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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완전 범죄 연구 - 사노 요 / 김한경 : 별점 2.5점

일본 추리 작가 사노 요가 쓴 단편 6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이전 "금색의 상장" 리뷰에서 언급해 드렸듯, "금색의 상장"과 함께 국내에 유이한, 사노 요 단행본이기도 하지요.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구하지 못했던 차에, 우연히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발견하고 구입하였습니다. 가격은 배송료 제외하고 2만원으로, 1991년 발간 당시 정가는 210여 페이지에 3,500원이었지만 이 정도면 적절한 가격이라 생각합니다. 절판본 중에서는 터무니없는 가격이 형성된 책도 많으니까요. 잠깐 찾아보니 "환영박람회" 1~4 권 셋트는 최소 160,000원에서 시작하네요.

하여튼, 읽어보니 그동안 구전되어 왔던 명성의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만큼은 확실히 좋았거든요.

그러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습니다. 좀 더 길게, 설득력있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작품이 꽤 되거든요. 단편에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한 별점은 2.5점입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빼어나기 때문에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오랜 숙제를 끝낸듯한 후련한 기분은 보너스고요.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체이동" 

"중앙일보" S 지국 지방판에 기묘한 기사가 실린다. 누군가 자동차 3대에 벌거벗은 마네킹을 가득 담고 이동했던 사건이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오이카와는 기사에 흥미를 보이고, 기사를 쓴 젊은 기자 사쿠라이에게 사건에 대해 좀 더 조사해 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사쿠라이와 중앙일보 지국 조사를 통해, 자동차 3대에 실렸던 마네킹 18개 중 17개가 별장지인 '학자촌'에서 버려진 채 발견되었다. 오이카와는 마네킹 사건은 친구인 심리학 교수 이나무라 가즈히코와 관련되어 있다는걸 눈치채고 그를 추궁하는데...

이야기는 이나무라가 참석했던 대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대담에서 문학 평론가 시노다는 차로 시체를 산 속에 버리는건 완전 범죄에 가깝지만, 불시 검문이나 불의의 사고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나무라는 이에 동의하지요. 

문제는, 여기에서 마네킹은 벌거벗은 여성 사체를 위장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되는데 이건 말도 안됩니다. 사체를 버리러 가면서 구태여 이상한 티를 낼 이유는 없으니까요. 실제로 마네킹 운반자들은 무려 2번이나 검문을 받습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목격되어 이동 경로도 곧바로 밝혀지고요. 이럴 바에야 불시 검문, 불의의 사고와 같은 예상치 못한 불운은 무시하고, 혼자서 차 트렁크에 시체를 넣고 이동하는게 훨씬 상식적이고 납득이 가는 행동일 겁니다.

그래도 다행히 결말까지 허술하지는 않습니다. 마네킹 관련 사건은 오이카와가 날조했다는게 진상이거든요. 동기는 이나무라가 오이카와의 횡령을 눈치챘기 때문입니다. 오이카와는 이나무라를 독살한 뒤, 이나무라가 범행이 드러날까 두려워 자살했다며 완전 범죄를 완성시키지요. 말 그대로 '완전 범죄 연구'라는 표제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입니다.

또 오이카와는 이나무라를 살인범처럼 보이도록 매스컴을 이용했는데 그 발상과 과정에 대한 묘사도 꽤 그럴듯했습니다. 기자가 기사로 자살하게 만드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지만 기자가 기사를 만들어서 있지도 않은 범행을 엮은 뒤, 그걸 남에게 뒤집어씌워 자살을 위장한채 죽인다는 이야기는 처음 봤네요. 여러모로 시대를 앞서간 아이디어였습니다.

하지만 이나무라가 살인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라는건, 오이카와의 주장 뿐입니다. 이나무라가 살해했다는 여대생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고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마네킹 작전은 어이가 없었을 뿐 아니라, 고용한 학생과 자동차 번호로 이나무라가 주도했음이 뻔하게 드러날 겁니다. 조금만 조사가 이루어져도 이나무라가 살인 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다는건 금방 드러났을 거에요. 그런 점에서 치밀한 계획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전개에 문제가 너무 많아 점수를 주기가 힘드네요.

"위장 자살"

K시에서 부정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요 증인이었던 시장 비서 자살 후 수사는 중단되었고, 시장은 구속되지 않았었다. 얼마 뒤, 도쿄에서 살던 K시 출신 아키코는 자살했다는 비서를 긴자에서 목격한 후 비서 나카바야시가 국회의원인 삼촌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아키코의 이모 사에코는 애인인 전직 기자 다자키 류이치와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자키는 비서가 비슷한 사람을 자신으로 위장하여 살해했다고 추리하는데...

다나카가 내놓은 추리는 예상대로였습니다. 그런데 뒷부분은 나름 반전이 있어서 신선했어요. 우선, 다자키 때문에 근무하던 은행에서 횡령을 저지른 사에코는 이 트릭을 그대로 이용하여 도주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마침 자기와 꼭 닮은 카페 주인 도무라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도무라를 죽이고 자신이 자살한걸로 위장한 뒤, 다자키와 함께 도주할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카바야시 비서건은 아예 조작이었고, 다자키와 아키코가 공모하여 사에코를 죽이려고 했다는 진상이자 반전이 드러납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나카바야시 비서 사건과 관련된 추리 모두가 아예 조작이었다는 발상이 인상적이에요. 아키코의 말 외에는 증거가 없는데,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어서 깜빡 속아 넘어갔습니다.

문제는 다자키와 아키코가 손을 잡고 사에코를 죽이려 한다는 전개에 의외성이 없다는 겁니다. 사진 한 장, 그리고 아키코와 다자키의 말 외에는 사에코와 꼭 닮았다는 도무라라는 여성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확실히 드러나지 않거든요. 이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리도 없으니, 다자키와 아키코가 꾸민 계략이라는건 뻔합니다.
또 아키코와 사에코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사에코가 다자키에게 나카비야시 목격 증언을 이야기하게 해서 추리를 듣는 흐름도 좀 이상해요. 사에코가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어쩔 셈이었을까요? 차라리 함께 사는 아키코와 사에코가 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는게 더 설득력이 높지요.

모든게 거짓이라는 대담한 발상은 좋지만, 이렇게 전개에서 보이는 단점 때문에 감점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증거 인멸" 

어느 날 작가인 나에게 미카미 노리코가 찾아 왔다. "반대급부" 라는 단편 속 주인공이 자기 아버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시골 현청 만년 과장 구로카와가 간부후보생인 엘리트 다가가 저지른 음주 교통 사고를 자신이 낸걸로 뒤집어 쓰는 내용인데, 실제로 미카미 노리코의 아버지 미카미 조키치도 시골 현청 만년 과장으로 교통사고를 저지른 이력이 있었다. 미카미 조키치는 퇴직 후 일자리를 찾아 도쿄에 상경한 후 육교에서 투신 자살했고, 노리코는 아버지를 죽인건 교통사고를 실제 저지른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순수하게 창작한 작품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과 상당히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 우연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미카미 조키치 자살 사건이 아니라, 미카미 노리코가 살해당한게 진짜 핵심 사건이라는게 재미있었습니다. 

경찰이 이를 밝혀낸 추리도 합당합니다. 처음에 노리코는 원래 책을 읽지 않는 조키치 유품 속에서 이 책을 남편 유사쿠가 발견한 뒤 장인 어른 이야기 아니나며 건네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조키치는 책을 읽지 않는데 어떻게 이 책 속 단편이 자기 이야기란걸 알았을까요?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조사한 결과, 책에는 조키치의 지문이 묻어있지 않았습니다!
즉, 이건 노리코의 남편 유사쿠가 꾸민 거짓말이었습니다. 유사쿠는 장인어른이 자살한 사건을 이용하여 노리코를 움직이게 만든 뒤, 그녀를 살해하고 그 죄를 실제 작품 속 또다른 모델인 엘리트 공무원 이케다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겁니다.

'진짜처럼 보였던 이야기가 사실은 특정 인물의 말 외에는 증명할 도리가 없는 거짓말'이었다는건 이 단편집 수록작들 대부분에 해당되는 설정인데, 이 작품에서 특히 적절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정말로 자기가 쓴 소설같은 과거가 있었으며, 조키치는 그 사실이 폭로되는걸 두려워한 이케다가 살해한게 아닐까 하는 화자인 작가 생각으로 마무리되는 결말도 인상적이고요.

그런데 유사쿠가 별다른 조작없이 살인을 저질러 체포된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앞서 이 정도로 꼼꼼히 조작한 증거를 내세울 정도였다면, 실제 범행도 본인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교묘하게 저질렀어야 했는데 알리바이 하나 없이 체포되자마자 자백한다는건 많이 시시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유사쿠가 저지르는 범행만 더 꼼꼼하게 그려낸, 중편 정도 분량이었다면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살인계약" 

재계의 거물인 후나사와 료스케가 살해당했다. 공개된 유언장에는 여류 추리 소설가 에모토 유리노에게 7천만엔을 상속한다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7천만엔을 받기 위해 에모토 유리노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그녀를 재판에 회부했다. 밀회를 위해 가명으로 호텔에 드나든 탓에 그녀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데...

무고한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아 완전 범죄를 완성시키는 범죄극입니다. 후나사와 료스케가 살해당한건, 에모토 유리노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무효화 시키기 위해 저지른 자작극이라는게 진상이거든요. 회사를 손에 넣기 위해 비열한 수단을 동원했던 증거를 그녀가 몰래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노인성 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료스케는 그녀를 살인범으로 몰고 죽습니다. 세상은 살인범이 가진 증거 따위는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었고, 보기 좋게 성공합니다. 에모토 유리노가 빠져나갈 수 없는 개미 지옥에 빠졌다는 결말은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료스케가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는건 좀 설득력이 없고, 살인범이 가진 증거라도 회사에 치명적일 수는 있다는 점에서는 헛점이 보입니다. 이 쪽 바닥 걸작인 카트린느 아를레가 쓴 "지푸라기 여자"와 비교한다면, 에모토 유리노가 정말 무고하다고 보기도 힘들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완전 상속"

유산한 충격으로 아내가 자살한 미즈키에게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아내가 다카라이라는 남자 때문에 매춘을 하다가 자살했다고 알려 주었다. 미즈키는 경찰 시로다에게 이 사건에 대해 상담했고, 어떤 여성이 다카라이를 중상모략하는 전화를 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카라이가 정말로 살해당하는데...

중상모략하는 전화를 건 범인은 아내 아키요였습니다. 그녀는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서른 살 이상 차이나는 다카라이와 결혼했었습니다. 유산을 목적으로요.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암에 걸린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다카라이보다 먼저 죽으면 아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게 되기 때문에, 다카라이가 먼저 죽은 뒤 자신이 죽게끔 수를 쓴 겁니다. 억울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다카라이가 범인이라고 전화를 걸다 보면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다카라이를 살해할걸로 생각한거지요. 다카라이가 살해되면, 그 유산은 아내인 본인이 상속받고, 본인이 죽으면 아들에게 모든 유산이 상속되게 되니까요. 이는 제목 그대로 '완전 상속' 범죄인 셈입니다. 당시 수사 기술로는 전화를 누가 걸었는지까지는 알아낼 수 없으니, 아키요가 전화를 걸었다는걸 밝혀내는건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설령 전화를 걸었다는게 드러나더라도, 직접 범행을 저지른건 아니기도 하고요.

순전히 운에 의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아쉽지만, 계획만큼은 정말 비상했습니다. 약간의 설득력만 더하면 걸작이 될 수 있었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수록작 중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심리 살인"

경찰인 나에게 조카딸 미나코가 찾아와 괴상한 편지,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도움을 청했다. 나는 미나코의 남편인 신용금고 이사 하야마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지 않나 의심했고, 하야마가 어떤 여성과 아이를 몰래 만난다는걸 알게 되었다. 장난은 더욱 심해져 미나코가 자살 미수까지 저지른 탓에 나는 하야마를 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정신 착란을 일으킨 미나코가 하야마를 살해하는 사건을 저지르는데..

자신이 미친 걸로 위장해서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심신 미약 등으로 무죄 방면된 뒤 유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야마가 아니라 미나코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으며, 불륜남이 전화를 거는 등으로 조작에 협력한거지요.

증거를 잡을 수 없는 완전 범죄이기는 한데, 좀 뻔했습니다. 미나코에게 장난을 걸 사람이 없다면, 장난 자체가 조작이라는건 당연하니까요. 미나코에게 남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이미 나온 상황이고요. 경찰이 불륜남을 조사하지 않은건 직무유기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네요. 불륜이라는 동기도 식상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했습니다. 수록작 중 워스트로 꼽겠습니다.

2019/12/28

도쿄전력 OL 살인사건 - 사노 신이치 / 류순미 : 별점 2.5점

도쿄전력 OL 살인사건 - 6점
사노 신이치 지음, 류순미 옮김/글항아리

1997년 3월 19일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도쿄 전력 여직원 야스코 살인 사건의 배경과 재판 과정, 후일담까지를 거의 500여 페이지 분량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논픽션입니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 일본 사회에 굉장한 충격을 안겨 주었고, 이런저런 콘텐츠에서 인용되었던 유명 사건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여자 친구"입니다. 작품 속 피해자인 마키코는 명문 대학 법대생으로 재학 중 이미 사법고시에 합격한 엘리트지만 전락하여 매춘을 반복했다는 설정인데, 이 사건과 거의 같습니다.
평소 관심 있던 차에 국내 출간이 되었길래 기쁜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크리스마스 직전에 완독했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아 리뷰를 조금 늦췄습니다.

특징이라면 살인 사건 재판을 다루고 있지만, 진범이 누구냐를 탐구하는 법정 미스터리 속성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네팔인 불법 체류자 고빈다를 범인으로 모는 경찰과 검찰의 비상식적이고 비정한 태도와 주장, 그리고 그 주장을 뒤집으려는 화자인 취재 기자의 취재와 추리를 3년여에 걸친 1심 공판 과정과 후일담 속에 담아낸 것이 내용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검경 합동의 환장할 누명 씌우기는 볼 만합니다. 일단 검찰은 고빈다가 피해자 야스코와 만난 시간부터 제대로 증명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고빈다가 근무지인 식당에서 퇴근 후 10시 7분 열차를 타고 시부야역에 11시 20분에 도착했을 거라고 주장하지만, 취재 결과로는 10시 22분 열차를 탔다는 쪽이 타당하다고 증명되거든요. 설령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차피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건 마찬가지고요.

검찰이 유력한 증거라고 내민 범행 장소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정액이 들어 있는 콘돔 역시 살인의 증거로 볼 수는 없습니다. 고빈다가 매춘을 하던 피해자의 손님으로 범행 장소에서 이전에 관계를 가졌던 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현장에서는 피해자와 고빈다의 것이 아닌 음모 등 다른 증거도 발견되었고, 범인이 돈을 빼앗기 위해 강제로 잡아당기다 피해자의 숄더백에 묻힌 피부 조각 역시 고빈다의 것이 아니기도 했고요.
그 외 세세한 억지 주장에 대한 반론은 셀 수도 없으며, 고빈다의 무죄를 강하게 짐작하게 하는 증언과 증거가 마지막까지 드러나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이렇게 검찰과 경찰이 네팔인을 범인으로 몰려는 의도도 여러 가지 증거와 온갖 비인간적 행각의 폭로를 통해 분명히 드러납니다. 사체가 발견된 3월 19일 이후, 고빈다를 출입국 위반으로 취조할 때 이미 타액을 채취했으며, 고빈다는 물론 그의 룸메이트들에게도 고문과 강압 수사로 억지 자백을 받아낸 것입니다.
오히려 이렇게까지 조작했는데도 결정적 증거를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고 억지 주장만 되풀이한 검찰의 무능함도 돋보입니다.

또 고빈다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 장면에서 끝나지만, 에필로그에서 검찰 항소로 열린 2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십수 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후일담은 기가 막힙니다. 1심 판사가 좌천되기까지 했다니, 어디까지 썩어 문드러진 건지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재심으로 누명을 벗고 무죄 선고를 받았다지만, 십수 년의 세월은 보상받기 어렵죠. 게다가 이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전 경시청 간부 히라다가 ‘무죄 판결은 사법부가 여론을 의식한 결과이며 고빈다가 진범’이라고 우기며 극우 단체 회장으로 선출되었다는 내용에 이르러서는 정말이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화자인 취재 기자 사노 신이치의 꼼꼼한 취재도 인상적입니다. 고빈다의 고향을 방문하여 가족과 추방된 당시 룸메이트들의 결정적 증언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판에 출두한 거의 모든 증인을 후속 취재하여 피해자 야스코가 살해되기까지의 동선을 자세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각종 증거들도 상세한 보충 설명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사노 신이치의 추리력이 빛나는 장면도 여러 군데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야스코의 지갑에서 발견된 이오카드의 존재에 대한 추리입니다. 검찰은 이 카드의 잔액으로 야스코가 특정 장소, 그러니까 정기권을 버리기 위한 장소로 이동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엄청난 구두쇠였던 그녀가 돈을 써 가며 정기권을 버릴 이유는 없죠. 사노 신이치는 그래서 야스코가 이 이오카드를 주웠을 것으로 추리합니다. 비용이 남아 있다고 쓰여 있었지만 사실은 현금을 보태 표를 구입했기에 잔액이 0원이었고, 잔액을 몰랐던 야스코는 뒤의 잔액 기록만 보고 나중에 쓸 요량으로 챙겼다는 것입니다. 아주 합리적이에요.
야스코의 정기권을 아무런 접점이 없는 스가모 주택가에 버린 범인의 심리에 대한 변호인단의 추리도 볼 만합니다. 시체가 며칠 동안 발견되지 않자 범인의 의심이 커져 범행을 드러낼 요량으로 대낮 주택가에 정기권을 버렸다는 것인데, 이 역시 그럴듯했어요.

무엇보다도 가장 궁금했던, “왜 게이오 대학교를 나와 대기업 도쿄 전력의 간부로 근무하며 연봉이 천만 엔이 넘었던 야스코가 수년간 밑바닥에서 매춘을 했는지?”에 대한 나름의 답이 등장하는 것도 반가웠습니다. 속이 다 후련하더군요.
도화선은 그녀가 성스러운 존재로까지 여겼던 아버지가 사망한 것입니다. 그 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도쿄 전력 내 라이벌과의 승부에서도 패배하며, 스스로 좌천당했다고 여긴 인사 발령을 받고 아버지가 ‘징벌적 초자아’에 빙의하여 그녀에게 벌을 내립니다. 아버지보다 못한 나를 못나게, 더럽게 만들어야 된다는 이유로요.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를 사회의 밑바닥, 구렁텅이로 떨어뜨리고 만 것입니다.
그 수준은 가히 참혹해서 2천 엔에도 여러 명의 외국인에게 길거리에서 몸을 팔고, 노상 방뇨 등을 서슴없이 저지를 정도였죠. 아, 무섭습니다. 확실히 현실이 픽션보다도 더 끔찍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자극적인 사건과 극적인 재판 과정을 다루고 있기에 아주 흥미로운 독서였습니다. 여러모로 별점 4점을 주었었던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와 비교됩니다. 핵심 용의자가 유죄를 선고받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무죄로 풀려난다는 재판 과정도 동일할 뿐 아니라, 잘못된 경찰과 검찰의 주장을 밝혀내기 위한 상세하면서도 방대한 취재가 이야기의 핵심이라는 점도 같으니까요.
그러나 이 책은 별점 4점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저자인 사노 신이치가 이 사건을 사카구치 안고의 "타락론"이라든가 일본 사회의 어둠 등과 엮어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문학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네팔에서의 여정을 장황하게 소개하는 부분이라든가 야스코의 무덤을 찾은 감상 등이 그러한데, 전부 쓸데없을 뿐더러 그 양도 너무 많았어요. 그냥 사카구치 안고의 "타락론"과 연계하여 작금의 일본 사회를 드러내는 정도에 그쳤다면 좋았을 겁니다.

게다가 이러한 개인적 감상을 무리하게 사건 취재와 엮은 부분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예요. 대표적인 게 사건 당일 야스코를 목격한 증인 중 한 명인 샌드위치맨 하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의 험난했던 인생사와 야스코 사건을 엮고, 이를 내면의 어둠 운운하면서 비극적으로 포장하는데 솔직히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하토는 16년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지만 아내의 사망 이후 스스로 술독에 빠져 인생이 망가진 것이라, 이를 딱히 내면의 어둠이나 운명의 장난으로 포장할 이유는 없죠.

또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는 저자 스스로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취재를 통해 범인상을 그려내지만, 이 책에서는 그냥 뜨내기 손님이었을 거라는 일반적인 예상 외에 그 어떤 정보도 추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현실만 취재해서 문제만 드러냈을 뿐, 그 이상의 진실은 담아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니까요. 같은 이유로 법정 미스터리를 방불케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그러한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는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배분도 적절하지 못합니다. 지금은 고빈다의 억울한 재판이 9, 야스코의 삶과 죽음이 1 정도의 비중인데, 이 책을 구입한 독자라면 야스코의 삶에 대한 관심도 높은 건 당연합니다. 왜 그녀가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의사 한 명과의 인터뷰가 전부라 취재의 양과 깊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의사의 견해도 증명된 것은 아니고요.
또 고빈다 재판에서 사건 당일 야스코와 고빈다의 행적도 너무 많이 반복됩니다. 이런 부분만 정리했더라도 분량은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고 내용도 흥미롭지만, 말씀드린 단점들 때문에 감점합니다. 지금보다 군살을 덜어내고 더 논픽션답게 썼더라면 별점 3점 이상은 충분했을 겁니다. "오컴의 면도날"이 떠오르는 그런 책이네요.

2013/10/21

귀동냥 - 나가오카 히로키 / 추지나 : 별점 2.5점

귀동냥 - 6점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레드박스

일본작가 나가오카 히로키의 단편집. 표제작 포함 전부 4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추리문학 커뮤니티 "하우미스터리"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운좋게 읽게 되었습니다. 리뷰 전에 자리를 빌어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일단 이력이 화려한데 2008년 표제작 "귀동냥"이 제 61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단편상을 수상하였으며 이후 발표된 이 단편집이 2012년 "추천 문고 왕국 2012" (이건 무슨 상일까요?)에서 국내 미스터리 부분 1위에 오르며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판매도 꽤 괜찮았다고 하고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상을 수상할 정도의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점이 없는건 아닙니다. 우선, 최근의 추세라 할 수 있는 연작이나 시리즈물이 아니라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각 단편이 전부 다른 주인공과 설정, 배경으로 이루어진 독립적인 작품으로 과거 오 헨리 시대에서나 봤었던 정통 단편물입니다. 뭐 연작, 시리즈물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 입장에서, 또 판매나 마케팅 측면에서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는 이런 스타일로 창작했다는 것에서 작가의 신조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또 모든 단편이 제가 좋아하는 잔잔한 일상계물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하지만 이야기 측면에서는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요. 우선 수록된 모든 단편이 사건 발생과 마지막 극적 해결이라는 오 헨리 스타일의 정석적인 단편 구성으로 전개되는데, 사건의 발생과 전개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은 탓입니다. 예를 들자면 충분히 구두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해주지 않아 오해를 키운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억지스러운 설정이 눈에 뜨이는것도 불만이고요. (이러한 점들은 아래의 각 단편별 상세 소개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같은 일상계라 하더라도 추리쪽에 좀 더 많이 치우친 작품들 - 가노 도모코의 작품들이나 요네자와 호노부의 일상계 추리물,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의 일상계 작품들 등- 과는 다르게 추리보다는 심리 묘사와 전개에 더 주력하는 작품 -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들과 같은 - 인데, 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었습니다. 이런 류의 작품을 싫어하는건 아닌데,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는 정보를 먼저 접해서 정통 추리쪽으로 기대가 너무 컸네요. 충분히 추리쪽으로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 같아 아쉽기도 했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충분히 읽는 재미는 있으며 일상계를 좋아하시고 단편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작품집이나 추리적으로 약간 미묘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신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께는 다시금 깊은 감사 드립니다.

아래 수록작별 상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경로이탈"

구급대원 하스카와는 대장 무로후시의 딸 가나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가나는 6개월 전 외과의 마스바라의 차에 치어 휠체어에 의존하는 몸이 되어 버렸다. 긴급한 상해사건으로 출동한 하스카와와 일행은 피해자가 가나 사건의 검사였던 구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고를 일으킨 의사 마스바라를 기소하지 않고 풀어주었었다.

칼에 찔린 구즈이를 병원으로 호송하는 와중에 무로후시는 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지 않고 사이렌을 켠채 병원 주변을 맴돌며, 하스카와에게 전화기를 주며 귀에서 떼지 말라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리는데....

무로후시가 복수때문에 구즈이를 죽게 내버려두는 것인가?가 사건의 핵심인 작품. 결국 결말은 나름 훈훈한 일상계스러운 결말로 끝나게 됩니다. 떨어진 핸드폰 + 사이렌 소리를 이용하여 위치를 알아낸다는 트릭 하나로 이만큼 이야기를 뽑아낸 것은 감탄스럽네요. 마스바라의 지병을 복선으로 배치한 것도 절묘하고요.

그러나 무로후시가 아무리 과묵하더라도 상황만 설명했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왜 아무 말 없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지는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혹 사고라도 생긴다면 대장이 아무리 책임을 지더라도 다른 대원들한테 아무런 데미지가 없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지요.
아울러 상황을 설명하지 않은 것이 구즈이에게 원한을 품은 탓도 있다면, 마지막의 감동도 희석되는 느낌입니다. 구즈이가 기소하지 않은 이유를 자백하는 대사도 사족이었습니다. 이러한 단점들 때문에 감점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

"귀동냥"

경찰 하즈미 게이코는 딸 나츠키와 둘이서만 살아가는 모자 가정의 가장이자 경찰로 이웃에게 발생한 집털이 사건을 맡은 뒤, 유력한 용의자인 네코자키 (요코자키)가 이미 체포되어 구류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코자키는 하즈미에게 접근하여 면회를 요청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반복하는데...

제목의 "귀동냥"을 상대방이 꼭 듣고 싶은 정보를 우연히 알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라고 정의내린 후, 이러한 귀동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입니다.

네코자키가 귀동냥을 이용하여 진범을 유도하는 것, 그리고 나츠키의 엽서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귀동냥의 형식을 빌어 후사노 할머니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었다는 두 가지 이야기가 얽히는데 깔끔한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하즈미가 네코자키의 보복을 우려하는 부분에서부터 긴장을 쌓아나가다가 폭발시키는 과정도 일품이고요.
앞서 말했듯 "귀동냥" 설정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과 일상계 왕도스러운 훈훈한 결말도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이 작품도 앞선 작품과 마찬가지로 설득력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일단 네코자키가 구태여 귀동냥 형식을 빌려 진범에게 내사가 진행중이라는 거짓 정보를 흘릴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그냥 형사에게 이야기하는게 더 쉽지 않았을까요? 또 이렇게 정보를 들었다고 해서 사이토가 바로 자수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나츠키가 왜 엽서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그냥 어머니한테 할머니를 안심시켜달라고 이야기하는게 더 나았을것 같은데 말이죠.

이런저런 이유로 감점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

"899"

소방대원 모로가미는 이웃에서 홀로 갓난아기 아이리를 키우며 살아가는 하쓰미에게 반했다. 그러던 중 그녀가 사는 주택에 화재가 발생하고 상황이 899 (긴급구조자) 마루아카 (1세 미만의 영아)라는 암호로 전달되는데...

아이를 잃은 아픈 경험을 가진 소방대원 가사마가 아이리가 학대를 받은 것을 파악하고 잠깐 동안 아이를 숨겨 엄마에게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준다는 것이 핵심 내용인데....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어이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아이가 학대받은 것을 순간적으로 파악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목적을 위해 아이를 비닐봉지에 넣어 잠깐 숨긴다는 발상은 애시당초 이해불가였어요. 구한 다음 바로 경찰을 부르거나 하면 되는 거잖아요? 아이가 다치려면 어쩔려고 했던건지...

아이가 사각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던가, 가사마가 장을 본 뒤 큰 비닐봉투를 재활용을 위해 따로 챙긴다던가 하는 식의 단서가 공정하게 제공된다는 점은 마음에 들고, 모로가미의 애타는 심리묘사도 괜찮은 편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핵심 이야기의 설득력이 제로에 가깝기에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고민 상자"

갱생보호시설의 원장 유코는 퇴소를 앞둔 우스이의 앞길에 왠지 모를 신경이 쓰였다. 그는 만취한채 자전거로 여자아이를 치여 죽인 죄로 구속된 뒤 출소한 인물이었다. 우시이는 입사한 이즈카 제작소 기숙사에 입주하는데 1주일에 걸쳐 가전제품을 보러 다니거나 선술집을 돌아다니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다가 투신 자살을 시도하는데...

설정은 굉장히 묵직하지만 실제 내용은 아주 담담한 일상계의 왕도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핵심 단서(?)인 유코의 NHK 대담 방송이 중요한 소재로 계속 언급되기 때문에 진상에 대해 독자가 눈치채기 쉽다는 단점은 있지만 유코의 심리묘사 등 디테일한 묘사가 아주 뛰어나며, 우스이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의 긴장감도 충분합니다. 아울러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내용의 설득력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네요. 물건을 버리기 위한 "고민 상자"라는 모티브를 잘 엮은 것도 좋았고요.

이 작품집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07/07/10

알라딘 추리독자 인터뷰 따라하기~!

원문은 여기에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저도 짤막하게 몇자 적어봅니다. 아.. 이 따라쟁이 정신이란 정말이지....^^

Q.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추리소설 읽는 즐거움은?

A. 단순히 독서로 끝나지 않는 지적인 사고활동이 곁들여지는 것이 매력이죠. 그래서 저는 정통파 고전 트릭물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작가와의 두뇌싸움이 제대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함 때문에 손에서 떼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내 인생의 추리소설' 5권을 꼽는다면?
A. 5편만 뽑기에는 너무나 어렵지만 "내 인생" 이라는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에게 영향을 준 작품 위주로 뽑아 보았습니다.
1)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존 딕슨 카 지음
그야말로 황금시대 정통 추리물 최고 걸작 중 하나로 밀실 트릭의 대가 딕슨 카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독자와의 공정한 두뇌싸움을 초반부터 정직하게 보여주는 정통 고전 퍼즐 미스테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셜록홈즈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지금 읽으면 너무 낡은 듯한 느낌도 들지만 시대가 지나도 영원한 명탐정의 상징으로 남은 셜록 홈즈 시리즈는 제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죠. 코난 도일 경에게는 아직도 고마움과 무한한 존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3) <10개의 인디언 인형>,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제가 처음으로 접한 추리와 호러의 만남! 동요와 함께 전해져 오는 오싹한 느낌과 더불어 완전범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크리스티 여사의 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처음 읽고는 며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무서웠던 경험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4) <점과 선>, 마츠모토 세이쵸 지음
원래 뜨문뜨문 접했던 일본 추리소설이었지만 지나친 성적 묘사 등으로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았었던 저에게 일본 추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작품이죠. 이른바 "기차 시간표 트릭"의 선구자적인 걸작이며 사회파로서의 특징 역시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금자탑입니다. 이 책 덕분에 이후 본격적인 일본 추리소설 탐독을 시작했기에 "제 인생"의 추리소설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5) <8번 종이 울릴때>, 모리스 르블랑 지음
홈즈가 등장했으니 라이벌 뤼뺑 역시 빠질 수 없겠죠? 최근까지도 많이 인용되는 멋진 트릭이 가득 담겨 있는 정통 추리 단편집이면서도 뤼뺑의 매력이 전편에 걸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뤼뺑 시리즈 최고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는 최고의 뤼뺑 작품으로 기억되는 재미난 작품이죠.

Q. '올해 여름, 필독을 권하는 추리소설'이 있다면?
A. 좀 호러 성향이 강한, 오싹한 작품 위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1) <검은집>, 기시 유스케 지음
올해 영화로도 개봉해서 잘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범죄와 공포를 다루고 있기에 사회파적 호러물이라 할 수 있는데 전편에 걸쳐 전해져 오는 오싹함과 서늘함이 일품으로 여름철에 딱 어울리는 책이죠.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소설만으로도 충분히 무섭고 재미납니다.

2) <인생을 훔친 여자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신용불량과 개인 채무, 파산을 소재로 하여 사회파적인 기법의 추리소설로 잘 표현한 수작으로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점에서 본다면 보험악용을 소재로 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라는 작품과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쩐의 전쟁"을 일부 연상케도 하고요. 정통파적인 부분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범죄의 특성 상 추리 매니아가 몰입할 요소가 많은 만큼 추천하고 싶습니다.

3) <고도의 마인>, 에도가와 란포 지음
일본 추리 소설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작으로 변격물이라 불리우는 란포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역시 여름철에 읽기에 참 적합하다 할 수 있는, 호러와 추리를 잘 버무린 작품으로 시대를 한참 앞서나갔던 란포의 상상력이 잘 드러나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닥터 모로의 DNA"가 약간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4)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독특한 전개와 정신병원을 무대로 한 서늘한 느낌, 거기에 독자를 빨아들이는 재미와 몰입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대 미국 추리 소설의 힘을 잘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암호 트릭 등으로 정통파적인 재미도 빠지지 않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추리 매니아가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5) <소름> , 로스 맥도널드 저
하드보일드 삼두마차의 한명인 로스 맥도널드의 최고 걸작입니다. 하드보일드 특유의 강한 드라마로 시종일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놀라운 마지막 3페이지의 반전으로 충격과 더불어 한 인간의 잔인성과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죠. 흔해빠진 반전물에 비해 정통 드라마의 요소를 충실히 갖추고 있기에 더욱 작품성이 빛난다 할 수 있습니다. 이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하죠. 미국의 널리고 널린 헐리우드 스타일 스릴러에 식상한 분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Q. 내 인생의 '첫' 추리소설은?

A.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단편들이 최초죠. 아마 "계림문고"라는 곳에서 시리즈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각 단편을 얇은 책 한권으로 만든 구성이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나이 또래의 추리 애호가들은 거의 다 비슷하시리라 생각되네요. 요사이 비슷한 판본과 형태로 다시 재간되고 있는 것을 서점에서 보았는데 어린아이들이 많이 접해서 저와 같이 추리소설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재출간을바라거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추리소설/작가가 있다면?
A. 재출간이 되기를 바라는 작품이야 너무 많지만 개인적으로 구하고 있었던 자유추리문고가 복간되었으면 합니다. 벨린저의 "이와 손톱"과 에반 헌터의 "주정꾼 탐정"은 정말 너무 읽고 싶은 작품이거든요. 이외에도 다카키 아키미쓰의 "파계재판"과 사노 요의 "완전범죄 연구" 역시 평소 구하던 책입니다. 그리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길 바라는 소설이나 작가는 너무나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 작가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때문에...."경성탐정록"의 출간을 원하시는 출판사를 찾습니다!^^

2007/04/08

내가 추리잡지를 만든다면?

오늘 쟝르문학 잡지를 기획하시는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과 추리 잡지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야기한 내용을 몇가지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국내 미출간 해외 추리 작품의 적극적 소개 :
제일 중요한 것이고 당연한 것이겠지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아닌 고전 명작 중에서 선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또 아무래도 잡지 특성 상 매월 한편이 완결되는 단편 위주의 선정이 좋겠죠.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외국 서적이 있는데 이 책을 번역하여 한편씩 실어줌으로써 과거 황금기의 명탐정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가 되면 어떨까요? 물론 이렇게 하면 너무 작품들이 낡아 보일테니 EQMM등을 통한 최신 작품들과의 연계도 충실히 고려해야 겠지만요. 또 제가 좋아하는 일본 단편들은 물론 세계 각지의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는 그런 자리가 되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추리문학이 무척 궁금하기도 하니까요.

2. 국내 출간 작품 중 절판된 작품의 소개 :
국내에도 출간되었는데 아쉽게 절판되고 사라져서 지금은 구하기 힘든 작품들이 많죠. 이러한 작품들을 다시 연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도끼" 라던가 벨린져의 "이와 손톱", 사노 요의 "완전범죄연구", 다카키 아키미쓰의 "파계재판" 등등 이겠죠.

3. 만화 :
만화는 국내 만화가중에 가장 독특한 센스와 쟝르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김진태씨가 꼭 연재해 주었으면 합니다. 원작이 있는 추리물도 좋고 오리지널 스토리도 좋으니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주시길^^

4. 애호가 대담 및 간담회 / 설문 조사 :
파우스트 이번호에 실렸던 것 같은 추리 애호가들의 간담회나 대담같은 부분도 들어가면 좋겠더군요. 아울러 애호가들 대상으로 "꼭 번역되었으면 하는 작품" 설문 조사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조명해 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5. 계절별 이슈 특집 :
월간지라면 발매되는 계절이나 달마다 뭔가 특별한 이슈가 있을 터인데, 그러한 이슈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집중 선정하는 것도 재미난 기획이 되겠죠. 예를 들자면 이번주에 프로야구가 개막되었는데 이러한 것을 토대로 "스트라이크 살인" 같은 작품을 조명한다던가 하는 식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6. 국내 작품의 발굴 :
만약 추리잡지가 창간된다면 척박한 국내 추리 문학계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국내 작가와 작품을 발굴해 나가야 함은 당연하겠죠. 시장의 확대와 컨텐츠 수급 측면에서라도 말이죠. 당장의 성과는 없더라도 긴 안목에서 수행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7. 추리 영화 및 게임 등 다른 컨텐츠의 발굴 및 소개 :
게임만 해도 제가 아주 재미있게 즐겼던 "역전재판"을 비롯해서 너무나도 많은 추리 게임이 있죠. 이러한 게임의 소개 등 다른 쟝르에서도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추리라는 컨텐츠를 소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8. 인터뷰 :
추리 작가와의 대담 및 인터뷰도 빼놓을 수 없겠죠. 창작관이나 작품 세계에 대한 조명 등 여러가지 정보를 얻고 많이 배울 수 있는 유익한 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다른 다양한 아이디어도 많이 있겠지만 기본은 이 정도로 하고 세부 기획을 붙여나가는 식으로 하면 참 좋을 것 같네요. EQMM같은 유명 잡지를 참고하며 풍성하고 다양한 기획이 보강된다면 아주아주 멋진 잡지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누가 저에게 편집권을 주고 잡지 하나 맡겨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

2007/03/18

금색의 상장 (삼중당 미스테리 명작 36) - 사노 요 / 김정우 : 별점 3점

S대학 법의학과 조교수 기하라는 은사의 해외 출장 환송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다가 낯선 중국인 여성인 명방의 유혹을 받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그러나 후일 차 트렁크 안에서 명방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간에 관계를 가졌고, 자동차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열쇠까지 소지하고 있는 기하라는 유력한 용의자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받았다.

다행히 기하라는 결백이 입증되어 풀려났다. 그러나 아내와 별거하게 된 원인인 자신의 몽유병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게 되는데...


사노 요의 작품으로 국내에 제대로 출간된 저자의 작품 두편 중 한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완전범죄 연구") 이런 저런 조사 결과로는 이 작품들이 저자의 대표작은 아닌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어 번역되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어쨌건 읽으면서 들은 생각은 일본의 시드니 셀던.. 이라는 것?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소재를 다루는 데 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기하라의 혼외정사(?)가 2건이나 나오는 것이 그러하죠.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매끄럽게 전개되기에 기본적인 글 솜씨는 인정할 만 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기하라의 혼외정사는 자연스러운 행위처럼 묘사하면서도 별거중인 아내 마사꼬의 부정은 바보같은 짓으로 결론 내리는 것은 굉장히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쓰여졌구나 싶었으며, 추리적으로도 별볼일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혼외정사 자체가 사건의 주요 소재이자 트릭의 하나로 쓰이는 것은 꽤 교묘했고, 초반부터 "시체 바꿔치기" 트릭에 대한 복선을 계속 설명하는 점은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는 헛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기하라는 좌충우돌 뛰어다니기만 할 뿐, 실제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인물은 아주 잠깐 등장하는 여류 평론가 고나미세 구리코라는 점, 그리고 기하라라는 인물이 명방과 마지막 밤을 보내야 하는 타당성이 없다는 점, 어차피 경찰 수사에 의해 해롤드 운노의 범행이 서서히 밝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점 등 약점도 많고요. 
또 시대가 다른 탓에, 가장 결정적 단서이기도 한 "자동차 키"의 존재가 지금 읽기에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그래도 국내에 출간될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희귀본을 읽게 된 기쁨은 무척 컸습니다. 책 뒤의 해설도 귀중한 자료였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이런 저런 요소를 다 빼버리고 단편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 책 역시 이영진님이 제공해 주신 책인데 귀한 책을 너무 많이 주셔서 황송할 뿐이네요.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006/10/15

Japan 미스터리 걸작선 2 - 한국, 일본 추리작가협회 추천 / 정태원 번역 : 별점 2.5점

1권과 3권은 이미 이전에 읽었지만 2권만 구하지 못했었는데 블로그 지인인 석원님의 도움으로 드디어! 읽게 된 책입니다. 

전쟁 직후, 주로 약 1950~60년대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앤솔러지로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제법 있는 편입니다. 작가들도 현대보다는 과거의 명작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고요. 이름만 아는 작가지만 사노 요, 츠츠이 야스타카, 시마다 가즈오, 도가와 마사코, 오카지마 후타리, 오오야부 하루히코는 워낙 유명한 작가들이라서 목차만 보더라도 무척이나 풍성한 느낌을 줍니다.
정통 추리물보다는 이색적이고 변칙적인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으며 당시의 취향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단편이 좀 집요하고 처절한 인간 본성을 건드리는 작품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고요.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확실히 낡은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정통 추리물 매니아를 자처하는 저에게는 썩 입맛에 맞는 작품들도 아니었고요. 추리소설의 태동기에서 갖가지 실험적인 형식이 적용되던 과도기시대의 작품들이라는 느낌? 또 치정에 관련된 사건이 많다는 것 역시 장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추리적 맛은 덜하나 여운을 남기거나 설정이 재미난 작품들이 많은, 석원님 표현을 빌자면 "별미"에 가까운 작품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배경 설정이 탁월하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면서도 정통파적인 매력을 잘 보여주는 아와사카 츠마오의 "기울어진 방", 그리고 사소한 발상이지만 내용 전개가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오카지마 후타리의 "늦게 도착한 연하장"을 꼽고 싶네요. 1. 도박 - 사노 요

대학의 조교수인 주인공은 주말 부부로 지내던 중 아내의 자살 사건을 접했다. 유서를 통해 그는 이유가 도저히 들통날 수 없던 자신의 불륜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굉장히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러면서도 결말 부분의 여운이 진한 작품입니다. 과연 그녀는 뭐라고 말했을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2. 그녀들의 쇼핑 - 츠츠이 야스타카 

한 커피숍에 같은 단지에 거주하는 아줌마들이 모여 교외의 대저택으로 떠난다... 

짧은 길이지만 반전에서 전해주는 인상이 강렬한 소품. 별점은 2.5점입니다.

3. 넹고넹고 - 가야마 시게루

한적한 마을에 식료품이 조금씩 없어지는 절도 사건이 발생하고 주인공 형사는 사건 해결을 위해 탐문하던 중 이상한 노파를 만나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는데... 

가야마 시게루도 잘 모르는 작가이지만, 내용이 도대체 뭔지도 알 수 없네요. 절도 사건이 소재라 아예 추리물이 아니라 단정짓기는 뭐하나 환상문학에 더 가깝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4. 까마귀 - 다키가와 교

쇠락해 가는 군 장성 가문의 남매는 집안 관리를 위해 하녀를 고용했다. 오빠는 하녀와 관계를 맺게 되지만 결혼을 요구하는 하녀를 살해하려고 결심하는데... 

줄거리만 보아도 내용 전체를 짐작할 수 있는 뻔한 소재와 내용의 작품입니다. 심리묘사와 까마귀에 대한 묘한 공포감을 자아내는 분위기는 그럴 듯 하지만 그 외에는 별로 특출난 부분은 없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5. 안마사 케이 - 시마다 가즈오

주인공은 한 온천에서 옛 하얼빈 특파원 시절에 알게 되었던 안마사 케이를 만났다. 

여자의 집요한 복수를 그린 단편으로 별다른 트릭은 없지만 안마사 케이의 대사 하나로 사건을 압축하는 묘미가 있는 소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6. 마지막 인사 - 야마다 후타로

교외의 마을에서 발견된 죽은 쥐가 페스트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마을은 방역때문에 비워졌다. 비워진 마을에 파견된 두 형사는 예전 공습때 소실된 한 마을의 모습을 떠올리는데... 

전쟁 막판의 일본을 무대로 당시의 사회상을 리얼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사회파의 선구자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추리물보다 순문학에 가깝습니다. 김성종의 "어느 창녀의 죽음"과 비슷했달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7. 수집광 - 야마구치 마사야

조지 매컬리는 SP음반 수집광으로 취미때문에 가족도 잃고 직장까지 바꿨다. 그런 그가 방문한 한 마을에서 그는 "보물"을 발견한다... 

음반 수집광을 소재로 한 이색 단편. 그러나 내용 전개는 로얄드 달의 "목사의 기쁨" (단편집 "맛"에 수록)과 유사하여 예측 가능한 수준이라 재미는 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반전이 나와줄 것 같았는데 결말이 너무 뻔했어요. 별점은 2점입니다.

8. 방공호 - 에도가와 란포

전쟁 중 공습 때문에 피신한 방공호에서 주인공은 한 미녀와 우발적으로 관계를 맺게 되는데... 

란포 선생의 단편입니다. 1인칭 독백 형식으로 구성된 재치있는(?) 전개와 나름의 반전이 인상적이지만 추리물은 아닙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9. 이중 동반살인 - 사사토 사카에

결혼을 앞둔 공무원이 호스테스와 함께 밀폐된 방안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죽었다. 사건은 여러 증거를 토대로 자살로 처리되었다. 이의를 제기하던 그의 약혼자마저 시체로 발견되는데...

두건의 이중 살인이 벌어지는 정통 추리물입니다. 하지만 추리적인 가치가 있는 사건은 최초의 사건 뿐입니다. 밀실 트릭과 자살로 보이게 만드는 유언장 트릭이 등장하지요. 

트릭은 나름 괜찮지만 낡았다는 느낌이 강하고 무엇보다 범인역의 인물이 억지스러워서 그닥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두 번째 사건도 별다를게 없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10. 보석 - 구스다 쿄스케

야쿠자 보스가 총격으로 죽고 그가 노리고 있던 다이아몬드가 사라지는데... 

여러가지 트릭 및 반드시 필요한 "명탐정"까지 등장하는 정통 추리물입니다. 정황 증거만 가지고 추리하는 탐정의 실력도 놀랍지만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점에서 고전 정통 퍼즐 미스테리의 맛을 진하게 풍기네요. 결말 부분에서 반전까지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별점은 3점입니다.

11. 2월 2일 호텔 - 기타카타 겐죠

주인공 사진작가는 아프리카의 2월 2일 호텔에서 과거 운동권 동지를 20년만에 만났지만, 곧바로 수수께끼의 잡상인에게 협박을 받게 되는데...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가 안 가더군요. 남자와 남자간에 있을 수 있는 알듯 모를듯한 관계를 그리고 있긴 한데 와닿지 않았어요. "기나긴 이별"의 마지막 부분을 확대한 느낌이랄까요? 절대 추리물은 아닙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12. 어둠 속으로부터 - 도가와 마사코 

주인공은 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가 있지만 명문 가문의 여성과의 결혼을 위해 그녀를 버렸다. 그러나 결혼식장에서부터 그는 그녀의 존재를 느꼈고, 서서히 신혼부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맞이한다... 

뻔하디 뻔한 소재와 상투적인 전개를 지닌 작품입니다. 너무 뻔해서 할말이 없을 정도죠. 반전조차 뻔합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14. 기울어진 방 - 아와사카 츠마오

"귀신 단지"라는 별명의 아파트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단지에 살고 있는 직장 후배의 권유로 자리에 모인 주인공 일행은 사건 해결을 위해 자체적인 조사에 나서는데... 

제일 마음에 든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정통 추리물이기도 하지만 "귀신 단지"라는 아파트의 묘사가 너무나 재미난 덕분입니다. 참혹한 사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느낌도 많이 묻어나며, 탐정 캐릭터도 독특하고 인상적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15. 상자 속의 당신 - 야마가와 히사오

음.. 굉장히 짧은 소품으로 어디선가 읽은 듯한 느낌이 강한 작품이었습니다. 뭐라 평가하기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16. 늦게 도착한 연하장 - 오카지마 후다리

시부사와는 출근하자마자 회사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을 알아챘다. 이유는 그가 포르노를 판매한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인데... 

사소하지만 꽤나 괜찮은 트릭(?)이 등장하는 귀여운 작품으로 재미나게 읽은 작품입니다.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긴 하나 이 정도 수준이라면 누구나 만족할 만한 단편이 아닐까 싶네요. 좀 낡은 감이 있긴 하지만요. 별점은 3점입니다.

17. 손님 - 오오야부 하루히코

기발한 반전으로 로얄드 달이나 스텐리 엘린의 느낌을, 정말 약간... 전해주는 짤막한 소품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5/06/15

베스트 미스터리 2000 1, 2 - 일본추리작가협회 편저 / 정태원 역 : 별점 3.5점

베스트 미스터리 2000 - 1 - 8점
일본추리작가협회 편저/태동출판사
베스트 미스터리 2000 - 2 - 8점
일본추리작가협회 편저/태동출판사

소문만 듣던 책인데 인터넷 서점에 마침 재고가 있길래 냉큼 구입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들의 단편선이니 구입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제목과 서론을 보니 일본 추리작가 협회에서 직접 선정한 2000년도판 베스트 단편선 쯤 되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한국 추리 작가 협회가 매년 출간하는 베스트 추리소설 모음집과 유사해 보입니다. 

워낙 일본이 추리 강국이라 저변과 시장이 넓은 덕분이겠지요? 수록된 작품의 양이 상당합니다. 두 권으로 나누어져 출판되었는데 1권에는 11편, 2권에는 9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작품들 수준도 우수합니다. 재미도 있고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통 추리물을 비롯해서 형사물, 공포스릴러, 환상단편, 인간 드라마, 심리 서스펜스에서 패러디까지 각종 쟝르를 넘나들며, 전개와 설정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읽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겠더라고요.
작가군도 풍성합니다. 사노 요, 노리츠키 린타로, 이마무라 아야, 모리 히로시, 니카이도 레이토 등 유명 작가들은 물론 끝부분 작가 소개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라고 표시된 작가도 상당수 있을 정도니까요. 이렇듯 작가진만 보더라도 정말로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엄선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 줍니다. 

전체적으로 우수하지만, 개인적으로 1권의 베스트는 사기극 "영원표묘", 정통추리물에 가까운 "사용중"과 "일곱통의 편지"이며 2권의 베스트는 정통 추리 "흉소면", "까마귀의 계시"였습니다. 물론 다른 작품들도 평균 이상 수준은 충분합니다.

번역이 약간 깔끔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 조금 더 작은 판형으로 예쁘게 장정하였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렇게 번역되어 출판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추리 강국으로서의 일본의 진수를 최소한의 노력으로 맛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수고롭더라도 구해볼 가치가 있는 책으로 별점은 3.5점입니다. 

추후 2000년만 아니라 다른 년도의 베스트 단편 모음집도 소개되면 좋겠네요. 자세한 각 단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1권

1. 잠들 수 없는 밤을 위하여 - 오리하라 이치 : 

 잡지의 "고민 상담실"의 투고와 신문기사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으로 소품에 가깝습니다.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드라마에 가깝지만 마지막의 여운이 인상적이었어요.

2. 거짓말쟁이의 다리 - 사노 요 : 

 형사수사물. 두 형사의 대화로 주거침입- 강간미수 사건의 뒤에 감추어진 진상이 서서히 밝혀지는 전개로 잘 짜여져 있는 작품입니다. 다만 마지막 반전은 약간 억지스럽습니다.

3. 배반의 푸가 - 스즈키 기이치로 : 

영안차 운전수라는 독특한 직업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한 여자의 집착을 서늘하게 그린 소품. 약간 로얄드 달 느낌이 드는 기묘한 작품인데, 조금 더 압축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4. 영원표묘 - 구로카와 히로유키 : 

미술상을 무대로 한 독특한 사기극으로 만화 "갤러리 페이크"같은 느낌을 전해줍니다.
초반에 제공되는 명확한 단서를 통해 결말까지 이끌어내는 추리극적인 성격이 강하면서도, 독자까지 속이는 세련된 전개와 트릭이 돋보입니다. 작가가 미대 출신의 전문가라 그런지 이야기에서 보이는 미술품에 대한 묘사도 괜찮았고요.

5. 지난날의 사랑 - 오사카 쓰요시 :

사립탐정이 여배우의 의뢰로 애인의 불륜 뒷조사를 한다는 내용으로, 별다른 추리적인 요소는 없지만 이야기 전개는 깔끔하고 무난합니다. 베스트로 선정되기에는 지나치게 심심한게 아닌가 싶지만요.

6. 얼음설탕 - 후지모토 유키 : 

한 주부가 과거에 사라졌던 애인과 우연히 재회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점점 수렁속으로 빠져드는 서스펜스 드라마입니다. 여성 버젼의 스텐리 엘린 단편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심리 묘사가 탁월하며 반전도 인상적입니다.

7. 야수의 기억 - 고바야시 야스미 : 

호러 스릴러의 성격을 띈 작품입니다. 다중인격의 소유자로 다른 인격일 때의 파괴적인 행동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잘 묘사하며, 추리적인 부분도 확실한 편이고 반전도 좋습니다.
하지만 독자를 속이기 위해서 전개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한건 감점 요인이네요.

8. 은폐꾼 - 가스미 야스시 : 

사회적 파탄을 불러올 수 있는 불상사를 국가 차원에서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단체가 등장하는 소품입니다. 설정과 전개가 스티븐 킹의 "금연 주식회사"와 유사하지요. 기발한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후반 전개는 좀 뻔해서 아쉽습니다.

9. 사용중 - 노리츠키 린타로 : 

한 추리작가가 살해되었는데, 그가 생각한 추리 소설의 전개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입니다. 스텐리 엘린의 작품을 인용해가며 전개되는데, 밀실 트릭에 대한 생각은 노리츠키 린타로가 직접 이야기 하는 것 같아 더욱 재미있더군요.
결정적 약점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짧은 분량으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충분히 전해주는, 단편의 교과서 같은 작품입니다.

10. 일곱통의 편지 - 아사기 마다라 : 

동거하던 남자의 어머니와 왕래한 편지로 이면에 숨겨진 살인사건이 밝혀지는 작품으로 전개도 독특하지만 추리적으로도 일품입니다.

11. 먼 창 - 이마무라 아야 :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이 불구가 된 사고로 환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소녀의 이야기로 "환상특급"에 나올법한 이야기네요. 소녀의 일기로만 전개되는 구성도 독특하고요. 재미도 있고 후반부의 아버지의 일기에서 밝혀지는 진상도 좋습니다. 다만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는건 단점이에요.

2권 

시효를 기다리는 여자 - 니이츠 키요미 : 

15년 전에 일어난 살인 사건의 시효가 끝나기 직전 진범의 심리와 사건의 진상을 묘사한 작품. 독자를 속이는 소설만의 효과로서 이루어진 트릭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반전과 결말은 수긍하기 조금 어렵더군요.

부하 - 곤노 빈 : 

부하를 믿고 신뢰한 경부보가 방화범을 잡는다는 내용의, 인간 드라마와 추리물이 잘 섞여 있는 소품입니다.

흉소면 - 기타모리 코 :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 처럼 대학의 민속학자가 한 고택의 오래된 가면을 둘러싸고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본격 추리물입니다. 트릭과 전개도 깔끔하지만, 무엇보다도 단편에서 소홀히 취급되기 쉬운 범인의 동기까지 설득력있게 등장하는게 마음에 듭니다.

독점 인터뷰 - 노자와 히사시 : 

유괴 살인 사건의 중요 참고인이 독점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는, 약간 사회파 느낌을 전해 주는 작품입니다. 사소한 단서로 진상이 밝혀지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구성은 취향이 아니라서 별로였지만, 복잡한 인간관계가 얽힌 드라마가 잘 살아있어서 읽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석탑의 지붕 양식 - 모리 히로시 : 

사이카와와 모에 커플이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하지만 둘이 탐정으로 등장하는건 아닙니다. 모에와 그녀의 친구들이 모여서 사이카와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이야기거든요. 결국 정답은 집사가 맞춰버린다는 "흑거미 클럽"과 유사한 결말도 독특하고요.
그러나 고대 인도의 수수께끼의 석탑 지붕 양식에 관한 수수께끼라는 설정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정답은 아무도 모르지만 개중 설득력 있는 것"이라는 결말은 반칙이라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작가의 명성에 값하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아가씨 출범 - 와카다케 나나미 : 

메이지시대를 무대로 천방지축 아가씨의 탈출 계획을 막는 하녀의 기지가 발휘되는 소품입니다. 일본어를 이용한 트릭이 하나 등장하지만, 대단한 수준은 아니에요. 유쾌한 분위기는 즐거웠지만요.

까마귀의 계시 - 우타노 쇼고 : 

동네 쓰레기를 마당에 모아놓는 정신병에 걸린 여인이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정통 추리물입니다. 사건 자체가 백만분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우연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만 뺀다면, 독자에게 공정한 단서를 제공하면서도 전개도 깔끔하고 흥미롭게 진행되는 좋은 작품입니다.

생환자 - 츠부라야 나츠키 : 

산악 경비대 대장을 주인공으로, 산에서 발생한 알 수 없는 프로 등산인의 추락사를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소재와 설정이 독특하며 등산에 대해 전문가적인 지식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아쉽게도 추리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별로 평가할 건덕지가 없었어요.

가스케의 세기의 대결 -니카이도 레이토 : 

사람들이 식사 대신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장소인 "독서 레스토랑"을 무대로 주인공 가스케가 건방진 싸구려 평론가 고토쿠를 추리소설 품평 내기를 통해 혼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독서 레스토랑과 추리소설 품평 내기라는 설정도 참신하고, 등장하는 방대한 추리 작품에 대한 지식도 상세한데다가 무엇보다 유쾌한 꽁트 분위기가 즐거웠던 작품입니다. 작가가 평론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엿보이는 점도 재미있었고요. 

하지만 전개는 로얄드 달의 "맛"에서의 포도주 맞추기 게임과 거의 유사해서 신선함은 떨어집니다. 트릭도 추리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문제가 많고요. 여러모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2003/12/15

두동강이 난 남과 여 -일본 추리 단편선- 별점 2점

두 동강이 난 남과 여 - 6점 노리즈키 린타로 외 10명 지음, 일본 추리작가 협회 엮음, 한국 추리작가 협회 옮김/봉성기획
그동안 상당히 구해보고 싶었던 단편집이었습니다. 워낙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단편소설도 좋아하기도 해서인데 이 책이 인터넷 헌책방에 올라온것을 보고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선정 기준은 상당히 젊은 작가들, 그리고 최근 현대 일본 추리 단편의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선정되어 있는 듯 합니다. 이름을 알 수 있는 작가는 노리츠키 린타로, 히가시노 게이고, 나츠키 시즈코, 사노 요... 정도 였고 나머지 작가들은 잘 모르는 작가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일본 추리 단편집 같은 구성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표제작이기도 한 "두동강이 난 남과 여"와 "식인 상어" 두편만이 정통 퍼즐 미스테리에 가까왔고 나머지 작품들은 주로 인간의 심리와 인간관계를 그린 작품들이었습니다. 이런 작품들 중에서는 나츠키 시즈코의 "한마디에 대한 벌"과 다카하시 가츠히코의 "이상한 인연"이 인간관계에 대한 냉정하고 어떻게 보면 잔인한 심리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어서 재미있었고요, 나머지 작품들은 평이한 수준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어요. 약간 더 일본적인, 조금 더 엽기적이고 가슴 서늘한 작품들을 기대했었거든요. 힘들게 구하긴 했지만 약간 맥빠지는 단편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고려원이나 태동에서 나왔던 일본 미스테리 걸작선들이 더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2003/12/14

문예춘추 선정 일본 미스테리 100선

원 출처는 심농님의 홈페이지였으며 (현제 폐쇄), 내용은 국일미디어 간 "유령신사" 뒷부분에도 실려있습니다. 해설은 원본 작성하신 분과 제 의견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리스트는 사실 별 의미는 없지만 제목만 보는것도 꽤 재미있더라고요.

001 옥문도 1947 요코미조 세이시 /요코미조 세이시는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의 창조자입니다. 뛰어난 본격 작가죠.
002 허무에의 공물 나카이 히데오 / 이번에 동서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003 점과 선 1957 ; 마츠모토 세이초 / 열차 시간표를 이용한 트릭
004 불연속 살인사건 1947 ; 사카구치 안고 /ㅎㅎ 바로 전에 읽었던 작품이죠. 동서에서 이번에 나왔습니다.
005 흑사관 살인사건 1934 ; 오구리 무시타로 / 동서에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006 도구라 마구라(환마술) 1935 ; 유메노 규사쿠 / 역시 이번 동서 리스트에.. (대체 언제 나올지는 의문입니다만)
007 혼진 살인사건 1945 ; 요코미조 세이시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이죠. 트릭은 수긍하기 힘들지만 역사적인 의미가 더 큰 듯 싶습니다.
008 검은 트렁크 1956 ; 아유가와 데츠야 / 동서에서 역시 이번에...
009 회귀천 정사 1980 ; 렌죠 미키히코 / 앗 모르는 작품 (*2011년 시공사에서 출간됨. 걸작입니다)
010 문신 살인사건 1948 ; 다카키 아키미츠 / 유명한 작품이죠. 어서 제대로 다시 소개가 됐으면 좋겠네요. (*동서에서 출간)
011 산고양이의 여름 1984 ; 후나토 요이치 / ?
012 대유괴 1997; 텐도 신 /텐도 신의 대유괴도 참 많이 들어본 작품입니다. (*출간되었습니다. 좋은 작품이에요)
013 이전동화 1923 ; 에도가와 람포 / 국내 소개 됐고 단편입니다. 데뷰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암호 트릭. 동서 "음울한 짐승"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에도 수록)
014 음수 1928; 에도가와 람포 / 에도가와 람포의 초기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알려져 있죠? 동서의 "음울한 짐승" 입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권에도 수록)
015 제로의 초점 1959 ; 마츠모토 세이초 /0의 초점으로 국내에 출간돼 있죠. 저도 하서판으로 갖고 있는데 전형적인 사회파 작품입니다.
016 11매의 트럼프 1976 ; 아와사카 츠마오
017 아 아이이치로(악애일랑)의 낭패 1978 ; 아와사 카츠마오 / 이 작품도 많이 상위권에 언급되는 작품입니다만.. (*시공사에서 출간, 좋은 작품입니다)
018 기아해협 1962 ; 미나카미 츠도무
019 고메스의 이름은 고메스 1962 ; 유키 쇼지 /역시, 낯이 익습니다. 흠. (*검은숲에서 출간) 
020 위험한 동화 1961 ; 츠치야 다카오 / 작가는 낯이 익은데..
021 점성술 살인사건 1981 ; 시마다 소지 / 나왔군요! 걸작~
022 복잡한 기계 장치 1978 ; 아와사카 츠마오
023 사건 1977 ; 오오카 쇼헤이
024 우리 1983 ; 기타가타 겐조
025 심리시험 1925 ; 에도가와 람포 /동서 "음울한 짐승"에 수록. 조금 낡은 트릭입니다만, 재미 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에도 수록)
026 상자 속의 실낙 1978 ; 다케모토 겐지
027 굶주린 늑대 1981 ; 시미즈 다츠오
028 대낮의 사각 (백주의 사각) 1959 ; 다카키 아키미츠 / 이 작품도 대표작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동서에서 나온다곤 하는 것 같은데요.. (*검은숲에서 출간)
029 황토의 분류 1965 ; 이쿠지마 지로
030 도망의 거리 1982 ; 기타가타 겐조
031 야수는 죽어야 한다 1958 ; 오야부 하루히코 / 고려원에서 문고판으로 나온 책입니다.
032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1955 ; 다카키 아키미쓰 / 아키미쓰의 작품이 세 개나;; 흠 보고 싶어요. (*검은숲에서 출간됨)
033 나메쿠지 쵸야 체포 소동 1968 ; 츠츠키 미치오.
034 끝없는 추적 1967 ; 이쿠지마 지로
035 고양이는 알고 있다 1957 ; 니키 에츠코 /역시 들어봤던 작품 (*시공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036 묵시록의 여름 (섬머 아포칼립스) 1981 ; 가사이 기요시
037 고도의 마인 1929 ; 에도가와 람포 /국내에 나와 있죠. 하서판으로 읽었는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038 검은 백조 1959 ; 아유가와 데츠야
039 타오르는 파도 1982 ; 모리 에이
040 변호 측 증인 1963 ; 고이즈미 기미코 / 검찰측 증인인가...^^ (*검은숲에서 출간, 무난했습니다)
041 그림자의 고발 1963 ; 츠치야 다카오 /오 제목이 정말 멋지군요.
042 악마의 공돌이 노래 1957 - 요코미조 세이시 /흠 정말 보고 싶었던 작품.
043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1982 ; 시마다 소지 /미타라이 탐정의 두 번째 사건. 너무 보고 싶어요. (*시공사에서 출간)
044 여덟 개의 묘가 있는 마을 1949 ; 요코미조 세이시 / 팔묘촌..
045 신사동맹 1980 ; 고바야시 노부히코
046 징기스칸의 비밀 1958 ; 다카키 아키미츠 /이 소설도 상당히 유명한 작품으로 역사 미스테리로 알고 있습니다.
047 갈라진 해협 1983 ; 시미즈 다츠오
048 리라 장 사건 1968 ; 아야가와 데츠야
049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1929 : 에도가와 람포
050 마른 풀의 뿌리 1961 ; 친신
051 밤의 오딧세이아 1981 ; 후나토 요이치
052 고층의 사각 1969 ; 모리무라 세이이치 /정말 엄청나게 끈질긴 작품입니다. 하서 수록.
053 모래그릇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역시 하서. 당시로서는 기발한 흉기가 나오는 전형적인 사회파 작품
054 바이 바이 엔젤 1979 ; 가사이 기요시
055 한시치 체포록 1917 ; 오카모토 기도 / 와 정말 옛날 작품이네요. (*책세상에서 출간)
056 파노라마 섬 기담 1926 ; 에도가와 람포
057 한 개의 납 1959 ; 사노 요 /단편이 국내에 소개가 됐어요
058 사루마루 환상 여행 1980 ; 이자와 모토히코
059 고양이 혀에 못을 박아라 1961 ; 츠즈키 미치오
060 초대받지 않은 손님 1980 ; 사사자와 사호 /사사자와 사호도 많이 언급되는 작가.
061 짙은 갈색의 파스텔 1982 ; 오카지마 후다리
062 인생의 바보 1936 ; 기키 다카타로
063 배덕의 메스 1960 ; 구로이와 쥬고 /제목 참;;
064 증발 1972 ; 나츠키 시즈코 / W의 비극이 대표작아닌가요? 이 작품은 잘 모르겠는데 더 순위가 높네요.
065 나폴레옹 광 1979 ; 아토다 다카시 /단편입니다. 월간 미스터리에 수록된 작품. 단편집도 국내에 출시가 됐었는데요. 저는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서늘~합니다.
066 부호 형사 1978 ; 츠츠이 야스다카 / SF소설가로 더 유명한 작가인 듯 한데 이 작품도 보고 싶네요. (*검은숲에서 출간,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067 샤라쿠 살인사건 1983 ; 다카하시 가츠히코
068 잠 없는 밤 1982 ; 기타가타 겐조
069 나비부인 살인사건 1946 ; 요코미조 세이시 / 동서에서 나왔습니다. "혼진 살인사건"과 같이 수록 되어 있습니다.
070 죽음이 있는 풍경 1965 ; 아유가와 데츠야
071 살인귀 1931 ; 하마오 시로
072 불꽃에 그림을 1966 ; 친신
073 검은 화집 1960 ; 마츠모토 세이초
074 아쿠쥬로 체포기록 1939 ; 히사오 쥬란
075 W의 비극 1982 ; 나츠키 시즈코 / 좋은 작품입니다.
076 베를린 1888년 1967 ; 가이도 에이오
077 안녕 아프리카의 여왕 1979 ; 모리 에이
078 단쥬로 할복 사건 1959 ; 도이다 야스지
079 거대한 환영 1962 ; 도가와 마사코 / 국내 소개된 작품은 "레이디 킬러"
080 마리오네트의 덫 1977 ; 아카가와 지로 / 유명세에 비하면 작품은 사실 좀 별로라는 생각이...^^ (*국내 출간, 쓰레기였습니다)
081 완전범죄 1933 – 오구리 무시타로
082 내일 날씨로 해두게 1983 ; 오카지마 후다리
083 삼중노출 1964 - 츠즈키 미치오
084 살아나는 황금늑대 1964 ; 오야부 하루히코
085 어두운 낙조 1965 ; 유키 쇼지
086 인간의 증명 1975 ; 모리무라 세이이치 / 어머니.. 그때 그 밀짚모자...
087 유령 열차 1976 - 아카가와 지로 / 아마 데뷰작이죠? (*국내 출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088 뺑소니 1969 ; 사노 요
089 유괴작전 1962 - 츠즈키 미치오
090 비합법원 1969 ; 후나토 요이치
091 장미여자 1983 : 가사이 기요시
092 스탈린 암살 계획 1978 ; 히야마 요시아키
093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 1983 ; 기타가타 겐조
094 돌밑의 기록 1948 - 오시타 우타루
095 추락 1958 ; 다카가와 교
096 우리들의 시대 1978 ; 구리모토 가오루
097 호크씨의 타향의 모험 1983 ; 가노 이치로
098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 1984 ; 시마다 소지 /보고 싶어요;; (*국내 출간)
099 50만 년의 사각 1976 ; 도모노 로
100 살인에의 초대 1973 ; 텐도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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