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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 시미즈 기요시 / 문승준 : 별점 4점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 8점
시미즈 기요시 지음, 문승준 옮김/내친구의서재

모두 5명의 어린 여자 아이들이 유괴된 후 살해되거나 실종된 북관동 연쇄 아동 납치 살인 사건에 대해 파고든 탐사 보도 논픽션미제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취재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 가 떠오릅니다. 이런 류의 컨텐츠에 관심이 많기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추천작입니다. 재미 측면만 놓고 보아도 나무랄데 없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한 편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가져다 주거든요.
우선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에서 5건의 사건 중 1건의 사건에 대해 유죄로 판결받아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17년 반 동안 투옥되었던 스가야가 진범이 아님을 증명하여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게 한다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기부터 그러해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증거였던 DNA 감정의 오류를 취재를 통해 하나씩 밝혀내는 과정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얻어낼 정도로 탄탄한 논리와 함께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스가야가 자전거로 피해자 마미를 유괴했다고 한 거짓 자백이 17년 후 만난 마미 어머니에 의해 마미는 유아용 안장에만 탄다는 게 밝혀지며 부정되는 장면, 스가야가 무죄이기에 곧 풀려날 것으로 믿고 미납한 세금을 내려고 했다는 등의 디테일이라던가, 무엇보다도 누명을 쓴 피해자의 구명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루팡 3세"를 닮았다 하여 "루팡" 이라고 부르는 실제 범인은 누구인지? 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 역시 추리 소설을 연상케 합니다. 5건의 사건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거나 아니면 이 책에서 언급되듯 "기자라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었던 것" 들만 제대로 조사하여 얻은 정보를 토대로 범인의 조건 - 지리에 밝고, 담배를 피우고, 휴일에 파친고를 다닌다는 등 - 에 맞는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추리 소설 그 자체잖아요?

그리고 스가야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시미즈 기자가 이 사건을 파헤치며 경찰의 한심한 작태를 고발하기 위해 예를 든 "오케가와 사건", 잘못된 DNA 형 감정이 주요 증거로 사용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집행된 "이이즈카 사건" 에 대한 취재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 중에서도 "이이즈카 사건" 에 대한 비중이 높은데 스가야 씨가 누명을 쓴 과정처럼 모순된 DNA 감정, 잘못된 목격 증언 등 경찰이 입맛대로 고른 증거만으로 사형 선고를 받아 집행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이즈카 사건"은 DNA 형 감정 결과는 주요 증거의 하나일 뿐 다른 증거가 많아 사형된 구마 씨가 진범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시미즈 기자가 다른 증거들 - 자동차 목격 증언 들 - 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잘못된 증거라는 걸 밝혀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에요. 경찰이 이런 정도의 검증도 하지 않고 증언 만으로 범인임을 확정했다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는 경찰이 스가야를 범인으로 이미 확정한 후, 신발 밑창의 무늬를 기억하고 그리라고 하면서 따라 그리라고 샘플을 전해 주었다는 식으로 증거들을 그에 맞춰 조작하거나 날조했다는게 밝혀지는 과정과도 일맥상통하죠. 일본 경찰은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런 취재를 접해 보면 과연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약촌 오거리 사건' 같은 사건이 있으니 남의 이야기 같지 않기도 했고요.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경찰이 마음을 먹고 범인으로 몰면 빠져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싶습니다. 무섭네요.

이렇게 재미를 안겨다 주지만 결말은 조금 아쉽습니다. 스가야 씨의 무죄는 증명했지만 경찰과 검찰의 제대로 된 사과는 별로 이끌어 내지도 못했고, 모순 투성이의 DNA 형 감정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진범 체포 노력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현실을 그리고 끝맺거든요. 조금씩 세상은 바뀌고 있고 바뀔 것이라는 나름의 희망섞인 메시지는 조금 전해지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한게 사실인 듯 합니다.
또 진범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실체는 여러가지 이유로 공개하고 있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었어요. 일개 기자의 취재 결과로 특정인을 범인이라고 지목하기는 무리일테고, 이미 경찰에 그 존재는 알린 만큼 더 이상 기자의 일은 없겠지만 후일담이 무척 궁금한데 말이죠.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책 자체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미 뿐 아니라 생각해 볼만 한 메시지를 함께 전해주기도 하고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와 같은 미제 사건을 다룬 컨텐츠를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만화 버젼도 있다고 하는데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댓글 1개:

  1. 우연히 블로그 둘러보다가 추천글 보고 흥미가 생겼습니다ㅎㅎ 재미있게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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