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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9

소주 이야기 - 이지형 : 1.5점

소주 이야기 - 4점
이지형 지음/살림

살림 지식 총서 중 한 권. 소주는 개인적으로 즐기는 술이라 그냥 별 생각없이 구입해 읽어보았습니다.

책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소비되는 소주는 가짜라는 말에서 시작합니다. 95퍼센트 순도의 에틸알코올인 '주정'에 물을 부어 만든 희석식 소주로 증류해 마시는 전통적인 증류식 소주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말이죠. 그리고 희석식 소주의 제조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줍니다. 주정을 만드는 원재료의 대부분은 저렴하면서 에틸알코올을 많이 생산해 낼 수 있는 타피오카이며, 주정을 만드는 열 군데 정도의 회사는 모두 (주) 대한주정판매로 납품하고 소주업체들은 (주) 대한주정판매에서 주정을 사다가 물과 섞어 만들고, 소주맛을 내는 대표적인 감미료는 과거에는 사카린, 1980년대 이후 스테비오사이드가 많이 사용된다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 한 구절,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 을 인용하며 소주는 피난민과 실향민의 술이다, 소주는 삼류였기에 사회 도처의 삼류 인생들을 위로해 주었기에 진짜던 가짜던 상관없다는 말로 마무리해서 좀 당황스럽더군요. 희석식 소주가 아닌 전통 증류 소주에 대해 자세히 파헤치는 내용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어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다음에는 난데없이 소주 광고에 조인성이 모델로 등장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내용은 소주 업계의 마케팅 경쟁에 대한 것으로 자도주 의무판매제도 폐지 후 소주업계가 자유 경쟁하기 시작한 1996년 부터 스타를 동원한 공격적 마케팅이 시작되었으며, 초반 부드럽고 순한 술을 강조하기 위한 이영애 등의 순수 컨셉 모델 이후 '처음처럼'의 이효리로 대표되는 섹시 모델 시대로 진입하여 현대로 이어지고 있는 흐름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극심한 마케팅 전쟁의 이유는 주정에 물을 타고 첨가물을 약간 추가하는 간단한 공법으로 맛에 큰 차이가 없어서 마케팅과 영업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맛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완전히 동의하기는 좀 어려웠어요.

이어서 황석영의 <<객지>> 속 문장과 함께 막소주와 소주 도수에 관해 설명됩니다 <<객지>>의 무대는 1960년대 말 쯤으로 당시는 희석식 소주 초창기 로 알코올 도수는 30도였는데, 1973년 주정 배정 제도가 생긴 후 소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25도로 도수가 내려가게 되고 25년간 25도가 대세가 되었다는군요. 저 역시 대학 생활 중 마셨던 소주는 모두 빨간 뚜껑 진로 25도 짜리였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1990년 소비자 단체의 의뢰로 알코올 도수 확인 결과 22~24도 정도로 밝혀졌다는 에피소드는 처음 알았습니다. 진로는 부인했지만 도수를 내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꼼수였던 것이겠죠? 1998년 이후 소주 도수가 유행처럼 지속적으로 떨어진 흐름은 저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요.

그리고는 폭탄주의 역사, 몇 가지 해장국 소개와 저자의 1,2,3차 술자리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이 이어지는데 특별한 내용은 없고, 마지막인 안동이 소주의 명산지가 된 이유 정도만 재미있었습니다. 700여년 전 고려 시대 당시 몽골이 일본을 치기 위한 병참기지가 안동이었고, 안동 외에도 고려의 수도 개성은 몽골 군의 본거지, 제주도와 진도는 몽골의 전진 기지였는데 이 4 지역 모두 전통 소주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진도는 홍주) 소주의 유래는 몽골의 독한 발효주 '아라크' 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럴듯하죠?

이렇게 몇몇 이야기는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솔직히 그다지 잘 쓴 책은 아닙니다. 미시사 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두서가 없고, 소주 자체에 대한 고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저자 스스로 석달 간 자료조사를 거쳐 열흘 만에 쓴 책이라고 하는 말 만큼이나 내용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가격과 분량에 부담이 없다는게 살림 지식 총서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이 책은 그 어떤 점으로 보아도 추천해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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