿠사카베는 가문의 외동딸인 미모의 아가씨 다이토우지 고토에를 만났다.
고토에와 쿠사카베는 사랑에 빠졌고 고토에가 임신을 했지만, 고토에가 쿠사카베를 밀실에서 살해한 뒤, 긴죠가 대신 데릴사위로 다이토우지가에 들어가 가문을 잇는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9년 뒤, 고토에의 딸 다이토우지 토모코는 19세가 되자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기 위해 도쿄로 나와 3명의 신랑 후보를 만났다다. 어머니 고토에는 같은 미나모토 요리토모의 후손으로 핏줄을 잇기를 바랬던 것.
그러나 신랑 후보 유사, 고마이, 츠쿠모가 연달아 살해되고, 이는 고토에가 남편인 쿠사카베를 살해했던 19년 전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며, 유력한 용의자로 토모코와의 결혼을 욕심내던 타몬 렌타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떠오른다.
긴다이치는 요코미조 선생과 같이 휴양 여행을 간 호텔 소라이장에서 처음 토모코를 본 인연으로 사건에 뛰어들어 명컴비인 다치바나 서장과 함께 진상을 파헤치게 되는데...

전에 보았던 "팔묘촌"과 같은, 이나가키 고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한마디로 말해서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보고나니 힘이 다 빠지네요. 추리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공정한 정보의 제공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그나마 기대했던 긴다이치의 추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마지막 범인(?)의 유서(?)에서 진상을 드러내는 등 추리물로 도저히 봐 줄 수 없는 수준이었거든요.
각 사건들의 표현 비중도 애매해서 현재의 세개의 사건보다 19년전 사건을 더욱 디테일하게 끌고가는 편집도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사건의 발단이 되는 중요한 사건이라지만 각 사건들을 보다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추리적으로도 "박쥐"라는 말을 이용한 트릭은 제법 재치있었지만 그 외의 트릭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네요. 19년전의 사건을 설명하는 "발작" 부분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황당할 정도였고 3건의 사건 모두 우연과 재수(?)에 기인한 것들이 많아서 정교함이 한없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보다보면 유력한 용의자가 딱 한명밖에 떠오르지 않기에 공정한 정보의 제공이나 설명이 그만큼 어려웠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에서 실망감만 안겨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은 읽지 못했지만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전혀 기대되지 않는군요.

이 작품에서 볼만했던 것은 아래의 쿠리야마 치아키가 맡은 고토에- 토모코 뿐이었습니다. 제목은 왠지 팜므파탈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실제로는 청순가련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이 좀 특이하죠. 잘 어울렸습니다. 정말이지 그 외에는 건질만한게 단 한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2004/11/08

팔묘촌 (八つ墓村) - 긴다이치 코오스케 시리즈 : 별점 2점

팔묘촌이라고 불리우는 마을은 이전 한 사무라이가 부하 7명과 함께 황금 삼천량을 가지고 정착하였지만 돈에 흑심을 품은 마을 사람들에게 몰살당하며 저주를 내린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마을 유지인 타지미 가문의 장주 "요우조"가 애첩의 도망 후 폭주하여 마을 사람 32명을 살상한 사건이 8월 8일의 사건이 있은 24년 후, 유우지와 애첩의 아들로 알려진 "타츠야"를 가문의 후계자로 하려고 그를 마을로 불러오게 된다.
하지만 타츠야의 외할아버지, 병약한 이복형, 스님 등이 차례로 독살당하며 이른바 "제비뽑기"식 살인 (공통 분모가 있는 2명 중 한명만 살해하는 것)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 저주의 원흉이라 타츠야가 마을 사람 모두에게 의심받기 시작한다.
긴다이치는 외할아버지의 독살 사건의 조사를 의뢰 받은 후 차례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의 조사를 계속하여 모든 사건의 원인을 알아내고 타츠야의 출생의 비밀까지 밝혀낸 후, 운명의 8월 8일 마을사람들이 폭동을 일으켜 타츠야를 죽이려다가 타지미 가문 지하의 종유동에서 몰살당한 후 밝혀진 진범에게 모든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게 된다.

3부작 드라마 스페셜입니다.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요코미조의 긴다이치 시리즈 대표작 중 한편이라고 해서 무척 기대하고 시청하였습니다.

조사해보니 일본의 촌마을에서 누군가가 마을 사람들을 학살한 사건은 실화라고 하더군요. 이런 실제 상황을 가지고 작가가 "과거의 저주" 때문이라는 이유를 상상해내고, 여기에 광기어린 일본의 전형적인 지역 유지 가문을 - 가문의 핏줄을 중시하며 약간 변태적이고 괴기스러운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전형 - 더하여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일단 "제비뽑기 살인"이라는 살인의 아이디어가 좋네요. 색다른 맛이 있거든요. "보물찾기"까지 이야기 중에 삽입하는 설정도 제법 괜찮고요.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작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헤피엔딩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화 김전일 시리즈의 "참수무사"와 "백발귀"가 연상되는 내용이라 더 반가왔던 것 같아요. 오리지널인 할아버지의 시리즈에서 많은 모티브를 얻었다는 분명한 증거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자 김전일군처럼 주요 등장인물이 거의 모두 죽어나간 상황에서 범인을 알아내는 결말,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 (범인의 손가락!)는 최후의 장면에서야 결국 확보한다는 점에서 본격 추리물로서 가치가 높아 보이지는 않네요. 범인의 트릭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고요. 이래저래 추리물보다 모험물로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전해줄 뿐더러 상당히 큰 규모의 세트와 CG를 동원하고 2차대전 직후의 분위기를 잘 재현한 영상은 마음에 들었고 긴다이치 역의 이나가키 고로도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완성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이미 전작인 "이누가미 일족"이 있는 모양인데 이것도 한번 구해봐야 겠네요.

2010/08/09

여왕벌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3점

여왕벌 - 6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이 작품은 3년여전, TV 시리즈로 먼저 보았던 작품입니다. 사실 TV 시리즈로 보았을때에는 주인공 쿠리야마 치아키외에는 건질게 하나도 없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품이었기에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죠. 그런데 읽다보니 왠걸, 이거 꽤 물건이더군요. TV 시리즈로 본 "팔묘촌" 역시 소설이 훨씬 좋았었는데, 이 작품은 그 차이가 더 심하네요. 그만큼 소설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TV 시리즈에서 실망했던 부분인 사건과 트릭은 소설 역시 다른 긴다이치 시리즈에 비하면 처지기는 합니다. 첫 번째 사건인 유사 사건의 알리바이 트릭과 히메노 도사쿠 사건의 진상은 경찰 수사의 혼선이었을 뿐입니다. 트릭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지요. 사건의 핵심인 19년 전의 월금도 사건은 TV시리즈 리뷰에서도 지적했듯 '정신착란'으로 풀이되는 트릭이라서 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요. 아울러 용의자가 너무나 적은 것도 문제입니다. 마지막 장면에는 정말 범인밖에는 남지 않아 버리거든요.

그래도 수수께끼 풀이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색다른 요소와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일단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 통틀어 최고의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도모코라는 캐릭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남자 잡아먹는 악녀 캐릭터가 아니라 본인 자체는 순수하고 악의도 없는데 ,주변 남자들이 화를 입는다는 설정이 독특한 덕분입니다. 설정을 뒷받침 해 주는 묘사도 빼어나고요. 보통 이런 작품에서는 ‘사실은 악녀였다!’ 라는 식으로 뒷통수를 치기 마련인데 - "밀랍인형" -, 끝까지 설정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있게 끌고가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도모코와 다몬 렌타로와의 행복한 결말을 암시하는 해피엔딩도 긴다이치 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든 부분인데, 도모코에 감정이입한 독자들을 납득시키는 결말이라 마음에 듭니다. 솔직히 그리스 조각같은 외모에다가 로열 패밀리인 다몬 렌타로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요.

아울러 작품의 수준을 떠나서 긴다이치 시리즈 거의 대부분이 지닌 매력, 즉 지루할 틈 없이 계속해서 사건이 벌어져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은 잘 살아있습니다. 19년 전의 사건을 비롯해서 마지막 추리쇼 직전까지 무려 5건이나 되는 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살인 사건의 와중에 수수께끼의 협박문. 괴노인의 등장, 긴다이치 코스케 피습 사건 등 사건이 끊이지 않는 덕분입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 추리적으로는 대체로 별로지만, TV시리즈에서도 괜찮게 생각했던 ’박쥐’ 트릭만큼은 역시나 그럴듯했습니다. 추리 소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동기도 합리적이고요. 19년 전 사건의 동기야 두말할 필요 없이 확실하고 현 시점에서의 사건 역시 발단은 19년 전 사건과 얽혀있는 등 인과관계가 확실하거든요. 덕분에 구성적으로는 잘 짜여져 있어서 추리 소설로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대표작 수준의 트릭만 하나쯤 더 등장해서 작품을 뒷받침 해 주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트릭에 매몰되어 합리적인 이야기 전개나 인간관계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들보다는 읽기도 편하고 쉽게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좋은 작품입니다. 역시 기본적인 이야기가 탄탄하고 재미있는게 더 중요한 셈이지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1/12/24

삼수탑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1.5점

삼수탑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하기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후, 이모댁에서 딸처럼 귀하게 자란 오토네 앞에 먼 친척이라는 겐지 노인이 무려 100억이라는 유산을 남긴다는 유언이 전해졌다. 조건은 다카토라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 그러나 백부의 회갑연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피해자가 정체불명의 정혼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 뒤 변호사에 의해 유산은 오토네를 포함한 사타케 가문 사람들 모두가 나누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가문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되면서 오토네는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는데...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이지만 긴다이치의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오토네와 다카토의 모험담이 오토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일단, 사타케 가문 사람들이 100억이라는 거액을 둘러싸고 한 명씩 죽어나가는 꽤나 큰 스케일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문도 모른 채 사건에 휩쓸리는 전형적인 피해자인 오토네의 시각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추리적인 요소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나마 추리적인 요소라고 할 만한 것은 후루사카 시로의 부서진 트렁크와 삼수탑 사진의 존재 정도인데, 이는 유카리와 쇼이치의 무고함을 약간이나마 증명해 주는 증거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결국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는 황당하기가 그야말로 서울역에 그지없을 정도고요. 지금까지 읽어본 추리소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결말이었어요.

범행 동기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연쇄살인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범인의 유도 실력에 대한 복선이 살짝 등장하긴 하지만, 실로 초인적인 운동 능력과 결국 연쇄살인 자체가 순전히 운에 기인한 결과라는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뭔가 있어 보이던 "삼수탑"의 존재가 사실 별 의미 없고, 시로가 삼수탑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이미 관련된 증거는 챙겼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말의 설득력도 떨어지고요.

차라리 초반의 살인 하나만 범인이 저지르고, 유언장 발표 후에는 서로가 서로를 죽였으며, 마지막 삼수탑에서는 내분과 애정 싸움으로 모두가 목숨을 잃고, 범인은 오토네와 다카토의 관계를 알고 자살한다는 결말이 더 나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결국 "여왕벌"의 자가복제에 불과하다는 작품의 근본적인 단점에 비하면 오히려 사소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순진하지만 본의 아니게 사건을 일으키는 원흉인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미녀, 그리고 악인인지 선인인지 모호한 그녀를 중심으로 맴도는 남자라는 설정과 전형적인 사건 구도가 똑같거든요.

그래도 당대의 인기작답게 전혀 건질 것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각 단계별로 사건이 계속 일어나며,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전개는 연재물이라는 작품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서스펜스와 스릴이 전편에 걸쳐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은 과연 명불허전이라 할 만했습니다.

또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토네와는 정반대로, 신출귀몰하며 변장에도 능하고 다양한 신분을 가진 다카토라는 안티 히어로적인 캐릭터가 비교적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비교적 현대적이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라 이 작품 한 편으로 끝나기에는 아깝더군요.

아울러, 통속적인 면에서는 지금 보아도 완벽한 작품이라 생각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점도 인상적입니다. 초반부터 펼쳐지는 찐한 애정 묘사, 사타케 가문 사람들이 모두 호색한 또는 호색녀이며 문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설정 등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실 이러한 설정들은 작품의 전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순전히 재미를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최근까지도 이 작품이 계속해서 영상화되는 주요한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형적인 통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이라 부르기에는 민망할 뿐 아니라 긴다이치마저도 별다른 역할이 없기에, 작가의 팬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천하기 어렵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지금까지 읽은 긴다이치 시리즈 중 최저점인데, 이후 작품들은 솔직히 별로 기대되지 않는군요.

2005/07/28

옥문도 (獄門島)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4점

옥문도 - 8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시공사
쇼와 21년, 즉 1946년 일본이 항복한 직후 옥문도라는 섬에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찾아온다. 그가 찾아온 이유는 전우 기토 치마타의 죽음을 알리고 유서를 전하기 위해서라는 표면적인 이유 뒤에 그가 죽으면서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세 여동생이 살해당할 것이라며, 그것을 막아달라는 유언이 있었기 때문.

기토 가문은 섬의 선주로 막강한 권세가 있었지만 다이코라고 까지 불리웠던 막강했던 선대 선주 카에몬이 죽은 이후 본가와 분가와의 세력 다툼과 두 후계자의 징집으로 말미암아 서서히 가세가 기울고 있던 상태였었다. 치마타의 배다른 세 여동생은 대단한 미인들이었지만 모자란 듯 한 묘한 분위기의 자매들이었고 명탐정이라고 불리우는 코스케의 방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곧 세 자매는 차례로 괴이한 방식으로 살해당하게 되는데....

기대하고 또 기대했던 "옥문도"의 정식 번역판입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국내에는 "김전일"에서 할아버지로 잘 알려진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동서에서 "혼진 살인사건"이 이미 출간되었긴 하지만 "혼진"의 경우는 트릭이 너무 일본적이고 동기면에서 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으며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재미와 전개면에서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먼저 외딴섬 "옥문도"와 그곳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연쇄살인의 배후에 있는 섬을 지배하는 가문 (국내 영화 "혈의 누"도 거의 동일한 설정이었죠) 같이 음울하면서도 굉장히 폐쇄적인 이질적 공간을 무대로 한 것과 고르고의 세자매라 칭해지는 세자매, 그리고 자매들의 아버지인 광인인 요사마츠같은 비현실적인 존재들이 등장함으로써 동시대의 라이벌이었던 에도가와 란포의 변격물적인 분위기를 어느정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란포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분위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주도해 나가지만 이 작품에서는 일종의 동기와 트릭에 연관된 장치로 쓰이고 있다는 것은 차이점이겠지만요. 또 이야기에서 이러한 인물들이 비교적 합리적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극 구성에서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이야기가 진행됨으로써 몰입도를 높이고 재미를 배가시키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일본의 본격물로 명성있는 작품답게 추리적인 요소도 뛰어난 편입니다. 연쇄살인극이 펼쳐지는 와중에서 각각의 사건의 트릭 수준이 상당하거든요. 보통 엽기적인 범죄의 경우 그러한 엽기적 연출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많은 작품들이 실패하고는 하는데 이 작품은 상황과 트릭이 잘 맞물리는 괜찮은 트릭으로 보여집니다.
그 중에서도 첫번째, 두번째 사건에서의 알리바이 공작 트릭은 정말 빼어납니다. 세번째 사건 트릭은 예상 가능한, 약간은 뻔한 트릭이지만 범인을 특정하는데 있어서 장소의 특이성을 이용하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상황 설정이 좋아요.
독자와의 승부도 굉장히 공평한 편이라 가장 중요한 단서를 앞머리에서 부터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중요 단서와 상황에 대한 묘사를 디테일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탐정인 긴다이치 코스케와 동일 선상에서 두뇌게임을 하게 하는, 본격물로서의 미덕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물론 트릭이 우연에 의지한 부분이 있으며 세밀하지 않다는 약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울러 살인범이지만 악하지만은 않은, 나름의 소신과 신념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진행해 나가는 카리스마 확실한 범인이 킨다이치 코스케보다도 더 마음에 들었는데 범인이 자신의 모든 범행이 "헛수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막판의 작은 반전 후 너무나 급격하게 무너져 버리는 부분도 좀 아쉬웠어요.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중요한 단서가 지극히 일본적인 것이고, 동기 역시 소설에서 칭하듯 "너무나 봉건적인" 일본 특유의 상황에 기인하는 탓에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공감을 얻기에 좀 부족하다 싶더군요. 몇몇 부분에서 묘사와 설명이 너무 장황해서 지루하고, 중요 단서마다 꼭 토를 다는 방식 같이 세월을 느끼게 하는 요소도 단점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너무 오래전에 발표된 탓이 크겠죠.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굉장히 사소한 부분으로 일본의 본격물의 풍취를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내용 전개와 기본 설정부터 지극히 일본적인 요소가 강해서 번역에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예상되지만 번역도 깔끔하고 특히 일본 속담이나 여러 인용되는 인물과 고사들을 각주 처리하는 등의 배려도 좋았고요. 책 자체도 최근 출간된 추리소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폼나게 출간되어 고맙기만 할 뿐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기획에서 출판까지 책임져 주신 decca님께 원츄를 날리며.....! 부디 많이 팔려서 앞으로 시리즈가 간행되길 바랍니다. 

덧 1 : 마지막 긴다이치 코스케와 범인과의 한판 대결로 압축되는 결말 부분은 죽어야 할 모든 인물들이 죽은 이후에 범인을 밝내는 뒷북 성격이 강해 역시나 김전일의 할아버지구나.... 싶었습니다.

덧 2 :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만큼 영상화도 많이 되었는데 캐스팅은 여기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저도 본 적이 있는 "팔묘촌"도 올라와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네요.

2019/09/01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2 - 요코미조 세이시 / 정명원 : 별점 2점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1 - 4점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시공사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겐 가문의 현 당주인 할머니 야요이가 손녀 유카리가 실종된 사건을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맡겼다. 마침 호겐 가문의 본가가 있던 '병원 고개의 목매달은 집' 에서 기묘한 결혼 사진을 찍은 혼죠 사진관의 나오키치도 결혼한 부부의 조사를 요청했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두 사건이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아차렸다.
조사 결과 유카리를 유괴했던건 결혼한 신랑 야마우치 도시오였다. 놀라운건 그가 여동생이라고 데리고 다니다가 결혼한 고유키가 유카리와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몇일 뒤, 야마우치 도시오의 목이 '병원 고개의 목매달은 집'에 매달린채 발견되는데...

꺄! 완전 취향 저격의 독서였습니다. 저와 같은 고전 추리 소설 애호가를 자극하는 고전적인 설정, 전개와 묘사가 아주 감탄스러운 수준이거든요. 각 챕터마다 곁들여진 짤막한 부제같은 단문도 옛스럽지만 참극! 공포! 저주! 악연! 증오와 원한의 불꽃! 배우는 모두 모였다! 같은 진부한 묘사도 눈길을 사로잡아요. 전화기조차 격렬하게 울릴 정도이니 말 다했지요. 비련의 여주인공이 가혹한 운명 때문에 결국 총탄에 맞아 죽고, 그녀의 입으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결말까지 정말로 완벽합니다! 박수가 절로 나오네요.

그야말로 요코미조 세이시다운 설정과 묘사들도 애호가의 팬심을 자극합니다. 전형적인 "대부호 콩가루 집안의 복잡한 가정사가 낳은 비극" 이라는 동기부터요. 진부하다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낡아빠지긴 했지만 이런게 바로 요코미조 작품의 매력이지요.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될 때 까지 1권 분량의 2/3를 사용할 정도로 진행이 느린 것도 고전적입니다. 그러나 이를 원숙한 솜씨로 등장인물과 기묘한 사건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듭니다. 과연, 짬밥(?)은 날로 먹은게 아닌 셈이에요! 물론 호겐 가문과 이가사리 가문의 현재를 설명하기 위해 4대째를 거슬러 올라가 설명하는 첫 단락은 과하긴 했습니다만... 

특유의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전해주는 묘사도 고전적이기는 한데, 작가 인생의 말년에 발표했던 쇼와 시대의 작품이라 그런지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묘사들이 눈에 뜨인다게 특이했습니다. 피해자인 야마우치 도시오가 재즈 악단 '앵그리 파이러츠'의 리더였다는 등 재즈 콤보 멤버가 사건의 주요 인물이라는 점부터 그러합니다. 또 앵그리 파이러츠의 멤버 중 한 명인 사가와 데쓰야는 애꾸눈인데 그의 안대는 시크하며, 그가 붉은 원색 코트를 입고 지휘를 하면 여자들이 모두 사로잡혔다는 묘사는 처절함마저 느껴질 정도에요. 재즈와 텔레비젼, 연예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젊은 세대를 의식한 탓이겠지요. 그런데 젊은 세대의 방종에 대한 기성세대의 못마땅한 시선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도 보이기는 하네요.
 당대 풍광을 잘 느끼게 해 주는 묘사도 좋습니다. 전후 막 복구가 시작되던 분위기가 잘 느껴지거든요. 도쿄가 새롭게 개발되면서 도로가 확장되고 부흥하는 부분의 설명이 특히 볼 만 합니다.

현실성 여부를 떠나 팬으로 즐길 거리도 많아요. 몇 년, 아니 몇 십년이 지났지만 더벅머리에 머리를 긁적이고, 볼품없는 하카마에 낡은 회색 외투와 삿갓 모양 모자를 쓴 긴다이치의 행색이 대표적입니다. 비올 때 쓰는 박쥐 우산마저도 친숙합니다. 도도로키 경부나 와 같은 친숙한 등장인물도 반갑기는 마찬가지고요.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지라 일종의 후일담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주고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도도로키 경부는 은퇴 후 잘 나가는 탐정 사무소 소장이 되었고 그의 아들은 경부보로 경찰에서 일하고 있으며, 거리의 양아치였던 다몬 슈는 잘나가는 나이트클럽의 매니저가 되어 있다는 식으로요.
여기서 도도로키 경부가 생각 이상의 낭만파 꼰대라는 묘사도 재미있었어요. 지금 하는 불륜 조사같은 일 보다 긴다이치가 가져온 가슴이 뛰는 모험은 흥미로와 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건방진 의뢰인과 예전에는 잔챙이 범죄자였던 다몬 슈와 함께 하는건 싫어하는데 이거야말로 꼰대죠. 전형적인 '왕년에 내가' 류의 이야기잖아요.

그러나 이런 완전 고전적인 즐거움 외에는 딱히 건질게 없다는건 단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추리적으로는 완전 꽝이에요. 모두 3건의 살인 사건이 벌어져서 양적으로는 풍성한데 가장 비중이 높고 중요한, 모든 사건의 발단인 첫 번째의 야마구치 도시오 살인 사건부터가 엽기적인 사건 현장의 묘사 외에는 억지스럽고 엉망입니다. 우선 후더닛 물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야마구치 도시오의 부인 고유키가 실종되었으니까요. 나중에 고유키가 아니라 혼죠 가문의 딸 유카리가 실종되었다는게 밝혀지지만 이 역시 사건에는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이미 둘이 닮았다는걸 앞 부분에서부터 자세히 밝히고 있어서 수수께끼도 뭐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동기와 같은 와이더닛 측면으로는 괜찮은가? 역시나 별 볼일 없어요. 야마구치 도시오에게 농락당하고 분노한 유카리가 반대로 그를 농락하려다 둘 다 죽게 되었다게 진상이거든요. 트릭도 뭐도 아무것도 없는, 젊은이들의 문란한 행각으로 벌어진 사고일 뿐입니다.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목을 풍경처럼 매달은 이유'가 정말 야마구치 도시오의 유언 때문이었다는 이유도 허무하기는 마찬가지고요.
그 외의 괜히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 위한 작위적인 장치들은 거슬리기만 합니다. 고유키가 야요이를 설득해 시체를 없앤게 대표적입니다. 그 집은 폐가에 가까와서 사건이 바로 발각될 이유는 없었던 만큼 무의미한 행동이었습니다. 둘이 사랑의 도피를 한 것처럼 위장하고 시간을 번 뒤 집을 아예 재건축 하는 형태로 갔어도 무방했을거에요. 야요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고요. 여러모로 사건을 억지로 만들기 위한 무리수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세 번째, 요시자와 살인 사건은 추리적으로나 이야기적으로나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범인의 분노로 인한 무차별 살인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두 번째 사건만 후더닛, 와이더닛 측면으로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파티 참석자들 모두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졌는데 이는 일종의 시한 장치 트릭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범행이 일종의 착각으로 벌어졌다는 의외성도 좋았고요.
문제는 사용한 트릭이 저자의 이전 작품인 "나비 부인 살인 사건"에 등장했었던 트릭이라는건데, 범인이 추리 소설을 통해 트릭을 익혀서 사용했다는 식으로 트릭의 자가 복제를 설득력있게 넘어가는 솜씨는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날로 먹은 듯 하지만 이 역시 거장의 재치겠지...요. 와이더닛 측면으로도 협박자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동기는 명확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의 등장 인물들의 행동은 솔직히 이해 범위 밖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요. 우선 범인 시게루부터 보자면, 아들 데쓰야가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걸 알고 분노한다는건 말이 됩니다. 그런데 살인까지 저지를만한 인물이라는 묘사가 그 전에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너무 갑작스러워요. 분노의 대상에 아내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힘들고요.
데쓰야가 도시오의 아들이라는 비밀을 알게 된 후 방황한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에요. 어머니가 유카리, 아니 고유키라도 그가 호겐 이가라시 가문의 후손이라는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유카리는 엄연히 야요이의 손녀이고, 고유키는 데쓰야의 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까지 방황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혼조 도쿠베에가 과거 유카리의 사체를 숨긴 뒤 이를 통해 호겐 가문을 협박해 왔다던가, 이를 효도 후사타로가 눈치채고 협박을 이어간다는 설정도 여러모로 억지스럽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큰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무려 백만엔이나 되는 선금과 함께 사건을 의뢰받은 주제에 의뢰인이 죽도록 방관한 긴다이치의 무능함이고요.

이렇게 추리적으로는 너무 별 볼일 없기에 감점해서 별점은 2점입니다. 캐릭터 설정도 기대 이하인 등 - 예를 들어 사가와 데쓰야는 최초 야마구치 도시오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될 정도로 격한 분노를 품었었는데 나중에는 그런대로 괜찮은 뮤지션으로 설명되는 식으로 - 솔직히 더 낮은 점수를 주어도 무방하긴 한데, 고전 애호가들은 여러모로 즐길 거리가 많기는 합니다. 최소한 저는 깔깔거리며 즐겁게 읽었답니다. 저 같은 고전 애호가 분들께는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이 작품을 즐길 정도의 고전 애호가가 얼마나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2003/12/14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

원 출처는 심농님의 홈페이지였으며 (현제 폐쇄), 내용은 국일미디어 간 "유령신사" 뒷부분에도 실려있습니다. 해설은 원본 작성하신 분과 제 의견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리스트는 사실 별 의미는 없지만 제목만 보는것도 꽤 재미있더라고요.

001 옥문도 1947 요코미조 세이시 /요코미조 세이시는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의 창조자입니다. 뛰어난 본격 작가죠.
002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 이번에 동서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003 점과 선 1957 ; 마츠모토 세이초 / 열차 시간표를 이용한 트릭
004 불연속 살인사건 1947 ; 사카구치 안고 /ㅎㅎ 바로 전에 읽었던 작품이죠. 동서에서 이번에 나왔습니다.
005 흑사관 살인사건 1934 ; 오구리 무시타로 / 동서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006 도구라 마구라(환마술) 1935 ; 유메노 규사쿠 / 역시 이번 동서 리스트에.. (대체 언제 나올지는 의문입니다만)
007 혼진 살인사건 1945 ; 요코미조 세이시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이죠. 트릭은 수긍하기 힘들지만 역사적인 의미가 더 큰 듯 싶습니다.
008 검은 트렁크 1956 ; 아유가와 데츠야 / 동서에서 역시 이번에...
009 회귀천 정사 1980 ; 렌죠 미키히코 / 앗 모르는 작품 (*2011년 시공사에서 출간됨. 걸작입니다)
010 문신 살인사건 1948 ; 다카키 아키미츠 / 유명한 작품이죠. 어서 제대로 다시 소개가 됐으면 좋겠네요. (*동서에서 출간)
011 산고양이의 여름 1984 ; 후나토 요이치 / ?
012 대유괴 1997; 텐도 신 /텐도 신의 대유괴도 참 많이 들어본 작품입니다. (*출간되었습니다. 좋은 작품이에요)
013 이전동화 1923 ; 에도가와 람포 / 국내 소개 됐고 단편입니다. 데뷰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암호 트릭. 동서 "음울한 짐승"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에도 수록)
014 음수 1928; 에도가와 람포 / 에도가와 람포의 초기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죠? 동서의 "음울한 짐승" 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권에도 수록)
015 제로의 초점 1959 ; 마츠모토 세이초 /0의 초점으로 국내에 출간돼 있죠. 저도 하서판으로 갖고 있는데 전형적인 사회파 작품입니다.
016 11매의 트럼프 1976 ; 아와사카 츠마오
017 아 아이이치로(악애일랑)의 낭패 1978 ; 아와사 카츠마오 / 이 작품도 많이 상위권에 언급되는 작품입니다만.. (*시공사에서 출간, 좋은 작품입니다)
018 기아해협 1962 ; 미나카미 츠도무
019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1962 ; 유키 쇼지 /역시, 낯이 익습니다. 흠. (*검은숲에서 출간) 
020 위험한 동화 1961 ; 츠치야 다카오 / 작가는 낯이 익은데..
021 점성술 살인사건 1981 ; 시마다 소지 / 나왔군요! 걸작~
022 복잡한 기계 장치 1978 ; 아와사카 츠마오
023 사건 1977 ; 오오카 쇼헤이
024 우리 1983 ; 기타가타 겐조
025 심리시험 1925 ; 에도가와 람포 /동서 "음울한 짐승"에 수록. 조금 낡은 트릭입니다만, 재미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에도 수록)
026 상자 속의 실낙 1978 ; 다케모토 겐지
027 굶주린 늑대 1981 ; 시미즈 다츠오
028 대낮의 사각 (백주의 사각) 1959 ; 다카키 아키미츠 / 이 작품도 대표작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동서에서 나온다곤 하는 것 같은데요.. (*검은숲에서 출간)
029 황토의 분류 1965 ; 이쿠지마 지로
030 도망의 거리 1982 ; 기타가타 겐조
031 야수는 죽어야 한다 1958 ; 오야부 하루히코 / 고려원에서 문고판으로 나온 책입니다.
032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1955 ; 다카키 아키미쓰 / 아키미쓰의 작품이 세 개나;; 흠 보고 싶어요. (*검은숲에서 출간됨)
033 나메쿠지 쵸야 체포 소동 1968 ; 츠츠키 미치오.
034 끝없는 추적 1967 ; 이쿠지마 지로
035 고양이는 알고 있다 1957 ; 니키 에츠코 /역시 들어봤던 작품 (*시공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036 묵시록의 여름 (섬머 아포칼립스) 1981 ; 가사이 기요시
037 고도의 마인 1929 ; 에도가와 람포 /국내에 나와 있죠. 하서판으로 읽었는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038 검은 백조 1959 ; 아유가와 데츠야
039 타오르는 파도 1982 ; 모리 에이
040 변호 측 증인 1963 ; 고이즈미 기미코 / 검찰측 증인인가...^^ (*검은숲에서 출간, 무난했습니다)
041 그림자의 고발 1963 ; 츠치야 다카오 /오 제목이 정말 멋지군요.
042 악마의 공돌이 노래 1957 - 요코미조 세이시 /흠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
043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1982 ; 시마다 소지 /미타라이 탐정의 두 번째 사건. 너무 보고 싶어요. (*시공사에서 출간)
044 여덟 개의 묘가 있는 마을 1949 ; 요코미조 세이시 / 팔묘촌..
045 신사동맹 1980 ; 고바야시 노부히코
046 징기스칸의 비밀 1958 ; 다카키 아키미츠 /이 소설도 상당히 유명한 작품으로 역사 미스테리로 알고 있습니다.
047 갈라진 해협 1983 ; 시미즈 다츠오
048 리라 장 사건 1968 ; 아야가와 데츠야
049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1929 : 에도가와 람포
050 마른 풀의 뿌리 1961 ; 친신
051 밤의 오딧세이아 1981 ; 후나토 요이치
052 고층의 사각 1969 ; 모리무라 세이이치 /정말 엄청나게 끈질긴 작품입니다. 하서 수록.
053 모래그릇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역시 하서. 당시로서는 기발한 흉기가 나오는 전형적인 사회파 작품
054 바이 바이 엔젤 1979 ; 가사이 기요시
055 한시치 체포록 1917 ; 오카모토 기도 / 와 정말 옛날 작품이네요. (*책세상에서 출간)
056 파노라마 섬 기담 1926 ; 에도가와 람포
057 한 개의 납 1959 ; 사노 요 /단편이 국내에 소개가 됐어요
058 사루마루 환상 여행 1980 ; 이자와 모토히코
059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1961 ; 츠즈키 미치오
060 초대받지 않은 손님 1980 ; 사사자와 사호 /사사자와 사호도 많이 언급되는 작가.
061 짙은 갈색의 파스텔 1982 ; 오카지마 후다리
062 인생의 바보 1936 ; 기키 다카타로
063 배덕의 메스 1960 ; 구로이와 쥬고 /제목 참;;
064 증발 1972 ; 나츠키 시즈코 / W의 비극이 대표작아닌가요? 이 작품은 잘 모르겠는데 더 순위가 높네요.
065 나폴레옹 광 1979 ; 아토다 다카시 /단편입니다. 월간 미스터리에 수록된 작품. 단편집도 국내에 출시가 됐었는데요. 저는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서늘~합니다.
066 부호 형사 1978 ; 츠츠이 야스다카 / SF소설가로 더 유명한 작가인 듯 한데 이 작품도 보고 싶네요. (*검은숲에서 출간,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067 샤라쿠 살인사건 1983 ; 다카하시 가츠히코
068 잠 없는 밤 1982 ; 기타가타 겐조
069 나비부인 살인사건 1946 ; 요코미조 세이시 / 동서에서 나왔습니다. "혼진 살인사건"과 같이 수록 되어 있습니다.
070 죽음이 있는 풍경 1965 ; 아유가와 데츠야
071 살인귀 1931 ; 하마오 시로
072 불꽃에 그림을 1966 ; 친신
073 검은 화집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074 아쿠쥬로 체포기록 1939 ; 히사오 쥬란
075 W의 비극 1982 ; 나츠키 시즈코 / 좋은 작품입니다.
076 베를린 1888년 1967 ; 가이도 에이오
077 안녕 아프리카의 여왕 1979 ; 모리 에이
078 단쥬로 할복 사건 1959 ; 도이다 야스지
079 거대한 환영 1962 ; 도가와 마사코 / 국내 소개된 작품은 "레이디 킬러"
080 마리오네트의 덫 1977 ; 아카가와 지로 / 유명세에 비하면 작품은 사실 좀 별로라는 생각이...^^ (*국내 출간, 쓰레기였습니다)
081 완전범죄 1933 – 오구리 무시타로
082 내일 날씨로 해두게 1983 ; 오카지마 후다리
083 삼중노출 1964 - 츠즈키 미치오
084 살아나는 황금늑대 1964 ; 오야부 하루히코
085 어두운 낙조 1965 ; 유키 쇼지
086 인간의 증명 1975 ; 모리무라 세이이치 / 어머니.. 그때 그 밀짚모자...
087 유령 열차 1976 - 아카가와 지로 / 아마 데뷰작이죠? (*국내 출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088 뺑소니 1969 ; 사노 요
089 유괴작전 1962 - 츠즈키 미치오
090 비합법원 1969 ; 후나토 요이치
091 장미여자 1983 : 가사이 기요시
092 스탈린 암살 계획 1978 ; 히야마 요시아키
093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 1983 ; 기타가타 겐조
094 돌밑의 기록 1948 - 오시타 우타루
095 추락 1958 ; 다카가와 교
096 우리들의 시대 1978 ; 구리모토 가오루
097 호크씨의 타향의 모험 1983 ; 가노 이치로
098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1984 ; 시마다 소지 /보고 싶어요;; (*국내 출간)
099 50만 년의 사각 1976 ; 도모노 로
100 살인에의 초대 1973 ; 텐도 신

2016/05/21

여태까지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 (2016.05.01 업데이트)

여태까지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

2016년 5월 1일 기준, 원문 글 업데이트합니다. 여태까지 읽은 작품은 모두 11편이네요. 원탑 "옥문도" 외 상위권에 "가면 무도회"가 추가되었습니다. "여왕벌"은 다시 읽으면 점수가 조금 내려갈 듯 싶기는 한데....

1위 : 별점 4점
"옥문도"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특징적인 설정과 매력에 더하여 본격 추리적인 완성도도 빼어난 작품.

공동 2위 : 별점 3점
"팔묘촌"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적은 모험소설로 유사한 설정의 작품들의 아버지격.
오리지널로의 가치는 높으나 추리물로는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쉽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추리적으로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드라마가 잘 갖춰진 작품.
동기와 전개면에서 만화 김전일 시리즈와 가장 흡사한 느낌을 주는 친숙한 느낌이 좋다.

"여왕벌"
추리적으로는 시시하지만 악의없이 주변을 살육으로 몰고가는 순진한 미녀에 대한 묘사 하나 때문에라도 볼 가치는 충분.

"가면 무도회"
거장이 말년에 보여준 저력. 왜 거장인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작품.

공동 6위 : 별점 2.5점
"이누가미 일족"
너무 전형적이었을 뿐 아니라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묘사가 과했던 작품. 거기에 더해 추리적으로도 별볼일 없다.
한마디로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웠다.

"밤산책"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괴담물로 본다면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

7위 : 별점 2점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동기와 트릭 모두 부실하며 추리적으로도 별볼일없는 평균이하의 태작.

"혼진 살인사건"
표제작 외의 낡아빠진 단편이 점수를 깎아 먹었다. 표제작만큼은 별점 3점.

"백일홍 나무 아래"
역시나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아버린 작품들.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헛점도 많다.

11위 : 별점 1.5점
"삼수탑"
"여왕벌"의 자가복제에 지나지않는 통속 치정 모험극. 시류와 유행에 영합하려한 전형적인 펄프픽션.

등외
"혼진 살인사건 / 나비부인 살인사건"
이전 "하서 추리문고"를 통해 읽었던 작품들. "혼진 살인사건"은 새로운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 추가하지만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아직 새 번역본으로 발표되지 않아 등수에 포함하지는 않았습니다.

2011/12/30

여태까지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

출간된 작품을 모두 읽은 것 같아 정리의 의미에서 포스팅합니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제외하면 초기작 점수가 높은 편이네요.

이 중 세 편을 꼽으라면 "옥문도", "악마의 공놀이 노래", "혼진 살인사건"이겠네요. "팔묘촌""여왕벌"은 절망스러울 정도로 형편없었던 TV 드라마를 먼저 접해서 그 반동으로 점수가 조금 높게 매겨진 것 같거든요.

1위 : 별점 4점

"옥문도"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특징적인 설정과 매력에 더하여 본격 추리적인 완성도도 빼어난 작품.

공동 2위 : 별점 3점

"팔묘촌"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이 적은 모험소설로 유사한 설정의 작품들의 아버지격. 오리지널로서의 가치는 높으나 추리물로는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쉽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추리적으로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드라마가 잘 갖춰진 작품. 동기와 전개 면에서 만화 김전일 시리즈와 가장 흡사한 느낌을 주는 친숙한 느낌이 좋다.

"여왕벌"
추리적으로는 시시하지만, 악의 없이 주변을 살육으로 몰고 가는 순진한 미녀에 대한 묘사 하나 때문에라도 볼 가치는 충분.

공동 5위 : 별점 2.5점

"이누가미 일족"
너무 전형적이었을 뿐 아니라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묘사가 과했던 작품. 거기에 더해 추리적으로도 별 볼 일 없다. 한마디로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웠다.

"밤산책"
추리물이라기보다는 괴담물이었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지도.

7위 : 별점 2점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동기와 트릭 모두 부실하며, 추리적으로도 별 볼 일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

8위 : 별점 1.5점

"삼수탑"
"여왕벌"의 자가복제에 지나지 않는 통속 치정 모험극. 시류와 유행에 영합하려 한 전형적인 펄프픽션.

등외

"혼진 살인사건 / 나비부인 살인사건"
이전에 읽어서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음. 하지만 추리적인 측면과 역사적인 가치를 고려한다면 상위권은 충분할 듯.

2019/09/01

여태까지 나만의 요코미조 세이시 순위 (ver2.0)

드디어! 출간된 작품을 모두 읽은 것 같아 정리의 의미에서 포스팅합니다. 모두 13편이네요.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제외하면 초기작 점수가 높은 편으로, 이 중 세편을 꼽으라면 여전히 "옥문도", "악마의 공놀이 노래", "혼진 살인사건"입니다. "가면 무도회"도 추천할 만 합니다.

1위 : 별점 4점 

"옥문도"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특징적인 설정과 매력에 더하여 본격 추리적인 완성도도 빼어난 작품.

공동 2위 : 별점 3점 

"팔묘촌" 모험소설로 유사한 작품들의 아버지격. 오리지널로의 가치는 높으나 긴다이치의 비중도 적고 추리물로는 조금 부족한 것이 아쉽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추리적으로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교한 드라마가 잘 갖춰진 작품. 동기와 전개면에서 만화 김전일 시리즈와 가장 흡사한 느낌을 주는 친숙한 느낌이 좋다.

"여왕벌" 추리적으로는 시시하지만 악의없이 주변을 살육으로 몰고가는 순진한 미녀에 대한 묘사 하나 때문에라도 볼 가치는 충분.

"가면 무도회"거장이 말년에 제대로 힘을 보여준 수작.

공동 6위 : 별점 2.5점

"이누가미 일족" 전형적이면서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묘사가 과했던 작품. 거기에 더해 추리적으로도 별볼일 없다. 한마디로 명성에 비하면 실망스러웠다.

"밤산책"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괴담물로 본다면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

공동 8위 : 별점 2점

"혼진 살인사건"표제작 중편은 별점 3점이지만 다른 수록작들이 실망스럽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동기와 트릭 모두 부실하며 추리적으로도 별볼일없는 평균이하의 태작.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 솔직히 즐겁기는 했다. 추리적으로 영 꽝이긴 하지만.

"백일홍 나무 아래" 국내 출간작 중 유일한 단편집. 여러모로 깊이와 설명이 부족하지만, 장편이었다면 더 좋았을 작품들이 눈에 뜨인다.

12위 : 별점 1.5점

"삼수탑" 여왕벌의 자가복제에 지나지않는 통속 치정 모험극. 시류와 유행에 영합하려한 전형적인 펄프픽션.

등외 "나비부인 살인사건" 이전에 읽어서 등수에는 포함되지 않았음. 하지만 추리적인 측면과 역사적인 가치를 고려한다면 상위권은 충분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