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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한국에만 있는 정통 중화요리에 대한 수사보고서 - 최준식 : 별점 2점


한국 문화 전문가인 저자가 한국에만 있는 "중화 요리"가 중국의 어느 지역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느 시대의 음식인가를 밝히고 몇몇 중요 요리와 그 역사,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는 책. 
왜 "중국 요리"가 아니라 "중화 요리" 였는지 여태까지 별 생각이 없었는데 "중화" 라는 단어가 쓰인 이유가 무엇인지, "화교" 라는 말의 유래와 한국의 화교는 어떤 사람들인지 설명하는 등 내용 자체는 아주 본격적입니다.

저자의 질문은 몇 페이지 되지 않아 답이 나옵니다. 화교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한 건 1882년 임오군란 발발 시 중국에서 동원된 청나라 군대를 따라온 40여 명의 청나라 상인들이며, 당시 한국에 온 중국 군대는 산동의 연태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라 이들은 산동에서 온 사람들이었다고 설명됩니다. 그 이후 산동 반도와 인천항 사이 정기선이 오가게 되고, 의화단 사건으로 산동 주민들이 대거 이주하기도 했고요. 때문에 우리나라의 중국 음식은 산동 음식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본토와 고립되어 100여년이 지났기에 우리나라의 중화요리는 본토와 달라지게 되었다고 설명되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중국 음식은 20세기 초의 산동 요리이며, 해삼과 죽순 등 청나라 말기의 식재료를 고집 - 당시 산동 요리가 궁중요리였기에 - 하는 것입니다!

이 다음은 유명한 음식들에 대해 한국화된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짜장면과 짬뽕이 대표적인데 이 두 음식의 역사, 유래는 이미 다른 많은 컨텐츠에서 접했던 것이라 별로 새롭지는 않았지만 짜장면의 원조인 중국 산동 "작장면"의 특징을 상세히 설명해 주는 부분은 나름 독특했고 짬뽕이 아니라 "짬뽕밥"에 대한 소개, 그리고 볶음밥에 짜장 소스를 곁들이는 이유는 우리나라 볶음밥이 맛이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볶음밥 쌀이 인디카 종이어야 잘 볶아지고 맛이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굉장히 그럴듯 했어요. <<맛의 달인>> 의 한 에피소드에 충분히 쓰임직 할 정도로 말이죠. 최소한 이 내용을 먼저 알았더라면 <<경성탐정록>> 의 <<소나기>> 에피소드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기타 유명 음식들의 이름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습니다. 난자완스, 유린기 등 몇몇 음식들은 그 설명 자체가 충분히 새로왔을 뿐더러 한국의 중화요리는 그게 무엇이든 굴소스를 잔뜩 넣고 이런저런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며 전분이 많고 오래 찌는 등 결국 맛이 비슷비슷하다는 설명도 와 닿았습니다. 저도 한국식 "중화 요리"를 좋아해서 자주 먹긴 하지만 정말로 그게 그거라고 생각될 때가 많거든요. 물론 오리지널 중국 요리도 향신료나 향초의 쓰임새가 제 입맛에 맞는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렇게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을 내용이 많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저자 스스로 가장 큰 참고가 된 건 산동 출신 제자 마 씨아오루의 도움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을 정도로 내용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우선 그러합니다. 인용되는 사료의 깊이와 넓이 모두가 부족하여 충분한 고증, 연구를 거친 결과물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150여 페이지가 안되는 짤막한 분량도 읽는 데에는 분명한 장점이나 깊이를 느끼게 하기는 역부족이었으며 12,000원이라는 가격은 많이 과했습니다. 거의 한 페이지에 100원 꼴인데, 그 정도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은 되지 않더라고요. 왜 "중국 요리" 가 아니라 "중화 요리" 인지도 결국 설명되지 않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재미도 있고 여러모로 참고할 점은 많지만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는 결과물은 아닙니다. 가격을 내려 "살림 지식 총서" 의 한 권으로 내 놓았더라면 모를까, 이대로라면 딱히 추천해 드리기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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